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 2

마침내 결심을 굳히고 주인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발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뜻밖에도 굵직하고 낮게 깔리는 남자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었다. 목소리는 잔뜩 기어들어갔고, 마치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쉰 소리가 나왔다. “아..저는 그...방...세입자..인데요?” 남자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굵게 되물었다. 마치 내가 벌레라도 되는 양, 크게 말하라는 듯한 위압적인 톤이었다. 심장을 옥죄는 듯한 불쾌한 기운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 들어왔다. “네? 뭐라구요? 크게 말씀하세요.” 수화기 건너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에 잔뜩 쫄아버린 나는 더욱 작아졌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워지고, 겨우 더듬거리는 단어를 뱉어냈다. 침을 꿀꺽 삼키며 가까스로 말을 이었다. “월세...그 자취하는 사람인데요...” 잠시 정적. 그리고 이내 중후한 중년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기계적으로 응대하는 듯한 딱딱한 어조였다. “아...네...잠시만요.” 수화기 너머로 그는 분명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이내 그의 정체를 가늠케 했다. 바로 그 아줌마의 남편일 터였다. “당신, 여기 세입자라는데 이따 전화한다고 할까?” 아, 그의 목소리 끝에 스치듯 들린 ‘당신’이라는 호칭. 그것은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 ‘아줌마’를 향한 것이었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의 굵고 거친 목소리는 나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나는 그저 통화를 끊으라는 말에 따라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손안에 남은 휴대폰은 마치 방금 전 억압적인 통화의 잔상을 품고 있는 듯 뜨겁게 느껴졌다.
몇 시간 후,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녀였다. 박은경. 이 모든 내 감정의 근원.
“어머...곰팡이가 생긴다구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고급 실크 드레스처럼 부드럽고 유려했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그녀의 음성은 한낮의 태양처럼 강렬했던 그녀의 존재감만큼이나 나를 압도했다. 교양미가 넘치는 말투. 놀란 듯한, 그러나 미세하게 흥분한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오히려 나를 더 흥분시켰다. 곰팡이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애써 침착한 척 상황을 설명했고, 그녀는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그러면서도 은근한 걱정을 담아 설명을 들었다. 며칠 후에 직접 집을 방문해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녀의 입에서 '집 방문'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올 때마다, 나는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몸서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마약과도 같았다. 통화를 마친 후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홀린 듯이 휴대폰의 녹음 버튼을 눌렀고, 방금 전 통화의 녹음 파일을 반복적으로 재생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올 때마다, 내 안의 욕망은 마치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격렬하게 분출했다. "어머...곰팡이가 생긴다구요?" 이 평범한 문장이, 그녀의 매혹적인 음색을 통해 내게는 가장 음란한 속삭임으로 변모했다. 그녀의 목소리 한 음 한 음이 내 몸을 휘감는 끈적한 촉수가 되어, 이미 충혈된 나의 육신을 더욱 강렬하게 자극했다. 허벅지 사이에서 잠자고 있던 내 물건은 순식간에,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켠 것처럼, 끝을 모르고 발기되기 시작했다. 통제 불능의 욕구 덩어리가 되어버린 나는, 녹음된 목소리를 반복적으로 재생하며 침대 위에 엎드려 자위행위를 시작했다. 그 날은 레포트건 뭐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 눈꺼풀 안에는 오직 그녀의 잔상만이 가득했다.
나는 눈을 감고 그녀를 떠올렸다. 계약서에 서명하던 날, 부동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그녀의 모습.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마치 한낮의 태양처럼 강렬했던 그녀의 존재.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 아래로 살랑거렸던 육감적인 곡선들. 걸음걸이마다 살랑거리는 천 자락 아래로 숨 막히게 드러나던 허벅지 라인. 외꺼풀이지만 크고 깊었던 눈, 그리고 고혹적인 눈웃음을 지을 때마다 세상이 환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던 얼굴. 도톰하고 탄력 있어 보였던 입술. 그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오던 교양미 넘치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지금 내 귀를 간지럽히며 나의 쾌락을 부추기고 있었다.
환상 속에서 나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엉덩이를 상상했다. 몸에 착 감기는 원피스 자락이 걸음걸이에 맞춰 출렁일 때마다 드러나는 매끄러운 다리 라인에 시선이 멈췄다. 그 허벅지 안쪽의 부드러움과 탄력을 상상하며, 내 손은 어느새 나 자신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상상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이성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 풍만한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싶다는 짐승 같은 충동이 전신을 지배했다. 그녀의 향기, 그녀의 온기, 그녀의 모든 것이 내 안에 파고들어 나를 좀먹는 듯했다. 그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그 고고한 얼굴을 내 앞에 꿇려 일그러뜨리고 싶다는 파렴치한 욕망이 내 안에서 들끓었다. 교양미 넘치는 목소리로 흐트러진 신음을 내뱉게 만들고 싶었다. 그 신음이 내 귀를 찢을 듯 울리기를 바랐다.
내 손은 허벅지 사이를 미친 듯이 오르내렸다. 이미 벌떡 선 육체는 통증에 가까운 쾌감을 갈구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상상 속의 그녀를 격렬하게 뒷치기하는 상상에 깊이 몰입했다. 그녀의 우아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릴 때마다, 나의 손놀림은 더욱 거칠고 빨라졌다. 귓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반복 재생되고, 나는 그 음절 하나하나에 맞춰 허리를 흔들었다. 내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방안에는 축축한 열기가 가득 찼다.
상상 속의 그녀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높이 들고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는 이미 찢겨 너덜거리고, 드러난 그녀의 매끄러운 살결 위로 내 거친 숨결이 뜨겁게 흩뿌려졌다. 나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잡아채고, 탐욕스럽게 내 육신을 그녀의 뒤에 맞추었다. 머리채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자, 그녀의 고고했던 얼굴이 고통과 쾌락으로 일그러지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땀으로 번들거리는 등줄기가 나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녀의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더 이상 교양미 넘치는 말이 아니었다. 억눌렸던 야수적인 신음이 목울대를 타고 흘러나왔고, 나는 그 소리에 더욱 미쳐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탐하며, 내 육신을 거침없이 박아 넣었다. 질척한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땀으로 미끄러운 피부의 마찰감, 그리고 그녀의 흐느낌과 나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여 방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육체는 내게 완벽하게 복종하는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덩이를 뭉개고, 내 모든 욕망을 쏟아내기 위해 미친 듯이 박아 넣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을 그녀를 상상하며 자위를 했는지 모르겠다. 매번 절정에 이를 때마다, 내 안의 모든 응어리가 폭발하는 듯한 전율이 일었다. 온몸의 신경이 극도의 쾌락으로 타올랐고, 뇌는 오직 '그것'만을 외쳤다. 다섯 번, 여섯 번, 아니 그 이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축축하고 끈적한 허무함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그녀의 잔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아줌마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갈망은 쾌락과 죄책감, 그리고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열망이 뒤섞인 채 더욱 깊어졌다. 이성이 끊어진 나는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시간의 흐름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나는 다섯 번째 자위를 끝마쳤다.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 축 늘어진 육체를 간신히 일으켰다. 허벅지 안쪽은 이미 말라붙은 정액과 땀으로 끈적거렸고, 쾌락의 잔흔은 이불 위에도 선명했다. 방안에는 희미하게 정액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맴돌았다. 미처 치우지 못한 채, 나는 지쳐 잠이 들었다. 깊은 수면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결국 그날의 수업은 들어가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져온 하룻밤의 광란은, 다음 날의 현실까지 침범해 들어와 나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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