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1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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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비밀일기 016 ----------------------------------------------
아침을 먹으면서 아내를 보았다.
아내의 피부가 무척이나 윤기가 나는 것 같았다.
아내는 일부러 평소보다 더 강이에게 집중을 하는 것 같았다.
내 눈과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식사를 다 하고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은 아내는 나에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했다.
평소 같으면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했을텐데, 오늘은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버렸다.
가만히 생각을 했다.
아내는 내가 술을 먹고 들어와서 그렇게 거칠게 나만 만족하고 뻗어버린
그 뭔가 조금은 이상한 정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내의 생각이 궁금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아내가 아직도 일기를 쓰는지가 궁금했다.
일기에 보면 뭐라고 씨부려 놓았을수도 있는데 말이다.
마음속으로 계속 갈등을 했다.
진짜 걸리면 입장이 난감하게 되는건데 말이다.
마회장 말마따나 아내가 나를 공격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10월이 되었다.
아내는 너무도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같이 오전에 세시간정도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몇 번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피부과에서 수술 흔적 치료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강의가 있는 날에는 강의에 집중을 했고, 강의가 없는 날에는
운동이 끝나고 바로 강이를 데리고 강이와 하루종일 같이 시간을 보냈다.
아내는 그렇게 내가 술을 먹고 정사를 한 날 이후로 며칠동안은 조금
머쓱해 했지만,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생글생글 웃으면서 편안하게 날 대하고 있었다.
나도 특별히 어렵게 아내를 대할 필요가 없었고 말이다.
나는 일상 생활에 바뀐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너무 무료할 뿐이었다.
불륜 관련 촬영은 계속 하고 있었고, 특별한 케이스였던
마회장이 알던 전직 검사는 결국 부인과 합의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부인은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잡아떼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회장과 내가 상대 남자를 만나서 영상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이 땅에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것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합법적으로 괴롭혀 주겠다고, 그걸 피하는 방법은 아주 멀리 떨어진
외국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지방으로 꺼지라고 말을 해주었다.
남자는 겁을 먹고 바로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학교도 휴학을 하고 말이다.
다시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하는 날이 아마 당신 인생이 파멸하는
날일것이라는 말을 들은 남자는 눈물을 흘렸었다.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비정상적인 인간들의 이야기는 말이다.
검사는 냉정을 찾은것 같았다.
검사는 이혼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부인에게 우리가 찍은 동영상 몇 개를
보여주었다고 했다.
검사는 부인에게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사라져 달라고 대놓고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마회장과 내가 할 일은 거기까지였다.
이차적으로 친자확인 업체에서 아들의 친자확인을 했으나,
아들은 물론 친자였다.
처음부터 그런 여자는 아니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혼 전문 변호사님이 전직 검사의 합의이혼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주기 위해서 나섰다.
전직검사는 어느정도 냉정을 되찾고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마회장에게 원래보다 훨씬 많은 잔금을 지급했고 말이다.
마회장이 돈을 받고나서 나에게 말을 했다.
"일에 감정을 실으면 안 되지만….참 기분이 그렇다.
이건 불륜이 아니라 미친짓이었어…
하긴 세상에 어떤 불륜이 미친짓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후에 나는 아내의 노트북을 훔쳐 보기로
했다.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아내가 조금씩 내 안으로, 아이들 엄마가 아닌
여자로써의 오연지가 자꾸만 내 안으로 들어 오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10월이 되고 내가 정한 디데이가 되었다.
아내가 강의가 없는날 집에 강이와 단 둘이 있을때가 내가 아내의 아파트로
잠입할 시간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집에 설치한 시시티브이를 다시
작동시켰다.
아내는 강이와 함께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오후시간에
아내의 아파트로 향했다.
내가 가스배관을 타고 기어올라가지 않는 이상 현관 시시티브이에
찍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뭐 그렇게 대단한거 보러 간다고,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겠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그런거 타고 올라가는걸 전혀 할 줄을
모른다.
그리고 고층 아파트에 그렇게 몰래 침입하가다 발을 헛딛으면
떨어져서 바로 즉사할텐데, 차라리 오연지 노예로 20년을 살면 살았지
즉사하기는 싫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은 헛으로 들을게 아니었다.
나는 검정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현관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몸만 봐도 나인줄 알겠지만 그래도 생쇼를 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보니까 아내와 강이는 거실에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환하게 웃으면서 매트위에서 대굴대굴 구르고 기어다니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두 시간 정도밖에 없다.
내가 아연이 저녁 요리를 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평소 행동과
다른 패턴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아내에게 괜한 의심을 불러올수 있었다.
내가 혼자 오버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였다.
어릴때 아버지가 남의 것을 훔치면 자식도 아니라고, 팔을 뽑아 버린다고
겁을 주면서 날 키우셨기 때문에 남의 물건은 지우개 가루조차
손을 안 대고 자란 인생이었다.
그런 나를 도선생의 세계로 이끈것은 순전히 아내였다.
아내의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쌔비면서 도둑질을 배우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아내 지갑속의 오만원짜리를 여러장씩 쌔비는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 내 도선생 라이프였다.
이제는 하다하다 일기까지 훔쳐보려고 하고 있었다.
꼭 아내의 일기가 아니더라도,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정말 꿀맛이었다.
현관문을 무사히 번호키로 누르고 들어가서 아내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 앞으로 빨래 건조대가 있었다.
아내의 운동복인듯한 것들이 널려 있었다.
다 마른 상태였다.
핫팬츠가 내 손바닥 만했다.
아무리 타이트한 재질이라고 해도, 이게 빤스지 핫팬츠인가?
운동복이 한 두 벌이 아니었다.
전부 타이트하고 노출이 많아 보이는 야시시한 것들이었다.
내가 지금 아내 운동복이나 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얼른 노트북을 꺼내서 파일 확인을 해야만 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옷장을 열었다.
아, 이런…..분명히 그때와 옷을 정리해 놓는 방식이 달라졌다.
나는 일단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최대한 티를 내면 안 되니까 말이다.
사진을 찍는 것도 모잘라서 구석구석 옷장 안을 세세하게 살펴 보았다.
그렇게 완벽하게 복구가 가능하겠다 싶은 판단이 선 후에 내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옷을 개어놓은 것들을 조심스럽게 옆으로 치워 놓았다.
아내의 노트북이 예전과 같이 얌전하게 숨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의 노트북을 꺼내서 켜고, 내 가방을 열었다.
내 가방의 다른 노트북을 꺼내서 아내의 노트북에 연결을 했다.
그리고 내 노트북에 깔린 프로그램으로 아내의 컴퓨터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원 리틀 스타 스토리부터 파이브 리틀 스타 스토리까지는 파일의 변화가
아무것도 없었다.
최종 수정일도, 파일의 용량도 저번에 쌔빌때와 전혀 다름이 없었다.
확장자를 숨겨놓은것도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도 비교를 했다.
최종수정일이 이틀전이었다.
용량도 그때에 비해서 배 이상 늘어나 있는 것 같았다.
아내가 팔월 중순이 지나서 말이 되기전에 영국에서 귀국을 했고,
지금은 벌써 시월이 되었다.
한달이 훨씬 넘은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었다.
아내는 다른 새 파일을 만들지 않고,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에 일기를
계속 이어쓴 모양이었다.
이럴꺼면 그냥 원부터 식스까지 한 파일로 만들지, 왜 나누어 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뭐 파일에 쓴게 아니라 다른데 써놓은 것을 파일에 짜깁기 한 것이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는 했다.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야만 했다.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를 일단 내 노트북으로 복사를 해 온 뒤에
아내의 노트북을 샅샅이 다시 뒤졌다.
내가 그때 노트북을 조사한 이후로 새로 생성된 파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체 조사를 했다.
새로 생성된 파일들은 아내와 아연이가 영국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 놓은거 외에는 없었다.
암호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너무 조심조심 천천히 해서 인지
벌써 한 시간 넘게 시간이 흘러 있었다.
노트북을 조심스럽게 다시 있던 자리에 놓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내의 옷들을 조심스럽게 다시 올려 놓기 시작했다.
천천히 했다.
괜히 옷 개어놓은 것이 무너진다면 진짜 좆되는 것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사진을 보면서 원상복구를 시킨후에 조심스럽게
옷장문을 닫았다.
그리고 가방을 어깨에 매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후에 아내의 집을 나섰다.
별 거지 발싸개 같은 파일 하나 쌔벼오는데 거의 한 시간 반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다.
노트북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다시 조심스럽게 원상복구를 시켜놓는데
시간을 다 허비한 것 같았다.
내 노트북이 든 가방을 차에 놓은채로 집으로 올라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저녁 요리를 했고, 아연이가 집에 와서
다 같이 식사를 했다.
아연이는 식사를 한 뒤에도 오랜시간을 연습하고, 공부를 했다.
독서실보다는 집에서 하는게 편하다는 아연이의 뜻에 따라서
아연이는 집에서 입시의 마지막 공부에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아내는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말을 했다.
아연이는 이제 충분히 최선을 다 했으니까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았다.
아연이는 연습방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티브이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유명 여자 연예인이 멀쩡한 자신의 남편과 자식을 두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오연지 같은 년 저기 하나 더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도 반반하게 생긴것들이 왜 남편과 가족만 바라보면서
살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오연지를 보았다.
나도 모르게 슬쩍 고개를 돌렸는데, 아내도 슬쩍 나를 돌아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아내가 황급하게 내 눈을 피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지도 양심이 있는지 내 눈을 못 보는 것 같았다.
아내가 슬쩍 리모컨을 들고 다른 채널로 돌리는 것 같았다.
"아 왜…..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나는 리모컨을 빼앗아서 다시 연애정보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렸다.
아내는 일부러 강이를 무릎에 앉히고 강이의 뺨을 부비고 딴 짓을
하는 것 같았다.
강이를 만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아내의 맨발이 보였다.
원래 예쁜 발이지만 뒷꿈치에 그 흔한 각질조차 없는 발이었다.
강이의 발처럼 뽀얀것 같았다.
아내한테 발을 훔쳐보고 있는 것을 걸릴까봐 얼른 눈을 티브이로 돌렸다.
영국 다녀와서 쓴 아내의 일기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용량이 예전 파일 대비해서 왕창 늘어나 있는 걸 보니까, 분명히
뭘 잔뜩 써놓았을텐데, 자꾸만 아내의 일기와 더불어서 아까
빨래건조대에 널려있던 아내의 운동복들이 생각이 났다.
도대체 저런 운동복을 입고 뭔 지랄을 하고 다니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술에 취해 들어와서 관계를 할때 아내의 아랫배를
자세히 보지 못한게 기억이 났다.
얼마나 흉터가 없어졌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것도 솔직히 조금은 궁금했다.
오늘 밤에 뒷방에서 몰래 노트북으로 일기를 보고 싶었지만, 아내가 오늘
여기서 잘게 분명했기 때문에 불안불안 했다.
문을 잠그고 보자니 아내에게 의심을 할 여지를 주는 것이고,
그렇다고 안 잠그고 볼 수도 없는 것이고, 참 이래저래 복잡했다.
아내는 강이를 목욕시키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 같았고,
아연이는 거의 자정 가까이 공부를 마저 하다가 잠에 드는 것 같았다.
아연이 입시도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일기는 내일 오후에 보던가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오전에 일을 하는데, 일기 생각만 났다.
"회장님, 결국 저질러 버리고 말았어요."
내가 마회장에게 드론을 조정하면서 말을 했다.
"뭘 저지르냐?"
마회장은 의아한듯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마회장에게 내가 어제 몰래 아내의 일기를 다시 쓱싹한 것을
이야기 했다.
"어이쿠…..난 개입하고 싶지 않다.
니네 집안 일에 말이다.
다만, 하나 말해주고 싶은건, 니 와이프, 아니 전 와이프가
보통 여자가 아닌것은 맞지만…..
너도 진짜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아 근데, 너는 꼭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데, 니 와이프 관련되어서는 좀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하다.
니 와이프도 이상하지만, 너도 니 와이프랑 관련해서는
보통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라…..
그것도 천생연분인가?
에이구 난 모르겠다.
왜 잔잔한 네스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서 잠자고 있는 괴물 네시를 깨우냐…."
내가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뭘 어때요….그까짓 일기일 뿐인데요…
그리고 만약에 걸려도, 이젠 강하게 나가려구요…
아내가 저한테 왜 훔쳐봤냐고 하면요, 내 맘이라고 소리칠꺼에요…."
마회장이 그런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너 내가 전에 니 와이프가 널 사냥할꺼라고 했잖아.
설마 진짜로 니 와이프가 너한테 달려들어서 목을 물거나
성질을 내는걸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내가 말한 니가 사냥을 당한다는 것은 니 와이프가 널 반 죽여놔서
노예로 만든다는게 아니야….
니가 다시 옛날처럼 똥오줌 못가리고 니 와이프 좋아 죽겠다고
눈물 질질 짜면서 쫒아다니고, 변하게 만드는거….
그게 진정한 사냥이지…
진정한 브레인들은 절대로 힘을 쓰지 않는다.
머리를 쓰지….
너같이 힘센놈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게 편하지 언제 푸쉬업을 하고
자빠지냐….
넌 벌써 조금씩 니 와이프한테 말려 든다는 생각 안하냐?
너 지금 일기 보고 싶어서 미칠려고 그러잖아….
나중에는 니 와이프 얼굴 보고 싶어서 다시 미치게 되는거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봐라…
니 와이프의 과거 행동들이 지금 조금씩 이 일 저 일에 씻겨 내려가서
다 잊혀져가고 있어….
아….내가 남의 부부일에 너무 감놔라 배놔라 말이 많은 것 같다.
내 처자식한테 집중해야지…..
니네 비정상 부부한테 신경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마회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 저으면서 말을 했다.
오후가 되어서 차를 편셔리 근처의 한적한 곳에 세워놓고
노트북을 켰다.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 파일의 확장자를 다시 바꾸고 스프레드 시트
프로그램을 열었다.
암호를 바꾸었을까 안 바꾸었을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암호를 입력해 보았다.
아……아자비….
기존 식스 리틀 스타 스토리의 파일이 열렸다.
아내는 암호를 바꾸거나 파일에 따로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거 또 암호 바꾸었으면 암호 찾다가 또 하세월 다 지나갈 뻔 했다.
나는 전에 읽었던 부분을 열심히 아래로 넘겼다.
아내가 영국 가기 전에 작성했던 부분까지 찾아내서 화면을 내렸다.
그 아래로 바로 아내가 다녀와서 저장을 한 내용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노트북 화면에 집중을 하고 아내가 작성한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짧게만 느껴진 시간들이었다.
아연이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아연이 스스로도
시야를 조금 더 넓게 만들수 있는 그런 소중한 기회였다.
백 번 말을 해주는 것보다, 한 번 스스로 느끼는 것이 더 소중한
경험이 될 수가 있다.
아연이 스스로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왜 내가 연주자의 길 보다는 공부에 더 매진을 해서
연주자와 교육자의 길을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말을 했는지 말이다.
이젠, 아연이가 계단을 차곡 차곡 밟아서 올라갈 시간이었다.
아연이는 이번에 흘린 그 많은 눈물을 통해서 한층 더 많이
성장했을 것이다.
귀국을 해서 오빠와 강이를 보니까 기분이 참 좋았다.
포근한 둥지로 다시 들어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온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 작은 아파트에 홀로 앉아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지, 내 신세도 참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올 해 안에 집으로 다시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아연이에게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아연이의 합격소식을 들으면 그때 다시 집으로 들어갈 궁리를 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와 영국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생활을 했다.
내가 언제 아연이와 이런 시간을 또 보낼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였다.
막상 영국땅으로 가니 혜지씨 생각이 나기도 했다.
잠깐 얼굴이나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오빠생각이, 아니 오빠와 둘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걷던 그 모습이
떠오를까봐 싫었다.
그 누구도 오빠와 나란히 걸을 자격은 없다.
혜지씨는 알아서 잘 지낼 것이다.
내가 따로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혜지씨에게도, 나에게도 그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아연이와 함께 지내서 그런지 영국에서는 글을 거의
쓰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만의 보장된 시간과 공간이 없다면 이렇게 글을 쓰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국에서 아연이에게 아빠와의 관계 개선을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말을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오빠와의 관계 개선을 지금 가장 크게
도와주는 것도 사실 어떻게보면 아연이였다.
아연이가 알게 모르게 내 사정을 많이 봐주니까 그나마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아연이 말이라고 하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다 들어줄 기세이니까
말이다.
옛날에 홍콩가기 전에는 그런 오빠의 아연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부러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다 내 죄인것만 같다.
모든것들이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남자…..
영국에서 잠깐 잠깐 틈이 날때 호텔 휘트니스 클럽에서 트레드밀을
하기는 했지만 거의 운동을 제대로 못한채 호텔방에서 가끔씩
요가를 했을 뿐이었다.
아연이 스케줄을 챙기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다 할애한 것 같았다.
강의를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학원 강의를 빠져서 학원생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8월 한 달 간은 아예 강의 스케줄을 미리 다 비웠지만 그래도 원장 언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도 미안해서 9월이 되기 전에 학원에 나가서
강의 준비를 하고, 보충 강의들에 대신 들어가기로 했다.
혁이와 마주쳤다.
혁이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다가왔다.
혁이가 나에게 시원한 캔커피를 내밀었다.
너무 오래간만에 봐서 반갑다고 말을 하면서 말이다.
젊음은 순수한 것이다.
그 젊음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순수함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뒷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혁이의 시선은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혁이에게 더 이상의 마음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할텐데, 처음부터
접근이 잘못 된 것일까?
다시 운동을 나간 휘트니스 클럽에서 나를 본 조코치는
얼굴이 붉어져서 어쩔줄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귀여웠다.
정말 오래간만에 본 것 같았다.
잘 다녀 오셨냐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 조코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 가을에 있는 휘트니스 대회에 조코치도 선수로 출전을 하고
오전타임을 봐주는 이코치도 여성부로 출전을 한다고 했다.
이코치가 나를 보고 자신과 같이 휘트니스 대회 여성부에 출전해 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다.
나는 그냥 웃어넘겼다.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내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운동을 건강 유지의 수단 이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탈의실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조코치가 일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앞을 서성이고 있다가 나를 보고는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것 같았다.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겨우 스물 여섯살이다.
아직 순수한 나이의 남자들 마음 가지고 장난 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보스타그램 사진촬영을 같이 했던 그 대학생들 같은 경우에 휴우증이
참 오래갔던 것 같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던건지….
다시는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전운동을 하는데 한 구석에서 조코치와 이코치가 휘트니스 대회에
출전할 의상을 입고서 포즈 연습들을 하고 있었다.
이코치의 비키니 출전복이 무척이나 과감해 보였다.
여자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복장이기도 했는데
뒷모습을 보니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휘트니스 대회 여성부 복장이 점점 과감해지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뒤쪽이 거의 다 노출이 된 듯한 복장이었다.
조금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한번쯤 입어보고 싶었다.
조코치 앞에서 말이다.
조코치도 무척이나 작고 타이트한 대회 출전용 의상을 입고 있었다.
진짜 아래의 은밀한 부위만 살짝 가려주는 의상이었다.
우람한 조코치의 몸에 비해서 너무 작아보이는 의상이었다.
나는 일부러 그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았으나 자꾸만 조코치가
내 쪽을 흘끔거리는 눈빛이 느껴졌다.
어쩔수가 없었다.
정신적인 간음으로 끝날 사이들이다.
그 이상 진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남자이다.
그래서도 안 되고 말이다.
팔월 한 달간 완전히 금욕을 하고 살았다.
아연이와 함께 있을때는 아연이와 함께 있으니까 견딜만 했는데,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니까 참고 견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이젠 조코치를 볼때마다 아래에서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팬티라이너를 운동할때는 항상 착용을 해 주지만, 그래도 솔직히
불편했다.
정말 더 이상 욕구를 참기가 힘이 들었다.
귀국한지 벌써 꽤 지나서 며칠만 더 있으면 달이 바뀌어 구월이 된다.
내가 뭔 짓을 한 것일까?
하지만 후회는 없고, 잘 한 행동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더 이상 참고 버틸 재간도 없었거니와, 스스로 해결을 할 능력도 없었다.
그렇게 많이 화가 나는 순간도 아니었고, 내가 리액션을 크게 할 이유도
없었다.
단지 내 성욕을 주체할 수 없다는 그것 하나뿐이었다.
오빠는 순수한 마음으로 거기에 동조를 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것이고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더 심하게 눈물을 흘리고 더 심하게 오빠를 몰아
붙일수도 있었지만, 그럴 자제력도 나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적당히 오빠가 나에게 왔을때 나는 오빠의 손을 잡아야만 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등이 배기도록 아프고 불편했지만, 내 몸 한 가득 따뜻함이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오빠의 말투가 입에서 나왔다.
그만큼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잠시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끝없이 몇번이고 반복해서 같이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내 발을 애무해주는 오빠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 남자, 영원히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이젠 내 존재가 이 남자에게 기쁨이 되도록 해주어야 할텐데,
정말 힘들었다.
정말 아직도 많이 힘들었다.
나란 여자는 정말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학원으로 가서 보니 허벅지까지 많이 흘러내려 온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손으로 훔쳐서 입 안에 조심스레 넣어보았다.
오빠의 느낌이 입 안 한 가득 퍼지는 것 같았다.
화장실 변기위에 잠시동안 앉아서 클릿 위에 손을 올렸다.
클릿을 시술 받을동안 옆에 있었던, 내 옆에서 시술하시는 의사분에게
자신이 원하는 오픈된 모양을 진지하게 설명하던 쟈니가 생각이 났다.
아래가 다시 젖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오빠에게 다시 달려가고
싶었다.
언제 또 다시 이런 느낌을 받을수가 있을까…
요 며칠간 조코치를 보면서 느꼈던 흥분들이 쌓이고 쌓여서
몸 안에서 주체를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
오빠가 그런 내 몸을 어느정도 자유롭게 풀어준 것 같았다.
아직 많이 부족했다.
어떻게 길을 찾아가야 할까….
내가 원하는 방향이 진정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속옷을 입지 않은채 흘러 내린것만 대충 닦아 내고서는 보강수업에
들어가서 성인반 수업을 했다.
평범해 보이는 원피스를 입은 내 아래는 홑겹의 원피스 말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었다.
노출증에 걸린 것은 아닐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그러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오빠를 보고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오빠가 자꾸만 보고 싶었다.
이것이 사랑이라해도, 혹은 사랑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었다.
오빠와의 관계 이후에 여운이 며칠동안 가는 것 같았다.
진짜 성욕이 더 끓어 넘치는 것 같아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이런 때가 없었다.
아니지……그건 아니다.
이건 내가 만든 나 스스로의 약속이자, 나만의 행위이다.
지난 삼월 이후로 나는 오로지 오빠와만 관계를 하고 있다.
그게 오빠와 가족들 안으로 들어가는 티켓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이젠 내 육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사는 것은 오빠에게로
가지 못할 이유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내 스스로 컨트롤을 하는 것인데, 현재까지는 아주 잘 하고 있었다.
운동복을 새로 한 벌 구입을 했다.
타이트한 핫팬츠인데 이전과 달리 안에 속옷을 입지 않고 입는 형태이다.
팬티라이너가 불안하기는 했지만 라이너도 착용하지 않기로 했다.
색상이 블랙이라서 혹시나 실수로 흐른다고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노브라로 입는 타이트한 요가복 형태의 나시티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나 조코치의 시선이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선을 느끼는 정도로 만족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코치가 자제력을 잃을 경우를 생각하면, 별로 그다지 좋은 결과가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9월이 되면서 휘트니스 클럽 지하에 있는 수영장에 일주일에 두번씩만
가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두 번 이상은 휘트니스 클럽에서의 운동과 병행하는데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존슨의 회사에 다닐때는 수영장이 회사 바로 옆이어서 자주 즐겼지만
수영을 하지 못한지도 꽤 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홍콩에서 임신했을때 이후로는
거의 수영을 못 한 것 같았다.
일본에 가기전에 워터파크에 온 가족이 같이 갔던게 생각이 난다.
그때 아연이와 같이 샀던 래쉬가드도 있지만, 수영을 하기 위해서
새로운 원피스 수영복을 구입을 했다.
오랜만의 수영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피부에 탄력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개운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수영을 하는 날은 휘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한 시간 정도로 짧게 한다.
조코치가 운동을 짧게 하고 샤워도 안한채 옷을 갈아입고 가는 나에게
왜 이렇게 운동을 짧게 하시냐고 물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수영을 같이 하는 날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조코치가 조바심을 내는게 아주 눈에 훤하게 보인다.
내가 조금 더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스물 여섯….위험한 나이였다.
조코치가 어렵게 나에게 또 말을 건네었다.
드라이브 이번에는 짧게 말고 길게 좀 시켜 달라고 말이다.
얼굴이 벌개진채 말을 하는 조코치 때문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나는 요새는 조금 바빠서 힘이 들 것 같다고 조코치에게 대답을 했다.
나중에 한가해 지면 시켜 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세번째 수영을 간 날 수영장에서 너무나도 놀라운 사람을 마주쳤다.
아니 그 사람은 나를 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 사람을 보고야 말았다.
하코치였다.
분명히 하코치가 맞았다.
내가 존슨의 회사 옆 수영장에 다닐때 그곳에 있던 하코치…
쟈니와 무척이나 친하던…..
하코치와 쟈니의 일이 생각이 나니 갑자기 몸이 붕 뜨는 것 같았다.
아래에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좋을까…..
나를 몰라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단지 걸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니까 말이다.
나는 따로 강습을 하지 않고 자유수영을 위주로, 쉬지 않고 계속 제일
끝쪽 레인을 돌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접영과 자유영을 반복하면서 레인을 돌고서 물안경을
벗었을때 내 눈 앞에 하코치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하코치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불렀다.
오이사님, 오이사님 맞으시죠 하면서 하코치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하코치의 얼굴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저절로
같이 웃음을 지어주기는 했지만, 나는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사정이었다.
수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수영장 로비에 하코치와 마주 앉아서
음료수를 마셨다.
하코치는 너무 반가워 하면서 지난 이야기들을 했다.
버터플라이를 하는 폼이 이 수영장에 다니는 상급자들 폼이 아닌것
같아서 사무실에서 유심히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몇 번을 계속 보다가 설마하고 아까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코치는 쟈니 이야기부터 물어보았다.
하코치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나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쟈니보다 조금 어리거나 거의 비슷한 또래일 것이다.
나는 쟈니는 외국지사에 있어서 요즘은 연락이 잘 안된다고만 말을
해두었다.
하코치는 이사님 너무 반갑다는 이야기만 계속 하면서 앞으로 자주 뵙게
되서 너무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천진난만한 아이의 미소로 이야기 했다.
하긴, 하코치는 순진하고 좋은 남자이다.
하코치는 나를 알지만, 나를 알지 못한다.
하코치는 나를 오연지 이사로만 알 뿐이었다.
내가 수영을 즐기던, 물론 나만 수영을 즐기던 곳이 아니었다.
쟈니도 그 곳에서 수영을 즐겼으니까 말이다.
쟈니는 하코치와 무척이나 친하게 지냈다.
비슷한 또래이기도 했고, 쟈니는 어디를 가던 눈에 띄는 외모였으니까
그 누구던간에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친해졌으니까 말이다.
쟈니에게 그때 내가 지나가는 말로 하코치가 귀엽게 생겼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큰 의미없이 했던 말이었다.
하코치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결혼을 하지 못하고 싱글이라고 했다.
얼마전에 소개팅으로 만난 아가씨와 이제 두 달째 사귀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하는 순진한 하코치였다.
하코치의 그 날 밤 모습이 너무도 생생히 떠오른다.
전부 잊고만 있었던 기억인데 말이다.
하코치는 알지 못한다.
하코치는 내가 자신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다가 다시 하코치를 마주치게 되었을까?
이미 얼굴까지 다시 본 이상 하코치 때문에 수영을 그만 다닐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곳으로 다니기도 시간이 애매했다.
어차피 휘트니스 클럽과 같은 건물에 있어서 시간상 이 곳을
이용하는게 시간 안배상 가장 효율적이니까 말이다.
하코치는 아마도 비밀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잊었을까?
아니다, 그 어떤 남자라고 해도, 그런 일을 쉽게 잊지는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잊고 살았었다.
그 정도의 일은 우습게 알았던 것일까?
지난 몇 년동안 잠시라도 하코치와의 일들이 회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하코치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니 하코치와의 일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세세하게 다시 회상되는 것 같았다.
하코치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밤 그 호텔 스위트 룸에서는 쟈니가 블랜딩한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한 하코치와 쟈니가 있었다.
그리고 분홍색 가면을 쓴, 아니 아니던가? 빨간색 가면이었던가?
무슨 색인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날 밤 그 스위트 룸에는 하코치와 쟈니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쟈니가 부른 고급 콜걸이 한 명 더 있었다.
얼굴을 전부 덮는 색깔이 있는 가면을 쓰고, 가발까지 쓰고 있던 말이다.
하코치는 쟈니가 만들어 준 술을 먹고 그 콜걸과 정사를 가졌다.
하코치는 수구선수 출신이라서 몸매가 마치 다비드를 연상시키는
그런 매끈한 몸매였다.
하코치는 쟈니에 비하면 너무도 순수했었다.
콜걸 앞에서 수줍어하던 하코치를 리드해 주던 쟈니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하코치는 그날 밤이 새도록 그 콜걸과 관계를 가지고
쟈니와 함께 힘을 합해서 그 콜걸을 농락했다.
처음 한 발을 내딛는게 힘들지 나머지는 그리 힘들지 않은 법이었다.
콜걸은 검정 거터벨트와 밴드스타킹에, 온몸을 그물처럼 엮은 듯한
끈으로 된 요상한 란제리를 입고서 하코치를 온 몸으로 받아내었다.
자정이 넘어 새벽녘까지 쟈니와 하코치는 앞 뒤를 번갈아가면서
그 콜걸의 입에 자신의 심볼들을 물리고 다른 한 명은 동시에
아래에 삽입을 하면서 마치 짐승들의 교미장면같은, 아니 짐승들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정도까지의 육체의 향연을 펼쳤던 기억이
모두 다 되살아 났다.
그 날 하코치와 쟈니를 받아낸것은 그 콜걸이었다.
하지만, 난 그 날의 분위기가 너무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날, 난 쟈니에 의해서 철저하게 콜걸로 변신을 했던 날이니까 말이다.
단지 내가 그 전에 하코치가 귀엽다는 말을 쟈니에게 얼떨결에 뱉었다는
그 작은 계기 하나로 말이다.
그 날의 그 자리는 쟈니에게 받는 벌이기도 했고, 쟈니의 질투심을
다른 방향으로 표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말 한마디의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자리였던것 같았다.
홍콩에서 쟈니와 함께 지낼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만,
하코치와의 그날 일은 서로 이야기 하지 않았었다.
쟈니는 정말로 질투를 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드는 것 같다.
단 한 번뿐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날 그 콜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두 사람,
그 자리를 주도하고, 콜걸을 만들어낸 쟈니와, 콜걸의 연기를 너무나도
태연히 해낸 나 뿐이었다.
그 뒤로 하코치는 몇번이고 그 콜걸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쟈니를
졸랐다고 했다.
하지만 쟈니는 교포라서 외국으로 다시 나갔다고, 아마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하코치를 달랬다는 후일담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그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당시는 존슨을 기쁘게 해주면서 쟈니와 함께 존슨의 눈을 피할때니까
말이다.
그때 그 콜걸과의 그 날 이후로 수영을 할때 하코치를 보면 항상 아래가
느낌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수영장에서는 상관이 없었다.
그 어떤 티도 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갑자기 그 옛날 입었던 수영복들이 생각이 났다.
지금과는 달리 무척이나 과감했던 하이레그 타입의 그 수영복들,
쟈니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 수영복들 말이다.
이제는 그런것들을 입기에는 너무 나이가 먹어 버린것이 아닐까?
이 수영장에서 그런 것들을 입을수는 없을 것 같다.
하코치와 음료수를 마시면서 서로 가벼운 일상의 대화를 나누고
마음속으로는 지난 생각을 하니 정말 아래가 흠뻑 젖어버린 것 같았다.
내 이런 모든 것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지금 오빠 뿐인데,
오빠는 저렇게, 나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오빠를 이해한다.
그만큼만 바라봐 주는 것도 고맙다.
보통의 남자라면, 일반적인 남자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을 내가 잘 안다.
평범한 남자들 같았으면 그 일본의 끝까지 감히 찾아올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결국, 오늘도 다른 많은 생각을 하다가 오빠 생각으로 귀결을 하고
잠에 들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가 있는날도 늦은 시간이더라도 집으로 가서 자고 싶다.
오빠와 관계를 하지 못하더라고, 그냥 오빠집에서 같이 자면
오빠와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강이한테 너무 고맙다.
그 어려운 시절에 같이 잘 버텨주어서 고맙고,
오빠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주어서 너무 고맙다.
강이가 아니었으면 난 오빠한테 결국 싸구려 창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아니지만 언젠가 세월이 많이 흘러가서 내가 여자의 기능을
못하게 된다면, 그렇게 될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
하지만 오빠는 결국 날 강이의 엄마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끝까지 보살펴 줄 것이다.
동정은 받고 싶지 않다.
내가 오빠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 당시에 오빠가 나에게 주었던것을
이제 다시 챙기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그땐 그게 소중한지 몰랐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하기가 가장 힘든 남자가 바로 오빠일 것이다.
항상 일반 사람들의 상식 범위를 뛰어넘어 다니면서 행동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빠는 정말 너무도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어찌되었든간에, 내 아침을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강이의 엄마라는 그 이유가 가장 큰 베이스일 것이다.
계속되는 조코치의 지나가듯 하는 말을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한시간만 하고 조코치와 같이 차를 타고 조금 멀리 나갔다
들어왔다.
강의가 있는 날이라서 오래 시간을 지체할수도 없었다.
인적이 드문 국도에서는 조코치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기도 했다.
조코치도 자동차 매니아인만큼 신중하게 운전을 잘 하는 것 같았다.
조코치때문에 일부러 이번달 자동차 보험 특약도 비용을 들여서
바꾸어 놓았었다.
혹시나 조코치가 운전대를 잡고 사고라도 낼까봐 말이다.
조코치가 경제적인 능력은 없을테니까 그건 내가 미리 준비를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조코치는 너무도 차에 푹 빠진 것 같았다.
다시 내가 운전대를 잡고 우리는 같이 냉면을 맛있게 하는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코치는 너무도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조코치에게 여자친구가 없느냐고 물었다.
조코치는 가볍게 만나는 친구들만 있다고 했다.
내가 이코치 어떠냐고 은근슬쩍 말을 꺼내자, 이코치는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을 하는 조코치였다.
내가 자신의 상상속의 이상형이라고 솔직하게 말을 하는 조코치에게
나는 자연스럽게 딸이 올해 고3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는 같이 웃었다. 웃어 넘기는게 좋을 것 같았다.
상상속의 이상형은 현실에서 타협을 보아야 한다고 조코치를 잘 설득해
주었다.
하지만 조코치는 결코 실망하거나 침울해 하는 모습이 없었다.
이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솔직한 모습인 것 같았다.
조코치는 유명한 휘트니스 대회에 나가서 챔피언이 되어서 자신만의
휘트니스 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귀여웠다.
그리고 솔직하고 담백해 보였다.
병이었다.
진짜 중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만 같았어도, 이렇게 귀여운 남자와 단 둘이 밥을 먹는 자리라면
결코 오래 끌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해치워 버리고 싫증이 나기전에, 뒷 말 안나오게 깔끔한 끝을 유도해서
지워버렸겠지…
하지만, 난 이제 그러지 못한다.
조코치를 다시 체육관으로 태워다 주었다.
드라이브도 너무 고맙고 점심도 잘 먹었다고, 조코치가 가방에서 예쁘게
포장이 된 작은 상자를 꺼내서 나에게 내밀었다.
저번부터 주고 싶었는데, 줄 기회가 없었다고 조코치가 말을 했다.
여성부 휘트니스 선수들이 입는 대회 출전 의상이라고 했다.
자신이 나한테 어울릴만한 것을 예전부터 사두었다고 했다.
열심히 해서 나중에 대회에 참가하시면 좋겠다고 조코치는 나에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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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