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4] 끝없는 여행 005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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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여행 005 ---------------------------------------------------------
이 정도면 되었다.
더 이상 이 남자와 엮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보원 형님에게 약속한 따블의 페이를 지급했다.
형님은 얼른 마회장 불러와서 일 좀 많이 달라고 죽어가는 소리를 했다.
불경기라서 죽겠다고 엄살을 부리면서 말이다.
나는 정보원 형님과 헤어진후에 편셔리로 와서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형님이 조사해온 것을 가지고 편셔리 옥상의 의자에 혼자 앉아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흔세살인데 장가도 못 가고 춤선생을 하고 있었다.
말이 좋아 춤선생이지, 개인교습을 하지 않으면 마땅한 벌이도
없는 그런 백수나 다름 없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대형 고깃집에서 발렛파킹 알바를 할 것인가….
그냥….
기분이 좀 그랬다.
아연이의 친부라면….
그냥…
아연이의 친부가 만약에 박재호 같은 훈남에 천재에….그런 남자였다면
차라리 어땠을까?
다음날 사교춤학원 앞에 차를 세우고,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대가리털 확보가 급선무였다.
다른건 필요가 없었다.
일단 머리털이 있어야, 아연이 친부가 정확하다는 확신을 얻을수가
있었다.
일단 이목구비와 생김새로 봐서는, 거의 백프로일 것만 같았다.
아연이에게 가발만 씌워 놓아도 저 남자랑 대충 와꾸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쁘게 생긴 남자였다.
정보원 형님이 건넨 자료의 뒷장까지 세세히 보았다.
형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보고서 내용이 진짜 무슨 범죄수사기록
같이 치밀했다.
형님이 따블을 부른 건수라서 그런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조사하신것 같았다.
이게…내 딸과 관련이 있는 것은 형님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실 것이다.
마침 또 딱 춤선생이니까 불륜 건수와 관련된 조사로만 아셨을 것이다.
그냥….그 남자의 인생이 쭈욱 그런것 같았다.
제대로 된 결혼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계속 미혼인 상태로 40대 까지 온 것이었다.
비슷하게 유부녀들과 동거만 하다가 그렇게 나이를 먹은것 같다는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그때였다.
남자의 아토즈가 천천히 학원 앞에 차를 대고 있었다.
남자는 후진으로 차를 주차하고 있었다.
자리가 조금 좁은 듯 했다.
가로주차를 내 뒤의 자리에 하려는 것 같았다.
내 차가 너무 크니까 내 차와 다른 차 사이에 공간이 좁은데 거기에
자신의 경차를 집어 넣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딱히 다른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나 같으면 저쪽 이면도로에 하고 걸어올텐데, 거 상당히 묘한 고집이
있는 놈이었다.
핸들을 이빠이 돌려가면서 주차를 하는데 학원에서 나오던 어떤 배가
많이 나온, 화장이 진한 뚱뚱한 아줌마가 남자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남자도 열린 창문으로 아줌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줌마가 남자에게 손을 흔들고 인도쪽으로 걸어가는 것 같았다.
룸밀러로 남자의 그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
남자의 아토즈 후면이 내 에스컬레이드의 후면에 불안하게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쿵 하는 소리와 우지끈 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아뿔싸….
이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남자가 내 차를 뒤에서 받은 것이었다.
자신의 아토즈 뒤로 말이다.
나는 잠시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와 마주서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
남자는 차에서 내려서 어쩔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내 차를 보고 있었다.
나는 하는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차를 몰아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어차피 남자의 머리털을 확보하려면,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한 번은
마주쳐야만 했다
찜질방에서 자는 놈 대가리털을 뽑지 않는 한 말이다.
차에서 내렸다.
여자같이 잘 빠진 몸매의 남자가 나를 쳐다 보았다.
세상에…다리가 무슨 오연지 다리같은 각선미였다.
검정 바지를 입고 있는데 타이트 하게 몸에 붙는 바지였다.
무슨 미스코리아 다리같이 길고 쫙 뻗은 여자 다리 같았다.
"서…선생님…정말 죄송합니다. 여기 차가 좀 상한것 같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말을 했다.
나는 내 에스컬레이드를 보았다.
뒤쪽 라이트가 깨져 있었다
아토즈의 뒤로 받은 모양이었다.
아토즈의 뒤도 차가 손상이 가 있었다.
지금 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이 차…..비싼차죠…..이거…얼마나 할까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남자는 정말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했다.
목소리도 갸날픈 목소리였다.
정말 게이가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여성적인 남자였다.
하지만 53살의 아줌마랑 동거를 하는 제비라고 하니까 게이는 아닐 것이다.
남자의 얼굴을 가까이서 다시 보았다.
그때 고깃집에서 차를 맡길때는 저녁이라서, 남자가 너무 바쁘게
움직일때라서 자세히 보지 못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밝은 대낮이었고, 남자는 지금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무슨 마흔 세살이 이렇게 피부가 좋은가….
이건 후천적인 관리를 받은 피부가 아니었다.
봉옥봉이처럼 피부에 돈을 쏟아부어서 만든 피부는 아니었다.
주름도 있고,
세월의 흔적이 있는 피부지만, 정말 태어나면서부터 피부의 빛깔을
타고난 그런 남자 같았다.
예전에 영화에서 보았던 알비노라는 하얀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이 남자는 정말 그 머리털부터 눈썹까지 다 하얀 알비노 여자들이
생각이 날만큼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과, 나이를 먹은 흔적은 가지고 있지만, 주름도 있지만
정말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연이의 정말 매끈하고 말끔한 피부는…..
오연지를 닮은 것이 아니었다.
오연지보다 더 윗급의 그런 매끈한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봉옥봉이 따위는 감히 대지도 못할….그런 피부를 말이다.
이 남자가 봉옥봉이처럼 피부에 돈을 들인다면 정말 연예인 필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마른것 같았다.
그래도 남자인데 말이다.
타조처럼 커다란 눈에 오똑한 콧날…..
이 남자가 아연이 친부가 아니라면, 세상에 누가 아연이 친부일수
있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차를 보았다.
이 차가 몇 년이나 되었을까?
십년은 훨씬 넘었을것 같고….거의 십수년은 되었을 것 같은 그런
완전 오래되어 보이는, 차량의 도색이 전부 바래버린 그런 아토즈였다.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긁힌데가 많은 차였다.
차 안을 보니 수동 기어였다.
요새도 수동 기어를 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구나, 수동기어 졸라게
넣어가면서 후진해서 이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면서
지나가는 아줌마한테까지 손을 흔드니 안 박을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왜 이럴까….
그냥….밉지가 않았다.
아연이 친부를 만나면 모가지를 꺽어버려야지 하는 마음까지 먹고
있었는데….
그냥 사람이 너무 선량하게 생긴 것 같았다.
너무 선량한 눈빛으로 죄송하다고 말하는 남자가 밉지 않았다.
신성일이라는 이 남자가…..밉지 않았다.
이 남자는…..아연이의 존재 같은건 젼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연이라는 올해 스무살이 된, 대한민국 최고의 음대 학과에서 수석을
한, 그런 딸이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할까?
그건 내가 아니더라도,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다 마찬가지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의지가 아닌 것 같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뒤에 라이트에 금이 가 있어서
교체하려고 했던 겁니다.
어차피 교체할건데….신기하게 그 부분만 박살이 났네요…
다른데는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가벼운 미소까지 지어 보이면서 남자에게 말을 했다.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펴지는 것 같았다.
"저…정말이요….안 물어 드려도….괜찮은건지…"
남자가 말까지 더듬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네….괜찮습니다."
내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이 새끼가 무슨 죄가 있을까? 화장실에서 떡을 치자고 하는 년이
미친년이지….어떤 놈인들 오연지같은 미인이 화장실에서 주겠다는데
안 주워 먹겠는가…
나 같아도 먹었을 것이다.
남자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사색이 되었던 얼굴이 다시 환하게 펴진 것 같았다.
"저기…선생님…제가 여기 댄스학원에서 춤을 가르치는 사람이거든요,
괜찮으시면, 제가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대접할께요….
같이 올라가시죠…"
남자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세상 어떤 여자가, 아니 아줌마가 저렇게 고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남자를
마다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기분이 먹먹했다
남자를 따라서 3층에 있는 사교춤 학원에 올라갔다.
빨간빤스가 다 보이는 이상야릇한 치마를 입고 40대의 한 여성이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다리를 막 흔들고 지랄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저게 지르박인지 차차차인지 나는 잘 몰랐지만 웬지 모르게 흥겨워 보였다.
남자가 종이컵에 커피를 타 주었다.
모르는 놈을 따라서 이렇게 커피를 마시겠다고 따라온 나도 이상한
놈이었다.
놈은 정말 사교춤 강사라서 그런지 사교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춤에 대해서 거품을 물면서 나에게 설명을 했다.
나 보고도 춤을 한 번 배워보라고 거품까지 튀기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기회였다.
오늘 대가리털을 뽑아야 할 것 같았다.
한참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약장수처럼 말을 잘 하는 놈이었다.
저러니 유부녀들을 꼬셔서 동거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테이블위에 있는 앨범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사교춤 대회에 남자가 참가했던 사진들이 담긴 앨범들이었다.
남자가 고개를 숙일때 내가 남자에게 말을 했다.
"여기 머리에 끈끈이 같은게 붙었네요, 제가 떼어 드릴께요.."
나는 말을 함과 동시에 남자의 긴 머리를 두세가닥 잽싸게 뽑아버렸다.
남의 머리털 뽑는건 아주 이제 이골이 나 있었다.
"고맙습니다."
남자는 대가리털 뽑힌곳이 근질근질한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에게
인사를 했다.
지 대가리털 뽑는데 고맙다고 인사를 하다니…
천성은 참 착한 놈 같이 보였다.
아연이가 속마음이 여리고 착한게….어릴때 그 큰 눈을 껌벅이면서
겁이 참 많았던 것이….
집안에 있는 화장실인데도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소변을 볼때 내가
변기 앞에 서 있어야 했을 정도로 겁이 많고 마음이 여렸던것이….
아내 때문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나는 뽑은 머리를 잽싸게 주머니에 숨겼다.
그리고 남자가 한 눈을 파는 사이에 남자가 마신 커피잔까지 확보했다.
내 종이컵과 그 남자의 종이컵까지 내가 집으면서 말을 했다.
"차에서 재털이로 쓰려구요…."
내가 실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남자에게 말을 했다.
나는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는데 말이다.
남자는 깨끗한 종이컵을 다섯개나 더 가지고 와서 나에게 내밀었다.
"선생님 이것도 쓰세요…."
남자는 환하게 웃었다.
비싼 외제차 수리비를 안 받는걸 너무 고마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커피를 잘 마셨다고, 어디 가봐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남자와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남자가 계단 앞까지 따라 나와서 춤 한 달 무료로 가르쳐 준다고 꼭 다시
한 번 들러 달라고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너무도 쉽게 남자의 머리카락과 유전자 검사가 가능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커피를 마신 종이컵까지 확보를 했다.
너무 쉬웠다.
생각보다 말이다.
나는 차를 몰고 바로 유전자검사 업체로 향했다.
"뭐에요? 진짜 편이사 이러기에요…"
유전자 업체 임원이 날 보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임원은 오랜만에 본 나에게 커피 줄 생각은 안하고, 자기 사장을 인터폰으로
불렀다.
나이가 지긋한 마회장 또래인 사장님이 임원방으로 달려오셨다.
"야, 편이사 정말 이럴꺼냐? 마대정보 이제 배부르다 이거지…."
사장님이 날 보더니 씩씩대면서 말씀하셨다.
"사장님, 저도 정말 일하고 싶어요….일을 안 하니까 우울증 걸리겠어요….
회장님이 따뜻한 봄날에 돌아오신다고 하셨으니 믿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사장님이 한참 나에게 뭐라고 하시더니 나 혼자라도 얼른 일을 다시
시작하라고 하시고, 방에서 나가셨다.
나는 평소 각별했던 임원에게 다시 조근조근히 말을 했다.
아주 중요한 건수라고, 이거 정말 초긴급으로 해달라고 말을 했다.
남자의 종이컵과, 머리카락을 유전자 업체의 봉투에 다시 담았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놓은 아연이의 머리카락까지 다시 내밀었다.
임원의 눈이 빛났다. 다시 마대정보진흥의 일이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 업체에서 내 인생이 두 번 흔들렸었다.
아연이의 검사결과….
그리고 강이의 검사결과까지….
오죽하면 다른 업체까지 다시 방문해서 몰래 재검사를 했겠는가….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 하게 만든 그 업체였다.
아내가 강의가 있는 날이라서 밤에 강이를 데리고 같이 침대에 누웠다.
"아빠….엄마…."
강이가 멀뚱히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목욕을 막 시키고 나온 참이라서 눈이 더욱 동글동글해 보였다.
어찌되었든간에, 이 세상에 나랑 이렇게 똑같이 생긴 놈이 하나 더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강이가 없었다면…..
아연이가 내 친자식이 아니란걸 알고…..강이마저 없었다면….
내 인생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마회장이 정관장이 아들을 낳았을때 그 부러워 하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정관장 부인인 안정숙여사를 혼자 마음속으로 흠모하던 마회장의
그 순수함을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마회장이 자기 친자식이 생겼으니 오죽하겠는가….
마음으로 낳아서 키운딸인 순영이를 시집보내고, 이제 새로 시작하는
마빈이 생겼으니 마회장 기분이 어떻겠는가…..
강이의 송아지 눈깔만큼 큰 눈을 보았다.
이 녀석….왜 이렇게 엄마만 찾는지…..
젖먹이때부터 엄마랑만 둘이 붙어살던 기억이 아직도 본능적으로
있는 모양이었다.
강이가 마트에서 아내에게 뒤뚱뒤뚱 달려가서 안기던 그 순간이
가끔씩 떠오를때면 내 눈에 저절로 눈물이 고인다….
그렇게 사랑하는 내 새끼…..
내가 죽으면 맏상주 노릇을 할 우리 강이를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아니면 이상한 것이었다.
종이컵의 디엔에이와 머리카락 디엔에이가 동일 인물이었다.
그리고 아연이 머리카락과 예전에 아연이를 검사했던 무기명의 A라는
조사결과도 전부 동일 인물이었다.
그동안의 데이터로 비교를 하니, 아연이의 머리카락이 바뀌었을리도
없고, 그 남자의 데이터가 바뀌었을리가 없다.
남자의 시료는 두 가지 였으니까 말이다.
아주 확실했다.
99.9프로의 친자관계였다.
눈물도 나지않고, 웃음도 나지않고, 담담했다.
아닐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말이다.
이제 확실했다.
아내에게도 말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내가 그 남자를 찾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 남자가 사는 세계와, 아연이가 사는 세계가 아주 조금이라도 접점을
찾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가 너무 흡사했다.
아연이가 그 남자를 본다면 아마도, 이상한 느낌을 받을것이 분명한
일이었다.
그냥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마대정보진흥으로 가서 그동안 잠자고 있던 장비를 손을 보았다.
내 에스컬레이드의 뒷자리에 임시로 장비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뒷좌석의 일부를 접어버리고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버렸다.
3월이 되기전에 나 혼자서라도 일을 다시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회장이 오면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이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다만 몇 번이라도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나는 몰두할 것이 정말로 필요했다.
모든걸 다 알아버렸다.
아연이의 친부까지….
그냥 마음이 짠 했다.
정말 마음이 짠 했다.
그렇게 오후 내내 다시 일을 할 준비를 했다.
일을 정말로 다시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냥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생각이 났다.
푸른 겨울 바다를 아내와 거닐면서 느꼈던 그 짭조름한 냄새가 다시
생각이 났다.
바닷가 모래사장 위로 나온 검정 바위에 올라서 바다를 멍하니
보던 그 시간들이 다시 생각났다.
평범한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특별한 것 보다는….
평범한게 더 좋은 것이라는….
그냥…간단한 진리를…..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차를 그 고깃집 근처로 몰았다.
멀찌감치서 남자가 발렛파킹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멍하니 남자가 정신없이 들고 나는 대형 고급 승용차들을
주차시키고 다시 줄을 맞추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가 강의가 없는 날이라서 강이와 같이 있을 것이었다.
나는 그냥 늦는다는 짧은 문자 하나만 아내에게 날려 주었다.
열시가 넘어서야 남자의 일이 끝났다.
남자는 아토즈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남자를 미행했다.
차를 보고 따라갈 필요는 없었다.
나는 이미 조사가 된 마춘미라는 여자의 집 주소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네비게이션에 마춘미의 집 주소를 넣고 따라가고 있었고, 지금
아토즈가 가는 방향은 딱 그 방향이었다.
상당히 오래된 듯한 서민 아파트 단지였다.
남자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아파트 현관 입구에 나와있던 한 여자가
손을 흔들었다.
신성일이라는 남자도 손을 흔들었다.
여자는 정말 오십대의 살이 쪄서 가슴이 축 늘어지고 배도 많이 나온
전형적인 아줌마였다.
신성일과 아줌마가 포옹을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같이 아파트 안으로 손을 잡고 들어갔다.
나는 그냥 잠시동안 차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의 사는 방식이 있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사는 방식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머리속에서…
아연이 친부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울 시기가 온 것 같았다.
요 며칠간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잘 지워질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게….아연이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밤 귀가해서 씻고 뒷방에 누우니, 잠시후에 아내가 내 옆에 와서
누웠다.
아내가 내 품에 안겼다.
나는 잠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내 품에 안긴 아내의 귀에 대고 아주 작은 말로 속삭였다.
"그 남자가 맞어…."
아내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 하다가 등을 보이고 돌아누웠다.
아내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우리는 서로의 몸에 손대지 않은채….그냥….잠을 청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긴 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도, 아내는 도통 말이 없었다.
강이에게 억지로 웃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아내는 표정이
정말 어두웠다.
강이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고 현관문을 나서기 전에
아내가 나를 끌어 안았다.
"정말 미안해요, 너무…..정말 너무 미안해요….."
아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됐어…..잊어….
난 잊을꺼야, 그러니까 당신도 잊어야해….."
아내의 눈에 한 가득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한테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런 것 같았으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항상 말했듯이, 이미 벌어진 일은, 아무리 몸부림치고 발버둥을 쳐봤자
바뀌는 건 좆도 없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런것이었다.
기분이 너무 그랬다.
뭔가 몰두할 것이 필요했다.
혼자라도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복잡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정보원들을 이용해서 정보를 캐고, 드론을 이용해서 몰래
불륜장면 촬영하는 수준까지의 일 정도만 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마회장이 복귀하면, 그때 다시 예전 수준까지
업무 영역을 넓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업무용 휴대폰을 켜자, 그동안 문자로 의뢰되었던 수많은 건수들이
쫘악 나왔다.
걸러 낼것은 걸러내고 최근 의뢰건들만 추려서 의뢰인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불륜을 캐는 일을 시작했다.
내 아내의 불륜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였던 놈이 남의 불륜이나 캐고
다니는게 좀 웃기기는 했지만, 뭐 어쩔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일을 하고 싶었다.
가족들이 아침 식사를 다 하고, 아내와 강이가 어린이집으로 가면,
나도 집안일을 마치고 바로 일을 하러 나갔다.
그래서 오후 세네시경까지는 일을 했다.
그냥, 무언가 일을 한다는 것이 좋았다.
드론으로 촬영하는 모텔방에서의 남자,여자의 벌거벗은 육신들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촬영한 것들을 캡쳐해서 의뢰인에게 발송을 하고 나면,
백이면 구십 이상이 친자 의뢰와 이혼에 대한 문의를 해 왔다.
그러면 변호사님과, 친자확인 업체에 사건을 넘겨주는 역할까지
진행을 했다.
그냥, 지난 오년간 몸에 익은 일을 다시 시작하니까 좋았다.
돈을 벌고 안 벌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형편이 안 좋아 보이는, 딱해보이는 의뢰인은 비용을 내 마음대로
조금 깍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이월의 하반기는 그렇게 일을 하면서 보냈다.
그럴수 밖에 없었다.
아연이 친부의 얼굴을 본 휴우증이 상당했다.
아내와는 그 남자가 맞다는 말을 한 이후로 일주일 이상 부부관계를
하지 않고 지냈다.
나도, 그리고 아내도, 이번 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그것들을 억지로 잊으려고 하고 있었고,
아내는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내 탓을 할 필요는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못난놈이 신세한탄 하는 놈이니까….과거 탓 하는 놈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월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