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0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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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비밀일기 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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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가 그립다.
그 이가 나를 안아주기만을 기다린다.
몸이 달아오른다.
우리는 만난지 일이년 된 사이가 아니다.
난 그 이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를 떠났던 전력이 있는 여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 이가 안아주기만을 말이다.
그 이에게 내 입으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고백할때
나는 극도의 흥분감을 느낀다.
왜 그럴까?
그 이와 요새 관계를 할때, 다른 상대와 했던 체위들을 그대로
재연한다.
그 이는 물론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 혼자만 알도록 내 기억속의 체위들을 재연한다.
물론 그 이를 능멸하려고 하는 짓은 아니다.
단지, 그러면 내가 더 심하게 느끼기 때문일까?
내가 그 이의 영상데이터들을 파기한 것 때문이지 그 이는
조금 흥분해서 나에게 지난 과거들을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다.
그리고 말끝에 나는 결국 봉옥봉에 대한 이야기를 그 이에게 꺼냈다.
봉옥봉을 말하지 않고서는 내 과거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말이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쟈니가 말려서 중단되었던 봉옥봉에 대한 생각들과 내 계획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제는 아무 소용도 없는 것들인데 말이다.
그런데 참 나도 이상하다.
그 이한테….아니…..
오빠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는 자꾸만 기분이 이상해진다.
내가 흥분을 할 이야기 들이 아닌데, 나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시간들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오빠한테 기대게 된다.
어린애 처럼 말이다.
자꾸만 우리의 결혼 전 시간들이 떠오른다.
평생을 이렇게 한결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그때 나를 바라봐 주었던 그 눈빛으로 지금도 나를 바라보는
오빠의 눈길이 너무도 따뜻하다.
아연이가 콩쿨에서 2등을 했다.
기대했던 것 보다 너무 잘 해주었던 것 같았다.
아연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아연이는 항상
실전에 강했다.
겁이 없는 건 아닌데, 항상 실전에 부딪히면 무척이나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아연이였다.
고마웠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던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아연이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아연이에게 너무도 부끄러운 엄마일 텐데, 아연이는 그런것을
개의치 않고 너무도 담담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는것
같았다.
아연이한테도 고맙지만, 오빠한테 너무 고맙다.
오빠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어쩌면 제일 힘들고 쓰러지고 싶은 사람은 오빠였을지도 모를 일인데
오빠는 항상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이 우선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 그 울타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오빠는 울타리를 더 넓게
만들어서 내 주위에 둘러주었다.
아연이한테도 항상 든든한 산이 되어주고, 나에게도 항상
든든한 산이 되어준다.
그 고마움을 달리 표현하기가 힘이 들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고마운 사람에게 지난 세월동안 너무도 많은 상처를 준 것만
같다.
아연이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다.
아연이를 달래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낯설다.
내가 열여덟 살 때는, 경험하고 고민해보지 못했던 문제였다.
내가 열여덟 살 때는 이성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아연이 참 예쁘다.
나도 저 나이 때 아연이처럼 예쁘게 꾸밀 수 있었다면, 지금 내 모습은
어땠을까?
나도 이성교제를 할 여유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연이 나이에 남자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남자와 대화를 할 기회라도
있었더라면, 대학 때 그런 어처구니 없는, 내 인생을 흔들어 놓을만한
실수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스물 한 살 때 생긴 남자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남자를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겠지만 이젠 어쩌면 그게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너무 시간이 지나버렸다.
아연이에게 내 이야기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숨기려고만 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연이의 기분이
많이 풀어진 것 같았다.
아연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좋은 엄마는 되어줄 수 없지만, 좋은 친구는 되어줄 수 있다고 말이다.
아연이의 앞으로 인생에 좋은 엄마보다는 좋은 친구나 선배의
역할을 해주어야 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연이 마음에 맺힌 게 조금이나마 풀린다면
내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작아질 수 있을까?
짐작은 했었다.
오빠를 잘 안다.
하지만 오빠는 많이 변했다.
내가 평생을 같이 산 그 이는, 지금의 오빠가 아니다.
오빠를 움직이는 리더가 있는 줄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쟈니의 소식을 오빠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교도소, 그리고 마약….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모든 퍼즐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오빠는 결국에 쟈니의 영상까지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마 내가 오빠였다면, 우리가 상황이 바뀌었다면 나는 절대로
안 보여 주었을 것 같은데, 오빠는 내가 고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영상을 오픈해 주었다.
착한 남자와 사랑하는 남자? 아니 사랑했던 남자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착하고 든든한 남자는 항상 나를 안아준다
나를 사랑해주는 것의 절반이라도 그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오빠는 내 성욕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되는데,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든다.
오빠가 지난 성탄전야에 보여주었던 영상들….
쟈니가 오빠에게 보냈다던 그 영상들이 요새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오빠를 보면서 가면분장을 하던 내 모습이 찍힌 영상…..
나는 그때 분명히 미치지 않았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오빠한테 그러면 정말 안 되는데…
이제 더 아프면 기존의 상처가 아물지도 못할 텐데…
눈물이 나왔다.
쟈니가 생각나면 안 되는데, 쟈니가 보고 싶으면 안 되는데,
오빠 생각하면, 내가 오빠를 그 동안 아프게 한 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속에 쟈니에 대한 생각이 들어오면 안 되는데, 나는 자꾸
쟈니와 함께 했던 그 일년여의 시간들이 생각이 난다.
아니…..그 이전부터…
우리가 같이 회사 생활을 하고, 오빠와 존슨의 눈을 피해서 다녀야 했던
그 수 많은 시간들의 회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쟈니도, 나도 이전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워크샵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로의 모든 기억들에 오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빠가 우리의 시간 속에 끼어들기 전과 끼어든 후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쟈니도 내가 느꼈던 것들을 같이 느낀 것일까?
오빠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다.
창녀 같다고 침을 뱉어주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남편이 있는데, 남편은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다른 남편과
서약을 하고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하늘도 노하셨는지 그 아기는 헤어지지 못하고 애태우는
남자의 아기임이 밝혀졌다.
믿을 수 없지만 말이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필요가 있을까?
쟈니는 분명히 나를 찾아올 것이다.
쟈니에 대한 모든 퍼즐이 풀려버린 지금 쟈니가 만약 출소를 한다면
제일 먼저 나를 찾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쟈니를 만나러 가야만 할 것 같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다 설명해야만 한다.
어젯밤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오빠가 나를 거칠게 묶어서 꼬집었다.
오빠는 장난이 아니고 절박한 표정이었다.
평소 오빠의 행동보다 더 절실하고 진지했다.
하긴,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강이의 법적인 문제가 달린 일이니까 말이다.
나는 못이기는 척 오빠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오빠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갑작스러운 오빠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오빠는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내가 또 오빠를 떠날까 봐,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빠는 지금 강이를 지키고 싶은 것이었다.
강이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오빠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평소의 오빠가 아니었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한 마리 거친 숫사자 같은 자태로
나를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었다.
아연이도, 그리고 강이도, 오빠의 품안에 가두어서 돌보는게 훨씬 더
"안심이다.
"
나도 누구보다도 그걸 잘 알고 있다.
이제 와서 핑계밖에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아연이가 나보다 자기 아빠를 더 좋아하기에….
아주 어릴 때부터 오빠가 거의 엄마 역할까지 다 해주었기에,
어쩌면 나는 아연이를 두고 홍콩으로 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연이도, 오빠도 믿지 않겠지만 말이다.
나는 오빠에게 묶이고 강제적으로 내 몸이 억압당한 것에 대한 항의를
했지만, 솔직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내 항의는 진심이 아니었다.
오빠에게 묶이고 내 몸이 완전히 제압당했을 때, 나는 내 아래에서
무언가 분출되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앞에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가 내 육체 앞에서 정직해지는 시간이었다.
내 입으로 나오는 말과, 내 몸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진짜 내 의지대로는 꼼짝도 못하는 모습으로 오빠의 거친 손에 의해서
엉덩이를 꼬집힐 때, 나는 솔직히 그런 법적인 서류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입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척을 해야만
했다.
부끄러웠다.
훨씬 더럽고 믿기지 않을 모습들도 오빠에게 많이 보여왔지만,
오빠의 손에 묶여서 제압당한 채 내 자유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내 처지는, 예전 존슨 사장님과의 행위에서 느꼈던 그 느낌의
열 배 이상이었다.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고통의 눈물이 아니었다.
매일 밤 이렇게 묶이고 제압당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오빠와 나 단 둘 뿐이고,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정말로 오빠와 관계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제압당한 순간이 더 길어지기를 바랬다.
그래서 나는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텼지만 난 오빠가 작정하고 힘을
주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오빠는 내가 이십 대 때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 중에
제일 힘이 센 사람이다.
오빠보다 더 힘이 센 남자는 본 적이 없다.
타고난 순박한 성격 때문에 쓸데없는 힘 자랑을 안 하고 다녀서 그렇지,
웬만한 남자들도 오빠의 힘을 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십수년전 한창 사고를 치고 다닐 때도, 누구를 제대로 때려서 물어준
적은 없었다. 오빠 스스로는 억울한 적도 많았을 것이다.
나는 그런 오빠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적금을 깨는 한이 있어도
오빠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었다.
제대로 때렸으면 아마도 큰 일이 났었을 것이다.
돈으로 해결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더 오래 버텼으면, 내 몸은 조금 더 깊은 느낌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빠는 결국 내 진짜 느낌을 눈치채지 못했다.
정사가 이어졌지만, 내가 속박을 당할 때의 절정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지난 며칠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오빠와 임교수님 장례식의 모든 행사에 참여를 마쳤다.
고마웠다. 오빠한테….
교수님한테 안 좋은 감정이 많을 텐데, 오빠는 묵묵히 교수님의 마지막 길을
지켜드렸다.
항상 내 곁에 든든하게 버티고 서서 나를 기대도록 해주었다.
예상치 못 한 임교수님의 죽음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모든 계획을
제로베이스 상태로 갈아 엎게 만들었다.
나는 교수님을 스승으로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가 나에게 남자가
되기를 바라던 순간에는 남자로 이용을 했다.
하지만 스승의 입장에서 교수님이 나에게 강하게 만류하시던 게
하나가 있었다.
바로 봉옥봉이었다.
봉옥봉선생님…
모든 계획은 교수님의 죽음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젠 나도 내 자신이 과연 무슨 짓을 할 것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그건 거짓말이다. 나는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너무 무모하다.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임교수님이 원망스러웠다.
어디까지 내 생각의 바운더리를 넓혀야 할까?
곤히 잠든 오빠의 얼굴을 보면서 고민만 깊어져 간다.
몇 날 몇 일을 고민했다.
가야만 할 것 같다.
정말 가야만 할 것 같다.
시작을 하지 않았더라면, 끝을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전 우연히 시작을 했고 타의에 의해서 중단된 상태이다.
그때는 영원히 중단이 될 줄 알았었다.
하지만 이젠 모든게 다 바뀌어 버렸다.
내가 과연 누구를 위해서 희생을 하면서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내가 치열하게 살아왔던것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나도 알고 싶었다.
성벽이라는 것이, 아니 성벽이라고 하기보다는 남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 유니크한 내면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는, 그에게
세웠던 계획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내가 만약에 그를 다시 찾으려 하는 것을 교수님이 아신다면,
교수님은 남자에서 다시 스승으로 돌아와서 나를 엄히 꾸짖을것이
분명했다.
교수님이 마지막 남긴 글들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신게
있었다.
오빠 곁에 남으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 곁에 남으라는
강조를 여러 번에 걸쳐서 반복을 하셨다.
오빠가 이해하지 못 할 그런 성적인 행위들을 하더라도, 오빠의
울타리 안에서 하라는 교수님의 마지막 충고가 있으셨다.
내 결혼까지도 이해해주려고 했던게 오빠라고 하시면서
오빠곁에 무슨일이 있어도 끝까지 남아야,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그런 말을 반복하시면서 나에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하셨다.
봉선생의 일은 다 잊어야 한다고, 절대로 찾아가면 안 된다는
충고도 다시 한 번 나에게 엄중하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런 교수님의 마지막 충고는 오히려 나를 역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맞다.
교수님의 말이 맞다.
미친짓을 하더라도, 오빠가 곁에 있는 상태에서 할 것이다.
오래전 오빠에게 말을 했었다.
오빠랑 같이 늙고 싶다고 말이다.
그 당시 오빠를 사랑해서 그런말을 했던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은 그게 진심이었다.
결코 거짓말을 했던건 아니었다.
적어도 노후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함께 해야만 행복할 것 같았다.
엄마의 쓸쓸한 노후를 보았다.
엄마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래 사시고 가신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 짧은 기간동안
내가 해 드릴수 있는게 한계가 있었다.
암수 짝의 역할은 자식이던, 그 누구던 대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빠와 남은 생을 함께 할 것이다.
오빠가 나를 밀어 내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
내년이면 오빠와 만난지 이십년이 되는 해인데, 오빠는 단 한번도
그 마음이 바뀌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 마음을 이용해먹은 나쁜 여자이고 말이다.
준비에 들어갔다.
무척이나 긴 여행이 될 것이다.
중국 그리고 또 홍콩 그리고 아마 마지막 행선지는 일본이
될 것이다.
여행이란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에 홀린듯 미친 마음으로 홍콩으로 떠날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때는 어쩌면 패닉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핑계다.
나는 오빠가 그때 나의 모든 사회생활을 제약하고 오빠의 울타리가
아닌 오빠의 가슴 안 깊은곳에 가두어 버리려고 했던것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도 핑계일 것이다.
그냥, 쟈니와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이다.
내 모든것을 다 던졌으니까 말이다.
쟈니를 위해서 말이다.
쟈니하고 결혼하고 싶었었다.
오빠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오빠와의 결혼식을
회상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건, 현실도피였으니까 말이다.
아연이의 임신 때문에 내가 다른 선택의 기로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한 결혼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뒤면 쟈니를 만나겠지, 쟈니에게 이별을 고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일이 될 것이다.
쟈니의 어리광까지, 그런 순수한 어리광까지 사랑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빠에 대한 내 마음과, 앞으로 오빠랑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쟈니에게 모두 다 이야기 해 줄것이다.
쟈니는 무척이나 괴로워하겠지만, 잘 설득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쟈니는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다.
쟈니도 내 계획을 안다면 한사코 말릴 것이다.
준비가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봉옥봉과 또 연락을 했다.
그리고 계속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다.
하지만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머리가 좋은 남자이다.
쟈니처럼 가슴이 뜨겁기만 한 남자는 결코 아니다.
쟈니처럼 단순한 면도 함께 가지고 있는 남자는 결코 아니다.
뭔가 스타일이 다르다.
예전과는 다르다.
이십여년전의 그 날들….
내가 이십대초의 봉옥봉을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봉옥봉은 나보다 몇 수가 위이다.
한때 그는 나를 성적으로 길들이고 조련시켜서 자신에게
꼼짝할수 없는 자신의 애완동물처럼 나를 바꾸어버렸던 적도
있던 그런 남자였다.
그걸 절대로 잊으면 안된다.
내 자신이 셀프컨트라딕션에 빠져버릴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완전체가 아니니까 말이다.
오빠의 표정이 좋지가 않다.
자꾸만 가족의 추억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나에게 정말 잘 해준다.
난 오빠를 떠나려는 것이 아니라고, 내 모든 계획을 소상히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만 했지만
오빠는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다.
이미 나는 한 번 떠났던 사실이 존재하는 여자이니까 말이다.
아연이에게 같은 상처를 두 번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긴, 이젠 아연이는 중학교 삼학년 열여섯의 아연이가 아니다.
열여덟살, 겨우 두 살 많아졌을뿐이지만 생각의 높이는
그때와는 하늘과 땅이다.
강이는 오빠와 함께 있을 것이고, 오빠가 나보다 아기를 더 잘 보니까
솔직히 걱정은 되지 않는다.
다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오빠 자신이다.
오빠가 이겨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니 이겨낼 것이다.
눈물이 많아서 그렇지, 오빠처럼 정신력이 강한 남자도 없을 것이다.
많이 아파하지만 그만큼 빨리 치유가 된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 내 조금씩 적은 메모들을 다 모아서
오빠에게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나에게는 지긋지긋하면서도 절대로 없으면 안 되는 단 하루도 사그러들지
않는 이 운명같은 성욕이 사라지는 날…..
오빠와 내가 그냥 성욕없이 손만 잡고 대화를 나눌수 있는날….
아마도 그때쯤 되면 내 속마음을 담은 이 메모들을 정리해서 오빠에게
보여줄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아마 우리 둘 다 많이 늙은 이후가 되지 않을까……
거의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
봉옥봉과도 자주 연락을 취한다.
오빠의 도움으로 중국에서 쟈니를 만날 것이다.
오빠는 쟈니에 대한 감정이 아직 많이 안좋을텐데, 나를 위해서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준다.
몇 번을 같은 생각을 하지만, 고맙고 또 고맙다.
준비는 다 끝났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다시 돌아왔을때는 분명, 나도 오빠도 모든것이 다 변해 있을 것이다.
아연이와 강이만 제자리에 그대로 있을 텐데….
하지만, 내가 오빠와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서라면, 뒤로 미룰수는
없을것 같다.
쟈니는 어차피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봉옥봉은 지금 말고는 기회도
시간도 없을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내 계획도 무뎌질테니까 말이다.
교수님이 틀렸다는 것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간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과연 정말 내 지난 인생들이 봉옥봉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은것인지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인지 내 스스로 증명을 할 것이다.
앞으로 평범하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절대로 말이다.
하지만, 절대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빠한테 미안할 다름이다.
어느 정도 날짜의 윤곽이 나왔다.
하지만 결정을 내릴수가 없다.
……………………………………………………………………………………………
읽는 것을 중단했다.
시그널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파이브 리틀 스타 스토리가 풀렸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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