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 날 014 ----- (완)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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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바람피기 좋은 날 014 -----
분명 문득문득 정희씨가 떠오른 순간들도 많았고, 한 번씩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었다.
연락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한 번도 정희씨에게 그 후로 연락한 적이 없었다.
정희씨 역시 나에게 연락이 온 적이 없었고..
그런데 몇 개월 만에 연락이라니..무슨 일일까..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그 순간
아내가 내 손에 휴대폰을 쥐어준다.
“받아. 그 사람이지..? 나쁜 사람 아니잖아.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 했을 거야. 도움이 필요해서..”
“은주야..”
“나 진짜 괜찮으니까 받아. 왠지 오빠가 전화를 받아야 할 거 같아..”
“어어...”
나는 마지막까지 전화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었지만 아내의 허락에 그리고 아내의 말마따나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한참의 고민 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
“여보세요. 여보세요..?”
몇 번이나 여보세요 라고 말해도 휴대폰 너머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고 빗소리만 들려왔고, 순간 불안한 느낌이 내 몸을 감쌌다.
“정희씨. 어디에요. 왜 빗소리가 나..비 맞고 있어? 정희씨 정희씨 말 좀 해봐요”
“여...여기..꽃집..”
“정희씨. 정희씨..!!!”
전화가 끊어졌다. 꽃집이란 한 마디말만 하고선..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아내가 놀라 나를 바라본다. 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당장이라도 나갈 것처럼 서 있으니..
“오빠 말 좀 해봐 어?”
“무..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 나 좀 나갔다 와도 될까?”
“그래..갔다 와. 근데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알았지?”
“어..알았어..”
아내의 허락을 받자마자 난 잠옷 차림으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우산 하나를 들고 서둘러 뛰어나갔다.
정희씨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고 설렘을 느꼈던 그 가게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그런 거지...?’
잘 살기를 바랐다.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즐겁게..
그런데 몇 개월 만에 연락 와서 이렇게 끊어져버린 전화라니..
불안함과 슬픔의 감정이 섞여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고, 오늘따라 정희씨의 가게를 가는 그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비가 와서 그런 건지..내 마음만 조급해서 그런 건지..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그 곳.. 익숙한 그 곳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지만 가게의 불은 꺼져 있었다.
그럼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정희씨의 가게에 올 때까지 전화를 했지만 정희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분명 정희씨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이 꽃집이라서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이다니...
그런데 그 순간 비가 오면 가게 앞에 항상 화분을 놔두던 그 곳에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저..정희씨...?”
혹시나 하는 맘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가 살펴본 그 사람은 분명 정희씨였다.
“정희씨, 정희씨!!! 일어나봐요!!”
정희씨는 비가 오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난 서둘러 정희씨를 업어서 내 차에 태우고 근처의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신호고..비가 오는 것도 나에게 지금 아무 것도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 시라도 빨리..정희씨를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는 마음 밖에 없었고, 살면서 가장 미친 듯이 난폭하게 운전했다는 생각과 함께 평소라면 20분이 걸릴 거리를 10분 만에 도착해 정희씨를 응급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병명은 과로..
2~3일은 족히 굶은 듯 하고, 몸이 많이 약해져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며칠 좀 쉬면서 안정을 취하고 나면 나을 겁니다. 딱히 병원에서 더 해줄 거 없고 포도당 주사 다 맞고 나면 퇴원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아..감사합니다. 의사선생님..”
정말 심각한 병이 아닐까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의사선생님의 말에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고, 아내가 걱정할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와 있었다.
“여보세요”
“어..오빠..많이 심각해? 전화도 안 받구..”
“어어..미안..병원 데리고 온다고 정신이 없어서..”
“병원?? 어디 많이 아파?”
“아니..그런 건 아니고..과로라네..”
“과로?? 이런...혼자 사는 거 아니었어?”
“어어..”
“그럼 누구 보살펴 줄 사람도 없겠네..”
“아마도..”
“집으로 데려와..”
“은주야..”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줄 사람도 없다며..아플 때 옆에 아무도 없는 게 얼마나 서러운 건데..”
“그래도..”
“그럼 오빠가 간호할 거야? 나도 여자야..아무리 그래도 오빠가 바람피던 상대인데..그걸 어떻게 봐..질투 나서..”
“그..그렇긴 하지..”
역시 말 못하는 나..
아내의 조리 있는 말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고, 결국 아내의 말에 따라 난 잠든 정희씨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발걸음..
집 앞에서 몇 번이나 정희씨를 집에 데리고 들어가도 되나 라는 고민이 들었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고 난 깊은 한숨과 함께 정희씨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
“어어...”
어색하다. 집에 아내가 있는데 내가 바람피던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다니..
“저기 작은 방에 이불 펴놨어. 거기 눕혀. 어차피 오빠랑 나랑 하나는 안방에 자면 되니까”
“그..그래..”
난 작은방으로 들어가 조심스레 정희씨를 눕히고 거실로 나왔다.
뭔가 아내에게 죄를 짓는 기분..난 고개를 푹 숙인 체 아내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왜 그래..죄 지었어..?”
“어? 어..지었지..”
“뭐야..그건 옛날 일이잖아..”
“정말..괜찮아...?”
“나도 오빠랑 바람났던 사람을 집에 데리고 들어오는 게 썩 유쾌하지 않은데..별 수 없잖아. 누군가 보살 필 사람이 필요한 건 사실이니까..”
“그렇긴 한데..”
“됐어..그만 이야기 하자.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오빠는 얼른 샤워하고 옷 갈아입어..엉망이네..”
“어? 어어..”
그제야 내 꼴을 보니 정말 말이 아니었다.
잠옷에 온통 비며 흙탕물이며 튀어서..
“어지간히 급했나봐..잠옷만 입고..내가 아파도 그럴까...흥..난 우리 하나 잘 자나 보러 가야겠네”
“으..은주야~!”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
난 이번 일로 왠지 아내에게 오랫동안 구박을 받을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하아..갑자기 뭔 일인지..’
시원하게 때려 붓는 물줄기..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맞으며 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희씨를 아내의 말에 따라 집으로 데리고 오긴 했는데 정희씨가 정신 차리고 나서 내가 너무 잘 해준다거나 애매하게 굴면 아내에게 두고두고 구박을 받을 테니..
‘그래..지금 내가 사랑하는 건 아내고..정희씨에겐 미안하지만 정희씨는 예전의 사랑이니..’
확실하게 마음을 다 잡고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작은방에서 기척이 들린다.
정희씨가 깨어난 것인가..
서둘러 옷을 입고 작은방으로 가니 정희씨는 이제야 정신이 돌아오는지 억지로 눈을 뜨려 하고 있었다.
“여..여기가...”
“정희씨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미..민수씨?”
겨우 뜨고 있던 정희씨의 눈이 크게 커진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미..민수씨..민수씨가 어떻게..? 여긴 어디에요...?”
나에게 전화를 한 기억이 없나보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하는 얼굴..
“여긴 우리 집이에요. 정희씨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정희씨에게 간 거고..빗속에 쓰러져 있는데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있어야죠. 병원에 데려갔다가 퇴원해도 된다 그래서 일단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요. 옆에서 돌봐 줄 사람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왜 데려왔어..그냥 두고 가지..나도 미쳤나 보네..민수씨한테..”
정희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아직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왜 또 우는지..
마음이 아프다. 그토록 행복하길 바랐던 사람인데..오랜만에 다시 만나 처음 마주보는 모습이 우는 모습이라니..
“일어났어요...”
“아.....”
언제 왔는지 뒤를 돌아보니 아내가 서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토록 난감한 순간이 있을까..
아내와 정희씨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그토록 피하고 싶던 순간이 나에게 다가왔다.
“좀 더 자도 되는데..”
“저..정말 죄송합니다. 그만 나갈게요..”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정희씨가 아내를 보고 급히 나가려 했고, 아내는 그런 정희씨를 붙잡아 다시 눕혔다.
“아직..아직 안 괜찮아요..누워요..”
“저..정말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요. 아직 비도 안 그쳤어. 몸도 성치 않은 사람 이렇게 보내면 내 맘이 안 좋아요..”
“왜..왜 화 안 내세요...나 민수씨랑 바람피던 사람인데..막 욕하고 때리고 그래야 하잖아요..”
“내가 그랬으면 해요..? 그럼 마음이 편할 거 같아..? 그렇다면 그렇게 해줄게..근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나에게 오빠한테 다시 돌아가라고 말해준거잖아요..”
“나..나쁜 사람이잖아요...언니 남편이랑 바람 피고..그것도 모자라..이렇게 연락하고...나..나...”
“아니야. 그런 사람 아니야. 사랑은 마음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정희씨가 나쁜 사람인건가...사랑이 나쁜 거지..어떻게 하지도 못 하게 하는..사랑이 나쁘죠..”
“언니...언니...!!”
정희씨가 아내의 품에 안겨 운다. 서럽게 너무나 서럽게...
마치 자신의 마음을 모두 알아줘서 너무나 고맙다는 듯이 속에 있는 걸 모두 끄집어내서..울분을 토하듯이 그렇게 울고 또 울었다.
한참을 아내의 품에 안겨서..
“이제 좀 괜찮아요...?”
“네에....언니 고마워요..”
“근데 왜 빗속에 그렇게 쓰러져 있던 거에요...”
“그게...”
정희씨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나와의 여행 중에 했던 그 이야기를..
그 누구에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그 아픈 이야기를 다시 아내에게 털어 놓고 있었다.
“민수씨와 헤어지고 한참을 고민했어요. 그러다..아빠를 문득 찾고 싶었어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어떻게 생긴 사람인지..그래도 내가 세상에 있게 해준 사람인데..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찾으러 간 거에요..?”
“네...근데 너무 늦었더라구요..아빠는..아빠는 내가 찾고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어요..겨우 찾은 아빠인데..처음으로 본 아빠인데...”
“휴.....”
아내가 정희씨를 품에 꼭 끌어안는다.
정희씨가 아내의 품에 안겨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아빠는 한 눈에 절 알아보셨어요. 호흡기를 달고 숨쉬기도 힘드신데..아빠의 눈에 눈물이 맺힌 체로 힘겹게 저에게 말하셨어요..미안하다고...미안하다고...”
“울어요...실컷 울어..”
“나..나는...엄마한테 그 말 듣고 아빠를 너무나 원망하고 살아왔는데 그 말 한마디에 모두 용서가 됐어요. 아빠의 미안하다는 그 말 한 마디에...그리고 제발 아빠가 날 위해 살아주길 바랬어요..그런데 아빠를 찾은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아빠는 떠나버렸어요. 영원히 볼 수 없는 그 곳으로..이제 겨우 찾았는데...너무나 보고 싶은 아빠인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값 싼 위로일 뿐..
그 어떤 말도..그 어떤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
천 마디의 위로보다 그저 아내가 지금처럼 정희씨를 안아주는 것이 훨씬 큰 위로가 될 터..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너무 힘들고..슬프고...모르겠어요..그냥 며칠을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거 같아요. 미친 사람처럼...그러다 그냥 쓰러진 거 같은데...무슨 생각으로 민수씨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빠가 떠나고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겨진 연락할 사람이 민수씨 밖에 없었나 봐요...나도 염치도 없지...”
“무슨 염치가 없어요...오빠가 나쁜 사람이지..그렇게 떠나고..”
뜨끔하다. 난 차마 두 사람을 바라볼 수 없어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정희씨 참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야..얼마나 힘들었을지 차마 이해한다고는 못하겠네요.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저 꼭 안아주는 것 뿐...힘들면 더 울어도 돼..”
“아니..괜찮아요 언니..그리고 정말 고마워요...내 맘 알아줘서..날 이해해줘서..”
“우리 정희씨 너무 예쁜데 자꾸 울어서 눈 붓겠다...그만 울어요..이렇게 예쁜데 왜 자꾸 울어..”
“나..나 하나도 안 예쁜데...언니가 더 예뻐요..”
정희씨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체 웃는다. 환하게...
“거 봐..얼마나 예뻐 웃으니까..너무 예쁘네..우리 정희씨..”
“언니이...정말 제 언니였으면 좋겠어요...”
“알았어..언니 해줄게..내가 정희씨 언니..”
“정말..정말이요..??”
정희씨가 깜짝 놀란 얼굴로 아내를 바라본다.
“네..그럼요..”
“저..그럼 내 입장이 난처한데..”
“죄 지은 사람은 조용히 좀 있지..?”
아내와 정희씨가 동시에 나를 노려본다.
그렇지..난 죄 지은 사람이었지..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어야겠다..
도저히 그 따가운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난 슬그머니 작은방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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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극적인 화해...
그 일이 있은 후 아내와 정희씨는 정말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냈다.
정희씨는 스스럼없이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고, 아내도 정희씨의 가게에 자주 찾아가 만나곤 했다.
오히려 둘 사이에서 나만 공기처럼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뭔가 서운한 느낌..?
하지만 뭐 싫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내 죄를 모두 용서받을 수 있다면..씻을 수 있다면..
충분히 나쁘지 않았다.
“오빠”
“어??”
“정희 남자친구 생겼다”
“진짜??”
“어어~ 얼굴도 잘 생겼고 키도 훤칠하고 무엇보다 성격이 맘에 들더라”
“벌써 만나 본거야?”
“그러엄~ 내가 제일 먼저 보고 평가해야지. 우리 정희 남자친구인데..정희 울리는 놈은 내가 절대 용서 못 하지”
“그래...하하..근데 왠지 좀 섭섭하기도 하고 그러네..남자 친구 생겼다니까..”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아냐...”
아내의 따가운 시선..말 한 마디 잘못했다고 엄청난 레이저가 돌아왔다.
물론 반은 진심..반은 농담이었지만..
정희씨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솔직히 조금은 섭섭한 것도 사실이었다.
드디어 날 잊는 건가라는 생각에..
하지만 그것보단 드디어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겠구나라는 생각에
훨씬 더 기뻤다. 드디어 즐거운 날이..행복한 날만이 가득하기를..
바람피기 좋은날..이런 날은 사랑하기에도 좋은 날이니..현재의 사람에게 충실하며..
행복한 사랑을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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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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