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날 009 -----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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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바람피기 좋은 날 009 -----
박부장을 먼저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난 곧바로 택시를 타고 정희씨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도저히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 오늘 회식이라 그랬나?”
“어? 어어..좀 마셨어..”
“아휴~ 술 냄새..”
난 정희씨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그대로 쓰러졌다.
무언가 심적인 편안함과 함께 취기가 몰려오자 잠이 쏟아진다.
“안 씻고 잘 거야?”
“어어..그냥 잘래..”
“씻구 자~!!!”
정희씨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진다.
온 몸에 쏟아지는 나른한 느낌과 함께 난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기절하듯 얼마나 오래 잠든 것일까, 타는 듯한 갈증에 눈을 떠 옆을 보니
정희씨가 내 옆에서 새록새록 잠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술 마시고 오는 날이면 침대 옆에 올려 져 있는 정희씨의 꿀물..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식어 있는 꿀물을 마시니 어느 정도 갈증이 해소가 되었고, 조금 정신이 들어 내 몸을 보니 어느새 잠옷으로 갈아 입혀져 있고 내 몸에선 술 냄새가 아닌 향긋한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아마도 자는 동안 정희씨가 내 몸을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준 것이겠지..
예전에도 이런 기억이 몇 번 있었으니까..
난 잠들어 있는 정희씨의 사랑스런 얼굴을 몇 번 쓰다듬어 주고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었다.
“으음..일어났어요?”
“어..내가 깨웠나..미안..”
“아니..괜찮아요..”
아직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정희씨가 손을 뻗어 내 품에 꼬옥 안겨온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정희씨의 온기..새벽녘이라 그런지 정희씨의 품이 오늘따라 더욱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욕구가 샘솟는다.
난 거침없이 정희씨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고, 정희씨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나를 살짝 밀쳐낸다.
“양치까지는 못 했단 말이에요..으으...술 냄새..”
“아..미안해요..”
“뭘 또 미안해..장난친 건데..”
정희씨가 사랑스런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부드러운 정희씨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와 내 혀와 엉키기 시작했다.
키스만으로 잔뜩 발기해버린 내 물건.. 난 서둘러 정희씨의 옷을 벗겼다.
“하아..왜 이렇게 급해요..천천히...”
“싫어요..오늘은 오늘은 안 그러고 싶어..”
“알았어요..마음대로...”
난 거의 정희씨의 옷을 찢을 듯이 거칠게 벗겨내고는 정희씨의 마지막 남은 팬티, 그 팬티를 벗기지도 않고 옆으로 살짝 제치고 아직 완전히 젖어있지 않은 그 곳으로 내 물건을 밀어 넣었다.
“하아..조..조금만 살살..”
정희씨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그제야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며 내가 너무 거칠게 정희씨를 대했구나란 생각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아..미안..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아니에요. 그런 민수씨의 모습도 좋아..근데 조금만 살살..”
언제 인상을 찡그렸냐는 듯이 정희씨가 다시 환하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그 미소에 정희씨에 대한 미안함이란 감정은 눈 녹듯이 사그라들었고, 난 정희씨의 팬티를 벗겨내고 조심스럽게 그 곳으로 내 물건을 다시 밀어 넣었다.
“하아...하으음...”
정희씨의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온다.
내 물건은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정희씨의 그 곳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있었고, 조금씩 찔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 속살 안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아...하으윽...!”
어느새 완전히 정희씨의 안으로 들어간 내 물건.. 정희씨가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하아..좋아요..민수씨가 너무 좋아..”
정희씨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와 닿는다. 이어지는 부드러운 키스..
그와 함께 난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하아..하아....”
정희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달뜬 신음소리..그 신음소리에 맞춰 우리의 몸은 하나가 되어 뜨겁게 새벽을 불태우고 있었다.
“하아..하아..좋아...좋아요..”
“나도..나도 정희씨가 좋아..”
우리는 서로의 몸에 뜨겁게 키스를 퍼부으며, 평소보다 더욱 더 거칠게 더욱 더 뜨겁게 서로의 몸을 탐했다.
“나..이제 나올 거 같아..이제..”
“안에 해줘요..그러고 싶어..”
“하아..하아..알았어요..”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는 정희씨와 나, 밖은 깜깜하던 밤에서 푸르스름한 새벽을 지나 조금씩 해가 뜨려는지 밝아 오고 있었고 그와 함께 난 정희씨의 몸 안 깊숙이 잔뜩 사정을 해버렸다.
실로 오랜만에 하는 격한 섹스.. 이런 섹스는 지영과 한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다.
몸이 부숴 질 것 같은 그런 섹스..
섹스 후에 우리 두 사람은 완전히 지쳐 버렸고, 서로를 안고 격한 숨소리만을 내뱉었다.
“하아..하아..너무 좋았어..오늘 진짜 남자 같았던 거 알아요?”
“하하..그럼 지금까진 여자 같았어요?”
“아니..그런 말은 아니고..어쨌든 너무 좋았어요”
“나도..나도 좋았어요..”
우린 다시 한 번 부드러운 입맞춤을 나누었고, 30분이라도 눈을 부치기 위해 난 정희씨의 품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잠깐의 숙면, 잠깐 잠을 잔다는 것이 어째 싸한 느낌에 눈이 스르륵 떠졌고, 시계를 보니 출근 시간이 고작 20분 남아 있었다.
난 정신 나간 놈처럼 서둘러 옷을 입고 대충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뛰어나갔고, 정희씨는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고 내가 나가는 걸 보고 침대에 누워 잘 갔다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정희씨의 집에서 나와 난 곧장 대로변으로 달려갔고, 다행히 한 번에 택시가 잡혀서 출근 시간 1분 전에 난 겨우겨우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했는데 왠 일로 부장이 보이지 않는다.
“정현아, 부장님은?”
“아직 안 오셨어요. 어쩐 일로 부장님이 지각을 다 하시네요. 과장님도 지각은 안 하셨는데 겨우 출근시간 맞춰서 오시고 별 일이 다 있네요..흐흐.. 아~! 그러고보니 아직 사장님도 안 오신 거 같은데...아무래도 두 분이서 어제 너무 과음을 하셨나 보네요. 그런데 과장님도 어제 술 드셨어요? 아직 술 냄새가..”
“아..난 어제 저 거래처 박부장이랑..”
“에이~ 부장님 뭐에요~ 그런 자리라면 저도 부르시지..저 이번 주 내내 술 안마시고 어제 회식만 기다려서 술 엄청 고팠는데..아쉽네..”
“그래..미안..다음엔 부를게”
“미안하긴요. 헤헤..말이 그렇다는 거죠. 어! 부장님 나오셨습니까!”
“어..그래”
“나오셨어요”
“어..김과장, 아오 골이야..오늘 아침 미팅은 그냥 건너뛰고, 정현아 너 가서 술 깨는 약 좀 사와라..아주 골이...”
“어제 많이 드셨어요?”
“말도 마라..거의 4차인지 5차인지..아무튼 새벽 5시에 집에 들어간 거 같아..”
“헐..엄청 드셨네요. 알겠습니다. 금방 갔다 오겠습니다”
부장은 정말 술을 어제 엄청 많이 마신건지, 하루도 건너뛰지 않고 하던 아침 미팅도 하지 않고 사장 오면 깨우라는 말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부장의 잔소리 없이 편하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날 인거 같은 기분..
그 기분은 틀리지 않았고, 부장은 하루 종일 골골대며 잔소리 하나 없이 멍하게 앉아 있다 퇴근시간이 되자 칼같이 퇴근해 버렸고 덕분에 우리 부서원들도 하나둘 오랜만에 칼퇴근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에 남겨진 건 나 하나..
다른 팀의 부서원들도 내일이 토요일이다 보니 하나 둘 퇴근하고 사무실에 남겨진 건 나를 포함해 체 5명이 되지 않았다.
“아우..나도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그런 가 피곤하네..그만 퇴근해볼까..”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누구지...’
잠시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고,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아내였다.
“잘 지냈어..?”
“으..은주니?”
“어...벌써 내 목소리도 까먹은 거야?”
“그럴 리가...”
“나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서울 왔다가 이제 가려는 길인데..오빠 회사 앞인데 잠깐 얼굴 좀 볼래?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안 바빠. 기다려”
“응..‘
난 전화를 끊고 정말 이렇게 빠르게 퇴근 준비를 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거의 빛의 속도로 책상을 정리하고 서둘러 회사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아내의 모습.. 그런데 어딘가 달라 보인다.
아내의 머리가 짧아져 있었다. 짧은 단발의 연갈색으로 염색한 아내의 모습..
오래 전 내가 처음으로 아내를 만났을 때 그때 그 모습으로 아내는 돌아가 있었다.
순간 심장이 두근거린다. 얼마 만에 아내에게 이런 느낌을 받아보는 것일까..
“계속 멍하니 그렇게 서 있을 거야? 나 다리 아파..오늘 많이 돌아다녀서..”
“어? 어어..미안..”
난 아내의 말을 듣고 비로소 멍하게 있다 정신이 들어 아내의 손을 잡고 회사 근처의 카페로 데려갔다.
“생각보다 얼굴색이 좋네. 내심 나 때문에 속앓이 해서 얼굴 많이 상하진 않았나 걱정했는데..괜히 걱정했네..”
“아..아니야..그냥 뭐..그렇지..”
“그 사람이 잘해 줘? 그래서 그런 거 아냐? 나랑 있을 때보다 얼굴이 더 좋아 보이는걸..”
“아니야 정말 그런 거 아니야 은주야..”
“뭐..그렇게 심하게 부정할 필요 없어. 그냥 오늘은 진짜 오랜만에 오빠 얼굴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뭐 따지려고 온 것도 아니고..볼 일도 있어서 왔다가 오빠 생각도 나고..이러다 오빠 얼굴 까먹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되고 해서 잠깐 보고 가려고..”
“그럼 다시 가는 거야.. 오늘..?”
“어..내려가 봐야지..”
“다시..안 올라올 거니..?”
“그 질문은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오빠 마음이 정리 되었으면 내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게.. 근데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 오빠에게 내 자리가 없다면 내가 다시 돌아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그...그런 거구나..”
“아직 마음의 정리가 덜 된 거 같네..오빠 얼굴 보니까..”
너무나 날 잘 알고 있는 사람..10년을 넘게 같이 있었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내 얼굴만 봐도..내 눈빛만 봐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니까..
아내의 말대로 난 지금.. 아직까지.. 아내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줬지만 내 마음을 정리를 하지 못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니..어리석게도 두 사람 다 붙잡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아직까지 하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도 두 사람을 다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세상에 사랑은 하나 밖에 없다고.. 어떻게 양 다리를 걸치냐며..
진정한 사랑은 한 명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거라고 그렇게 친구들을 손가락질하고 욕하며 순애보인 척 하던 내가..
이제는 그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오히려 더 심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둘 다 놓치기 싫은 거야..? 이기적이다...욕심쟁이고..아휴...나도 바보 같다. 왜 이런 오빠가 싫지 않지..밉지 않지..오빠를 놓아 버리면 그만인데..왜 그게 안 되지..”
아내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아내의 모습인데..
난 다시 아내를 울리고 말았다.
“나 그만 갈게..오빠 만나서 이런 우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또 울어 버렸네. 나 잡지도 말고 따라 나오지도 마..그냥 오늘은 이렇게 갈게..오빠가 나 잡으면 나 너무 힘들 거 같아..오빠한테 매달려서 울고..제발 돌아와 주면 안 되냐고 그렇게 애원할 거 같아. 나 그런 모습 보이기 싫어..그러니 나오지 마..”
아내가 일어선다. 불과 몇 분 아내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는데..
카페 문을 열고 아내가 나가고 있다.
또 다시 또 다시 그렇게 멀어진다. 몇 달 만에 겨우 본 아내의 얼굴인데..
지금 보고 또 언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점점 멀어져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난 그저 지켜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게 아내의 선택이니까..
그게 내 선택이니까..
아내가 가고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난 하염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잡지 못한 것일까.. 아내의 말처럼 내가 붙잡았다면 내 손에 붙잡힐 사람이었는데..
나란 인간은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랜만에 봐서 그런 것일까.. 아내를 보고 느꼈던 그 설렘은 무엇일까..?
그건 분명히 정희씨를 처음 본 날 느꼈던 그 감정과 똑같은 것이었다.
난 정말 두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아....”
끝도 없이 한숨이 튀어 나온다. 평생 쉴 한숨을 오늘 다 쉴 것처럼..
난 땅이 꺼지라 계속해서 한숨만 쉬어댔다.
머리가 아파온다.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분명히 이렇게 질질 끌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쉽지 않은 선택..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지금 나에게 너무나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에겐 아내도.. 정희씨도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아내인가.. 하는 혹시나 기대에 휴대폰을 재빨리 꺼냈지만
정희씨에게 온 전화였다.
“어. 말해요..”
“오늘 늦어요? 연락이 없어서..”
“아..미안.. 잠깐 누구 좀 만난다고..저녁은 먹었어요?”
“나야 먹었죠..”
“아직 퇴근 안 했죠? 나 지금 가게로 갈게.. 잠깐 얘기 좀 할래요?”
“어..와요...근데 무슨 일 있어요? 목소리가...”
“가서 말할게요..”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요..”
전화를 끊고 난 겨우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발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에 아래를 보니 낯익은 장우산이 놓여 있었다.
“어..이건..”
꽤나 낡아 보이는 우산에는 여기저기 살짝 살짝 녹도 슬어 있었고, 우산살도 두 군데 정도는 어긋나 있었다. 얼핏 봐도 산 지 한참은 된 듯한 우산..
그 우산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내와 연애 초기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비를 피해 있다가 도저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근처에 보이는 건 백화점뿐이라 백화점에 들어가서 대학생이던 당시로서는 거금인 5만원을 주고 산 우산이었다.
아내와 나의 추억이 담긴 우산.. 그 우산을 이렇게 보게 되다니..
나도 모르게 우산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고, 눈앞으로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듯한 느낌에 밖을 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어..비 오는데..”
난 아내가 우산을 놓고 가서 비를 맞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재빨리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한참동안 신호만 가고 받지 않는 전화..
난 다급히 아내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제발 비를 맞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우산 놓고 갔어..밖에 비 온다. 거기는 비 안 오려나..? 비오면 맞지 말고..우산 사든가..아니면 집에서 좀 나와 달라고 하든가 해. 알았지? 절대 비 맞지 마..날씨 추워서 감기 걸려..
문자를 보내놓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내에겐 답장이 없었고, 난 뒤늦게라도 아내가 문자를 보길 바라며 아내의 우산을 들고 카페를 나섰다.
타닥타닥 거리는 소리를 내며 내리는 겨울비..
아내의 우산을 들고 있어서일까.. 예전 추억이 떠오른다.
손만 잡고 같이 걷기만 행복했던 그 시절 기억이..
그리고..나도 모르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왜 소중한 사람이 가까이에 있을 때 알지 못했던 것일까..
왜 그 사람에게 난 상처를 주고.. 돌이킬 수 없게 이렇게 멀리 와버린 것일까..
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인데..
눈물이 시야를 가린다. 앞이 뿌옇게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알람 소리와 함께 도착한 한 통의 메시지, 아내였다.
-비 온다 그래서 챙겨 왔는데 버스 안인데 아직은 비 안와.. 도착해선 모르겠네. 비 온다니 잘 됐네..오빠 덤벙거려서 그런 거 잘 안 챙기잖아. 내 우산 쓰고 집에 가면 되겠다..
-어..내가 좀 덤벙거리지..날씨 확인도 못했다..비 오는지 안 오는지..비 안 온다니 다행이네..조심해서 잘 들어가고..
-응 오빠두..
짧은 메시지로 주고받는 대화.. 근데 그게 왜 이리 슬플까..
언제나 날 챙겨주던 아내의 모습.. 그런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아침잠이 많아서 정신을 못 차리고 출근하는 나에게
비가 오면 우산을 따라 나와 꼭 챙겨주고, 아침도 못 먹고 나가면 간단한 간식거리 하나라도 가방에 꼭 챙겨주는 아내였기에..
“보고 싶어..보고 싶고 너무나 미안해..”
도저히 더 이상은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는다. 주변의 사람들이 봤을 때 얼마나 찌질하고 바보 같아 보일까.. 멀쩡하게 생긴 아저씨 같은 남자가 비 오는 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찌질하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그런 게 뭐 어떠리.. 지금 나에겐 그런 건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 날 어떻게 쳐다봐도 좋고 상관없었다.
다만..다만..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아내만큼 아내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늘 아내는 나보다 더 많이..아끼고 사랑해주었기에.. 난 그에 반에 반만큼도 아내에게 다시
돌려주지 못한 거 같아서.. 그게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으흐흑...”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
내 손에 들려있던 우산은 어느새 바닥에 떨어졌고, 난 그대로 비를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울고 또 울었다. 조금이라도 속이 시원해질 수 있게.. 떨어지는 이 비에 내 죄를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 있게..
얼마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서있었을까..
급격한 한기가 몰려오고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그때 울려오는 한 통의 전화, 정희씨였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왜 그래요?? 온다 그래놓고 안 와서 걱정 되서 전화했는데..어디 아파요? 왜 그렇게 떨려요...”
“어..괜..괜찮아요. 이제 갈게요..조금만 더 기다려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목소리가 너무 떨리는데..”
정희씨의 불안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달되어 오는 듯 정희씨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려왔고, 겨우 난 정희씨를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은 다음 바닥에 떨어진 우산을 들고 회사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지하 주차장의 차가운 기운.. 한 발자국 내 딛을 때마다 몸이 더욱 더 심하게 떨려왔고, 겨우
내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차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히터를 켠 후 잠시 난 몸을 녹였다.
“하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정말 이러다 얼어 죽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는데 따뜻한 바람을 몸에 좀 쐬니까 비로소 다시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가자...가서..이야기 하고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해..”
난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을 꼭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강박관념처럼 파고들고 있었고, 차를 몰아 정희씨의 가게로 가는 내내 어떻게 처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몸이 굳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오래 걸려 도착한 정희씨의 가게에는 희미한 미등만이 들어와 있었고 난 정희씨의 가게 앞에 차를 대고 안으로 들어갔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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