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21
네코네코
1
90
0
4시간전
눈꽃의 후회 021 ----------------------------------------------
드론을 날려서 아내가 사는 곳을 몰래 쑤셔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내를 몰래 조사해볼까 하는 그런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나의 그런 관심들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는 아침을 먹으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보는 엄마 이야기와 근황을
나에게 다 말해 주었다.
엄마와 간식을 같이 먹거나 입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여름에 엄마가 외국의 대학에 아연이 입학허가를 위한 서류작업을
맛보기로 한 번 해보기로 했다는 말까지 했다.
아연이는 언어가 되니까 영어권 국가의 입학허가는 어렵지 않을것이라는
엄마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일유대 음대를 목표로 하지만 나중의 유학생활을 위해서 엄마가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아연이가 나에게
해주었다.
단…..엄마 입에서 아빠 이야기가 나오면 아연이가 불같이 화를 내서
엄마는 아연이가 화를 낸 이후로 더 이상 아빠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었지만, 불안했다.
아내가 왜 여기 왔는지…..
도대체 진짜 목적이 뭔지를 알고 싶었다.
아내가 정말로 아연이가 고3이니까 잠시 남자편력을 접어두고
아연이 입시를 돕기 위해서 온 것이라면…..
정말 그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아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여자였다.
조금 답답했다.
나는 결국 결심을 했다. 불이났던 건물을 사기로 말이다.
마회장이 시키는 대로 시간을 계속 끄니까, 건물주 할아버지가
최종 네고금액을 다시 제시하셨다.
남는거 없이 진짜 땅값만 받는다고 했다.
임차인도 하나도 남지 않은 진짜 빈 건물이었다.
안전진단을 들어가야 하고, 철거를 하던지 리모델링을 하던지
양자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건물주 할아버지는 보험문제와 주변 건물들의 피해보상 문제가 다 끝나자
성질이 나서 건물을 얼른 팔아버리고 싶어했다.
재수 옴 붙은 건물이라고 혈압을 올리면서 말이다.
나는 결국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대출을 끼고서 불이났던
건물을 매입해 버렸다.
계약서에 도장을 쾅 찍어버리고 중도금 없이 바로 잔금까지 치루고
등기이전을 해버렸다.
대출금을 바로 다 갚아버린다고 해도 아직 현금은 많이 남지만….
아직은 그냥 대출을 조금 끼고 가기로 했다.
편셔리때도 처음에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건물을 매입하자 제일 좋아하는건 역시 영식이와 홍진이였다.
자신들이 평생 먹고 살 터전이 점점 넓어진다는 것과 건물 관리비에서
내가 인건비로 주는 금액이 인상될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아주
춤을 추고 있었다.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만 했다.
내 것이 아닐때는 상관없지만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온것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만 했다.
건물을 매입함과 동시에 쟈니에게 받은 위자료는 이제 한푼도
남지 않았다.
쟈니에 대한 그늘을 다 털어버리고 싶었다.
공사를 한후에 재민이와 훈태가 저번처럼 건물 외관이나 간판 디자인
같은것을 해주면 참 좋겠지만….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두번이나 부탁을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공짜로 일을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그 애들은 예술가지
건축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애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삼월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요 며칠동안 아내와 길에서 몇 번을 마주쳤다.
처음에는 혹시나 아내가 우연히 내 주위에서 일부러 맴돌다가 마주치는게
아닌가 하는 오해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는 동료 교사인지 웬 금발의 외국여성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커피전문점에 왔다 갔다 하다가 길에서 마주치기도 했고,
내가 홍진이 영식이와 건물 뒤에 있는 상가 식당골목에서
간식을 먹고 나오다가 길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고개를 숙이거나 애써 다른 곳을 보면서 나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아내는, 나를 피하고 있었다.
홍진이, 영식이는 아내를 볼때마다 오연지인것은 생각도 못하고
쌔끈하다면서 음탕한 이야기들만 쏟아내고 엉덩이 쳐다보기에
바뻤다.
둘다 감히 오연지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타인처럼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수지고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이나 아내를 마주치고 아내가 선글라스를 쓴채 나를
피하자….나는 더 이상 아내를 별로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새로 구입한 건물의 정밀안전진단이 들어갔다.
화재나 났던 건물이라서 세세한 안전진단이 필요했다.
뭐든지 다 돈이었다.
이것도 돈, 저것도 돈….하지만 그 모든것들이 다 투자였다.
임차인이 하나도 없으니 신경쓸일도 없었다.
일단 다 꾸미고 그 다음에 임차인을 받아도 문제가 없을것 같았다.
편셔리 옥상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오후 햇볕을 쬐면서 노가리를
풀고 있었다.
토론이 벌어졌다.
"영셔리가 어떨까?"
영식이가 말을 했다.
"뭔소리야….홍셔리나 진셔리가 낫지……"
홍진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논쟁에 방점을 찍었다.
"니미 좆만한 건물에 무슨 이름을 따로 걸어……족팔리게….
그 기타나 쳐봐라….시팔….나도 기타나 배울껄….
할 줄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어…."
내가 홍진이의 기타를 보면서 말을 했다.
"왜….견이 너 탬버린 잘 치잖어….
노래방 탬버린은 편견에게 맡겨라….."
영식이가 낄낄대면서 말을 했다.
젠장…..젊을때 기타라도 좀 배워놓을 것을…..
홍진이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봄, 꽃이 피는 봄 살랑바람에 내 마음은 날아
예쁜꽃을 피우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네….."
나와 영식이가 따라 불렀다….
대학때 이 노래를 복싱부 동아리방에서 술을 마시고 불렀던 기억이 났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미치도록 말이다.
세상에 겁나는 것도 없었고….
가진건 없었지만…..하루 하루가 행복했던 그 시절로 말이다….
이십여년이 지났지만…..
영식이와 홍진이 그리고 나의 겉모습은 변했지만….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만은 예전 그대로인것 같았다.
그때도 홍진이가 기타를 치고 다른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따라 불렀던것
같았는데 말이다.
다음날이었다.
아직 완연한 봄은 아니지만…..
3월 후반의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했다.
5월 정도는 되어야 완연한 봄날씨이겠지만….이른 봄날의 오후햇살도
무척이나 따사로웠다.
그런 이른 봄날의 오후에 회사에서 퇴근을 해서 새로 산 건물 앞의
인도에 혼자서 멍하니 서서 건물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눈은 건물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좋은 봄날 어디로
소풍이나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이십년전 오늘이에요….
삼월 이십칠일이요….
오빠는 그 날짜를 아마 잊은지 오래일꺼에요….
하지만 난 그 날짜를 잊을수가 없어요.
내가 처음 생리를 시작한 날짜가 삼월 이십칠일이었거든요….
오빠가 그때 길을 지나가는 나를 보고 말을 했었죠….
내 이름은 편견이라고, 생각을 말하는게 아니라…
성이 편씨에 이름이 견이라고….
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며칠전부터 날 보고 있었다고….
오빠는 그때 말을 더듬으면서 내 눈을 바라보지도 못했었어요."
"이십년전 오늘 우리가 처음 만났었어요….
이른 봄날에 말이죠….
그때는 오늘보다는 날씨가 조금 더 쌀쌀한것 같았었는데….
난 오빠 손을 보고서 무슨 깡패나 나쁜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그런 사람치고는 너무 순진해 보이는거에요…..
눈도 송아지 만하고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그렇게 내 앞에서 말을
더듬어 가면서 쩔쩔매는게 너무 웃겼어요……"
"오빠는 그때 내가 웃어주니까, 기분이 좋은지 신나서 그렇게
길에 서서 한참을 이야기 했어요.
오빠 다 잊어먹으셨을꺼에요."
"근데요…..
난 그때 이미, 더러운 여자였어요.
남자라는 존재를 믿지 않는…..
그러니까 오빠는 이십년전 오늘부터 나에게 속기 시작한거에요……"
"나….내 자신을 스스로 죽였어요……
그래서 스물 한살 이전의 오연지로 다시 돌아가려고 노력했는데….
오빠가 보기에는 또 개수작 한다고 생각하겠죠…."
"말이 길어서 미안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가지에요…..
이십년전 오늘 오빠가 나한테 처음 말을 걸어서 우리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그 지긋지긋한 인연은 이미 끝났으니까…..
오늘부터 우리 새로운 인연을 만들면 안될까요?
안녕하세요…..난 오연지라고 해요……."
나는 말소리가 나는 곳을 보지 못한채 건물에 눈을 두고 한참을 그렇게
들려오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까만 생머리를 뒤로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물빠진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입고 있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그 큰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오연지가 내 옆에 서 있었다.
내가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먼저 말을 했다.
"기가 막히죠 오빠….
오빠는 전 인생을 걸어서 나를 사랑해 주었는데…
난 이딴 소리나 하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마치 모르는 사람이 장난치듯이 첫 인사를 건네고 말이에요….."
아내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했다.
그런 아내를 잠시동안 쳐다보았다.
얼마전 홍진이의 기타반주에 맞추어 같이 불렀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김정호의 세월 그것은 바람….
이십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바람처럼 스쳐서 지나가 버린것 같았다.
그 봄이…..이십년을 돌고 돌아서 다시 새로운 봄이 되었다.
이른 봄에 처음 보았던 아내를 이십년이 지난 이른 봄날에
다시 마주치게 되었고….
아내는 새로 인연을 시작하자고 한다.
그 이른 봄날 보았던 아내가 생각이 났다.
신해철의 인형의 기사라는 노래를 들을때마다 아내가 생각이 났었다.
햇살속에서 눈부시게 웃던 그녀의 어린 모습을 아직 난 기억합니다라는
그 가사 말이다.
그녀는 내 아내가 된 여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진짜 이른 봄날의 햇살속에서 눈부시게 웃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잠시 머리속이 멍하게 된 것 같았지만…..
이내 바로 정신을 차릴수가 있었다.
아내의 입에서 무언가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잊고 살았었어요….
그 남자….봉옥봉씨….
아니….내 수업을 가르치던 봉옥봉 선생님을요….
하지만요….내 잠재의식 속에서는….
내 본능속에서는….
언제가 그가 나에게 행했던 수많은 성적 유희들과 행위들이….
숨어 있던 거에요….
정상적인 사랑과 성행위보다는…..
비틀리고 뒤틀린 그런 이성과의 관계를 계속 유도하고 이끄는….
그런 더러운 습관이요….."
"첫 단추를 잘 못 끼었어요……
쟈니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존슨과 한참 변태같은 행위를 할때 그의 거처를 수소문 했어요…
물론 임교수님한테 말이죠…..
대학교 삼학년때 그렇게 임교수님에 의해서 강제로 쫒겨간 그 사람…..
그 뒤로 십여년 넘게 단 한 번도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을 내가 먼저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자고 있던 나의 그로테스크한 생각을 깨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쟈니였어요.
내 남자편력이 봉옥봉씨때문이란걸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너무도 기괴하고 지저분한 나를 만든게 그와 함께 했던
스물한살의 기억들이라는 것을요…..
내 잠재의식 속에서 애써 누르고 생각하지 않으려고만 했던
그 사람하고 맞설수 있는 용기를 준건 쟈니였어요……"
"첫단추가 잘 못 끼어지면 단추를 다 풀고 다시 단추를 끼울수도 있겠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첫 단추를 부수어 버리고 싶었어요.
진심으로……"
"하지만 그런 내 의도를 눈치챈 임교수님은 절대로 내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어요.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셨죠….
핑계라고, 다 핑계일뿐이라고…
누구나 좋은 추억만을 간직하고 사는것은 아니라고,
임교수님은 저를 말리셨어요.
임교수님은 항상 봉옥봉 선생님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보통 사람과는 아주 많이 다른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면서요……."
"교수님의 그런 갑작스러운 죽음이….
내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그런 분노를 깨우는 트리거가 되어 버렸어요.
그 사람 인생을 부수겠다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 사람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어요.
그 사람을 떨쳐내지 못한 나에대한 분노였어요.
그런 나를 부수어 버리고 싶었던 거에요….."
"오빠와 같이 잊고 있었지만 잊혀지지 않았던 그 시절의 영상을 보고서
결심을 했어요….
내 안에 남은 그의 잔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부수어 버리기로….
나 아직 젊잖아요…..
아직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 날들이 더 많잖아요.
오빠 덕분에 진짜 죽을 고비 넘겨서…..
그래서 앞으로 더 건강하게 살아갈수 있잖아요…."
아내가 한번도 말을 더듬지 않고 또박또박 말을 했다.
아내 스스로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 날들이 더 많다고 했다.
아내 나이 한국나이로 마흔세살인데….
아내는 적어도 팔십 여섯살 이상은 살 예정인것 같았다.
근데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왜 이런 계산을 머릿속으로 하고 있는걸까?
아내한테 이런 햄릿의 독백같은 긴 고백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말려들지 않는것일까?
"이제 난 아무런 단추도 끼우지 않고 있어요……
첫단추가 없어져 버렸으니까요….."
나는 아내의 말을 듣다가 아내의 흰 남방 단추를 보았다.
모든 단추가 가지런히 잘 채워져 있었다.
모가지부터 아래 두개의 단추는 풀어진채 말이다.
아내는 말을 계속했다.
"내가 뭐라고 해도 오빠는 나를 이해할수 없는것 잘 알아요.
내가 오빠한테 뭘 바라고 이러는 건 진짜 아니에요.
다시는 오빠 아내가 될 수 없다는거 나 잘 알아요…..
오빠 일본에서 내 몸 보았잖아요.
창녀보다도 더 더러운 몸이에요….
그 사람을 넘어서려고, 그 사람에게 동화되다 보니까….
그랬어요….아니 그럴수밖에 없었어요…..
오빠를 일본으로 초대하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그 사람의
그런 의도를 맞추어 주기 위해서 그랬었어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그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면, 난 영원히 나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쟁이로 살아야 하니까요…."
"내가 날 넘어서던 그 순간, 난 내 스스로 나를 죽여버릴수 있었어요.
그렇게 일본에서 내 스스로를 죽여버리고, 나를 넘어섰어요."
아내는 정말 또박또박 한 마디 한 마디 정성스럽게 나에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오연지….
마흔 세살의 오연지…
스물 세살에 만나서 마흔 세살이 되었다.
지가 구미호도 아니고 뭘 자꾸 저렇게 넘는다고 하는 걸까?
킬빌인가?
뭘 자꾸 죽이나….
죽은 놈은 아무도 없는데….뭘 자꾸 죽였다는 것인가…..
이제…..
이제와서 그런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정말 이제와서 그런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루하죠…..
미안해요….오늘은 그만할께요…..
나 다시 오빠 아내 되겠다는거 아니니까 안심해요.
다만….우리 인연을 끊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 오빠 사랑해요.
쟈니보다 더 많이….
쟈니를 예전에 많이 사랑했던건 진심이었지만….
쟈니한테도 면회가서 말을 했어요.
지금 이 순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건 오빠라구요….
오빠가 나 공항에 데려다주면서 날 껴안고 엉엉 울때 느꼈어요…..
나도 이젠 오빠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요…
오빠를 사랑하니까 난 그때 꼭 출국을 했어야 해요.
과거에 오빠 사랑하지 않았다는거 다 사실이에요.
다 내 진심이에요….
수술전에…..죽을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 오빠한테 했던말 전부
사실이에요….
쟈니와 끝내는게 중요한게 아니었어요.
쟈니와 끝내는것 보다 더 중요한게 옥봉씨에 대한 환영에서
벗어나야만 했었어요."
"오빠가 나 거부할꺼 다 알아요…
일본에서 가면도 쓰지 않은 맨 얼굴로 오빠한테 그런 모습 보여준거….
내 인생의 수많은 오점들중 하나로 남을꺼에요…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내 마음속에 남아있던 옥봉씨를 꺼낼수
없었을꺼에요…."
"오빠….지난 이십년간 오빠한테 못할짓 많이 한 거…..알아요….
하지만 앞으로 이십년동안은 오빠랑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아이들 이야기 하지 않을께요….
아이들 핑계 대지 않을께요….
난 아이들은 오빠가 돌보고 있으면 하나도 걱정되지 않아요.
지난 이십년간 오빠가 아연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내가 제일
잘 알잖아요.
아이들 때문이라는 핑계 대지 않을께요…."
"그냥…..나라는 인간 오연지가 오빠랑 인연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내가요….딱 백 번만 찍을께요….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들 하지만….
오빠는 열 번 찍어서는 안넘어 와요….
내가 오빠 잘 알잖아요.
그래서….오빠가 나 거부해도 딱 백 번만 더 오빠한테 이렇게 인연을
시작하자고 말을 할께요….
백한번째 프로포즈라는 영화제목도 있잖아요.
오빠 영화광이니까 잘 알 꺼 아니에요….
난 백 한 번은 아니고 한 번 빼고 딱 백 번만 오빠한테 조르고 말을 할께요…..
그래도 오빠가 날 거부하면….
그냥 이렇게 지낼께요….
이젠 어디 가지 않아요….
갈때도 없구요….
쟈니한테는 분명히 이야기 했어요.
친구 이상으로는 지낼수 없다구요……
쟈니한테는 친구가 필요한게 아니에요….
쟈니의 아이를 낳아줄 여자가 필요한거니까요….
하지만…..그런걸 떠나서 난 오빠가 너무 좋아요."
"너무 길었죠?
오늘은 그만할께요….
미안해요…."
아내가 말을 멈추었다.
보통 사람들은 저렇게 말을 많이 하면 숨차하거나 조금 버벅댈텐데…
오연지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이제 겨우 경력 한 달된 어학원 계약직 강사치고는 대단한 말솜씨였다.
저러니까 원장이 강의를 더 늘리자고 조르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내의 말에 감동을 받는다?
이십년전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고 서프라이즈를 한 아내에게
감동을 받아서 포옹을 한다?
개 풀 뜯어먹는 이야기이다.
나한테 지금 중요한건 오늘 저녁 아연이와 강이 저녁반찬을 뭐 해줄까라는
생각과, 이 검게 그을려서 흉측한 편셔리의 대를 이을 삼층건물을
어떻게 깔끔하게 공사를 마무리할까 뿐이었다.
"오빠…..나한테 할 말 없으면 나 학원으로 들어가 볼께요….
강의 시간 시작이 얼마 안 남았어요.
오늘 한 번 했으니까 내 프로포즈는 구십구번 남았어요….."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하면서 선글라스를 썼다.
내가 입을 열었다.
"선글라스는 왜 쓰고 다니는거야?"
아내가 그 작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짙은 선글라스를 쓴채
나에게 대답을 했다.
명품마크가 박힌 되게 비싸 보이는 선글라스였다.
"일본에서 안과검진을 받았는데….사십대에는 자외선으로 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실외에서는 가급적 선글라스를 착용하는게 좋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셔서요…."
이런 젠장….
그 와중에도 지 몸은 더럽게 챙긴다….
눈밭위에서 벌거벗고 꺼꾸로 매달리는게 건강에 더 나쁠것 같은데
말이다.
"연지야…..하나만 묻자….
아니…묻기전에 이것만 기억해…
우리는 이혼한 사이라는거….
백 번 아니라 천 번을 니가 뭔 지랄을 해도….
내가 너가 싫고 좋고를 떠나서….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널 안 받아들일꺼야…..
그건 미리 알아둬….
그건 그렇고…
내가 하나만 물어볼께…."
"너 일본에서 내 앞에서 옥봉이랑 떡칠때 되게 좋았지….
솔직히 복수고 나발이고….부수어 버리고 그런거 다 떠나서
그 순간에는…..진짜 좋았던건 사실이잖아…
진짜 질질 쌀 정도로 오르가즘 느낀거 사실이지?
그것만 정직하게 대답해봐…."
내가 아내를 보면서 말을 했다.
"그…그건……"
아내는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나한테서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일 것이다.
나는 대답하지 못하는 아내에게 말을 했다.
"대답 못하겠지? 강의시간 다 되었다면서…얼른 들어가…..
나도 들어가야해….."
나는 몸을 훽 돌렸다.
그리고 편셔리 건물을 향해서 갔다.
건물 모서리를 돌았다.
아내의 뒷태를 보고 싶었다.
뭐 어떻게 하자는건 아니었지만….
아내의 지금 옷차림은 아내가 이십대때, 나를 처음 만나던 시점에
자주 입고 다니던 옷차림을 최대한 코스프레 한 것이엇다.
정말 비슷했다…
뒤로 질끈 묶은 머리스타일도, 청바지에 흰남방도 말이다.
나는 건물 모서리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아내를 훔쳐보았다.
내가 건물쪽으로 오니까 아내도 당연히 학원건물쪽으로 간줄만
알고 그런것이었다.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연지는 앞태도 죽이지만 뒷태는 정말 예술이니까 말이다.
아내가 출근 준비할때 싱크대에 달린 거울로 티팬티를 입은 오연지의 뒷태를
몰래 훔쳐보고 감상하던 그 시절이 기억이 났다.
젠장…..
아내는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살짝 내밀자 아내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입모양이 다 티가 났다.
이런 시팔…..개망신 개망신 이런 개망신이……..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Highcookie
9292뱅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