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549~551
네코네코
2
256
0
05.09 13:59
0549 / 0837 ----------------------------------------------
병원비 계산을 하는데 의료보험을 해도 상당히 많은 금액이 나왔다.
그런데 원무과 직원이 계속 무언가를 조회하다가 나에게 말을 했다.
"오연지 환자분 일유대 아너스 기부클럽 멤버이시네요….
진료비 30프로 할인 들어갈꺼에요."
"그게 뭔가요?"
내가 직원에게 물었다.
"일유대 동창회원들 중에서 대학에 누적금액으로 1억원 이상 기부하신
분들은 아너스 기부클럽에 자동으로 가입이 되셔서 부속병원 병원비
할인이 되시거든요…."
직원이 설명하고 삽십프로가 할인된 영수증으로 계산을 해주었다.
"연지야 너 무슨 기부 많이 했다고 병원비 삼십프로나 깍아준다."
내가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 맞다, 그런 혜택이 있었지….일유대 병원 올 일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아내 역시 억지 웃음을 지었다.
아내도 나도 둘 다 마음속이 복잡했다.
나는 제발 악성 암만 아니기를…..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다 끝나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했다.
다음날 출근을 해서 마회장에게 아내와 병원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저런….. 어떻게 하냐?
하지만 잘 한 것 같기는 하다, 일유대 병원에서 모르면 솔직히 어디
우리나라에서는 갈 때가 없잖아…"
"그러게 말이에요…..
회장님, 그때 제가 말 꺼냈던거 있잖아요….."
내가 마회장에게 말을 했다.
"그 상간남?
그래 마음의 결심은 했냐?
난 니가 결심하기 전이라 아직 니가 준 파일 열어보지도 않았다."
"시작해주세요. 이유라도 알아서 아내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아내가 너무 불쌍해요…."
마회장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너도 불쌍한데…."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제가 괜찬아요.
저는 밥 안 굶으면 다른건 다 참을수 있어요.
회장님, 저 우리 연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요.
미워하는 마음이 되게 많았었는데 그 놈이 어디로 다 도망을 가버렸어요."
마회장에게 당분간 아내가 병원 가는날에는 일을 빠지겠다고 말을 했다.
마회장은 당연히 그러라고 했다.
마회장이나 나나 당장 일을 안 한다고 굶는건 아니었다.
이젠 우리 둘 다 일을 즐기면서 하는 수준까지 온 것 같았다.
그나저나 참 힘이 든다.
요새 자궁암이나 유방암 초기는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들은 것 같아서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기는 했는데….
자세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진짜 아무것도 알수가 없었다.
그냥 초조함 속에 모든걸 기다려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이틀이 지나고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다시 찾았다.
아침 일찍부터 검사를 받기 위해서 대기를 했다.
아내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오빠, 이틀동안 배도 별로 안아프고 웬지 느낌이 좋아요.
오빠가 해다준 반찬들도 맛있고, 그냥 몸이 너무 날아갈 것만 같아요.
그냥 자궁에 혹 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인 것일꺼에요…
내가 인터넷으로 그런 사례들 다 찾아보았어요.
이런건 그냥 암 아닌걸로 판정나는 경우도 되게 많데요…"
아내가 내 손을 꼭 잡고 말을 했다.
"오연지, 너 없으면 난 못산다.
니가 아무리 나쁜년이라고 해도 우리 진짜 같이 늙어가자…
아프지말고…."
아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이젠 좋은년 할꺼야….."
아내가 내 뺨을 만지면서 장난을 쳤다.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괜찮은 척을 해도 아내도 마음이 많이 무거운게 티가 났다.
아내가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고, 나는 강이와 함께 아내를 기다렸다.
"강아, 엄마가 몸이 좀 아픈데, 괜찮아질꺼야.
엄마가 아프니까 강이도 슬프지?"
내가 강이에게 속삭여 주었다.
강이는 그냥 내 얼굴을 만지면서 웃기만 했다.
마음에 무거운 커다란 돌을 올려놓은 것 같은 심정이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주말인데…조직검사 결과는 주말 지나고 알려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바로 알면 더 좋을텐데…
무슨 병이던 얼른 다 치료하고 툭툭 털고 다시는 병원에 안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유대 병원은 전국 최고 실력의 병원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국에서
올라온 환자들로 아주 북새통이었다.
아내가 검사를 받을 동안 강이의 유모차는 대기실에 놓고 아기띠를
한 후에 강이를 안고 온 병원을 다 돌아다녀 보았다.
강이 산책도 시켜줄겸, 나도 그냥 돌아볼 겸 해서 천천히 여기 저기를
돌아다녀 보았다.
응급실 앞은 완전히 아비규환이었다.
강이가 있어서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고 먼발치에서만 보았다.
나쁜 병균이라도 옮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응급실 복도 앞까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하지만 의식이 있고 괜찮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이
신경도 못쓰고 있었다.
의사들은 피를 철철 흘리거나 의식 없는 사람들만 붙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을뿐이었다.
너무 좋다는 병원으로 사람들이 몰리니까 여기는 진짜 무슨 영화속에
나오는 전쟁터의 야전병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이와 그렇게 천천히 걸어서 그 큰 병원 한바퀴를 다 돌고 왔는데도
아내의 검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강이 분유를 먹이면서 초조한 마음을 달래었다.
"천천히 먹어 임마…누가 쫒아오냐…"
강이는 이제 젖병 하나쯤은 순식간에 빨아서 먹어치우는 것 같았다.
"무섭게 빠네…..아저씨도 빠는거 하나는 자신있는데…."
아저씨는 왕년에 맥주 마시기 대회 나가서 천씨씨를 빨대로 빨아 마셔서
일등했던 경험도 있어…"
내가 강이에게 속삭여 주었다.
강이는 그냥 내가 자기 얼굴을 보고 무언가를 속삭여주면 그게 좋은지
계속 웃으면서 팔만 흔들어 주었다.
이렇게 하루종일 한 번도 안우는 성질 좋은 놈도 처음 보는것 같았다.
똥을 싸도 냄새로 알아야지 똥을 싸고 뭉개고 있어도 귀찮은지 발도
잘 안 움직이는 놈이었다.
화장실에가서 기저귀를 갈때면 진짜 똥이 한바가지씩 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강이랑 또 반나절을 같이 기다리니까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조직검사까지 다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내는 많이 지쳐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내와 함께 그 교수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사가 그 의사 말고도 두 명이나 더 있었다.
그 의사처럼 50대의 남자 한 명과 40대의 남자 의사가 한 명 더 있었다.
그런데 40대의 남자 한명이 아내를 보더니 말을 했다.
"이름만 보고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연지씨가 맞네요…
나 기억나죠? 성봉입니다….주성봉…"
"네….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에 뵙는것 같아요."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오빠, 여기는 승준 아빠 의대 동기분이세요…."
아…박재호의 의대 동기구나…하기는 박재호도 일유대 의대 출신이니까
말이다.
박재호 친구가 아직까지 아내의 얼굴을 알고 있을 정도라니…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은 아는 사람중에 의사가 있다는 것이 더 반가울 다름이었다.
적어도 아는 놈이니까 더 많이 물어볼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오연지 환자분 케이스는 하도 특이해서 여기 암분야의 권위자이신
종양센터 교수님 두 분을 더 모셨습니다.
오연지 환자분도 일유대 동문이시군요….여기 주교수가 오연지 환자분
이름보고 설마설마 했는데요…"
담당 교수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화면에 엠알아이 화면이 나왔다.
담당 교수가 아닌 다른 50대 노교수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종양은 분명한 종양입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종양은 진짜 처음입니다.
지금 이 종양이요, 자궁 전체를 감싸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 이틀전에 촬영한 시티화면과 비교해보면 불과 이틀만에 이만큼이나
더 자란겁니다.
증식 속도가 너무 빨라요.
이게 다행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악성 종양은 이렇게 빨리 자라지를 못합니다.
그러면 무슨 종양이냐가 문제거든요.
오늘 조직검사를 하기는 했지만 저 안에 깊은 부분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어차피 오늘 조직검사를 한 부분만 나와도 아마 판명은 될 것입니다."
박재호의 친구라는 주교수가 입을 열었다.
"만약에 지금 이 속도로 자궁내의 종양이 커진다면요, 하루라도 빨리
개복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 자궁 뒤쪽의 이 부분이 정상 조직이 아닌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자 마자 바로 수술날짜가 잡힐겁니다.
양성종양이라고 해도 제거수술은 해야 하고, 악성일 경우는 지금
이 상태로라면, 개복 수술을 한다고 해도, 장담은 못합니다."
아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술을 하면 자궁은 보존할수 있는건가요?"
아내가 주교수를 보고 물었다.
"연지씨, 솔직히 말해서요…지금 자궁이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에 지금 자궁의 이 거대한 종양이 악성이고, 자궁뒤의 이 조직들이
전이가 시작되고 있는것이라면요, 자궁을 살리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전이속도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허어….허어…."
내가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어지러웠다.
아내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아내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오히려 더 당황을 하고 아내가 나를 달래주는 것 같았다.
"조직검사 결과는 언제 나오죠?"
아내가 침착하게 교수들에게 물었다.
"보통은 일주일이 걸리지만 연지씨것은 긴급으로 진행할겁니다.
내일이 토요일 이니까 주말 지나고 바로 결과 나오도록 긴급으로 요청을
할께요…"
주교수가 말을 했다.
아내가 침착하게 낮게 깔리는 음성으로 말을 했다.
"만약에 양성이면, 괜찮은건가요? 그러면 자궁도 살리고 저도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건가요?"
노교수가 말을 했다.
"그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요, 제가 종양을 삼십년넘게 관찰을 하면서 의사생활을 했지만
종양의 형태만 보고서 양성인지 악성인지 대충이라도 감이 안오는
놈은 처음입니다.
이건 정말 특이한 형태의 종양입니다.
지금 자궁 전체가 이 특이한 형태의 종양으로 변해 가는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자궁은 아예 형태 자체가 없어지고
커다란 종양덩어리로 변할겁니다.
만약에 수술을 한다고 해도 무조건 다음주 이내에 하셔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힘이 세게 들어간
아내의 손 뿐이었다.
0550 / 0837 ----------------------------------------------
아내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아내와 오후 내내 같이 있다가 아내의 저녁을 차려주었다.
아내는 몇 술 뜨는둥 마는둥 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아내는 그저 나에게 아랫배를 마사지 해달라는 이야기만 했다.
아내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고는 애써 태연하게 보이려고 노력을
하지만. 계속 아랫배를 만지는 것이 혹시 고통이 있어서 저러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아연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녁에 아빠가 일이 있어서 밥을 차려놓지 못하니 냉장고에서
어떤것들을 꺼내서 데워 먹으라고 자세하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아연이 저녁을 내가 차려주지 못한 날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아마 처음인 것 같았다.
아연이는 가끔 내가 촬영 때문에 야근을 하는 적이 왕왕 있으니까
그런것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아내를 혼자 내버려 둘수가 없었다.
아연이도 걱정이 되었지만 아내는 지금 환자였다.
애써 태연한척을 하지만, 아내도 마음속으로는 무척이나 걱정이 많이
될 것 같았다.
강이라도 내가 봐주어야 할 것 같았다.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이틀간의 주말이 꽤 긴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얼른 일요일이 되어서 병원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양성종양으로 판명이 되어서 얼른 제거 수술을 받고 다시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든것이 너무 빠른 시간에 다가온 것 같았다.
1월달에 이주간 아내와 같이 있으면서 처음 애액의 맛이 아주 미세하게
변한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주간이 거의 끝나갔을때 애액의 맛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2월이 되어 너무도 급격하게 모든것은 변해가고 있었다.
아내는 자꾸만 자궁을 살리려고, 임신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려고 하지만
의사가 분명히 말을 했다.
지금 자궁이 문제가 아니라 생명이 문제라고 말이다.
겁이 났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아내처럼 건강한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더 이상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무리였다.
아내의 자궁에 뭔가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아기 같은거 필요없다.
아내만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개인병원 산부인과를 갔을때 의사가 단호하게 임신이 아니라고
했을때, 아내의 그 실망하는 표정이 아직도 머리속에 생생했다.
강이를 낳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도 아기를 원하는지….
나는 내 아기를 낳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이 답답했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을 아내와 함께 밤을 세웠다.
강이를 보는 것 만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아내는 내가 아랫배를 만져주자 잠이 드는 것 같았다.
아연이를 낳고 다시 대기업에 복직을 해서 발이 퉁퉁 부어서 저녁에 퇴근을
하면 내가 아내의 발바닥을 주물러주고는 했었다.
아내는 그러면 스르르 잠이 들곤 했었다.
그때가 생각이 났다.
괜찮을 것이다.
다 괜찮을 것이다.
강이를 분유를 배불리 먹여서 같이 놀아주다가 강이 마저 잠이 들어버렸다.
강이는 놀아주는 것도 참 편했다.
애가 순하니까 그냥 같이 눈빛만 마주쳐주고 손만 잡아주어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나도 아내 곁에서 잠이 들었다.
아내는 새벽에 몇 번을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서는 나에게 아랫배를 만져달라고 했다.
나는 아내의 아랫배를 살살 비벼가면서 마사지를 해주었다.
아내는 그러면 다시 잠이 들고는 했다.
새벽에는 나한테 미안해서 주물러달라고 안할텐데….
새벽에까지 그러는걸 보니 아내가 지금 뭔가 이상하기는 이상했다.
상당히 긴 주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토요일이 되었다.
토요일 아침도 아내와 같이 먹고 점심때까지 같이 있었다.
"오빠, 집에 좀 가요….아연이 밀린 빨래들도 해야죠…
그리고 아연이 밥 좀 챙겨줘요…"
아내가 걱정스럽게 나에게 말을 했다.
"아연이 학교 간다고 아까 문자왔어.
너무 걱정하지 말어…"
"낮에는 강이랑 둘이 있어도 돼요….저녁에 봐요…"
아내가 웃으면서 나를 잡아 일으켰다.
나는 하는수 없이 아내에게 등이 떠밀려서 아파트에서 나왔다.
현관에서 나오기전에 아내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연지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계속 같이 있어줄테니까 아무런
걱정 하지 말어…."
아내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나서 아내를 보고 말을 했다.
아내가 웃으면서 나를 얼른 가라고 밀었다.
키스를 한 아내의 입술이 메마른 느낌이 났다.
아내의 입술은 항상 촉촉했었는데 말이다.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집으로 가서 밀린 빨래들을 하고 아연이가 저녁 먹을것과 일요일날
먹을 것들을 요리했다.
월요일 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계속 아내와 같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의사가 말 한 것들을 백프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뱃속의 혹이
빠른 속도로 자란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양성이던 악성이던 다음주에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그 말이 자꾸만 머리속을 맴돌았다.
오후에 아연이가 집에 왔다.
아연이한테는 아내의 상태에 대해서 말 할 수가 없었다.
아내가 절대로 아연이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떤건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아연이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특별한 부탁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아연이한테는 아직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일도 아닐 것이다.
그냥 무사히 지나갈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아연이는 차라리 모르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스마트폰으로 아내의 집 시시티브이를 보았다.
강이는 낮잠을 자는 것 같았고 아내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
노트북 화면과 데스크탑 모니터를 열심히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
토요일인데도 저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아내는 계속 아랫배에 한 손을 움켜쥐었다가 다시 자판을
치다가, 그렇게 반복을 하는 것 같았다.
아랫배가 아파서 저러는 것일까?
그냥 누워서 쉬면 좋겠는데, 앉아서 뭔가를 계속 일을 하는 것 같으니까
마음이 좀 그랬다.
나는 밀린 빨래를 다 해서 널고, 요리도 다 해 놓고 아연이와
저녁을 먹었다.
아연이는 이제 얼마뒤에 봄방학을 할 것이고, 봄 방학이 지나면
2학년에 올라간다.
우리 아연이가 벌써 고등학교 2학년 열여덟살이 되었다는게 신기하기만 했다.
이번에 만약 아내가 양성종양으로 판명이 되어서 제거 수술을 한다면
수술이 끝나고 아연이에게 엄마 문병을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슬쩍 물어볼까 말까 머리속으로 혼자 고민을 했다.
제발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도 아무일 없고, 아연이도 엄마를 완전히 용서는 못하겠지만
그냥 그래도 피붙이니까 얼굴은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했다.
아연이는 2학년이 되면 콩쿨을 나갈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여러가지 콩쿨이 있지만, 그중에 권위 있는 콩쿨을 하나 정해서
맹연습에 돌입한다고 했다.
레슨을 해주시는 교수님과 함께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콩쿨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연이의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아내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무거웠다.
아연이와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 항상 기분이 좋고 들뜨고는
했는데….오늘은 아내 때문에 마음이 좀 무거웠다.
하지만 아연이에게는 티를 내지 않도록 표정관리를 하면서 대화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같이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아연이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나는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다 마치고 내 속옷들을 좀 챙겨서 아내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물컵으로 사용하는 커다란 유리잔이 있었다.
아내가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아연이가 아주 어릴때…아내가 독일에
해외출장을 갔다가 사온 것이었다.
원래 생맥주잔이라고 하는데 잔이 워낙에 크고 무거워서 내가 전용 물컵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서 원샷할때는 이 컵이 최고였다.
그 컵을 씻고 있는데 갑자기 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버렸다.
그리고는 컵이 싱크대에 한 번 튀기더니 주방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워낙에 두껍고 튼튼한 유리라서 깨지지 않을줄 알았다.
예전에도 몇 번 떨군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컵이 쩍하면서 갈라져 버린 것이었다.
두꺼운 유리컵이 동강이 나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십년넘게 쓰던 유리컵이다.
저게 떨어트린다고 쉽게 깨지는 컵이 아닌데…..
"아빠 괜찮아?"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던 아연이가 말을 했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컵이 떨어졌어…"
나는 아연이에게 대답을 하고 벽에 걸린 벽시계를 보았다.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여덟시였다.
나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열어서 아내 집의 감시카메라 화면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확인을 한게 오후 다섯시였다.
그 이후로는 저녁을 먹고 아연이와 대화를 하느라 감시카메러 확인을
못했다.
아내가 거실에 없었다.
안방의 화면에도 잡히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런데 강이가 보였다.
욕실문이 거의 닫혀있다 시피하고 강이가 욕실 앞에서 엎드린채
혼자 울고 있는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차키를 가지고 현관으로 뛰어갔다.
"아빠…어디가?"
"아…아연아…집에 꼼짝 말고 있어…엄마가….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
확인만 하고 올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연이에게 다급하게 말을 하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아연이가 놀란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나를 현관까지 나와서 보던것이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나는 당황을 하고 있었다.
호흡을 크게했다.
정신 바짝 차리자는 생각을 했다.
차를 몰고 아내의 집으로 향했다.
비상등을 켜고 조금 빨리 달렸다.
가까운 거리지만 내가 서두르다가 더 큰 화를 당할수도 있는 법이다.
침착하자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볼일을 보는데 강이가 보채는 것일수도 있었다.
아내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까와 화면은 같았다.
강이는 혼자 울고 있었다….
아내는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현관문을 여는 마스터키를 내가 가지고 있었다.
아내는 번호키로 사용을 했지만 처음에 설치할때부터 내가 직접 마스터키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이가 욕실 앞에서 엎드린채 울고 있다가 나를 보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자국이 얼굴에 보일 정도였다.
강이는 울다가 지쳤는지 나를 보고서 빨리 기어오지도 못하고
엎드린채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연지야…."
나는 아내를 불러보았다.
욕실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욕실문이 꽉 닫겨있지는 않았다.
강이가 있기 때문에 아내는 볼 일을 볼때도 문을 살짝만 닫아놓은채
강이 소리를 들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욕실문을 밀어보았다.
"여…연지야…….아….어…어떻게….."
치…침착하자……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지….
일일구…일일구를 불러야된다…
나는 일단 전화기부터 주머니에서 꺼냈다.
119를 눌렀다.
"여….여기요…..빠….빨리 좀 와주세요….
사람이 쓰러졌어요….피….피를 많이 흘렸어요….
도와주세요….빨리….빨리요….제발……."
나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전화를 받는 119 직원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전화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내를 일으켰다.
아내는 의식이 없었다.
변기에 그리고 욕실 바닥이 온통 피바다였다.
내 손과 내 옷에 피가 흥건히 묻었다.
아내의 아래 치마와 속옷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아내는 엎드린 자세였다.
그리고 아내의 옆에 생리대가 떨어져 있었다.
아내는 하혈을 하자 욕실로 온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혼자 옆드려서 의식을 잃고 있는건지….
나는 아내의 목을 만져보았다.
아직 맥도 뛰고 있고 숨도 쉬는 것 같았다.
내 온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집으로 일일구 대원들이 들이닥쳤다.
아내의 뺨을 만지고 흔들면서 의식이 되돌아오게 하려는 나에게서
아내를 받아서 일일구 대원들이 들것에 실었다.
나는 강이의 아기띠를 찾아서 강이를 안고 일일구 구급차에 같이 탔다.
일일구 대원들이 뭐라고 하는 것이 들리지가 않았다.
의식을 잃고 있는 아내의 얼굴만 보일 뿐이었다.
욕실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한 순간부터
일일구 구급차를 타고 일유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순간까지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뇌가 활동을 멈춘것 같았다.
의식이 없이 온통 피투성이인 아내는 응급실에서도 제일 긴급한 환자였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동시에 여러명 아내에게 달라붙었다.
토요일 저녁이었다.
응급실은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아비규환이었는데 그런것들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시간개념이 전혀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젊은 레지던트가 나에게 말을 해주었다.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산소 포화도….그리고 지금 바로 집중 치료실로
환자를 옮긴다고 했다.
내가 아까 떨면서 간호사에게 말해준 아내의 정보로 아내의 신원이 확인되었고,
바로 최근 진료를 하신 교수님들에게도 연락이 간다는 말도 했다.
나는 젊은 레지던트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냥 어린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집중 치료실이라는 곳 앞의
환자보호자 대기실로 갔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어 영식이에게 전화를 했다.
"어 견아…웬일이냐? 주말인데 한 잔 빨까?"
영식이가 밝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영식아, 지금 일유대 병원으로 좀 와줘….아기 좀 맡아줘…
연지가 쓰러졌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기계처럼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영식이가 하는 말이 잘 들리지가 않았다.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아내가 응급실을 거쳐서 집중치료실이라는 곳으로
들어가고 나니까, 온몸이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마치 실성을 한 사람처럼 혼잣말을 했다.
"여…연지야……제발……제발…..
우리 연지 좀 살려주세요…..
제발 우리 연지 좀 살려주세요….."
내 눈에서 굵은 눈물 줄기가 뺨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0551 / 0837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 눈 앞에 영식이와 희경씨가 보였다.
"겨…견아…….이…이게…."
영식이가 나를 보고 놀라서 말했다.
희경씨는 침착하게 내 아기띠를 푸르고 강이를 받았다.
강이의 옷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내가 피가 묻은 손으로 정신없이 강이를 아기띠해서 안으면서
강이의 옷에도 피가 묻은 것 같았다.
나는 내 몸을 보았다.
내 두 손과 옷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나는 지금까지 내 몰골이 어떤지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식이는 잽싸게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떠다가 나에게 주었다.
"견아 이거 마셔…..정신 좀 차려…이게 뭐야….."
나는 영식이가 입으로 넣어주는 물을 받아 마셨다.
바짝 마른 입안으로 냉수가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그 냉수가 목 안으로 천천히 넘어갔다.
말문이….천천히 말을 할 수가 있게 된 것 같았다.
내 의지대로 말이다.
여지껏 무슨 말을 하고 여기까지 온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식이한테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 한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영식이하고 희경씨에게 연지의 집 호수를 알려주면서 마스터키를
주었다.
나는 희경씨를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희..희경씨….아…아니 제수씨…..아기 잘 좀 부탁해….미안해…"
"오빠, 걱정마세요. 그나저나 언니 괜찮은거죠?"
희경씨도 울먹이면서 말을 했다.
"어….괘…괜찮아야해….."
"영….영식아, 연지 집에서 아기 옷가지랑 젖병들 좀 챙겨서 얼른 제수씨
집에 좀 데려다줘라, 부탁 좀 하자…."
"견아…내가 희경이랑 아기 옷 챙겨서 우리 집에 데려다 주고
얼른 다시 올께….걱정하지 말어.아무일 없을꺼야…."
영식이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손이 아플 정도로 꽉 잡는 것 같았다.
"어…어…..그래야 하는데…"
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영식이를 보면서 대답을 했다.
영식이는 희경씨와 강이를 데리고 다시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새벽인가?
도대체 응급실에서 얼마의 시간을 있었던 것이고,
집중치료실로 옮긴지는 얼마가 된건지 알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았다.
새벽 네시였다.
한 숨도 자지 못했지만 졸립지가 않았다.
그때 내 눈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나는 집중치료실 앞 보호자대기실 앞에 있는 의자에 계속해서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중이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내 앞에 섰다.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혹시 오연지 환자 보호자분 되시나요?"
"네…."
나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오연지 환자분 출혈도 많으시고 지금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으세요
일단 하루이틀 정도가 고비가 될 것 같은데 직계 가족분들이 있으시면
다 연락을 해주세요.
지금 환자분 추가 검사 진행하고 있으니까, 검사결과가 나와봐야
다시 말씀을 드릴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암센터 주교수님 오셔서 지금 환자 체크하고 계시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그나저나 괜찮으신가요? 몸에 피가 너무 많이 묻으신 것 같은데요…"
의사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저…저는 괜찮아요. 내 아내나 빨리 깨어나서 보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제가 언제 볼수 있는 건가요?"
"중환자실은 보호자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아마 오전 아홉시에 환자가 검사중이나 위급상황이 아니시면
직계가족에 한해서 한 번은 보실수 있으실꺼에요."
의사는 사무적인 딱딱한 음색으로 나에게 말을 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멍하니 뜬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누군가 앉았다.
"견아, 일어나 피 좀 닦자…."
영식이였다.
"여…영식아 안돼….연지 지금 고비래….하루 이틀 고비래…
나 여기 떠나면 안돼."
내가 울먹이면서 영식이에게 말을 했다.
"아니 견아…요 앞에 화장실 가서 얼굴하고 손만 씻자….
너 지금 피투성이야…
내가 체육관에 있는 너 트레이닝복 가지고 왔어.
너 지금 옷에 피가 너무 많이 묻었어.
얼른 갈아입자 내가 여기 지키고 있을께…."
영식이는 나를 일으켜서 보호자 대기실 앞에 있는 화장실로
밀어넣었다.
"영식아, 의사나 간호사가 나 찾으면 바로 불러…."
내가 영식이를 쳐다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걱정마, 간호사가 말하는거 거기 화장실까지 다 들리겠다."
나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았다.
손과 얼굴 그리고 위 아래 옷이 전부 피투성이였다.
아내의 집 화장실에는 얼마나 많은 피가 떨어져 있던 것일까?
나는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리고 손에 묻은 피들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장실 양변기칸으로 들어가서 입고 있는 피가 잔뜩 묻은 옷을 벗고
영식이가 가지고 온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복도로 나갔다.
영식이가 내가 갈아입은 옷을 받아서 잘 정리해서 쇼핑백에 넣었다.
"걱정마, 사람 목숨 그렇게 하루 이틀사이에 어떻게 되는거 아니야….
힘내, 연지는 툭툭 다 털고 일어날꺼야.
견아 진짜 힘내라….너 답지 않게 왜 이래…니가 당황하고 중심잡지
못하면 안돼…..마음 단단히 먹어라…."
영식이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나에게 말을 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마음이 진정되지가 않는것 같았다.
"견아 벌써 아침 일곱시다, 너 한숨도 못 잤잖어.
저기 보호자대기실 들어가서 눈 좀 붙여, 내가 계속 여기 있을테니까..."
"아니야…나 안 졸려….연지 아홉시에 면회 될지도 모른데….
나 우리 연지 봐야해,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우리 연지 나랑 살면서 너무 힘들어서 저렇게 된 것 같아.
사랑하지도 않는 나랑 그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 스트레스 받아서
저렇게 되었나봐….
우리 연지 불쌍해서 어떻게해…..
연지는 집안 어른도 아무도 없고 가족이라고는 세상 천지에
아연이랑 강이 뿐인데….
우리 연지 불쌍해서 어떻게 해….."
"……………….."
영식이는 내 말을 듣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영식이랑 아무 말없이 앉아 있는데 어느새 홍진이까지 영식이 옆에
와서 앉아 있었다.
"홍진아, 일요일인데 들어가서 쉬어…영식이도 들어가라..
내가 필요하면 부를께…."
내가 영식이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영식이와 홍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침통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아 있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내 앞에 누군가가 섰다.
나는 고개를 들어 보았다.
박재호였다.
초췌한 표정의 박재호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아연아빠….….어쩌다가 이런 일이….."
박재호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저…저기 안에 의사들 많이 알죠? 이야기 좀 해줘요….
연지 좀 살려달라고….연지 어떤지 좀 알아봐줘요…승준아빠…
제발 부탁해요…"
내가 박재호의 다리를 잡고 말을 했다.
"아연아빠, 잠깐만 기다려봐요. 저도 주성봉교수가 좀 와달라고 해서
온거에요. 지금 주교수 나올꺼에요….
제가 병원에 들어오면서 문자 보냈어요."
그때 집중치료실 쪽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나왔다.
"재호야 빨리 왔구나, 니가 좀 와야 할 것 같아서…."
주교수가 박재호를 보고 말을 했다.
"성봉아, 이런일이 있었으면 진작에 연락을 좀 해주어야 되잖아
왜 오늘에서야 연락을 하는거야…"
박재호가 주교수에게 언성을 높여서 이야기를 했다.
박재호도 지금 제 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박재호는 지금 내 눈치도 안보고 있는것 같았다.
나도 지금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재호야, 다른게 아니라 너 병리과장 알지 노인네가 보통 꼬장꼬장한게
아니잖아.
오늘 일요일이라서 병리과 당직의사들이 있기는 한데 내 생각에는
병리과장님이 오늘 좀 직접 봤으면 해서…지금 우리끼리도 의견이 좀 갈린다.
다른 병리과 교수들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내 의견은 그 냥반이
좀 보고 의견 좀 내었으면 한다….
그 노인네가, 옛날에 교환교수 할때 미국에 오래 있어서 아무래도
감이 좀 다를꺼야. 니가 전화 좀 해봐라….너 말고 씨알이 먹힐 인간이
없다.
병리과장이 니네 아버지 수제자 였다면서…그리고 너한테도 뭐 눈수술도
받고 그랬다고 그러던데…"
주교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재호가 몸을 돌려서 뛰어갔다.
"야…야 재호야 어디가?"
"내가 병리과장님 잡아올께…기다려…"
박재호는 뒤도 안돌아보고 복도를 뛰어 나갔다.
주교수가 그제서야 나를 보았다.
"보호자분 아홉시에 잠깐 면회 가능하실테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오연지 환자 아직 의식은 없습니다.
조직검사 결과가 빨리 끝나는건 몇가지 결과가 나왔는데요,
아직도 해야 할 검사가 많이 있어요.
일단 오늘 고비만 좀 넘기고 검사 결과 몇 가지 확인만 되면
제가 따로 말씀 좀 드릴께요."
주교수는 다른 의사들과는 달리 친절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여서 인사를 했다.
의사들이 다 사라지자 멍하니 내 옆에 앉아 있던 영식이가 말을 했다.
"견아, 그래도 아는 의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 우리 아버지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돌아가셨을때, 얼마나 답답하고
미치겠는지 진짜 의사들 다 패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뭘 제대로 말을 해줘야지….."
아홉시가 되자 집중치료실 앞에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과
보호자 대기실에 있던 환자 보호자들이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그리고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서 소독된 가운들을 입고 손을 소독하고
마스크까지 썼다.
어디서들 저렇게 많은 보호자들이 나타났는지 영식이하고 홍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환자실 앞에 줄을 선 보호자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중환자실 안의 한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중환자실이 이렇게 넓은 곳인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환자들이 중환자실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전부 의식이 없는 환자들만 있는것 같았다.
아내는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어있는것 같았다.
아내의 몸에는 여기저기에 링거바늘이 꼽혀 있는것 같았다.
아내의 입술이 창백하고 가뜩이나 하얀 피부가 더 하얗고 창백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내의 코에도 산소를 공급해주는 것 같은 튜브가 꽂혀 있었다.
나는 아내의 한쪽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내의 귀에 대고 말을 했다.
"연지야…얼른 일어나, 집에 가자….
너 사는 작은 아파트 말고, 니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큰 집으로 가자…
내가 너랑 강이 평생 보살펴 줄테니까 어서 일어나….
내가 다 잘못했어, 연지야 얼른 일어나….."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의식이 하나도 없는 아내의 귀에 대고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월드카지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