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 서연의 이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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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전
서연은 타월을 감으려던 손길을 멈추고, 오히려 턱을 살짝 괴며 에단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비행 내내 자신을 짓눌렀던 박 사무장의 히스테리와 한국적인 규범의 틀이, 이 낯선 독일 사우나의 뜨거운 증기 속에서 기묘한 반항심으로 변한 것이었습니다.
"Ms. 서연, 생각보다 무척 개방적이시네요. 한국 분들은 이런 문화를 힘들어한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에단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며 묻자,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도발적인 대답을 내뱉었습니다.
"글쎄요,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죠. 전 사실 꽤 개방적인 여자거든요. 이런 장소는 제게 익숙해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자유로워서 좋은걸요?"
지적인 목소리로 태연하게 거짓말을 내뱉는 서연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생전 처음 겪는 노출의 상황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벽한 '누디스트'를 연기하는 것이 이 우아한 대결에서 승리하는 길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때, 에단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가 서연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며 끼어들었습니다.
"오, 에단! 혼자만 이렇게 아름다운 분과 대화하기인가?"
에단이 웃으며 그들을 소개했습니다.
"제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친구들입니다. 이쪽은 루카스(Lucas), 그리고 이쪽은 마르쿠스(Marcus)예요."
금발의 벽안을 가진 루카스가 서연의 나신을 정중하면서도 감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뗐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연 씨. 사실 저희도 어제 같은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타고 있었어요. 마르쿠스와 저는 다른 승무원분과 주로 대화를 나누느라 서연 씨는 복도를 지나가시는 모습만 잠깐 뵀었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니 정말 영광이네요."
옆에 있던 마르쿠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습니다.
"맞아요. 비행기 안에서도 눈에 띄게 우아하셨지만, 지금 이 모습은... 마치 이곳 독일의 아침 햇살처럼 눈이 부시군요. 아까 잠드신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여서 깨우기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세 명의 건장한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알몸으로 찬사를 받는 상황. 서연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운 채 여유롭게 답했습니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해요. 비행기 안에서는 업무 중이라 조금 딱딱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에단이 벤치에서 일어나며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엉덩이에 깔고 있던 수건을 어깨에 대충 걸치며 서연에게 제안했습니다.
"서연 씨, 이렇게 인연이 닿았는데 이 뜨거운 곳에서 이야기만 나누긴 아쉽군요.
괜찮다면 저희와 함께 아침 식사하러 가시겠습니까? 근처에 제가 아는 아주 멋진 테라스 카페가 있습니다. '개방적인' 서연 씨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네요."
루카스와 마르쿠스도 기대 섞인 눈빛으로 서연을 바라보았습니다. 서연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타월을 몸에 두르지 않은 채 당당하게 발을 내디뎠습니다.
"좋아요. 독일에서의 아침 식사라...
한국에 있는 민준의 문자 메시지가 가방 속에서 다시 한번 진동했다.
서연은 에단의 뒤를 따라 사우나실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당연히 옷을 입으러 탈의실로 향할 것이라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에단은 복도 끝에 연결된 유리문을 밀었습니다. 그 너머에는 눈부신 6월의 햇살이 쏟아지는 2층 야외 테라스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싱그러운 6월의 초여릉 날씨로 약간 더운듯 따듯한 공기가 느껴졌고,
그곳의 풍경은 서연의 심장을 다시 한번 세차게 뛰게 만들었습니다.
테라스 곳곳에 배치된 목재 테이블에는 이미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너무나 평온하게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다들 아무것도 안 입고 밥을 먹는다고?'
잠시 당황했지만, 서연은 이미 자신이 '개방적인 여자'라고 선언했음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싸여있던 스트레스도 난생처음 격는일로 점차 사라져가는것 같았습니다.
태연한 척, 에단이 권하는 테라스 중앙 좌석에 앉았습니다. 의자 위에 타월 한 장만을 깐 채 맨살이 시원한 공기와 닿는 감각은 생경하다 못해 짜릿하기까지 했습니다.
테라스는 탁 트인 구조였습니다. 난간 바로 아래로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활기찬 길거리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다행히 난간 높이 덕분에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이 나체 식사 광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맞은편 건물 2층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이 있었고, 그곳 창가에 앉은 사람들은 이쪽 테라스의 풍경을 마치 극장 1열에서 보듯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서연이 고개를 들자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던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는 잠시 놀란 듯하더니, 이내 익숙하다는 듯 가벼운 목례를 보냈습니다.
"여기 경치가 정말 끝내주죠? 저쪽 카페 사람들도 이 자유로운 풍경을 하나의 예술로 생각하더라고요."
마르쿠스가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여유롭게 말했습니다. 서연은 속으로 '예술이 아니라 구경거리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그러게요. 시선에 갇혀 사는 한국과는 정말 다른 공기네요. 이 해방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식사가 나오기 전, 에단은 서연을 향해 몸을 기울였습니다. 그의 탄탄한 가슴 근육이 햇살 아래서 단단한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서연 씨, 어제 비행기에서 본 당신은 정말 프로였어요. 하늘 위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왠지 당신처럼 지적인 분에게는 매일이 영화 같을 것 같은데."
서연은 잠시 박 사무장의 독설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그 기억조차 안개처럼 멀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라기보다는 정교하게 짜인 시계태엽에 가깝죠. 승객 한 분 한 분의 니즈를 파악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하지만 가끔 구름 위로 지는 노을을 볼 때면,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서연의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답에 루카스와 마르쿠스는 감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서연 역시 에단에게 물었습니다.
"에단 씨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어제 비즈니스석에서 서류를 보시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이던데요."
"저는 작은 무역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가치 있는 물건들을 찾아내고 연결하는 일이죠. 이번엔 독일에서 계약이 있어서 왔는데, 계약 전 이런 행운(서연과의 만남)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무역업이라니... 민준 씨랑 같네.'
순간 한국에 있는 민준이 떠올랐습니다. 무역회사 대리인 민준은 늘 정장을 갖춰 입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었지만, 눈앞의 에단은 같은 무역업을 하면서도 이토록 대담하고 야생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서연은 앞건물 카페 사람들의 시선과, 옆에 앉은 세 남자의 뜨거운 관심을 동시에 받으며 잘게 썬 과일을 입에 넣었습니다.
비행 유니폼이라는 단단한 갑옷을 벗어던지고, 타인에게 자신의 가장 무방비한 모습을 드러낸 채 나누는 지적인 대화.
그것은 서연이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묘한 쾌락이었습니다. 스트레스는 땀과 함께 증발해버렸고, 그 자리에 이색적인 자극이 차올랐습니다.
"서연 씨, 아침 식사 후에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저희가 프랑크푸르트의 숨겨진 명소를 안내해드리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에단의 제안에 서연은 건너편 카페 창가 너머의 사람들을 다시 한번 힐끗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한껏 대담해진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그때 에단이 식당직원에게 뭔가 부탁을한다.
종이와 연필을...
엔단은 서연에게
저가 그림그리는 취미가 있는데
식사하는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도 되겠습니까?
라고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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