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부부들 - 제 21화
처형Mandy봊이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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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09:34
다음 날 아침,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들어오며 눈꺼풀을 간질인다. 눈을 살짝 뜨니, 이내 머리가 지끈거렸다. 술 때문인지, 아니면 뭐....... 어젯밤 일 때문인지. 옆에서 잔잔한 숨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엘리나가 내 팔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평온한 얼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이다.
속이 울렁거려 더 누워있긴 힘들었다. 기지개를 켜고 방을 나와서 부엌 쪽으로 향하던 때, 굳게 닫힌 안방 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쟤들....... 깨워, 말아?’
문을 열면 왠지 그 둘이 나체로 뒤엉켜 있는 걸 볼 텐데, 아무리 어젯밤에 파트너를 바꿨다 해도 그거 보면 눈이 뒤집힐 것만 같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 앞으로 다가간다. 뭐 어때? 어차피 다 같이 저질러놓은 일인데 뭐가 대수야.
“에라 모르겠다.”
혼자 중얼거리며 안방 문을 벌컥 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거실 빛이 들어갔지만, 그 둘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란히 누워 이불을 턱 아래까지 덮고는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표정은 편안했다. 그 장면을 보니 ‘피식-’하고, 비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야...... 아주 지랄났네 그냥.”
작게 말했지만 아무도 들을 리 없다. 나는 손뼉을 한번 크게 쳤다.
“야! 일어나!”
수잔나가 흠칫하며 눈을 떴고, 주혁은 마치 군대에서 기상나팔 들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아....... 형님......”
“간밤에 좋던?”
“.......”
주혁은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고 있고, 수잔나는 침대 옆 서랍 위에 올려 둔 브래지어를 입는다. 딱 봐도 둘 다 아랫도리에 아무 것도 안 걸치고 있는 게 보여서, 나는 한 마디 던지고 뒤돌아섰다.
“정신들 차려. 아침 먹어야지.”
해장라면이 당겨서 찬장을 열어 라면 두 봉지를 꺼냈고, 수잔나와 엘리나를 위해서는 햄버거 세트를 두 개 주문했다. 수잔나와 주혁은 비몽사몽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서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다. 부엌에서 라면이 거의 완성될 무렵, 엘리나도 졸린 얼굴로 걸어 나왔다.
햄버거가 도착하고, 뒤이어 라면 두 그릇도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 국물을 한 숟갈 뜨는 순간 주혁의 표정이 확 풀렸다.
“으어, 살 것 같다. 고맙습니다 형님.”
“천천히 먹어라. 김치 여기 있고.”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장을 했다. 밥을 다 먹고 엘리나는 집에 갈 준비를 했고, 나는 거실 창문을 열고 주혁과 함께 전자담배를 피우며 어젯밤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잠에서 덜 깨서 그런 지, 아니면 숨기고 싶은 게 있는 지 몰라도 그는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서 나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주혁과 엘리나는 욕실에서 간단히 세수만 하고 나와서 옷을 차려 입었다. 문 앞에서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하다. 어젯밤의 일은 잠시 잊은 채, 그냥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편하게 작별인사를 했다.
문이 닫히자 집 안이 조용해진다. 나는 수잔나와 함께 소파로 와서 앉았다.
“자, 이제 말해보자.”
“뭘?”
“어젯밤. 어땠어? 솔직하게.”
수잔나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리고, 무릎 위에서 손을 몇 번이고 모았다 풀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처음엔 복잡했어. 근데, 하다 보니까....... 좋았어.”
나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
“나랑 할 때보다도 더?”
그녀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건 아니야. 당신이랑 하는 게 더 좋아. 근데, 어젯밤에도 즐겁긴 했어.”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며 뒤로 기대었다. 예상한 대답이지만, 막상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질투인지, 흥분인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인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
그리고 문득,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다음엔 좀 다른 스릴을 느껴볼까?”
수잔나는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뭐야, 당신 완전 고삐 풀렸네. 그래, 뭔데?”
“기다려.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야.”
* * *
금요일. 나는 엘리나에게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았다. 오늘 마침 일도 제 시간에 끝났겠다,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는다. 집에 오니 여섯 시도 안 됐다. 엘리나는 1층 출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엘리나는 나를 보자 반갑게 다가와서 키스를 했다.
“무슨 일인데, 주혁이 없이 나 혼자 불러냈어?”
“들어가자. 가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 해.”
자연스럽게 엘리나의 팔짱을 꼈다. 그녀는 멈칫하며 팔을 빼 낸다.
“아잇, 아무리 그래도 너희 집 앞인데.”
“뭐, 어때. 부부 교환까지 했는데, 이게 대수야?”
그녀를 데리고 들어가서 차 한 잔을 내주는데, 수잔나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나 왔어’라고 인사를 하던 그녀의 시선이 우리 둘에게 멈춰 섰다.
“어? 엘리나.”
“왔어? 수고했어.”
“.......”
당연한 반응이겠지. 수잔나는 말을 잃었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어. 괜찮아. 씻고 와. 같이 밥 먹자.”
“어......”
수잔나는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엘리나와 나는 욕실 문을 빤히 보고 있는데, 엘리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경률아.”
“응?”
“솔직히 우리 둘 중에 누구랑 하는 게 더 좋아?”
아뿔싸. 수잔나에게 했던 질문을 내가 받을 줄이야. 당연히 나도 그런 질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 어찌됐든, 지금, 대답 잘해야 된다.
“그게 딱 너 아니면 수잔나다 이렇게 말 못하겠어. 솔직히 말하면 밑에 구멍은 수잔나가 더 좁은데, 가슴은 네가 더 크고...... 그리고 발가락은 네 것이 더 맛있어. 풉.”
나도 말하고 나서 나 자신이 너무나도 병신 같다는 걸 느꼈다. 엘리나는 수잔나가 들을세라 입을 막고 킥킥 웃어댔다. 다행히 잘 넘어간 것 같다.
우리 셋은 저녁으로 피자를 시켜 먹었다. 오늘 밤만큼은 술을 안 마시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맨 정신으로는 못하겠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행위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저녁을 먹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뛰었다. 그리고 그게 될 지 안 될 지도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먹다 남은 위스키를 갖고 왔고, 세 사람과 함께 모두 비워버렸다. 술을 마시니 두려움이 많이 줄었고, 내 좆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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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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