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35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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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비밀일기 035 ----------------------------------------------
이런 시팔…..
좀 있으면 기어나오겠네…..
나는 잽싸게 1층 휴게실에서 나와서 차를 세워둔 곳으로 속보로 걸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몰고 편셔리로 향했다.
죽으나 사나 나는 편셔리에 있어야 할 운명인것 같았다.
아내의 끝내주는 접영실력이 자꾸만 눈 앞에 떠올랐다.
저 수영복은 또 어디서 난 것일까?
진짜 아내니까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영복이었다.
누가 저 년이 마흔 세살….이제 며칠뒤면 마흔 네살이 된 다는 것을
믿을것인가….
나는 차를 몰고 편셔리로 가다가 그냥 바로 가기 뭐해서 한바퀴 빙
돌아가려고, 다른 길로 차를 몰았다.
정말 우연히도 아연이가 다니는 예고 앞이었다.
정문 앞에 일유대 기악과 수석합격 편아연이라고 대문짝만한 프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아연이가 사진으로 교문앞의 플래카드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실제 보니까
다시 눈물이 글썽 거렸다.
장하다 내 딸…..
나에게 감동을 주는 우리 큰 딸과…..나에게 의심만 자꾸 주는 내 전 처…..
그리고 날 완전히 호구 젖으로 본 레즈비언 순덕이…..
기분이 좀 그랬다.
나는 다시 천천히 편셔리로 향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커피 전문점은 그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순덕이는 매일 같이 나에게 문자를 보내었다.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할 말이 있다고 말이다.
나는 단 한 번의 답장도 하지 않고 문자를 보는 족족 다 지워버렸다.
짜증났다.
그런 년을 만난다는 것이 말이다.
거지 똥구멍에 콩나물을 빼먹지….
나같은 놈 돈을 빼먹을 생각을 하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그냥 싫었다.
이런 상황이 말이다.
아내에게는 수영장에서 본 것을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아내가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던,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안정된 상황만 깨트리지 않으면, 굳이 내가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한 해의 마지막날 오전에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수왕보에서 몸을
담그었다
그리고 날은 좀 춥지만 온천을 한 몸이 후끈후끈해서 옥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옥상의 문이 열리더니 비비안수와 침입자 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나보다 더 놀랜것은
내 옆에서 탄산수를 마시던 홍진이였다.
영식이는 체육관에서 관원들 운동하는걸 봐주고 있었다.
홍진이가 빛의 속도로 옥상 문쪽으로 달려갔다.
홍진이는 그때 나에게 쿠사리를 먹은 기억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올라와요, 여기 아무나 올라오시면 안돼요…
여기 개인 사유공간이에요….당장 내려가요…."
홍진이가 여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비비안수가 멀리 있는 나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사장님…..잠깐만요……잠깐만 이야기 해요…..사장님….
자꾸 연락을 피하셔서….직접 올라왔어요…
사장님…."
비비안수는 나를 보면서 평소 그녀의 목소리 같지 않은 조금 큰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래…시팔…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피할 이유가 없었다.
"홍진아….그냥 이리 오게 해라…"
내가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여자들이 내 쪽으로 걸어와서 내 앞의 의자에 앉았다.
추운 겨울날 옥상의 야외였지만 바로 앞 수왕보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의
열기 때문에 별로 춥지는 않았다.
침입자년은 그때와는 달리 앞머리를 아래로 다 내리고 있었다.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이마가 어떤지 좀 보려고 했는데, 이마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가볍게 화장을 했다.
미인이었다.
미인이라기보다는 이목구비가 뚜렸한 여자치고는 정말 잘 생긴 얼굴이었다.
비비안수야…뭐 계속 본 얼굴이니까 할 말이 없고 말이다.
침입자년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각선미가 정말 끝내주었다.
그냥 모델같은 각선미가 아니라 글래머한 약간 살집이 있는
각선미였다.
가슴도 큰 편 같고…..다리도 통통한게 정말 건강미인으로 보였다.
홍진이는 아래 체육관으로 내려가 버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본 홍진이는 뭔가 자기한테 불똥이 튈까봐
아예 내려간 모양이었다.
수왕보 위에 달아놓은 감시카메라가 지 혼자 움직여서 각도가 바뀌고
있었다.
내가 설치해 놓은 것인데 체육관 사무실에서 모니터로 보고 컴퓨터로
조작이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체육관 사무실에서 홍진이와 영식이가 여기를 보는 모양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서 감시 카메라를 꺼버렸다.
"죄송해요 사장님….이렇게 불쑥 찾아와서요…."
비비안수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을 했다.
"사장님하고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싶었어요….."
내가 천천히 대답을 했다.
"뭔 오해? 나한테 돈 뜯으려고, 니네 둘이 짜고 그런거라면서….."
내가 말을 하자마자 침입자년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제니는 아니에요….제가 돈이 필요해서 제니한테 계속 그런거에요….
제니는 그냥 저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런 것 뿐이에요….
돈이 차고 넘치는…..그냥….주변 사람들한테 돈을 잘 쓴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제가 제니한테……꺄악….."
침입자년이 말을 하다말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내가 또 딱밤을 치려고 손을 얼굴 앞에 댔기 때문이었다.
"이런….쓰벌…..
내가 니자 들어가는 이름 말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인상을 쓰면서 말을 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정말 싫었다.
한 해의 마지막날에 니자가 들어가는 이름을 듣고 싶지 않았다.
니자가 들어가는 이름…..
즉 쟈니는 잠재적 위험인물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만 더 지나면 내년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랑하는…그리고 자랑스러운 내 딸 아연이는 드디어 스무 살 성인이
되는 해이고, 나는 마흔 여덟 살이 된다.
사십대 후반이 되는 것이다.
마흔 일곱 살과 마흔 여덟 살은 뉘앙스가 달랐다.
마흔 세 살의 아내는 마흔 네 살이 되어 버린다.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마흔 네 살의 지나온 내 삶을 생각해 보았다.
나와 아내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렇게 사십대 후반과, 사십대 중반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말이다.
그리고 쟈니는….
아내보다 무려 일곱살이나 어린 쟈니는, 서른 일곱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중국의 한 소도시에 갇혀 있는 쟈니는 내년에 출소할 것이
확실했다.
게이브라더스가 다시 한 번 확인사살을 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쟈니가 자기 입으로 나를 찾아온다고 했다.
나를 찾아오겠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아내를 찾아 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평화로움을 깨고 싶지 않았다.
아내가 정신적인 간음을 하던 지랄을 하던, 나는 알고 있었다.
아내가 혼자 지랄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규칙적으로 나와 성관계를 가지는 아내는….실제로 누구와 그런적이
없다는 것을 일기뿐만 아니라, 아내 몸 자체로도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내는 정말 밖에서는 성관계 같은걸 전혀 안 하는 것 같았다.
항상 아내의 몸에서는 일정한 느낌이 났다.
나의 느낌….나에게 길들여진 듯한….그런 나만의 느낌 말이다.
강이와 아연이의 곁에 지금처럼 평화롭게 존재하는 아내의 모습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이에 비해서 지나칠 정도로 과한 나의 성욕 해소 상대로도 아내가
있는 것이 좋았다.
이젠 하다하다 레즈비언들까지 나를 농락하는 이 마당에,
내가 마음 편히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내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쟈니 버나드 씨발놈이 등장함과 동시에 깨져버릴
것이다.
언제는 아내가 대가리가 나빠서 쟈니에게 폭 빠졌었나?
아니다, 감정이 이성을 짓눌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오년간 불륜에 빠진 수많은 여성들을 보았다.
미친년들이 아니다.
단지 감정을 지배하지 못했을 뿐이고, 딱 한 번만 더….
딱 이번이 마지막이야…하는 심정으로 외간남자와 섹스를 하다가
가정이 파탄나고, 칼부림이 나고 그렇게 시궁창이 된 것이었다.
쟈니가 나타난다면, 그 어떤것도 내가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게 싫었다.
성인이 된 아연이는 이제 좀 안심이라고 해도, 엄마랑 같이 있을때는
한시도 지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 젖 만지면서
자는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내 맏상주 강이에게는….
어떤 시련이 닥칠지도 모르는 것이다.
잠재적 위험인물 쟈니를, 아니 쟈니 그 씨발놈과 비슷한 이름을 듣는
것만 해도 정말 짜증이 났다.
쟈니는 온건이나 복근이 그리고 순동이같은 지나가는 떨거지들이 아니었다.
조코치인지 좆코치인지 정신적인 간음을 한다는 그 놈과,
과거에 아내인지도 모르고 관계를 했다는 하코치인지 그 놈도 결국에는
다 떨거지일 뿐이다.
아내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살아 숨 쉬는 딜도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쟈니 버나드 씨발놈은 달랐다.
진짜 면사포 쓰고 결혼식까지 한 놈이다.
아내를 그렇게나 아끼고 좋아했던 택봉이의 주례로 말이다.
법적인 효력은 개뿔딱지도 없지만, 정신적인게 더 중요한 인간들이었다.
어느날부터 아내는 나에게 혼인신고의 혼자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아내는 이젠 그런건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었다.
하긴…..자기가 원한대로 다 차지했으니까 말이다.
다시 집으로 기어 들어와서….물론 일주일 내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 맘대로 집에 들고 나지 않는가….
쟈니 생각이 나는 것이 싫었다.
나에게 고통을 주고, 과거에 어찌했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미래에 내 이 평온한 삶을 흔드는게 너무 싫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 앞을 보았다.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 비명을 지른 침입자년을 보았다.
손이 올라가면서 앞머리를 내린 이마가 조금 보였다.
나는 한 손으로 머리를 옆으로 치워보았다.
이마 한 가운데가 뻘겋게 부어오른 자국이 아직도 있었다.
너무 심하긴 심한 것 같았다.
두번째 딱밤을 먹인게 더 세게 들어갔던것 같았다.
마음이 좀 그랬다.
그래도 여자인데….
동성연애가 죄는 아닐텐데….
하긴…내가 동성연애 한다고 때린건 아니었다.
나를 무시해서, 나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그래서 그런 것이지….
나는 한 숨을 쉬었다.
아무리 지가 터프한 척을 하려고 해도 여자는 여자였다.
깜짝 놀라서 꺄악 하고 여자 비명을 지른걸 보니….천상 여자는 여자였다.
"그래….할 말 해라….순덕이 니가 해라….
그리고, 미리 이야기 하는데, 난 이제 니 말 안 믿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술을 마시면서 그렇게 몇 시간씩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떠들었던 사람, 내 인생에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런데 넌 그게 다 거짓이었어.
이제 니가 어떤 변명을 해도 난 너를 믿지 않아.
나 내일 모레면 오십살이다.
내가 아무리 빠가라고 해도, 너희같은 애들한테 당하지 않아.
할 말만 빨리 하고 꺼져라…."
나는 순덕이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순덕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을 했다.
"죄송해요. 사장님…..정말….죄송합니다.
전 이런 방식 원하지 않았어요….진심이에요…
그리고 사장님하고 나누었던 이야기 거짓말 하나도 없어요…
그건…제가 우리 돌아가신 엄마 이름을 걸고 맹세할수 있어요….."
아….맞다..그때 술을 먹을때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가슴이 또 좀 아려왔다.
엄마가 딸이 동성연애자인것을 알면 얼마나 마음이 그러실까…..
갑자기 엄마 이야기가 나오니까 마음이 너무 뭉클해졌다.
내가 너무 악독하게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래….하여간에 용건만 이야기 해….
너 커피전문점 언제 그만두니? 나 솔직히 이 동네에서 너 보기
불편하다…"
내가 순덕이를 보고 말을 했다
"사장님, 죄송해요….저도 얼른 그만두고 싶은데, 다른 일자리를 아직
못 구했어요.
대학생들 방학기간이라서, 알바자리가 없어요.
정식 직장은 더 구하기 힘들구요….
직장에 다녀도…..제가…이런거…알려지면….오래 다니기가 힘들어요…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전문 자격이나 기술이 있는것도 아니구요…."
적어도 지금 순덕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것은 잘 알고 있었다.
술먹을때 다 하던 이야기 들이다.
"너 진짜 동성연애자….아니 레즈비언 맞는거야?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그러데 어떻게 나랑 그럴수가……"
"저…..저도…..그냥…..어거스틴 만난뒤로….
단 한 번도 남자와 관계를 해 본적이 없어요.
서른살 이전에는 몇 번 있었지만…..저하고는 잘 맞지 않았어요….
저…..바이 인가봐요….."
"바이면 양쪽 다 좋아한다는거잖아….그거 맞지?"
순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물끄러미 순덕이를 바라보고 있던 어거스틴인지 뭔지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제….아니….순덕이는 지금 잠시, 혼란을 겪고 있는거에요…
아저씨가, 그냥 잘 해주어서, 그냥 혼란을 겪고 있는 거라구요.
제가 요즘 조금 소흘해서, 순덕이는 외로웠던 거에요."
어거스틴은 제니라고 말을 하려다가 움찔해서 순덕이라는 본명을 불렀다.
엽전들은 진짜로 맞아야 되는 건가?
참 씁쓸했다.
패지 않으면 저런 학습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하나만 물어보자, 넌 진짜 도대체 누구냐?
어거스틴? 니 본명은 아닐꺼 아니야….."
"제….제 이름은 양봉심이에요…..순덕이와는 삼년전에 결혼을 했어요.
세상이 우리 결혼을 인정해 주지 않지만….우리는 진짜 부부에요…."
혀를 깨물었다.
양봉심과, 어순덕……..
이름 가지고 놀리는 걸 제일 싫어하는 나였다.
내가 복싱을 배운 이유는 애들이 이름 가지고 놀리고 때려서
그걸 보다못한 아버지가 속 터져서 복싱을 시킨 것이시다.
하지만, 나의 아무때나 뻥뻥 터지는 웃음기관 구조상 혀를 깨물지
않다가 뻥 터질수가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해가 되었다.
둘이서 어거스틴이고 제니고, 고상한 외국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이
말이다.
차라리 법원에 가서 개명을 하지….저게 뭔 지랄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일은 아닐것이다.
평생을 봉심이와 순덕이로 살았을텐데 말이다.
내가 멍멍 견이로 평생을 살았듯이 말이다.
갑자기 아버지 이름이 생각이 났다.
편육이 한 접시 먹고 싶어졌다.
마회장과 방금 삶은 편육을 놓고 막걸리를 먹던 때가 생각이 났다.
아 근데 나도 병신이지 내가 지금 봉심이 이름 알아서 어디다가
쓸 것인가?
용건만 알면되지….
"아…그래…..그건 그렇고….
니네 용건이나 말해주라….도대체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대놓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자 순덕이는 옆에 앉은 봉심이를 보았다.
봉심이는 작정한 듯이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아저씨가, 제 파트너를 성적으로, 음……아니….하여간에….
그러셨잖아요.
제 파트너는 남자랑 하는 관계 좋아하지 않는다구요.
바이라고 말은 했지만, 그건 그냥 술 때문이에요.
그리고 저 이거 보세요…."
봉심이가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보이쉬한 헤어스타일의 앞머리를 뒤로 넘기자 예쁘장하고
하얀 이마 가운데 빨갛게 부어오른 혹이 보였다.
너무 티가 많이 났다.
"많이 아팠어요.
하지만, 병원에도 가지 않았어요."
결국 돈 달라는 건가?
"그래서 뭐….."
내가 두 여자를 보면서 말을 했다.
그때 순덕이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제가 말씀드릴께요….
저희가, 요 몇 년간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전부 파트타임 일만
해서….경제적으로 많이 안 좋아요.
아저씨한테 뭐 협박하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그럴 생각 없어요.
다만….아저씨가 이 동네에서 돈도 제일 많다고 그러고, 불쌍한 사람들한테
돈도 그냥 팍팍 잘 주고, 마음도 따뜻하시다는 소문이 쫘악 퍼졌잖아요.
저희…..일본 가서 살고 싶어요…..
제가 그때 말씀드렸잖아요.
이십대 후반에…..어거스틴을 만나기전에 일본에서 한 달 정도 지낸적이
있었다구요…..
그냥…..우리가 살기에는, 일본이 더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저희는 돈이 없어요.
아저씨가…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일본으로 저희 그냥 사라질께요….
같은 커뮤니티에 있던 언니가 일본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있어요.
저희를 오라고 하는데….
저희가 지금 갈 형편이 안돼요….
돈을 열심히 둘이서 같이 모으는데도 말이에요."
순덕이는 그 얌전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나에게 말을 했다.
말을 듣고 보니까, 그냥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레즈비언이라고 이마에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정상적으로 참하게 생긴 애들이 삼십대 중반이 되도록 왜 이렇게
힘들게들 살아야만 하는지 말이다.
동성연애라는걸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건 원래 피가 그런거라서
못 고친다고, 옛날 취사반 선임이 나에게 말을 해 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죽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말이다.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참 안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순덕이가 말을 하고 나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머저리들…..
손바닥 만한 디카를 들고 사진 찍어서 나에게 돈을 뜯으려는 생각을
했다는 생각만 봐도, 얼마나 애들이 아마추어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인지 딱 답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냥, 건물 수리 공사 조금 더 한다고 생각하고, 돈을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었다.
요새 자잘한 기부들은 해도 큰 기부는 하지 못 했었다.
연말을 맞아서 이웃에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도와주고 싶었다.
순덕이는 게다가 나와 만리장성을 쌓은 사이가 아니던가…
나를 이용해 먹은건 아닌것 같았다.
그러기에 순덕이는 너무 순수해 보였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덕이에게 물었다.
"그래….순덕아…..그냥 나도 마음이 안 좋다….
내가 너 봉심이 때린것도 미안하고…마음이 좀 그러네…..
얼마가 필요한거니?"
순덕이는 내가 이런 식으로 순순히 나오자 놀라서 나를 보고는 바로
눈을 피하고 고개를 숙였다.
차마 금액을 말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양봉심….니가 말해봐….순덕이 성격에 그거 말하겠냐?
차비 줘두 거절하던 애인데….."
양봉심이도 침을 꿀꺽 삼키고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악인들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 브라더스도 참 본성들은 착한 애들인데….
게이 브라더스랑 봉심순덕 부부랑 단체 미팅이나….
에이…지금 내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때인가…..
그렇게 한참을 뜸을 들이던 양봉심이 내 눈을 보지 못하고
말을 했다.
"다…다섯장만 주시면……….바로 일본으로 갈께요…."
나는 기가 막혀서 헛 웃음이 나왔다.
애들이 순진해도 너무 순진한 것 같았다.
하긴 오백만원이면 비행기 표사고 일본에 가서 당장 생활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라도 당장 오백만원 뽑아다가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중에 순덕이 명품백이라도 하나 사주어야지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조금 무리가 가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순덕이와 육체관계까지 맺은 마당에…내가 다른데서 아끼고
다섯장을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었다.
영식이 홍진이와 수왕보에서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망년회를 했다.
한 해동안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낸것을 감사하고 술을 한 잔씩 했다.
저녁은 다들 가족과 보낼 예정이어서 간단하게들 먹고 헤어졌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한 해를 잘 넘기게 된 것 같았다.
아까, 순덕이와 양봉심에게 새해 연휴 지나고 바로 돈을 주겠다고
말을 해서 잘 보낸것이 생각나니까 마음이 편하고 뿌듯했다.
그냥 동생같은 애들인데…오백만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데….
다른데서 차라리 조금 더 허리띠 졸라매고 아끼자는 생각을 했다.
옛날 같으면 내 두 달 월급보다도 많은 돈이라서 손을 발발 떨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백이면 내 건물에서 벌리는 돈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돈이었다.
참 인간 편견이 어떻게 이렇게 발전을 했는지…
옛날 같으면 오백이 아니라 오만원에도 발발 떨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새해가 지나고 돈을 찾아서 순덕이에게 봉투에 잘 넣어서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가서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냈다.
어찌되었든간에 우리 네가족이 모여 있었다.
아내는 이젠 완전히 무슨 성탄절이나 연말이나 이런 날은 당연히
같이 보내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한 것 같았다.
저녁에 맛있는 닭요리를 해서 다 같이 먹고 티브이를 같이 보았다.
아연이는 자기 방에서 컴퓨터를 하는 것 같고, 강이는 일찍 씻겨서
재웠다.
강이도 이제 내년이면 네 살이었다.
참….정말 세월 빠른 것 같았다.
아내는 안방에서 장롱 정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아내가 나를 보고 물었다.
"여보, 장롱 안에 있던 내 백들 중에서 몇 개가 없어졌어요.
혹시 당신이 가져다 버리거나 그런거 아니에요?"
"다 불태워 버리려다가 비싼거 같아서 팔아 먹으려고 참았지….
마음은 그랬는데…..손도 안댔어….귀찮아서…."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내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말을 했다.
"정말 이상한게, 그냥 보통 백들은 다 그대로 있는데, 한정판 백들만
싹 사라졌어요.
전 세계에 백개밖에 안 풀려서 나도 잘 안 들고 다니던 것도 있는데…..
그런건 돈으로 값을 매길수가 없거든요….
부르는게 값이라서…."
나는 그때 순간 머리속에 뭔가 팍 떠올랐다.
"혹시 그건 진짜 순금딱지 같은거 붙어 있는거 아니야?"
"맞아요….그것하고 빨간 가방도 있고, 베이지 색도 그렇고….."
나는 아연이방에서 청소를 하다가 아연이 방 붙박이 장롱 안에 그것들이
잘 모셔져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당신이 집 나갈때 어차피 다 버리고 간거잖아….
이제와서 뭘 그런걸 챙겨….
한 번 버렸으면 땡이지…
아연이방 붙박이 장 안에…..핸드백 같은것들 여러 개 있던데….
아연이가 다 챙겼나 보네….."
내 말을 들은 아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어떻게 진짜 한정판…..구하지 못할 것들만 다 챙겼네….."
아내가 혼잣말을 하면서 웃었다.
뭐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예전에 아내 구두들도 이미 아연이가 좋은 것들만 다 챙겼으니까
말이다.
세상에 오연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건, 솔직히 그 안에서 나온
아내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아연이 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연이가 크면 클수록 아내는 아연이에게 정말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새해 연휴가 지나가고 있었다.
연휴 내내 아내와 붙어 있으면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우리 이혼한 부부는 마치 옛날 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딱 붙어서
연휴를 같이 지냈다.
아내가 쇼파에 누워서 내 몸 위에 발을 얹고 있어도,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우리는 그렇게 편하게 연휴를 보냈다.
소파위에 아내와 내가 서로 반대로 눕고 아내의 앞에 강이가 누운채로
누워서 티브이를 보면서 연휴를 보내는 것 같았다.
아연이는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학기중보다 더 바쁜 것 같았다.
집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이월초면 아연이도 졸업이었다.
아연이는 대학생이 될 준비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방학인데도 개인레슨을 해주시는 교수님한테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레슨시간을 입시 전보다 더 늘려가면서 연습에 전력을 다 하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음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친구들과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겨룰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아내가 말하기를 아연이는 수석이 뭐 저래 하는 친구들의
비아냥거림이 있을까봐 더 바짝 연습하고, 실력을 쌓는 중이라고 말을 했다.
여자들의 질투는 남자들은 상상을 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
아내였다.
여자끼리의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그런게 정말 상상도 못 한 다는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을 했다.
일유대는 남녀공학인데 뭔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한 번 수석했으면 땡이지, 뭐 장학금이나 기분좋게
수령하면 될 일이었다.
내가 너무 생각을 편하게만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기는 했다.
그렇게 마흔 여덟살이 되어 있었다.
다시 새해가 밝았다.
마회장의 전화기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
겨울 내내 전화기를 켜지 않을 것이라는 마회장의 말이 있었다.
봄이 되기전에 마회장 목소리를 듣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나는 전화를 해서 새해인사라도 하고, 나랑 띠동갑이니 올해
딱 육십살이 된 마회장과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마회장의 전화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
젠장….
너무 보고 싶었다.
마회장이 내 안에 너무 크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회장과 북해도에서 차에 타고 길을 헤매고 다니던 그 때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간신히 봉옥봉이의 공장을 찾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젠 그것도 다 추억이 되어 버렸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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