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05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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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비밀일기 005 ----------------------------------------------
새벽이지만 별로 졸립지가 않았다.
눈에 촉촉히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흘러내릴정도는 아니었다.
아내의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인 글을 보다보니까, 아내가 저때 참
많이 혼란스러웠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브 이후에 일들을 적다가 어느 순간에
바로 시간을 뛰어넘어서 수술 이후의 일들을 글로 정리한 것 같았다.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쓴 글들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베껴온 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나에게 남겼다는 편지, 나는 끝내 열어보지 못했던 그 편지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아내의 글을 보니 별 내용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을 담지 않은 미안함이나 사랑함에 대한 글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그리고 진심을 담았다고 해도, 이 글들은 아내가 일본으로 가기 전의
일들이다.
현재가 중요했다.
짐 조바라요의 좆을 빨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이 마당에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렇게 투 리틀 스타 스토리도 끝까지 읽었다.
수술 이후에 아내의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 글들이 쭈욱 더 이어져 있었으나
같은 내용들의 반복이었다.
계속 써내려간것이 아니라 여기 조금 저기 조금씩 썼던 메모식의 글들을
가져다가 붙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오래 읽다가 보니까 시간이 너무도 많이 흘러버린것 같았다.
벌써 새벽이었다.
졸렸다.
하지만, 원 리틀 스타 스토리와 포 리틀 스타 스토리가 이미 암호가
깨진 마당에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어떤 파일을 먼저 읽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두말할 필요없이 당연히
원 리틀을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진짜 완전 박하사탕이었다.
난 다시 돌아가겠다고 소리친적도 없는데 왜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수술받았던 그때를 생각하니까….
아내가 피투성이가 되어 욕실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것을
생각하니까 정말 기분이 이상했었다.
병원 바닥에 쓰러져서 엉엉 울었던 그때 그날들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어휴……
시팔……과거일들 이렇게 다시 글로 본다고 좆도 바뀌는건 없을텐데…
기분이 좀 그랬다.
내가 여섯번째 글까지 다 보고 내릴 결론은 너무도 확실했다.
그냥 지금과 변경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들과 아내가 자유롭게 만나고 그냥 지금처럼 옆 단지에 살면서
자유로이 왕래하는것 그것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았다 정말로 말이다.
첫번째 파일을 열어보았다.
……………………………………………………………………………………..
살아가면서 처음이었다.
지난 시간들의 혼란스러움은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그런 순간들이었다.
지난 일년여의 시간동안, 나는 나를 내려놓은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내가 내 삶이 주인이 될 필요가 없던 시간들이었다.
단지 나는 내 육체가 원하고 감정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면 되었던
시간들이었다.
이성적인 판단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싶은면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되었고,
음주를 할 수는 없었지만 무알콜 와인이나 무알콜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종일 술을 마시는 기분을 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마다 항상 내 옆에서는 내 사랑이 있었다.
오해일 것이다.
뭔가 심각한 오해가 있는 것이고, 그 오해는 머지않아 해소될 것이다.
성급한 오류를 범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와 관계를 가졌다.
고마움에 대한 대가였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할수 있도록
그 이는 나에게 안정감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다.
아기를 배 안에 품고 있으면서도 아기의 육아에 대하여 걱정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 아기는 버려졌다.
자신의 아빠에게 말이다.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였다.
이 아이를 직접적으로 돌봐줄 사람은 세상에 나 혼자 뿐이다.
하지만 현실을 탓할수만은 없었다.
나는 다시 일어서야 하니까 말이다.
그 이가 내 시술받은 그곳을 보게 되었다.
관계를 하려면 어쩔수 없이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그 이와의 관계는 항상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이는 항상 성실하다. 그리고 항상 압도적이다.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쟈니와의 관계를 위해서 시술받은 그곳이 그 이에게 보여지는 것이
정말로 이상했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정말로 이상했다.
그 이와 관계를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그 이와 같이 잠자리 하는것이
정말 진절머리 날 정도로 싫어했었던 적이 있었다.
일도 많았고, 그냥 쉬고 싶은 날이 있었다.
늦은 퇴근후에 씻고 잠이 들고 싶을때, 그 이가 보챘던 적이
참 많았었다.
아니, 어쩌면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이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성욕이 넘치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던것 같다.
나를 향한 욕구가 말이다.
아연이가 아주 어릴때일 것이다.
그때 나는 진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다리를 벌린채 가만히 있던적도
많았다.
몇 달, 몇 주만에 관계를 하더라도, 나는 그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었다.
하고 싶지 않을때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이의 몸은 나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결국 끝에 가서는 내 몸을 무너뜨리고 마는 것이 그 이의 몸이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들…
아주 가끔은 그 이에게서
아주 오래전 그 나쁜 기억들이 떠 오른다.
그 이가 워낙에 부드럽게 접근을 해서 그렇지,
만약에 그 이가 거칠게 한다면 그때 그 남자들보다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잊을만 하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다.
근데 참 웃기다.
난 지금 예전에 그랬던 그 이를 기다린다.
하루종일 강이를 바라보면서 단 둘이 있을때면, 난 그 이를 기다린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따뜻하게 안고 움직이는 그 이를
보면, 미안한 마음도 분명히 있다.
그 이는 알고 있을까?
나는 그 이를 떠난 상태이고, 아직 돌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돌아온 것이 아니라, 그 이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는 불가항력에 의해서 그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수가 없었던 것
뿐이고 말이다.
아연이에게 미안한것과, 그 이에게 미안한것은 분명히 다르다.
난 오늘도 그 이의 아래에서 그 이의 몸을 받아내면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졌던 다른 행동들을 머리속으로 떠올린다.
그러면 내 몸은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버린다.
정신을 못 차린 것인가?
내가 왜 이러는지 말이다.
쟈니는, 이제 정말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냥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그 이에게서 여자의 향수 냄새를 맡았다.
스쳐지나간 여자의 냄새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난 그럴 자격이 없다.
그런것을 추측하고 이야기 할 자격이 말이다.
그리고 그 이는 충분히 좋고 착한 남자이다.
여자마다 좋아하는 남자의 타입이 다르겠지만, 그 이같은 타입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세상에는 분명히 많다.
그 이에게 좋은 여자가 생긴다면, 제일 먼저 축하를 해 주어야 할 사람이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 오랜시간 그는 당연히 나만을 바라봐야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이
너무도 굳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도 한 명의 남자인데 말이다.
그 이와 얼마전에 법적으로도 완전히 남남이 되었다.
내가 먼저 원한것이었다.
내가 쟈니와 함께 있을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원한것은 아니었다.
그 이가 원한것이었다.
그 이의 가슴에 상처가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았다.
그 이의 심정을 잘 안다. 아니 알 것 같다.
다시는 버림받지 않으려고 이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 이가 나를 쳐다보는 눈에서 아직도 그 이가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혼하려고 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 할
것이다.
단지 그 이와 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안다는 것을 그 이는 알 수 있을까?
난 참 나쁜 사람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 이에 대해서는 말이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수가 있었을까?
과거의 순간순간들이 떠오를때마다 그때 그 이는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올때가 있었다.
아연이의 비발디 연주를 보았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아연이의 마음에 남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내가 저 나이때는 살아야 했기에 공부했었다.
아연이의 광기어린 연주를 보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연이가 내 딸이라는 것을, 나를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도 닮은
내 딸이라는 나는 너무 심하게 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조금 더 일찍 깨달았어야만 했는데 말이다.
이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연이와 헤어지기 전의 그 엄마의
자리로 돌아갈수는 없을 것이다.
아연이의 눈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엄마 자리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아연이는 분명히 정확하게 맺고
끊을 것이다.
나와 만약에 관계 개선이 된다고 해도, 아연이가 중학교 졸업반때 받았던
그 상처가 깨끗하게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어린시절 돈 때문에 받았던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 있듯이 말이다.
그 이는 이혼 이후에 더욱 내 몸을 탐하고 있다.
그 이에게 가끔씩 여자의 향취가 느껴지지만 어쩔수가 없는 일이다.
그 이가 좋은 남자인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 이가 나에 대하여 품던 관심과 열정이 옮겨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 이는 이제 관계를 할때면 아예 한 손이 내 시술받은 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그 이와의 관계에서 자꾸만 그 이에게 상처가 될 법한 과거의 생각들을
회상하는 것을 그만해야겠다.
그 이에게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미안했다.
진심으로….
…………………………………………………………………………………..
첫번째 스토리를 읽다가 잠시 물을 먹고 들어와서 다시 읽었다.
비슷한 내용이었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다가, 나랑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고 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여간에 미친년이었다.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고 하는데, 그건 아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결국 비슷한 내용을 빠르게 건성건성 다 읽고 나서 첫번째 스토리도
끝이 났다.
첫번째 스토리가 제일 특별한 내용들이 없는 것 같았다.
솔직히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의 웬만한 이야기들은 아내 입으로 한 두 번씩
씨부린 비슷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읽어서 특별한 것은 세편의 스토리중에 단 하나뿐이었다.
아연이의 친부로 의심되는 놈을 오연지가 찾아낸 것 말이다.
그것말고는 다들 비슷한 내용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아내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아내는 가벼운 여자는 아니었다.
실언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다.
거짓말을 잘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워낙에 거짓말을 진짜처럼 잘 이야기 해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원 투 뜨리의 순서대로 읽었으면 좀 덜 헷갈렸을까?
너무 졸렸다.
이제 남은 것은 달랑 세편이다.
포 파이브 식스 세편만 더 읽으면 되고 그중에 포는 이미 암호가 풀렸다.
이제 파이브와 식스만 열심히 프로그램이 돌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인가, 참 암호라는게 징했다.
이렇게 며칠동안 24시간씩 돌려도 아직도 해독이 안된다.
경우의 수라는게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원 리틀 스타 스토리를 다 읽었으니까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침해가 밝아올 것이다.
강이 아침 먹이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잠깐 눈을 붙여야 했다.
뭐 남는건 없었지만, 그래도 안 읽은것보다는 나았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현재였다.
헷갈리지 말아야지……
지금 아내는 아연이와 영국에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지금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살고 있다.
나와의 섹스는 중단된 상태고 말이다.
지금 이 상태에 만족하고 살아야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게 말이다.
이젠 아내가 어느 누구와 섹스를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짐 조바라요와의 관계로 아예 정점을 찍어버렸다.
음부위에 음모를 영구제모하고, 클릿표피제거수술을 한 것도 모잘라서
조바라요가 꽃잎에 피어싱까지 해 주었다.
배꼽이야 원래 뚫었던 자리니까 말이다.
아예 뚫을 것이면 혓바닥을 뚫던가 코뚜레를 뚫을 일이지, 뭔 지랄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예전에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글들에 감정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었다.
현실은 아내의 글보다 더 화끈했다.
강이의 옆에 누워서 잠이 들어 버렸다.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이 되었다.
강이 아침 먹여서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오자마자 바로 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차피 밖에는 너무 더워서 할 일도 없었다.
편셔리도 안가고 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홍진이가 여행에서 너무 잘 놀고 왔다고 사진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그 사진들도 다 보지 못했다.
그건 나중에 보면 된다.
영식이가 바로 뒤이어 여행을 떠났는데, 나는 지금 그런건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 신경쓰는 것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에
아연이 친부같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핵폭탄 급의 스토리가
나오냐 마냐 였다.
그런것들만 없으면 대충 읽고 버리면 되는 글 들이었다.
뭐가 대단하다고 그걸 간직하겠는가…
과거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았다.
아내가 큰 일들을 겪으면서 감정적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을
내가 세세히 알 필요는 없었다.
어제는 짜장면이 먹고 싶다가 오늘은 짬뽕이 먹고 싶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네번째 스토리를 열었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의 암호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경우의 수를 대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