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미경 시리즈 외전 - 취향 3
김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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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완전히 닫히지 않은 조금 벌어진 문틈 사이로 둘의 모습이 보였다.
러브체어에 앉아 있는 미경.
그 앞에 선 진태.
진태가 제품을 들고 무언가 설명하면 미경은 고개를 끄덕였고,
가끔 궁금한 게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보는 별것 아닌 장면이 묘한 기분이었다.
마치 아내는 안에 있고, 의사는 바로 앞에 있는데, 남편만 문밖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시 뒤 미경이 러브체어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굽혀져 있던 두 다리가 천천히 벌어졌고,
짧은 치마는 움직임을 따라 허벅지 위쪽까지 말려 올라갔다.
진태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이 라텍스 장갑을 끼고 젤을 조금 덜어낸 뒤 미경 앞에 몸을 낮췄다.
차가운 게 닿았는지 미경이 감고 있던 눈을 순간 움찔했다.
나는 문틈 너머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진태가 들고 있던 기구를 잡은 그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시야에서는 러브체어와 미경의 몸에 가려졌다.
잠깐 조용했던 방안 공기를 깨고,
곧 젤이 묻은 무언가가 움직이는 축축한 소리가 짧게 들렸고, 이어 낮은 진동음이 방 안에 퍼졌다.
“이제 시작할게요.”
“네…….”
진태가 제품 화면을 보며 손가락으로 메뉴를 하나씩 눌렀다.
웅―
소리가 조금 달라지면서 처음에는 몸 앞에 웅크리고 있던 미경의 팔이 가늘게 떨리더니, 이내 양손이 러브체어 옆면으로 내려갔다.
손바닥이 가죽에 완전히 붙은채로 진동음이 한 단계씩 짙어질 때마다 손가락이 조금씩 오므라들었다.
양팔을 벌려 체어를 단단히 잡는 바람에 흰 블라우스가 가슴 쪽에서 팽팽하게 당겨졌다.
진태는 화면을 몇 번 조작해보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이제 아까 말씀하신 모드로 갈게요.”
미경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불편하면 바로 얘기하세요.”
대답이 없었다.
미경은 눈을 감은 채 입술만 꽉 다물고 있었다.
진태가 화면을 한번 눌렀다.
웅― 하던 소리가 끊기더니 이번에는 일정하지 않은 회전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휘잉― 휘잉―
그 순간 미경의 어깨가 움찔했다.
체어를 잡은 손가락이 더 깊게 구부러졌다.
참고 있는 듯 굳게 다물었던 입술 사이에서도 결국 작은 숨소리가 흩어져 나왔다.
나는 문밖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진태가 손에 든 기구를 조작하는 모습과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낮게 울리던 미경의 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졌다.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조명과 진태의 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더 신경이 쓰였다.
진태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미경의 다리가 아주 조금씩 긴장했고, 러브체어를 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순간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 마음을 눌렀다.
다른 남자 앞에서 그 선을 하나 더 넘고 있는 여자가 어디까지 내려갈수 있을지,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미경도 더는 입술을 꽉 다문 채 버티지 못했다.
고개가 천천히 뒤로 젖혀졌고, 참으려던 숨이 끊기듯 흩어졌다.
“하…… 으…….”
진태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휘잉― 휘잉―----휘잉
기구의 소리가 더 세졌다.조명 때문에 안은 잘 안 보였지만 그의 등 뒤, 팔 사이로 기구가 미경의 검은 골짜기를 왕복하는 게 보였다.
들어갔다 빠질 때마다 젤이 빛을 받았다.
그런데 보짓살이 기구를 꽉 깨무는 기분만은 여기까지 닿는 것 같았다.
미경은 꽉 다문 입을 더 참지 못했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흩어지는 신음이 목에서 나왔다.
“허으응…… 하아.”
기계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진태가 화면을 확인하더니 손을 멈췄다.
“이 정도면 됐어요.”
미경은 한동안 눈을 뜨지 않은채 가슴만 천천히 오르내렸다.
진태가 제품을 정리하며 장갑을 벗는순간에 미경의 말에 손이 멈췄다.
“잠깐만요.”
미경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미경은 눈을 뜨지 않은 채 한 번 숨을 골랐다.
“조금만 더 해봐요.”
나는 문밖에서 그대로 굳은 시선 앞에서,
진태도 잠깐 미경을 바라봤다.
하지만 곧 제품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처음 써보신 거잖아요.”
미경이 천천히 눈을 떴다.
“괜찮은데요.”
“괜찮아도 처음부터 오래 하는 건 별로예요.”
진태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았으면 됐어요. 나머지는 설명서 오면 천천히 해보세요.”
미경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아쉬운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더 조르지도 않았다.
진태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자 방 안을 채우던 소리도 사라지고 잠시 뒤 미경이 몸을 일으켰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한번 넘기는 표정은 러브체어에 기대 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금방 평소 얼굴로 돌아왔다.
둘 사이에는 특별한 말도 없이 문이 열렸다.
미경이 먼저 나왔다.
나를 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
“이제 어떻게 쓰는지 알겠어요.”
나는 미경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게 끝이에요?”
“뭐가요?”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미경은 제품 상자를 챙기고 젤까지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진열대 쪽으로 걸어갔다.
나만 문 앞에 그대로 남았다.
조금 전 미경이 진태에게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조금만 더 해봐요.
진태가 멈췄기 때문에 끝난 거였다.
미경이 먼저 멈춘 게 아니었다.
그 차이가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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