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날 003 -----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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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바람피기 좋은 날 003 -----
-기분 좋은 아침이네요. 새벽에 살짝 비가 뿌렸는지 아침 공기가 무척 상쾌한 거 같아요.
-아..그러네요.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려서 답장을 못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잘 들어가셨나 싶어서 안부 차 연락한 건데요 뭘..
아침 출근길에 날아온 정희씨의 카톡..
난 그 연락에 아침부터 기분 좋게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정희씨는 하루에 몇 번씩 사소한 연락들을 나에게 했다.
오늘은 날씨가 어땠는지..어떤 손님이 왔다갔는지..아직 차를 못 찾아서 늦게 출근할 뻔 했다는 이야기까지.. 그런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에게 털어놓았고, 난 하루 종일 회사 일로 지쳐가다가 그런 정희씨의 연락을 받고 한 번씩 웃을 수 있었다.
일상.. 정희씨와의 연락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정희씨가 먼저가 아니라 내가 먼저 연락하기도 하고..우리는 수시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부쩍이나 가까워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이제는 카톡 뿐만 아니라 별 일이 없으면 하루에 한 번 이상 통화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지나간 일주일이란 시간..
수리를 맡겼던 차를 찾고는 병원에 갔다 오면서 일주일 만에 정희씨의 가게를 찾았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아..차 찾으면서 병원 다녀오는 길에 들렀어요”
“병원이요? 가실 때 연락 주시지..”
“괜찮아요. 오늘도 엑스레이도 찍고 의사가 여기저기 살펴봤는데 별 일이 없대요”“그럼 다행이구요..”
“별 일 없으면 저녁이나 같이 할까요?”
“어어...지금 여덟신데 아홉시가 마감시간인데..”
“그럼 한 시간 기다리죠 뭐..”
“에잇..오늘 장사도 잘 안되는데 하루만 농땡이 치죠 뭐..”
정희씨는 장난스레 혀를 쏙 내밀고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고 밖에 있는 화분들을 안으로 들이기 시작했다.
“어..저 때문에 일찍 마감 안 하셔도 되는데..”
“그냥 오늘은 좀 일도 하기 싫고 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그런 날 있잖아요. 그냥 일하기 싫어서 땡땡이 치고 싶은 날..”
환한 미소.. 저 미소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정희씨가 웃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건 분명 정상적인 반응은 아님이 분명했다.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감정일지도..
“자..다 됐는데 가실까요?”
“어..네에..”
어느새 가게 마감 준비를 모두 끝낸 정희씨를 바보 같은 표정으로 멍하게 바라보다 난 정희씨의 손에 이끌려 가게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해보는 데이트.. 지영과의 그런 사무적인 관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보는 건 정말 오랜만에 일이었다.
정희씨와 같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나란히 걸으니 마치 우리가 연인사이인 것처럼 착각이 들었다.
“아직은 6월이라 그런지 밤이면 좀 시원하고 걷기엔 훨씬 좋은 거 같아요”
“그러게요..딱 걷기에 좋은 날씨네요..”
“아마..어제 비가 좀 와서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벌써 시간이 11시가 넘었는데 들어가 봐야 하지 않나요?”
“벌써요? 시간 가는 줄 몰랐네..”
“가요. 바래다 줄게요. 차는 언제 찾아요?”
“내일쯤 찾으러 갈 거 같아요. 혼자 가도 되는데..”
“아니에요. 바래다 줄게요”
난 한사코 괜찮다는 정희씨를 차에 억지로 태워 집 앞까지 바래다줬다.
“여기에요?”
“네..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서 혼자 자취하거든요. 언니는 작년에 결혼해서..원래 같이 살았는데..”
“아..그렇군요..혼자 살면 무섭고 그렇지 않아요? 워낙 세상이 흉흉해서..”
“괜찮아요. 화분 번쩍 번쩍 드는 거 보셨잖아요. 제가 원래 겁이 없고 씩씩해요..”
“너무 겁이 없어도 안 좋아요..위험한 건 피해야죠”
“그런가요...? 흐음..생각해 볼게요..그 충고...오늘 바래다 줘서 고마워요. 들어갈게요. 운전 조심해요”
“정희씨..”
“네..?”
원래 감정대로 따르는 건 생각이란 게 필요하지 않은 법이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날 향해 고개를 돌리는 정희씨의 입에 내 입술을 맞추었다.
촉촉하게 느껴지는 정희씨의 입술.. 그리고 커다랗게 커지는 동공..
하지만 내 입술을 피하진 않았다.
이어지는 어색함.. 원래 일을 저지르고 나면 어찌해야 할 줄 몰라 어색함이 밀려온다.
난 황급히 짧은 입맞춤을 끝내고자 정희씨의 닿은 내 입술을 살며시 떨어트렸다.
“미안..미안해요”
“아니..좋았어요...쪽..”
정희씨의 입술이 다시 나에게 다가와 살며시 닿았다 떨어진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 보인다.
“갈게요. 운전 조심해요”
아주 짧지만 길게 느껴지고, 부드러웠지만 강렬했던 입맞춤의 시간..
머릿속이 몽롱해지고 지금 이 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정말 좀 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 맞는 건지..
한동안 난 멍하니 정희씨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꿈결같던 환상 속에서 서서히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곤 아직 내 입술에 조금은 남아있는 정희씨의 입술의 감촉을 손으로 살짝 매만져 보았다.
떨림..기분 좋은 떨림.. 그리고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그 감정..
애써 그 감정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마음이 말해주고 있는 건 그 감정이 확실했다.
잠깐의 불장난이길 바랬는데..잠시 스쳐가는 바람이길 바랐는데..
고작 두 번 봤을 뿐인데 왜 이리 빠져 드는건지..
난 정희씨에게 너무나 쉽고 빠르게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불안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사랑 일까봐.. 정말 그래서 안 된다고.. 그 감정만은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정희씨와의 두 번째 만남은 몹시 설레면서도 몹시도 불안했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거 같은 너무나 반짝거리고 예쁜 유리구슬을 들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너무나 예쁜데..그래서 오래 가지고 있고 싶은데 부서져버리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집에 도착했나 모르겠다. 사고가 안 난 것이 다행일 정도로 난 거칠게 차를 몰았다.
정희씨에 대한 그 감정을..그 느낌을 떨쳐내고 싶어서 있는 힘껏 악셀을 밟아서 평소의 거의 반 정도 걸리는 시간으로 집에 도착했다.
이미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방에 등 하나만 아주 약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사방이 어두웠다.
아마 이리 늦은 시간이라면 자겠지..
안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내는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난 하나하나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되어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으음...들어왔어..?”
아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더욱더 아내의 입술에 진하고 깊게 내 입을 맞추고 혀를 밀어 넣었다.
“왜 이래..술 냄새...”
아까 정희씨와 식사를 하며 마셨던 와인 몇 잔 때문에 술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미안..”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나는 더욱더 집요하게 아내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으며 아내의 잠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왜 이래 정말...갑자기...”
당황스런 아내의 표정..당황스럽겠지.
3년 동안 한 번의 관계도 가지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니까..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했다. 아내에게서 다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아내와 섹스를 하고 싶었다. 아니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계속된 나의 공세에도 조금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고, 내가 잠옷을 벗기고 속옷까지 완전히 벗기는 동안 조금의 반항도 없이 그저 가만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오빠가 하고 싶으면 해..”
내가 하고 싶으면 하라니..넌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니..?
아내의 표정이 너무나 평온하다. 조금의 흥분도..조금의 설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아내에게 키스를 퍼붓고 가슴을 만지고, 벗은 아내의 몸을 보는데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틀린 것일까...
“내가...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다. 그만 자...”
“오빠....”
잔뜩 심각해진 표정으로 내 팔을 잡는 아내, 난 그런 아내의 팔을 뿌리치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가운 물을 온 몸에 퍼부었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아내의 동의도 없이..
그저 알량한 내 마음의 죄책감 때문에 아내를 범하려고 한 것인가..
내가 짐승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정희씨가 떠오른다.
몇 시간 전에 있었던 너무나 짧았지만 달콤했던 그 입맞춤이..
거부할 수 없었던 그 떨림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었던 그 감정이..
‘나...이제 어떡해야 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마음가는대로 해요. 자신의 마음에 충실해야죠.
지영이 있었다면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겠지. 그녀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그래 내 감정에 충실하자..더는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이런 삶은...너무 재미없잖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드디어 내가 미친 건가..
확실한 건 이제 내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가..정희..그녀를 갖고 싶어졌다.
확신, 확신이 들고 마음을 편하게 마음먹자 생각보다 행동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까지 마음 한 구석에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지영이 내 마음에 새롭게 심어주고 간 불씨가..마침내 정희씨를 만나면서 활활 불꽃이 되어 일어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난 마침내 행동을 시작했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특별하다 느낄 수 있게..
이 마음을 모토로 삼아 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전화가 되었든 카톡이 되었든 꼭 연락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정희씨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 비가 오면 이상하게 정희씨를 만났던 그 날이 생각나서 일이 있더라도 시간을 비우고 정희씨를 찾아가곤 했다.
당연히 오늘도..
“오셨어요?”
“네..하하..지나가다 비가 오길래..”
“저도 비가 와서 왠지 오실 거 같아서..”
정희씨는 비가 와서 급하게 화분을 내놓았는지 얼굴에 빗방울이 묻은 체로 환하게 웃어보였다.
예쁘다.. 너무나..
난 본능적으로 정희씨에게 다가가 내 입술을 정희씨의 입술에 맞췄다.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 입술에..
정희씨는 살짝 내 입맞춤에 당황하는 듯 했지만 날 밀어내지 않았고, 난 그런 정희씨를 꼭 끌어안았다.
“너무..예뻐요..정희씨..”
“부끄러워요...”
“뭐가요..이렇게 예쁜데...”
사랑스러움..정말 그 한 단어 이외엔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정희씨는 내 눈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 안의 망설임이 없어지면서 난 너무나 빠르게 정희씨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나 너무 정희씨가 좋아지면 어쩌죠...그러면 안 되는데..”
“또 그 소리...대체 뭘 그렇게 무서워해요..왜 나에게 빠져들면 안 되는 거에요...?”
정희씨는 호기심 가득하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내가 유부남이란 사실 그 말이 입 밖으로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내 앞에 이 여자가 정희씨가 아닌 지영이었다면 스스럼없이 그런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내가 알고 있는 정희씨란 사람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을 얻고 상처를 받을 사람이었다.
“아직은...아직은 말할 수 없어요..”
“언제..언제 말해줄 거에요...?”
“모르겠어요..나도 잘...”
“네에...근데 오늘은 요즘 너무 자주 가게 땡땡이 쳐서 일찍 못 닫을 거 같은데 어떡하죠...?”
정희씨의 표정엔 미안함이 잔뜩 묻어났다. 전혀 감정을 숨길 줄 모르고 본인의 감정을 충실해서 표현하는 타입..
불현 듯 내가 이리 순수하고 착한 사람에게 이렇게 다가가도 되는지 두려움이 든다. 내가 정말 옳은 판단을 하고 있는 건지..나 하나 욕심을 채우자고 정희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괜찮아요. 정희씨 얼굴 이렇게 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미안해요..정말...”
“아니에요. 그런 표정 하지 마요. 뭐가 미안해..”
난 미안해하는 표정의 정희씨를 품에 한 번 꼭 안아주고는 정희씨의 입에 살며시 입맞춤을 하고는 뒤돌아 나왔다.
“갈게요. 들어가..비 맞아요”
“네에..운전 조심해서 가요..”
“네 들어가요..”
정희씨는 비 맞는다는 나의 말에도 내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가게 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런 정희씨를 한참을 같이 손을 흔들며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타자마자 울리는 핸드폰 메시지..
잠시를 못 참고 그새 정희씨가 메시지를 보냈나 싶었는데 그 메시지는 지영에게 온 것이었다.
-잘 지내죠?
짧은 한 통의 메시지.. 하지만 그 메시지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 했고, 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내 메시지를 기다린 것처럼 바로 전화를..”
“뜬금없이 그런 메시지를 보내놓고 내가 안 궁금하기를 바란 거야?”
“어..별 뜻 없이 보낸 건데..”
“정말 별 뜻 없이 보낸 거라고...?”
“왜요..그게 궁금해...? 나 오랜만에 서울 왔는데 잠깐 얼굴이나 볼래요..?”
“오랜만...? 알았어..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영은 나에게 다시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어준 사람이었고,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몹시도 궁금했으니까..우리의 마지막은 너무나 이상하게 끝이 나버렸기에..
지영과 통화를 끊자마자 난 곧바로 지영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지영은 아직 이른 초저녁에 비까지 와서 한 테이블도 채워지지 않은 포장마차에서 혼자서 벌써 소주 2병을 비우고 있었다.
“뭔 술을 혼자서 이리 마셔..”
“어? 빨리 왔네요..오늘 야근 아니신가봐..”
“어..뭐...야근이면 못 왔지..아니니까 바로 온다고 한 거지..”
“그렇구나..우리 과장님 요즘은 일이 좀 편하신가 보네...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 좀 앉아요”
“그래..”
지영은 내가 앉고 나서도 한참동안 혼자서 술잔을 기울였고, 내가 술잔을 같이 받아주자 그제야 빙긋 웃으면서 다시 자신의 잔에 한 가득 소주를 따라 마셨다.
“그만 마셔..죽겠다..”
“안 죽어요. 벌써 까먹으셨나..나 주량 쎄요..”
“여자가 주량 쎈 게 자랑이다..”
“그 놈의 여자..여자..여자 타령 좀 그만할 수 없어요? 여자가 술 잘 마시는 게 죄인가? 여자가 여러 남자랑 하는 게 죄인가? 남자는 술 잘 마시면 좋은 거고 여자 많이 먹고 다니면 좋은 건데 왜 그렇게 여자는 하지 말라는 게 많은 건데...”
“지영아.....”
지영은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었다.
“나도..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구요..빌어먹을 친아빠라는 놈이 내가 중학생일 때 날 겁탈하고 깜빵에 가지만 않았어도..아니..깜빵에 갔다 와서 다시 정신 못 차리고 날 또다시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나도 이렇게 살지 않았어...그때부턴 막 살았어요..아니 원래가 발정난 년이었을수도...중학생 때 빵에 들어갔던 아빠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날 겁탈할 때는 좋더라구요..이제...내가 미친년이지...친아빠한테 겁탈 당하는데 그게 왜 그리 좋은지...미친 년처럼 아빠 밑에 깔려서 소리를 질렀어요..좋다고..아빠는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나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줬어요...생전 처음으로 보이는 환한 웃음.....”
“지영아..힘들게 그런 이야기 안 해도 돼..”
“아니 할래..하고 싶어요. 누구한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이야기....”
난 더 이상 지영의 이야기를 막을 수 없었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라는 뜻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웃음을 보면서..아..남자들은 여자가 이렇게 벌려주면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교수며..동기들, 후배, 선배를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벌려주고 다녔던 거 같아요..그리고 내가 졸업하던 해.. 아빠는 천벌을 받은 건지 뭐인지 모르겠지만..급작스럽게 폐암 말기를 선고받고 고작 3개월도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어요...”
“........”
“그런 동정의 눈빛 하지 않아도 되요..슬픔? 그런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그렇게 아빠를 한 줌의 재로 보내고...사회로 나와서 전 더욱더 남자와의 섹스에 몰두했어요..망할 아빠이긴 했지만..어릴 때 엄마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고 하나뿐이던 가족이어서 그런 것이지..혼자 있는 게 너무나 외롭고 힘들더라구요..그래서 더욱 더 남자의 품에 집착했어요...사장이든...과장이든 회사의 누구든.. 그리고 그때 만난 김과장님...모르겠어요. 당신이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는...분명 다른 남자처럼 나와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것 같은데 당신에게서 따뜻한 느낌을 가졌고 특별하게 생각되어졌어요. 하지만 이미 제가 먼저 처음부터 유부남과 처녀의 관계로 선을 긋고 시작해서 다가갔기에..섹스 그 이상 다가갈 수 없었어요..”
“지영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정말 지영의 말대로 난 지영의 프리한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고, 정말 오랜만에 원 없이 젊은 여자와 섹스 할 수 있어서 지영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정말 섹스가 좋았던 것이지..지영을 여자로서 좋아한 적은 없었기에 지영의 이런 말들이 나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와 꽂혔다.
지영은 언제나 나에게 밝은 모습만을 보여줬기에..그리고 유혹적인 눈빛만을 보냈기에..
그녀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줄은 정말 조금의 상상도 못했었기에..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도 알아요. 과장님이 날 어떤 마음으로 만났는지..미안해 할 필요도 없고..슬퍼하지도 마요. 그저 내 마음을 지금이라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이야기한 거니까..”
“하아...그래...그런 말 하지 않을게...”
난 더 이상 지영에게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지영의 두 손을 내 손으로 꼭 잡아 주었다.
“과장님...”
“어...?”
“사랑하는 사람 생기셨네요..”
“어...? 그게 무슨...”
“숨기지 말아요..보여요..무척이나 행복해 보이시네요..저하고 있을 때도 섹스가 끝나면 뭔가 허탈하고..힘들어 보였는데..지금 과장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요..”
“하아...그게 티가 나...?”
“네...저한테는요..”
“어쩌지...”
“조심하세요. 과장님 가정을 깨고 싶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내가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예민한 여자라면 금방 알 수 있을지도...”
“......”
지영은 그 말과 함께 다시 소주 한 잔을 들이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요. 술 맛 안 나네...혹시나 과장님한테 다시 들이대 볼까 했는데..재미도 없고..”
“뭐야...진심이야...?”
“아직도 절 잘 모르시네요..농담이에요...”
지영은 그 말과 함께 혀를 내밀며 메롱을 하고는 나에게 팔짱을 하며 매달려 왔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지영의 가슴 감촉..
“마지막이라고 하면..나와 잠시만 있어줄 수 있어요....?”
환하게 웃고 있는 것 같은데 지영의 얼굴은 어딘가 슬퍼 보였다.
빗물인 듯 눈물인 듯 모를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거부할 수 없었다.
지영이 나에게 주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내가 어찌 지금 지영을 밀어낼 수 있을까..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영과 함께 근처의 모텔로 향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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