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어 키운 걸그룹 3
멍멍이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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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22:47
업키걸 유은빛(2)
내가 볼 수 있는 아우라의 색은 총 5가지이다.
가수의 파란색, 연기의 빨간색, 예능의 노란색, 내가 연예인으로 키워주지 않으면 서로의 인생에 애로사항이 꽃 피는 보라색.
마지막 다섯 번째 색은 아직까지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분홍색이다.
내가 처음 분홍색 아우라를 본 건 우리 업키걸 멤버들이 아닌 다른 가수를 통해서였다. 현재 업키걸, 레드쉐도우와 함께 걸그룹 트라이앵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VNF의 핵심 멤버 하연과 은솔이 주인공이었다.
그 이후 업키걸의 리더 요나가 분홍색으로 변했고 얼마 뒤에 나머지 4명이 동시에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성적 취향이나 나에 대한 호감도 등을 알려주는 음란한 정보창도 함께 떴다.
그 정보창으로 미뤄 분홍색 아우라는 섹스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됐다. 내가 성관계를 맺을 수 있거나 또는 어떻게든 맺어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연과 은솔이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그를 증명하듯 업키걸 아이들에게 분홍색 아우라가 나타난 이후 잠자리를 가질 기회가 생겼다.
미니앨범 1집 활동이 끝난 뒤 포상휴가로 떠났던 브루나이 여행에서였다.
업친녀들은 내게 노골적으로 섹스어필을 했고 옷 벗기 게임을 유도했으며 자기들끼리는 아예 나와 잠자리를 가질 순번까지 정해놓은 듯 보였다.
그 전에도 내게 끼를 부리기는 했었지만 그처럼 대놓고 들이댄 적은 없었으니 분홍색 아우라의 영향으로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나는 첫날 밤 요나와 섹스를 했다.
에쓰 이 엑스.
쎜쓰.
쎄엒쓰.
좋았다.
암, 좋았고말고.
요나의 요는 요물 요이기 때문에 좋지 않을 이유가 한 개도 없었다.
핫, 하앗! HOT!
하지만 나머지 네 명과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날 은빛이 할머님이 빗길에 넘어지셔서 입원을 하셨기 때문이다. 뇌진탕 증상을 호소하셔서 나와 은빛이가 귀국을 해야 했다.
하루 정도 경과를 지켜본 결과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은빛이 동생이 놀라서 연락을 한 것이다.
거짓말처럼, 그날 이후 아이들과 나 사이에는 그 어떤 썸씽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업키걸이 미친 듯이 바빠졌고, 나 역시 사무실 이사와 함께 반강제적으로 대표직을 맡아버려서 서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그림자의 빛’ 촬영 때문에 2주에 하루 정도는 예전처럼 매니저와 가수 사이로 다니긴 했지만 사방에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뻘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림자의 빛’ 촬영이 끝난 이후로는 더 심해졌다.
천외돌이라는 별명답게 인기가 대기권을 뚫고 나갈 듯 치솟았고, 아이들과 나의 생활 패턴과 활동 반경까지 바뀌면서 회사에서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그런 상태로 1년 반이 훌쩍 지난 것이다.
“은빛. 슬슬 일어나. 거의 다 왔네.”
“아우웅, 잘 잤다. 차 많이 밀렸어?”
“아니, 거의 안 막혔어. 딱 30분 걸렸다.”
“완전 꿀잠 잤네. 내 하루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각오 단단히 해.”
잠시 뒤 목동 본가에 도착했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주변 골목을 두어 바퀴 돌다가 어찌저찌 주차를 마쳤다.
“발 많이 아파 보이던데 쓰레빠 줄까?”
“응. 갈아 신을래. 줘.”
“트렁크에 있어. 잠깐만···.”
차에서 내린 나는 트렁크에서 슬리퍼를 꺼내서 수고스럽게도 조수석 앞까지 직접 배달을 해주었다.
그런데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아는 이 씨바색기가 글쎄 발끝을 까딱거리며 신겨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리야가 자주 하던 갑질 놀이이다.
나는 못 본 척 하며 슬리퍼를 그냥 땅바닥에 툭 내려놓았다.
그러자 차 밖으로 발을 쭉 뻗어서 물장구를 치듯 퍼덕거리며 생떼를 쓴다.
“오빠는 항상 마무리가 어설퍼! 이러면 앞에 했던 친절한 행동들도 다 소용이 없어지는 거야. 마무리 해줘! 마무으리!”
“뭐라는 거야. 그냥 니가 내리면서 신으면 되는걸.”
“나 같으면 그 말 할 시간에 벌써 신겨줬겠다. 은빛이 다리 시려워요. 빨리 빨리이~”
“얘가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빨리, 빨리이~”
“에이 거참 진짜. 야, 발 넣어.”
“오빠가 직접 넣어주세요.”
울컥하는 마음에 한 쪽 발목을 험악하게 쥐고 레밍턴 장전을 하듯 슬리퍼를 장착해 주었다.
“아파, 살살, 살살.”
“다른 쪽.”
“응.”
두 쪽 다 신겨줬는데도 다리를 내리지 않고 일자로 쭉 뻗으며 묻는다. 슬리퍼 끝으로 튀어나온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발톱 색깔 예쁘지? 내가 칠한 거다?”
“우리 씨바 다 컸네. 발톱도 색칠할 줄 알고.”
“나 다리 라인도 쫌 예뻐진 것 같지 않아?”
“그건 잘 모르겠는데. 니 다리 자체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왜, 검스를 안 신어서 눈에 안 들어왔나?”
“뭔 소리야.”
“오빠 검스 좋아하잖아. 살이 살짝 비치는 반투명 검스. 내가 오늘 오빠 생각해서 검스로 신고 올라고 했는데 급하게 오느라···.”
“아 맞다, 너 이씨! 니가 회사 직원들한테 나 스타킹 매니아라고 헛소문 퍼뜨렸지?”
“응. 왜?”
우리 집에서 잠깐 지낼 때 노트북의 야동 목록을 보고는 그때부터 이런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스타킹에는 관심도 없고 이것저것 다운 받아놓은 것 중에 스타킹물과 각선미물이 몇 개 섞여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여직원들이 나를 무슨 변태 취급하잖아. 회식할 때마다 계속 스타킹 얘기 꺼내면서 내 옆에는 안 앉는다고 그러고.”
“푸하하하핰! 아 진짜?”
물론 장난 섞인 행동이지만, 일단 내가 스타킹을 안 좋아하는데 계속 그쪽으로 몰고 가서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겨드랑이 페티쉬라면 모를까···.
언젠가부터 여자의 겨드랑이에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넌 진짜 한 번만 더 헛소문 퍼뜨려봐.”
씨바는 내가 울컥하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조수석 시트에 옆으로 기대서 한참을 꺄르륵 거렸다.
“아, 웃겨. 역시 뮤노 츤장님은 까야 제 맛이지.”
“가자, 엄마 전화 온다. 어, 엄마. 나 지금 집 앞에 왔어. 형네는? 아, 그래? 알았어. 지금 들어가.”
은빛이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나가서 먹을 줄 알았는데 형수님이 뷔페식으로 음식을 준비해 와서 집에서 먹는다고 한다.
엄마와 형수님은 생일상을 준비 중이셨고 아버지, 형, 조카로 이어지는 3대는 거실에서 TV시청 중이었다.
“씽씽거어얼!”
“뭐야뭐야, 이게 누구야? 은빛이야?”
“끼에엑!”
내 뒤에 숨어있던 녀석이 짠! 하고 나타나자 식구들은 격하게 환영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1년이 넘었고, 그 사이에 한국과 일본을 뒤흔드는 거물이 되었으니 신기하기도 하겠지.
나도 1년 만에 온 건데 안중에도 없다.
“이 기집애 그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죄송해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어무 바빴어요.”
“어머, 은빛이 너무 예뻐졌다.”
“형수님도 더 예뻐졌어요!”
“안율아, 은빛 이모한테 인사해야지? 은빛 이모 알지?”
“네, 씨바 이모.”
“히잌, 니가 안율이야? 어디 봐, 왜 이렇게 많이 컸어!”
“씨바 이모 안녕하세요오오.”
“오구오구오구! 이모가 한 번 안아보자! 웃샤!”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삼촌 바보였던 안율이 녀석마저 은빛이를 먼저 반기는 걸 보니 배알이 살짝 꼬인다.
“안율아, 삼촌은 안 보이니? 우리 사이 괜찮았잖아.”
그러자 네 살짜리 녀석이 나를 보며 한다는 말이···.
“삼촌 장가가세요.”
“으, 으응?”
“빨리 가세요. 삼촌 때문에 할머니랑 할부지 주름살이 늘어요.”
“푸하하하핰!”
“큭큭큭.”
형수님이 연습 시킨 모양이다.
손자의 찰진 재롱에 엄마아빠는 헤드스핀을 돌 기세로 박장대소 하셨고 형과 형수는 더 없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은빛이는 안율이 배에다가 푸파푸파를 몇 차례 한 뒤 형수에게 물었다.
“형수님, 저는 뭐하면 돼요?”
녀석은 내가 가족들을 부르는 것과 똑같이 호칭한다.
엄마는 씽씽걸.
아빠는 김규돈 옹.
형은 김윤상 선배.
형수님은 형수님.
“어, 거의 다 하긴 했는데, 저거 식탁에 있는 거 랩만 뜯어서 상으로 옮겨줄래?”
“예, 손 씻고 올 게요.”
“저는 뭐할까요.”
“도련님은 안율이 데리고 거실에서 TV나 보고 계세요.”
“그러겠습니다.”
여자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남자들은 팔자 좋은 팬더처럼 거실에 모여 TV시청을 이어나갔다.
복면가왕 3라운드 마지막 대결이 펼쳐지고 있던 중이었다.
몇 달 전에 리야가 나갔다가 1라운드 광탈했었지.
잠시 뒤 씽씽걸의 생파 상이 차려졌고 축하파티가 시작됐다.
생축 노래 합창, 케익 커팅식, 안율이의 편지 낭독에 이어 은빛이가 가족 모두를 위해 준비한 선물 증정식까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인 알찬 식사자리였다.
내 결혼 얘기만 빼면 진짜 완벽했는데···.
“삼촌 장가가세요오.”
“어, 안율아 삼촌은 틀린 거 같아. 잘하면 안율이가 삼촌보다 먼저 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휴, 이거 말하는 것 봐!”
“엄마도 포기해. 나 진짜 틀린 것 같아.”
“제가 보기에도 오빠는 틀렸어요.”
눈치 없이 끼어든 은빛이와 내 등에 씽씽걸의 손바닥 죽창이 사이좋게 내리 꽂힌다.
―팡!
“아, 아퍼.”
―팡!
“아야, 저는 왜요!”
“니네 업키걸 뒷바라지 하다가 오빠 결혼이 또 늦어진 거 아니야!”
“아닌데! 우리 만나기 전부터 오빠는 원래 연애 고자였어요!”
“에이, 내가 진짜···.”
“아, 맞다. 도련님. 그 분이랑은 연락 안 해요?”
“누구요?”
“제가 소개팅 해드렸던 분이요. 잡지사 다니는 분.”
“아아아, 정아윤 씨요? 가끔 연락해요. 이번에 회사 옮겼다고 톡 왔어요.”
“그 분 도련님이랑 잘 어울릴 것 같던데 왜 안 만나요? 얘기 들어보니까 그쪽에서도 도련님 괜찮다고 했다면서요.”
괜찮았죠.
업나니들이 소개팅 장소에 난입해서 폭망했을 뿐···.
나는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씨바색기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러자 자기도 뜨끔했는지 씽씽걸의 팔짱을 끼며 말을 돌린다.
“엄마, 우리 노래방 가요, 노래방!”
“아휴, 엄마 아빠는 9시만 되면 졸려가지고 안 돼. 너네들끼리 갔다 와.”
“아아앙!”
은빛이가 한 번 더 간청했지만 김규돈 옹마저 피로를 호소하면서 결국 형네 식구들과 노래방을 다녀왔다.
그래봤자 10시가 갓 넘은 이른 시간. 형이랑 맥주나 한 잔 더 할까 했는데, 안율이가 잠이 드는 바람에 형과 형수도 퇴장했다.
결국 은빛이와 단둘이 동네 호프집에서 한 잔 더 마신 뒤 12시가 조금 넘어서 집으로 들어왔다.
현재 부모님 두 분만 살고 계신 본가의 방은 3개다.
안방과 내 방, 그리고 아버지의 영화 감상용 컴퓨터 방.
그 중에서 컴퓨터 방을 예전에 은빛이가 썼었다. 들어와 보니 씽씽걸이 이미 그 방에 이불을 깔아 두었다.
“씨바, 너 먼저 씻을래?”
“음, 좀 아쉽네···.”
“뭐가.”
“술. 더 마시고 싶어.”
“냉장고에 소주랑 맥주 남았을 걸? 한 잔 더 할래?”
“응. 내가 차려 놓을 게 오빠 먼저 씻고 와.”
씻고 나와 보니 내 방에 술상을 차려놓고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혼자 홀짝 거리고 있었다.
“씻어. 갈아 입을 옷 줄까?”
“아냐 챙겨 왔어. 내가 씻고 나와서 선물 줄 테니까 쫌만 기다려.”
그럼 그렇지.
안율이 선물까지 챙긴 놈인데 내 선물만 쏙 빼놨을 리가 없지.
얼마나 대단한 걸 준비했기에 지금까지 숨겨놨을까.
살짝 기대가 되긴 하네.
근데 남은 선물 쇼핑백이 있었나?
잠시 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은빛.
컴퓨터 방에 있던 자신의 버킷백을 들고 내 방으로 건너온다.
내 선물은 그 안에 넣어둔 모양이다.
“이게 원래 반입 금지 물품이라서 박스는 다 뜯어서 왔어.”
“뭔데 그래.”
“명품이야, 명품.”
“오호···.”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선물을 받을 땐 늘 설렌다.
녀석이 가방 속에서 꺼낸 건 반으로 접혀 테이핑 된 쇼핑백이었다. 크기는 작은 소설책만 한데 두께는 좀 된다.
“자.”
“뭐야.”
일본어로 쓰여진 DVD CD 두 장과 텀블러, 500ml 생수병 같은 게 들어있다.
나는 텀블러 표면에 새겨진 영어를 소리 내어 읽었다.
“텐가···?”
“응. 그게 이쪽 세계에서는 샤넬 같은 거래.”
“어디서 들어봤는데··· CD는 또 뭐야.” 라고 묻는 순간, 뇌리를 때리며 지나가는 이미지.
“아···.”
텀블러가 아니라 오나홀이다. 그리고 야동 DVD.
생수병 같은 건 자위용 젤이고···.
“너 뭐하는 놈이야?”
“왜, 왜. 혼자 사는 남자들 선물로 이게 그렇게 좋다던데? 공항에서 걸릴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하아···.”
“틀어봐, 틀어봐.”
“뭘 틀어.”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킹 각선미 시리즈야. 내가 또 그쪽 장르에서 제일 유명한 걸로 구해달라고 했잖아?”
“미쳤냐? 이걸 누구한테 부탁한 건데?”
“다나카 아저씨.”
하아··· 다나카 상······.
일본 측 소속사의 업키걸 담당 매니저다.
나이는 47세.
“설마 내 선물이라고 말한 건 아니지···?”
“당연히 말했지. 내가 이런 선물 줄 사람이 오빠 밖에 더 있나.”
“아······.”
내가 할 말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자 녀석은 책상 위에 있던 내 노트북을 술상 위에 놓고 지가 알아서 DVD를 재생했다.
방문을 닫고 불을 끈 뒤 노트북에 이어폰을 연결한다.
화면을 내 쪽으로 돌리고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사이좋게 내 귀에 한 짝, 자기 귀에 한 짝.
“오오오, 나온다나온다. 오빠가 좋아하는 검스. 응? 좋아?”
녀석은 술기운에 살짝 풀린 눈으로 내 표정을 살폈다.
박치기로 정확하게 인중을 가격하고 싶었다.
“너 제정신이냐?”
“아 왜에.”
“아니다··· 술이나 마시자···.”
얘를 이해시키는 것보다 안율이를 이해시키는게 빠를 것이다.
이어폰을 빼고 따라놓은 소맥 한 잔을 원샷했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그 와중에 씨바색기는 여배우의 대사를 통역하고 앉아 있다.
“내 발에 괴롭혀지는 기분이 어때? 치욕스럽지 않아? 이제 입을 벌려서 내 침을 받아먹어봐. 어서.”
“야, 조용히 해라···.”
“아아아, 너의 바보 같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망코가 흠뻑 젖어버렸잖아. 망코? 망코가 뭐지? 무슨 비속어 같은데 그게 젖었다고? 옷 같은 건가? 오빠 망코가 뭐야?”
“몰라.”
“으··· 근데 맨발도 아니고 힐로 이렇게 밟으면 안 아프나? 오빠, 이렇게 밟아도 안 아파?”
젠장. 섰다······.
업키걸 유은빛(3)
은빛의 팬들은 은빛이가 섹시하다고 한다.
푸, 푸흡!
아무리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그건 아니지 이 양반들아.
섹시오패스에게 세뇌 당했거나 돌려 까는 걸로 생각했다.
내가 봤을 때는 은빛이에게 섹스어필이라고 할 만한 구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섹시함을 느끼는 첫 번째 포인트는 단연 외모다.
대표적으로는 가슴, 허리, 골반, 다리 정도가 되겠고, 개취에 따라 손이나 발목, 목선 따위의 특수부위를 선호하는 남자들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 보다는 몸매를 따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남자에게는 몸매가 주는 시각적 섹스어필이 무엇보다 강렬하다.
하지만 은빛이는 어떠한가.
가슴은 본인 스스로 콤플렉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빈약하고 허리라인과 골반은 통짜다.
본인은 자신 있다는 엉덩이는 내가 보기엔 그냥 평범한 수준.
‘은빛이의 섹시한 부분을 한 가지라도 말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려서 섹시한 부분을 굳이, 구우우욷이 꼽아야 한다면 그나마 백옥 같은 피부 정도?
내가 여자의 외모를 볼 때 피부를 좀 따지는 편인데, 내가 본 인류를 통틀어서 은빛의 피부가 가장 좋고 뽀얗다.
하지만 구릿빛의 건강한 피부라면 모를까, 대중적으로 따졌을 때 하얀 피부를 섹시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애초부터 유은빛은 귀여움에 몰빵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유은빛 때문에 서버린 거냐고···.
단순한 발기였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오묘한 감정이 동반된 발기였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분위기, 그래, 분위기겠지.
술기운과 분위기에 취해버린 거야.
“이렇게 하면 아픈 거 아니야?”
노트북 화면에서는 검정스타킹, 가터벨트, 하이힐 3종 세트를 착용한 여배우가 남자배우를 바닥에 눕혀놓고 발로 능멸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불알을 하이힐 끝으로 툭툭 치자 은빛이가 나를 향해 재차 물었다.
“이렇게 해도 안 아파?”
“아프겠지.”
“근데 왜 이렇게 해?”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보지.”
“으힝? 꼬추를 발로 차는 걸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오빠도 그런 거 좋아해?”
“아니. 난 이런 취향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왜 봐?”
“니가 사온 거거든?”
“아아, 맞다. 그럼 다른 거 틀어볼까?”
“맘대로 해라.”
은빛이는 CD를 바꾸기 전에 뒷부분을 확인해보려는지 건너뛰기로 휙휙 넘겼다.
CD 케이스가 없어서 몰랐는데 전체적인 컨셉은 팸돔이었다. 몇 개의 에피소드 전체가 여자가 남자를 일방적으로 능욕하는 장면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은빛이는 결국 코를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이런 건 별로다. 사랑을 해야지 왜 괴롭히고 그래. 딴 거, 딴 거···.”
발기된 하복부가 영 불편하다.
앉은 자세 때문에 고추가 위로 자연스럽게 솟지 못했다. 옆으로 삑사리가 나서 팬티의 허벅지 밴드 바깥으로 대가리를 내민 것 같다.
나는 고추를 12시 방향으로 자리 잡아 주기위해 은빛이가 CD를 갈아 끼우는 틈을 타서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
“이거 오빠가 해봐. CD가 안 나와.”
움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은빛이에게 고추손을 딱 걸렸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손을 뺐지만 녀석의 미간에는 이미 주름이 잡혀 있었다.
다른 여자들 같으면 봤어도 모른 척 넘어갈 텐데, 순진무구한 은빛이에게는 그런 것 따위 없다. 궁금한 게 있으면 아이처럼 대놓고 물어보며 이유를 따진다.
“아, 뭐야. 왜 거기에 손을 넣고 있어. 혹시 이상한 짓 한 거 아냐?”
“아이씨, 그런 거 아니야. 배 긁은 거야, 배.”
“아닌데, 더 아래쪽으로 손이 들어갔구만.”
“됐고. 뭐가 안 된다고?”
“아, CD가 안 열려.”
“안 열리긴 왜 안 열려. 버튼 다시 눌러봐.”
―꾹
―지잉
“어? 되네.”
“거봐. 지가 제대로 안 눌러놓고는···.”
“흐크킄,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얼렁뚱땅 잘 넘어갔다.
나는 은빛이의 뒤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두 번째 DVD를 재생한 은빛이가 나를 향해 손짓한다.
“쫌 가까이 와봐.”
“아 왜.”
“이어폰 선 안 닿잖아.”
“너 혼자 봐.”
“그럼 그냥 이어폰 빼고 소리 틀어버린다? 안방까지 다 들리게.”
“에헤이, 진짜···.”
못 이기는 척, 밥상 앞에 가서 앉았다.
아까처럼 이어폰 한 쪽을 내 귀에 삽입해주는데···.
읏.
아까와는 달리 귓가에 살짝 닿는 은빛이의 손길에 소름이 끼쳤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지만 다행히 은빛이는 보지 못했다.
이거 뭔가 위험한 분위기인데.
이러다가 나랑 은빛이랑······.
아이엠 그루트.
앉은뱅이 밥상 위에 노트북이 올려져있고 은빛이와 나는 나란히 앉아있는 자세다.
바닥에 내려놓은 잔에 소맥을 채워 건배를 하고 반쯤 들이켰다.
그 사이 두 번째 야동의 오프닝 화면이 시작됐다.
키보드를 눌러 세 컷 정도 스킵으로 넘기자 은빛이가 감탄한다.
“올, 역시 손동작이 능숙하네.”
“나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야동 잘 안 보는 편이다.”
“아~ 잘 안 보는 사람이 야동을 외장하드에다가 그렇게 모아놓는구나. 그럼 대체 잘 보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라는 거야?”
“니가 남자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남자들 대부분 야동 모아. 은찬이도 모을 걸?”
“응. 걔는 어렸을 때부터 나한테 몇 번 걸렸어. 나 몰래 야동 다운 받다가 헬리코박터도 걸렸었고.”
“바이러스겠지.”
“어, 바이러스. 흑큭큭킄.”
은빛이가 가져온 두 번째 야동은 스타킹 착용을 기본으로 하는 마사지물이었다.
남자 마사지사가 여자의 전신에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를 해주는데,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를 문지르는 장면에서 잠시 수그러들었던 고추가 다시 단단해져버렸다.
언제부턴가 겨드랑이 페티쉬가 생긴 나에게는 엄청나게 자극적인 장면이었다.
굳이 통역을 안 해도 이해가 되는 구간이지만 은빛이는 일취월장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여자의 대사를 통역해주었다.
“여자가 기분이 이상하다면서, 원래 이렇게 다 벗고 하는 거냐니까 남자가 원래 이런 거래.”
“어.”
상체 마사지에 이어 하체 마사지로 넘어갔다.
카메라 앵글이며, 여자배우의 포즈며, 각선미 추천작답게 하체에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난다.
스타킹 플레이는 딱히 관심이 없는데 오일이 발라진 검정스타킹은 엄청 야릇했다.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여배우의 대사가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아예 대화가 끊겼다.
그에 따라 은빛이도 조용해졌다.
녀석의 얼굴을 흘끔 쳐다봤다.
앗, 아아.
볼까지 발그레해져서 완전 초 집중 모드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화면에 들어가겠다?”
“어···?”
“내 선물 맞아? 니가 보려고 산 거 아니고?”
“그런 거 아니야. 이거 보니까 저번에 태국 갔을 때 마사지 받던 거 생각나서 그래. 레알루다가 욘나 시원했는데···.”
“어깨 주물러줄까?”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물론 매니저 시절에는 아이들의 뭉친 어깨나 허리를 주물러주긴 했지만, 굳이 지금 분위기에서는 아니지 않은가.
마사지물 야동을 보면서 마사지를 해주겠다는 건 시커먼 속내를 너무 드러내는 건데, 내가 그런 속내를 드러내 버린 건 아닌지 내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무의식중에 은빛이를 섹스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
은빛이가 섹시하지 않다느니 어쩌느니 한 주제에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그래!”
은빛이가 흔쾌히 톤을 높여 대답했다.
물은 엎질러졌다.
나는 녀석의 등 뒤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승모근을 지압했다.
고추는 여전히 서 있는 상태고,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야동 배우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음부를 정신없이 공략당하고 있는 중이다.
“아으응 시원하다··· 많이 뭉쳤지?”
―아, 아, 아응!
“아니, 완전 말랑말랑한데?”
―아아아아아앙!
“그, 그래?”
―아아, 아아! 꺄아아아아앜!
내일이 없는 것처럼 흔들어댄 핑거플레이 끝에 결국 여배우의 분수가 터져버렸다.
은빛이는 조금 놀란 눈치다.
“대박. 여자 오줌 쌌다···.”
“음···.”
“저렇게 오줌을 싸버리면 남자가 정 떨어지지 않을까?”
“저건 오줌이랑은 조금 다른건데···.”
“아, 진짜? 그럼 뭐야?”
“오줌은 오줌인데 여자도 너무 흥분해서 사정을 한 거지.”
“여자도 사정을 한다고?”
“다 그런 건 아닌데 하는 여자도 있대. 어느 부위를 자극하면 저렇게 된다던데.”
“으, 그래도 내가 남자라면 별로일 거 같아.”
잠깐.
왜 이 대목에서 라희가 생각나는 걸까.
음란마귀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는지, 며칠 전 바닥에 오줌을 쌌던 라희가 떠오른 것이다.
······그, 그건 소변이 맞았겠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웅덩이가 고였었는데 설마 다른 액이 그 정도로 흘러나오진 않았겠지······.
“어깨 별로 안 딱딱하면 나 허리 주물러줘.”
“어.”
나는 귀에 거슬리는 이어폰을 뺀 뒤 꼿꼿이 앉은 은빛이의 척추 주변을 양쪽 엄지로 꾹 눌렀다. 그러자 은빛이는 “으컁!”하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나동그라졌다.
자기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걸 느꼈는지 민망하다는 듯 픽픽 웃는다.
“욘나 간지럽잖아.”
그러고 보니······.
―――――――――――
―이름 : 유은빛
―나이 : 21
―키 : 160cm
―몸무게 : 47kg
―나에 대한 호감도 : S
―성욕 : 조건부S
―성 개방지수 : 조건부S
―성 판타지 : 김윤호
―핀 포인트 : 등허리 전반부
―――――――――――
맞았다.
혹시나 해서 음란한 정보창을 확인한 결과, 아니나 다를까 은빛이의 성감대가 바로 허리 부근이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이것은 심장의 울림인가 아니면 음경의 울림인가.
내 손짓 하나에 허물어지는 은빛이를 보니 순간적으로 뭔가가 훅 치고 올라왔다.
나는 옆으로 누워서 킥킥 거리고 있는 녀석을 바닥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허벅지에 올라타 날개뼈 부위를 지압해주었다.
브래지어 어깨 끈이 느껴진다.
“바닥 딱딱하지? 이불 깔아줄까?”
“아니야, 괜찮아··· 아우으응···.”
“시원해?”
“으흥··· 시원해. 아으···.”
급하게 들이킨 소맥의 취기가 슬슬 올라오는 건가.
은빛이의 앓는 소리마저 묘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이거 마구니가 끼어도 단단히 낀 것 같다.
나는 어떤 선을 넘어버렸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음 한 곳에서는 이미 불쾌한 죄책감을 정당화 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어차피 그때 브루나이에서 하려고 했었잖아.
정보창도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었고···.
은빛이도 원하고 나도 원하는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없지.
꿀꺽.
견갑골을 지나 등의 중앙 부위로 포인트를 옮겨 척추기립근을 꾹꾹 눌렀다.
노트북 화면이 내 오른쪽에 와 있다.
힙하고 합했던 핑거플레이를 끝낸 배우들의 체위도 바뀌었다.
이번에는 남자가 안마 침대로 올라갔고, 개처럼 무릎 꿇은 여자가 펠라치오를 시작했다.
은빛이는 여전히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눈을 감고 엎드려 있어서 화면은 볼 수 없었지만 후르릅 쫍쫍 거리는 소리만큼은 꽤나 자극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녀석의 티셔츠가 눅눅하고 후끈하게 달아올라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막혔던 뭔가가 터지듯 신음 같은 콧소리가 훅 새어나왔다.
“으··· 흥···!”
그 야릇한 콧소리 한 방이 뜨겁게 달궈져있던 내 인내심도 터뜨려버렸다.
은빛이의 순수한 섹치미에 당해버린 것이다.
나는 티셔츠 밑으로 손을 넣어 촉촉하게 땀이 배어나와 있는 맨 등을 어루만졌다.
가히 불세출의 피부 천재답다.
내 생전 그 누구에게도 느껴본 적 없는 몹시도 부드럽고 매끈한 촉감의 꿀 피부였다.
은빛이는 맨 살에 손이 닿은 걸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는 건지 내 손길에 거부감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만 숨소리의 패턴이 미묘하게 달라졌을 뿐.
허리의 위아래를 몇 차례 어루만지다가 뭔가에 홀리듯이 브래지어 훅을 톡. 풀었다.
은빛이는 숨을 흡. 멈췄다.
내 손은 양쪽으로 풀어진 끈의 라인을 쫓아 몸통의 옆구리를 타고 내려갔다.
바닥에 짓눌린 옆 가슴이 도톰하게 삐져나와있다.
나는 이제 틀렸다.
그동안 꾹꾹 담아 눌러놨던 성충동이 풀어 헤쳐져 마치 벌에 쏘인 망아지처럼 걷잡을 수 없이 날뛰고 있다.
꼭지, 꼭지를 만지고 싶다!
은빛이의 젖꼭지가 어떤 모양새로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내 손길이 바닥과 가슴 사이를 파고들 기미가 보이자 은빛이는 몸을 살짝 들어서 내 손이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게 숨통을 열어주었다.
망설임 없이 손을 밀어 넣은 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유두를 끼워 넣으며 가슴 전체를 살짝 움켜쥐었다.
“으흫···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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