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02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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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비밀일기 002 --------------------------
이십여년전에 방지대 후문은 아비규환, 아수라장이었다.
그때가 지금보다 경기가 특별히 좋았던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 방지대생들과 다른 대학생들은
방지대 후문에서 매일같이 술을 처먹고 싸움박질을 했다.
워낙에 싸고 안주가 푸짐한 술집들이 많아서 방지대생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생들과 대학생을 가장한 고삐리들까지 와서 술을 처먹는
아수라장이 바로 방지대 후문이었다.
그곳에서 패싸움이 벌어지면 항상 모두를 평정하던 것이 방지대
복싱부였다.
사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복싱동아리였지만 사람들은 우리를
방지대 복싱부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복싱부라고 씌여진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닐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같으면 천만원 주고 그걸 입으라고 해도 쪽팔려서 안입겠지만
그때는 그게 땀에 쩔어 붙을때까지 입고 다녔었다.
만두귀던 씨름부던 그때는 그런거 필요없었다.
패싸움에서는 우리 방지대 복싱부를 당할자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내가 있었다.
덩치는 복싱하는 사람이 아닌 중량급 유도선수나 씨름선수 같은 사람이
가운데에서 주먹을 휘두르면 다들 내 싸움을 구경하기에 바빴었다.
날라다니면서 바람을 잡는 영식이와 원펀치를 자랑하는 내가 있는
복싱부는 무적이었다.
만두귀들하고 싸울때 잡히면 바닥에 질질 끌린다고 술먹으면서 우스개로
이야기들 했지만 그때마다 영식이가 하는 말이 있었다.
우리는 차렷하고 애국가 부르고 있냐고….
우리가 훨씬 더 빨랐다.
그리고 덩치가 크던 작던 세상 어떤 사람이던간에 죽탱이에는 장사
없었다.
일딴 죽탱이가 한 대 들어가면 정신이 어찔어찔하면서 전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코를 때리면 견적이 나오니까 절대로 코는 때리면 안되었다.
그때 내가 싸우던 방법이 있었다.
제일 강해보이는 한 놈만 잡고 그 놈을 집중적으로 그것도 무자비하게
안 다칠만한 곳만 골라서 정신없이 패면 그쪽놈들도 그 놈 맞는걸 보고
다들 뒤로 슬슬 빠진다.
그러다 보면 나 혼자 사람을 패고 다들 구경을 하는 양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때 터득한 진실이 있었다.
한 놈만 조진다고….
내가 원조인데….나중에 영화에서도 써먹은 대사이다….
아니다…솔직히 나도 중학생때 고등학교 형들한테 체육관에서 들은 이야기를
실천한 것 뿐이니까…
그때 운동하던 형들이 가르쳐 준것이었다.
한 놈만 조지라고…
세상에 복싱하는 사람보다 손이 빠른 사람은 병아리 감별사밖에 없다고
형들이 항상 말을 했었다.
파일이 여섯개이다.
원 리틀 스타 스토리….
니가 타겟이었다.
너만 조질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고 프로그램을 보는데….
동시에 여섯개 파일을 다 돌려보는 기능이 있었다.
이런 시팔…..
세상 많이 좋아졌다.
한 놈만 조질 필요가 없었다.
컴퓨터가 알아서 동시에 같이 조질수 있게 해 놓은 것 같았다.
스프레드 시트 프로그램이다.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만약에 일기나 글을 쓰려면 워드프로그램이 훨씬 편할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투자업종에 아주 오래 일을 했다.
아내는 숫자에 밝다….그리고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충 답 나왔다.
이건 아마도 아내의 비밀 장부 같은 것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노트북에 암호를 걸고 파일에까지 이렇게 확장자까지
바꾸어서 사람들이 찾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암호까지 걸어놓았을리가
없었다.
혹시나 나나 내가 아닌 누구라도 만약에 발견을 해도 찾지 못하게 확장자도
바꾸고 비밀번호도 걸어놓은게 분명했다.
아내의 비밀장부라면 내가 보아야 한다.
근데 왜 내가 보아야 하지….
우리는 법적으로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아내가 비밀장부를 가지고 있던 말던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가…
아내는 남자문제로는 나에게 나쁜 년이지만….
그래도 지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나를 주고 간 년이다.
세상에 이혼하면서 아내같은 여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마회장도 인정을 했고, 변호사님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면서
놀라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판사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수많은 이혼건들을 처리하면서 내 아내같이
아낌없이 홀랑 벗어주는 여자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건 내가 흥신소를 하면서 보아도 그런것 같기는 했다.
아내가 비밀장부에 뭐가 더 있던 이젠 그건 나와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했고…..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여기까지 파고든 정성이 아까웠다.
시팔…재수할때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으면…..
나도 조금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텐데…..
젠장….
마회장이 말해준것을 잘 생각하고 프로그램의 실행방법을 다시 보았다.
영어로 된 프로그램이지만 마회장이 번역해놓은 매뉴얼이 아주 상세히
설명이 된 프로그램이었다.
진짜 이것만 가지면 시간싸움인것 같았다.
집에 데스크탑 컴퓨터의 사양은 최고사양으로 업그레이드를 해놓은지
얼마 안된다.
4K동영상때문에 그런거지만 이럴때 효과를 발휘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달력을 준비했다.
지난 달력이 없어서 뒷방에 걸린 이번달 달력을 과감히 찢었다.
나는 달력 뒷장 큰 종이에 써놓고 한 눈에 보는것을 좋아한다.
머리가 복잡한 사고를 동시에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달력 뒷장 빈곳에 연상되는 것은 순서대로 다 적었다.
내 생일, 오연지 생일, 아연이 생일, 강이 생일, 그리고 나는 기억하지 못했던
아내와 내가 처음 만났던 날, 우리 아버지 생일, 엄마 생일, 장모님 생일,
그리고 시골집 번지, 우리집 번지, 우리가 옛날에 살던 집 전화번호부터
시작해서 진짜 생각나는 숫자나 한글들은 모두 하나씩 달력에 순서대로
기록을 했다.
한글, 영어, 숫자 이 세가지 분류로 해서 우리 가족에 관한 것들
그리고 심지어 오연지의 학번까지 샅샅이 뒤져서 모두 기록을 했다.
심지어 오연지의 젊을때 키와 몸무게까지 다 찾아서 기록을 했다.
새벽 네시였다.
고박 밤을 세운것 같았다.
전교 일등을 하는 놈과 전교 꼴등을 하는 놈의 차이는,
전교 일등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을 집중하는 것이고, 전교 꼴등은
쓸데없는데 정력낭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하는 짓이 딱 전교 꼴등이 하는 짓이었다.
하지만 나도 어쩌면 여름 휴가기간이다.
휴가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나는 달력에 적은 것들을 프로그램에 입력을 했다.
그리고 그 것들을 가지고 자동으로 조합을 만들어서 암호를 돌려보게 했다.
파일 여섯개를 동시에 다 돌릴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속도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에게는 아내가 오기까지의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새벽 여섯시에 눈을 붙였다.
아침 여덟시경에 강이와 같이 눈을 떴다.
두 시간밖에 못자서 졸렸지만 낮에 자면 된다.
강이를 아침 먹여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왔다.
강이는 어린이집에서 점심만 먹고 오후에 다시 데려올 것이다.
내가 집에서 노는데 어린이집에서 너무 오래 있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 하루종일 강이가 나랑만 놀면 지루해 해서 차라리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과 어울려서 노는걸 더 좋아하기는 했다.
그 동안은 나는 다시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내가 자고 아침을 먹는 동안에도 컴퓨터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노트북에도 그 프로그램을 깔고 여섯개의 파일도 옮겨서 같이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대로 돌리느니 두 대로 나누어서 돌리면 조금더 빠를 것 같았다.
노트북과 데스크탑으로 24시간 돌릴 예정이었다.
며칠만에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내가 생각해낸 조합의 숫자, 글자들이 암호에 얼마나 더 접근하냐에
따라서 암호는 빨리 풀릴수도 있고, 일년이 지나도 안 풀릴수도
있는 것이었다.
진짜 이럴때 알파고가 필요한것 같았다.
슈퍼컴퓨터가 있으면 훨씬 더 빨리 풀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노트북과 데스크탑 두 대로 암호 연관 검색어를 나누었고,
두 대를 동시에 돌리고 있었다.
나는 수시로 모니터와 노트북을 보면서 걸린게 없나 확인하고 있었다.
계속 프로그램은 돌고 있었으나 아직 열린 파일은 없었다.
지 아무리 오연지라고 해도 여섯개의 파일 암호를 다 다르게 해 놓았을것
같지는 않았다.
하나로 여섯개 파일이 다 열릴것 같았다.
그 하나만 찾으면 될 것 같았다.
오후에 강이를 데리고 집에 왔다.
컴퓨터와 노트북은 열심히 혼자 돌고 있었다.
나는 강이와 수박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연이였다.
영상통화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아연아, 잠깐만…강이도 보게 거실 티브이에 연결좀 할게…"
나는 잽싸게 거실 티브이에 영상통화를 연결했다.
거실화면에 아연이가 보였다.
강이가 신기해 하면서 소리쳤다.
"누아….누아…"
"강아, 잘 있었어?"
그때 화면에 아내가 나왔다.
티브이 위에 우리 모습도 조그맣게 나왔다.
"엄마, 엄마….."
강이가 티브이로 다가가서 아내의 얼굴이 나온 티브이 화면을 만졌다.
"응, 우리 강이 아빠랑 잘 있었어?"
아내가 웃으면서 강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연아, 영국 음식 잘 맞어?"
내가 아연이에게 물었다.
아연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응 아빠…피쉬 앤 칩스 맛있다는 집만 두군데나 찾아다녔는데,
아빠가 튀겨주는게 더 맛있는것 같아, 여긴 너무 느끼해…."
아연이가 거기에서의 생활들을 계속 재잘 거렸다.
문자로는 연락이 왔었으나 영상통화 연결은 처음이었다.
"오빠, 미안해요…..혼자 강이 보기 힘들죠."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아니야…."
이런 시팔….지가 그런말 할때인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아연이는 연습도 잘 하고 있고, 지금은 연습보다는 런던 관광하고 다니기
바쁘다고 했다.
엄마 따라서 런던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닌다고 했다.
"아빠, 사진 보내줄테니까 잘 저장해 놔…."
아연이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영상통화가 끝이 났다.
티브이 화면에서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자 강이가 놀래서 나를 보았다.
강이가 나를 보고 물었다.
"엄마…."
"응 강아 기다려…엄마가 두밤 자고 영상통화 또 한데…."
내가 말을 했다.
알아듣는건지 모르는건지 강이는 다시 가서 수박을 먹기 시작했다.
결국 강이 씻겨서 재울때까지 컴퓨터는 돌고 돌기만 했다.
니미 과열되어서 뻥 터지는건 아닌가 걱정은 했지만…
요새 전자제품들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드웨어의 강국 아니던가…우리나라가 말이다.
소프트웨어는 딸린다고 하지만 말이다.
강이 재운후에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면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소맥을 먹고 싶었지만 나랑 강이만 있는데 취할수는 없었다.
그냥 맥주캔만 따서 마시면서 모니터를 보았다.
벌서 조합해서 대입해본건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로 여러가지 조합을 해보는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났다.
하루 일과가 다 지나고 다시 강이가 어린이집에 갔다.
나는 점심 해먹기도 귀찮아서 오랜만에 밥에 빠다를 넣고 간장에 비벼서
깍두기를 얹어서 양푼쨰 먹고 있었다.
빠다밥 오래간만에 먹으니까 진짜 맛있었다.
그렇게 빠다밥을 먹으면서 티브이 뭐 재미있는거 없나 하고 보는데
뭔가 삐삐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래서 양푼을 내려놓고 뒷방으로 갔다.
심장이 쿵쾅쿵쾅 대었다.
파일 하나의 암호가 풀린 것이다.
데스크탑 모니터에 알람 신호가 뜨고 있었다.
걸리면 시그널이 나는 설정을 해두니까 소리가 울린 것이었다.
하아…진짜 며칠만인가….
진짜 감동이 밀려올 정도였다.
아……그런데 이게 뭔가…..
하나가 풀리면 여섯개 파일이 다 풀릴줄 알았는데 하나만 풀렸다.
쓰리 리틀 스타 스토리 파일만 암호가 풀렸다.
내가 불어로 된 파일명 옆에 영어로 제목을 덧붙여 놓았었다.
불어를 읽을수가 없어서 말이다.
손이 떨릴 정도였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열려진 파일을 보았다.
세상에나…그러면 아내는 여섯개 파일에 암호를 각각 다 걸어놓았단
말인가?
뭐가 얼마나 중요한 파일이길래….
나는 열려버린 스프레드시트 파일을 보았다.
아래의 시트가 하나밖에 없었다.
무슨 숫자나 장부가 나올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스프레드 시트 프로그램에 무슨 글을 써놓은 것이었다.
나는 지체할수가 없었다.
빠다밥 먹던 것도 잊어버리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
믿을수가 없는 일이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수가 있을까?
강이가, 그 이의 아기라니,
그리고 그 이가 그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니…
예전에 잠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루어질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강이와 그 이가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강이가 그 이의 아기라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 말이다.
신이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시는 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보라고
선물을 주신것만 같다.
강이가 그 이의 아기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 이는 그 사실을 나보다 먼저 눈치챈 것 같았다.
강이에게 자격이 없는 엄마였지만, 이젠 강이에게
조금이나마 떳떳해질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연이에 대한 미안함이 커져가는 것만 같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니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강이가 그 이의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이젠 어쩌면, 그 사람을 찾아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할까?
그 사람을 찾는 것이,
그리고 그 사람이 아연이의 친부라는 것은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이가 아연이의 친부가 아닌것이 맞다면,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세상에 아연이의 친부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단지 그 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찾을수가 있을까?
내가 기억나는 것은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
아니다, 나는 그 사람을 찾을수 있을것 같다.
그 사람의 친구가 기억이 난다. 그 사람 친구가 다녔던 학교가 말이다.
섣불리 행동하기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만에 하나 그이가 알게 된다면, 그 이에게는 지울수 없는 상처를
또 한 번 주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확실치가 않은데, 어떻게 내가 경솔하게 행동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강이가 그 이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감히 이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복잡하다, 정말로, 그 이는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
아연이를 보는 눈이 아연이가 태어났을때와 비교해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긴, 나의 모든것을 알게된 지금, 그 이의 행동이 그 이의 모든것을
말해주듯이 말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해보아야겠다.
그 이가 아니라면 분명히 후자일 것이다.
두번째 그 사람, 시기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강이가 그 이의 친자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첫번째 그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너무 술에 취해있었고, 정확히 관계의 끝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첫번째라면 아마도 찾을수 없을지도 모른다.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그 사람이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그 첫번째의 관계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안에 그랬는지에 대한 기억도 솔직히 잘 나지가 않는다.
하지만 두번째는 아니었다.
분명히 화장실이었고, 그때는 둘 다 술에 많이 취하기는 했었지만, 분명히
우리가 취기 때문만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땐 정말 깊은 생각 없이 저지른 치기어린 행동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불러 올 것은 정말 예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뿐,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에게 둘러대었던것과 달리 나는 두번째 남자는 이름도
그리고 얼굴도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두번째 남자의 이름은 연예인과 똑같았다.
그래서 아직도 정확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분명히 안에 그랬던 기억까지 난다.
누가 되던간에, 이번일이 그 이에게 알려지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아주 정말, 나중에, 정말 나중에 아연이의 미래에 혹시라도
그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것인지, 걱정이 된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강이가 그 이의 아들이라서, 내가 정말로 많이 심적인 위안을 얻은것
같다.
그것 하나로 많은 의문들이 풀렸고, 난,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이의 눈을, 견이 오빠의 눈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서 쳐다볼수
있게 된 것 같다.
………………………………………………………………………………………………………….
여기까지 읽고 잠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런 잡아죽여도 시원찮은 년…..
분명히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고,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정신이 없던 상태였을텐데….
하지만 그것을 따지는 것보다는 아연이의 친부가 누구인지가 더 궁금했다.
이게 도대체 언제 쓴 글일까?
강이가 내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에 쓴 것은 맞는것 같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일기면 날짜라도 좀 적어놓았으면 좋을텐데, 이건 그냥 수필 쓰듯이
쭉쭉 아래로 써내려간 글이었다.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암호를 찾는 화일들을 보았다.
마지막 파일 저장일자가 원 리틀 스타 스토리부터 파이브까지는 모두
삼월 중순경의 같은 날자이고, 식스 스토리만 저장 날짜가 최근
날짜로 되어 있다.
이게 시간순으로 원투쓰리로 나가는 것일까?
일단 여섯개의 파일이 암호가 다 풀려야 알수가 있을 것 같았다.
세번째 파일을 풀어낸 암호는 아내의 대학 학번과 내가 모르는 숫자와
문자들의 조합이었다.
아연이의 친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두렵고 떨리기도 했다.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연이가 아는 날에는 진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아내가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스프래드시트 파일을 아래로 쭈욱 화면을 내려보았다.
날짜가 씌여져 있지는 않았다.
그냥 아내가 쭈욱 써내려 간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아내가 강이와 둘이 생활할때나 혹은 다시 집으로 들어왔을대는
물론 전 기간에 걸쳐서 그런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기간동안
아내의 컴퓨터 사용내역을 내가 몰래 살펴보고는 했었다.
물론 아내가 노트북을 새로 사서 쓰기도 했었다.
그럼 그 이후에 글을 쓴 것일까?
아내는 과연 언제 이런 글들을 작성한 것일까?
쉽사리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 작성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상에 이메일이나 혹은 다른 형태로 써서 저장을 했다가 나중에
복사해서 옮겨온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 짧은 생각으로는 나에게 걸리지 않고 이런것을 작성했을
방법은 그런 방법밖에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지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연이의 친부 문제가 어떻게 되었느냐였다.
솔직히 그건 내가 정말 건드리고 싶지 않은 그런 아픈 문제였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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