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20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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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눈꽃의 후회 020 ----------------------------------------------
"절대 알아보지 말라고 말할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다시 출입국 기록을
쑤시라고 그러냐….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그나저나 편이사, 그때 그 약초 초절임 뭐를 넣길래 그렇게 맛있냐?
간숙이가 아주 맛있게 먹는다…..
그나저나 이번달 안에 나온다고 했는데…..
어휴….너무 걱정되네….."
마회장은 아기가 나올때가 되자 횡설수설 하고 있었다.
벌써 삼월중순이 넘어가고 있었다.
마회장의 아기는 삼월 말경이 예정일 이라고 했다.
그렇게 마회장에게 말을 하고나서 이틀뒤에 마회장이 말을 했다.
"국내 출입국 기록은 이렇게 빨리 입수가 되어서 좋다니까…."
마회장이 종이 한장을 들고 나에게 말을 했다.
"맞아요?"
"응 니 와이프…..오연지 3월 1일날 입국한걸로 되어 있다.
일본에서 인천공항을 통해서 입국…..
독립운동하러왔나…왜 삼일절날 입국을 했지…..
니가 일본가서 니 와이프 보고 온지 몇 달이나 되었다고…..
아직 풍속업소의 향취가 채 가시지도 않은것 같은데 말이다."
분명할것이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를 어떻게 못 알아보겠는가…..
저 목소리를 밥 먹다가도 듣고 밤에 속삭이면서 같이 자고, 심지어
똥을 누다가도 들은 목소리인데 말이다.
내가 1월 중순에 일본에 다녀왔으니 내가 한국으로 오고 아내는 정확히
한달반을 일본에 더 있다가 귀국을 한 것이었다.
3월 1일에 입국을 했는지 지금은 벌써 3월 중순이다.
어떻게 보름만에 학원선생님이 되었을까?
정말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편이사….니 와이프 슈퍼카인가 탄다면서…..그거 번호 따와봐….
그게 직빵이잖아…."
아….맞다…
그런 간단한 방법이….
"너는 이상하게 니 와이프 일만 닥치면 뭔가 이프로 부족하게 변하더라….
니 와이프가 너한테 마법을 걸어놓았나 보다….
너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거냐?"
"아….아니에요…..
애들한테…괜히 악영향 갈까봐 그러는거에요…"
내가 손을 흔들면서 말을 했다.
"맘대로 해라……니 인생은 정말 신밧드의 모험처럼 흥미진진하다….
난 내 인생만 버라이어티 한줄 알았는데….니 인생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다…."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나저나 편이사 그 락교 장인인지 봉봉봉인지 그 새끼한테
그 약초 초절임 좀 더 사야겠는데….그 새끼 홈페이지에서
통신판매가 되나 봐야겠다…..해외배송을 해주려나….
진짜 맛있더라…."
마회장이 인터넷을 뒤지면서 말을 했다.
나는 그날 오후에 편셔리 옥상에 초망원렌즈를 준비해서 대기를 타고
있었다.
아내의 슈퍼카는 주말에는 안 오고 일주일이면 거의 세네번 이상
비슷한 자리에 주차가 되는 것 같았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도 되는데 굳이 아내는 차를 지상에 세웠다.
아내의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은 검정색 바지정장이었다.
뭔 꿍꿍이인지 치마를 입지 않는다.
봉옥봉이가 허벅지에 문신이라도 새겨버린 것일까?
영화에서 본 야쿠자의 연인들처럼 말이다.
생머리에 선글라스는 여전했다.
아내는 웃는 표정으로 경비에게 인사를 하고 상가건물안으로 들어갔다.
경비가 아내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저년은 모든 남자에게 다 친절하다.
십년전에 나에게도 저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면
우리 인생이 바뀌었을텐데……
아…아닌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백수시절의 나에게 친절하게 해봤자
좆도 바뀔것은 없을것 같기도 했다.
아내의 빨간색 혼다 슈퍼카의 번호판을 찍어서 마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바로 결과가 나왔다.
"니 와이프 이름으로 등록이 된 차가 맞다.
이런차는 보험료가 되게 비싸지 않을까?
내가 혼다 NSX에 대해서 좀 알고 있거든….
지금 니 와이프가 끄는차는 최신형이라서 풀옵션으로 하면 이억이 훨씬
넘을텐데….그리고 우리나라 시판차가 아니라서 아마 미국에서 직수입을
했을것 같은데…..배송비용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저거 나름 역사가 있는차야…..NSX구형모델들도 나름 다 인정을 받은
차들이다.
혼다에서 아예 작정하고 하이 퍼포먼스 기술을 개발하면서 그 신기술들을
양산차에 직접 적용을 해보는 명차야….
하여간, 니 와이프는 진짜 홍길동이다……
아니….아니지….내가 쟈니 버나드 리를 직접 보았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게 우습기는 하다….
그 새끼 같으면 저 NSX로 기차를 만들어서도 타고 남을 놈이지…..
나도 한 번 운전해보고 싶다…..저런 슈퍼카를 말이다."
"전 백키로 이상은 안 밟기 때문에 슈퍼카나 뭐나 다 똑같아요…."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내가 웃는게 진짜 웃는게 아니었다.
불안했다.
혼자 왔을까?
설마 옥봉이랑 같이 왔으면 어쩌지?
갑자기 무슨 뜬금없이 영어강사인가….
물론 영어를 잘 하기는 잘 한다.
그건 누구나 인정을 하니까 말이다.
외국인 회사에서 가끔 특강 같은것을 할때 아내가 강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대기업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고 말이다.
워낙에 말을 잘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직장생활 안에서였다.
왜 갑자기 헤어스타일 다 뜯어 고치고, 얼굴을 절반이나 가리고
눈깔도 안보이는 썬글라스를 쓰고 나타나서 저러는 것일까?
갑자기 아내가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쟈니를 만나러 떠나면서 했던말이 말이다.
돌아온다고…..
꼭 돌아온다고….
아내를 안고 울던 나에게 아내가 해주었던 그 말이 생각났다.
아내가 했던 말을 토씨하나 안까먹고 다 기억하고 있었다.
울지 말아요….마음 아프게….
나 돌아와요….
나….꼭 돌아올께요라고 아내는 말을 했었다.
아내는 분명히 돌아온다고 말을 했었다.
그때 나에게도 그렇게 말을 하고, 나에게 보낸 이메일이서도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일본에서 봉옥봉이와 보여주었던 아내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봉옥봉이와 일년도 못 있었다.
일년이 뭔가…반년이나 채운것인가?
도대체 아내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인가?
나는 일본에서 락교와 아내가 했던 행위를 보았다.
너무도 생생히 보았다.
이젠…..
아내가 돌아오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 놀랍게도 일본에 다녀온 뒤로는 아내 생각도 안하면서
내 생활 잘 하고 애들하고 잘 지내면서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아직은 아침저녁으로는 조금은 쌀쌀한 이른 봄날에
아내가 등장을 한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내가 먼저 다가갈 일도 절대 없지만, 아내가 은근슬쩍 다가오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나와 우리 애들의 인생에 말이다.
그렇게 며칠뒤에 아연이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연이는 작년에 담임을 했던 선생님이 고3담임을 또 하신다고 했다.
예고의 특성상 반 아이들도 거의 그대로고 선생님까지 그대로 라고 했다.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콩쿨때도 같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또 아내에 대한 호감을
많이 가지고 계신 선생님이시라서 아연이한테 더 많이 신경을
써주실것 같았다.
난 고3때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재수를 했다.
재수를 하면 공부가 더 잘되냐? 그건 절대로 아니다.
고3때는 술을 안 먹지만, 재수할때는 술을 병나발을 불고 살았었다.
아연이가 물론 그럴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연이는 절대로 재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연이는 음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아연이와 마주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연이는 항상 그랬듯이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교복을
입고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침 메뉴는 오므라이스였다.
고기감자스튜와 야채샐러드를 곁들여서 아연이와 같이 오므라이스를
먹고 있었다.
아연이가 먹을것은 정말 좋은 재료만 사용하기때문에 내가 먹어도
진짜 맛이 있었다.
요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래도 싱싱하고 품질좋은 재료였다.
아연이는 맛있게 아침을 먹다가 나를 보고 눈치를 보았다.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알았어….고3이라도 스트레스는 풀어야지….대신에 한 달에 한번만이야…
예전처럼 마지막 주말에 가자….."
"응….아빠….근데….."
나는 당연히 춤추는것에 대한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것 같았다.
"뭔데? 말해봐…..니 얼굴에 딱 할 말 있다고 써있는데…."
"아빠…나 얼마전부터 영어학원 하나 더 다녀…."
"영어? 넌 이제 영어 공부는 그냥 기본만 해도 되잖아….
미국사람처럼 영어를 잘 하는데 무슨 영어를 더 배워….
입시위주 공부만 하면 되지…."
"아니….그런 영어말고….유학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고급 영어
가르치는데가 있거든…..수강생들이 거의 대학생들이나
성인들이 많어….물론 고등학생들도 유학갈 애들 많이 듣고…
특강 형식으로 강의하는 곳인데…..나 거기 다닌지
열흘쯤 되었어…."
"아…그래….
그럼 다녀야지….
하여간에 시간 부족하지 않게…니가 잘 알아서 해…
아빠는 영어 잘 몰라서 해줄말이 없네…
아빠가 준 체크카드에 잔액 넉넉히 있지?
수강료는 그걸로 계산해…..그런데는 비싸겠다…
하여간에 공부하는데는 절대로 돈 아끼지 말어….
아빠가 안 쓰고 절약하는 이유가 뭔데….
니네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거 먹고 그러라고 아빠가
그러는거야….
하여간에 좋은 교육기회가 있으면 아연이가 잘 알아서 해…
아빠가 도움을 못 주어서 미안해…."
"아빤 무슨 말을 그렇게해…..아빠 때문에….아빠 기쁘게 해 주려고
내가 더 열심히 하는건데….
엄마가 저러더라도 아빠가 항상 흔들리지 않고 있으니까 내가
아빠만 바라보고 있는거 알면서 뭐가 미안해….."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연아 아침부터 영화 하나 찍는다….
얼른 먹어….스튜 식는다….."
"응….근데 아빠….나 아직 이야기 다 안 끝났어…"
아연이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응, 말해….뭘 그렇게 뜸을 들여…."
"응…사실은 나 그 학원 영어강의 수강료 안내고 다녀…."
내가 숟가락을 놓고 깜짝 놀라서 아연이게 말을 했다.
"아연아 도강은 범죄야…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고….
아빠 학생때도 단과학원에 도강하는 애들 있었는데…걸리면 귀 잡혀서
끌려나가고 개망신 당했다고…
그러지 말어…..체크카드에 돈 충분히 넣어 놓았는데 왜 수강료를 안내고
다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아연이가 수강료 안내고 도강하다가 애들 앞에서 개망신이라도
당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니….아빠…..
사실은….강사가 엄마야…..
엄마가 수강증 끊어 주었어….
고급영어강의라고 꼭 들어야 한다고…."
나는 내 눈치를 보고있는 아연이를 입을 헤 벌린채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 화났어?
아빠가 다니지 말라고 하면 안 다닐께….
엄마가 저번달에 문자로 그러더라구, 아빠가 나랑은 계속
연락해도 된다고, 엄마한테 허락해 주었다고….
그래서 엄마하고는 계속 친구처럼 자주 연락하고 지내기로 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한국에 와서 나도 솔직히 많이 놀랐어….
엄마 헤어스타일도 확 바꾸고 강의할때만 선글라스 벗고 평소에
다닐때는 선글라스 쓰고 다녀서 아빠도 잘 몰라볼것 같아…."
몰라보긴 개코나….
목소리 듣고 단박에 알았는데 말이다….
"그 강의 도움이 많이 되니?"
나는 태연한척을 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이는 아무죄없다.
천륜을 어길수는 없는것이다.
남자 문제 빼고는 아연이한테 좋은 롤모델이었던 아내였던것까지
부정할수는 없었다.
"응…..솔직히 엄마가 너무 재미있고, 쉽게 이해되도록 강의를 잘 해서….
3월부터 개강한 강의인데….지금 강의실이 꽉 차서 대기자만 열명이
넘는데…..
엄마는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만 강의하거든…..
나는 월요일, 목요일 강의만 듣고…..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엄마 미모에 강의가 재미있다고 입소문 나서
대학생 언니 오빠들로 아주 강의실이 미어터져….."
"엄마 계약직으로 강사하는건데…학원에서 엄마 강의 타임 늘려달라고
아주 난리래….
어학원 원장 아줌마가 엄마 아는 아줌마래….."
"……………….."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아연이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엄마가 나한테 그러더라구…..
아니 물어보더라구….
아빠한테 연락해도 되냐고….
그래서 내가 안 된다고 했어.
이젠 아빠한테 상처 그만주면 좋겠다고…..
아빠…..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내가 엄마 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난 그냥 엄마랑 친구처럼은 지낼수는 있을지 몰라도,
엄마가 아빠 아프게 하는거 더 이상 보기 싫어….
내가 너무 이기적인건가?
아빠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야…."
"아빠…..나 너무 이기적일지도 모르겠는데….
나 입시를 위해서는 엄마가 필요해…
엄마가 워낙에 정보력이 뛰어나잖아.
솔직히 레슨 해 주는 교수님이나 학교 선생님들 보다 엄마 정보가
더 빠르고 정확해….
그 오빠 일유대 입시 떨어지고 나서…..도망치듯이 유학 가 버렸어…..
당연히 합격할줄 알았는데…..일유대 들어가기가 그렇게 힘든가봐….
그래서 아빠……나 엄마랑 계속 연락은 하고 싶어...….
엄마도 그러길 원하고 있고….
하지만…..난 영원히 아빠편이야…..
난 엄마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엄마가 미울때도 많어….
난 영원히 아빠편에 설 꺼니까 걱정하지 말어….
엄마한테 아직도 섭섭한것도 많고, 밉기도 하지만….
엄마랑 같이 있으면 솔직히 싫지는 않어….."
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말을 했다.
"우리 아연이 오버한다….
엄마랑 아빠가 헤어져도….아연이는 영원히 엄마 딸이잖아.
엄마랑 딸이 만나는걸, 아연이가 왜 아빠 눈치를 봐…..
엄마 많이 이용해 먹어….
엄마 똑똑한건 아빠가 제일 잘 알잖아.
아연이 입시를 위해서라면 아빠는 세상에 못할게 없어.
아연이 일유대 음대 입학하기 위해서 엄마가 필요하다면,
엄마 실컷 이용해 먹자…..
아빠 신경쓰지 말어…
아빠와 엄마의 문제는 이제 다 끝난거니까 아연이는 신경 안써도 돼…..
아빠 요새는 침울하게 안보이지?"
"응…."
아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엄마 되게 좋은 차 타고 다니는데….
집은 거기 학원 뒤에 원룸오피스텔 살어…..
나 엄마 집에도 가봤어. 되게 작은 방에 살더라구….
엄마 강의 끝나고, 튀김 사가지고 엄마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먹었어.
엄마가 강이 되게 보고 싶어하는데…..
아빠가 강이 찾아가지 말라고 했다고…..엄마가 그러더라구…
그래서 내가 강이 최근 사진들 엄마한테 카톡으로 다 보내주었어.
그건 괜찮지?..
그리고 아빠….엄마가 집에서 엄마 신발 몇 개만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가져다 줘도 괜찮아?"
아연이가 말을 했다.
"응…아연이 맘대로 해…..
아빠는 이젠 엄마 봐도 신경 안 쓸꺼야…..
아연아….사랑의 반대는 뭐라고?"
아연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무관심….."
"그래……아빠 이제 괜찮아…."
"아빠 진짜 새장가 갈꺼야?
할머니가 아빠 새장가 간다고 하면 내가 앞에 나서서 아빠 부추기라고
신신당부 하던데….."
"응….나중에 봐서…..근데 아빠는 우리 아연이랑 강이만 있어도 충분해…..
우리 셋이 행복하게 사는게 더 중요해…
새사람이 들어와서 우리 세사람 행복이 깨진다면…
그런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아…"
"아빠….미안해….."
"뭐가 미안해….오늘 니가 먼저 이야기 꺼낸거잖아….
아빠는 아연이가 뭐든지 아빠한테 다 이야기 해줘서 너무 좋다….
고마워….이야기 해줘서….."
아연이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엄마가 며칠전에 아빠가 해주는 요리 먹고 싶다고 해서
내가 엄마한테 막 소리지른 적도 있어…..
꿈도 꾸지 말라고….."
내가 웃으면서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아…그런것까지는 말 안 해도 괜찮아….."
아연이 학교를 보냈다.
씨발년….
진짜 속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구절절이 아연이 말이 다 맞았다.
누가 오연지 딸 아니랄까봐, 자기 이익을 위해서 지 엄마도
이용해먹겠다는 생각을 하는 아연이가 기특한건지 아니면 딱 지 엄마
닮은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아내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나 정보력은 주위에서 모두 감탄을
할 정도니까….
전교회장 오빠조차도 일유대 음대에 떨어질 정도이다.
실력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정보력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것 같았다.
전교회장 오빠의 입시 실패를 본 아연이가 어쩌면 아내마저도
이용해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중3때의 편아연과….고3때의 편아연은 너무도 달랐다.
엄마한테 메일을 보내서 아빠한테 연락을 해 달라고 울부짖던
편아연 소녀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오연지 찜쪄먹을 고단수의 사랑스러운 내 딸 편아연만 있을뿐이었다.
오후에 체육관에서 땀을 쭉 빼고 샤워를 한 후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서 불타버린 3층건물을 보고 있었다.
아니 시팔 저게 뭔가…
나는 깜짝 놀라서 건물을 보았다.
어제만 해도 없던 프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경축 편셔리 개발(주) 재건축 검토중 - 00부동산]
나는 멍하니 플래카드를 보고 있다가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부동산으로
갔다.
부동산 사장님이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면서 환영을 했다.
"어이 편사장….어서와….."
"아니 사장님 저 건물에 플래카드 걸린거 뭐에요?"
"뭐긴 뭐야…..편사장이 요새 저 건물 사려고 고민중인거 이 동네에서
다 아는데….."
부동산 사장님이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나에게 따라주면서 말을 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편셔리 개발 주식회사가 어디에요?
그리고 누가 재건축을 해요?"
"거기 부사장이 어제 요 앞에서 야구르트 먹다가 나한테 그러던데….."
"부사장이요? 아니 편셔리 개발이라는 회사는 또 어디고, 부사장은
또 누구에요?"
내가 의아해서 물었다.
부동산 사장이 나에게 명함을 보여주었다.
편셔리개발 주식회사 부사장 정홍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개새끼…..
나는 뛰어서 편셔리로 올라갔다.
체육관 사무실에서 노가리를 풀던 홍진이가 날 보더니 뭔가 낌새가
이상한지 도망을 치려고 했다.
나는 바로 헤드락을 걸어서 홍진이를 붙잡았다.
"이런 씁새….유령회사 만들어서 저런 쪽팔린 플래카드까지 걸게
만드냐……
쓰발놈아 관리소장이라고 떠들고 다닌지가 엊그제인데….좆도 무슨
부사장이냐….
아주 편셔리 망신은 니가 다 시킬래…."
"켁켁….살려줘…..형….저렇게 붙여놓아야 임차인들이 편셔리에서
인수하는줄 알고 구름처럼 몰리지….우리 빌딩처럼 장사 잘 될껀
뻔하잖아……내가 관리해주니까….."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혜지 대리입니다.
그때 말씀하신 연금보험하고 투자 상품 몇 가지 견적 뽑아왔습니다.
잠깐 내려오세요. 사장님 만두 좋아하신다고 해서 요 근처 맛있는
만두집 검색해 왔어요."
"아…그래요….바로 내려갈께요….."
나는 헤드락을 풀고 바로 거울을 보았다.
머리를 손으로 만졌다.
우리가 헤드락 걸고 장난치는걸 사탕을 빨면서 보고 있던 영식이가
말을 했다.
"견아….여자 만나게? 너 그 보험 아가씨 만나려고 그러지…
너랑 안 어울려….졸라 뭔가 스마트 하게 생겼던데….
그만 만나지…..너 상처 또 받으면 어쩌려고 그래….
돈도 많은데 즐기고 살어….
제발 부탁하는데 엔조이로 좀 만나라….
순정 좀 그만주고……"
내가 머리 빗질을 하면서 영식이한테 말을 했다.
"영식아, 거기 서랍 좀 열어봐…."
영식이가 책상 가운데 큰 서랍을 열면서 말을 했다.
"왜 뭐 꺼내줘….."
"거기 좆까라 마이신이 있을거야…..그거 꼭꼭 씹어먹어….."
나는 편셔리 아래로 내려갔다.
오혜지 대리가 서 있었다.
단아한 투피스 정장이었다.
이렇게 단정하게 입어도 얼마든지 여성스러운데….
아내는 저런 투피스에서 치마를 한뼘이상 날려서 입고 다녔었다….
젠장…..
자꾸 생각하면 안되는데….
오혜지 대리와 만두집에 가서 물만두와 튀김만두를 시켜 먹었다.
"저 2월달 실적이 좋아서, 상받게 생겼어요…..고맙습니다 사장님…."
"에이…..뭐 나 때문에 그런가요? 오대리가 꼼꼼하게 일 잘해서 그렇죠…."
오혜지 대리와 오새 유행하는 것들에 대해서 농담을 나누었다.
몸매는 날씬했지만, 먹는건 잘 먹었다.
오대리가 만두를 먹다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사장님, 전 지금 회사에서…..임원까지 승진하는게 소원이에요…..
아니…제가 지금 살아가는 목표에요….
근데 힘들 것 같기도 해요.
아직 제가 젊어서 그런 헛된 생각을 하는데….
대기업에서 임원 올라가는건 하늘의 별따기일텐데….
워낙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잖아요.
제가 관리파트에 있다가 영업으로 지원한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관리파트에 있으면 승진은 고사하고, 어느날 갑자기 부속품이 되어버릴까봐…
쉽게 대체될수 있는 부속품이 되어버릴까봐…..그래서 용기를 낸거에요…
전 별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속한 조직에서요……"
오혜지 대리의 눈에서 초롱초롱 빛이 나고 있었다.
아내도 한때 저렇게 눈이 빛나도록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에휴….자꾸만 아내 생각을 하는 내가 병신같았다.
오혜지는 오혜지이고, 오연지는 오연지인데 말이다.
"사장님, 참 조심스러워요….보험영업을 하다보니까….
사실 보험만 하는게 아니라 종합금융 보험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FC역할을
하는건데…..세상사람들은 젊은 여자가 보험을 한다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거든요….
그래서 행동이나 말에 참 조심을 하게 되요.
사장님한테 조금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작은 제 행동 때문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하지만….사장님 처럼 따뜻한 분이 부자인 경우는 정말 많이 못 보았어요.
돈 많은 분들은 일단 반말부터 하고 사람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건물주분들중에 사장님같이 따뜻하게 해 주시는 분도 드문것 같아요.
사장님한테 많이 배우고 싶어요.
부자가 되는 비결을요….
저도 나중에 부자가 되고 싶거든요……"
나는 오대리의 얼굴을 보고 생각을 했다.
그건 이 년아…니가 삼삼하니까 그런거지….
그리고 난 너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안 따 먹을테니까 우리 조금 더 친해지자….
난 따 먹을 여자가 필요한게 아니라,
여자사람친구가 필요하다고…..
섹스는 이제 지겨워…딸딸이만 쳐도 충분히 성욕 해소 할 수 있어….
난….여자랑 지금처럼 대화하는게 너무 좋아….
입밖으로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나는 오혜지 대리에게 웃어줄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제가 낼께요….저번에 짜장면은 사장님이 사주셨잖아요."
오대리가 웃으면서 계산을 했다.
만두가 정말 맛있는 집이었다.
만두랑 순대를 같이 먹었는데 진짜 삼삼했다.
편셔리 뒤쪽의 안 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포장을 좀 해다가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대리가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를 두 잔 사왔다.
오대리와 나란히 걸어서 아메리카노를 먹으면서 편셔리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별 중요한 대화를 안해도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이 있었다.
참 똑똑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그냥 돈 많은 착한 아저씨로만 생각을 할까?
아니면 남자사람친구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것일까?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같이 있으면 편했다.
그때였다.
편셔리 옆의 공원같은 곳 옆의 건물 일층에 있는 커피전문점이
보였다.
아내가 그때 재민이 훈태를 희롱했던 그 커피전문점이었다.
아내가 재민이와 훈태의 몸을 만지려고 했던 그 집 말이다.
그 집에서 한 여자가 손에 커피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까만 생머리에 커다란 짙은 선글라스….
빨간색 타이트한 면바지에 검정색 청자켓을 걸치고 있었다.
누가봐도 시선을 끌만한 외모였다.
아내의 각선미와 골반라인은 정말 예술이었다.
이미 피할수도 없는 거리였다.
이십미터 정도 앞에서 아내가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오혜지 대리는 손에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에게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긴장을 하고 있었다.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어떻게 하지….
아내가 먼저 아는척을 하면 어떻게 하지…..
떨렸다.
정면을 보는척 하면서 아내를 보았다.
하지만 아내는 이쪽을 보지 않았다.
아내도 나를 보고 피하는 것일까?
아내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내 옆으로 이삼미터도 떨어지지 않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지나쳐버렸다.
"우와…사장님, 저 여자분 봐요…..연예인인가….
나도 운동 좀 해야 하는데….."
오대리가 입을 벌리고 밝게 웃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내는 너무도 태연한 걸음걸이로 그렇게 나를 지나쳐 버렸다.
나도 오대리를 따라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내의 뒷모습이 진짜 육감적이었다.
정신차리자……
저 육체와 외모에 반해서 내 인생 이십년은 쑥대밭이었다.
아니…아니다….초반 십 몇 년은 그래도 아내의 뒷바라지만 하고
한달에 한두번 아니면 두 달에 한 번만 관계를 해도 불만없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정말 우연히 아내의 외제차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아내의 차 트렁크에서 쟈니의 카메라를 발견했던 그 날부터…..
마대정보진흥에 취직을 해서 점점 새로운 것을 알아가던 그 날부터….
아내의 은밀한 생활들을 발견하면서 내가 변해갔던 것이지…
솔직히 그 전에는 아내가 박민규와 바람을 피웠어도,
혼자 꾹 참고 지냈던 머저리였다.
아내와 민규의 비밀영상 CD를 발견하고도 아내에게 한마디도
따지지 못했던 빙충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머저리, 빙충이 시절이 어쩌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내 곁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우와…..진짜 저 여자 선글라스 벗은 모습 한 번 보고 싶네요…..
진짜 이쁠것 같아요.
뭐하는 분일까?
저도 저 여자분처럼 얼굴이 주먹만하고 목이 길었으면 좋겠어요….
하긴 지금 제 모습도 학생때 비하면 용 된거긴 해요…."
오혜지 대리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빨아먹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저 여자는 내가 이십년 가까이 데리고 살던, 아..아니 내가 얹혀 살던
내 전처입니다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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