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12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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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비밀일기 012 ----------------------------------------------
나는 아내가 써놓은 글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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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비비안 리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커서 꼭 비비안 리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스무살 넘어서는 그런 생각들을 거의 안하고 살았지만 말이다.
비비안 리를 생각할만한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니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의 중간쯤에서 끝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어린왕자라는 책을 언제 읽었을까?
인터넷에서 얼마전에 보았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그게 마치 내 심정 같아서, 아직까지도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너무 멀리 돌아온 것일까?
흔들렸다.
솔직히 흔들렸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를 컨트롤 했다.
스스로 세워놓은 일정계획을 변경하기까지 했지만, 결국은
이겨내고 컨트롤 했다.
나는 돌아와야 할 곳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
강의도 이젠 편안하게 진행을 할 수가 있고, 주변의 모든것들이 하나씩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오빠를 먼 발치에서 또 보았다.
그동안 많이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삼십대 후반에 비해서 정말 배가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이젠 걸어가는 오빠를 보면 배가 나온 것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오빠의 배가 저렇게 들어간 것도 잘 느끼지 못한채 살았다.
오빠의 배가 다시 들어간것은 꽤 오래전의 일인것 같은데 말이다.
오빠는 항상 그 자리에 잘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오빠를 버렸을 때에도 어쩌면 내 마음 깊은곳에서는 언제든 내 마음대로
다시 돌아올수도 있는 보험처럼 오빠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대로 오빠에 대한 내 마음을 정의 내려 버리고 생각 했으니
말이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이다.
오빠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먼 발치니까 말이다.
달려가서 내가 돌아왔다고 안고 키스하고 싶었다.
일본에서는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오빠에게 설명하고 설득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다.
나도 내가 한 일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니까 말이다.
아연이가 생각보다 너무도 쿨하게 나를 대해주어서 기분이 좋다.
내가 수술을 받은 이후로 아연이는 나를 많이 배려해주는 것 같다.
착하고 마음 깊은 내 딸 아연이가 자랑스럽다.
얼마 안 있으면 오빠와 처음 만난지 이십년이 되는 날이다.
오빠는 물론 기억을 하고 있지 못 할 것이다.
나는 잊을수가 없는 날이기는 하다.
오빠의 옆에 웬 여자가 있었다.
크게 신경을 쓸 일은 아니지만, 오빠의 미소가 하루종일 내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자격은 없겠지만, 오빠는 그런 미소를 나 외의
여자에게 지어 보여서는 안된다.
오빠의 속마음은 여전히 나에 대한 마음의 불씨가 살아있을테니까 말이다.
오빠가 나의 장미가 되어 줄 수 없다면, 내가 오빠의 장미가 되어야 한다.
내가 오빠에게 들인 정성과 공은 인정받을수 없겠지만, 오빠가 나에게
들인 정성과 공은 인정받을만 하니까 말이다.
그가 나의 장미가 되지 못한다면, 내가 그의 장미가 될 것이다.
머지 않은 시간내에 말이다.
드디어 오빠와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오랜시간 이야기를 했다.
첫술에 배부르기를 바란적은 없었다.
그리고 솔직한 내 심정을 말을 했다.
물론 말하지 못 한 부분과 각색된 부분이 있는건 어쩔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짐에 대한 영상들을 오빠에게 오픈할 생각이다.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걸 숨기고 오빠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다시 예전의 생활을 되풀이
하겠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봉선생은 오빠가 눈으로 보았으니까 더 이상 구차한 변명이 필요 없겠지만
짐은 다르다.
짐에게 빼앗겼던 내 마음을 오빠에게 털어놓을 것이다.
오빠에게 사랑놀이나 하자고 다시 돌아온 것은 분명히 아니다.
나는 내 가족들에게 돌아온 것 뿐이다.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연이와 오빠,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아연이의 입시도 올해이다.
아연이를 믿고 있지만, 그래도 아연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욱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가슴속에 이 멍울을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건물모퉁이를 돌아섰다가 다시 고개를 조심스레 내밀던 오빠의 행동이
자꾸만 생각난다.
좋은 남자….
연애할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참 좋은 남자라는 생각, 나에게 비밀이 없는 남자, 꾸밈이 없는 남자,
나와 함께 하기 위해서라면 모든지 하려고 하는 남자,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좋았고, 이 남자랑 같이 있으면
든든하고 편해서 좋았었다.
사랑하고 설레이는 감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었다.
거짓이 없던 남자였다.
그러니까 엄마가 그토록이나 오빠와의 결혼을 희망했던 것이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아연이의 임신으로 오빠와 결혼을 하기는 했지만,
난 오빠에게도 평생 씻을수 없는 죄를 지었던 것이다.
자꾸만 그 생각이 난다.
다 거짓말이었다.
남은 이십년간을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었다.
난 오빠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오빠를 다시 내 남자로 만들 것이다.
오빠가 다시 나만 바라볼수 있는 남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백번의 프로포즈를 이야기 했지만, 솔직히 무의미한 이야기
이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이제는 끝이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오빠가 용서해주지 않는다면, 용서해줄때까지, 그렇게 계속 오빠의
곁에서 살아갈 것이다.
한 달 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 같다.
벌써 귀국한지 한 달이 넘게 지나버렸다.
이젠 강의를 하는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아연이가 공부하는 것을 보면 내가 아연이 나이 였을때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학부 졸업반 학생들이 유학을 위해서 영어 강의를 많이 듣는다.
지금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겠지만, 유난히 복근씨의 웃는 모습과
재호씨의 웃는 모습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환한 미소의 학생이
눈에 띈다.
수줍어서 나와 눈도 못마주치는게 귀엽게 느껴진다.
옛날 같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었을까?
하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그냥, 귀여운 학생으로만 기억해야 할 것 같았다.
혁이다. 이름이 외자인것 같다.
변 혁, 인상적인 이름이다. 학부 졸업반이라고 해서 그리 나이를 많지
않게 봤는데, 학생 신상을 보니까 스물 다섯살이다.
생각보다 많이 동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바지를 입은 내 다리를 훔쳐보는 혁이와 눈이 마주쳤다.
수줍게 어쩔줄 몰라하는 혁이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은 오빠가 그 여자와 같이 있는걸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여자가 오빠와 같이 걸어가는 걸 본 날은 이상하게 기분이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에게 창녀 이야기를 했다.
아연이가 가져다준 소박이 이야기를 하면서 창녀 같은 관계 이야기를 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운을 띄워보았다.
역시나 예상대로이다.
한 달 넘게 그 어떤 성적인 행위도 하지 못했다.
역시나 부작용이 심한 것 같다.
수술후, 오빠가 계속 보살펴 주고 육체 관계를 자연스럽게 했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수술후에 성적인 욕구가 더 커진것만 같다.
그게 정확한 사실인 것 같았다.
오빠의 보살핌이 있었고, 바로 봉선생을 만났다.
쟈니의 면회기간 동안에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쟈니를 달래기에 바빴으니까 말이다.
오빠와 봉선생때문에 성욕이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삼월 귀국 이후로 한 달여의 시간동안 금욕의 시간을 가졌다.
점점 몸이 버티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빠의 얼굴, 오빠의 몸을 생각하려고 하는데 간혹 혁이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떠오를 때가 있었다.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운동에 더 집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휘트니스센터에 가는 횟수를 늘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마저 하지 않으면 내 몸을 내가 주체하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는 강의가 없기 때문에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에 집중을 한다.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이젠 몸 관리가 힘들 것 같았다.
수술 이후에 건강에 대한 염려가 하루도 떠날 날이 없었다.
봉선생이 그 추운 겨울날 알몸 차림으로 눈밭위를 구르게 했을때도
가벼운 감기 정도로만 끝난 이유가, 어쩌면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도 요가는 거의 거르지 않고 했던것 같다.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는 것에 재미가 많이 붙은 것 같다.
운동을 하고 나서는 휘트니스 센터 옆 피부과에서 미리 생각해 두었던
치료도 같이 하고 있다.
이젠, 가족에 관한 일들 말고는 새로운 계획이 없다.
쟈니가 내년에 출소를 하는것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내가 내 분명한
생각을 쟈니에게 말 한 이상, 설득시켜야 한다.
쟈니는 쟈니대로의 멋진 인생이 남아 있다.
쟈니는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인생의 전성기일텐데, 시간 낭비를
더 하도록 내버려둘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쟈니에 대한 책임에서 나는 결코 자유로워 질수가 없다.
내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 쟈니를 잡고 선택을 했었으니까,
나는 그것에 대해서 바른 위치로 돌려 놓을, 쟈니가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당연히 도와 주어야 하는 것이 내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할때, 쟈니 생각이 참 많이 난다.
예전에 둘이 같이 운동을 하던 그 시절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저녁에 남의 눈을 피해서 몰래 같이 운동하던 그 시절이
꿈만 같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쟈니를 잊는다고 해서, 쟈니와의 추억까지 억지로 잊을수는 없는 것이다.
그냥 천천히 잊혀지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추억이란건 그렇게 쉽게 지워버릴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믿을수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봉선생이 나를 찾아서 한국까지 올 것은 전혀 예상하지도 못 한 일이었다.
봉선생은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닌데,
어쩌다가 저렇게 된 것일까?
그것도 한 술 더 떠서 나를 찾을수가 없으니 오빠를 찾아 오다니 말이다.
나는 봉선생에게 말을 했다.
복수는 아름답지 않다고,
진정한 복수는 그 사람을 잊어주는 거라고 말이다.
진심이다.
나도 봉선생에게 그 옛날 피해를 보기는 했었지만,
지금 와서 다시 되돌아보면, 난 어쩌면 봉선생의 육체를 계속해서
그리워 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봉선생을 미워하면서도 봉선생의 육체를 그리워한, 모순된 행동을,
아니 생각을 내 머리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의를 하면서 혁이의 날렵한 턱선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쩌면 혁이가 복근씨나 재호씨를 닮아서 그런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근씨나, 재호씨나……그리고 이제는 너무 미안해서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하는 건이까지도….
모두 봉선생과 느낌이 비슷한 남자들이다.
나는 말이다. 봉선생에게 복수를 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에 또 다른 수 없이 많은 봉선생을 만들어 낸것은 오리지널
봉선생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봉선생을 다시 보니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주 오래전 오빠한테 봉선생이 한 번쯤 걸리는 것을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결혼전에 오빠의 자취방에서 말이다.
오빠 앞에서 그렇게 굴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봉선생의 모습을 보니까
정말 측은하고 처량하기까지 했다.
내 판단은 오류였었다.
나는 봉선생에게 복수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더 빨리 귀국을 할 수도 있었다.
나는, 내 이상 성욕의 발현을 위해서 시간을 끌었던 것 뿐이다.
차마 그걸 오빠한테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오빠 스스로가 그걸 느끼고 눈치 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혼은 했지만, 그래도 가장 편한 남자는 역시 오빠이다.
설레지 않아도 편한게 그렇게 좋은 것인지, 나는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스스로 아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결국 남아버린 봉선생과의 모든 기억들이 소거가 되었다.
나는 자연스러운 소멸을 원했는데, 그 소멸이 오빠에 의해서
이루어질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분명하다.
오빠는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봉선생에게 그런 치욕을 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오빠는 언제나 그랬듯이 나보다는 아이들이 우선이고
가족 전체가 우선이다.
원래 그런 남자이다.
따뜻했던 아버님 어머님 밑에서 구김살 같은거 없이 가족의 사랑을 듬쁙
받고 자란 남자였다.
나와는 성장과정이 다르다.
아빠를 생각한다.
불쌍한 우리 아빠….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얼마나 아빠를 원망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실때 아빠의 심정을 헤아려본적이
있었던가?
진짜 불쌍한 것은 나와 내 엄마가 아니라 죽음을 예감하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하신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이 뭐길래, 돈이 뭐길래, 아빠를 그렇게 힘들게 하고,
어떻게해서든 가족들 밥은 굶기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고생하시다가
허망하게 사고를 당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젠, 돈 따위는 극복해버렸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돈 따위는 발목을 잡지 못한다.
자꾸만 내 생각, 내 계획이 어긋난다.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오빠 곁에서 천천히 오빠를 바라보면서 나에 대한 오빠의 분노를
시나브로 날려 버리려고 했던게 내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이젠 거의 고정적으로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여자이다.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눈매가 선하고, 무엇보다도 오빠의 따뜻한 마음씨에 반한게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의 눈에 설레임이라는게 보였다.
내가 오빠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저 여자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빠와 같이 걸을때 오빠의 걸음걸이를 보면서 발 맞추어 걷는 여자였다.
오빠가 스스로의 욕구를 풀 그런 섹스 파트너 정도로 생각했던 것은
철저한 나의 오판이었다.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오빠가 문제가 아니었다.
자꾸만 그 여자의 맑은 눈망울이 마음에 걸린다.
오빠에게는 미안한 말일수도 있지만, 오빠에게 다른 여자를
허락해 줄수는 없다.
단순한 섹스 파트너라면 상관이 없을 것이다.
오빠도 다른 평범한 남자들보다 왕성한 성욕을 가지고 있는 건강한
남자이니까…
하지만, 그 누군가 오빠의 정신과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수가 없다.
조만간 가부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혁이는 일주일에 두 번 나의 수업을 듣는다.
항상 빠지지 않고 맨 앞자리쪽에 앉아서 나의 수업에 집중하고 내가 뒤로
돌아서 판서를 할때는 내 뒤태를 눈으로 훑는다.
조명이 비추는 화이트보드가 반사가 되어 혁이의 눈짓이 보인다는 것을
혁이는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혁이가 그리운게 아니었다.
남자의 육체가 그리워서, 내 성욕을 해결할 길이 없어서
그래서 혁이를 바라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내 요구사항을 들어주기만 바랄 뿐이었다.
혁이는 단지 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족하다.
혁이와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오빠와 마음 편한 육체적 관계를 맺고 싶다.
오빠와 관계를 하면 죄책감이라는 것이 생길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도 내 몸을 아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거칠게 다루어 주기를 원하는 내 욕구가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오빠에게 짐과의 영상을 넘겨 버렸다.
오빠는 그걸 내 눈 앞에서 물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오빠는 언젠가는 저걸 복구해서 볼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십년을 알고 지낸, 아니 그냥 알고 지낸게 아니라 뼈속까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남자이다.
내가 그걸 모를수가 없었다.
오빠가 내 바지를 벗겼다.
우리는 관계를 가진것도 아닌데, 관계를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빠의 손이 내 그 곳에 닿는 순간 내 몸이 감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채 너무 오랜 시간을 끌어서 내 몸이
이상해지는 것만 같다.
운동으로는 해소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어싱을 빼고 갈 것을…
피어싱을 한 모습을 오빠가 보아 버렸다.
아니다, 어쩌면 잘 된일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영상으로 오빠가 접해야 하고, 오빠 스스로에게는 또 한번의
힘든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빠가 알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에게는 같이 했던 이십년보다 더 길게 같이해야할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빠의 말이 맞다.
난 오빠앞에서 유니크한 방식으로 성욕을 해소하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이상한 여자가 맞는 것 같다.
그건 정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나를 변태에 미친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단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슨짓을 한 것일까?
나는 왜 아직도 강이는 나와 같이 지낼때의 갓난쟁이 어린아기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일까?
우연히 마주친 강이가 나에게 달려와서 뽀뽀를 했다.
울고 싶어서 운 것이 아니라, 그냥 강이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나왔다.
아연이는 내가 아무리 변명을 하더라도 버린게 맞는 것이다.
그것도 한창 예민할 나이에, 예고 입시를 앞둔 애를 말이다.
내가 아파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으로 아연이는 나에게 임시 면죄부를
주기는 했었지만, 내가 아연이를 떠나 홍콩으로 간 이후로 아연이의
예전 눈빛중에 아직도 찾지 못한 눈빛이 남아 있다.
어쩌면 그 눈빛들은 영원히 다시 되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미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었을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강이는 다르다.
난 이 세상에서 단 한 번도 강이를 버린 적이 없다.
강이를 살리기 위해서, 몸도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버티려고 했었다.
나오지 않는 젖을 짜내면서 강이의 입에 물려서 키운 아기였다.
아연이의 유아시절에 아연이의 곁에는 내가 없었지만,
강이는 첫돌이 될때까지도 항상 나와 하루종일 붙어 있었다.
나는 절대로 강이를 버리지 않았다.
혈육에 대한 정이나 책임감이 나보다 열 배 정도는 많은 오빠가 있기에,
여자인 나보다 육아를 더 잘 아는 오빠에게 강이를 맡겨놓은 것 뿐이었다.
그래서 강이에게는 특별히 더 많이 미안하거나 한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내 크나큰 착오였던것 같다.
내가 정말로 잘 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연이는 내가 회사에서 밤늦게 들어오느라고 거의 붙어 있지 않았어도
잘 커주었다.
강이에게 그렇게 엄마가 필요 할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오빠에게 말을 했다.
강이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강이를 계속 해서
돌보고 싶다는 것을 말이다.
솔직히 오빠의 대답은 필요치 않았다.
나는 오빠가 나보다는, 오빠의 인생보다는, 강이를 우선시 할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와의 관계 개선에 아연이를 이용하는, 아니 이용이라기 보다는
아연이의 도움을 받더라도, 강이를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니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 오빠와의 관계 개선은 강이를 통해서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강이가 오빠의 가장 큰 위크포인트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이 때문에 너무 많이 울지 않을 것이다.
평생 이제 다시는 강이의 곁을 떠나는 일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고 오빠와 나는 오빠와 나이지만,
솔직히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혼자 아파트에서 잠이 들때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난 지금, 남자의 육체가 필요하다.
너무도 절실히 말이다.
강이를 안고 잠을 자다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오빠에게는 가장 큰 아픔이었던 아기가 어느 순간 갑자기 오빠에게
가장 큰 기쁨으로 변해버렸다.
강이가 만약 오빠의 아이가 아니었으면, 평생 쥐죽은 듯이 고개를 숙인채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정말 그때는 그럴 마음이었다.
평생 오빠의 곁에서 시녀가 되던, 노비가 되던 그 어떤 것이라도 하면서
살자는 생각이었다.
강이는 나에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와, 더 나은 미래를 꿈꿀수
있게 만들어준 아이였다.
아침마다 어린이집 앞에서 강이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뽀뽀를 한다.
이런게 자식을 키우는 기쁨일까?
아연이에게서 20대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40대가 되어 강이를
통해서 느끼게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밤에 강이와 침대에서 같이 안고 자는 날이면, 이 집으로 다시
들어온듯한 느낌이 든다.
아직은 그럴 단계는 아닌게 분명한데 말이다.
오빠는 정말 마음이 너무도 착한 남자이다.
그리고 내 아이들의 아빠가 그런 착한 남자라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혁이의 눈빛이 점점 힘들어 보이는 것 같다.
혁이는 유학생활을 하려면 지금 공부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것 같은데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아연이가 듣는 강좌와는 서로 다른 강좌라서 아연이가 혁이의 저런
눈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었다.
눈치 빠른 아연이라면 혁이의 눈빛을 눈치 챘을 것이다.
어쩔수 없다.
피가 끓는 나이일 것이다.
하지만 난 혁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일뿐 그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더욱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오빠 때문에 다시 한 번 크게 놀란 날이었다.
귀국을 한지 두달 반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나는 두달 반동안 성욕을 어떤 방법으로도 해소하지 못하고
참고 또 참으면서 지내고 있었다.
운동말고는 내 몸에 넘치는 에너지를 해소할 길이 없었다.
오빠의 몸이 내 안으로 들어올때, 크게 비명을 지르고 싶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좋을수가 있을까?
오빠의 삽입이 이렇게 좋은 느낌이었던가,
비어 있던 내 몸을 꽉 채워준 느낌이었다.
너무 고마웠다.
정말 너무 너무 고마웠다.
오빠가 과거에 내 몸을 원했을때, 왜 그렇게 귀찮아만 했었는지
미안해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한번의 정사가 끝나도, 나는 아직도 해소가 되지 않았다.
오빠의 몸을 쓰다듬을때, 오빠가 말을 했다.
짐이 찾아왔었다고. 그래서 돌려 보냈다고.
그리고 짐과의 영상을 다 보았다고 말이다.
나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잊고 있었다.
아니 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었다.
그랬었던 짐이었다.
육체적으로 그 이상 어떻게 더 여자를 만족시켜줄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던 짐이었다.
그런 짐이 날 찾아오다니,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오빠에게 걸렸다.
차라리 잘 되었다.
어차피 계속 만날수 없는 인연이라면, 정리가 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난 이제 짐에게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것이었다.
차라리 그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머리속에는 짐과의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들이 남아있다.
오빠의 입에서 짐의 이름이 나왔을때,
그리고 오빠가 짐의 존재를 알아버리고, 내가 짐과 안은것을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까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미칠것만 같았고, 그 느낌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것 같다.
짐과 혁이의 얼굴이 자꾸만 오버랩이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말이다.
쟈니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인것은 짐이던, 혁이던, 쟈니던 이제 며칠간은 아무도
머리속에 떠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근육이 검투사들의 갑옷처럼 단단하게 몸에 뒤덮힌 오빠의 몸만
당분간 생각이 날 것 같다.
나만큼이나 오빠도 정말 많이 참고 참은 모양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정량이었던것 같다.
두 달 반의 길고 길었던 금욕생활을 끝내게 해준 오빠 때문인지
모든것에 대해서 조금 한 박자 천천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것
같다.
오빠와 이젠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관계를 가진다.
그리고 강이와 아연이는 내가 원할때면 항상 볼 수도 있고, 강이는
강의가 없는 날은 거의 하루종일 데리고 있고 밤에 잠도 같이 잔다.
오빠가 해주는 따뜻한 아침식사를 이젠 마음껏 즐길수도 있다.
오빠가 해주는 정성스러운 식사가 얼마나 고마웠던 것인지
이제서야 깨닫는 내가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단 한 번이라도 진심을 다해서 오빠에게 식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만족한다. 나의 이런 삶에….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오는 짧은 비행시간동안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다.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정상괘도에 들어갈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말이다.
가족 안에서 머문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정말 다시금
되돌아 보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의 만남은 너무 적다.
이것도 감사해야 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 오빠 외의 다른 남자들의
육체를 마주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만족을 해야만 한다.
오빠가 하필이면 내가 강의가 있는 수요일로 날을 잡아서
시간의 제약이 있다.
한나절이 안된다면 반나절 만이라도 오빠의 품에 안긴채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수요일마다의 만남은 짧은 시간내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욕구를
해소 할 수 있을 것인가만 집중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나만 만족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오빠에게도 나는 심각한 문젯거리 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 문제가 어느정도 정리되자 오빠는 이제 마음 편히 그 여자를
만나는 눈치였다.
오빠를 못 믿는 것은 아니다.
오빠라는 남자를 세상에서 제일 잘 아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여자를 알 수가 없다.
편견이라는 남자를 더 알기 전에 빠르게 행동해야 할 것 같았다.
지난주에 통화를 했던 비서와 다시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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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는 또 무슨 비서인가? 노동당 비서인가 하는 생각으로 글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문자가 오는 진동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네 마트에서 폭풍 세일을 한다는 광고문자였다.
어이쿠나 하고 깜짝 놀라서 시계를 보았다.
집에가서 아연이 저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 반년도, 아니 반년이 뭔가, 길어야 세달 안에 모든게 다 결판이
날텐데 말이다.
고3인 아연이의 저녁에 최선을 다 해야 할 시기였다.
나는 노트북을 끄고서 차를 몰고 부지런히 마트로 향했다.
그래서 재료만 몇 가지를 장을 봐서 집으로 갔다.
부지런히 아연이 저녁을 준비했다.
지나버린 쓸데없는 변태 여자의 이야기를 읽느라고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
아내는 책을 되게 빨리 읽는 것 같던데, 나는 글을 한자 한자 음미하면서
아니 음미가 아니라 바로 바로 머리에 안들어 와서 생각을 좀 하면서
읽는 스타일이라서 시간이 꽤 걸린것 같았다.
그 여자 어쩌고 저쩌고 비서 이야기 나온거 보니까, 내 마음에
상처를 준 오혜지 대리 이야기가 나오는 분위기 이던데…..
잊고 잘 지내던 오혜지 대리 이야기가 나오는게 기분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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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