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어 키운 걸그룹 8
멍멍이a
0
21
0
06.26 22:57
머더퍽커(어머니)….
“어, 고마워.”
애써 침착한 척 했지만 등줄기가 싸늘하다.
란이 입장에서는 마사지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팬티까지 벗길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얼마 전 태권도학원 관장이 소속 학생에게 마사지를 해준답시고 성추행한 사건이 보도 됐었는데, 란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괜히 찔리고 뜨끔하다.
당황하기는 란이도 마찬가지였다. 웬만해서는 표정의 변화가 없는 녀석인데 시선이 갈피를 잃었고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다리가 쭈뼛쭈뼛 거렸다. 그러다가 나갈 타이밍을 놓치고는 괜히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이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한다.
“어··· 대표님, 라희 괜찮아요? 제가 주물러 준다고 했을 때는 아프다고 했는데···.”
“어, 살살 주무르니까 괜찮아 진 것 같아.”
“물··· 어디다 놓을까요?”
“어어, 그냥 줘. 지금 마실게.”
“예.”
마사지를 잠시 멈추고 란이가 건네는 머그컵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컵이 전달되면서 손가락끼리 살짝 부딪치던 그 순간.
“아읗!”
란이가 정전기라도 온 듯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는 것이 아닌가.
그 탓에 컵이 바닥에 떨어졌고 놀란 란이의 입에서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고향이 부산이라서 당황하면 사투리를 쓴다.
“엄마야, 와 이라노. 죄송해요.”
“안 다쳤어?”
“예. 전 괜찮아요.”
컵이 두꺼워서 깨지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쏟아졌다.
“제가 닦을게요.”
······설마 에스테틱 갓 핸드 때문인가.
정전기라기에는 란이의 표정과 반응이 꽤나 야릇했다.
이후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내가 라희의 하체를 마사지 하는 동안 란이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감쌌던 수건으로 바닥의 물기를 닦았다.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라희는 애매한 신음을 계속 토해냈고 란이는 혹시라도 내가 몹쓸 짓을 하는지 흘끗거렸다. 꼴에 한 집 사는 연습생 언니라고 감시하는 것 같다.
그 사이 하체를 뒤덮었던 보라색 반점은 어느새 중요 부위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보라색 팬티를 입은 듯 딱 삼각형 모양이다. 보드라운 털.
나도 미친놈이지.
손이 닿는 곳마다 보라색이 사라지다보니 뜬금없이 예술 혼이 불타서 팬티 모양을 내 버리고 말았다.
이제 이 중요한 부위를 어루만져야 하는데 란이는 어쩐다.
신경 쓰여 죽겠다.
고작 물 한 컵 쏟았을 뿐인데 걸레를 몇 번이나 짜면서 왔다 갔다 거리고 있다.
자기도 민망한지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린다.
“침대 밑에까지 들어갔네. 이거 바로 안 닦고 장판에 스며들면 곰팡이 생기는데···.”
“대충 해. 어차피 보일러 돌리면 마를 텐데 뭐.”
“그래도 할 수 있는데 까지는 닦아야 돼요. 침대 나무도 막 뜨고 그래요.”
침대 프레임이 수납장으로 된 구조였다.
녀석은 서랍을 빼서 그 안을 닦았다.
조금 의외였다.
집안 일 같은 건 전혀 관심 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곰팡이도 걱정하고 나무가 물 먹으면 뜨는 것도 알고 의외로 가정적인 면이 있구나.
무엇보다 의외였던 건 가슴이었다.
평상시 옷 입는 스타일을 보면 몸매부심, 슴부심이 있는 것 같고, 키는 작은 편이지만 그만큼 다부지고 볼륨감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완전 뽕빨이었다.
내 쪽으로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인 자세라서 늘어진 넥 라인 너머로 가슴이 젖나라하게 보인다. 그런데 브래지어의 두꺼운 패드가 보인 것이다. 가슴과 패드 사이에 공간이 살짝 떴는데 꼭지까지 보일 정도였다.
뽕은 뽕이고.
다른 여자들 같으면 못 본 척 지나갔겠지만, 소속사 대표로서 평상시에 몸가짐을 잘하라는 뜻으로 퉁명스럽게 한마디 해줬다.
“야, 가슴 보이잖아.”
그러자 상체를 살짝 세우더니 이제야 평소의 덤덤한 말투로 돌아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다.
“라희는 바지도 까고 있는데 뭐 어때요. 둘이 이상한 짓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이상한 짓은 무슨 이상한 짓.”
“이상한 짓이 뭐 그 짓 밖에 더 있나. 그리고 가슴 좀 보이면 어때요. 딴 사람도 아니고 대표님인데. 대표님 어차피 저 여자로 생각 안 하잖아요.”
“아니, 나 말고. 평상시에 잘하라고.”
“밖에서는 이런 각도로 허리 숙일 일 없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어차피 저한테 관심도 없으시겠지만.”
에이, 말을 말자.
란이에게 관심을 끄고 마사지의 피날레를 시작했다.
라희에게는 손가락으로 해당 부위를 동그랗게 그리면서 설명을 했다.
“라희야, 미안한데 여기랑 허벅지 사이를 좀 풀어야 할 것 같아. 엉덩이 쪽도.”
“예, 괜찮아요··· 대표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아픈 건 거의 없어졌지? 다리 뒤틀렸던 건 원래대로 돌아왔어.”
라희는 ‘누구 솜씬데 당연하죠’라는 신뢰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오히려 망란이 놈이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어? 대박. 진짜네? 대표님 혹시 마사지 자격증 같은 거 있어요?”
“없어.”
“겁나 신기하네. 어떻게 한 거예요? 진짜 심각했었는데.”
“엔터 대표하려면 이런 건 기본이지.”
장난으로 대충 넘기면서 라희의 다리를 어깨 넓이로 살짝 벌렸다.
그런데 망란이 새끼가 글쎄 병신 같은 직언을 해서 분위기를 좆같이 만드는 것이 아닌가.
“어, 라희 짬지에서 물 나왔다.”
“큽! 야이씨!”
“왜요.”
“넌 애한테 무슨 그런 말을···.”
“그래서 짬지라고 했잖아요. 어른이었으면 보지라고 했지.”
라희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어졌다.
얼굴에 보라색 반점이 생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붉으락푸르락 타오른다.
근데 이게 애액인지 소변인지는 몰라도, 육안으로 확 티가 날 정도로 뭐가 많이 나오긴 많이 나왔다. 허벅지 밑 하늘색 시트가 이미 손바닥만 한 크기로 축축하게 젖어있다.
망란이도 얼굴을 빼꼼 내밀어 그 자국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위로랍시고 주절주절 덧붙인다.
“어마야, 라희가 물이 많은 편이네. 괜찮아,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언니도 타이 마사지 받을 때 물 많이 나와. 솔직히 마사지 받으면 기분 좋아지잖아. 언니는 오르가즘도 느끼는데 뭐. 그래서 꼭 남자 마사지사한테 받아. 태국 애들 중에 은근 잘생긴 애 많다?”
“야, 너 나가라.”
“왜요.”
“니가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 거리니까 신경 쓰여서 집중을 못 하겠어.”
“헐. 집중을 안 했는데 이 정도예요? 집중했으면 우리 라희 어쩔 뻔? 얘 아직 남자랑 한 번도 안 해봤다는데.”
라희는 부끄러움을 넘어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나는 진지하게 정색했다.
“나가라고 했다.”
“암말 안 하고 조용히 있을게요.”
“문 닫고 나가라고.”
“예.”
망란이는 그제야 분위기 파악을 하고 방에서 나갔다.
다시 라희와 둘만 남은 방 안.
조용하면 더 어색할 것 같아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쟤 왜 저러냐. 진짜 미친놈 같애.”
라희는 말없이 입술만 움찔움찔 거린다.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치골 부위―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며 녀석이 어색하지 않게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아, 맞다. 너랑 팀 할 수도 있는 새 멤버 찾았어.”
미오 얘기였다.
라희는 그제야 관심을 보이며 “아, 진짜요?”하고 입을 뗐다.
“응. 근데 노래랑 춤은 아예 배운 적이 없다네.”
“아흐응··· 몇 살이에요? 아···.”
“99년생, 스물한 살.”
“으흥, 읏··· 란이 언니보다 언니네요?”
아니. 언니가 아니라 오빠야.
잠깐만. 스물한 살이면 군대는 어쩌지?
학교 같은 걸로 연기 안 했으면 영장이 나왔을 나이 아닌가?
이따가 물어봐야겠다.
정보창 이 새끼는 대체 뭔 생각으로 남자애를 추천한 건지 모르겠네.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몰라.”
“빨리 보고 싶다··· 흣, 그럼 연습실흔 언제부터흐 나와··· 욬힝킹!”
이것도 참 못 할 짓이구나.
라희가 결국 절정을 맞은 것 같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신음을 흘리고 몸을 떨어대더니, 손바닥이 허벅지 사이로 들어가자마자 터진 것이다.
허리와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린다.
“라희야, 그냥 빨리 끝낼게.”
“예, 예히잉!”
나는 라희의 양쪽 발목을 한 손으로 잡아서 올린 뒤,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엉덩이에 묻은 보라색을 없애나갔다.
이렇게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흘러나온 의문의 액 때문에 마찰 소리가 너무 음란했다.
―즐척즐척즐척즐척
“아흥, 아읏!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표니이임!”
“미안해미안해, 거의 다 됐어.”
그래도 몸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뒤틀리면서 엉덩이 쪽은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아이엠 그루튼데···.
―철퍽철퍽철퍽철퍽
아씨, 물이 얼굴에 튀고 난리 났다.
라희의 신음은 거의 비명으로 바뀌어갔다.
“아아아아아앙! 하읗, 꺄아아아앙!”
“어어, 그래. 거의 다 됐다. 쫌만 참자.”
“못 참겠어요, 그만 할래요, 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앜!”
“됐다, 됐다, 이제 아이엠 그루트만 하면 끝나. 다리 살짝 벌려볼까?”
하지만 녀석은 이미 제 몸을 컨트롤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자전거를 타듯 다리를 계속 동동거려서 내 어깨와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한쪽 발목을 잡고 힘으로 고정해야했다.
“이제 진짜 마지막.”
발목을 잡고.
“소리 지르고 싶으면 이불 뒤집어쓰고 질러.”
벌려서 고정한 뒤.
“갈게···.”
발갛게 달아오른 정갈한 아이엠 그루트를 손바닥으로 덮고 잽싸게.
―촵촵촵촵촵촵촵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옳지, 옳지, 끝났네. 다 됐다! 수고했어. 어이, 잘 참았다. 착하네, 우리 라희.”
“아흑··· 하윽! 흑······!”
후우, 녀석과 나 모두에게 역대급 승부였다.
마지막으로 반점이 남아 있는지 점검해보자.
나는 힘을 잃은 채 축 쳐져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라희의 하체를 꼼꼼하게 돌려보았다.
그 손길조차 자극적인지 흐극흐극 신음을 삼킨다.
없다.
깔끔하다.
보드랍고 뽀송뽀송하던 털과 시트, 내 손만 엉망진창으로 젖었을 뿐이다.
나는 라희의 하반신에 이불을 덮어준 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어깨로 닦아냈다.
어려운 수술을 마친 의사가 된 기분이다.
흠뻑 젖은 손을 닦으러 가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잘한다, 잘해. 대표 하라고 앉혀놨더니 지금까지 이러고 놀고 있었던 것이야?”
“지금 뭐 한 거예요···?”
쿠궁!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어느 틈엔가 열린 문 너머에 알리야와 서원이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머더퍽커(어머니)···.
“아, 깜짝이야! 너네 뭐야!”
“알리야가 하고 싶은 말이자너! 케이와이에이치 공팔삼공! 견찰서 가고 싶어! 어!”
“하···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얘들아, 그래. 당연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지. 근데 그런 거 아니니까 일단 내 말부터 들어봐.”
집착천재, 질투귀신 한서원의 타깃은 라희로 넘어갔다. 눈 주위가 새빨갛게 물들어서 라희를 노려본다.
알리야는 쯧쯧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런 빼박캔트 시츄에이션을 어떤 식으로 변명할지 너무 기대되자너. 뭐 근육이 뭉쳐서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 이딴 식의 뻔한 말이 아니길 바랄 뿐이야.”
“그거 맞는데.”
“왓 더···?”
“너희도 알다시피 라희가 가끔 다리 마비가 오잖아. 그때 마사지로 풀어주면 나아지더라고.”
서원이가 싸늘하게 비아냥거린다.
“오구오구, 우리 윤호. 고작 생각해낸 게 그거예요?”
“진짜라고. 라희한테 물어봐. 지금 말고 나중에.”
“걔 상태 봐요. 그게 지금 마사지 받은 애 얼굴이냐고요. 누가 봐도··· 하아······ 야, 연습생. 일어나봐.”
“한서원 그만해라. 얘 방금 전까지 다리 경련 와서 울다가 이제 좀 괜찮아진 거야.”
“지금 누구 편드는 거예요? 짜증나. 나한테 고작 이런 꼴 보여주려고 일본에서 부른 거예요?”
“내가 부른 게 아니라 니가 온 거거든.”
“죄송해요, 언니···.”
정신을 조금 차린 라희가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확 짜증이 치밀었다. 그래서 라희의 어깨를 잡아서 다시 눕혀놓은 뒤, 한가놈과 알가놈을 향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싸늘하게 경고했다.
“너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해봐. 내가 그럴 사람 아니라는 거 너네가 제일 잘 알잖아. 일단 나가, 나가서 얘기해.”
이렇게까지 화를 내면 당연히 깨갱이지.
“알았어요···.”
“그래, 랑깡깡이 그럴 사람은 아니자너···.”
업키걸 한서원(1)
라희&망란쓰 숙소와 회사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나는 서원, 알리야 시한폭탄 듀오를 데리고 숙소 빌라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알리야가 내 어깨를 콕콕 찌른다.
“랑깡깡.”
“왜.”
“알리야는 따로 볼 일 있어서 가봐야 하니까 서원 언니 좀 잘 부탁해.”
내 이름인 김윤호를 빠르게 발음하면 기뮤노.
뮤노를 줄여서 뮨.
그 뒤에 멍멍이의 야민정음인 댕댕이를 붙이면 뮨댕댕.
업키걸 5호기 알리야가 나를 부르는 최고 애칭이다. 겉으로 보면 귀여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개처럼 복종하라는 섬뜩한 표현이 담겨있다.
애칭은 녀석의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고 대부분 ‘알리야어’로 이뤄져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불리는 3단계는 이거다.
뮨댕댕 > 뮨뮨 > 랑깡깡(평범하지만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는 사람)
아까 택시 안에서 전화를 할 때만 해도 최고 애칭인 뮨댕댕이었는데, 라희의 안마 모습을 본 이후로 자연스럽게 랑깡깡으로 2단계 하락했다.
“볼 일? 무슨 볼 일.”
“레이디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줘야지.”
“아직까지 급식체 쓰는 주제에 레이디는 개뿔.”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어. 2020년 되면 뉴타입 프린세스 알리야를 경험하게 될 것이야. 암튼 난 여기서 빠빠이 할게.”
오른쪽으로 가면 회사, 왼쪽은 큰 도로로 향하는 골목이었는데 알리야는 왼쪽으로 방향을 튼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서원이에게 물었다.
“쟤는 한국 왜 왔어?”
“오고 싶으니까 왔겠죠.”
대답이 퉁명스럽다.
퉁명한 이유를 바로 덧붙인다.
“오랜만에 봤는데 이게 뭐야. 솔직히 안마 해준 거라고 해도 기분 더러워. 대표님이 왜 연습생 안마를 해주냐고. 내가 붙여줘요? 개인 안마사?”
“야, 내가 설마 돈이 없어서 직접 해줬겠냐.”
녀석은 눈빛으로 나를 때리면서 바득바득 쏘아붙였다.
“그럼 왜. 왜. 왜. 그것도 바지까지 벗겨서. 어우, 짜증나. 손 씻었어요?”
“아, 맞다. 씻으려다가 너네 들어와서 깜빡했네.”
“후우······ 내 옆에서 떨어져요. 당장.”
“응.”
한걸음 옆으로 비켜서자 그걸 가지고 또 꽥꽥 거린다.
“아씨. 가란다고 바로 가는 게 더 짜증나네. 다시 옆에 붙어요.”
“응.”
“팔짱 껴요.”
“어쭈, 은근슬쩍 너무 나가는데? 나 잘못한 거 없다. 떳떳해.”
“씨이···.”
업키걸 2호기 한서원.
메인보컬, 집착 담당.
1997년생, 올해 23살.
―신장 : 163cm
―몸무게 : 47kg
―업적 : ‘노래해듀오’ 왕중왕전 퀸(With 설대진), 보컬 전문가가 선정한 아이돌 보컬 Top3(걸그룹 중 1위)
―매력 포인트 : 카톡 폭탄, 살해 협박, 동반자살 권유
―취미 : 게임
홍이와 함께 팀 내 맏언니이고 겉으로 보이는 성격도 가장 세지만 현실 서열은 꼴찌. 쭈굴대마왕 은빛이가 이겨먹는 유일한 멤버.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어려워하는 회사 최고 존엄 염대표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걸 보면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듦.
학교폭력, 가정폭력 2연타로 인해 2년 동안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히키코모리 생활.
내가 회귀 전에 은빛이를 제외하고 실물로 목격했던 유일한 멤버인데, 당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었음. 히키코모리 생활을 깨고 ‘노래해듀오’라는 음악 예능에 참여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일진루머에 억울하게 휘말리며 매장 당함.
회귀 후에 노래해듀오 촬영장에서 만나 팀 합류 설득.
가정폭력 주범인 아버지에 대한 증오 때문에 정신적으로 불안정. 그것이 집착과 의심, 질투, 피해망상 등으로 표출.
그 집착질은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서 사생팬이 아닌 사생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팬들에게 집착함.
하지만 연예인이 팬한테 집착하는 게 흔한 상황은 아닌지라, 그런 걸 좋아하는 성향의 팬들은 서원이를 ‘퀸서원’, ‘서원리스 타르가르옌’으로 부르며 노예화를 자처.
보통 팬 사인회에 참가한 팬들은 멤버들과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얘기도 하고 사인도 받는데 서원이 팬들은 그딴 거 없음. 가림막에 의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무조건 서원이 앞에 줄 서서 대기.
‘서원이가 신는 삼디다스 쓰레빠로 뺨 맞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기괴한 개인 팬클럽까지 생겼다.
홍이와 함께 남성 잡지 맥심의 표지모델을 한 적이 있었는데 특유의 퇴폐미를 선보이며 이미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야생여우를 닮았다하여 집착여우, 사생여우 등 여우가 들어가는 별명이 많다.
인성질 할 때는 한가놈.
시시각각 예민하고 욱하는 성격 때문에 초반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 알고 보면 얘만큼 다루기 쉬운 놈이 없다.
나는 아래턱을 삐죽삐죽거리고 있는 한가놈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덤덤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음. 앞머리 내린 거 잘 어울리네.”
“······.”
“팬들 또 난리 났겠다, 그치?”
“···당연히 난리 났지.”
“예쁘네.”
“얼마나요.”
“많이.”
“은빛이가 이뻐요 내가 이뻐요.”
“니가 이쁘지. 비교할 걸 비교해라.”
“리야가 이뻐요 내가 이뻐요.”
“야야, 어디 감히 꼬꼬마 리야 따위를 너랑 비교 하냐. 내가 다 자존심이 상하네.”
“요나가 이뻐요 내가 이뻐요.”
“요나는 오래보면 질리는 스타일이야.”
“그치그치. 요나가 이쁘긴 한데 쫌 질리는 얼굴이지. 뭐야. 그럼 내가 제일 이쁜거네?”
“홍이는 왜 안 껴줘?”
“돼지는 빠져.”
“그래, 홍이는 빼자.”
“흐히히.”
“좋아?”
“응. 앞으로도 나만 예뻐야 돼요.”
“그럼, 그럼.”
단순하기는.
이렇게 칭찬 몇 마디 해주고 자기 편 들어주면 끝.
내가 원래 이런 걸 잘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업키걸 매니저 하는 동안 성격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술 마셨어요? 술 냄새 나.”
“어, 미팅하면서 한 잔 했지.”
“그래서 립밤 언니들이랑 계약 할 거예요?”
“해야지. 회사에서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니까. 지금 섹시 컨셉이 거의 걔네 하나잖아. 싼티 좀 빼고 엘레강스 섹시로 밀어보게.”
“짜증나.”
“또 왜.”
“우리 말고 다른 연예인 들어오는 거 싫은데. 남자만 받아요.”
“나도 그러고 싶다. 업키걸 하나만 하면 얼마나 편하냐.”
“신인 쪽은 어떻게 돼가요?”
“음··· 일단 라희랑 란이 들어가는 팀으로 5인조 하나 만들고, 다른 한 팀도 생각 중이야. 두 팀을 경쟁구도로 해서 내년 여름쯤에 비뮤직이랑 프로젝트 프로 하나 하려고.”
“데뷔 오디션 같은 거요?”
“그렇지.”
“그럼 나 심사위원 시켜줘요.”
“응. 너네 다 같이 한 번 나와 줘야지.”
회사 건물이 보일 때쯤 발걸음을 멈추고 묻는다.
“근데 우리 회사 가는 거예요?”
“어.”
“가서 뭐해요?”
“응?”
라희 마사지 건에 대해서 해명 하려고 했는데 그새 서원이의 기분이 다 풀렸다.
“온 김에 야근하는 직원들 얼굴 보고 야식이나 사줘.”
“야식이야 배달시키면 되죠. 내 피 같은 시간을 굳이 직원들하고 인사하는데 써야 되나.”
“인성 봐라.”
“나한테는 우리 둘이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해요. 나 내일 아침 9시 비행기로 가야 돼. 시간 없어.”
“근데 너 진짜 뭐 하러 온 거냐.”
“열 받아서 왔죠. 대표님이 카톡 씹길래.”
“진짜 그거 때문이라고?”
“응. 갑자기 화악― 욱했어.”
“굉장하네.”
“아 몰라. 그럼 지금 할 거 없는 거죠?”
“어.”
“됐네. 그럼 우리 집 가서 술이나 마셔요. 나 우울증 걸릴 거 같아요. 대표님한테 화풀이 좀 해야겠어.”
“너네집?”
“응.”
업키걸 멤버들 중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서원이가 숙소에서 제일 먼저 독립했다.
아예 독립은 아니고 팀 활동을 할 때는 숙소생활을 하고 개인 활동을 할 때는 자기 오피스텔을 이용한다.
업키걸 팀 숙소, 서원이 오피스텔 모두 회사 근처 5분 거리에 몰려있다.
“그럼 그냥 숙소로 가. 숙소도 비었잖아.”
“우리 집으로 가요. 나 대표님한테 부탁할 것도 있단 말이에요.”
“걸어가? 나 술 마셔서 운전 못 하는데.”
“걸어요. 택시타기엔 애매하잖아.”
“기사님들은 좋아하시지. 30초 태워주고 기본요금 받는 건데.”
“아냐. 걸어. 걷고 싶어요.”
회사로 가던 발길을 틀어 왕복 2차선 도로의 인도를 따라 서원이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중간에 버스정류소도 없고, 애초에 이쪽 길 자체가 밤이 되면 사람이 없는 편이다.
서원이는 자연스럽게 내 팔을 끌어안아 팔짱을 꼈다.
나는 패딩 코트를, 녀석은 모직 코트를 입었는데 모직 특유의 냄새가 화장품 향과 어울려 포근한 케미를 이룬다.
겨울 특유의 차가운 냄새, 주황색 가로등 불빛, 아릿한 취기, 그리고 아이돌의 팔짱···.
이상하게 마음이 설렌다.
그러다가 새삼 서원이의 분홍색 아우라를 보니 기분이 쌔해졌다.
단둘이 술을 마셔···?
은빛이 때처럼 그런 불상사가 생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물론 티나와의 한 차례 관계 후 대현자타임이 온 터라 나는 자신 있지만 상대가 은빛이보다는 레벨이 높은 한서원이라는 게 조금 걸린다.
“무슨 부탁인데.”
“가서 말해줄 게요.”
“그래라. 근데 리야는 오늘 어디서 잔대?”
“알게 뭐예요.”
“막내한테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니냐. 그래도 아직 미성년인데.”
“친구들 만나러 갔겠죠.”
“걔가 너네 말고 친구가 어디 있어.”
“대표님은 아무 것도 몰라. 걔 다른 걸그룹 애들이랑 두루두루 친하니까 걱정 말아요. 남자한테만 관심 없지. 여자 애들이랑은 단톡방도 만들고 맨날 연락하는 것 같던데.”
“아, 그래?”
“프라미슈 애들이랑도 친해요.”
움찔.
“그래?”
“응. 대표님 최애캐 하늘이.”
“언제적 얘기를 하고 그러냐.”
“뭐야. 최애캐 바뀌었어요?”
“요즘에 걔가 이쁘더라. 올뉴데이즈···.”
“닥쳐요.”
“리ㅂ······ 응. 닥칠게.”
“리브 말하는 거잖아요.”
“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안 그래도 우리끼리 말했는데 딱 김윤호 스타일인 것 같더라.”
“큭큭큭, 내 스타일이 뭔데.”
“어린 애들.”
“에이, 아니야.”
“어린 애들 중에서 강아지 상으로 생긴 애들.”
“어, 강아지 상은 맞아. 웃는 강아지 상.”
“나는 뭔데요.”
“너는 여우상이지. 까칠한 야생여우.”
“여우도 개과 아니에요?”
“그런가?”
“그럴 걸요. 그럼 나도 강아지 상이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억지로 이를 드러내며 눈웃음을 짓는다.
귀엽기는.
냉미녀 타입인 서원이는 무표정으로 있을 땐 약간 퇴폐적이고 차가워 보이는데 웃을 땐 또 해맑은 토끼 같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애들이 어디 가서 얼굴로는 절대 밀리지 않지.
괜히 천외돌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괜히 장난을 걸었다.
“너 얼굴에 살 좀 붙은 거 같다? 뭐 맞았냐?”
“뭔 소리야. 요즘에 자기 전에 계속 술 마셨더니 좀 부어서 그래요.”
“혼술?”
“아뇨, 요나랑. 어제까지 3일 연속으로 마셨어요.”
“뭐 고민 있어?”
“딱히 고민은 없는데··· 해외에만 나가면 마음이 그냥 좀 싱숭생숭해요. 핸드폰으로 우울증 검사해봤는데 초기래요.”
“거봐라. 너네 너무 안 쉬고 달려서 그런다니까. 이번 거 일본 활동 끝나면 좀 쉬자.”
“쉬면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밑에서 리브처럼 파릇파릇한 애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쉴 틈이 어디 있어요.”
“악착같다, 악착같아.”
“절대 안 비켜줄 거야. 이게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근데 부탁할 건 뭐냐고. 나 마음의 준비 좀 하게 미리 말해줘.”
“아, 가서 말해준다고요.”
“아, 뭔데. 지금 말 안 하면 나 안 해.”
대체 뭔 부탁인지, 녀석은 좌우앞뒤를 살펴본 것도 모자라 내 어깨를 짚고 귀에 조곤조곤 속삭였다.
“나 제모 좀 해줘요···.”
“제모? 무슨 제모?”
에이 설마 그 제모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손가락으로 자기 하복부를 가리키며 수줍게 웅얼거렸다.
“여기요···.”
“뭐? 야이씨! 그 귀한 걸 왜 밀어! 아깝게!”
“아,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월드카지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