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0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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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비밀일기 003 ----------------------------------------------
나는 다시 글에 집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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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윤곽이 보이는 것 같다.
그 날 그와 항상 함께 어울렸던 그의 친구가 했던 대화들이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 친구가 했던 학교 이야기, 전공 이야기를 따라가야 할 것 같았다.
기억을 짜내고 또 짜내야 할 것 같았다.
그 친구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히 그에 대한 실마리가 나올 것이다.
다시 한 번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맞다.
알아서 문제가 될 것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고 지냈다가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나는 알고 있어야
하는게 맞을 것 같았다.
미안하다.
그 이한테, 나만 바라봐주고, 내가 아연이 엄마라서, 그리고 자신이
아연이 아빠이기 때문에 지난 세월 나와 함께 해주었던 그 이에게 말이다.
내가 그 이를 감히 버릴 생각을 했던것도, 어쩌면 그 이가 아연이 아빠이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는 착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는 나에 대해서 오랫동안 한결같은 시선을 유지하다가 요 몇 년 사이에
그 시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 사회생활, 내가 쌓아온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다시 원위치를 시키려고 했었다.
그 모든것의 뒷배경에는 그 이가 아연이 아빠라는 그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모든게 가능했었다.
하지만 그 이가 아연이 아빠가 아니라면, 피해자는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도 나를 어쩌지 않았다. 나는 그 이에게
어떤 변명도 할 수가 없을 상황이었다.
난 그 이의 사랑을 이제 더 이상 이용하면 안된다.
그 이의 마음이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이젠 내가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 이를 잡았던 손을 놓아버렸던 그 이전과 같이 그 이는 나를 위해서
다시 수프를 끓인다.
아직도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모든게 밝혀져 버렸다.
그를 보았다.
너무 쉽게 그를 찾아낸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생각보다 멀리 있지도 않았다.
하긴, 그를 과거에 본 것도 이 도시였으니까 말이다.
그는 아마도 나를 기억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
너무 짧은 순간이었고,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으니까 말이다.
확인은 되지 않았다.
아니 확인을 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리고 확인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이가 이 사실을 모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발맞추어
더 중요한 것이 그 사람 역시 절대로 이 일을 알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을 보고 나서 겁부터 덜컥 들었다.
뭔가 잘 못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아무런 확인이 된 것은 없지만, 그냥 직감이다.
그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얼굴을 보니까, 이십여년전 생각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맞아도 문제, 맞지 않아도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을 보고 모든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이제, 여기서 덮어 버려야 겠다.
그 이가, 눈치를 챈다면, 분명히 그 이가 확인을 할 것이다.
강이처럼 미리 다 확인을 해 볼지도 모른다.
그냥, 여기서 덮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그 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아연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최선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다시는 그를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를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의 아빠는 세상에 견이 오빠 한 명이면 족하다.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그를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이가, 아니 견이 오빠가 자는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그 이를 견이 오빠라고 부르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오빠가 내가 힘들어할때 나를 돌봐주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것만 같았다.
내가 오빠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빠까지 날 사랑하지 않았던건
아니라는 그 말 말이다.
오빠의 뺨을 어루만졌다.
불쌍한 오빠, 아연이도, 그리고 강이도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알던
그 순간에도 나를 잡고 있던 그 손을 결코 놓지 않았던 오빠였다.
이제 강이가 오빠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다 밝혀진 이 마당에
오빠는 그 핑계로라도, 아마 내 손을 다시는 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내가 그럴 자격도 없을 뿐더러,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오빠로만 가득찬것이
아닌데, 내 자만심, 내 욕심, 그리고 항상 오빠보다 나를 우선했던
그런 썩어빠진 이기심이 우선이었는데, 오빠는 그래도 내 손을
결코 놓지 않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젠 정말 그런 오빠의 마음을 그만 흔들어 놓아야 할텐데 말이다.
이젠 오빠가 모든 걸 다 알아버렸다.
그 이가…..아니 내가 오빠를 그 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을까?
비단 지난 일들 때문만은 아니다.
몸이 이젠 거의 예전 상태로 다 돌아온 것 같다.
모두 오빠 때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혼 후 엄마와 오빠에게 보살핌을 받던 이후부터 너무도 당연하게
그런것들에 너무도 익숙했었나 보다.
이젠 오빠가 강이에 대해서 내가 모든것을 다 아는 것을, 알아버렸다.
내 입으로 이야기 했으니까 말이다.
오빠가 왜 나에게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 스스로 정말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한국을 떠날 생각을 했을때,
그때 나는 오빠를 정말 오빠의 존재로만 생각을 했었을까?
아니면, 그 이라는 남편의 존재로 생각을 했었을까?
아니면 정말 아연이 아빠라는, 그런 단순한 의미로만 생각을 했었던
것일까?
분명히 그때는 그게, 명확했을텐데, 지금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쟈니에 대한 몇가지 남아 있던 의문이 풀려버렸다.
쟈니가 핏덩이였던 강이와 나를 왜 그렇게 해야만 했었는지,
얼마나 배신감이 컸을까?
아직 머리속이 복잡하다.
쟈니에 대한 생각은 조금 뒤로 미루고 싶을 뿐이다.
생각이 깊어지고 많아질수록, 그 생각이 더욱 더 깊어질테니까 말이다.
이제, 오빠는 말이다.
영원히 내 손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내가 모든것을 놓고 떠나기전에 나는 그것이 너무도 싫었던 것 같았다.
오빠는 내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영원히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그 사실이 말이다.
그때, 오빠에게 많은 것을 들키고 난 후의 그때는, 그게 너무 싫었었던것
같다.
내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이 말이다.
숨을 쉴수가 없었던 느낌이 기억이 난다.
아연이에게 영원히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을 들키는 순간에 나는
온통 머리속에는 다른 생각뿐이었었다.
집중을 하고 있었다. 가족이 아닌 다른 것에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머리속으로 다른 것을 열심히 궁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연이에게마저 버림받는 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와 그 이의 사이에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책임인데
어쩌면 나는 그것을 내 스스로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젠,
이젠 아니다.
오빠가 나를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정말 인간의 힘으로는 떼어낼수
없는 그런 접점이 생겨버렸다.
아연이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생각이다.
오빠의 눈빛 오빠의 말, 그리고 오빠가 나를 대하는 모든것에서
그런것을 느낄수가 있다.
오빠가 혼인신고를 다시 하지 않는 이유를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오빠는 이젠 그런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것이다.
즉,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다시 한다고 해도, 오빠는 영원히 나와
함께 갈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오빠만의 에비던스이다.
나는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
강이에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
오빠에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
나는 두 사람에게 너무 큰 죄를 지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아플때 오빠만큼 많이 울어주었던 아연이에게는
이제 비는것이 아니라 같이 걸어갈 것이다.
신기하게도 아연이가 하는 생각이 아연이의 눈을 통해서 보인다.
피는 속일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것 같다
이제는 아연이가 보인다. 아연이의 모든게 다 보인다.
이제는 아연이와 눈을 맞추면 아연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
그래서 아연이에게는 내가 빌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연이의 모습에, 내 십대 후반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내가 하던 생각을 아연이가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냥 그게 다가 아닌것 같다.
아연이는 내가 하던 생각에, 다른 생각까지 더 하는 것 같다.
이젠, 아연이에게 상처를 주고, 잘못을 빌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아연이와는 같이 걸어야 한다.
그게 맞을것 같다.
…………………………………………………………………………………………..
그때였다.
아내가 아연이에게 대해서 써놓은것을 보면서 잘 이해가 안되서
이 년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나 생각을 하면서
글을 읽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휴가기간에 누가 전화일까?
발신자도 모르는 긴 번호였다.
"아빠 나야.."
아연이였다.
"아연아…."
나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웬일이야? 지금 거기 몇시야?"
"응, 여기 아침이야, 엄마랑 조금전에 아침먹고 호텔방에 올라와서
엄마는 샤워중이야…..그냥 아빠 잘 있나 궁금해서…."
"아빠는 잘 있지….아연아 콩쿨 준비는 잘 되어가?"
"응, 하루종일 연습만 해, 여기 런던 왕실 음악원인가 거기 부속 무슨
학교라고 하는데, 거기 가서 연습해, 나 말고도 일본에서 온 애들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 온 애들도 꽤 많은것 같아…..
엄마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자고 하는데, 진짜 그래야 할까봐…."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되지 뭐….
상이 중요한가, 아연이가 최선만 다하면, 결과는 신경쓰지 말자고…."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아빠, 근데…..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 있는데….."
아연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응, 아연아 뭐든지 말해봐….왜 뭐 불편한거 있어?"
"아니…아니야….불편한건 없어…
엄마랑 하루종일, 심지어 연습할때도 붙어 있는데 뭐….엄마가 완전히
내 비서처럼 모든지 다 처리해줘서 불편한건 없어….
아빠 그런게 아니라…..
엄마랑 하루종일 밥먹고 연습하고 심지어 잘때도 한 침대에서
같이 자니까, 하루종일 정말 많은 대화를 하거든……
엄마가 자꾸만 나한테, 아빠랑 남은 생을 같이 하고 싶다고,
나보고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말을 해서, 나도 좀 혼란스러워서….."
내가 웃으면서 다시 말 했다.
"뭐야….그거 전에 말 했었잖아….
엄마, 그러는거 하루 이틀이야….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연습이나 열심히 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다.
"응…..연습은 열심히 하고 있어 아빠….
나도 엄마 그러는게 한 두 번이 아닌거는 알어.
그런거 때문에 연습이나 콩쿨에 지장받고 그러지는 않아…
그런데, 아빠…..있잖아…..
그냥, 엄마가 요새 아빠 너무 보고 싶어하는 것 같고……
엄마 아플때, 수술받기전에 아빠가 엄마 극진히 보살펴주었던거
그런거 엄마가 이야기 많이 하고는 해서……
엄마가 혹시 진짜로 반성하고 그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해…..
그리고….아빠도, 엄마가 우리 마음대로 보게 다 해주고 집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게 해주는데……
그냥……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연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말을 했다.
"아연아, 아빠의 우유부단한 행동 때문에 니가 더 혼란스러울꺼야…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게, 우리 아연이하고 강이의 행복이야.
강이가 엄마를 그리워 하고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아빠가 그렇게 해 준것
뿐이야…...그냥 그런 행동에 큰 의미는 두지 말자.
그리고 엄마는 어찌되었든간에 아연이 엄마잖어….
그리고 아연이 니가 니 입으로 말했듯이, 엄마한테는 아직 배울만한
좋은 점들도 많잖아.
니가 엄마 이용해 먹는다면서…..
실컷 이용해 먹어…..
그러면 되는거야…
아빠도, 그냥 세상 너무 모질게 살기 싫어서 그냥 참고, 숙이고
모른척 해주고 그렇게 사는거야…
그리고 엄마 아빠 문제는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할께…..
어른들 문제잖어.
그것때문에 아연이한테 신경쓰게 하고 싶지는 않아….."
나는 솔직한 내 심정을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이에게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거의 매일 아침 우리는 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요새 평범한 부녀사이 같지 않게 참 대화가 많은 그런 사이니까 말이다.
"아빠…..
엄마가 어제밤에 그러는데……
아빠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아직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숨어있데…..
아빠는, 영원히 사랑이 변하지 않는 남자라고 나한테 말을 하더라구…..
엄마는 아빠가 숨기고 있는 그 사랑들을 다시 끄집어 내서,
아빠한테 다시 사랑 받으면서 살고 싶다고 말을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엄마한테 그만 좀 하라고….
아빠 불쌍하지도 않냐고….
지금 아빠가 편해하는것 같으니까 지금 그대로 아빠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
뭐라고 그랬거든……
근데……솔직히 나도 아빠 진심이 알고 싶어서…
엄마 샤워하는 사이에 전화해 본거야….
엄마 말이 사실일까?
나도……이제 내년이면 성인이고……
아빠 맏딸이잖아….
그런 아빠 생각 나도 알아도 되지 않을까?
아빠 진짜 엄마 말마따나 아직도 마음속으로는 엄마 많이 사랑해?"
머리가 멍해졌다.
빨리 뭔가 받아쳐서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머뭇머뭇 거리다가 웃으면서 아연이에게 말을 했다.
"아연아, 콩쿨 잘 끝내고 와서 아빠 머리 열어봐…..
니가 열어보면 될 꺼 아니야….
아빠 진짜 마음이 뭔지 말이야….."
내 대답을 들은 아연이가 말을 했다.
"아빠 내가 괜한 이야기 해서, 아빠 심란한거 아니지?"
"뭔 소리야…..우리 딸이 이런 세세한거까지 다 이야기 해주니까
아빤 고마울 다름이지…
아연아 항상 아빠한테 뭐든지 다 이야기 해주어서 정말 고마워…..
아빠도 말이야…..
아빠 진짜 생각이 뭔지….
그리고 어떤게 우리 가족이 제일 행복해지는 길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께….."
"아빠 엄마 나올라고 그런다. 나 끊을께….."
아연이가 웃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응, 아연아 차 조심하고, 맛있는거 많이 먹어….."
내가 황급히 말을 하는데 전화가 끊겼다.
호텔전화인가? 핸드폰인가?
외국에서 전화를 걸때 발신자번호가 제대로 표시가 안되서 그런건가?
아내의 글에 집중하다가…..그것도 아연이 관련된 부분을 읽다가
진짜로 아연이의 전화를 받으니까 조금 놀랍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아연이가 말 했던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목이 칼칼했다.
냉동실에서 바밤바를 꺼내다가 먹으면서 소파에 편한 자세로 앉았다.
내 생각은 분명히 내 머리속에서 하는 것인데 왜들 저 난리인가.
오연지 지가 어떻게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안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말인가?
내가 아직도 지를 많이 사랑한다고?
물론 애틋한 정같은거야 남아있기는 할수도 있다.
난 원래 정에 약한 남자 구십구점구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랑?
에이 아니다.
나도 이젠 많이 지쳤다.
그리고 솔직히 검둥이 짐까지 아내를 찾는답시고 날 찾아온 마당에,
어떻게 아내를 더 이상 사랑할수가 있단 말인가?
아내와 검둥이 짐의 그 영상들을 보고도, 그리고 아내가 진짜로
즐기는 듯한 그 너무도 익숙한 그 표정들을 보고도…..
어떻게 아내를 다시 받아준다는 말인가?
한 번 깨진 쪽받은 다시 또 깨지기 마련이었다.
아이들 엄마니까 봐주는 것이다.
아이들 엄마니까 위해주는 것이다.
내 새끼들한테 피해주기 싫어서 말이다.
한때 미치듯이 사랑했던건 인정한다.
그 사람이 절절했던것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연지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고,
아연이는 그 잘못된 생각을 확인하러 비싼 국제전화요금를 날린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국제전화가 싸다고 하던데, 그걸로 하지 그랬나.
뭐 대단한 거 확인한다고, 아빠한테 전화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은, 내가 아연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만큼
아연이도 아빠가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엄마가 샤워하는 동안에
그렇게 급하게 전화를 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특했다.
딸자식 농사 하나는 진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 못할만큼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누가 뭐라고해도, 법적으로도 다른 어떤 것으로도 확실한 내 딸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아내가 남긴 저 거지같은 글에 아내는 아연이의 친부를 찾은것
같은 뉘앙스를 남겨놓았다.
분명했다.
쓰발년….주소랑 이름만 써놓으면 마회장님 지리산에서 컴백하면
같이 가서 아주 어떤 놈인지 샅샅이 털어버릴텐데 말이다.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고 씨부렸던 년이 어떻게 갑자기 기억이 살아나서
그 놈을 찾아내었단 말인가….
차라리 나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더라면, 더 쉽게 찾을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나하고 공유를 하기 싫다는 말인데…..
하긴…..
아내 입장에서도 뭐가 잘난일이라고…….
복잡했다.
궁금했다.
솔직히 말이다.
어떤 새끼인지….
그리고 아내도 그 놈을 찾기만 한거지…
그 놈이 진짜 아연이 친부인지는 확인은 못한것 같았다.
진짜 열면 안 되는 것이다.
아내가 더 이상 확인작업을 하기도 힘들었겠지만, 스스로 중단한 것
같은데…
차라리 그건 잘 한 일이었다.
만약에 그 놈이 알게 되는 날이면…..
진짜 살인날 일이었다.
그 놈의 입을 막기 위해서라면, 그 놈을 아프리카 로랜드 고릴라
서식지역에 내 던지는 일이라도 나는 해야할 판이었다.
항상 뭐에 집중을 하면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았다.
벌써 강이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나는 바지를 입고 강이 데리러 갈 준비를 했다.
현관에서 슬리퍼를 신으려는데 소리가 들렸다.
시그널이 울린것이었다.
바로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뒷방으로 달려갔다.
노트북에서 울린 것이었다.
두번째 파일이 풀렸다.
아내의 생일과 내가 모르는 숫자와 문자의 조합이었다.
역시나 시간 문제였다.
투 리틀 스타 스토리가 풀린것이었다.
여섯개 중에서 두개의 파일이 풀렸다.
나머지 네개의 파일에 걸려있는 암호를 푸는것도 시간문제인것 같았다.
나는 일단 다시 프로그램을 돌리고 강이를 데리러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웠다.
집에 시원하게 있다가 밖에 나가보니 너무 더웠다.
강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강이에게 간식을 먹이고 강이랑 같이 놀아주었다.
티브이를 틀어주면 잘 보기는 했지만 너무 티브이만 보게 할 수는
없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강이랑 같이 놀아주고 저녁까지 해서 먹이고
물놀이까지 해주고 나서 강이를 재운후에야 한숨을 돌렸다.
강이는 웬만해서는 낮잠을 잘 자려고 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도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잘 자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강이는 절대로 낮잠은 안자려고 하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이는 낮잠을 안자는 대신에 밤에 잠을 깊게 자는 것 같았다.
강이가 깊은 잠에 빠진것을 확인한후에 다시 뒷방에 앉았다.
육포와 마요네즈까지 가져다 놓았다.
육포를 마요네즈에 찍어먹으면서 다시 아내의 글에 집중을 했다.
세번째 파일에 담겨 있는 글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나는 두번째 파일이 얼른 보고 싶어서 대충 대충 훑어보았다.
전부 아연이에 대한 마음과 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강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치 차분하게 이야기 하듯이
써내려간 수필같은 글들이었다.
하지만 이 글이 씌여진 시점은 강이가 내 자식이 밝혀진 후에
우리가 같이 지낼때가 확실한 것 같았다.
계속 같은 내용들이 반복되다가 글이 끝나버렸다.
쓰리 리틀 스타 스토리의 글이 끝나버렸다.
스프레트시트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시트가 딱 하나뿐인…그것도
처음부터 글로 시작해서 글로 끝나는 그런 파일이었다.
나는 암호가 풀린 두번째 파일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세번째 파일과 같았다.
시트가 하나뿐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글이었다.
세번째 파일과 글의 길이는 비슷한 것 같았다.
파일들의 용량이 그리 크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파일을 따로 저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파일은 시트를 여러 개 만들수가
있고, 시트마다 따로 글을 저장해서 한 파일로 저장을 할 수가 있는
기능이 있었다.
왜 그런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 수필같은 글들을 굳이 이름까지
원 스타 투 스타 붙여가면서 각각 다른 파일로, 다른 암호를 써가면서
저장을 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파일용량도 작은데….용량 때문도 아니고 말이다.
아내의 속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는 일이었다.
육포를 씹으면서 두번째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