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사랑 (8)-마지막
바람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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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지훈아, 너 진짜 AV 여배우가 네가 진짜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고 했는데 맞아?"
조용한 오피스텔 안,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던 채아가 지훈의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불안감과 함께 묘한 기대감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지훈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는 당장이라도 '왜 그런 곳에서 그런 짓을 당하고 있느냐'며 붙잡고 울부짖고 싶은 충동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채아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훈이라는 유일한 구원줄이자 안식처가 자신을 거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훈은 마음속으로 솟구치는 피눈물을 삼키며, 세상에서 가장 능청스럽고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속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오직 채아를 달래주고 그녀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기 위해 기꺼이 거짓말의 가면을 쓰기로 했다.
"그럼, 당연하지. 나는 옛날부터 AV 여배우랑 사귀어보는 게 진짜 꿈이었어. 왠지 세상의 평범한 연애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아서 되게 로망이 있었거든."
채아는 지훈의 뻔뻔하리만치 확신에 찬 대답에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잠시 지훈의 표정을 살피더니, 이내 복잡미묘한 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그렇구나…… 정말 독특한 취향이네. 응, 그렇
네…… 웅…… 혹시 내가 지난번에 그냥 중소기업 다닌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만약에 말야…… 아주 만약에, 내가 진짜로 그런 AV 비디오에 출연하는 배우라면 너는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훈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이 위태로운 연인의 마음을 완벽하게 안심시킬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의 단어를 골라내며 잠시 고민했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파멸할 것이 뻔했다. 지훈은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채아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
"만약에 네가 진짜 그런 비디오에 나온다면? 난 오히려 영광이지. 세상 모든 남자들이 모니터 너머로만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최고의 여신이, 오직 내 옆에서만 이렇게 평범하고 청순한 내 여자가 되어주는 거잖아. 남들이 아무리 화면 속 너를 탐닉해도, 진짜 네 마음과 네 곁을 독점하는 건 나 하나뿐이니까 난 상관없어. 다만……."
지훈은 부드럽게 채아의 볼을 어루만졌다.
"내가 아무리 그런 취향을 가졌다고 해도, 내가 진짜 사랑하는 내 여자가 다른 남자들과 그러는 영상물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솔직히 질투 나고 속상할 것 같아.
그래서 내 개인적인 취향상, 만약 네가 그런 비디오를 찍는다고 해도 난 절대 그 영상들은 안 볼 거야. 내 눈앞에 있는, 지금 나만 바라봐 주는 청순한 한채아만 기억하고 사랑하면 되니까. 그러니까 넌 그런 걱정 전혀 안 해도 돼."
지훈의 입에서 나온 완벽한 대답은 채아의 가슴속 깊이 엉겨 붙어 있던 거대한 불안 덩어리를 단숨에 녹여버렸다.
채아는 지훈이 자신이 출연한 영상들을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완벽하게 안심했다. 자신이 낮 동안 겪었던 그 수치스러운 치부와 굴욕들이 지훈에게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채아의 눈가에 안도의 눈물이 고였다.
"고마워, 지훈아…… 진짜 고마워……."
채아는 지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지훈은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모니터 속 잔상이 남긴 고통을 홀로 삭여내고 있었다.
그날의 위기를 거짓말로 넘긴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물살을 타듯 빠르게 가까워졌다. 채아는 지훈 앞에서는 완벽하게 무장해제를 한 채, 세상에서 가장 순진하고 청초한 여자친구로 돌아왔다.
주말 오후, 두 사람은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시내의 한 유명 카페를 찾았다. 평소에는 수줍음이 많아 다정한 스킨십조차 먼저 하지 못했던 지훈이었지만, 오늘은 큰 용기를 내어 테이블 위에 놓인 채아의 부드러운 손을 먼저 꼭 쥐었다.
채아는 깜짝 놀란 듯 지훈을 바라보더니, 이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지훈의 손가락 사이로 맞잡은 손을 꽉 채웠다.
카페를 나와 거리로 들어섰을 때, 채아는 자연스럽게 지훈의 단단한 팔에 자신의 팔짱을 꼈다. 지훈의 어깨에 자신의 몸을 으스스 밀착시키며 걸어가는 채아의 모습은, 영락없이 이제 막 사랑에 빠진 풋풋한 여대생 같았다.
"지훈아, 다음 주에는 우리 저기 새로 생긴 맛집 가보자. 내가 알아봐 둔 데 있어."
"그래, 채아가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가자."
두 사람이 그렇게 한참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며 번화가를 걷던 중이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채아의 얼굴을 보더니 순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들은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며 스마트폰 화면과 채아의 얼굴을 번갈아 확인하더니, 흥분된 걸음걸이로 채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 혹시 한채아님 맞으시죠?! 오피스 웹 웹진이랑 이번에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비디오 나오신 분 맞죠?!"
갑작스러운 행인의 접근에 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처음이 어렵지, 사실 채아의 비디오는 일주일에 한 편씩 새로운 버전으로 인터넷 성인 커뮤니티에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는 상태였다.
대기업 오피스 여직원 콘셉트부터 시작해 교육장 시범까지, 그녀의 영상은 나올 때마다 흥행 수표로 자리 잡아 이제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자주 그녀를 알아보고 사인이나 사진을 해달라는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 저…… 그게 아니라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채아가 당황하며 지훈의 팔을 더 꽉 붙잡았고, 행인들은 옆에 서 있는 지훈을 힐끗 보더니 영상 속 댓글들을 떠올린 듯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이, 맞으시면서! 팬이에요, 진짜 팬입니다! 저 이번 신작만 삼십 번 넘게 봤어요. 실물이 훨씬 더 청순하고 예쁘시네요.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제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그래요!"
노골적인 시선과 무례한 부탁에 채아의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지훈이 단호한 표정으로 채아의 앞을 막아서며 행인들을 밀쳐냈다.
"사람 잘못 보셨다잖아요. 영업 방해하지 마시고 제 갈 길 가세요."
지훈의 차가운 눈빛과 강압적인 태도에 행인들은 "쯧, 맞구만 뭘…… 옆에 있는 놈이 그 소문의 첫사랑 남친인가 보네"라며 뒤돌아서서 투덜거리며 사라졌다. 행인들이 멀어지자 채아는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을 뻔했으나, 지훈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 안았다.
채아는 지훈이 자신이 그런 영상물로 유명해졌다는 것을 눈치챘을까 봐 두려움에 떨었지만, 지훈은 그저 담담하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쥘 뿐이었다. 지훈은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은 평생 AV 비디오 같은 것은 보지 않는 취향이라고 못 박아 두었으니, 앞으로도 철저하게 모르는 척 이 청순한 껍질을 지켜주겠노라고.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뒤, 밤하늘이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오피스텔 건물이 통째로 흔들릴 만큼 거대한 천둥소리와 벼락이 번쩍이며 온 동네를 집어삼킬 듯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쾅! 콰르릉!
자정이 넘은 시간, 지훈의 방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얇은 슬립 원피스 차림에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아가 덜덜 떨며 서 있었다. 옛날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독 천둥 번개를 무서워했던 채아는, 옆집에서 홀로 공포에 떨다가 결국 무서움을 참지 못하고 지훈의 방으로 도망쳐 온 것이었다.
"지훈아…… 나 너무 무서워…… 오늘 너무 번개가 심하게 쳐서 도저히 혼자 잠을 못 자겠어……."
"괜찮아, 채아야. 이쪽으로 들어와."
지훈은 서둘러 채아를 안으로 들이고 문을 걸어 잠갔다.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은 두 사람 사이로 또 한 번 거대한 천둥이 대지를 찢었다.
콰광!!
"엄마야!"
놀란 채아가 지훈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의 품으로 세차게 파고들었다. 얇은 슬립 원피스 너머로 채아의 부드럽고 풍만한 살결과 미친 듯이 뛰는 심장박동이 지훈의 가슴에 그대로 전해졌다. 낮 동안 수많은 남자들의 카메라 앞에서 강제로 개방당하고 유린당했던 그녀의 육체였지만, 지금 지훈의 품에 안겨 떨고 있는 이 몸은 그 어떤 세상의 때도 묻지 않은 순수한 첫사랑의 그것이었다.
지훈은 천천히 채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젖은 눈망울을 지시했다. 채아 역시 지훈의 따뜻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입술을 열었다.
창밖의 빗소리와 천둥소리가 거세질수록, 두 사람의 호흡 역시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지훈의 손길이 채아의 어깨끈을 타고 내려가 부드러운 슬립 원피스를 벗겨냈다. 마침내 아무런 조명도, 관객도, 카메라의 차가운 렌즈도 없는 오직 두 사람만의 밀실 속에서 채아의 청초하고 매끄러운 전신이 드러났다.
지훈은 그녀의 육체를 거칠게 탐닉하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손길을 뻗어 그녀의 살결을 어루만졌다.
"지훈아…… 아응……."
채아의 입에서 낮에 들었던 수치스러운 비명이 아닌, 오직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만 나올 수 있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훈은 채아의 다리를 활짝 벌려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확인했다. 수많은 영상 속에서 거칠게 다뤄졌던 곳이었지만, 지금 지훈을 맞이하는 그녀의 비경은 오직 지훈만을 향해 순결하게 열려 있었다. 지훈의 묵직한 존재감이 채아의 깊은 곳으로 부드럽게 스며들듯 완벽하게 삽입되었다.
두 사람은 천둥 치는 밤하늘 아래서 서로의 체온을 완전히 하나로 섞어내며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었다. 지훈은 철저하게 성인 비디오를 안 보는 순진한 남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채아의 비디오 속 타락한 모습은 모르는 상태로 살아갈 계획을 마음에 새겼다.
비록 낮과 밤이 다르고, 세상의 시선과 두 사람만의 진실이 완벽하게 동떨어진 이상하고 기묘한 형태의 사랑이었지만, 그 뒤틀린 틈새 속에서도 두 사람의 인연은 묘하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더러운 오물 속에서도 오직 서로만을 향한 순수한 마음은 꺾이지 않은 채, 두 사람만의 밀실 속에서 붉고 화려한 꽃을 피우며 그렇게 행복한 시간으로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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