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 4

활기 넘치는 딸쟁이의 삶. 그것은 내 청춘의 유일한 활력이자, 박은경 아줌마라는 거대한 존재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는 나만의 은밀한 우주였다. 나의 냉장고 깊숙한 곳, 차가운 금속 문 뒤편에 웅크린 '가짜 우유' 병이 바로 그 증거였다. 투명한 용기 안에 수십번의 격정적인 순간들이 응축되어 기이하게 굳어가던 나의 흔적들. 그것은 단순한 체액이 아니었다. 박은경 아줌마를 향한 나의 걷잡을 수 없는 갈망, 쾌락과 죄책감, 그리고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열망이 뒤섞인 채 더욱 깊어진 내 욕망의 결정체였다.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해 반복 재생하며, 주스 병에 묻은 그녀의 립스틱 자국과 침을 탐하며, 나 자신을 끝없이 자극하고 파멸로 이끌어가는 매일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이 기괴하고도 치밀한 방식으로 나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든 이 뒤틀린 만족감 속에서, 나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음란하고도 특별한 행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시선이 무심코 월세 계약서 위에 닿았다. 낡고 익숙한 종이 위, 박은경이라는 이름 석 자 아래 새겨진 열세 자리의 숫자. 그녀의 주민등록번호. 71xxxx-2xxxxxxx.. 그 숫자들이 나의 눈에 들어온 순간, 내 안의 모든 신경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그것은 마치 금단의 문을 여는 열쇠처럼 보였다. 십 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 돌이켜봐도 여전히 한심한 놈에 아무것도 보잘것없는 존재였지만, 오직 '그것'만 컸던, 그야말로 존나게 큰 병신이었다. 그 '병신' 같은 나에게, 그 주민등록번호는 새로운 자극이자, 나의 맹목적인 욕망을 한 단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해킹 공부를 해왔던 나였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키보드의 감촉은 단순한 플라스틱이 아니었다. 그것은 박은경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는 나만의 은밀한 열쇠였다. 나의 유일한 놀이이자 탈출구였던 해킹. 차가운 컴퓨터 화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했고,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통제력과 전능함을 느꼈다. 대한민국 정부24 사이트? 나의 손끝에서 그 견고한 장벽은 한낱 모래성일 뿐이었다. 주민등록번호, 그 열세 개의 숫자는 그녀의 삶을 담은 비밀 금고의 자물쇠였다. 그 자물쇠를 부수는 행위는 단순한 정보 탈취를 넘어, 그녀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범하겠다는 나의 맹목적인 욕망의 표현이었다. 나는 그녀의 허락 없이, 그녀의 인지 없이,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그녀의 집주소는 그 시작점이었다.
밤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번개처럼 움직이는 손가락, 그리고 흐르는 코드 속에서 나는 쾌감을 느꼈다. 불법적인 행위라는 이성은 이미 마비된 지 오래였다. 오직 **'그녀'**에 대한 갈망만이 나를 지배했다. 마침내 화면에 나타난 그녀의 주소. 나는 승리감에 휩싸였다. 미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삶의 궤적을 쫓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내 손안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다음 날, 나는 망설임 없이 하루 종일 예정되어 있던 수업을 쩨버렸다. 차마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나의 모든 신경은 이제 그녀의 주소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약속이라도 된 듯 그녀의 동네 근처를 기웃거렸다. 낯선 골목길을 거닐며, 나는 마치 고고학자가 유적지를 탐사하듯 주변을 살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스캔하고, 택배 기사의 움직임을 주시했으며, 이웃집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려는 집요한 광기가 나를 지배했다. 그녀의 가족은 누가 있을까? 그녀의 사적인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의 미지의 영역으로 가득 찼다.
나의 시선이 한 단독주택의 현관에 멈췄다. 깔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집. 바로 박은경 아줌마의 집이었다. 그때였다. 씨발. 나의 눈을 의심했다. 저년은 뭐지? 졸라 섹시한데?. 나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치며,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내달리기 시작했다. 박은경 아줌마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격렬한 충격이 다시금 나를 덮쳤다.
현관으로 들어서는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 그녀의 등장은 마치 무심코 던진 돌멩이가 고요한 호수에 일으킨 거대한 파문 같았다. 하얀색 원피스는 천 조각이라기엔 너무나 완벽하게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고, 찰랑이는 단발머리 아래로 드러나는 유난히 붉은 입술은 마치 갓 피어난 독이 든 꽃봉오리처럼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그녀는 마치 그림처럼 우아하게 움직였다. 뭐지? 대학생인가? 아니면 직장인?. 나의 뇌는 혼란스러웠지만, 나의 육신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아랫도리는 개같이 발기되어 터져버릴 듯 부풀어 올랐다..
그 순간, 나의 몸은 이성보다 먼저 반응했다.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듯, 나는 무의식적으로 가장 가까운 전봇대 뒤로 그림자처럼 숨어들었다.. 차가운 시멘트 기둥이 등에 닿는 감각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오직 나의 시선은, 나의 모든 감각은, 문득 나타나 내 세계를 뒤흔든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격렬하게 울렸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새로운 발견이 가져다주는 전율이자,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자가 느끼는 아슬아슬한 쾌감이었다. 숨소리마저 삼키며, 나의 존재가 그녀에게 발각될까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시선이라도 단 한 번, 아주 짧게라도 나를 스치기를 갈망하는 모순된 욕망이 내 안에서 뒤엉켰다. 나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투명 인간이라도 된 듯, 아니, 차라리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그녀의 모든 움직임, 숨결, 그리고 그녀를 감싸는 모든 분위기를 나의 시선 안에 가두고 싶었다.
딸인가? 씨발 좆되네.. 내 안에서 추악하고 원초적인 욕망이 섬광처럼 머리를 스쳤다. 박은경 아줌마에게 향했던 그 맹렬한 욕망이, 이제는 새로운 존재에게로 옮겨붙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불길이 새로운 연료를 찾아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는 순간과 같았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말아야 할 파렴치한 생각들이었지만, 그 순간의 나는 통제 불능의 욕구 덩어리였다. 짐승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살결을 탐하고 싶다는 충동이 온몸을 지배했다. 눈앞의 그녀는 현실의 인물이 아니라,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음란한 환상의 구현체 같았다.
나는 재빨리 몰래 카메라를 들었다. 물론 소리는 무음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나의 손은 떨림 없이 정확하게 움직였다. 찰칵. 사진이 찍히는 순간, 나는 그녀의 이미지를 소유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그녀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했다는 전율에 사로잡혔다. 이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나의 새로운 금기의 유물, 나의 새로운 욕망의 증거였다.
그녀는 태어나서 본 여자 중 가장 예쁜 여자였다. 단발머리가 그렇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여자도 처음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그녀가 완전히 집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전봇대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풀리는 듯한 느낌. 온몸에 전율이 가시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의 아랫도리는 여전히 개같이 발기되어 사그라들지 않았다.. 팽창한 육신이 바지 가운데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나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의 잔상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하얀 원피스, 찰랑이는 단발머리, 유난히 붉었던 입술. 모든 것이 선명하게 재생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은 채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닫힌 문 안에서, 나는 미친 듯이 바지를 내리고 나의 '그것'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아름답고도 도발적인 자태. 나의 손놀림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빨라졌다. 두 번 연속으로 자위를 했다.. 쾌락과 죄책감, 그리고 새로운 욕망에 대한 갈망이 뒤섞인 채, 나는 결국 지쳐 쓰러지듯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대체 그 여자의 이름은 뭘까? 씨발. 대체 저놈의 집구석에는 왜이리 꼴리는 년들이 많은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의 아랫도리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끈적한 욕망으로 축축했다. 하얀 원피스, 찰랑이는 단발머리, 그리고 유난히 붉었던 입술. 그 모든 잔상이 눈꺼풀 안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며 나의 뇌리를 지배했다. 도대체 저 여자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리고 씨발, 저 집구석에는 왜 이리 나를 미치게 만드는 여자들이 많은 걸까? 박은경 아줌마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불길이 내 안에서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를 향한 이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갈망은, 나를 다시금 금기의 영역으로 이끌었다. 더 깊이 파고들어, 그녀의 모든 것을 알아내야만 했다. 이성이 아닌, 오직 원초적인 본능이 내게 속삭이는 명령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나의 눈은 차가운 컴퓨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코드들이 번개처럼 화면을 스쳐 지나갔다. 검은 화면 위로 녹색 글자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릴 때마다, 묘한 쾌감이 전신을 감쌌다. 불법적인 행위라는 이성은 이미 마비된 지 오래였다. 오직 ‘그녀’에 대한 갈망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허락 없이, 그녀의 인지 없이,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그녀의 가족관계는 그 시작점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의 손가락이 잠시 멈추는 순간, 화면 위에 한 줄기 섬광처럼 데이터가 펼쳐졌다. 박은경 아줌마의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주민등록초본. 눈을 크게 뜨고 스크롤을 내렸다. ‘딸이 두 명 있다.’ 그 문장을 확인하는 순간, 내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두 명? 설마. 나는 황급히 다음 줄을 확인했다. 생년월일이 같았다.
"엥? 쌍둥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외마디 비명이었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봤던 그 단발머리 여자가 딸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녀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얘기인가? 나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는 흥분으로 미친 듯이 날뛰었다.
다음 줄로 시선을 옮겼다. 배우자의 이름은 이진봉. 박은경의 남편. 그리고 딸 두 명의 이름은 이주희, 이주아. 아. 그녀들의 이름이었다.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 새로운 존재들. 출생 연도를 확인했다. 나의 나이보다 서너 살 위. 20대 후반. 어쩌면 대학을 다니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직장인일 수도 있겠지.
내 눈앞에 나타났던 그 단발머리 여자의 이름은 이주희일까, 이주아일까? 그리고 또 다른 쌍둥이 자매는 어떤 모습일까? ‘쌍둥이라도 한 명이 겁나 예쁘면 한 명은 못생긴 케이스도 있던데.’ 나의 의식 깊은 곳에서 추악하고도 원초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본 그 압도적인 미모를 가진 여자가 있다면, 혹시 다른 한 명은 그 반대일까? 아니면 그녀만큼이나 매혹적인 또 다른 환상이 내 앞에 나타날까? 나의 병적인 욕망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해 폭주하고 있었다.
시간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밤늦도록 노트북 앞에 앉아 그녀들의 모든 정보를 탐닉했다. 쾌락과 죄책감, 그리고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열망이 뒤섞인 채, 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박은경의 농염한 모습과 함께, 방금 알아낸 이주희, 이주아 자매의 미지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 내일 당장이라도 그녀들을 찾아 나설 것 같은 충동에 휩싸인 채, 나는 뒤척이다 겨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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