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1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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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비밀일기 011 ----------------------------------------------
아침 식사를 다 마친후에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샐러드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리고 오빠, 어제 말 했듯이 이제는 많이 조르는 일은 없도록 할께요.
어제는 내가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 했어요.
하지만, 아예 안 조르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내는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하는 것 같았다.
어제는 안 조른다고 했다가 오늘은 아예 안 조르겠다는 건 아니라고
하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누가 뭐라고 했나?
아침부터 블랙퍼스트 잘 처먹고 뭐라 씨부려 싸는 건지 나는 별 다른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강이의 어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아빠라는 발음도 제법 하는 것 같고, 엄마라는 단어와 아내와의
대화는 어느정도 말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모든건 다 제자리인데 세월이 변해 가는 것은 우리 강이를 보면서
느낄수 있었다.
아내와 그렇게 엉겁결에 하기는 했지만 모처럼 시원하게 다 배출한
개운한 정사였던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팔월이 지나가 버리고 9월이 되어 버렸다.
차에서 암호해독을 돌리고 있는 노트북은 보조 배터리가 다 될때까지
열심히 혼자 돌고 있었고, 벌써 배터리를 몇 번을 교환해 주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차에 전원이 있으면 좋을텐데, 시동을 걸지 않는 한 전원을 계속해서
얻기는 힘들었다.
결국 보조 배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 거의 한 달 여의 기간동안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는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아내는 언제 나와 시팔 좆팔 찾으면서 내 물건의 거품을 빨아 먹었느냐는
식으로 너무도 태연하게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집을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강의가 없는 날에는 정말 오전에 시내로 휘트니스 클럽과 피부과를
갈때를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강이를 보면서 지내는 것 같았다.
정말 뻘짓은 안하고 지내는게 맞는것 같기도 했다.
강의가 있는 날도 강의가 끝나고 집에 오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풀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아예 집에 눌러 앉을수도 있는 것이다.
구렁이 담 넘어 가는 것처럼 기묘한 동거가 또 시작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었다.
나는 지금 이 생활이 너무 편했다.
아연이도 나름 편하게 잘 지내고 있었고, 별 불만이 없다고 했다.
내가 이 생활을 편해 하니까 아연이도 따로 말을 하지는 않는것
같았다.
강이도 엄마가 안오는 날은 이젠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주말인데, 아내는 주말에 강이를 끼고 앉아서 다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자꾸 시도를 하는 것 같았다.
강이 때문에 그건 어쩔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9월의 어느날 오후에 편셔리 옥상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난 녹색식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꾸 광합성을 하려고 하지…."
내가 웃으면서 영식이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녀석들은 내 농담을 듣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뭔가 툭탁툭탁 거리고
있었다.
"뭔 역적 모의들을 하고 있냐?"
"너 시팔 견이한테도 다 말할꺼야…."
영식이가 홍진이를 보면서 말을 했다.
"에이 진짜 아니라니까 왜그래…"
홍진이가 짜증을 냈다.
"젖까네…너 시팔 내가 지켜보고 있어, 제수씨한테도 다 이를꺼야.."
영식이가 웃으면서 홍진이를 놀렸다.
"스탑….좆도 스탑…"
내가 소리를 쳤다.
영식이가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인 즉은 홍진이가 우리 옆 건물 커피 전문점에서 일을 하는 30대
여성을 혼자 짝사랑 한다는 것이었다.
영식이 말에 의하면 홍진이는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혼자
거기가서 커피를 사먹고 그 여자에게 인사를 하고 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내가 말을 했다.
"씹새끼일세…..좆도 변기 고치러 다닐때 안 버리고 거두어준 조강지처에게
배신의 똥줄을 당기다니…..어허…."
내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에이 시팔….진짜 아니야….손 한 번 못 잡아 봤는데 왜들 난리야…
내가 그 여자 벌버라도 한 번 빨아보고 이런 소리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진짜 아니야…
그냥, 참하게 생겨서 보기만 하는거야….
그냥 마음속으로 그러지도 못해….바쁜 하루중에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마음의 힐링을 얻는 영혼의 친구라고…..
둘이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해봤어…
그냥 네, 고맙습니다, 이런 대화가 전부라고…커피 주문할때 말이야…."
홍진이가 애써 해명을 했다.
내가 홍진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말했다.
"벌버가 뭐냐? 설마 벌바 이야기 하는거야? 여자 거시기?"
그러자 홍진이가 바로 대답을 했다.
"형, 오리지널 발음은 벌버야…..벌바는 여자교생한테 장난치는
닭대가리 중딩들이 발음을 잘 못하는 거고…"
아…시팔….사십칠년을 벌바라고 알고 살아왔다.
고등학교때 여자 선생님 들어오면 교실에 벌이 날아 들어오지 않았어도
맨날 벌바 벌바 하면서 장난을 쳤던 생각이 났다.
시팔…..벌바가 아니라 벌버였구나…..젠장…..
"그나저나 영식아 홍진이 말 들어보니까 그냥 혼자 보고 좋아서
그러는 모양인데 니가 너무 오지랍 개지랄 하는거 아니야?
넌 옛날에 소피 마르소 보며서 딸 안 잡았냐?"
"시팔….그거랑 이거랑 같냐?
난 이걸 인민재판…아니….제수씨 재판에 붙여보고 싶은거야…
제수씨한테 카톡으로 홍진이가 이러이러해서 매일 커피를 두 잔 이상씩
필수로 처 먹는다고 알려주게….
국민의 알 권리잖아…
우리 국민은 누구나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어…."
"아 시팔….좆까는 소리는 당나라 가서 하고 말 난 김에 우리 구경이나 가자…
삼십대 여자 세숫대야가 어떤지…."
홍진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식이와 나는 잽싸게 뛰어서 커피 전문점으로
갔다. 가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얼려서 갈은것은 시켰다.
얼굴이 삼삼했다.
삼십대 중후반 정도로 보였다.
키도 아담하고 머리도 단발에 웃는 모습이 착하게 생긴 여자였다.
많게 보면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도 되어 보이는데 하도 손님들한테
사그사근하게 잘 웃어주어서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영식이와 커피를 들고 다시 편셔리로 오면서 말을 했다.
"괜찮네….홍진이 녀석 반할만도 하네……"
"저 병신, 맨날 음담패설을 입에 달고 사는 새끼가….
지 마누라하고 할때는 온갖 변태짓을 다 하는 새끼가, 저 여자 앞에서는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맨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더라…
마음에 있으면 얼른 꼬셔서 발라야지…."
"니미 함부로 건드렸다가, 유부녀면 어쩔려고 그러냐?
저 여자 남편이 사시미로 배때기라도 쑤시면 어쩌려고…."
내가 영식이를 보고 말을 했다.
"아니야…저 여자 이혼녀래…돌싱이야….저기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다른 알바가 우리 체육관에서 운동하거든….
내가 슬쩍 물어봤지, 홍진이도 자 여자 돌싱인거 알어….
알면서도 저런다니까…
옛날에 홍진이 같으면 졸라게 껄떡쇠같이 들이댈텐데, 저 변태새끼가
이상하게 저 여자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것 같아서….."
영식이가 커피 얼려서 갈은것을 헐떡대고 먹으면서 대답을 했다.
우리가 다시 옥상으로 가자 홍진이가 말을 했다.
"에이…진짜 왜들 그래….진짜 속으로 혼자 생각만 하는건데…
형들이 왜 난리야….
난 마음속으로 혼자 상상도 못하고 사는거야….
시팔….내가 좆질이라도 한 번 하고 이러면 억울하지나 않어…
그냥 정신적으로 힐링 하는건데….정신적인 간음인데 왜들 난리야…."
나는 홍진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시팔 좆같은 소리를 분명히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정신적인
간음이라…..
아, 시팔….아내가 그때 씨부렸던 말중에 정신적인 간음이라는 대사가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갑자기 아내 생각이 들었다.
요새 너무 평안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특히나 아내의 일에 있어서는 말이다.
9월이 되었으니 아내가 지난 3월초에 귀국한지로 벌써 반 년 이나
지나버렸다.
반년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정말 조용히 지낸 것이었다.
아내는 정말 반 년 동안 나 말고 다른 놈들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하지 않고
그렇게 얌전히 학원 강사일 하고 강이만 보면서 지낸것일까?
너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열쇠는 웬지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안에 들어 있을것 같은데
한 달이 넘도록 저 망할놈의 파일은 암호가 깨지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암호길래…..
그렇게 며칠후에 편셔리 앞 벤치에서 방지대 4인방이 나란히 앉아서
쿠퍼스를 마시면서 노가리를 풀고 있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진짜 중요한 파일이 있어, 그래서 암호를 걸어야 한다면, 숫자도 되고
글자도 되는거야…그러면 어떤걸 걸겠냐?"
나는 내 옆에 앉은 세사람을 보면서 말을 했다.
"자기 생일이나, 학번이나 첫 직장 사번이나 뭐 그런거 하지 않을까요?"
야쿠후배가 대답을 했다.
"난 내 이름하고 별명을 섞어서 한글을 알파벳으로 만들어 쳐서
할 것 같은데…."
영식이도 이어서 대답을 했다.
그러자, 홍진이도 대답을 했다.
"나 같으면 내 신상정보를 이용하면 나를 아는 사람들이 다 털수 있으니까
내 정보를 안 쓰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주변에 연관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쓸 것 같은데…."
저녁에 집에와서 세사람의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을 햇다.
아내가 강의가 있는 날이라서 집에 안 오는 날이었다.
나는 차에 있는 노트북을 가지고 집에 올라왔다.
애들을 다 재우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혼자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돈의 노예가 되면 안 되겠지만 세상 살다가 보니까 참 중요한게
돈이었다.
솔직히 내가 지금 먹고 살만 하니까 이까짓 거지 같은 파일 암호나
알아내려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안 자고 집중을 하지
당장 내일 새벽부터 노가다라도 뛰려고 나가려면 내가 안 잘수가
없는 일이었다.
졸업반때 아내를 위해서 이삿짐을 하루에 두탕씩 뛰던 생각이 났다.
노가다판 보다 나를 더 환영하던건 이삿짐 알바였다.
뭐든지 번쩍 번쩍 들어서 나르면서 하루에 두탕을 뛰어도 다음날
항상 팔팔할 정도로 힘과 스테미너가 넘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젊어서 그렇게 몸을 쓰는 일을 했어도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만약에 지금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그렇게 새벽에 나가서
힘든 일을 한다면, 얼마나 정신적인 여유가 없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그런 처지라면 솔직히 아내가 뭔 지랄을 하고 다니던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가족들 먹여살리는게 더 중요한 문제지 말이다.
돈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내가 준 돈이던, 쟈니가 준 돈이던 그런건 상관없었다.
예전에는 그런걸 따졌지만 이젠 그런걸 전혀 따지지 않는다.
일단 합법적으로 내 주머니속으로 들어온 돈은 누가 주었던 간에
내 돈이다.
아무도 손 못 댄다.
내 돈에 손대는 놈은 손 모가지를 날려 버려야 한다.
돈에 관해서는 겸손을 떨지 않기로 했다.
아내한테 고마운 마음같은것도 이젠 그만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충분히 많이 고마워했다.
나쁜 남자가 되어야 나중에 재산을 살뜰히 지켜서 우리 아연이하고
강이한테 사이좋게 나누어 줄수가 있었다.
만약에라도 재산 때문에 아연이와 강이가 싸움이 난다면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혀를 확 깨물고 죽어버리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새끼들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자식들이 알아서 착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는 것은 포도나무 아래에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행동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앞에 영원히 착한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사람이 악한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을때 정확하게 배분을 해주고 나중에 내가 죽더라도
재산 싸움 안나게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의 국물, 아…아니 용의 눈물에 태종 이방원처럼 모든걸 짐이 다 해결해
줄 것이었다.
짐이….
시팔…..임금이 자기를 이야기 할때 말하는 짐을 이야기 하는데
짐 조바라요가 생각이 났다.
야쿠후배가 말했던 아이디어는 내 아이디어와 같다.
이미 다 해본것이고 말이다.
영식이가 말한 한글을 영어로, 영어를 한글 자판으로 하는 방법은
일부만 해 보았다.
홍진이가 말한게 제일 가능성이 컸다.
일단 아내 말고 아내외의 우리 가족들 부모님이나 장모님 그리고 내 정보와
심지어 아이들 정보도 웬만한거는 다 입력해 보았었다.
그렇다면 가족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짐 조바라요였다.
아내가 저 파일을 만들었던지, 아니면 이름을 바꾸었던지 하여간에
그 모든건 삼월에 이루어 졌을 것이다.
아내가 귀국전 신나게 떡치고 느낀 상대는 봉옥봉이 아니라 짐 조바라요
였다.
조바라요에게 피어싱을 당하고 뚫리면서도 느꼈을것 같은 아내였다.
삼월이 되기 바로 전인 이월에 말이다.
짐 조바라요의 영어 이름은 예전에 샘플로 입력을 했었던 것 같은
기억도 있었다.
짐 조바라요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그걸 다시 영문 자판으로 쳤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박재호, 나복근, 박민규, 온건, 임택봉, 쟈니 버나드 리
존슨피, 레오나르도등등등 하여간에 생각나는 씹새끼들 이름은
다 써보았다.
쓰다 쓰다가 아내와 직접 연관이 아닌 김구수의 이름도 쓰고
게이브라더스 두 녀석의 이름까지 써 넣었다.
그리고 심지어 옛날에 아내가 검진을 받던 병원의 의사선생 이름도
써넣었고 홍진이과 영식이 이름까지 써 넣었다.
아내가 근무하는 어학원의 원장은 여자이지만 그 여자 이름까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입력을 했다.
이름을 그냥 넣는것이 아니라 자판을 바꾸어가면서 써넣었다.
아내가 이름을 그냥 쓰는 바보짓은 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영어로 한글로 그리고 영문과 한글의 자판을 바꾸어서 소리나는 대로도
입력해보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별 지랄을 다 해서 써 보았다.
하여간에 어떤 암호를 썼던지간에 여섯개의 파일중에서 제일 보안이
막강한 것은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가장 유추가 힘든 암호일 것이니까 말이다.
아내가 가장 보호하고 싶었던 파일은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였을 것이다.
아내가 영국에 가기 전 까지도 파일을 계속 업데이트 했고 말이다.
나는 프로그램에 정말로 많은 유추 단어들을 입력을 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정말로 많은 경우의 수를 다 입력을
했다.
그렇게 달력을 찢어놓고 뒷장에 또 써가면서 궁리를 하고 그걸 프로그램에
입력을 하니까 새벽 세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진짜 세시간동안 엄청나게 집중을 했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진짜 일유대에 갔을텐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 사소한 것에 이렇게 목숨을 거는지 알수가 없었다.
수많은 암호 예상 단어들을 다 입력해 놓고 나서 뒷방에서 나왔다.
배가 고팠다.
너무 진을 뺀 모양이었다.
냉동 만두를 렌지에 돌렸다.
렌지에 돌린 만두를 후후 불어서 먹고 잠을 청했다.
밤에 먹어도, 요새는 운동을 꾸준히 해서 살찔 시간이 없었다.
너무 피곤했다.
눕자마자 바로 잠에 들어버린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직도 여섯번째 파일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내가 밤에 뻘짓을 한 것이였을까?
아내가 오기전에 노트북과 데스크탑에 돌리던것을 끄고 치웠다
아내가 강이를 데려다 주러 나가면 다시 노트북만 차에서 돌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화면만 봐도 뭔지 바로
알아챌 가능성도 있었다.
절대로 걸리면 안 된다.
솔직히 아내한테 다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도 없는 건 아니었다.
다른건 따질 필요도 없었다.
다만, 아연이 친부가 누구인지는 나도 알고 싶었다.
아연이는 분명히 내가 키운 내 딸이지만, 그래도 어떤 놈인지
상판대기라도 한 번 보고 싶은건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떤 쓰발놈이기에 우리 아연이가 저렇게 예쁘고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났는지 궁금했다.
아내만 닮아서는 힘들 것이다.
친부의 유전자가 거지 같은데 아연이가 저렇게 모든 면에서
완벽할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나중에 기회를 보고 시간을 볼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섣불리 나서는 것이 만약에 문제가 된 다면 차라리
내가 안 보는게 더 나을수도 있으니까 경거망동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아연이가 상처를 받는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말이었다.
마회장과 낮에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말을 했다.
"회장님은 정신적인 간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회장이 꼬리곰탕의 수육을 소스에 찍으면서 대답을 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말하냐? 머리속으로 다른 상대랑 떡치는거
상상하는거 말하는거냐?"
"뭐…..그렇죠…."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뭘 어떻게 생각해, 난 길에서 예쁜 여자들 볼 때마다 생각하는데,
생각도 마음대로 못하냐? 실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하는 놈이면 나쁜 놈이겠지만 정신적으로 하는거야 뭐
주댕이만 꽉 다물고 있으면 누가 알겠냐?
뭘 새삼스럽게 그걸 물어보냐….마음속에서 대통령이 되던 우주비행사가
되던 그건 어디까지나 꿈 아니냐….
근데 밥 먹다가 말고 왜 갑자기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
내가 웃으면서 마회장에게 홍진이 이야기를 했다.
마회장이 다 듣더니 나에게 말을 했다.
"니 직원 바람피나 드론 띄워서 잘 감시해라….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은 진짜 눈 한 번 딱 감으면 되는 것이다.
피가 끓는 40대 남자가 있어, 그리고 눈 앞에 괜찮은 이혼녀가 있어
그러면 뭐냐?
딱 답 나오잖어…..
거 누구냐, 영식이 말이 맞는거야….얼른 와이프한테 일러서
싹을 잘라버리고 감히 그런 생각을 못하게 사전에 차단하는게
맞는거야….
편이사 넌 맨날 불륜 찍으러 다니면서 모르냐…
우리가 찍는 사람들 머리에 뿔 달린 사람들 아니야…
다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야. 그 사람들이 무슨 출사표 써놓고
마음의 굳은 다짐을 한 다음에 바람피는 거 아니잖아.
바람피는건 그냥 잠깐 용기를 내는 거야….
하지만 그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씻을수 없는 상처가 되는 거지…
세상에 너처럼 마음이 바다같은 사람들만 있는거 아니야.
자기 짝이 다른 이성과 손만 잡아도 배신감 느끼고 목 매려는 사람들도
있는거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하는게 다들 너무도 다르니까 말이다."
"일탈이라는게 거창한거 아니다.
내가 이 짓을 해서 밥을 먹고 살기는 하지만, 십년 이십년 자기 짝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살다가 순간 아차 해서 불륜에 빠지는 건 진짜
순간의 일이다.
그래서 일탈이라고 부르는 건지도 몰라.
헤프고 끼부리는 년들만 바람 피는 거 아니야.
정말 바람같은거 전혀 안 필것 같이 얌전하고 조신한 여자들
바람나서 떡치는거 너 못봤냐?
너도 나만큼 이젠 많이 보았잖아.
그게 화면 속 이야기만은 아니야.
그냥, 우리네 평범하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라고,
솔직히 걸린 불륜보다는 평생 죽는 날까지 걸리지 않은 그런
불륜들이 더 많을걸….
내 생각은 그렇다.
우리같은 전문적으로 그런거 캐주는 사람들한테 의뢰하지 않는한,
완전범죄로 끝나는 그런 불륜들의 숫자는 실로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인 간음 이야기를 하다가 마회장으로부터 불륜에 대한 일장
연설을 들었다.
매일매일 남의 불륜 커플들 떡치는 것을 보고 살면서도 막상 마회장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까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오후에 편셔리에 들러서 운동을 잠깐 하고 집으로 갔다.
집에는 아내가 있었다.
오늘은 강의가 없는 날인것 같았다.
아내는 강이에게 그림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강이가 얌전히 아내의 품안에 앉아서 아내가 보여주는 그림들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마대정보진흥의 일을 마친후에 차를 타고
편셔리로 가기전에 차 뒤에 있던 노트북을 살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노트북 화면을 다시 살폈다.
분명했다.
여섯번째 파일이 풀린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몇 번이고 노트북 화면을 다시 보았다.
차의 뒷좌석에 놓았던 노트북을 들어서 다리 위에 놓고서 암호가 풀린
파일을 보았다.
아래로 쭈욱 내려보았다.
역시나 뭔가가 잔뜩 적혀 있었다.
나는 다시 제일 위로 올려서 맨 처음을 보았다.
아래쪽은 분명히 한글로 뭐가 잔뜩 써져 있는데 제일 위만
이상한 알파벳들이 써져 있었다.
분명히 영어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단어가 단 하나도 없었다.
영어라면 흔한 전치사나 주어 같은 단어라도 내가 눈에 익은게 하나라도
끼어 있어야 하는데, 문장 자체가 너무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한 달 넘는 시간동안 풀리지 않고 버텼던 파일의 암호가 무엇인지
나는 그게 너무도 궁금했다.
프로그램에 나온 암호를 확인했다.
나는 기가 막힐 다름이었다.
파일의 암호는 오키나와 짐 조바라요라는 글을 한글로 영어자판을 친
알파벳의 배열에 내가 알지 못하는 숫자들을 조합한 것이었다.
시팔, 뭔놈의 암호를 이렇게 길게 해 놓았단 말인가.
그리고 암호에 짐 조바라요가 들어간다니…..
말도 안되는 추리 때문에 파일이 열리기는 했지만 지랄같은 암호 때문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는 바로 스마트폰으로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의 맨 처음에 써 있는
괴상한 알파벳들을 검색해 보았다.
바로 해석이 떴다.
역시나 영어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불어였다.
왜 이렇게 불어에 집착을 하는지…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아내가 영어로 쓰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으나
아내가 자꾸만 불어를 쓰는 것은 뭔가 좀 이상했다.
아내와 영어가 너무 익숙해서 그렇게 생각되는 것일까?
하여간 글은 바로 해석이 되어버렸다.
꽤나 유명한 문장인것 같았다.
검색결과가 무척이나 많이 나왔다.
유명한 책의 한 구절인 것 같았다.
아예 자세한 설명까지 뜨는 걸 보니까 말이다.
글을 한국말로 해석해 놓은 것이 나왔다.
나는 그것을 속으로 읽어보았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어린왕자라는 책에 나오는 글인 것 같았다.
갑자기 뭔 장미꽃을 이야기하고 지랄인지….
나는 아내가 어린왕자라는 책에 나온 글귀를 써 놓은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미꽃이 소중하고, 공을 들인 시간이라고?
갑자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아래 있는 한글로 씌여진 내용을 읽는 것이었다.
나는 차를 몰아서 편셔리 건물 근처로 갔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에 앉은 채로 노트북 화면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운동도 안 할 생각이었다.
차에 진하게 선팅이 되어 있어서 내가 차에 있는 것을 남들이
심지어는 아내까지도 잘 구별 못할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차에서 혼자 노트북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들기는 했지만,
일단 무슨 내용인지 조금이라도 읽어보고 싶었다.
별 내용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암호를 걸어놓은 내용이 도대체 뭔지 너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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