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14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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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눈꽃의 후회 014 ----------------------------------------------
"감사합니다. 편견씨….
자화자찬일지도 모르겠지만…..편견씨에게 인정을 받으니
정말 기쁩니다.
진심입니다."
옥봉이가 나를 끌어안으려고 손을 벌리고 다가왔다.
이 미친새끼가 돌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새끼는 지금 자화자찬에 푹 빠져 있었다.
나는 녀석의 포옹을 피하기 위해서 말을 했다.
화제를 돌려야 했다.
멍청하게 얼떨결에 박수는 쳐가지고 이 사단을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그럼 락교 맛의 비밀은 식초입니까?"
내가 질문을 하자, 옥봉이가 화색을 하면서 대답을 했다.
"물론 입니다.
저희 공장의 메인 공정은 락교같은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 아닙니다.
저희 공장의 메인 공정은 식초를 만드는 공정입니다.
식초가 일반 식초와 틀립니다.
식초의 생산과정과 발효의 과학이야 말로……모든 초절임 음식의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사장님이 저에게 전수를 못해주어서 미안하다고 한게 바로 이 비밀식초를
만드는 비법입니다.
하지만….데이터가 사장님의 손맛을 완벽하게 재연해 내었습니다."
"훗카이도 지방의 유명 일식집 사장님들이 저의 오랜 단골이십니다.
저희 공장에 견학을 와 보시고는 다들 놀래십니다.
예전 사장님의 삼십년전 맛하고 지금맛이 하나도 틀리지가 않다고
다들 입을 벌리고 놀래십니다."
그러고 보니 공장 전체에서 은은히 나는 냄새가 참 좋았다.
시큼한게 아닌 기분좋은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제가 경제학자라서 그런게 아닙니다.
모든건 퍼포먼스로 대답해야 하는 겁니다.
이 지방에 저희 공장같은 초절임 음식을 대를 이어서 하는 장인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그들 누구도 제가 장인이라는 칭호를 쓰는 걸 욕하지 않습니다.
표준화된 맛과, 판매량이….
훗카이도에만 머물던 판매를 도호쿠, 그리고 넓게는
혼슈까지 확대한 제 사업수완을 아무도 욕할수는 없습니다.
물론 예전 장인의 맛을 그대로 물려 받은 제 공장을 장인의 공장이라고
하는데…..그 누구도 함부로 토를 달지 못합니다.
제 청춘을 초절임 식품을 만드는데 다 바쳤습니다."
이 새끼 학교에서 쫒겨난 주제에 이젠 한술 더 떠서
자기 스스로 경제학자라고 한다.
교수도 아니고 강사나 하다가 쫒겨난 새끼가 말이다.
니가 경제학자면 난 타이슨이다 이 씨발놈라고 쏘아붙여주고 싶었다.
"선생님, 식사준비 다 되었습니다."
옥봉이와 내가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고쟁이 같은 반바지를 입은 아내가 우리를 보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우리를 보면서 씨익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가 먼저 짜증이 날 정도였다.
어제도 아니고 불과 아까 저녁을 차리러 가기전에 했던말이다.
옥봉이가 아내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여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아내는 옥봉이에게 다시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까마귀 고기를 쳐먹은 것일까?
저년이 눈치 백단에 아다마가 보통 팩팩 잘 도는 년이 아닌데,
설마 일부러 그런 것일까……
"하하하하….억지로 하려니까 잘 안되네….
그치 연지야…."
봉옥봉이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내도 가볍게 웃었다.
봉옥봉이가 내 옆에 오더니 또 뭔가를 씨부릴려고 했다.
이 새끼 임택봉이 저리가라로 말이 많은 새끼다.
이렇게 말 많은 새끼는 처음 보는것 같았다.
게다가 얼굴 피부만 얇지, 낯짝은 더럽게 두꺼운것 같았다.
대놓고 이렇게 자기 자랑 하는 새끼는 진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자기피알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 새끼는 정말 해도 너무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돈에 미친새끼인가….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밤에 아까 그 판매점에
알바라도 하나 쓰던가…
사장, 부사장이 노가리 풀면서 그렇게 다정스레 데이트 하듯
같이 앉아 있을 필요가 있는 것인가?
진짜 연구대상인 새끼 같았다.
"사실….연지와 올해 1월 1일부터 서로 여보 당신 호칭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서 계속 연습을 하는데 그게 잘 되지를 않네요.
저도 솔직히 아직 연지를 연지라고 부르는게 더 편하고,
연지도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 더 편한 모양입니다.
이십이년전인가요…..연지와 제가 서로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할때 우리
호칭이 그랬었으니까요…..
그때 우리는 이미 하늘도 끊지 못할 부부의 연을 맺은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하하하하"
얼른 내일 오전 열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친새끼였다.
제대로 야무지게 미친새끼였다.
택봉이는 미친놈이어도, 크게 잘난척을 하는것도 아니고 뭔가 개연성이
있게 조리있게 설명하듯이 말을 하는 스타일인데,
택봉이에게 버림받은 제자인 옥봉이는 그렇지 않았다.
말이 많은 것은 똑같았지만, 이 새끼는 온통 자랑 투성이에 하는 말마다
듣는 사람이 대패로 팔을 긁어야 할 정도로 사람 몸을 비비꼬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새끼였다.
아내의 전신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서있는 아내의 전신을 제대로 보는 것
같았다.
독특하게 생긴 신발이었다.
일본 전통의 나막신과 모양이 비슷한 슬리퍼였다.
나막신처럼 불편한게 아니라 편한 재질로 만든 슬리퍼 같았다.
그 위에 우리나라 버선 같은 모양인데 발목까지만 오는 짧은 버선
비슷한 것을 신었다.
그 위로는 매끈한 맨 살, 맨 다리였다.
각선미는 여전했다.
하긴….나랑 떡을 걸지게 치고 부둥켜 안고 지낸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내가 나를 떠난지 아직 반년도 안되었는데 뭐…..새로울게 있겠는가…
피부가 예전보다 더 희고 고와진것 같았다.
다리에 윤이 나는 것 같았다.
스타킹을 신지도 않은것 같았다.
아내의 맨 다리위로 핫팬츠 같은 고쟁이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저게 도대체 바지인지 빤스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하지만 평소의 오연지를 보건데 저 안에 빤스가 있을 확률은
일프로도 안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맨날 저렇게 아래를 차갑게 하고 아래가 편하지 않으면
질에서 냉이 나올텐데…..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냉이 나오던 냉면이 나오던 이제 나에게 무슨 상관인가.
내 여자도 아닌데 말이다.
내 오지랍에 스스로 머리를 흔들어서 정신을 차렸다.
강이의 친모이다 어쩐다 하는 핑계는 더 이상 대지 않기로 했다.
내 스스로 말이다.
내 스스로 그런 핑계는 너무 서글펐다.
강이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말이다.
고쟁이 반바지 위로는 아까의 그 요리사 상의 를 입었다.
목걸이나 귀걸이도 없었다.
진짜 아내 말마따나 원초적인 모습이었다.
화장도 거의 안 한 맨 얼굴이었다.
이쁘다.
솔직히…..
이렇게 해도 이쁘고, 저렇게 해도 이쁜게 오연지였다.
물론 오연지처럼, 아니 오연지보다 이쁜 여자들은 쌔고 쌨다.
아니 더 이쁜여자들이 티브이에 줄을 서듯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얼굴, 몸매, 게다가 머리까지…..이 모든걸 갖춘 여자는
정말 드물것 같았다.
키나 몸매나 수술안한 오리지널 가슴이나….
몸에 관해서는 아내가 절대적일것 같았다.
얼굴이 이쁜데 키가 단신이거나, 몸매가 안 좋거나 가슴이 쟁반위의
건포도부착이라던가, 엉덩이가 추욱 쳐진 여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아내 나이에 아내같은 몸매는 진짜 전문 피트니스 선수들 아니고서는
불가능할것 같았다.
그렇다고 개미새끼 만큼 처먹냐? 그건 아니었다.
아내처럼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똥 꼬박꼬박 잘 싸는 여자도 드물것이다.
얼마나 똥을 튼실하게 잘 싸는지는 얼마전 찍은 동영상이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세상에 아무리 미친년이라고 해도, 똥을 싸는 모습을 촬영하다니….
그것도 처음이 아니다…..
이번은 그래도 된똥이어서 다행이지…..
저번에 머드축제는 관장약을 집어넣고 그 지랄을 해서 온 바닥이 진짜
대천해수욕장 머드축제장을 방불케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집하고 공장 건물은 떨어져 있지만 서로 왔다갔다 할수 있는 실내 통로가
있었다.
밖에서는 못 본것 같은데…..진짜 투자 많이 해놓은것 같았다.
아….여기가 거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봉옥봉이가 마지막 영상에 나오는 실내 정원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일본 전통식 가옥 같은데가 집인 모양이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단층의 그냥 오래된 절 같다는 느낌인데 실내는 되게
넓고 좋았다.
정원이 실내정원도 있고 집 가운데로 넓은 야외정원도 있었다.
진짜 무슨 이국적인 가옥의 모습이었다.
정원이 집의 한 가운데 있는 한국식 옛날 주택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넓이는 여기가 훨씬 더 넓었지만 말이다.
거실같은 곳으로 신발을 벗고 올라갔다.
식탁이었다.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원목으로 된 식탁이었다.
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도 아내가 고급 가구로 잘 꾸며놓은 편이지만
옥봉이의 집은 잘 꾸며놓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슨 고가구컨셉으로
작정하고 꾸며놓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상당히 돈을 많이 바른 느낌이었다.
원목 식탁위에 쇠로 된 받침이 있고 그 위에 작은 화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의 불판에서 소고기를 양념 안 하고 생으로 얇게 굽고
있었다.
그리고 반찬들하고 밥이 차려져 있었다.
두 명의 수저가 차려져 있고 식탁 반대편에 한 명의 수저가 차려져 있었다.
한 명의 수저가 차려져 있는 쪽은 밥을 커다란 국대접에 한가득
퍼놓았다.
"당신은 그쪽에 앉으세요."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내가 한끼에 먹는 정량을 아는 아내이기에 밥을 저렇게 삼태기로
퍼 놓은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고기를 먹을때는 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서 밥을 적게 먹는다.
아내는 왜 그걸 모르는걸까….
아내는 식탁위의 작은 화로 앞에 앉아서 얇게 썬 소고기를 굽고 있었다.
소고기를 작은 화로에 구우니 냄새가 아주 끝내주었다.
배가 고팠다.
"오늘 연지가 아주 진수성찬을 차렸네요. 반찬도 많고 아주 상다리가
휘어지네요. 편견씨 많이 드십시요."
봉옥봉이 크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 진짜 성격 독특한 새끼다.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는 보통 아무리 잔칫상을 차려도 차린건
별로 없지만 많이 드십시요가 일반적인데, 이 새끼는 지가 지 입으로
진수성찬을 차렸다고 한다.
개새끼 밥하고 국하고 나머지는 전부 초절임 반찬이다.
날 식초에 절여서 죽이려고 하나…..
락교에 생강초절임에 젠장….다꾸앙도 있었다.
저건 치킨무가 아니던가….
온통 식초에 절인 반찬이었다.
고기랑 국하고 밥 빼놓고는 진짜 전부 초절임이었다.
이것들은 나가리 코리안들인지 김치들도 안 처먹는 모양이었다.
소고기 먹을때는 깍두기를 좀 같이 먹으면 좋은데 말이다.
나는 락교를 하나 먹어보았다.
페덱스로 받아서 집에서 먹은 바로 그 맛이었다.
맛이 정말 하나도 틀림없이 똑같았다.
치킨무를 먹어보았다.
음….이건 우리나라 치킨무와는 살짝 맛이 달랐다.
단맛이 우리나라 보다 약했지만 웬지 모르게 무가 더 아삭하고
더 맛있게 느껴졌다.
너무 배가 고팠다.
초절임 반찬들을 집어먹으니까 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이런…이게 밥인가 떡인가……밥이 너무 질었다.
나는 방금 한 것같은 꼬들밥을 좋아하는데…..
아니 내가 그런걸 좋아하는게 아니라, 아내가 꼬들밥을 좋아해서
내가 평생을 그렇게 밥을 하다가 나도 그렇게 먹는건데…..
아내는 지가 꼬들밥을 좋아하면서 왜 이렇게 밥을 질게 했을까?
설마 병신이 아직도 밥물을 제대로 못맞추는게 아닐까?
어찌되었든 지금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옥봉이 저 새끼 하도 말이 많아서, 공장에서 설명을 하도 오래 들어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
밥을 한 가득 입에 넣고 씹은 후에, 맑은 된장국을 한 입 떠먹었다.
에잇 시팔….
까딱하면 욕이 입 밖으로 나올뻔했다.
이런 잡아죽일년….
바람핀것만 해도 야마 도는데….
이게 국인가 바닷물인가….
요리도 연습이다.
이게 정말 뭔가……
그렇다고 미각이 없는년도 아니다.
맛있는건 귀신같이 찾아먹는 년이 어떻게 이렇게 국 간을 못한단
말인가?
혹시 옥봉이에게 과량의 나트륨을 먹여서 암살하려는…….
에이 시팔….미친새끼 설명을 들었더니 나도 미쳐가는 것 같았다.
고기를 소금에 살짝 찍어서 먹었다.
고기야 아무것도 양념을 안한 생고기니까 맛이 기막혔다.
옥봉이가 크게 웃으면서 또 자랑질을 했다.
"이거 와규눈꽃살을 아주 얇게 썬겁니다.
아주 고급와규 도매하는곳에서 대 먹는 겁니다.
맛이 정말 끝내줍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맛 구경도 못하실 겁니다."
저 개새끼 또 잘난척 했다.
옥봉이가 실컷 잘난척을 하더니 밥을 한숟가락 뜨고 아내 앞으로 내밀었다.
아내가 잘 구워진 와규눈꽃살에 가볍게 소금을 찍어서 옥봉이 숟가락위에
올려놓아 주었다.
저런 씨발년…….
나랑 살때는 내가 차려주던거 받아 처 먹기만 하던년이…..
결혼전에 공부할때 아내가 입벌리고 있으면 내가 빠다밥 퍼서 먹여주던
생각이 났다.
저런 잡년…..
야마는 돌지만 와규눈꽃살인지 눈깔살인지는 진짜 맛이 좋았다.
아내가 굽는 족족 내가 가져다 먹었다.
체면차릴것 없었다.
한 새끼는 뻔뻔한 변태 미친 새끼고 한 년은 좆에 미친년이었다.
이 장소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 남으려면 잘 먹고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국을 한 숟가락 떠 먹어 본 후에 그 다음 부터는 아예 국을 먹지
않고 있었다.
봉옥봉이가 밥을 한입 더 먹더니 국을 떠먹었다.
그리고는 아내를 보고 말을 했다.
"연지….아…아니…당신 국 끓이는 솜씨가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아….."
아내가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했다.
"너무 짜지 않아요? 뜨거울때는 분명히 싱거웠는데…..조금 식으니까
자꾸만 짜지는 것 같아요."
우와….저런년이 무슨 일유대를 나와서 고액연봉을 받는 일을 했는지….
까마귀대가리같은 년이었다.
평생을 저 소리 하면서 국 간을 못 맞춘다.
나는 와규를 화로에 구운것을 소금에 안찍고 아내가 끓인 국에 찍어보았다.
오우…..이거 좋은 아이디어였다.
된장국의 맛이 가볍게 느껴지고 짠 국에 찍으니 간도 되는 것 같았다.
내가 국에 와규를 찍어먹으니까 아내가 날 쳐다보았다.
난 뭘 보냐 썅년아 하는 마음으로 와규를 계속해서 국에 푹 담궈 먹었다.
봉옥봉이는 아내가 끓여준 국을 거의 다 먹고 있었다.
저딴 미각의 소유자가 무슨 식품공장을 운영한다는 건가……
아니면 아내를 진짜 사랑해서 꾹 참고 먹는것이던가….
하도 잘난척을 하는 새끼라서 속을 알수가 없었다.
원래 다 같이 반찬 먹을때 숟가락으로 퍼먹는것만큼 더럽고
지저분한 매너도 없는건데, 내가 지금 매너 차릴필요가 없었다.
지저분한 인간들은 지저분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나는 숟가락으로 초절임물을 국대신에 떠서 먹었다.
내가 치킨무와 락교를 잘 집어먹고 숟가락으로 국물까지 떠먹자
옥봉이가 나에게 물었다.
"하하 편견씨 초절임 음식을 아주 잘 드시네요….
고기와 궁합이 잘 맞을 겁니다.
많이 드세요….초절임 음식이 노화를 방지해주고, 피부에 탄력을 준답니다."
나는 아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봉옥봉이 이 새끼가 삼십대부터 초절임 음식에 파묻혀서 살아서
피부가 저렇게 오연지처럼 깨끗하고 잡티 하나 없는 것일까?
진짜 그런 이유로……
저런 초절정 동안을 가지고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기, 그럼 그쪽 얼굴이 동안이고 피부가 좋은게 초절임 음식 때문에
그런겁니까?"
나는 거의 말은 안하고 와규랑 밥을 먹다가 옥봉이에게 질문을 했다.
옥봉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피부요? 아니요…..초절임 음식이 피부와 건강에야 좋은건 사실이겠지만
제 피부는 초절임 음식 때문이라고 하기는 좀…..하하하하"
옥봉이가 혼자 웃어 제꼈다.
옥봉이가 작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을 했다.
"편견씨 사실은 제 피부 이거 비싼겁니다.
자식놈도 절 무시하고 모르는척 하는데 제가 돈 벌어서 쓸일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냥 교육비랑 양육비만 주면 절 찾아오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가끔씩 여자를 만나는데 돈을 쓰기는 했지만,
이젠 평생 배필이 저한테 스스로 찾아왔잖아요."
"피부에 양보하세요…..하하하 이런 말도 있잖아요.
보름에 한번씩 피부과 가서 피부관리 받은지 벌써 십년째 입니다.
전임 사장님 돌아가시고, 사업한 이후로 제 유일한 취미가 피부관리 입니다.
남들 골프칠때 전 피부관리 받았어요.
아직도 썬크림 안 바르면 야외에 안 나갑니다.
일본 의술은 정말 대단해요. 아주 세세하게 관리 잘 해준답니다.
한 오년전까지는 한달에 피부관리비용 십만엔정도 들었는데…
오년전부터는 한달에 피부관리비용만 이십만엔정도 씁니다.
제 유일한 취미생활 입니다. 하하하"
나는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연지랑 아주 똑같은 놈이었다.
두 년놈이 아주 얼굴하고 피부에 돈을 억대로 쳐바르는 놈년들끼리
만난것 같았다.
질문을 한 내 입이 부끄러웠다.
나는 말없이 계속 소고기를 먹었다.
아내는 내가 너무 소고기를 빨리 먹자 정말 쉼없이 계속해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내가 먹는 속도를 아내의 굽는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바짝 굽지 말어, 와규는 데치듯이 살짝 구워 먹어도 맛있어."
내가 참다 참다가 아내에게 말을 했다.
"네….."
아내가 대답을 했다.
어색한 대화였다.
아내의 대답은 어색했지만, 나는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잘 먹고 이야기 확실히 시마이하고 내일 아침 열시에
이 이상한 나라를 탈출해야만 했다.
와규눈꽃살은 바짝 구울 필요가 없었다.
앞판 살짝 뒷판 살짝만 데쳐서 먹으면 기가 막혔다.
내가 저년하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진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저년한테 시중 받아가면서 밥을 먹는것 같았다.
시팔….내일 열시면 아침도 주려나….
아침도 딴거 다 필요없고 맨밥에 와규만 구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옥봉이가 말을 꺼냈다.
"아차….편견씨, 피부과 이야기 하니까 보여드리고 싶은게 있네요.
전에 연지랑 피부과 같이 갔었는데…..
제가 연지한테 선물을 하나 주었거든요.
연지야 편견씨 그거 지금 보여드리자."
옥봉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지금 식사중이시잖아요….이따가요….."
아내가 수줍은 목소리로 아주 작게 옥봉이에게 속삭였다.
나는 저 미친 인간들이 밥 처먹다 말고 뭔 개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두 년놈을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국대접에 한 그릇 가득한 밥을 다 먹고, 고기를 진짜 배가 많이
부를때까지 신나게 먹었다.
일본에서 정통 와규를 이렇게나 많이 먹게 될 줄은 진짜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나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은거라고 하는데,
진짜 야들야들하니 양념을 안해서 구워서 그 맛이 끝내주는것
같기는 했다.
니글니글하고 느끼한게 전혀 없는 그런 소고기였다.
식사를 마치고 보니까 초절임 반찬들도 내가 거의 다 먹은 것 같았다.
초절임 국물들까지 내가 매너없이 숟가락으로 다 퍼 먹은것 같았다.
배가 부르니까 자고 싶었다.
네시간동안 신간센인지 뭔지 그 빠른 은하철도999를 타고 온것도 모잘라서
마회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훗카이도의 눈덮인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그리고 옥봉이 저 새끼가 공장소개한다고 씨부리는걸 진짜 한참을
서서 멍청하게 박수까지 쳐가면서 들었다.
많이 피곤했다.
몹시 긴 하루같이 느껴졌다.
어제 마회장과 과음을 해서 그런지 오늘은 술 보다는 여자가 땡겼다.
그저께 세번이나 물을 뺐는데도 여자가 땡기다니…..
그저께 본 유키코라는 여자랑 또 자고 싶었다.
감칠맛이 나는 여자였다.
하지만 내 평생에 다시 그녀를 보게 될 일은 없겠지, 내가 아침에 나갈때
내가 복도를 돌아설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그녀였다.
내가 좋아서 그랬겠나 뭐….
몸에 밴 서비스 정신이었다.
마회장이 말을 했었다.
일본이 유독 황혼이혼이 많은 이유가, 일본여자들은 한국여자들과
다르게 한 번 마음이 돌아서면 아주 차가운 냉혈한이 된다고 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유키코를 데리고 살아봐야 아는 일이지….
식탁이 있는 옆 방으로 갔다.
따뜻한 실내공기가 느껴지는 다다미식 방의 가운테 교자상 같은 것을
놓고 앉았다.
"낮에는 집 청소를 해주는 분도 따로 계시고, 연지가 오기전에는
요리를 해주는 분도 따로 계셨는데, 지금은 연지가 직접 손수 하고
있습니다.
아…요리만요, 청소나 정원관리는 낮에 집안일을 봐주시는 분이
따로 있습니다.
이 집은 제가 공장을 경영하기 시작한뒤로 공장옆의 빈 부지를
매입해서 제가 새로 지은겁니다.
오래된 고찰처럼 보이게 지으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여기 일본사람들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옥봉이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웃는 옥봉이의 표정이 참 천진난만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처음 몇 번 봐서 모르는거다.
이 새끼가 그런 씹변태 새끼라는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를 추운 겨울날 눈밭에 발가벗겨서 밧줄로 꽁꽁 묶은채
꺼꾸로 매다는 새끼가 아니던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집을 한 번 둘러보았다.
외관은 진짜 오래된 전통가옥처럼 지었어도 실내의 자재들은
전부 고급지고 새것이었다.
전자제품들도 전부 고가의 제품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가구와 전자제품이 어딘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하고는 솔직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옥봉이가 말을 계속했다.
"국이 좀 짰죠….죄송합니다.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평생 요리 같은거 안해본 여자 아닙니까.
저는 짜도 억지로 먹습니다.
그래도 처음 왔을때는 진짜 못 먹을 정도였는데…지금은 많이 좋아진겁니다."
아내가 차를 준비하러가고 없는 동안 옥봉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아 옥봉이 이 새끼 짠 줄 알면서도 억지로 먹어준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새끼 연지를 진짜 사랑하나…..
그렇게 사랑하는 새끼가 왜 옛날에는 협박을 해서 돌림빵을 시키고
그랬을까?
앞뒤가 안 맞는 새끼였다.
아내가 표현하기로는 이 새끼는 졸라 나쁜 새끼였다.
그런데 내가 와서 직접 겪어보니 졸라 나쁜 새끼보다는 미친 새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를 우리는 동안 잠깐 집구경이나 시켜드릴까요?"
옥봉이가 나를 데리고 집 구석구석을 데리고 다녔다.
차 우리는거 금방 할텐데 저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 차에 독을 타는건 아니겠지?
두 년놈이 나를 독살해서 정원에 묻어버리면 끝 아닌가….
아 마회장이 있지…
마회장이 해결한 살인사건만 해도 꽤 된다고 했었는데,
형사과장출신 마회장이 내가 죽으면 내 억울한 죽음을 밝혀것이라는
믿음으로 옥봉이를 따라나섰다.
집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길이 방향으로 꽤 넓은 집이었다.
실내정원은 비오는 날에도 편하게 이용할수가 있을것 같았고, 집 가운데
있는 야외정원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야외정원의 한 가운데 꾸며진 연못에도 눈이 쌓여 있었다.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가 상당히 큰 것 같았다.
밖에는 정말 추웠다.
한겨울인 1월의 훗카이도 밤 기온은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추운것 같았다.
야외정원이 눈이 쌓여있어서 멋있기는 했지만 추워서 얼른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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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