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587~589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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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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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걱정이 하나도 없는것처럼 환한 표정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유모차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내 맏상주 강이를 보았다.
내 새끼인것을 알기전에도 항상 생각했던거지만 저렇게 천하태평인놈은
진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뭔 놈의 아기가 저렇게 느긋한 표정으로 잠을 잘까…..
강이가 몇 년만 지나고 나면 잔디밭위에서 뛰어노는 저 아이들처럼
신나게 잔디위를 뛰어다니고 놀겠지…..
그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나는 그때 쯔음이면 오십살이 될 것이고…..
아내는 사십대 중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어느 이름모를 구석에 쳐박힌 교도소에서 썩고 있는
쟈니는 출소를 해서 간달프 처럼 생긴 백부의 사업을 물려 받을 것이다.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아내는 그런걸 참 잘했다.
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나서 공을 나에게 슬쩍 던져버리는 것 말이다.
이제 아내가 쟈니랑 만나고 안 만나고는 내 허락 여하에 달려 있었다.
물론 쟈니가 출소전에는 전화통화는 불가능 하다.
편지는 보낼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면 가능하겠지….
중국 교도소의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편지를 주고 받을수 있을런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쟈니가 출소전에 아내가 쟈니를 보려면 중국으로 건너가야만 한다.
그걸 내가 과연 허락할수가 있을까?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나에게 편하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는 아예 내 허벅지를 베고서 누워버렸다.
아내는 눈을 감고 오후의 잔잔한 봄바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참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연지는 나한테 걸렸으니까 이렇게 목숨부지하고 허벅지베개까지 하고서
편하게 쉬는거지….마회장 같은 남편이 걸렸으면 음부가 다리미로
한 번만 지져지는게 아니라 수십번은 지져졌을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생각이 났다.
아내가 나에게 반말로 막 뭐라고 하던게 생각이 났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내가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서 특실로 가서 수술전에 박재호에게
수술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말을 했던것이 토씨하나
안빼고 다 기억이 났다.
사람이란게 참 간사한 존재인게…..그때 내 마음은 연지가 무사히 살아나기만
한다면 연지를 위해서는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가 줄 마음이었는데….
막상 아내가 이렇게 건강해 지니까 혼인신고도 안해주고 완전히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것 같았다.
5월이었다.
내 스물일곱살의 5월도 참 아름다웠었는데….
오연지가 있어서 말이다.
벌써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모든게 다 변했는데 오연지가 내 곁에 있는건 변하지 않은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 우리처럼 돗자리를 깔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것 같았다.
우리를 보는 시선이 없는걸 확인하고 손을 아래로 내려서 아내의 가슴을
슬쩍 만졌다.
그러다가 아예 주물주물 주물거렸다.
아내는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이런 벌건 대낯에 야외에서 만지니까 웬지 더 스릴있는것 같았다.
그때였다.
유모차에서 자던 강이가 번쩍 눈을 뜨고 팔다리를 움직였다.
보통 자다가 깨면 울기라도 하는데 강이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팔다리만 흔들고 있었다.
나는 아내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강이를 유모차에서 안전벨트를 푸르고
내려서 안았다.
그리고 내 품에 꼭 안은채 젖병에 담긴 보리차를 강이에게 먹였다.
강이는 자고 일어나서 목이 말라서 그런지 보리차도 쭉쭉 힘차게
잘 빨아먹는 것 같았다.
아내와 더 이상 쟈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내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는 이상…
더 이상 말을 하는게 무의미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후를 더 편안하게 쉬다가 집으로 갔다.
혼자서 생각을 했다.
나는 변화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지금이 딱 좋았다.
아내가 강이가 내 자식인걸 모르는채 지내는 지금이 말이다.
그리고 아내가 성욕이 생기기는 하지만 꾹 참고 내 곁에서 있는게 좋았다.
아내는 워낙에 그동안 활동적인 생활을 했기에 갑갑할수도 있었지만…..
이젠 아내도 쉴때가 되었다.
그리고 암수술을 받은지 몇 달 지나지도 않았고, 자가면역질환 약물치료까지
받지 않았는가….
아내는 몇 년 정도 푹 쉰다고 해서 이상할게 아무것도 없는 여자였다.
그냥 지금과 같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바뀌는건 싫었다.
진짜로 말이다.
아연이는 9월달에 콩쿨이 있었다.
조금 규모가 큰 대회였다.
그리고 콩쿨의 입상실적이 대학입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중요한 대회였다.
아내, 그리고 담임선생님…그리고 아연이의 개인레슨을 지도해주는
교수님까지…..모두 의견이 통일되었다.
이 콩쿨에 아연이를 내보내기로 말이다.
여지껏 준비했던 발표회나 연주회들하고는 차원이 틀린 것이다.
아연이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예행연습은
없었다.
모 아니면 도였다.
아연이는 이제 실전을 뛸 나이였다.
지금 아연이의 실력이나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나 별 반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아내의 이야기가 있었다.
아연이가 그만큼 급성장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건 다른 말로 하면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경우 지금이 정상일 경우에는
정상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추락하느냐 두가지의 길 밖에는 없다는
이야기를 아내는 했다.
아연이는 그렇게 5월의 중순이 지난 어느날부터 미친듯이 콩쿨 준비에
전념을 다했다.
별반 할 일이 없던 아내도 아연이의 콩쿨준비를 위해서 교수님과도 자주
통화를 하고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저녁에 아연이가 학교에 다녀오면
콩쿨 준비를 같이 돕는것 같았다.
그래도 아내가 있으니까 좋았다.
내가 아연이를 콩쿨 같은것에 대비하기 위해서 준비를 도와줄 것은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거의 준전문가나 다름없는 아내가 진두지휘를 한다는 것은
아연이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걸 잘 아는 아연이도 엄마의 말을 잘 따르고 연습하는것 같았다.
다시 평화로운….그리고 예전과 비슷한 모습의 우리 가정으로
돌아간것 같았다.
아내가 집을 나가기 전의 표면적으로는 잠잠했던, 그때 그 모습처럼 말이다.
택봉이도, 존슨도, 그리고 갇혀있는 쟈니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았지만…
시끄러울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누가 아내에게 함부로 할 수 있으랴….
아내가 직접 나서지 않는데 말이다.
6월이 되면 6월초에 순영이와 두병이의 결혼식이 있다.
마회장은 인생 최고, 최대의 행사일것이다.
본인 결혼하는것보다 딸래미 결혼시키는게 더 큰 행사일 것이다.
그리고 6월 20일은 내 맏상주…..우리 편강이의 첫 생일이다.
하지만…..돌잔치를 내 입으로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가 그랬다.
일단은 아내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내에게, 자기야….강이가 알고 보니까 우리 아기래….
내 친아들이라고….자기야…..너무 행복하다…이렇게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나는 아내를 너무 잘 안다.
그날로 나는 아내의 노예로 다시 전락하는 것이다.
아내는 내 발에 커다란 족쇄를 하나 강력하게 채우는꼴이 되고 말이다.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을것이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꾹 참고 화가 나도 화도 못내는…..
아내가 미워도 다 참고 용서하는….
그런 삶은 이젠 싫었다.
17년이나 그렇게 살았으면 충분했다.
강이의 첫번째 생일은 일단은 아내의 눈치를 충분히 살핀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떡 벌어지는 돌잔치를 차려주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날 마회장이 오전에 일을 하고 나서 오후에 일을
쉬고 점심겸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
나는 혹시 간숙이 관련해서 무슨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지…해서
마회장에게 술을 따라주면서 마회장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마회장은 간숙이는 아무런 문제 없이 간첩으로 잡혀가기 전의 간숙이나
다름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마회장의 고민은 다른데 있었다.
마회장이 얼음소주를 글라스로 원샷을 하고 난 후에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순영에미가…..순영이가 시집간다는 소식을 들었나봐…..
하긴….순영이가 지 이모하고는 아직 그래도 간간히 연락을 하니까 말이야….
순영이가 경제적으로 괜찮은데다가 나 몰래 친척들 만나면 용돈도 찔러주고
그러나봐…..
게다가 순영이가 의사남편 얻는다고 소문이 다 나서…다들 시집 잘 간다고
칭찬이 자자하데…..
아….이야기가 삼천포로 새는구나…..
중요한건 말이야…..순영이 친모가 순영이를 찾아왔다고 하더라구….."
마회장은 술을 글라스에 가득 또 따라서….원샷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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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이 친모도 이젠 제법 나이가 되었잖아…
세상 천지에 아이라고는 순영이 하나인데….지도 생각하는게 있겠지…
그래도 초등학교 선생을 하던 여자인데….
머리가 아주 없는 여자는 아니잖어….."
마회장이 말을 하다말고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나는 가만히 마회장의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마회장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마회장이 술로 입을 적시고서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순영이도 결혼날을 잡아 놓았으니까 마음이 싱숭생숭 했겠지….
지 에미한테 받은 상처가 아물기나 했겠어?
순영이는 그 어릴때부터 내가 친부가 아닌걸 알고….
지 친모는 자기를 버린 사실까지 모두 가슴에 안고 산 애잖어…..
순영이가 얼마전에 그러더라고….
아빠가 나서지 않았으면 두병씨하고 결혼하지 못했을꺼라고……
자기는…..평생 결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나는 그 이야기가 이해가 가……
순영이는 상처가 많은애야……"
"그런데 친모라는 년이 딸이 결혼을 한다니까 기어이 찾아왔다고
하더라구…..
그래서….순영이한테 그랬데….
하객석 구석에서, 아니면 뒤에 서서라도 좋으니까 결혼식을
보고 싶다고……몰래 보고 싶지는 않다고…..순영이한테 허락을
해달라고 말을 하더래…..
순영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친모를 그냥 돌려보냈데….
순영이가 그러는데 많이 늙었더래….
나보다도 어린데…..아빠보다도 훨씬 늙어 보인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순영이가 그날 저녁에 나를 찾아와서 속상하다고 울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그렇게 말을 하더라구….."
나도 한숨을 쉬었다…..
내가 마회장 입장이 되어도 미칠것 같았다.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
마회장이 나에게 물었다.
"저도 쉽게 결정을 못 내리겠는데요……
순영이도 순영이지만…..회장님 기분도 있으니까요….."
"그래서….내가 순영이한테 물었다.
순영이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니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아빠는 이제 뭐가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니가 행복하게 결혼하는 것만 보면…..그걸로 만족한다고…..
난 그렇게 순영이한테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한숨을 다시 크게 내쉬었다.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가 나올것 같은 분위기였다.
내가 아는 순영이라면 그럴것 같았다.
순영이는 상처가 많은 아이였지만…..순영이 글을 보면 항상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하는 그런 스타일 이기 때문이었다.
순영이는 마음이 모질지가 못 한 애였다.
마회장이 말을 계속했다.
"순영이가 그냥 결혼식날만 엄마를 아빠 옆에 부모님 자리에 앉히면
안되겠냐고 말을 하더라…..
내가 그러라고 했어….
순영이가 지 혼자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고 나에게 이야기 했겠어….
순영이 인생에 가장 행복해야 할 날인데….
아무리 자기를 버렸어도 낳아주고 어릴때는 그래도 키워주었던 엄마인데….
하객석이나 아니면 뒤에 몰래 서서 결혼식을 보는건…..
순영이도 눈물나는 일이잖아.
순영이처럼 착한 애가 말이다.
순영이는 자기가 결혼을 하는 좋은 날이니까 모든걸 다 용서하고 싶은가봐…
그런게 틀림없는것 같더라고….."
"내가 그러라고 하니까….
순영이가 나를 안고 울더라….
내가 교도소에 있을때 그 어린 순영이가 나를 찾아와서 엉엉 울던
모습이 자꾸만 보이더라구……"
"에이 시팔…순영에미를 내 옆에 앉힌다고 해서 좆도 바뀌는건 아무것도
없잖아.
솔직히 나는 혼자 앉아 있을라고 했었거든….
간숙이를 거기 앉힐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마회장은 속상한지 글라스에 담긴 얼음소주를 연거푸 두 잔이나 원샷을
했다.
"회장님 안주 좀 드세요….속 버리시면 어쩌려구요…."
마회장이 젓가락을 들면서 말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하나 집어먹으려고 했는데…니가 그렇게 미리
말해버리니까 뻘쭘하다…."
젠장…..마회장이 이 정도 일에 멘탈이 나갈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간첩도 데리고 사는 남자인데 말이다.
마회장이 안주를 씹더니 말을 했다…..
"난 내 전처를 절대 용서한게 아니다.
내가 전처와 결혼하지만 않았더라면….지금같이 살지는 않았을꺼야….
난 항상 열심히 했었거든…..경찰 승진도….제일 빨랐었단 말이야….
아마 지금쯤이면 지방경찰청장 정도는…….아니…아니다….
지방경찰청 차장정도는 했을수도 있을텐데….
난 정말 자신있었거든….물론 그 정도 계급에 올라가려면 실력으로만
되는건 아니야….정치도 해야하고 파워게임이나 인맥관리도 해야하지…
하지만….난 그런것도 자신 있었다고…..
나라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그런…..삶을 살수 있었는데…..
그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난 아직도 전처가 너무 밉다.
내 청춘과 내 꿈을 앗아가 버린것 같아서 말이다….."
마회장이 한숨을 크게 쉬면서 말을 했다.
마회장의 입장에서야 그렇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마회장이 계속 현직 경찰이었으면……
나는 마회장을 만날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아마도 오연지의 노예로 이십년을 채우고….이십오년을 채우고
오연지는 집을 나갔다 들어왔다…그래도 나는 계속 노예를 하면서….
그렇게 살았겠지….
아연이가 친자가 아닌것도 모른채….
강이가 친자인것도 모른채…
그냥 주는 밥 배불리 먹고 그런 반복되는 삶을 살았겠지…
중형차 사주면 입이 찢어지고….
아내가 더 큰 잘못을 하면 준대형으로 바꾸어주고….
또 더 큰 잘못을 하면 아마 외제차도 사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평생을 오연지 뒤치닥거리나 하면서 살았겠지..
물론 앞으로도 오연지를 돌봐주면서 살 것 이지만…..
내가 주도해서 돌봐주는 것하고….
아내가 시키는대로 수동적으로 아내의 곁에 있는건 하늘과 땅이었다.
마회장을 만나고 나서 내 인생이 바뀌었는데…..
내가 모르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는데…..
나는 그럼 마회장의 전처에게 고마워 해야 하나….
복잡한 문제였다.
어찌되었든 그때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듯이
마회장이 내 인생의 제갈량….아니 제갈량이 아니지…장량이었나?
하여간에 내 인생에 큰 도움을 준 것은 틀림없는 이야기였다.
이제 내 인생에서 마회장이 빠진다는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마회장이 가엽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회장은 교도소를 다녀와서 진짜 맨주먹 붉은피로 지금의
위치도 이루고….엄청난 부도 이루지 않았던가….
대단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물론 자신이 뿅갔던 안정숙씨를 정관장이 차지하고…자기는 이미정이나
간숙이처럼….뭔가 좀 껄쩍지근한 여자들만 만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했지만….여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
아….내가 그런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마회장은 속상한지 술을 연거푸 마셨다.
그렇게 마회장이 취해버리자 간숙씨가 마회장을 부축하러 내려왔다.
간숙씨는 마회장과 며칠 지내면서 얼굴이 많이 좋아진것 같았다.
순영이 결혼식을 끝내고 마회장과 간숙씨는 회사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아파트로 집을 이사할 예정이었다.
예전에는 함흥댁만 보면 친근하고 동생같고……항상 푸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함흥댁을 보면 몸이 긴장부터 되었다.
똘이장군세대이다….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담긴 국민교육헌장을 졸라게
쳐 맞아가면서 외웠던 세대였다.
간첩을 보면 무섭지 않을수가 없었다.
게다가 영화 속에 나오는 간첩들 치고 싸움 못하는 놈은 한 놈도 없었다.
함흥댁은 얼굴이 그 며칠 사이에 너무 좋아진것 같았다.
함흥댁이 술에 많이 취한 마회장을 데리고 올라갔다.
나는 오래간만의 음주에 술을 조금 더 먹고 싶기는 했지만….
남은것만 먹고 집에 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은 술과 안주를 혼자 다 먹고 나서 거리에 나와보니 아직도 훤한
대낮이었다.
너무 일찍 술을 마신것 같았다.
집에 가기가 그랬다.
술을 마시면 아내를 안고 싶은데…..강이를 내버려둔채 아내를 또 안을수는
없었다.
내 맏상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천천히 편셔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수왕보 문을 열었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영식이도 홍진이도 보이지 않았다.
괜히 녀석들을 부를 필요는 없었다.
물을 정수시키고 온도를 올리는 기계를 작동시켰다.
물이 빠르게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물이 따뜻해져서 홀랑벗고 탕에 들어갔다.
술이 알딸딸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순영이 친모를 생각을 했다.
마회장을 생각하고 말이다……
어차피 길게 살아야 팔십년 구십년인데….나는 절반 이상은 산 것인가?
마흔 여섯이니까 말이다.
얼마나 산다고 아둥바둥, 이렇게 진절머리나게 아둥바둥 사는건지…..
내 현재 형편을 생각했다.
일반 직장생활을 해서는 평생 꿈도 못꿀 이런 커다란 건물도 가지고 있다.
일단 먹고 사는 걱정을 안해도 되니까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게다가 내가 온 마음과 정성을 다 바쳐서 키운 예쁜 고등학생 딸과…..
내 맏상주 역할을 해줄 나랑 먹성이 똑같은 두 살 짜리 친아들이 있다.
세상에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더 많을텐데….
나 정도면 진짜 행복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
연지가….이제 더 이상 그 어떤 문제만 안 일으켜 준다면….
내 인생 앞으로 크게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뒤끝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난일은 진짜 내 기억속에서 모두 다 지워버리고 살고 싶었다.
그러면 다 괜찮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5월이 지나버리고
6월이 되었다.
날씨가 무척이나 화창한 토요일 오후에 순영이의 결혼식이
시내의 한 중급 규모의 호텔에서 열렸다.
마회장에 꽤나 신경을 쓰고 돈을 들인것 같았다.
나는 하객들의 축의금을 접수하는 테이블에 앉았다.
나도 돈에 관한 꼼꼼한 성격이지만 나보다 더 똘똘한 놈이 필요했다.
나는 방지대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홍진이를 내 옆에 앉혀서
같이 마회장의 하객 축의금 접수를 하는 일을 시켰다.
홍진이와 영식이도 모두 마회장과 잘 아니까 근사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결혼식에 참석을 했다.
마회장이 저렇게 초조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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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연회장 로비가 갑자기 살벌한 현장으로 변했다.
마회장이 교도소에서 같이 복역했던 후배들이 잔뜩 들이닥친 것이었다.
나도 안면이 있어서 같이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던 형님들이 보였다.
다들 나를 보자마자 편이사 반갑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악수를 했다.
옆에서 홍진이가 축의금 접수하는거 봉투정리를 도와주던 영식이가
액면 강한 형님들을 보고서 화들짝 놀랬다.
영식이도 웬만해서는 깡으로는 어디가서 안지는 놈인데….
워낙에 국가대표급의 액면들이 등장을 하니까….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동네 지구대장을 비롯해서 안면이 있는 경찰들도 잔뜩
들이닥쳤다.
티브이에서 보던 국회의원도 얼굴이 보였다.
마회장의 법대 선배라고 했다.
경찰과 전과자들 그리고 친자확인 업체 사장과 부사장 그리고
이혼전문 변호사 사무실 식구들….그리고 정관장 가족과 김코치 모사범,
그리고 우리 사무실 건물의 사채사장님 철물절 사장님을 비롯해서
어중이 떠중이 삼용이 얼굴까지 다 보이는 것 같았다.
마회장이 인생을 헛산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회장의 수많은 정보원들과 심지어 눈에 익은 모텔 사장이나 직원들까지
보일 정도이니까 말이다.
나도 지금부터라도 인맥을 관리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영식이 홍진이랑만 놀다보니…..가까운 사람들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때문에 아는 분들 몇 명 빼놓고는 진짜 인맥이 없어도 너무 없는것
같았다.
하긴 그럴만도 했다.
인맥을 쌓은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마회장과 일을 하면서 쌓은 인맥들이다.
그 전부터 친한건 영식이 홍진이 말고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제대로 된 직장생활같은걸 해본적이 없으니 인맥같은게 있을리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타산 따지지
말고 많이 베풀고 친절하게 잘 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관장은 안정숙여사와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동안 정말 애가 많이 큰 것 같았다.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 생총각 관장님이 과부랑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은게….참 대단했다.
그게 다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참 세월 진짜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마회장과 드론으로 정관장과 안정숙여사가 떡을 치는걸 몰래 보던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저런 단란한 가족이 이루어지다니….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결혼식 시작전에 아내가 강이를 데리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왔다.
아내도 보고 싶다고…..오랜간만에 바람도 쐴겸 오겠다고 며칠전부터
말을 해서….내가 오라고 했다.
아내는 영식이와 홍진이와도 오래간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결혼식이 시작되어서 나는 아내와 강이와 함게 하객석에 앉았다.
하객석에는 곱게 한복을 입은 간숙이도 보였다.
간숙이는 왜 한복을 입었을까?
지가 뭐라고…..
저 넓은 한복 치마안에 설마 기관총을 숨기고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이미정도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같이 결혼식에 참석을 했다.
이미정도 제 정신은 아닌것 같았다.
마회장 딸 결혼을 하는데 새로 사귄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다니…
새로 사귄 남자친구는 눈 밑이 웬지 퀭해보이는게….웬지 정상적인
놈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병이의 의대교수님이 주례를 서는 것 같았다.
마회장이 순영이의 손을 붙잡고 신부입장을 했다.
마회장의 옆에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앉은 여인을 보았다.
예전에도 사진으로 본 적은 있었으나 실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진짜 바람피고 그런 짓을 할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냥 청순하고 얌전하게 생긴 그런 평범한 중년여성이었다.
저런 여성이 그렇게 미친듯이 바람을 피고 선생님도 짤리고….
애도 다른 놈 애를 낳고….
음부까지 다리미로 지져져서 그렇게 살아간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냥 천상 얌전한 부인같은데…
사람은 외모보고는 진짜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마회장이 젊을때…경찰 초급간부일때….반할만 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순하게 생긴게 말이다.
마회장과 전처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웨딩드레스를 곱게 입고있는
순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영이가 마회장과 친모에게 인사를 할때 눈물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두병이가 순영이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순영이 얼굴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결혼식이 잠시 연기될 정도였다.
얼마나 한이 맺힌게 많고 복받치면…..저렇게 많이 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옆에서 그런 순영이를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면서 아내의 알몸 결혼식을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사람들 머리로는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홀랑 벗고 결혼식을 올릴 생각을 했는지……
결혼식이 끝나고….
순영이 친모는 따로 식사도 하지 않고 몰래 식장을 빠져나간것 같았다.
마회장에 대한 예의 때문인지…..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친모는 순영이에게만 따로 인사를 하고 몰래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그냥 기분이 좀 그랬다.
아내는 강이를 영식이에게 안겨서 맡겨놓고 부페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었다.
"야…이리 내….니가 왜 강이를 안고 있냐…"
내가 영식이에게서 강이를 받아서 안았다.
"강이가 그래도 나랑 애엄마랑 그래도 얼마동안 지내서 그런지 몰라도
내 얼굴을 기억하나 보다….."
영식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하긴 아내가 중환자실에서 있고 수술을 하고 얼마동안은 영식이와 희경씨
부부가 강이를 돌보아 주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까 너무 고마웠다.
내 새끼를 그렇게 잘 돌봐주었다는게 말이다.
나는 먹는건 별로 신경을 안 쓰고 강이를 안은채 먹는둥 마는둥 했다.
아내가 내 옆에서 밥을 먹으면서 말을 했다.
"신부가 너무 많이 울었어요…..맺힌게 많은가봐…."
아내가 나를 보고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결혼을 할때도 아내는 무척이나 많이 울었었다.
니미….나한테 시집가는게 속상해서 그렇게 울었던 것이겠지….
내 옆에서 세련된 화장과 옷차림으로 음식을 오물오물 씹고 있는 아내를
보니까 꼬집어 주고 싶었다.
"오랜만에 시내 나오니까 좋네요…..진짜 오래간만에 나온 것 같아요…"
아내가 나에게 속삭였다.
그렇게 조금은 더운 초여름날에 순영이의 결혼식은 무사히 잘 끝났다.
마회장은 순영이 결혼식이 끝난후에 바로 간숙이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순영이 결혼식도 끝났겠다, 자신도 조금 쉬고 싶다면서
일주일동안 간숙이와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나는 휴가를 가겠다는 마회장에게 말을 했다.
"회장님…..밤에 안경 카메라 몰래 켜놓고 주무세요…..
간첩들은 독침을 이용해서 심장마비처럼 죽음을 위장할수도 있고…
복어의 독을 이용해서 사인을 알수 없게 만드는 기술도 있데요…."
내가 심각하게 마회장에게 말을 하자 마회장이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영화 좀 작작 봐라…..내가 무슨 국무총리도 아니고….나 죽여서 뭐한다고….
날 죽이겠냐…
솔직히 이젠 순영이 의사한테 시집도 보냈겠다….죽어도 여한이 없다….
나 죽으면 내 드론들하고 우리 마대정보진흥 다 너 가져라……"
나는 웃고 있는 마회장에게 대답을 했다.
"싫어요…..우리가 같이 해야 마대정보진흥이지 나 혼자 어떻게 해요….."
마회장이 말을 했다.
"그럼 나 살아오기를 기대해…..
나도 이제 건강관리 하면서 살꺼야…."
그렇게 마회장은 간숙이와 같이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
아내가 저녁에 자기전에 침대에서 나에게 말을 했다.
"저기…..여보……얼마 안 있으면 강이 첫돌인데요…."
아내가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나는 속으로 올커니 올게 왔다…드디어 아내의 입에서 먼저 돌잔치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내가 강이 돌잔치를 하자고 하면 못 이기는척 돌잔치를 부페 같은데서
제대로 하려고 했다. 아니 호텔이어도 상관없었다.
내 맏상주인데….멋들어진 근사한 돌잔치를 해주고 싶었다.
"강이 생일날 우리 가족끼리…..조촐하게 생일상이라도 차려서
같이 밥 먹었으면 해요….
당신 괜찮죠? 내가 염치가 없어서….
당신한테 그런말을 차마 못하겠어요….."
아 이런……
평소에는 그렇게 뻔뻔함을 보이던 아내가 왜 이럴때는 내 눈치를 보는지….
나는 아쉽기는 했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강이 돌잔치를 성대히 하자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당신 편한대로 하자고….난 괜찮아…."
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자기 침대에서 세상 모르고 쿨쿨 자고 있는 강이를 쳐다보면서
생각을 했다.
아들…..미안해….나중에 크면 아빠가 더 멋진걸로 다 갚아줄께….
돌잔치는 우리 포기하자….
엄마가 우리의 관계를 당장은 알면 안돼…..
나중에…엄마가 더 늙으면 아빠가 엄마한테 다 이야기 할께…..
미안해 아들……..
나는 강이를 보면서 찡한 마음을 달랬다.
나는 아내를 꼬옥 안고 잠을 청했다.
아내의 냄새가 오늘따라 더 좋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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