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미경 시리즈 외전 - 늪 2
김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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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23:43
벽 아래로 미경의 쭉 뻗은 두다리 아래로 유난히 가는 발목은 위쪽의 고정 장치에 잡혀 있었다.
다리를 오므리려다 만 것처럼 허벅지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몸 전체가 긴장한 게 다리만 봐도 느껴졌다.
그런데 얼굴도, 표정도 보이지 않은 채 저렇게 다리만 벽 밖으로 나와 있으니 묘하게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조금 전까지 내 옆에 앉아 웃고 떠들던 미경이 아니라,
이름도 얼굴도 지워진 채 남자들의 욕망을 받아내기 위해 저 벽에 놓인 자위기구 처럼.
그 생각이 들자 오히려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이 더 낯설어졌다.
첫 번째 남자는 미경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그 몇 초가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남자가 옆에 놓인 젤을 집었다.
젤이 아래쪽 음부에 닿자 차가웠는지 미경의 허벅지가 한 번 굳었다.
곧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축…… 쩝……
젖은 소리가 작게 이어졌다.
미경의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조금 뒤 벽 안쪽에서 짧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표정도 알 수 없었다.
보이는 건 힘이 들어간 다리와, 소리가 날 때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움직임뿐이었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벽 가까이 다가갔다.
정면에서는 여전히 미경의 다리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옆으로 조금 비켜서자 남자의 움직임과 미경의 반응이 훨씬 가까이 느껴졌다.
한참 미경의 반응을 살피던 남자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발기한 자지를 젖은 입구에 대고, 허리를 천천히 밀었다. 미경의 보지가 옆으로 벌어져 남자의 자지를 감싸기 시작하며 미경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남자가 끝까지 밀어 넣으며 들어가자 보짓살이 양쪽으로 펴졌다. 젖은 가장자리가 자지를 물었다가, 깊이 박히면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빠질 때는 그 살이 따라붙으며 벌어졌고, 다시 넣을 때 펴진 자리가 한 번 더 접혔다. 젖은 소리가 짧았다.
“축…….”
젖은 소리가 짧게 끊겼다.
나는 그 움직임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경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벽 아래로 드러난 하체와 두 다리만 남아 있었다.
안쪽에서는 짧게 끊기는 숨소리만 들렸다.
지금 미경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남자는 미경의 두 다리를 양손으로 잡은 채 허리를 움직이며 끝까지 집어넣을듯 깊게 넣었다
그때마다 미경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풀렸고, 발끝이 조금씩 오므라들었다.
처음에는 미경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몇 번 움직임이 이어지자 그 힘이 조금씩 풀리는 게 보였다.
그게 싫었다.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던 미경이 저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가는 것처럼 보여서였다.
얼굴이라도 보였다면 무슨 표정인지 확인했을 텐데, 벽 아래로 나온 두 다리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세히 보게 됐다.
발끝이 오므라드는 것, 허벅지에 들어갔던 힘이 풀렸다가 다시 들어가는 것.
나는 그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마음대로 의미를 붙이고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없는 남자와,
얼굴이 사라진 미경.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보고 있으니 내가 알고 있던 미경이 점점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들어갔다 빠질 때마다 보짓살이 펴졌다 말려 들어갔다. 그 모습은 내가 아는 미경이 아니었다.
얼굴 없이 드러난 보지가 자지를 받고, 정액을 받아 내는 변기처럼 보였다.
남자가 자지를 빼냈다. 방금까지 들어가 있던 보지가 벌어진 채 움찔거렸다. 끝을 그 앞에 두고, 자지를 쥔 손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젖은 살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졌다.
한 번, 두 번. 끝이 벌떡이며 정액이 튀었다. 둔부에 먼저 떨어졌고, 음부 털에 걸렸다가 배로 흘렀다. 닫히지 않은 보지 구멍위로도 하얗게 앉았다.
손이 멈추지 않았다. 남은 것이 한 줄 더 나와, 벌어진 살 사이로 내려앉았다.
남자는 닦지 않고 사람들이 있는 홀 쪽으로 걸어왔다. 덜렁거리는 자지에 미끈한 것이 묻어 빛났다
미경의 안에 있던 저것에 애액이 아직 묻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몸이 떨렸다.
주최자는 옆에서 지켜보다 휴지를 몇 장 뽑아 미경 쪽으로 다가갔다.
“잠깐 정리해드릴게요.”
벽 안쪽에서 미경이 짧게 대답했다.
“네.”
주최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남아 있던 흔적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손놀림이 너무 익숙했다.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여기서는 방금 전 일이 특별한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정리를 마친 주최자가 안쪽을 향해 물었다.
“더 하실래요?”
미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딸깍.
벽 위에 켜져 있던 붉은 불이 꺼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누가 미경한테 그만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주최자가 시간을 끊은 것도 아니었다.
미경이 직접 불을 껐다.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남자 셋도 별다른 아쉬운 기색 없이 몸을 돌렸다.
한 명은 소파로 돌아가 술잔을 들었고, 나머지 둘도 조금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 사이에 섞였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여기서는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이상할 만큼 담담했다.
벽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는 미경의 다리도 이미 사라진 뒤였다.
잠시 뒤 미경이 가림막 밖으로 나왔다.
언제 정리했는지 처음 들어갈 때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머리를 손으로 한번 쓸어 정리하며 걸어오는 모습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얼굴도 이름도 없이, 누군가의 욕망을 받아내기 위해 벽에 걸려 있던 하나의 도구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림막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다시 내가 알던 미경이 됐다.
남자가 멀어졌는데도 나는 바로 미경 쪽을 보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보고 싶어서 눈을 떼지 못했으면서, 끝나고 나니 갑자기 속이 불편했다.
내가 시켜놓은 일도 아닌데 괜히 빼앗긴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미경은 소파 쪽으로 돌아오다가 주최자와 눈이 마주쳤다.
주최자가 웃으며 물었다.
“어떠셨어요?”
미경도 가볍게 웃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하던데요.”
조금 전까지 벽 안에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소파와 테이블 쪽으로 모였다.
술잔이 몇 번 돌고 나니 처음보다 분위기도 훨씬 풀렸고, 여기저기서 목소리도 커졌다.
미경은 처음에는 내 옆에 붙어 앉아 주변만 살폈다.
그러다 누가 말을 걸면 대답하고, 또 옆 사람이 끼어들면 같이 웃었다.
어느새 굳이 내 옆에만 있지도 않았다.
맞은편에 있던 남자가 미경 쪽으로 다가왔다.
둘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소리와 말소리에 시끄러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남자가 안쪽 방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미경이 남자를 쳐다보다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남자가 다시 뭔가 말했다.
이번에는 미경이 고개까지 저었다.
그래도 남자는 웃으면서 몇 마디를 더 붙였다.
나는 술잔을 든 채 그쪽을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미경이 계속 웃고 있다는 것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내가 원했던 건 이런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웃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굳지 않는 미경.
분명 내가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낯선 남자가 미경 옆에 붙어 웃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더 문란해지길 바라면서,
정작 다른 남자에게 웃어주는 건 싫었다.
나도 내가 뭘 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조금 뒤 미경이 돌아왔다.
술이 조금 오른 건지 아까보다 표정이 풀려 있었다.
내 옆에 앉더니 그대로 몸을 기대왔다.
“여기 재밌긴 한데요.”
“근데?”
미경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웃었다.
“자꾸 저기 방에 같이 가자고 해요.”
그러면서 내 쪽으로 조금 더 붙었다.
“그래서 남자친구 허락 받아야 된다고 했죠. 그래서 안 된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괜히 웃음이 났다.
“내 허락이 필요해요?”
미경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럼요. 남자친구잖아요.”
“인기 많네.”
미경이 내 옆구리를 툭 쳤다.
“질투하는 것 같은데?”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을 보니 뜨끔했다. 괜히 다른 쪽을 봤다.
미경은 조금 있다가 다시 내 쪽으로 몸을 기대왔다.
“그래도 여기 재밌어요.”
미경이 이 분위기를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
처음 보는 남자들이 대놓고 관심을 보여도 이제는 웃으면서 넘긴다는 것.
나는 그게 미경이 조금씩 이쪽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다른 부부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진태가 술잔을 들고 와 미경 옆에 털썩 앉았다.
앉자마자 입부터 열었다.
“와, 미경 씨 오늘 장사 잘되는데요?”
미경이 웃었다.
“무슨 장사요.”
“아까부터 남자들 눈 돌아가는 거 안 보여요?”
“또 이상한 소리 한다.”
오늘 모임에서도 미경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얼굴도 몸선도 워낙 뛰어난 데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분위기가 달랐다. 아까부터 남자들이 유난히 말을 걸어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미경이 웃으며 내 쪽을 보자 진태가 더 신이 났다.
“여기 여자들 많은데 왜 자꾸 미경 씨한테만 말 거나 했더니 이유가 있죠.”
미경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이유요.”
진태가 술잔을 들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제일 예쁘니까.”
“됐어요.”
“아니, 이건 제가 작업 거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관찰인데.”
내가 끼어들었다.
“네 객관은 왜 맨날 여자 앞에서만 나오냐?”
진태가 바로 나를 보며 웃었다.
“질투하냐?”
“닥쳐.”
미경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진태는 그걸 보고 또 입을 놀렸다.
“근데 미경 씨, 남들은 방까지 같이 가자는데 저는 키스 한 번 정도는 해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
미경이 말없이 주먹을 쥐었다.
진태가 바로 두 손을 들었다.
“아, 잠깐. 말로 합시다.”
미경은 그런 진태를 보다가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불렀다.
“진태 씨.”
“네.”
“이리 와봐요.”
진태 얼굴에서 장난기가 조금 사라졌다.
“왜요?”
“오라면 와요.”
진태가 괜히 내 쪽을 쳐다봤다.
나도 무슨 생각인지 몰라 그냥 보고 있었다.
진태가 미경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뭔데요.”
미경이 진태 옷깃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진태가 굳었다.
아까까지 그렇게 떠들던 놈이 입을 다문 채 그대로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가볍게 닿았다.
그런데 막상 입술이 맞닿고 나니 둘 다 바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길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냥 농담 받아주는 키스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다정했다.
미경이 먼저 얼굴을 떼며 웃었다.
“됐죠?”
진태가 멍하니 미경을 보다가 뒤늦게 웃었다.
“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섹스하자고 할걸.”
미경이 곧바로 주먹을 들었다.
“한 대 맞을래요?”
진태가 몸을 뒤로 뺐다.
“아뇨. 방금 걸로 충분합니다.”
둘이 웃었다.
나도 같이 웃었다.
미경이 내 쪽으로 다시 몸을 붙이면 기분이 조금 풀렸다가도, 방금 진태랑 입을 맞추던 모습이 떠오르면 또 속이 뒤집혔다.
분명 이런 미경을 보고 싶었던 건 나였다.
그런데 내가 바라던 모습에 가까워질수록, 정작 미경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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