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일탈 (2)

그 단순한 문장이 그녀의 내면을 뒤흔들었다. 유리는 자신의 심장이 마치 새장 속의 새처럼 미친 듯이 날갯짓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공포였을까, 기대였을까? 아니면 그 두 감정이 뒤섞인 어떤 새로운 감정이었을까?
거울 속의 여자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창백한 피부 위로 붉은 자국이 번졌다. 그것은 마치 순결의 백조가 피에 물드는 것 같았다. 유리는 그 광경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제 완전히 검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오직 깊어가는 밤처럼 짙어지는 욕망만이 있었다.
시계는 어느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 시간. 단 한 시간만이 그녀와 심연 사이에 남아있었다. 유리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이해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운명이었다. 그녀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었던 그 운명.
유리의 손끝에서 립스틱이 떨어졌다. 카펫 위로 굴러간 그것은 마치 피 방울처럼 붉게 빛났다. 그녀는 그것을 주워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다. 번진 립스틱은 마치 상처처럼 보였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정말로 상처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영혼에 난 보이지 않는 상처.
"그래... 이제 알겠어..."
거울 속의 여자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마치 깊은 동굴 속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낯설었다. 유리는 자신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검은 실크 드레스는 그녀의 몸을 감싸안으며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그것은 마치 액체가 된 밤하늘 같았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순결한 신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던 그때의 그녀. 그러나 지금 그 기억은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바래고 흐릿했다. 현실과 기억 사이의 경계가 흐려졌다.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손거울을 들어 뒷모습을 비춰보았다. 드레스의 깊게 파인 등선을 따라 척추가 만드는 그림자가 마치 뱀처럼 꿈틀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그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쓸어내렸다. 차가운 거울과 뜨거운 살갗이 만나는 순간, 미세한 전율이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이제 돌아갈 수 없어..."
그 말은 단순한 독백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주문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을 최면에 걸듯 했다. 마치 독약을 마시기 전의 의식처럼.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다. 그것들은 마치 그녀를 유혹하는 뱀의 눈동자 같았다. 각각의 불빛은 하나의 욕망을 상징하는 듯했다. 금지된 것들에 대한, 어둠 속에 감춰진 것들에 대한 갈망.
유리는 자신의 목덜미를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그곳에서 재스민과 머스크의 향이 올라왔다. 그 향기는 이제 그녀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마치 그녀의 욕망이 실체화되어 후각으로 변한 것처럼.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
[택시는 탔나요? 기다리는 시간이 지옥 같네요.]
메시지를 읽는 순간, 그녀의 아래배에서 뜨거운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단순한 성적 충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깊은 곳에서 오는 어떤 것이었다. 금기를 깨뜨리는 순간에 대한 기대감, 타락의 달콤함에 대한 예감, 그리고 자기 파괴에 대한 어두운 갈망.
유리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동공은 이제 완전히 확장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더 이상 빛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깊어가는 밤처럼 짙은 어둠만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살짝 핥았다. 그 순간 거울 속의 여자도 같은 행동을 했다.
시계는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30분. 단 30분만이 그녀와 심연 사이에 남아있었다. 유리는 천천히 클러치백을 집어들었다. 그 안에는 호텔 룸 키가 들어갈 자리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택시의 문이 닫히는 순간, 유리는 자신이 마치 누에고치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좁은 공간, 어둠, 그리고 변태의 예감. 백미러 속에서 택시 기사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것은 단순한 시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뱀의 혀처럼 그녀의 몸을 핥고 있었다.
"롯데호텔로 가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그것은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독사에 물린 자의 혈관 속을 퍼져나가는 독처럼.
백미러 속 시선이 그녀의 다리로 향했다. 검은 스타킹은 실내등 아래서 은은하게 빛났다. 유리는 그 시선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그 시선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다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벌어졌다. 그것은 마치 꽃잎이 벌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충격과 수치심이 그녀를 덮쳤다. 그러나 그 감정들은 이제 독특한 방식으로 그녀를 자극했다. 수치심은 쾌감으로 변했고, 충격은 흥분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 기이한 연금술에 전율했다.
택시가 신호등 앞에서 멈췄다. 붉은 불빛이 차 안을 채웠다. 그 붉은 빛 아래서 유리의 립스틱은 마치 피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 순간 백미러 속 시선이 다시 한번 그녀를 덮쳤다. 이번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유리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드레스의 끝자락을 더듬었다. 실크는 그녀의 손끝에서 미끄러졌다. 그 감촉은 마치 뱀의 비늘 같았다. 차가우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조금 더 벌렸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도적인 유혹이었다.
'이게 정말 나일까...'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경악했다. 그러나 그 경악은 이제 새로운 종류의 흥분을 낳았다. 그것은 마치 독약을 마시면서 그 달콤한 맛에 취하는 것과도 같았다. 유리는 자신이 타락해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타락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흘러갔다. 그것들은 마치 그녀의 순결을 찢어발기는 날카로운 발톱 같았다. 각각의 불빛은 하나의 상처를 만들었고, 그 상처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쾌감이 흘러나왔다.
백미러 속에서 택시 기사의 눈이 다시 한번 그녀를 훑었다. 이번에는 마치 짐승처럼 탐욕스럽게. 유리는 그 시선 아래서 자신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공포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전에 없던 강렬한 쾌감이기도 했다.
'난 이미... 돌아올 수 없어...'
그녀의 내면에서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마치 새장의 문이 열리는 소리 같았다. 이제 그녀는 자유로웠다. 그러나 그것은 날개를 얻은 자유가 아니라, 심연으로 추락하는 자유였다.
택시의 가죽 시트가 그녀의 살갗을 문지를 때마다, 유리는 자신의 의식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침잠해가는 것을 느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게 존재했다. 수치심은 쾌감으로, 죄책감은 욕망으로, 공포는 흥분으로 변모했다.
그녀의 치마 밑으로 축축한 온기가 번져갔다. 그것은 마치 달빛에 젖은 밤의 꽃잎 같았다. 유리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그 온기를 더듬었다. 실크 드레스 위로 배어나온 은밀한 증거가 그녀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것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영혼이 녹아내린 것이었다.
백미러 속 시선이 다시 한번 그녀를 덮쳤다. 이번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더욱 탐욕스럽게. 유리는 그 시선 아래서 자신이 벌거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내가... 이런 내가...'
자책과 흥분이 뒤섞인 한숨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그것은 마치 오르가즘의 전조와도 같은 소리였다. 유리는 자신의 다리를 더욱 벌렸다. 이제 그녀의 치마는 거의 허벅지 위로 올라가 있었다. 검은 스타킹이 실내등 아래서 번들거렸다. 그것은 마치 뱀의 비늘처럼 음험하게 빛났다.
그녀의 속살은 이제 완전히 젖어있었다. 그것은 마치 연꽃이 밤이슬에 젖은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외설적인 상태였다. 유리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그 축축함을 확인했다.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백미러 속에서 택시 기사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이 들렸다. 그 소리는 그녀를 더욱 자극했다. 유리는 자신이 완전히 타락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 타락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 타락을 갈망하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사라졌다. 그때마다 그녀의 표정은 달라졌다. 때로는 순결한 아내의 모습으로, 때로는 욕망에 취한 창부의 모습으로.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 둘 사이의 경계가 무너져가는 것을 느꼈다.
유리의 손가락은 이제 자신의 은밀한 곳을 더듬고 있었다. 그것은 완전히 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낯선 남자의 시선 아래서 자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그 전율은 그녀를 더욱 깊은 쾌감의 심연으로 끌어당겼다.
"아..."
작은 신음이 다시 한번 새어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 소리가 택시 기사에게 들리기를 바랐다. 그녀의 타락은 이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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