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3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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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비밀일기 037 ----------------------------------------------
"나…난 말이야….."
말이 입 안에서 우물우물 맴돌았다.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평생을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았다.
강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항상 아내와 아연이 뒷바라지를 하면서
살았으니까 말이다.
세가족중에 두 명이 여자였다.
나는 선천적으로 여자한테 함부로 하지 못한다.
초등학교때는 그냥 순둥이였고…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를 나왔다.
대학때는 뭐 제대로 여자를 사귄적도 없었다.
맨날 그렇고 그런 애들하고 원나잇이나 즐긴 정도지…
나는 어쩌면 선천적으로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 많이 부족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여자가 우니까 딱히 할 말도 없고, 당황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비안수, 아니 순덕이를 강제로 그런 적은 없었다.
그리고 창녀처럼 함부로 다룬 적도 없었고 말이다.
니미 사까시도 한 번 못 받아 보았는데 무슨 창녀를 논하는건지….
그리고 밖에서 나와의 일을 양봉심에게 다 말을 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꾸며서 이야기를 했길래 양봉심이가 저렇게 팔팔 뛰는지
정말 난감했다.
마음이 좀 그랬다.
"수…순덕아…너희 카드빚이 얼마야?"
내 입에서 왜 그런말이 나왔는지는 몰랐다.
설마 오천만원이 다 카드빚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카드회사에서 많이 빌려줄리도 없고 말이다.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순덕이가 눈물을 훔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장님…추한꼴 보여서 미안해요….
다른 자리 구해지면….이제 이 동네 안 올께요…."
순덕이가 울먹이면서 말을 했다.
역시나 내가 사람을 잘 못 본것은 아니었다.
남편…아니지…남편이라고 하니까 이상했다.
파트너 몰래 바람을 피다가 걸린 아내라서 자기 파트너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만 했었던 것일까?
순덕이의 처지가 복잡할 것만 같았다.
사정이 정말 딱한것 같기는 했다.
보통 드라마 같은데서 보면, 합의금 조로 준 돈이 적으면 그 돈이나
봉투를 상대의 얼굴에 집어 던지면서 이걸 성의라고 표현한거냐고
막 소리를 지르던데, 이 애들은 이미 준 오백은 카드빚 갚느라고 다 쓰고
나에게 던질것도 없었다.
순덕이가 양봉심을 부축해서 일어나려고 했다.
순덕이가 자신의 손으로 양봉심의 눈과 코를 닦아내 주었다.
양봉심이 순덕이보다 더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외도를 한 남편의 심정일까?
정말로 내가 동성연애자가 되어 보기전에는 알 수가 없는 그런 심정일 것
같았다.
순덕이가 양봉심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면서 일으키려고 했다.
눈물을 닦아주면서 일으키고 있었다.
이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정말 바닥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의자 옆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통곡하는 양봉심이의 청바지
각선미는 대박이었다.
오연지같은 완전 모델같이 매끈한 다리가 아니었다.
적당히 허벅지부터 통통해서 골반이 잘 발달한 진짜
완전 글래머 스타일의 하체였다.
하지만 배도 나오지 않았고 허리는 잘록했다.
술집같은 일은 못 한다고 했지만, 꼭 술집이 아니더라도, 유흥업소에
종사하면 남자들한테 인기는 대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참….나쁜 놈인것인가…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상상이나 하고 말이다.
순덕이 같이 야리야리한 요정 스타일과 정을 나누어 봤으니…
봉심이 같은 스타일도, 참……
에이…그러지 말자…
점점….나쁜 놈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내가 강무준이와 다른게 뭐가 있겠는가….
강무준이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제 평생을 힘들게 살아가야
할텐데…콩팥이 하나 나갔고, 배에 그렇게 대 수술을 했으면, 어쩌면
평생 다시 성관계가 힘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를 미워하고 눈물을 흘리는 봉심이의 꽉끼는 청바지 자태를 보면서
흑심을 품는 내가 한심하고 나쁘게 생각 되었다.
하지만, 저렇게 꽉 끼는 청바지를 너무 오래 입으면 음부에 냉이 낄텐데…..
하는 걱정이 자꾸만 들었다.
나도 진짜 정상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 냉끼는 것 까지 걱정을 해주다니 말이다.
그때였다.
양봉심이 일어섰다.
볼매였다.
진짜…볼수록 몸매가 정말 심한 글래머였다.
양봉심과 어순덕이 서로 밤에 같이 자는 것인가?
설마 양봉심에게 그게 달려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조금은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순덕이가 내 굵은 물건을 정말 무리없이 몸 깊숙히 넣는 것을 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기 때문이었다.
양봉심이 무언가를 순덕이에게 말을 했다.
양봉심은 눈물을 자기 소매로 훔쳐내었다.
그리고 울음을 멈춘 것 같았다.
순덕이가 고개를 심하게 가로 저었다.
"안돼…어거스틴….그건 절대로 안돼…."
순덕이가 당황해서 조금 목소리를 높여서 봉심이에게 말을 했다.
뭐가 안 된 다는 걸까?
설마 몸에 기름을 붓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시팔…저 옆 건물에 불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그리고 설마…지 몸에 붓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붓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순간적으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순덕이의 만류를 뿌리치고 양봉심이 눈물을 마저 닦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순덕이는 사색이 되어서 옆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양봉심이 입을 열었다.
"다섯장 안 주시면, 아저씨가 제 파트너를 유린한 것을
아저씨 딸을 찾아가서 다 말할꺼에요.
아저씨 딸이 누군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올해 일유대 바이얼린 수석 합격
했다면서요. 무슨과인지도 모르지만 바이얼린 하면서, 수석했다고 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꺼에요. 아저씨 성이 흔한 성이 아니잖아요.
제가 일하는 어린이집이 일유대 후문에 있는 거에요.
제가 직접 찾아갈꺼에요.
저도 제니가 가져온 그 떡 먹어보았어요. 저도 그런 맛있는 떡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거에요. 제니도 태어나서 그런 맛있는 떡 처음 먹어 보았다고
일부러 한 세트 더 챙겨서 저 가져다 준 거에요.
아저씨 딸이 수석합격해서 아저씨가 그 비싼 고급 떡을 다 돌린 거잖아요.
그렇게 아끼는 아저씨 딸에게 다 말할꺼에요.
아저씨가 제 사랑하는 사람을 건드렸다고."
나는 순간 바닥에 주저 앉을뻔했다.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 버렸다.
단 한 번도 예상해 보지 않았던 경우의 수였다.
내 손과 발이….아니 내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사람은 지킬것이 없는 사람이다.
지킬것이 없으니까, 심지어 자기 목숨마저 지키지 않고 달려드는 사람을
무슨 재간으로 당할 것인가.
자살폭탄테러같은 것을 정말로 혐오하고 싫어하지만, 그걸 과연 막을수가
있을까?
자기 목숨을 던지면서 달려드는 상대를 무슨 재간으로 막아낼 것인가.
역으로 말해서, 자기 목숨마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달려드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이라고 하면, 제일 용감할 수 없는 사람은 지킬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차라리 돈 이라면,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 어이없는 년 입에서 내 딸을 거론한 말이
나온뒤로는 나는 그 어떤 판단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이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그 욱하는 마음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저 년을 번쩍 들어서 편셔리 아래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두개골이 빠개지도록 강력한 라이트 훅을 대갈통에 날려 버리고 싶었다.
아연이한테 말하는 그 내용이 겁이 난다기 보다, 아연이가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하고 섞이는 그 자체가 싫었다.
저런 여자가 아연이를 찾아가서 말을 섞는다는 자체가 싫었다.
그건 막아야만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력을 쓸 것인가?
무력을 쓰면, 죽이기 전에는 내가 승산이 없을 텐데….
나한테 맞으면 경찰에도 신고하고, 또 가서 아연이하테 말을 하거나,
말을 한다고 나를 계속 협박할텐데 말이다.
돈을 줄 것인가?
오천만원이라는 돈은 정말 거액이다.
나도 아직 돈을 펑펑 쓰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상당히 많은 내 소득 전부를 거의 저축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제로 금리에 가까운 낮은 이자율 이지만, 그나마 안전히 맡길곳은
은행밖에 없다는 생각에 따박따박 적금을 분산해서 예치하고
돈을 불려 가고 있었다.
내가 갑자기 꽥 죽어버리더라도, 우리 아연이랑 강이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는데 한 점 부족함이 없도록 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게 내 인생의 최종 목표이자 절대 목표이다.
애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면, 내 인생은 그게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미련하다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그 애들에게 무언가 바라는게 있고, 나중에 원하는게 있다면 그건
내가 잘 못 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난 우리 아연이와 강이에게 바라는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기들 인생이 행복하게 되는 걸 바랄 뿐이다.
그 애들이 잘 된 후에, 그 애들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없었다.
그 자체가 내 행복이었다.
강이는 아직 어리다.
해가 바뀌어 올해 겨우 네 살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아연이는 아니다.
아연이의 성장과정이 곧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인생 전부이다.
아연이를 키우면서 나도 같이 컸다.
그런 아연이에게 그 어떤 고민거리고 주고 싶지 않았다.
돈으로 해결할수 있을까?
저 년들이, 아니 솔직히 순덕이의 진짜 속 마음은 무얼까?
물론 봉심이일 것이다.
결국 양봉심을 택하겠지…
나를 위하는 척 양봉심을 말리는 척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순덕이도
양봉심이와 같이 내가 돈을 주는 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흥신소를 하면서 마회장에게 배웠던게 있다.
돈을 요구하면서 협박하는 놈에게는 절대로 돈을 주면 안된다고…
그럴때는 러시아처럼 밀어 붙이고 다 때려 부숴서 절대로 협상의 여지를
주면, 안 된다고, 다 때려 부수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아니면 협박을 하는 놈의 뒤통수를 칠 방법을 찾던지 말이다.
회장님이 내 곁에 있었다면, 같이 해결책을 논의할수 있었을텐데
나는 지금 아무런 해결책이 없었다.
정말 너무 막막했다.
일이천만원이면 차라리 그냥 내일이라도 바로 주고 먹고 떨어지라고
할텐데….
오천만원은 정말 거액이었다.
내 이년연봉이라는게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실제 그것보다도 못 한 삶을 살았었으니까 말이다.
아내에게 얹혀 살던 그런 무능한 인생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돈을 주었는데, 딸에게 또 이르겠다고 돈을 더 달라고 협박하면
그때는 어쩔것인가?
정말 눈 앞이 캄캄하고 몸이 발발 떨렸다.
나는 봉심이에게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딸을 거론한 봉심이와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쩌면 봉심이가 두려워서 그런 것인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절대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절대로 거론되어서는 안되는 그 존재를
입에 올린 봉심이가 두려웠다.
내가 봉심이에게 위해를 가할까봐 두려웠다.
참다참다가 주먹이 봉심이의 얼굴에 꽂혀버릴까봐 두려웠다.
아무리 글래머로 체격이 좋은 여자라고 해도, 내 맨 주먹을 정통으로 맞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분노라기 보다는 자기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고
머리속으로 수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가 안 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나를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순덕아….내일 좀 만나서 이야기 하자….내가 생각 좀 해볼께…..
내일 오후에….내일 오후에 보자고……"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순덕이를 보고 말을 했다.
이 상황을 일단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 이 여자들 앞에 서 있는 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너무나도 간절히 말이다.
양봉심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죄송해요….
저희도, 나쁜 사람들은 아닌데….
돈이 저희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저도 이런 제가 싫어요. 제 파트너를 빼앗은 걸 돈으로 값을 매기는
제가 너무 싫은데, 돈이 있어야 제니가 괴롭지 않아요.
요새 제니가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르실꺼에요.
내일 꼭 그 돈 주시겠다는 확답 주세요…
그럼 저도 사장님 용서해드릴께요.
아니….우리 그냥 떠날버릴께요…"
양봉심이 많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양봉심도 내가 당황한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리고는 순덕이와 같이 손을 잡고 옥상에서 내려가 버렸다.
나는 힘없이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얼마의 시간동안 그렇게 멍하니 있었는지 시간의 개념도 없었다.
영식이 홍진이가 여자들이 가고 난 후에 나를 보러 올라왔다가
내 표정이 심각해 보였는지 다시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나는 거의 넋이 나간것 같았다.
거의 한 이십번은 본 것 같은 영화 테이큰이 생각이 났다.
리암 니슨이 딸을 지키기 위해서 아주 날라 다니던게 생각이 났다.
차라리 나도 그렇게 무법천지처럼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그럼 저 양봉심이를 아작을 내어 놓을텐데…
순덕이는 고문을 해서 니 진심이 뭐냐고….진심을 털어놓게 만들고 말이다.
아연이가 합격을 한 후에, 작년 말에 아연이에게 성교욱 특강을 한 것이
생각이 났다.
마지막 성교육이라고 하면서 잔소리를 했던 그 날이 말이다.
아연이에게는 그렇게 잔소리를 해 대었으면서, 아빠라는 인간은
레즈비언하고 모텔에서 떡을 치고 다녔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야 없겠지만, 아연이가 아빠한테 얼마나 실망을 할까…
올해 겨우 성인이 된 딸에게 정말 보이고 싶지 않은….
평생 죽을때까지도 알리고 싶지 않은…못난 아빠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오연지가 아연이에게 실망을 주고 그런 모습 보인것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
나까지 아연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연이는 무슨 죄인가…
엄마 아빠가 모두 그런 호색한이면, 아연이는 얼마나 상심하겠는가….
세상 사람들 다 알아도 괜찮았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오연지가 알아도 상관 없었다.
그냥 쪽 팔리고 말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연이가 알면 안된다.
아연이한테는 그냥 좋은 아빠이고 싶었다.
한결같은…그렇게 이십년을 곁에서 지켜준 좋은 아빠이고 싶은데….
저 썅년들이 그걸 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절대로 그런걸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아연이였다.
차라리 입장 바뀌어서 강이라면….강이라면 차라리 말을 하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라고 했을 것이다.
성인이 된 강이한테 그런걸 말을 한다고 했으면, 난 그냥 말하던지 말던지
좆 꼴리는 대로 하라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자들끼리는 그냥….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그 연세에도 다방 레지들이나 찾집 여자들하고 별 짓을
다 하고 다니시는 것을 내가 알아도,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나 사랑이
단 일프로도 줄어들지 않는것과 마찬가지이다.
남자들끼리는 쪽팔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설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연이에게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이고,
어떻게 설명을 한단 말인가….
그렇게 긴 오후시간 내내 수왕보에 앉아서 멍하니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강의가 없는 날이어서 집에서 강이랑 놀고 있던 아내가 나를 보더니
말을 했다.
"당신 어디 아파요? 안색이 많이 좋지 않아요…."
"으…응….두통이 좀 있어서….괜찮아….."
나는 옷을 갈아입은 후에 손을 씻고서 저녁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요리를 할때가 마음이 편했다.
요리를 하다가 뜨거운 기름이 손가락에 튀었다.
웬만해서는 이런 실수를 잘 안 하는데…
다행히 굳은살 위에 튀어서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름이 튄 부위가
벌겋게 부었다.
요리경력 거의 이십 오년이다.
웬만해서는 이런 실수 거의 없었다.
불과 기름을 가지고 노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내가 지금 정신적으로 많이 혼란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봄에 일본에서 하는 콩쿨에 나갈 생각이라는
아연이의 환하게 핀 얼굴을 보면서, 아연이의 인생에 절대로 작은
오점이라도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는 대학생활을 준비하는게 너무 좋은 모양이었다.
벌써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일유대에 가서 캠퍼스도 돌아보고,
그쪽 음대 연습실에서 연습도 하는 모양이었다.
강사님들도 올해 기악과 수석이라서 아연이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아연이는 일주일에 몇 번은 벌써 그 곳에 가서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밝게 웃으면서 저녁을 맛있게 먹는 아연이를 보면서 결심을 했다
일유대 캠퍼스에 양봉심이가 들어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겠다는 생각을
말이다.
아연이와 엮일 필요도 없고, 아연이가 이런 일에 개입이 되어서도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을 말이다.
밤에 아연이와 강이를 재우고 아내가 뒷 방으로 왔다.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지금 내가 섹스를 할 때가 아니었다.
돈을 준다고 해도 돈이 너무 아까웠다.
정말 낭비 하나 안 하고 모은 돈인데…나중에 다 우리 애들 줄 돈인데…
차라리 어디 불쌍한 애들을 위해서 기부를 한다면 온 가족 이름으로
뜻 깊은 일이기나 하겠지만…
협박에 굴복해서 돈을 준다는 것이 도대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오년간 흥신소를 하면서 그렇게 수 없이 많이 보았던 그 기준에서
내 스스로가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너무 크기에 말이다.
"저기….자기야…미안해. 내가 오늘 몸이 너무 안 좋네….
우리 내일 하자….."
내가 내 옆에 누운 아내에게 말을 했다.
"나 내일 강의 있는데…..당신이 집에 못 오게 한 날인데…..못 오게…..."
아내가 한 숨을 쉬면서 내 등을 안고 혼자 넋두리같은 혼잣말을 했다.
아래에서 신호가 오기는 했다.
아내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머리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 숨을 쉬다가 아주 서서히 잠에 빠지는 것 같았다.
다음날 오후에 순덕이 봉심이와 만났다.
편셔리 옥상이 아니라, 처음 순덕이가 혼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던
편셔리 뒤쪽의 조금은 외진 곳에 있는 그 벤치에서 말이다.
그곳이면 누가 따로 볼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수왕보 보다는 그곳이 좋을 것 같았다.
그곳에 혼자 오래 앉아 있는데 그 애들이 나중에 와서 내 옆에 앉았다.
내 바로 옆에 순덕이가 앉았고, 그 옆에 봉심이가 앉았다.
대여섯명 정도 앉을 긴 벤치에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이 앉아 있었다.
"돈 주면…..바로 일본으로 갈꺼야?"
내가 순덕이를 보면서 물었다.
순덕이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죄송해요 사장님……"
봉심이가 이어서 말을 했다.
"준비하는데 보름 정도는 걸릴꺼에요, 하지만 제니 저 커피전문점은
바로 그만둘께요….대타 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면 금방 구해진다니까요
그 정도 시간만 봐 주세요….
사장님, 저도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제니가 사장님하고 술 마시면서 했던 대화를 이야기 해주었던게 기억이
났었어요. 사장님이 얼마나 따님을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저도 제가 사장님께 한 말이 진짜 금수만도 못 한거 알아요…
그만큼 저희가 절박하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레즈비언 발전기금 오천만원 낸다고 생각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돈은 어떻게 줘야하니? 현금을 찾아줄까? 계좌로 부쳐줄까?"
내가 그냥 멍하니 앞을 보면서 말을 했다.
"사장님 편한대로 해주세요…."
봉심이도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했다.
봉심이가 저렇게 나오니까 나도 기분이 그냥 이상했다.
패 죽여도 시원치 않은데 말이다.
"그런데, 내가 돈 주면, 진짜 다시는 나 안 찾아올꺼지?"
나는 다시 한 번 순덕이와 봉심이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내가 멍하니 정신을 놓은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다가 순덕이와 봉심이쪽을
쳐다보면서 질문을 했는데, 순덕이와 봉심이는 동시에 내가 아닌
내 뒤를 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거나 나처럼 앞만 보고 있던 두 년이 갑자기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뒤에 캔디라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젖같은 상황에, 이런 개같은 상상을 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병신 똥개같은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엄마야…"
나도 모르게 입에서 엄마야라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내 뒤에는 우리 엄마가 아니라 강이 엄마가 서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9292뱅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