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37 (완)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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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눈꽃의 후회 037 ----------------------------------------------
가만히 있어도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는 옥상에서 홍진이가 잘라온 수박을 먹으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뭐가 이렇게 더워, 칠월초에 이렇게 더우면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내라고…."
나는 수박을 먹으면서 투덜투덜 대고 있었다.
"더우면 어때….난 이 여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홍진이가 내 옆에서 냉커피에 얼음을 넣고 저으면서 말을 했다.
"나두…."
영식이도 씨익 웃으면서 말을 했다.
"누가 먼저냐?"
"응 내가 칠월 마지막주에 가고 영식이형이 나 다녀오면 가기로 했어.
팔월 첫주가 체육관 일주일동안 여름휴가 기간이잖아…."
홍진이가 신난듯 말을 했다.
"니미….나이 사십대 중반에 마음이 다 설레이네…."
홍진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두…"
영식이가 웃으면서 또 따라서 말을 했다.
영식이는 수박과 냉커피를 같이 먹으면서 편셔리 옥상에 설치해 놓은
파라솔 아래서 연신 싱글벙글 하고 있었다.
두 녀석들은 여름휴가로 각각 제주도에 4박5일씩 다녀올 예정이었다.
내가 새 건물의 성공적 임대완료 기념으로 보너스를 녀석들에게 주자
녀석들은 제일 먼저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녀석들보다 부인들하고 애들이 가고 싶다고 아주 난리라고 했다.
요새 애들 학교에서는 제주도로 여행을 가냐 안가냐로 애들이나
학부모 사이에 엄청나게 자랑질들을 한다고 했다.
젠장….해외도 아니고 제주도 인데….
하긴…..제주도가 해외보다 놀기는 더 좋다고 하는건 인터넷에서
많이 보기는 보았다.
제주도 놀러가는 비용은 웬만한 동남아 패키지로 놀러가는 비용하고
비슷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말이 통하니까 돈을 더 쓰게 될 것 아닌가….
어린 애들 해외여행도 가족끼리 무척들 많이 다닐텐데…
이 소박한 녀석들은 제주도 가족여행에 아주 목들을 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마회장도 간숙씨와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왔고…
아연이도 예전에 제주도로 연수를 다녀왔고…
아내는 뭐 세미나나 워크샵을 한다고,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를 뻔질나게 다녔고…..
시팔….나만 제주도를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도 안나고 있었다.
나는 제주도에 별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별장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 소유는 아니었다.
아내의 소유로 되어 있지만….
관리비도 내 돈으로 내고 있고, 현재 들어가는 모든 경비는 내가 다 내고
있었다.
아내가 택봉이에게 상속을 받은것을 내가 가지라고 서류를 다 넘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부부간 증여 한도를 넘은 재산을 아내에게 받았기 때문에
굳이 증여세를 왕창 내가면서 그 별장을 내 명의로 할 필요가 없었다.
아내가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달라고 하면 다시 주면 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별장을 관리해 주는 관리인 아저씨가 한달에 한 두번씩
나에게 전화를 해서 관리상태를 알려주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이미 내가 백번은 다녀온것처럼 별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제주도에 월정리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한라산이나 성산일출봉이 어디인지는 알아도 월정리가
어디 쳐박힌 곳인지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가 고두심이나 진시몬도 아니고 말이다.
지도를 보고 거기가 어딘지 간신히 찾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이 요즘 제주도에서 제일 핫 한곳이라고 인터넷에서 볼수가
있었다.
택봉이의 별장은 그 월정리 바닷가가 보이는 근처에 근사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별장도 별장이었지만 별장 주변의 토지가 상당히 많았다.
토지도 잔디까 깔려서 진짜 무슨 외국같이 해놓은 곳이었다.
하여간 택봉이는 정말 대단한 놈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기는 했다.
택봉이가 남기고 간 제주도 별장도….
그리고 시골집의 암도사견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모든 암도사견들의
남편으로 등극해서 엄청나게 많은 강아지를 낳게한 포개도….
그리고 아직도 내가 제대로 손도 못대고 있는 고가의 렌즈와 카메라들도…
정말 뭐 하나 대단하지 않은것들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열어서 관리인이 보내준 사진들을 다시 보았다.
사진으로만 봐도 별장에서 바다가 보이는 정말 근사한 곳이었다.
솔직히 아내는 그것만 팔아도 꽤 부자일텐데……
아내는 그것에 대한 욕심은 전혀 부리지 않고 있었다.
하긴….아내에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나처럼 돈을 지키는게 중요한 여자가 아니라….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게 중요한 여자인데 말이다.
하여간 이번 여름에 홍진이와 영식이는 제주도로 휴가를 가고 간 김에
내 별장에서 4박5일씩 묶다가 온다.
여름 초성수기에 제주도는 숙박요금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그럴때 특급호텔보다도 더 좋은 별장에서 묶는다는건 진짜 값어치를
매길수가 없는 일이었다.
두 녀석은 내가 보여준 별장 사진을 보고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들 하고
각자 부인과 아이들에게 카톡으로 별장사진을 보내고 진작에
그런 생난리들을 피웠었다.
두 가족이 같이 가지 않고 한 주 건너 따로 가는 이유는 편셔리와
새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서 두 녀석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기가 좀 그렇다고 자기들이
그렇게 일정을 잡아버렸다.
나는 이번에 간 김에 낮에는 가족들하고 놀고 밤에는 잠을 자지 말고
별장에 어디 손볼데 없나 확실하게 체크해서 오라고 했다.
별장을 놀려두느니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렌트를 할까 말까 고민중이었다.
그 전에 내가 한 번 가봐야 할텐데….
아이들 두고 가기가 좀 그랬다.
여름방학때 아연이와 강이를 부모님 집에 맡기고 다녀오면 딱인데…
이번 여름방학은 아내가 아연이를 데리고 영국에 콩쿨때문에 가 있는다.
그럼 강이랑 나만 남는데….
솔직히 강이랑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일본에 갈때는 강이와 아연이를 둘 다 같이 엄마한테 맡겨놓아서
안심이 되었던것 같았다.
하지만 아연이와 아내가 영국에 가고, 내가 제주도에 간 사이에
인디펜던스데이처럼 외계인들이 쳐들어와서 영국하고 제주도를 공격해서
우리가 다 죽고 강이만 남으면….
강이 인생이 너무 불쌍할것 같아서 내가 눈을 못감을 것 같았다.
가족은 그래서 떨어져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
기러기 아빠던 기러기 할배던 난 그런건 절대로 반대였다.
강이가 조금만 더 크면 아예 강이를 데리고 제주도에 놀러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녀석들은 커다란 제주도 지도를 보면서 4박5일동안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어떤 해변에 집중적으로 머물것인가를 연구하고 있었다.
4박5일동안 아주 제주도 뽕을 뽑고 오려고 40대 중반의 두 남자가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자기들만 휴가가고 나는 휴가를 못가는데……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 이 씁새들아…..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나 없을때 그런거 상의하면 안되냐?"
홍진이와 영식이가 날 보더니 입에 있던걸 뿜으면서 웃었다.
"니미 젖치는 소리하네…..내가 형처럼 제주도에 별장이 있으면
평생 휴가 같은거 안 다녀도 그냥 인생 자체가 파라다이스겠네…."
홍진이가 수박씨를 튀겨가면서 말을 했다.
"나두…."
영식이가 또 옆에서 동조를 했다.
동조만 하던 영식이가 말을 했다.
"아직도 저번달의 그 아가씨가 잊혀 지지 않는다.
하룻밤에 세번은 정말 내 나이에는 감히 있을수 없는 일이야…."
영식이가 하늘을 보면서 말을 했다.
"나도 세번 했는데…..이십대 같으면 다섯번은 충분히 했을꺼야….
내가 대학교때 딸딸이 하루에 일곱번까지 쳐봤거든……
딸딸이로 일곱번은 쳐도…..떡으로 일곱번은 힘들꺼야 아마도…."
홍진이도 그때 생각이 나는지 씨익 웃으면서 말을 했다.
"에이…시팔….내 인생이 유일한 낙…..내가 죽으면 유일하게 울어줄지도
모르는 우리 맏상주 강이나 데리러 가야겠다…."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견아….우리도 울꺼야…..니가 죽으면 시팔…..우리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잖아…..시팔…."
영식이가 말을 했다.
"형은 죽는것도 마음대로 죽지 못할꺼야….우리가 강제로 산소통을
매달아서라도 명줄을 잡고 늘어질테니까 맘대로 죽을 생각하지말어…..
형 죽는 날이 우리도 맛탱이 가는 날이니까…."
나는 한참 이빨들을 터는 녀석들을 뒤로 하고 어린이집으로 갔다.
창문밖에서 안을 보았다.
강이는 뭐가 저렇게 좋은지 혼자서 막 뛰어 다니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혼자 뛰어다니는게 아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머리를 예쁘게 땋은 여자 아이가 가는 곳만 뒤에서
졸졸 쫒아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같이 놀거나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뒤만 졸졸 쫒아서 뛰어다니면서 여자아이가 노는 옆에서 멍하니
여자아이가 노는것을 바라보면서 흐뭇해 하고 있었다.
니미 닮을것을 닮아야지….
강이를 데리러 들어갔다.
"와빠….."
강이가 나를 보고 달려왔다.
7월이 되어 강이가 두돌이 넘으니까 강이는 더 이상 빠아라고 하지
않았다.
와빠라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엄마는 정확하게 엄마라고 하면서…왜 나는 와빠인가…..
강이를 번쩍 들어서 무등을 태웠다.
그러다가 햇살이 너무 쨍쨍한것 같아서 다시 내려서 안았다.
강이의 머리에 챙이 넓은 모자를 씌워주었다.
강이를 안고 있으면 무겁다는 생각보다는 참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소매 나시를 입고 있는 강이의 살이 내 살에 닿았다.
핏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강이의 살과 내 살이 닿자….정말 마음이 편안하고 푸근해지는 것 같았다.
강이의 큰 눈을 보면서 말을 했다.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산다……어이구……"
내가 말을 마치고 혼자 웃자…강이도 따라 웃었다.
이걸 언제 키워서 대학 보내고, 군대 보내나…..
오래 살아야지….진짜 벽에 똥칠할때까지 살아야지 하는 다짐만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았다.
칠월 말 일이 되었다.
오전 열한시 비행기였다.
아내와 아연이를 차에 태우고 공항으로 갔다.
"아연아, 상 못 받아도 좋으니까, 좋은 경험 많이 하고 와….
알았지?"
내가 웃으면서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이가 나에게 안기면서 말을 했다.
"아빠….나 나중에 유학 가지말까?
아빠랑 떨어져서 살기 싫은데…."
내가 웃으면서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예 시집을 안 간다고 해라….
너 나중에 애인 생겨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겠어….
결혼할때 되서 빨리 시집 보내달라고 징징대면 정말 작대기로 때려줄꺼야…"
"조심해서 잘 다녀올께요….."
아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그래…..
아연이 잘 돌봐…..영국 테러 같은 것도 있을지 모르니까 아연이 함부로
아무데나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네…."
아내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때…..
그 날 이후로….
아내가 나를 보고 웃을때는 항상 슬퍼보였다.
아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가만히 내버려 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아연이와 아내가 영국으로 떠나버렸다.
눈꽃의 후회 --- 끝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9292뱅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