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미경 시리즈 외전 - 취향 1
김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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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미경이 남편을 떠나길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한 남자한테 잠깐 흔들렸다고. 한동안 미쳤었다고. 그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내가 이렇게 갖고 싶은 여자를 다른 남자 옆에 둔다는 상상만으로도 속이 뒤집혔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답이 보였다.
내가 이것도 못 견디겠는데.,...
남편이라면 어떨까.
나 하나와의 외도라면 결국 한 번의 잘못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가 알고 있던 아내의 모습 자체가 달라졌다고 느낀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았다.
그때부터 생각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미경이 남편을 떠나게 만드는 것보다,
남편이 먼저 미경을 놓게 만드는 것.
그러면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
남는 건 나였다.
어느 순간부터 미경이 행복한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사랑해서 남든, 다른 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남든.
결국 내 옆에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만 억지로 밀어 넣으면 안 된다는 건 알았다.
미경은 싫은 건 싫다고 하는 여자였다.
내가 다른 남자를 대놓고 들이밀면 바로 눈치챌 게 뻔했다.
그러니까 처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시작해야 했다.
낯선 걸 보고,
궁금해하고,
자기가 한 발 더 들어가는 것.
나는 그 첫 계기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진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년 전부터 성인용품점을 하고 있는 놈이었다.
“내일 오후에 가도 되냐. 여자랑.”
“내일 나 쉬는 날인데?”
“잠깐만 열어. 두 시쯤.”
“야, 너 물건 안 사면 진짜 뒤진다.”
“알았어. 하나 살게.”
잠깐 뜸을 들였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괜히 오버하지 마. 불편해하는 것 같으면 그냥 가만히 있고.”
“내가 뭘 한다고 임마 .”
“암튼 너 쓸데 없는 소리하면 뒤져”
“두 시?”
“어.”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에는 일부러 진태 가게 근처로 차를 몰았다.
미경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신호를 기다리다 간판이 보일 즈음에야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아, 여기 친구 가게 있는데.”
“무슨 가게요?”
“성인용품.”
미경이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친구가 하는 데예요. 개업하고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온 김에 얼굴이나 보고 갈래요?.”
“저도요?”
“뭐 어때요. 구경만 하는 건데.”
미경은 잠깐 창밖을 보더니 웃었다.
“별 데를 다 데리고 가네.”
그 정도면 됐다.
가게 문을 열자 진태가 카운터에서 일어났다.
녀석은 나를 한번 보고 미경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인사해. 여자친구야.”
미경이 나를 한번 쳐다봤다.
미경은 여자친구라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괜히 마음에 들었다.
“미경 씨. 얘는 진태. 중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진태는 평소답지 않게 얌전히 인사만 했다.
가게는 생각보다 컸다.
벽마다 처음 보는 물건들이 빼곡했고, 한쪽에는 이벤트 의상과 소품들이 따로 걸려 있었다.
안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문이 달린 작은 룸이 보였고, 그 옆에는 감옥처럼 꾸며놓은 철창과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밧줄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평범한 가게는 아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미경은 내 옆에서만 움직였다.
손을 뒤로 모은 채 눈으로만 둘러봤다.
“이게 다 뭐예요.”
“나도 처음 봐요.”
미경이 웃었다.
몇 분 지나자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냥 지나치던 진열대 앞에서 멈춰 포장지를 읽어보고, 진태가 설명하는 걸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의상 쪽에 가서는 아예 발이 멈췄다.
짧은 원피스부터 코스튬처럼 보이는 옷까지 종류가 꽤 많았다.
미경이 옷걸이를 몇 개 넘기다가 붉은색 치파오를 하나 꺼냈다.
기장이 짧고 옆트임이 깊게 들어간 옷이었다. 몸에 붙는 얇은 천이라 사진으로 보면 꽤 아슬아슬하게 나올 것 같았다.
미경이 몸 앞에 한번 대봤다.
“이건 너무 짧은데.”
진태가 말했다.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미경이 진태를 돌아봤다.
“사진이요?”
“네. 이런 옷은 실제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훨씬 잘 나와요.”
미경은 다시 거울을 봤다.
나는 그때 슬쩍 끼어들었다.
“이거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미경이 나를 흘겨봤다.
“사장님은 아까부터 자꾸 입어보래.”
“아니, 이건 진짜 잘 받을 것 같아서 그래요.”
미경은 웃었지만 옷걸이를 다시 걸지는 않았다.
진태가 별 뜻 없이 말했다.
“원하면 입어봐도 돼요. 저쪽 룸에서 갈아입으면 돼요.”
그 말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미경이 진태를 한번 봤다.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그런 옷을 입고 나오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나는 그걸 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진태 사진도 잘 찍어요.”
“무슨 사진이요.?”
“얘 옛날에 사진동호회 카페 회장이었어요.”
진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야, 그게 언제 적 얘기냐.”
“그래도 사람 사진 많이 찍었잖아.”
미경의 시선이 진태 쪽으로 다시 갔다.
“진짜요?”
“예전에 취미로 좀 했어요.”
미경이 치파오를 한번 내려다봤다.
아까보다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사진은 잘 나올 것 같긴 한데.”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입어보고 사진 한 장 찍어봐요.”
“왜 사장님이 신났어요.”
“사진 찍는 건 미경 씨가 좋아하잖아요.”
미경이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거울 앞에서 옷을 몸에 한번 대보고, 옆모습까지 확인했다.
잠깐 망설이더니 말했다.
“그럼 진짜 한 번만 입어볼게요.”
진태가 룸 쪽을 가리켰다.
“천천히 갈아입으세요.”
미경은 치파오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 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원래 이렇게 짧아요?”
진태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원래 그런 스타일이에요.”
“진짜 사진용이네.”
잠시 뒤 문이 조금 열렸다.
미경이 얼굴만 내밀었다.
“이거 좀 그런데.”
내가 웃었다.
“왜요. 보여줘 봐요.”
미경이 문을 조금 더 열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짧았다. 옆트임이 깊게 열려, 몇 걸음만 움직여도 허벅지가 드러났다.
얇은 천이 허리에서 당겨졌다. 미경이 룸에서 나오자 진태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몸에 붙는 얇은 천이 허리선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위아래의 굴곡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마른 체형인데도 상체에는 적당한 볼륨이 있어서, 가슴에서 허리로 떨어지는 선이 단순히 가늘기만 한 몸과는 달랐다.
특히 상체는 조금만 자세를 바꿔도 천이 당겨지면서 실루엣이 달라졌다.
가슴선은 과하지 않게 풍만했고, 그 아래로 허리가 깊게 들어갔다가 골반과 다리 쪽으로 다시 이어졌다.
오히려 모델이 촬영용 의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내가 입어보라고 했고, 내가 사진까지 찍어보라고 떠밀어놓고도 막상 다른 남자가 미경을 그렇게 보는 건 기분이 나빴다.
진태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질투라는 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속은 이미 조금 뒤틀려 있었다.
미경은 나오자마자 치마 끝을 한번 내려봤다.
“이거 진짜 너무 짧은데.”
그러면서도 거울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이거 잘못 움직이면 난리 나겠는데.”
진태는 바로 카메라부터 들지 않았다.
“불편하면 다른 걸로 바꿀까요?”
미경은 대답 대신 거울을 봤다.
정면으로 한번 보고, 몸을 옆으로 돌려보고, 머리카락도 한쪽으로 넘겼다.
민망해하던 표정이 거울을 보는 동안 조금씩 달라졌다.
“사진으로 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 말을 바로 받았다.
“그러니까 한번 찍어봐요.”
미경이 진태를 돌아봤다.
“진짜 잘 찍어야 돼요.”
“못 나오면 바로 지우죠.”
“당연하죠.”
진태가 휴대폰을 들었다.
처음에는 미경도 자세가 어색했다.
치마 끝을 손으로 만지고 있었고, 어디를 봐야 하는지도 정하지 못했다.
진태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몸만 살짝 옆으로 돌아보세요.”
미경이 몸을 틀었다.
“이렇게?”
“네. 어깨만 조금 뒤로.”
미경이 그대로 자세를 고쳤다.
찰칵.
진태가 한 장 찍은 뒤 화면을 보여줬다.
미경이 휴대폰을 받아 한동안 보더니 눈썹을 살짝 올렸다.
“어?”
화면을 확대했다.
“생각보다 잘 나왔는데요?”
진태가 웃었다.
“그쪽 각도가 잘 받네요.”
미경이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이번에는 치마 끝을 잡지 않았다. 한쪽 다리를 조금 앞으로 두고 몸을 틀었다.
“아까 이렇게 했죠?”
“조금만 더 옆으로요.”
미경이 자세를 바꿨다.
진태가 다시 사진을 찍었다.
몇 장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진태 앞에 저런 옷을 입고 서는 것부터 망설이던 사람이었는데,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는 카메라 쪽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쪽 얼굴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저도 그쪽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이쪽에서 찍어봐요.”
진태가 자리를 옮겼다. 미경도 거기에 맞춰 몸을 돌렸다.
나는 옆에서 그걸 지켜봤다.
진태는 처음 보는 남자였다. 분명 처음에는 그 사실 때문에 머뭇거렸다.
그런데 카메라가 들어가자 조금 달라졌다.
미경은 진태를 의식하기보다 사진 속 자기 모습을 더 신경 쓰고 있었다.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아예 진태 옆에 서서 사진을 한 장씩 같이 골랐다.
“이건 별로.”
“저도 그건 좀.”
“이거는요?”
“그게 제일 잘 나온 것 같은데요.”
미경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한동안 사진을 보더니 웃었다.
“이건 진짜 잘 나왔다.”
진태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게 제일 낫네요.”
미경은 사진을 다시 확대했다.
입가에는 아직 웃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미경은 내 옆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었고, 그것도 꽤 즐기는 얼굴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다.
그래도 그날은 거기까지였다.
나는 더 밀지 않았다.
미경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뒤에도 한동안 사진 얘기를 했고, 가게를 나와 차에 올라타서도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켰다.
운전대를 잡으며 슬쩍 물었다.
“사진 마음에 들어요?”
미경은 휴대폰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잘 찍긴 하네요.”
“옷도 잘 어울렸고.”
“그건 모르겠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화면은 계속 보고 있었다.
몇 장은 확대해서 다시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바로 넘겼다. 그러다 아까 가장 오래 보던 사진에서 다시 손이 멈췄다.
“이건 진짜 괜찮네.”
나는 웃었다.
처음 보는 가게에 들어가고,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진태 앞에서 사진까지 찍었는데도 미경은 생각보다 편해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도 진태 얘기보다는 사진 얘기를 더 많이 했다.
어느 각도가 괜찮았는지, 생각보다 옷이 사진을 잘 받았는지, 진태가 사진은 확실히 잘 찍는다는 얘기.
나는 그냥 듣고 맞장구만 쳤다.
괜히 뭘 더 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끝났다.
다음날 오후였다.
헬스장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미경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늘 뭐 해요?”
“일하죠. 왜요?”
잠시 뒤 다시 메시지가 왔다.
“어제 갔던 데 있잖아요.”
나는 화면을 보다가 답했다.
“진태 가게요?”
“네.”
조금 뒤 한 줄이 더 왔다.
“오늘도 열어요?”
이번에는 내가 먼저 웃었다.
“또 가고 싶어요?”
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러다 짧게 왔다.
“그냥요.”
그리고 다시 한 줄.
“재밌었잖아요.”
나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어제는 내가 데리고 갔지만,
오늘은 미경이 먼저 그곳을 떠올렸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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