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 서연의 이탈(13)-마지막
바람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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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서연의 생각] - 두 개의 얼굴 사이에서
1. 카페, 그날 오후
민준의 다정한 미소를 마주하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남자는 나를 모른다. 독일에서의 그 날, 내가 어떤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카페 창가에 비스듬히 들어오는 오후 햇살. 민준은 내 손을 잡으며 내일의 약속을 이야기했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지훈의 거칠고 차가운 손길과는 정반대였다.
'만약 그가 안다면? 내가 남녀혼탕에서 알몸으로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에단 앞에서 그림 모델을 해줬다는 사실을. 지훈에게... 그런 짓을 당했다는 사실을.'
나는 민준의 다정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게 신기했다.
'괜찮아. 그는 모른다. 앞으로도 모를 거야. 나는 그냥 평범한 승무원 윤서연일 뿐이니까.'
하지만 가방 속 핸드폰이 울렸을 때, 나의 평화는 산산조각 났다.
발신번호 표시제한. 지훈.
나는 민준에게 거짓말을 했다. "회사에서 긴 연락이 왔어요. 잠시 다녀올게요."
그가 의심할 틈도 없이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후문으로, 그리고 그곳에 주차된 검은 SUV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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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UV, 그곳에서
지훈은 짐승이었다.
그는 내 유니폼을 찢었고, 내 몸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나는 저항할 수 없었다. 아니, 저항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가?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협박당하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내 몸은 솔직했다. 지훈의 손길에 반응했고, 그의 움직임에 몸부림쳤다. 수치스럽게도 나는 쾌락을 느꼈다.
창문이 내려갔을 때, 나는 소리칠 뻔했다. 버스 승객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 알몸을, 지훈과 결합한 내 모습을.
'민준 씨가 저 안에 있어. 바로 저기, 카페 창가에.'
그 생각에 나는 더욱 격렬하게 반응했다.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안 돼... 누가 보면 어떡해..." 나는 울부짖었지만, 내 몸은 이미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민준의 시선이 SUV를 향했다.
그 순간, 나는 절규했다. '민준 씨, 나 여기 있어요! 살려주세요!'
하지만 그의 눈빛은 무심했다. 그는 내가 바로 옆에서 낯선 남자에게 유린당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수상한 차량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나는 오르가즘을 맞이하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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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카페로 돌아와서
나는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물이 내 뜨거운 볼을 식혀주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는 충혈되어 있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화장실 갔다 온 거야.'
나는 가디건을 단단히 여미고 민준에게 돌아갔다.
그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서연 씨, 전화가 꽤 길었나 봐요? 얼굴이 좀 발그레한데, 화장실이 많이 더웠어요?"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래. 그는 아무것도 몰라. 다행이야.'
"아... 네, 회사에서 좀 복잡한 일이 생겨서요. 죄송해요, 많이 기다렸죠?"
민준은 괜찮다며 커피잔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창밖을 가리켰다.
"아까 서연 씨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세워진 대형 SUV가 정말 요란하게 흔들리더라고요. 버스가 지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즘 사람들 정말 대담한 것 같아요."
'그는 안다? 아니, 설마. 그냥 우연히 본 것뿐이야.'
"정말... 별난 사람들이 다 있네요." 나는 억지로 웃었다.
민준이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지훈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저는 그런 자극적인 것보다, 이렇게 서연 씨랑 조용히 손잡고 있는 게 훨씬 좋아요. 우리 앞으로도 이런 행복만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이 행복이 계속될 수 있을까? 민준 씨, 당신은 나를 모르잖아. 내가 얼마나 더럽혀졌는지.'
'하지만...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 당신만은 잃고 싶지 않아.'
4. 공원, 프로포즈
"우리... 정식으로 사귀어요."
민준의 고백이 울려 퍼졌다. 그의 눈에는 오직 나만 보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이 남자가 내 마지막 희망이야. 지훈의 그늘에서 나를 구해줄 사람.'
'하지만...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나는 잠시 망설였다. 독일에서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알몸으로 사우나에 누워 있던 나. 에단 앞에서 그림 모델을 하던 나. 지훈 앞에서 옷을 벗던 나.
'그래도...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 이 남자와 함께.'
"좋아요, 민준 씨. 우리... 사귀어요."
민준이 나를 끌어안았다. 그의 품은 따뜻했다.
'이 순간만은 진심이야. 나는 민준 씨를 사랑해. 비록 내 과거가 더럽지만... 앞으로는 그와 함께 깨끗해지고 싶어.'
그가 내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펜던트가 차가운 느낌으로 내 쇄골 사이에 자리 잡았다.
"이제 우린 연인이에요, 서연 씨. 제가 정말 잘할게요."
'나도 잘할게, 민준 씨.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여자가 될게.'
나는 그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속에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다짐이 섞여 있었다.
5. 평범한 연인의 나날
그 후, 우리는 평범한 연인이 되었다.
주말마다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화도 보고, 한적한 공원을 산책했다. 민준은 항상 다정했고, 나는 점점 그에게 마음을 열어갔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야. 평범하고 조용한 사랑.'
꽃구경을 갔을 때, 나는 정말 행복했다. 형형색색의 꽃들 사이를 걸으며, 민준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이곳을 골랐다고 했다.
"서연 씨,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나도 행복해, 민준 씨. 당신 덕분에.'
그날 밤, 우리는 근처 모텔에서 묵었다. 민준의 품은 포근했다.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는 진짜야. 이 남자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6. 그림, 다시 마주한 악몽
어느 날, 민준의 오피스텔.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해외 인터넷을 서핑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나를 불렀다.
"서연 씨, 여기 와서 좀 보세요. 왠지 서연 씨랑 느낌이 비슷한 그림이 있네요."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모니터 속 그림. 야외 테라스. 눈부신 햇살.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나체의 여인.
그것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그날의 악몽.
나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사우나의 뜨거운 열기. 에단의 시선. 그리고 내 알몸.
'어떡해... 이 그림이 어떻게 여기에...'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태연했다.
"어때요, 서연 씨? 정말 서연 씨랑 닮지 않았아요? 세상에 정말 비슷한 사람이 많은가 봐요."
'모르는 척 해야 해. 그가 나를 의심하면 안 돼.'
나는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요... 정말 비슷한 사람이 많나 봐요. 나도 깜짝 놀랐어요."
민준이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은 의심 없어 보였다.
'다행이다. 그는 아무것도 몰라.'
"맞아요, 세상은 넓으니까요. 그런데 그 그림, 정말 예술적이지 않아요? 작가가 그 여자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린 것 같아요."
'사랑? 에단이 나를 사랑했다고? 아니, 그건 그냥 탐닉이었어. 하지만... 그 그림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내 가장 추한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그려낸.'
"그러게요...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네요."
민준이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서연 씨,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졌어요. 제가 너무 이상한 그림을 보여줬나요? 미안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민준 씨. 그냥... 그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했나 봐요."
'거짓말이야. 나는 두려웠어. 그날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날까 봐.'
하지만 민준은 내 거짓말을 믿었다. 그는 나를 안았다.
"서연 씨는 정말 감성적인 사람이네요. 그게 좋아요."
7. 두 개의 얼굴 사이에서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민준이 내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의 평화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남자는 나를 사랑해. 진심으로.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나에게는 지울 수 없는 과거가 있어. 지훈이라는 그림자가.'
'민준 씨는 그 사실을 모른다. 앞으로도 몰랐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부터 깨끗한 여자가 될 거야. 민준 씨에게 부끄럽지 않은 여자.'
나는 민준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사랑해, 민준 씨. 너무 늦기 전에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이제부터가 중요해.'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거야.
민준과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몰랐다.
내가 잠든 사이, 민준이 검은색 핸드폰으로 JG-net에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 그림자가, 바로 내 옆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서연의 마음 ]
· 독일에 대한 기억: 지우고 싶은 악몽. 하지만 자꾸만 떠오른다.
· 민준에 대한 감정: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 그의 다정함이 나를 살린다.
· 지훈에 대한 감정: 두려움. 그러나 묘하게 중독된 자신을 발견한다.
· 그림에 대한 반응: 패닉. 하지만 모르는 척 했다.
· 미래에 대한 다짐: 깨끗해지겠다. 민준에게 부끄럽지 않은 여자가 되겠다.
"나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요. 민준 씨와 함께라면..."
이것이 윤서연의 진심이었다. 아니, 그녀가 믿고 싶은 진심이었다.
ㅡㅡ 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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