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28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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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전
눈꽃의 후회 028 ----------------------------------------------
강이가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말을 했다.
"마아…."
힘차게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강이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아내가 손을 뻗어서 강이를 받으려고 했다.
내가 아내에게 말을 했다.
"일단 손부터 씻고, 물기 좀 닦은후에 받아…."
아내는 욕실로 들어가서 손을 씻고 몸에 물기를 닦아 내었다.
나는 강이를 안고 아내가 씻는 모습을 보았다.
강이가 벌건 얼굴로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빠아….마아….마아…."
강이가 축 늘어진 손으로 아내를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휴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내 스스로가 너무 어리석고 원망스러웠다.
나와 아내의 관계와….
아이들은 별도로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그게 맞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강이를 안았다.
"마아….마아….."
아내가 강이의 얼굴에 뺨을 부볐다.
아내의 발을 보았다.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원래 정이 없고 매몰찬 여자는 아니다.
그런 나쁜 여자 같았으면 처음부터 내가 좋아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내의 눈에 눈물이 한 가득 맺혔다
강이는 아내의 가슴팍에 얼굴을 팍 파묻었다.
내가 강이의 귀에 체온계를 다시 넣고 버튼을 눌렀다.
38도였다.
다행히 해열제가 듣는 모양이었다.
이제 더 이상 열이 오르지는 않고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나는 미지근한 보리차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티스푼으로 강이에게 먹여보려고 했다.
내가 먹이려고 하니까 아까는 잘 안먹던 놈이 아내가 티스푼으로 떠먹여
주니까 천천히 조금씩 보리차를 삼켰다.
창녀 아니라 개갈보라도 엄마는 엄마였다.
게다가 아연이와 다르게 강이는 내가 친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을때
아내와 단 둘이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아이였다.
나와 보낸 시간보다는 아내의 손길로 자란 아이였다.
아내가 본능적으로 그립지가 않을수가 없었다.
아기때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단 둘이 보냈으니까 말이다.
"아연아…내일 학교 가야지…."
아내가 아연이를 보고 말을 했다.
내가 아연이를 방에 데리고 가서 눕히고 불을 꺼주었다.
"아연이가 침대에 누워서 아주 작은 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아빠…괜찮아?"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아빠는 우리 아연이와 강이를 위해서라면….엄마같은 여자 열 명도
데리고 살 수 있어…"
아연이가 웃었다.
아연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아빠는….천사야….검은 옷 입은 천사…"
"얼른 자…..내일 늦게 일어날라…알람 맞추어 놓고…"
내가 웃으면서 아연이 방문을 닫아 주었다.
안방 큰 침대 가운데에 아내가 강이를 데리고 같이 누웠다.
강이쪽으로는 강이의 안전난간침대를 바짝 붙여서 강이가 자다가
굴러도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아내가 강이를 옆에 눕히고 재우기 시작했다.
강이가 아내의 가슴팍을 이리 저리 만지면서 힘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머슴놈 쳐 자듯이 큰대자로 자던놈이 오늘은 진짜 아기처럼 얌전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안방의 무드등도 끄고 아내 화장대 위의 스탠드 불만 제일 약하게
켜놓고서는 안방문을 닫아주었다.
강이는 아연이와 다르다.
아연이는 간난쟁이때부터 나와 장모님이 번갈아가면서 보고 키웠지만
강이는 어릴때부터 아내가 옆에 끼고서 키운 아기라는걸 망각하고
있었다.
워낙에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라서….
나 하나면 다 되는줄 착각하고 있었다.
강이는….진짜 본능대로 행동한 것이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아침 일찍 아연이 아침을 차려 먹이고 학교를 보냈다.
아홉시가 되어도 아내와 강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늦게 잔 탓일 것이다.
나는 마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강이의 어린이집에도 강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은
어린이집에 못갈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안방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강이는 아내에게 바짝 붙어서 잠들어 있었다.
아내가 웃통을 아예 벗고 있었다.
강이는 밤새 엄마의 가슴을 만지면서 잔 것 같았다.
강이의 잠든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답은 나왔다.
가족이 무엇인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나머지 모두가 행복할수가 있다면,
그건 다른 선택의 여지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열한시가 되어도 강이와 아내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정확히 말하면, 강이만 일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아내는 눈을 뜨고 강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가 안방문을 연 나를 보고서 손으로 쉿 하는 제스츄어를 취했다.
강이가 깰까봐 그러는 것 같았다.
아내는 강이를 조금 더 재우려는 것 같았다.
나는 문을 다시 닫았다.
열한시 반쯤에 안방에서 소리가 났다.
강이 목소리 같았다.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강이가 아내의 젖을 빨고 있었다.
젖을 빨다가 젖이 나오지 않자 강이는 웃으면서 우아우아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다른쪽 젖도 옆으로 누워서 빨다가 역시 나오지 않자
아내의 젖을 만지작 거리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강아….괜찮아?"
내가 강이를 보고 말을 했다.
"빠아…..빠아…."
강이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강이의 귀에 체온계를 대어 보았다.
36,7도이다…..
정말 늘어지게 한 숨 푹 자고 나니까 열이 모두 내려버리고 강이가
예전처럼 팔다리를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이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아내의 배 위에 다시 포개듯이 안겼다.
"마아…마아….."
식탁에 앉아서 강이 아침을 먹였다.
어제 저녁도 시원찮게 먹고, 벌써 정오가 다 된 시간이었다.
아무리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지만 어제와 이렇게
다를수가 있을까?
열두시간전만해도 얼굴이 벌개서 끙끙 앓던 강이는 언제 그랬냐는듯
짭짭 대면서 내가 끊인 고기죽을 먹고 있었다.
고기죽을 다 먹고 따뜻하게 데운 우유까지 다 먹은 강이는 소파로가서
대자로 눕더니 아내를 불렀다.
아내가 소파에서 강이를 안은채 멍하지 앉아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많은게 바뀐것 같았다.
하지만….평온했다.
아내가 매일 아침 아홉시경에 집으로 온다.
강이는 아내가 오면 아내와 잠시 놀다가 옷을 입고 어린이 집 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열시가 안 되어서 아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어린이 집에 간 강이는 꼭 선생님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와 뽀뽀를 한다.
그냥 한두번이 아니라 적어도 다섯번 이상은 뽀뽀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후에는 내가 데리고 집으로 온다.
아내는 일주일에 몇 번 이런것도 없었다.
그냥….아침에 아내가 매일 같이 강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나는 처음에는 멀찌감치서 그걸 지켜보다가 이제는 그냥 아내가 혼자
데려다 주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까 강이는 더 이상 엄마를 따로 찾지 않았다.
매일 아침에 자신을 데려다 주러 집에 오는걸 이제 알아버린 모양이었다.
아침에는 엄마가 자신을 보러 오는것을….
그리고 강이는 더 이상 손가락을 빠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저녁에는 엄마가 없어도 예전처럼 잘 먹고 잘 놀고 있었다.
아침이면 엄마가 항상 같은 시간에 오는걸 강이가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때 아내가 오전에 집에와서 나에게 말을 했다.
"오빠….백번 찍는건….잠깐 유보에요….
당분간은 오전에는 강이한테….그리고 저녁에는 아연이한테
집중하고 싶어요….."
나는 아내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런….젠장…
내가 뭐라고 그랬나…
혼자 오버하고 있었다.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아이들 엄마 노릇은 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말이다.
하지만…..나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인연이고 나발이고….
그 어떤 개수작에도 말이다.
일곱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는 오혜지 대리와 함께 싱싱한 광어회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성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이젠 가볍게 손을 잡거나 하는
일반적인 스킨쉽은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된 것 같았다.
벌써 4월 말이었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아내의 어학원강의는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 있었다.
고로 아내는 화요일 금요일에는 하루종일 시간이 빈다.
나는 낮에 아내에게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강이를 데려다가 보라고
문자를 보냈다.
아내는 알았다고 답장을 보내는게 아니라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나는 자유롭게 오혜지 대리와
데이트를 즐길수 있었다.
아직까지 데이트라고 해봐야 가볍게 술을 한잔 하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게 전부이지만 말이다.
아연이는 아내가 수업이 있는 날이던 없는 날이던 상관없이 사전에
아내와 연락을 해서 공부 스케줄을 잡는것 같았다.
아내는 학원 강의가 없을때는 정말 아연이 공부 봐주고, 아연이 챙겨주는
것에 열심히 노력을 하는 모양이었다.
아연이가 아침을 먹으면서 항상 그 전날 아내와 있었던 일들을
소상히 다 이야기를 해주니까 말이다.
다른건 몰라도 딸 하나는 정말 바르게 잘 키웠다는 자부심이 들 정도였다.
밤 열시경까지 술을 먹고 오대리를 택시 태워 보냈다.
오대리도 다음날 출근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하고 싶었다.
오대리같이 평범한 여자들은 어떤 느낌일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평범한 여자와 자 본적이 있던가?
어떻게 보면 오연지는 나를 만나던 처음부터 섹스에 도가 텄던 여자인데
말이다.
내가 별로 성관계에 집착을 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손만 잡고 걸어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으니까 오대리도 그 부분은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술을 먹다가 오대리가 먼저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남자랑 자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성욕이 생긴다기보다는
두려움부터 앞선다고 술에 취해서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오대리였다.
우리가 서로 편하게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솔직히…..서로 지저분해지지 않고, 서로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오대리를 보내고 나서 나도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오늘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시내에서 술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와 강이가 같이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노래에
맞추어 율동을 하고 있었고, 아연이는 연습방에서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다.
평화로운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아내가 두번째로 떠나기 전에 우리집에 일상적이 모습도 이랬던것
같았다.
강이도 여유로워 보였고, 아내도 여유로워 보였다.
고3인 아연이도 이젠 정말 공부와 연습에만 몰두하는 것 같았고 말이다.
게다가 나도 저녁에 강이 걱정 안하고 이렇게 마음 편하게 오대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한 잔 할 수가 있었다.
"오늘 늦었는데 강이랑 자고 내일 바로 어린이집 데려다 주면 안될까요?"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편한대로 해…."
집에 남는게 방이었고, 내가 잘 곳은 많았다.
굳이 이 밤에 가라고 할 필요가 없었다.
억지로 등 돌릴 필요는 없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잘 살면 되는 것이었다.
아내는 그러고 보니 어느날부터 은근슬쩍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강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기 위해서 아침에 올때, 오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일찍 와서는 강이 아침을 먹을때 자신도 같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내가 차려주지는 않았지만, 아연이 아침을 준비하느라 항상 아침거리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주워먹을것이 많았다.
아내는 진짜 티안나게 어느날부터 강이와 같이 아침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치사하게 먹을것 가지고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십수년간 내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던 아내이니까 말이다.
내가 차려주는 것도 아니고, 지가 내가 해놓은 밥이나 국이나 빵이나
샐러드를 알아서 식탁에 차려서 강이 아침을 먹이면서 같이 식사를 했다.
아내가 강이를 씻기고 안방 침대에 눕히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나 다음달에 요 옆 단지 제일 작은 평수로 이사오게요….
마침 월세로 나온 빈집이 하나 있더라구요.
급하게 구해서 월세가 조금 비싸지만…..어차피 지금 있는 오피스텔도
월세거든요….
강이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왔다갔다 할때 걸어서 금방이라서
좋을것 같아요…..
5월 되자마자 이사할꺼에요….짐도 뭐 거의 없구요…."
"그래…."
나는 그냥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아내가 점점 우리 가족안으로 조금씩 들어오고….거주지도 집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강이는 옛날에 기어다닐때처럼 어느새 엄마와 둘이 있는 생활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바뀐것이라고는 그때는 머리통이 작은 기어다니는 아기였었지만
지금은 머리통이 커져버린 걸어다니는 아기였다.
"빠아….."
강이가 아내의 품에 누워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랑 잘테니까 어서 꺼지라는 신호같이 보였다.
내가 불을 꺼주고 안방을 나서려고 하니까 아내가 은근슬쩍 말을 했다.
"당신도….같이 자요….침대 넓은데…."
"싫어…."
내가 단호하게 대답을 했다.
"오빠…..나…..그거 안 한지 벌써 두달째에요…..
내가 그때 했던 제안…..생각 좀 다시 해주세요….
그냥….서로 욕구라도 해소하는걸로….."
아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내가 아내를 보고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강이한테 집중해라….니 입으로 말을 한 거잖아…."
"………………."
아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던 4월이 다 지나가 버렸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었다.
사람이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고 마땅한 걱정거리가 없으면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는 것일까?
영식이가 나에게 말을 했다.
"견아, 제발 홍진이 이 새끼 좀 말려줘…..아니 차라리 니가 저거 좀
가위로 잘라줘….제발…..
저게 제 정신 가진놈이 할 짓이냐…."
영식이는 홍진이의 앞머리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아…참 형이 왜 자꾸 그래…..
인생에 작은 변화를 주려고 그러는건데….형이 뭔 상관이야….."
홍진이는 자신의 앞머리를 만지면서 영식이 한테 혀를 내밀었다.
홍진이는 앞머리를 하드젤을 이용해서 뚜껑처럼 만들었다.
마치 오리주둥이처럼….야구모자의 앞 챙처럼 앞머리를 딱딱하게
만들고 다녔다.
그리고 자기를 정무쓰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아주 오래전의 영화배우 김무쓰처럼 말이다.
내가 영식이한테 말을 했다.
"냅둬라…..시팔….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까, 드디어 미친짓을 하기
시작한거지…..
원래 먹고 살기 바쁜놈들은 취미도 못가지고 더러운거지 뭐…..
지가 지 대가리에 지랄한다는데 우리가 괜히 열 낼 필요 없잖아….
지 대가리를 빡빡밀던 빨갛게 염색하던 꼴리는대로 하게 내버려둬…."
우리는 햇살이 따사로운 오월초의 어느날 오후에 그렇게 편셔리
옥상에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홍진이는 뚜껑 앞 머리를 매만지면서 장난을 치다가 나에게 말을 했다.
"어…형…..저 타조 새끼들…..저….저기….옛날에 편셔리에 그림 그렸던
그 타조새끼들 아니야?
저 새끼들이 왜 저기 있어?"
홍진이가 새로 산 건물쪽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뭔 개소리야…..타조가 여기 왜 있어…..남이섬에 있어야지…"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홍진이가 보는 쪽을 보았다.
나는 너무도 깜짝 놀랐다.
분명했다.
재민이하고 훈태였다.
저 길쭉한 모델같은 놈들은 어딜가도 티가 날 것 같았다.
팔다리 길이가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은데다가 대가리도 작아서
진짜 홍진이가 말한것같이 타조떼 같은 새끼들이었다.
나는 재빨리 새 건물 앞으로 뛰어갔다.
재민이가 나를 보았다.
"형님……"
재민이가 나를 얼싸안았다.
닭살이 우두두 돋는것 같았지만 지딴에는 반갑다고 나를 껴안는데 싫은척을
할 수가 없었다.
"형님….안녕하셨어요…."
훈태도 나를 꼭 껴안았다.
누가 이 새끼들한테 악수하는 법 좀 알려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은데….
키스 하자고 안 덤비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너희들이 여기 웬일이야?"
나는 너무 놀라서 게이브라더스를 보고 물었다.
"형님 건물 또 새로 공사하신다고 해서요….
건물 마감 디자인 맡아서 하려고 왔어요……"
훈태가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게이브라더스의 이야기에 깜짝 놀라서 말을 했다.
"훈태야…..내가 정말 너희들 부르고 싶었지만….내가 너무 미안해서
못 불렀는데….어떻게 너희들 알게 된 거야…..
지나가다 보고 온 건 아닐꺼 아니야…."
내가 놀라서 두사람에게 물었다.
재민이가 말을 했다.
"형님…..저희는 뭐….다른건 모르겠구요…..하루라도 빨리, 이 건물
마감외장공사를 마무리 해야돼요…..
저번에 저 건물처럼 저희가 모든 결정과 판단을 다 내려도 될까요?"
"아니 그거야 뭐 말하면 입 아프지….내가 디자인을 뭘 알어….
난 그렇게 해주면 고맙기는 한데….
너희들 정말로 어떻게 알고 온거야……"
"형님…그건 비밀이에요….
저희 오늘부터 아예 바로 공사 들어갈꺼에요……일단 오늘은 치수 좀
전부 측정해 가지고 갈 것이구요….
최대한 공사 일정을 단축 하려고 해요….
저희가 일정을 단축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거든요……"
재민이와 훈태는 그렇게 나에게 말을 하고서 다시 레이져 장비같은것을
이용해서 건물의 치수를 재려고 하고 있었다.
"저기….말이야….니네들이 그렇게 서둘러서 이 건물 공사를 하려는 이유가….
혹시 오연지하고 관계가 있는거니….."
척하면 삼천리였다.
자유로운 영혼인 게이브라더스를 한 방에 이곳으로 움직일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두 명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들이 제일 좋아하는 쟈니이거나….
이놈들이 제일 학을 떼는 오연지이거나 말이다.
내 질문을 들은 재민이와 훈태가 동시에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전후사정 좀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주면 안되겠니?"
내가 게이브라더스에게 말을 했다.
"형님 죄송해요, 말씀 드리기가 좀 그래요…"
재민이가 나에게 대답을 했다.
가만히 이 놈들 보니까 지금 나도 눈에 안 들어온다.
이렇게 부랴부랴 차 몰고 와서 일 부터 하려고 하는걸 보니까
이 녀석들이 몸이 아주 달았다.
이 녀석들과 아주 오래 만난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짧고 굵게
만나지 않았던가….
내가 세게 때린건 아니지만 손찌검을 한 적도 있었고…..
내가 먼저 벙쩌서 도망가게 만들 정도로 사차원인 놈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많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진짜 징하게 얽힌 사이들이었다.
따라서 나는 이 놈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간파를 하고 있었다.
일단 본성은 되게 착한 놈들인것은 확실했다.
실력이야 뭐 확실하고….
솔직히 내가 이 놈들하고 처음 보게 된 것도 이 놈들을 놀리던 웬
양아치 새끼를 겁주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이 녀석들이 이렇게 일부터 한다고 달려들때는 진짜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이었다.
내가 갑이었다.
슈퍼 갑….
이 놈들은 바닥 을 이고…..
나는 회심의 한 수를 던졌다.
"미안해, 재민아 그리고 훈태야….
니들 실력도 인정하고….아니 니네가 최고라는건 내가 정말
인정하는거지만…..
너희들의 작업이 무엇을 위한건지 내가 알지 못하면,
난 작업을 허락할수가 없어…..
일이년 대충 가지고 갈 건물이 아니야….
대를 이어서 우리 집안에 충성을 해줄….그런 건물이란 말이야.
이 건물에 대한 모든 역사는 내 머리속에 있어야 해…..
이 건물을 아름답게 꾸며줄 너희들의 진짜 의도도 모른채
내가 어떻게 허락을 하겠니…"
"저기 편셔리 프라자를 봐….
니네들이 편셔리 프라자를 이렇게 번화한 랜드마크 건물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이라는거 부인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나도 니네들한테 일을 맡기고 싶어서 전화기를 백번도 더 들었다가
놓았었다구….
사람이 염치라는게 있더라구….
니네들이 예술하는 애들이지 공사하는 사람들은 아니잖아….
나도 지금 너희들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서 미치겠지만….
니네들이 무슨 의도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내 평생의 유적지가 될 이곳을 너희들에게 맡기겠니…."
말을 끝내고 나서 내 스스로 백점 만점에 이백점을 주었다.
이제 이 착한 녀석들은 다 불것이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일 더하기 일은 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세상을 살던 사람인데….
잘난 마누라를 만나서 말빨을 배웠고,
징한 사부님인 마회장님을 만나서 사람 다루는 법을 배워 버렸다.
재민이와 훈태가 뭘 속닥거렸다.
이 새끼들 거의 키스하듯이 붙어서 속닥거렸다.
효자손으로 등을 좀 긁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속닥 거리던 재민이가 입을 열었다.
"연지누나가요, 연락을 했어요.
형님 새 건물 외장 디자인작업을 좀 했으면 한다구요….
그리고 연지 누나가 몇가지 아이디어도 제시했어요.
새 건물의 디자인은 누나가 제시한 몇가지 컨셉중에 하나로
해주면 좋겠다구요.
그래서 저희는 형님한테 직접 도움 요청을 받으면 하겠다고
연지누나의 의견을 거절을 했어요.
저나 훈태나 연지 누나를 좋아하지만, 연지 누나한테 트라우마가
있는것도 사실이구요….
쟈니형이 우리한테 연락 한 번 안하는게…다 연지 누나 탓 인것
같아서 연지 누나가 밉기도 했었구요.
그런데….그런 저희 의견을 말하니까 연지누나가 그러더라구요.
쟈니형이 중국에 있는 한 교도소에 수감중이라고 했어요.
마약에 잘 못 손을 대어서….별로 약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같이 한 사람들하고 무더기로 잡혀 갔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연지 누나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쟈니형이나 쟈니형 집안은 약물같은거를 완전히 혐오하는 집안이고.
쟈니형이 저희들 혹시나 약 같은거 하나 안 하나 항상 철저히
주의를 주고는 했었거든요….
예술하는 사람들은 영감을 위해서 약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하시면서요….."
재민이는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연지누나가 면회를 갔었다고 하더라구요.
전부 연지 누나 책임이라고….
쟈니형도 후회하고 있다고, 교도소에서 재활치료도 잘 되어서
이젠 출소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누나가 시키는대로 하면 쟈니형 개인 비서에게 연락을 해서
쟈니형과 면회를 시켜주겠다고 말을 하더라구요….
저희들은 모르는 개인비서에요…..
누나가 아예 어디 공항으로 가면 되는지 티켓팅까지 다 해서
중국에 다녀올수 있도록 주선해주겠다고….
쟈니형을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지 않냐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형님….저희 어제 밤에 한 숨도 못잤어요.
쟈니형은 저희한테 가족이나 마찬가지인거 아시잖아요….
어제 밤새 훈태와 디자인 컵셉을 협의하고, 오늘 오전에도 계속
구상을 하다가 건물 디테일 실측 좀 하려고 온거에요….
저희 좀 도와주세요….형님…..
빨리 한다고 대충하는건 아니에요….
저희는 단 한 건의 작품도 여태까지 대충한 적은 없어요.
저희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쟈니형을 만나러 행복한 휴가를
다녀오고 싶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하아….오연지 이 잔대가리 여왕같은년….
내가 오연지한테 쟈니가 중국 교도소에 있다고 알려줘서 면회까지
주선한건데…
물론 마회장을 통해서 말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내가 마회장을 통해서 이 녀석들 면회시켜준다고 하고
일을 조금 더 일찍 맡길수 있었는데….
나는 왜 그런 짱구를 굴리지 못했던 것일까…..
나는 녀석들에게 말을 했다.
"내가 공사비는 최고로 쳐줄께….좋은 자재들 사용해서 정말 멋지게
부탁한다…"
"형님 돈은 필요없어요. 저희 돈 보고 일하는거 아닌거 아시잖아요…."
"자재라도 좋은거 써달라고…천년 만년 갈수 있는걸로…..
내가 자재라도 제일 좋은걸로 댈께…"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형님….저기 편셔리 건물처럼 저희 마음대로 다 해도 되는거죠……"
훈태가 말을 했다.
"당근이지….내가 뭘 안다고…나 개뿔도 모르는거 너희들이 더 잘 알잖아…
건물을 꺼꾸로 뒤집어도 좋으니…니네들 맘대로 다 해라….."
녀석들은 어느새 내 앞에서 떨어져서 차에서 내린 이상한 기계들로
건물 여기저기를 사진을 찍고….빨간 레이져 불빛을 쏴서 치수를
재는 것 같았다.
요새는 모든지 최첨단으로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홍진이에게 얼른 건물 도면을 카피 떠오라고 해서 재민이와 훈태의
차에 넣어주었다.
옥상으로 다시 올라가서 건물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는 재민이와
훈태를 보았다.
하아…..입을 벌리고 자빠져 있었는데….입으로 달콤한 딸기 하나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나는 단지 맛있게 씹기만 하면 되는것 같았다.
그냥…..내가 조금만 양보하고, 내가 조금만 더 포기하면 되는것을….
그러면 강이도 행복하고, 아연이도 행복하고,
내 건물도….행복해지고…..
주변의 모든것들이 다 이렇게 행복해 지는데….
심지어 오혜지 대리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데이트를 할 여유까지
생기는데 말이다…..
나 하나의 행동에 따라서 이렇게 많은게 변할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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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