[에프터6] 불꽃 005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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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불꽃 005 ------------------------------------------------------------------------------------
운전석으로 온 강하영이 차를 출발시키면서
"에메랄드 백화점에 계세요?"
하고 박지현이 묻는다.
강하영은 소녀가 자기 차 앞 유리창에 부탁된 에메랄드
백화점 사원용 주차 스티커를 보았다는 것을 직감한다.
"아가씨는 우리 백화점 고객이시더군요!"
강하영이 자기가 에메랄드 백화점 직원이라는 것과 고객에
대한 인사를 동시에 한다.
"아저씨는 백화점에서 무슨 일 하세요!"
"아저씨요?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입니까?"
강하영이 어이없다는 말투로 반문한다.
"아니요!"
소녀가 분명한 말투로 부인한다.
그런 다음
"나 박지현이예요"
하고 자기 소개를 한다.
"아! 자기 소개가 늦었군요. 관리과에 근무하는
강하영입니다"
강하영이 핸들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명함을 꺼내 건너
주며 건너 주며 소개를 한다.
"대리네요?"
소녀가 강하영의 얼굴을 힐긋 보며 말한다.
당시 강하영은 관리과 대리다.
"네!"
"대리면 높은 거예요?"
소녀가 묻는다.
질문은 듣기에 따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소녀의
순수하나 호기심 같기도 하지만 질문을 받는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실례가 된다.
소녀가 자기 백화점 골드급 VIP라는 사실 앞에 강하영은
어쩔 수 없이 약해진다.
자기에게 불쾌감을 느끼면 소녀가 백화점에 항의할지도
모른다.
소녀가 한해에 3천만원 이상을 팔아 주는 정도라면 그
가족까지 합치면 엄청남 매상을 올려 주는 중요 고객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중요 고객이 정식으로 항의라도 해 오면 강하영에게
잘못이 있었건 없었건 상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대리 정도는 하루아침에 해직을 시키거나 최소한 좌천을
시키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백화점의 입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아는 강하영은 자기가 끝까지 참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대리 위에는 뭐예요?"
박지현이 묻는다.
"과장입니다"
"대리는 아래는 뭐예요?"
박지현이 또 묻는다.
"평사원이요!"
강하영이 웃는 소리로 답한다.
소녀와 그런 대화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나온 웃음이다.
"몇 살이예요?"
강하영은 또 어이가 없어진다. 그러나 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스무 일 곱입니다"
"그 나이에 대리면 빠른 건가요?"
박지현이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묻는다.
스무 일곱에 대리면 빠른 편이다.
그러나 강하영은
"빠른 편도 아니고 느린 편도 아닙니다"
하고 적당히 답한다.
"에메랄드 백화점의 승진은 시험제예요?"
정말 별 걸 다 묻는 아가씨다 싶지만 역시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강하영의 입장이다.
"아닙니다."
"그럼 뭘 기준으로 승진시켜요?"
박지현이 의외라는 눈빛이다.
"백화점은 특성상 관리직 자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관리직 자리가 많지 않아 승진 기회도 적어 빈자리가
생기면 경영진이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승진시키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백화점란 건 경영이 형편없는
주먹구구식이네요. 그런 식으로 경영해 어떻게 국제화
시대에 경쟁에 이길 수 있겠어요?"
박지현의 말에 강하영은 마음속으로
'별 적정을 다 하십니다'
하고 중얼거린다.
그러면서도 박지현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과장 위에는 뭐예요?"
하고 또 다시 질문하는 박지현의 소리가 들려 온다.
"과장 위에 차장이입니다!"
"부장 위에는요"
"부장이지요"
"또 그 위에는요?"
"경영진입니다. 상무 전무 사장 순입니다"
"하영 씨는 언제면 과장으로 승진해요?"
박지현이 처음으로 강하영을 하영 씨로 부른다.
어린 소녀에게 하영 씨로 불리는 기분이 이상하다.
조금은 간지러운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어쩐지 싫지는
않다.
"글쎄요"
강하영이 자신 없는 말투로 답한다.
강하영은 그때까지 자기가 언제쯤이면 과장으로 승진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백화점은 매출액에 비해 관리직 자리 수가 적다.
관리직이 적다는 건 승진 기회도 그만치 적다는 뜻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출세 지향적인 사람은 백화점에 입사하지
않는다.
어쩌다 입사해도 백화점을 평생 직장으로 여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이른바 세칭 일류대학 출신이 백화점에
직접 지원하는 예도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강하영의 경우는 조금 예외다.
강하영은 이른바 명문 사립대학 경영학과 출신이다.
대학 4년 동안의 성적도 모두가 B학점 이상이다.
강하영 정도면 출신학교로나 성적으로나 대기업에 응시해도
합격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강하영은 대기업을 외면하고 경제계 랭킹 100위
밖의 에메랄드 그룹을 지원했다.
에메랄드 그룹은 언론이나 경제계에서는 그룹이라 불러
주지만 정확한 의미에서는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에메랄드 그룹은 여섯 개의 백화점과 에메랄드 스토어 체인
그리고 서울 부산 제주도에 있는 세 개의 관광이 전부다.
이렇게 업종이 단순하지만 경졔계에서는 에메랄드 그룹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유는 현금 동원력이다.
백화점 스토어 체인 호텔은 모두가 현금거래 장사다.
에메랄드 그룹 산하 전 점포의 하루 매출액은 30억원을
넘어 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거기다 에메랄드 그룹은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전국 중요 도시에 있는 여섯 개의 백화점과 관광호텔도 그
흔한 은행융자 없이 지었다.
또 하나 에메랄드 그룹 자체는 물론 산하의 모든 백화점과
관광호텔은 증권 시장에 주식이 상장되어 있지 않은 비공개
기업이다.
비공개 기업인 이상 결산 공고 외의 경영 상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런 에메랄드 그룹의 실재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회장 한
사람 밖에 모른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의견이다.
에메랄드 그룹에 지원한 강하영은 처음부터 백화점 근무를
희망했다.
강하영이 백화점 근무를 원한 것은 백화점에는 젊고 예쁜
여자가 많다는 이유 하나 뿐이다.
젊은 한 시절 인생을 즐긴다.
이것이 강하영의 철학이다.
즐기자면 상대가 필요하다.
남자가 즐기는 상대는 젊은 여자다.
수 백명의 젊은 여자가 있는 곳은 백화점이다.
강하영이 에메랄드 그룹을 지원한 이유다.
처음부터 젊은 여자와 즐기기 위해 에메랄드 백화점을 택한
강하영은 입사와 동시에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했고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영 씨는 승진에 흥미가 없나 보네요"
박지현이 강하영을 향해 생긋 웃어 보이며 말한다.
강하영은 대답 대신 웃어 보인다.
그러면서 이런 소녀 같은 아가씨는 벗겨 놓으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해 본다.
"모두가 출세 출세하는 사회에서 하영 씨는 좀 색다른 것
같네요?"
박지현이 또 먼저 말을 걸어온다,
강하영이 또 웃어 보인다.
강하영은 자기가 피곤한 질문을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질문을 하는 게 방법의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지현 씨는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목적지 없어요. 가다 좋은 대상 만나면 사진 찍으려고
그냥 차 몰고 나와 가는 거예요"
"사진이 취미인 모양이군요!"
"잘은 못 찍어요!"
"촬영 대상은 주로 뭘 택합니까?"
"자연이요!"
"여행을 많이 하시겠군요!"
"가끔요!"
강하영은 갑자기 이번 낚시 여행을 박지현과 함께 해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쉽게 응할 상대 같지는 않지만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촬영 대상으로 바다는 어때요?"
하고 떠본다.
"바다요?"
박지현이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다.
차를 몰고 나설 때 바다는 예정에 없었던 것 같다.
"동해바다 해돋이가 절경이지요"
강하영이 약간 선동적인 투로 말한다.
"그런 곳 알고 계세요?"
박지현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가는 곳이지요"
"하영 씨는 태백 가는 게 아니고요?"
박지현이 의외라는 투로 묻는다.
"동해바다로 낚시 가는 길입니다"
"바다낚시를 왜 산으로 가요?"
박지현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강하영을 본다.
바라보는 눈동자에 반짝반짝 빛을 발산하고 있다.
강하영은 반짝이는 박지현의 눈동자가 참으로 청순하다는
생각을 한다.
"태백 시를 경유해 동해 시로 빠지는 국도가 열려
있습니다. 경관도 절경이지요"
"몰랐네요"
"포장된 게 최근이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요!"
"바다낚시 재미있어요?"
박지현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낚시도 재미있고 경치도 좋아요!"
"언제 도착해요?"
"글쎄요."
"나 때문에 늦는 거군요"
박지현이 생긋 웃는다.
"곤경에 빠진 고객을 도우는 게 개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보다는 보람있는 일이지요!"
"나 하영 씨 따라가면 안돼요?"
박지현이 고개를 돌려 강하영을 바라본다.
"난 상관없지만!"
강하영이 적당한 선에서 답한다.
"그럼 우리 이대로 바다로 직행해요!"
"지현 씨 자동차는 어떡하고요?"
박지현의 너무나 쉬운 결정에 강하영이 약간 당황한다.
"돌아오는 길에 타이어 갈아 끼워 가면 되잖아요?"
박지현이 그게 뭐가 무제냐는 투로 말한다.
"나흘 예정인데요"
4일 동안 그 비싼 차를 도로상에 방치해도 되겠느냐는
뜻이다.
"누가 훔쳐 갈려면 훔쳐 가고 부서지면 부서지라지 뭐!"
박지현이 또 한번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말한다.
박지현의 말에 강하영이 도리어 어이가 없어진다.
시가 1억 5천원이 넘어 서는 자동차를 철없는 어린아이가
싫증나면 던져 버리는 장난감 정도로 여긴다.
'얼마나 돈이 많은 집 철부지 아이길래 이 모양인가?'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장난기가
일어난다.
"그럼 바로 동해안으로 바로 달릴까요?"
"그래요!. 달려요"
박지현이 어린아이처럼 외친다.
강하영도 소년이 된 기분으로
"좋아요! 동해안으로 직행!"
하고 외치며 가속 페달을 힘껏 밟는다.
"하영씨 따라온 것 정말 잘했다!"
박지현이 와인 잔을 들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강하영과 박지현이 동해안을 누빈지 오늘로 네 번째 밤을
맞는다.
지금 두 사람은 밤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강릉의 한 관광
스카이 라운지에 연인처럼 나란히 앉아 있다.
박지현 스스로가 강하영의 옆자리를 택하면서 두 사람은
오랜 연인처럼 나란히 앉는다.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밤이다.
스카이 라운지에서는 언제나처럼 박지현은 그 호텔이
비치된 최고급 와인을 시킨다.
강하영은 소녀 티를 벗어나지 못한 박지현이 와인에 밝은
데도 놀랐지만 그 와인 값이 백화점 매장에서도 30만원이
넘어서는 고가품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
강하영은 박지현과 함께 여행한 지난 사흘을 머리에
떠올린다.
박지현은 자기 신상에 관한 얘기는 한번도 하지 않는
소녀다.
남자와 여자가 사흘 동안 같이 여행을 하다 보면
무심결에라도 자기 신상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여자라면 더욱 그렇고 소녀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자기가 신상에 관한 얘기는 한마디도 비취지
않는다.
강하영은 지금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박지현이 몇 살인지도
모른다.
느낌으로 짐작해 학교에 다닐 나이지만 학교 얘기조차
한마디 없다.
부모의 직업이 무엇인지 형제가 몇인지 사는 집이 어딘지
조차 모른다.
강하영이 아는 건 박지현이라는 이름과 영월과 태백 사이
국도 상에 버리듯 두고 온 스포츠 카의 번호밖에 없다.
강하영은 회사로 돌아가 골드 스티커 발급 대장과 자동차
번호를 대조해 보면 박지현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하나 지난 사흘동안 같이 여행을 하면서 방을 따로
사용했다.
방을 따로 사용한 정도가 아니다.
손조차 잡아 본 일이 없다.
강하영으로서는 좀처럼 없었던 일이다.
여자가 남자를 따라 여행에 나서면 어느 정도의 각오는
하는 것이 오늘의 젊은 세대의 풍속도다.
동해안으로 올 때까지만 해도 강하영은 박지현을 쉽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강하영은 박지현에게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품 같은 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첫 숙지는 묵호였다.
묵호에 도착한 박지현은 자기 차 운전기사에게 지시하듯
특급 관광호텔로 가자고 했다.
강하영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약간 당황했지만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호텔로 들어선 박지현은 강하영의 의견도 묻지 않고 가장
비싼 객실 두 개를 요청했고 카드로 객실료를 지불해
버린다.
첫날 식사대도 스카이 라운지 바나 나이트클럽에서 가서도
지불은 당연하다는 듯이 박지현이 일방적으로 카드로
처리한다.
그후 두 사람이 여행하는 사이 소요된 모든 경비는 박지현
차지가 되었다.
강하영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박지현의 페이스에 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이가 없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영 씨는 정말 신사야!"
박지현이 생기리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강하영의 눈을
바라본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지요?"
사흘이 지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는
어린 박지현이 반말을 하고 강하영이 경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강하영 자신이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박지현 몸에서 풍기는 기품에 돌릴
수에 없다.
"하영 씨는 밤중에 한번도 내 방을 노크한 일도 전화한
일도 없었잖아!"
박지현이 강하영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강하영의 눈을 바라보는 박지현의 눈이 웃고 있다.
강하영의 박지현의 말뜻을 알고 있다.
박지현의 말뜻은 알아듣고 있지만 이럴 때 자기가 무슨
말로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가만 있는다.
여자를 다루는 솜씨에 관한 한 베트런이란 자부해 왔던
강하영으로는 박지현 앞에서만은 왜 자기가 위축되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영 씨는 내가 무서운 거지?"
여전히 강하영의 눈을 똑 바로 바라보며 야간 장난스러운
눈으로 웃고 있다.
강하영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아니면 내가 매력이 없는 여자라는 건가!"
박지현이 반쯤은 혼자 말처럼 하며 와인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강하영은 박지현의 말을 생각해 본다.
'지현이 말처럼 내가 정말 무서워하는 걸까?'
자기는 에메랄드 사원이고 박지현이 초VIP급 고객이라는
두 사람의 위치 차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적인 위치 차이가 자기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유는 것만이 아닌 것 같다.
박지현의 말처럼 여자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건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박지현을 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여자로 표현 할 수는 없다.
성적인 매력보다는 잘 핀 수선화 같은 청순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살아 숨쉬는 수선화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청순한 아름다움이다.
꺾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꽃이다.
꺾어 자기 것으로 만들기보다는 핀 그대로 오래오래 두고
보고 싶은 그런 여자가 박지현이다.
박지현은 여전히 강하영의 눈을 바라보고 있다.
강하영의 눈도 박지현의 눈을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의 눈과 눈 사이의 거리는 겨우 30센티정도다.
강하영의 눈에 박지현이 입술을 뾰족이 내미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가 엄마에게 뽀뽀를 해 달라고 할 때의 입술 모양이다.
강하영도 무엇에 이끌린 것처럼 박지현을 따라 입술을
뾰족이 내민다.
뾰족이 내민 두 개의 입술 끝이 가만히 마주 닿는다.
두 사람은 입술 끝을 마주 댄 그대로 가만 있는다.
강하영의 오른 팔이 박지현의 허리를 가만히 감는다.
팔이 허리를 감으면서 박지현의 몸이 강하영 쪽으로 조금
쏠려 온다.
"하영 씨."
박지현이 속삭이듯 부른다.
자기를 부르는 박지현의 목소리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알고 있다.
알면서도 행동에 옮겨지지가 않는다.
그대로 가만 있는다.
"하영 씨! 뭘 망설이는 거야?"
박지현이 노래처럼 속삭인다.
그래도 강하영은 가민 있다.
"내가 하영 씨를 원하고 있어. 날 데려가 주어!"
박지현의 허리를 감고 있는 강하영의 말에 힘이 들어간다.
박지현이 강하영의 가슴으로 쏠려 온다.
객실 전용 엘리베이터에는 두 사람밖에 없다.
12층 버튼을 누른 강하영이 박지현을 가볍게 안는다.
박지현이 수줍음으로 발가스레 달아오른 얼굴로 눈을 감고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박지현의 가슴이 닿은 강하영의 가슴으로 콩 콩 콩 하고
뛰는 심장의 고동이 전해 온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끼면서 강하영은
'박지현은 남자에게 안겨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대체 이 아이는 몇 살이나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엘리베이터가 서는 신호음이 들린다.
신호음을 듣고도 박지현이 강하영의 가슴에 그대로 안겨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강하영이 박지현의 허리에 팔을 감아 부축하듯 끼고
엘리베이터를 나서 카펫이 깔린 객실 복도를 걷는다.
박지현의 손에도 강하영의 손에도 객실 열쇠가 쥐어져
있다.
강하영은 어느 방으로 가야 할까 하고 마음속으로
망설인다.
마음속으로 망설이고 있는 강하영에게 박지현이 자기 방
열쇠를 내민다.
박지현의 뜻을 알아차린 강하영이 열쇠를 받는다.
박지현의 객실 앞에서 강하영의 동작이 멈추어진다.
망설이는 멈춤이다.
박지현이 말없이 강하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그대로
서 있다.
한동안 망설이던 강하영이 열쇠를 꽂아 천천히 도어를
연다.
객실 도어가 열리고도 두 사람은 한 동안 그대로 서 있다.
강하영은 자기가 왜 망설이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사이 많은 여자들과 부담없이 육체
관계를 맺어 왔다.
여자 쪽에서 먼저 유혹하는 눈치를 준 경우도 있고 몸매가
괜찮다 싶으면 스스로 유혹해 러브호텔로 데려갔다.
강하영은 그것을 하나의 재미로 여기고 있었다.
재미로 여기는 이상 육체관계에 대한 부담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박지현은 지금까지 박지현이 경험했던 상대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여자다.
육체적으로 발달해 성적인 매력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박지현의 육체에서 아직도 소녀 티가 남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빈약한 육체다.
그러면서도 그 어느 여자에게서도 느껴 보지 못했던
신선함과 신비감이 있다.
남자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강하영이 박지현 아닌 여자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침대로 끌고 가 자기 여자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 동안 강하영이 침대로 유혹한 여자 가운데는 리사같이
숫처녀도 있었다.
리사가 숫처녀라는 사실을 알고도 전혀 부담감 같은 느끼지
않았다.
그런 자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고 있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강하영이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여전히 담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강하영은 자기 뺨에 닿아 있는 시선을 느낀다.
시선이 오는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자기 어깨에 고개를 기대로 있는 박지현이 머리를 들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바라보고 있는 눈빛은 무엇인가를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강하영이 팔로 박지현의 허리를 감은 그대로 방안으로
걸음을 옮겨 놓는다.
두 사람이 방안으로 들어서면서 도어가 닫친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발걸음을 창가로 옮긴다.
발 아래로 달빛을 받아 파랗게 일렁대는 밤바다가 보인다.
강하영도 박지현도 말없이 밤바다를 바라만 보고 있다.
한동안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강하영이 천천히 몸을
돌린다.
몸을 돌리면서 강하영과 박지현이 마주 바라보는 자세로
선다.
두 사람의 가슴과 가슴이 바짝 다가와 붙어 있다.
강하영의 두 팔이 박지현의 허리와 등을 감싸 당기다.
박지현의 가슴이 강하영의 가슴에 밀착된다.
작은 종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박지현의 작은 유방이
강하영의 가슴을 압박한다.
강하영의 가슴에 밀착되어 있는 박지현의 작은 유방이 숨을
쉬듯 일정한 간격으로 불룩거리는 진동이 전해 온다.
진동의 간격이 조금씩 빨라진다.
박지현의 숨결이 높아 가면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강하영의 입이 박지현의 입을 덮는다.
입에서 혀가 나와 반쯤 벌어져 있는 박지현의 입술 사이를
밀치고 들어간다.
순간 박지현이 세찬 힘으로 강하영을 끌어안는다.
끌어안는 것과 동시에 입술 사이로 들어오는 강하영의 혀를
세차게 빨아 당긴다.
강하영의 혀를 빨아 당기는 박지현의 동작에는 기교를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무작정 세차게 빨아 당기기만 한다. 기교도 없다.
강하영은 박지현이 남자와 키스를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다.
혀를 박지현에게 맡겨 둔 채 허리를 감고 있던 강하영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아래로 내려간 손이 작으면서도 예쁘장한 박지현의 힙을
쓸어 간다.
힙을 쓸면서 등을 감고 있던 손이 앞으로 와 두 사람의
가슴이 밀착되어 있는 공간을 파고 들어간다.
공간을 파고 들어간 손이 박지현의 젖가슴을 덮는다.
손으로 전해 오는 박지현의 젖가슴 감촉은 강하연이
상상하던 그대로 아직도 덜 성숙한 소녀의 것처럼
예쁘장하다.
강하영의 손이 예쁘장한 박지현의 젖가슴을 어루만진다.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한 손은 계속 예쁘장한
힙을 쓸고 있다.
한 손으로 힙을 쓸고 다른 한 손이 젖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박지현이 더욱 세찬 힘으로 강하영의 혀를 빨아 댄다.
여전히 아무런 기교도 없이 거칠기만하다.
강하영은 박지현이 남자 경험이 너무 적은 여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전혀 없는 숫처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숫처녀치고는 너무나도
대담하다는 생각을 한다.
젖가슴을 어루만지던 손길이 주무르는 동작으로 변해 간다.
어루만지던 손길이 주무르는 동작으로 바뀌면서 힙을 쓸던
손이 앞으로 온다.
앞으로 옮겨온 손이 박지현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그때까지도 박지현은 정신없이 강하영의 혀만 빨아 당기고
있다.
지퍼를 내린 손이 바지를 끌어 내려간다.
바지를 끌어내리면서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간다.
강하영의 능란한 솜씨에 박지현의 바지가 끌려 내려가고
블라우스가 벗겨질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박지현은 자기가 벗겨져 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
강하영을 힘껏 겨 안은 그대로 혀만 빨아 대고 있다.
강하영이 자기 손으로 발가벗겨진 박지현의 번쩍
안아침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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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