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557~559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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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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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믹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야채를 아삭아삭 씹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야채를 씹더니 옆의 밀폐용기에 있던 카프레제 샐러드도
포크로 찍어서 입에 넣고 씹었다.
다시 포크가 발사믹 드레싱을 뿌린 야채로 갔다.
그리고는 다시 야채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맛있어?"
"오늘 발사믹 드레싱이 아주 제대로 인 것 같은데요….
이게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면서 대답을 하더니 다시 샐러드를
포크로 찍어서 입에 집어 넣었다.
그렇게 샐러드를 먹다말고 입을 열었다.
"올해 스프링 컬렉션 보니까 블랙 앤 화이트가 트렌드라고 하던데…
아연이 원피스 너무 잘 어울린다."
아연이가 그 말을 듣고 방긋 웃었다.
침대맡에 아연이가 사온 하얀색 소국이 꽃병에 꽂혀 있었다.
그때였다.
노크소리가 들리고 젊은 레지던트가 서류를 하나 가지고 왔다.
"이거 주교수님이 서명 좀 받아오시라고 해서요."
아내가 레지던트가 내미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
"왜 교수님이 직접 안 오시고?"
아내가 레지던트에게 물었다.
"지금 수술 들어가셨어요…."
아내에게 무슨 서류냐고 물어보았다.
아내에게서 적출한 자궁을 교육용으로 일유대 의대에 기증한다는
서류라고 했다.
주교수의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저번달이 생각이 났다.
지금 주교수가 내 눈앞에 있으면 확 물어버릴 것 같았다.
주교수에게 너무 고맙기도 했지만, 주교수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것을 생각하면 진짜 뒷골이 당길 정도였다.
내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힘든 찰나의 순간도 없었을 것이다.
눈을 감았다.
그때 그 순간이 떠올랐다.
머리에 수술모자를 쓴 주성봉교수가 수술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주교수가 나를 보자 마자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최선을………"
나는 주교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아…안돼……."
나는 주교수의 발을 잡고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여…연지야……안돼……연지야….."
나는 주교수의 발아래 쓰러지듯이 누워버렸다.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눈앞이 하얗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정신이 점점 혼미해 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튀어나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선생님 그래서요,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거에요…."
영식이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환자분이 수술 들어가기 전에도 저에게 따로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자궁을 보존해달라고…..그렇게 애원을 하셨는데….
개복을 해보니까 도저히 보존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완전히 암세포가 넓게 퍼진 상황이었습니다.
최선을 다 해보기는 했지만….."
영식이가 다시 다급하게 말을 했다.
"아뇨…지금 그게 아니라…연지 어떻게 됐냐구요? 죽은거 아니죠…."
"네 일단 생명에는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자궁은 적출해 내었는데 다행히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악성 종양이 자란 속도에 비해서는 정말 기적에 가까울 만큼 다른
곳으로의 전이는 없는것 같습니다.
다만 자궁뒤의 의심되는 부위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계속해서 조금 긴 시간동안 치료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 하여간에 연지는 안 죽은거잖아요. 그쵸….."
영식이가 다시 다짐을 받듯이 의사에게 물었다.
"네…생명은 그런데…환자분이 워낙에 마취전에도 자궁을 고집하셔서….."
주교수의 이야기가 끝나자 영식이가 바닥에 누워서 헤매고 있는 내
엉덩이를 발로 툭툭 찼다.
"견아…일어나….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왜 바닥에 광을 내고 자빠져 있냐..…..
연지 죽은거 아니래……"
영식이가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소리는 다 들리고 있었지만 머리가 회전이 안되고 있었다.
영식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소리는 들렸지만 해석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영식이가 내 젖꼭지 위를 비틀어서 꼬집었다.
눈이 번쩍 떠지면서 내가 소리를 질렀다.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내가 옛날에 영식이한테 많이 써먹었는데..영식이가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 같았다.
울고 있는 나를 영식이가 일으켰다.
"견아, 연지 살았데……."
영식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내가 눈물이 아직 흐르고 있는 얼굴로 주교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아니…아까 죄송하다고 최선을 다 했다고…뭐 이런 말 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어눌한 말투로 주교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아….그건 연지씨가 자궁을 끝까지 강조하셔서….그걸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아….이런 개새끼……그 상황에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내가 어이 없는 표정으로 황당해 하자….영식이가 나를 툭치면서
말을 했다.
"뭐해 임마 교수님이 연지 살려주셨는데 감사하다고 인사도 안하고…."
영식이가 나를 붙잡고 같이 허리를 숙여서 주교수에게 인사를 했다.
주교수가 수술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는 주교수를 박재호가 부르더니 따라 들어가서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마회장이 나를 잡아서 의자에 앉혔다.
"살았으면 된거야…..근데 저 의사 진짜 사람 가슴 아주 철렁하게 만든다…
나도 뭔 일 생긴줄 알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데….
젠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의사들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런말 못하게 아예 법제화를 시켜버려야해…
어휴 간 떨어지는줄 알았네….."
마회장이 내 어깨를 두들겨 주면서 말을 했다.
나는 그냥 너무 기분이 좋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그 자리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연이도 내 옆에서 울고 있었다.
영식이가 내 등을 두들겨주면서 말을 했다.
"전이 안된걸 감사해…..이젠 밥 좀 먹어라…..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진짜 내가 온 몸이 다 쑤시네….
어휴…..긴장이 팍 풀리는 것 같다…
진짜……중환자실 보호자 대기하는건 사람 피를 말리는 거다…."
"형…축하해….형수 이제 괜찮을꺼야….
괜히 두 집 살림 한다고 쇼하지 말고…이제 형수랑 같이 살어….
그냥 남들 눈 신경쓸 필요 뭐 있어…."
홍진이가 나를 위에서 안아주면서 말을 했다.
"아연아 울지마….엄마 괜찮은데 왜 울어….뚝 해..."
홍진이가 아연이를 달래주었다.
잠시후 홍진이와 영식이는 긴장이 풀려서 온 몸이 쑤신다고
수왕보 온천으로 몸을 풀러 가버렸다.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눈에는 병원 특실 입원실 침대위에 환자복을 입고 앉아서
발사믹 샐러드와 카프레제 샐러드를 와작와작 씹어먹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아내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아내는 머리를 미소년처럼 짧게 깍았다.
아내의 머리가 많이 빠져버렸다.
수술이 끝난후에 강한 항암제 치료를 하느라고 머리가 듬성듬성
많이 빠져버려서 미용사를 불러서 아예 머리를 미소년처럼 짧게 단발로
깍아버린 것이었다.
샐러드를 다 먹은 아내의 앞에 있는 그릇들을 치우는데 아내가
나를 껴안았다.
"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고마워요….병원 밥 너무 지겨워요…....."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와 카프레제 샐러드는 아내가
오늘 올때 해다 달라고 특별히 주문한 음식들이라서 내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만든것이었다.
아내가 나를 껴안고 뺨에 뽀뽀를 했다.
"엄마….내가 보고 있는데…."
아연이가 침대 옆 소파에 앉아서 강이랑 놀다가 아내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연아 실컷 봐…..엄마는 아빠가 너무너무 좋아...….."
아내는 나를 다시 껴안고서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내 몸에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
병원에서는 다음주쯤에 퇴원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했으나, 아내가
병원에 조금 더 입원해서 몸 상태가 더 좋아진 다음에 퇴원을 하겠다고 했다.
아내는 이런 황망한 일을 겪은 다음에….자기 몸을 더욱 신경쓰는 것 같았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난 후에…..아내는 자신의 수술 결과를
주교수에게 듣고 나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도 아기를 낳아주고 싶었을까…..
무의미한 일이었다.
아내가 살아난 것만해도…..나는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 응급실에 실려간 그 날부터….
수술을 한 그날까지는……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병원의 특실들이 몰려 있는 병동의 다른 특실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워낙에 하루 입원료가 비싸서 갑부가 아니면 오래 입원하지 못할것 같았다.
나도 특실 입원료를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수술후에 벌써 꽤 오랜 기간을 특실에만 입원을 하고
있었다.
퇴원할때까지의 입원비를 박재호가 미리 선불로 다 결제를 해버렸다고 했다.
아예 원무과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맡겨놓았다고 했다.
박재호는 자기 병원을 하면서도 일유대 의대에서 안과쪽을
가르치는 외래교수라고 하니까 할인도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이젠 그런게 기분 나쁘고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지 돈 많아서 쓰고 싶다는데…못쓰게 하면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아내를 살리는데 박재호도 그래도 일조를 했으니까 말이다.
침대위에서 머리를 미소년처럼 짧게 깍고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강이랑 아연이랑 놀고 있는 아내를 보았다.
갑자기 불사조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그냥, 아내가 무사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지만…..
아내라는 여자는 이 정도의 시련에 쓰러질 여자는 결코 아니었다는….
아내는 불사조 같은 여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같았다.
파란만장하다는 단어는 아내한테 쓰면 딱 맞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특실의 한 구석의 의자에 앉은채로 침대위에서 아내와 함께
웃으면서 놀고 있는 아내가 낳은 두 명의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아연이와 강이….
둘 다 내 피는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그런 아이들이었다.
하지만…이제 나는 저 두 아이의 아빠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아내는 더 이상 아기를 품을 자궁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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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자궁을 들어내자 진짜 거짓말처럼 자가면역질환의 증상들도
모두 천천히 치료가 되어 버렸다.
주교수가 설명을 했다.
아내의 몸에 사십년 넘게 있던 자궁이 어느 순간 갑자기 그렇게
몸에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면역체계가 인식을 해버리고
공격을 하는게….참….희안하고 드문 일이라고 말을 했다.
갑작스럽게 출산후에 자궁에만 그렇게 집중적으로 악성 종양이
생긴것도 참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사람의 인체는 결코 사람의 두뇌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그런 설명을 나에게 하는
주교수였다.
사정을 모르는 주교수는 그렇게 설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는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궁이 오염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두놈이 쑤신것도 아니고, 게다가 마지막 어떤 놈은 지가 아도 치겠다고
홍콩으로 데리고 가서 진짜 독점까지 하려고 했었다.
그나마 아내의 몸은 정직했던 것이다.
자궁이 너무 여기저기 오염되고 상처를 받으니까, 그리고 그런 자궁에
자꾸 소중한 생명을 품으려고 하니까 몸이 자궁을 심판한 것 같았다.
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했다.
입 밖에 그런 말을 낼수는 없었다.
일이 있을때는 강이를 아내의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보통 맡길때는 네다섯시간을 맡기는데 강이는 어린이집에 맡겨도 적응을
너무 잘 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3월 말에 아내를 퇴원시키면서 아내의 아파트에 있는 짐들을 모두 원래
큰 집으로 다 옮겨버렸다.
짐을 다 옮겨버리고 아내의 집은 다시 임대를 놓아버렸다.
팔아버리느니 월세나 받는게 나을것 같았다.
아내는 이주에 한 번 정도만 병원에 가서 괜찮은지 확인만 하면
될 정도로 건강이 호전되었다.
그렇게 3월말의 어느날에 아내는 자신이 직접 분양받은, 당시 고액의 분양가로
악명이 높었던 그 아파트로 다시 컴백홈을 하게 되었다.
아내가 노트북에 남겼다는 편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돈도 확인하지 못하고 말이다.
아내가 살아났으니까 뭔 내용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보면 괜히 눈물만 날 것 같았다.
강이는 아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이미 나와 아연이와 큰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으니까 이젠 큰 집에 익숙해 진 것 같았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를 보이시한 단말머리 스타일로 가린 아내가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가족으로 합류를 했다.
그러나 웬걸….
첫날 하루나 어색했지…..두번째 날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예전의 아내와 같이 너무도 익숙한 행동, 너무도 익슥한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었다.
아내는 하루종일 가볍게 맨손체조를 하고 강이를 보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편안한 자세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하루에 반나절 정도만 일을 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들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3월이 지나가 버렸다.
아내가 쓰러지고 수술을 했던 2월달….
그리고 아내가 회복을 하던 3월달….
그렇게 두달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진짜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섬찟한 기간들이었다.
4월이 되고 4월초의 어느날 여느날과 같이 마회장과 일을 하고서
바로 오후에 집으로 갔다.
집에 아내와 강이가 있었다.
아연이는 아직 집에 오기 전이었다.
나는 밀린 빨래를 돌리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강이는 내 다리 옆에서 보행기를 타고 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내는 거실에서 소파에 앉아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강이는 집에 아내만 있을때는 아내의 옆에 있었지만, 나와 아내가
둘 다 있을경우에는 무조건 나에게만 왔다.
어린 강이가 이젠 나를 아빠로 인식을 하는 것 같았다.
하긴 태어나서 처음 안아주고 보살펴준 남자가 나 일테니까
이상한건 아닌것 같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오후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이상했다.
아연이는 혼자 키를 열고 들어올텐데 말이다.
나는 누구지 하는 생각으로 인터폰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 거대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이놈아 문열어…."
아버지가 인터폰 카메라 앞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말을 하고 계셨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지금 집에는 아내가 있다.
아니 아내는 문제가 아니었다.
강이가 있었다.
엄마 아버지에게 강이를 뭐라고 말을 할 것인가?
내가 멍하니 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니까 현관문을 쾅 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소리는 분명히 성질급한 편육옹이 주먹으로 문을 치는 소리일 것이다.
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서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발을 보았다.
저렇게 커다란 운동화를 신는 사람은 이 동네에 없을텐데….
커다란 운동화를 보니까 편육옹이 맞는것 같았다.
나는 기겁을 해서 아버지를 보았다.
"아….아부지….."
나는 놀래서 아버지를 보고 말을 했다.
"뭘 놀래 임마…..내가 못올곳에 왔냐?"
아버지가 나를 보고 버럭하면서 말을 하셨다.
편육옹이 집에 오면 안된다.
연지는 그렇다고 해도 강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편육옹이 혼자 올라왔을리는 없다. 젊을때는 엄마랑 안 붙어 다녔어도
나이가 들어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한 뒤로는 항상 엄마랑 쌍으로
붙어다니는 아버지인데….
나는 기겁을 해서 아버지 뒤를 살폈다.
아버지 뒤에서 엄마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아버지가 하도 덩치가 커서 엄마를 가리고 있었다.
"아니 엄마 어쩐일로…."
내가 엄마를 보고 말을 했다.
"어쩐일은…..아연엄마 수술 무사히 마치고 퇴원했으니까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이렇게 올라왔지.
니네들이 이혼을 해도 그래도 다시 이렇게 모여사니 얼마나 다행이냐…."
엄마가 나에게 말을 하셨다.
"아니 이혼하고, 아연엄마 수술한건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화들짝 놀라서 엄마한테 물었다.
"뭘 그렇게 놀래……아연이가 무슨 일 있을때마다 전화로 다 알려주는데…..
아연이가 너한테는 자기가 말한거 절대로 비밀로 하라고 아주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우리는 그냥 모르는척 하고 있는거지…
너 아연엄마 집 나가고 엉엉 울었다고 아연이가 다 이야기 했었어….
견아 근데 엄마는 마음이 아픈것보다…
아연에미가 너랑 거의 이십년 가까이 살면서 얼마나 속 터지면
그랬을까 하는…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뭐 다 지난일인데 어때….다시 합치면 된거지…."
엄마가 웃으면서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니가 보통 놈이냐…..
너를 낳은 우리 부모들도 속이 터지게 만드는 놈인데….
아연에미가 그렇게 오래 살아준게 고마운거지…."
아버지도 옆에서 웃으면서 한마디를 하셨다.
"이놈아 다리 아퍼….왜 길을 막고 있어."
아버지가 나를 밀치고서는 거실로 들어오셨다.
현관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도 놀란 표정으로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안녕하셨어요…….어머님. 아버님……"
아내가 천천히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때였다.
거실에서 뭔가 소리가 나자 궁금했는지 강이가 번개같은 속도로
보행기를 밀면서 거실에 등장을 했다.
엄마와 아버지가 강이를 보자마자 둘이서 동시에 화들짝 놀래시는 것이었다.
"어….어떻게 이런일이….."
엄마가 강이를 보더니 놀라면서 말씀을 하셨다.
엄마가 강이 앞에서 몸을 숙이더니 보행기에서 강이를 꺼내어
번쩍 들어 안았다.
엄마는 강이를 들어서 자세히 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셨다.
아버지가 엄마에게서 강이를 받았다.
그리고는 강이를 두 팔로 여러 번 공중으로 들어서 무게를 재보시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강이를 품에 안았다.
나는 강이를 보았다.
저 놈은 사람 낯도 안가리는지 아버지 품에 마치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강이는 나한테 안겼을때처럼 똑같은 자세로 편하게 아버지의 가슴에
매미처럼 달라붙었다.
엄마가 그런 강이를 보더니 입을 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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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기는 뭐야? 설마……"
엄마가 나를 보고 말을 하셨다.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자…..엄마가 아내를 보고 입을 여셨다.
"에미야….뭐냐….이 아기…."
아내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가 엄마에게 천천히 말을 했다.
"어머님….아연이가 아기 이야기는 안 했나보죠….."
아버지가 강이를 안은채 이야기 하셨다.
"아기의 아자도 안 꺼냈지….에미 수술 잘 끝났다고 아연이가
울면서 전화했지, 아기 이야기는 들은적이 없는데…"
아버지가 아버지 품에서 매미처럼 달라 붙은채 꼼짝도 안하는 나무늘보같이
게을러터진 강이를 보면서 말씀을 하셨다.
"잘했다….잘했어….니네들 이혼했다면서 아기는 언제 가진거야….
아직 돌도 안 지난것 같은데…"
엄마가 강이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여태 강이를 본 사람들은 거의 다 돌 지난 아기로 말을 했는데,
처음 돌도 안 된 아기라고 말을 한 사람은 나를 낳아준 내 친모,
즉 우리 엄마였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말을 듣고 보니까 엄마와 아버지는 이 아기가 어떤 아기인지 전혀 모르고
계신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었다.
그냥 나와 연지가 낳은 아기로 알고계시면 앞으로 문제 될게 전혀
없을것 같았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허….그 놈 참…..어떻게 견이 아기때랑 똑같은지……
우리 견이도 돌 전에는 이렇게 아다마가 쪼깐했는데….
어느날부터 갑자기 몸뚱아리가 커지면서 대가리가 점점 커지더니
결국 이만한게 되었지…."
아버지가 내 머리를 만지면서 말씀을 하셨다.
나는 내 아기때 사진이 별로 없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네다섯살때 사진을 보면 대가리도 크고 몸땡이도 컸던것 같은데
지금 아버지와 엄마는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너 어릴때랑 어쩌면 이렇게 똑같니….
엄마가 아까 처음 보고서 얼마나 놀랐는지….
니들 정말 이럴꺼야….어떻게 우리를 이렇게 감쪽같이 속여…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야….."
엄마가 강이를 만지면서 말을 했다.
강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눈만 꿈뻑꿈뻑 하면서 아버지와 엄마의
손길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차 내 정신 좀봐….아기 보느라고 아연에미한테 신경을…."
엄마가 말을 하더니 아내의 옆에 앉아서 아내를 끌어안아 주었다.
"많이 힘들었지? 자궁암이였다면서…..모진것들….. 우리한테는 연락도
안하고 아연이가 말을 하게 만들어…..
아연에미야…..우리는 니가 우리 며느리라고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어
우리 딸이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살았는데….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누…."
엄마가 아내를 끌어안고 이야기를 하셨다.
"저 놈하고 사는게 힘들면 우리한테라도 먼저 이야기를 하지 그렇게
외국지사로 훌렁 가버리면 어쩌려고……
그래도 돌아왔으니까 괜찮다….잘했어…..친딸도 아연에미 너처럼 하지는
못했을꺼야….아연에미야 그동안 우리한테 너는 친딸 이상으로 잘했잖어…
다시 돌아와서 다행이야…저렇게 이쁜 아기도 낳고….
늦둥이 봤으니까 이제 다시 우리 견이랑 행복하게 평생 손 꼭 잡고 살아…
알았지?"
엄마가 아내의 등을 두들겨 주면서 말을 했다.
"죄송해요 어머님….."
아내가 엄마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
"에휴…..아연에미야…마흔 넘어서 아기 낳느라고 욕봤을텐데….
수술까지 해서 어쩌누…..
몸관리 잘 하거라….."
아버지도 강이를 안은채 아내에게 말을 했다.
"네 아버님…."
아내가 울면서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옆에 뻘쭘하게 있던 나에게 가볍게 잽을 날리셨다.
나는 살짝 피하면서 소파 끝으로 몸을 숨겼다.
"잘 좀 해라…..임마….
평생을 널 먹여 살렸어….
니가 벌어서 먹고 살았으면 아마 결혼할때 내가 해준 그 코딱지만한
셋집에 아직도 살꺼다….
시골집 뒤에 도사견 견사 지은 땅도 아연에미가 사준거 잊었냐?
친딸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이놈아….
잘 좀 하자….."
"아연에미 앉아서 좀 쉬고 있어라…음악듣고 있었나보네….
내가 사골 좀 고아왔어….그저 환자는 푹 우린 사골을 먹어야 해…"
엄마는 보자기에 싼 것을 가지고 주방으로 갔다.
"아연이가 그러는데 너 아연에미가 빌딩 세워줬다면서….
아연에미 쉬라고 하고 우리는 빌딩 구경이나 좀 가자…."
아버지가 나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나는 강이를 받아서 엄마에게 주고서 아내와 엄마 그리고 강이를
집에다 둔채 아버지와 둘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게 뭐야….넌 장갑차를 타고 다니냐?"
아버지가 내 차를 보더니 말씀 하셨다.
그러고 보니 캐딜락을 산 이후에 아버지가 차를 보신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한테 신경 쓰느라고 용돈만 계속 송금해 드리고 최근에는
거의 찾아뵌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지하주차장에서 캐딜락을 보더니 여기 저기 살펴보셨다.
"출세했네…..니가 방지대 나온 놈들중에서는 제일 출세했겠다.
장가 한 번 진짜 잘 갔네…
이런건 양코배기들이나 타고 다니는줄 알았는데…
동두천에 미군 장군이 타던 차보다 더 좋아보인다….."
아버지는 신기한듯 차를 보더니 조수석에 올라타셨다.
"뭐야 이거…..디젤이 뭐 이렇게 조용해…."
완전 시끄러운 디젤 엔진에 익숙하신 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
"아버지 이거 가솔린인데요….저도 시끄러운거 싫어서….."
"거…참…..세상 많이 좋아졌네…."
아버지를 모시고 편셔리 앞에 차를 세웠다.
아버지가 편셔리 프라자를 보더니 입을 떡 벌리셨다.
"이게 니꺼라고?"
아버지가 나를 보더니 말을 하셨다.
"네…..제 명의로 되어 있어요…"
아버지는 믿기지 않으시는듯 건물을 올려다 보셨다.
아버지를 모시고 3층 고영식 짐으로 올라갔다.
"고영식?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아버지가 혼잣말을 하시면서 계단을 올라가셨다.
체육관에는 영식이가 없었다.
"아버지 뜨거운 온천이나 하실래요? 옥상에 온천 있는데…"
"이런데 온천이 있어? 온천 좋지….."
아버지를 모시고 수왕보 온천으로 올라갔다.
아버지가 수왕보 온천이라고 쓴 간판과 방지대 복싱부OB간판을 보시더니
나에게 말을 하셨다…
"철 좀 들어라…..내일 모레면 오십되는 놈이….
마누라가 빌딩을 사주니까 옥상에 장난이나 치고…."
아버지가 수왕보 문을 확 잡아 여셨다.
탕안에 홍진이와 영식이가 홀랑 벗고 온천을 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아버지가 탕안에 있던 영식이와 홍진이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어라…..이 녀석들은 니 자취방에 맨날 뻔질나게 드나들던 그 복싱부 놈들
아니냐….."
영식이와 홍진이가 깜짝 놀라서 홀랑 벗은채로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와….진짜 징한 놈들이네…..지겹지도 않냐…평생을 바퀴벌레들처럼
그렇게 모여서 지내는거야….."
아버지가 혀를 차면서 말씀을 하셨다.
영식이와 홍진이가 옷을 잽싸게 입고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온천물을 더 따뜻하게 온도 조절을 해서 옷을 벗고
몸을 담그었다.
"어이구 좋은거….."
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나도 오래간만에 아버지와 같이 몸을 담그고 있으니까 피로가 싹 풀리는것
같았다.
온몸이 쫘악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견아…..
아연에미 때문에 힘들지?"
아버지가 천천히 입을 여셨다.
"내가 니네들 결혼할때…..아연에미 인물 때문에….살면서 사단이 나도
여러 번 날 줄은 짐작을 했다.
근데 니가 워낙에 칡뿌리 같이 질긴 놈이라서 잘 이겨낼줄 난 알았어…
고진감래라고 하잖아.
잘난 마누라한테 빌 붙어서 다 참고 이겨내니까 이런 건물 사장님 되잖어…
잘 참았다.
어쩌냐…..공부하기 싫어하는 니 머리치고는 출세한 인생이지 뭐….
그리고 늦둥이 본 건 잘한거야….
남자랑 여자는 자식이 있어야 쉽사리 딴 맘 못먹는거야…."
아버지가 눈을 감고 천천히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셨다.
"에휴…불쌍한것…..어쩌다가 암에 걸려서….
얼굴이 양귀비처럼 환하게 빛나던 애가…아주 기가 팍 죽은것 같다….
머리까지 저렇게 선머슴아처럼 깍아놓으니까 왜 이렇게 딱해보이는지….
견아….평생 데리고 살려면 그냥 모든지 꾹 참고 잘 해줘라….
꽃을 끼고 사는건 힘든거야….
잡초를 끼고 사는건 쉬울지 모르겠지만 향기도 없고 아름다운도 없잖아…
꽃은 향기가 나고 아름다운 대신에 관리하기가 힘들잖어….
넌….내가 아는 놈들중에서 제일 질긴 놈이니까 잘 할꺼다….
아연에미 잘 해줘라….
어쩌다가 그런 몹쓸 병에 걸려서…..
에이….불쌍한것……"
"아연이가 클수록 아주 지 에미 판박이다….
어려서도 야물딱지던데….커가면서 얼마나 영리해지는지…..
아주 우리 두 노인네를 아연이가 쥐락펴락 한다.
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한테 다 하고서
너 한테는 아무말도 못하게 하더라.
정말 클수록 지 에미를 꼭 닮아가는것 같다.
사람 마음을 읽는 기술이 있는것 같아."
"네….아연이가 좀 영리하기는 해요…눈치도 빠르고….."
내가 대답을 했다.
"잘 해줘라….
아연에미 인물값 했다고 생각하고…..그냥 잘 해줘라….
본성이 착하잖어….
아연에미 참 착한 여자야…
불쌍하기도 하지….하늘아래 부모도 다 일찍 여의고….어디 기댈대도 없잖아.
요즘 나쁜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요새 어떤 여자가 이런 건물도 니 명의로 해주고 그러겠냐….."
"네…아버지…."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아버지와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서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아내한테 잘 하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하실 필요가 없었다.
나는 아내가 응급실에 실려간 이후로…..
그리고 아내가 암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난 이후로….
계속, 꾸준히….일관되게 아내한테 잘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내한테는 비밀이었지만, 나는 저번달에도 한 번 몽정을 했고,
얼마전에도 몽정을 한 번 했다.
물론 아내가 퇴원하기 전에 말이다.
아내를 안고 싶었는데…..자궁암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한 여자와
언제부터 관계를 해도 되는지 알지 못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가면서 마트에서 좋은 생갈비와 야채들을
장을 보았다
저녁에 오랜만에 다 같이 고기나 구워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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