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일탈 (1)

유리는 자신의 내면이 서서히 균열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도자기가 미세한 금이 가듯,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틈새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균열은 점점 더 깊어졌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 밖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그녀의 피부를 비추었다. 그녀는 그 빛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점점 더 낯설어지는 것을 느꼈다. 거울 속의 여자는 과연 자신일까? 완벽하게 단정한 외모 속에 숨겨진 욕망의 실체는 무엇일까?
스크린의 푸른빛이 그녀의 방을 채웠다. 일본 야동 속 여자의 신음소리는 마치 그녀의 내면의 어둠을 끌어당기는 마력과도 같았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소리에 중독되어갔다. 그것은 마치 달콤한 독약과도 같았다.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그녀의 손가락은 자신의 은밀한 곳을 향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끄러움은 쾌감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이 깊어질수록 더욱 강렬한 자극을 원했다. 마치 심연이 그녀를 삼키는 것처럼.
남편과의 관계는 이제 형식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그는 그녀의 몸을 만질 때조차 마치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듯 했다. 유리는 그런 남편이 싫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이 싫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김 부장의 문자를 받았을 때, 그녀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다. 그것은 공포였을까, 아니면 기대였을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멈추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은 스타킹은 그녀의 다리를 감싸안았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내면의 어둠이 실체화된 것 같았다. 레이스 란제리는 그녀의 피부를 감쌌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욕망을 감추는 베일과도 같았다.
유리는 자신의 모습에 취했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한 도취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혐오와 쾌감이 뒤섞인 기묘한 감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타락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타락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자신의 곡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몸을 탐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어둠을 더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에서 새어나온 한숨은 방 안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그것은 쾌감의 신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영혼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시계는 3시간 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시간은 마치 운명의 심연과도 같았다. 그 심연 속으로 뛰어들면, 그녀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이미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
유리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여자는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그것은 욕망이라는 괴물에게 자신을 내어준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은 이제 그녀를 완전히 삼키려 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낮선 번호. 유리의 손가락이 잠시 전화기 위에서 맴돌았다. 그녀의 심장은 이미 무언가를 예감한 듯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 유리 씨죠? 전 남편 김 과장 상사 김정훈 부장입니다."
목소리는 깊고 단단했다. 마치 오래된 위스키처럼 숙성된 그런 톤. 유리는 자신의 심장이 더욱 거세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네... 무슨 일이신지요?"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 남편 승진 건에 대해 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마치 깊은 늪과도 같았다.
"남편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유리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문제라... 글쎄요. 문제라기보다는..." 김 부장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유리 씨가 해결해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상황이랄까요?"
유리의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그녀는 이미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알아버린 그 의미.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음..." 김 부장의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것은 마치 독사의 쉭쉭거림과도 같았다. "그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죠? 제가 곧 문자로 주소를 보내드릴게요. 오늘 괜찮으시죠?"
유리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네"라는 단어가 그녀의 의식과는 무관하게 흘러나왔다.
전화가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도착했다.
[롯데호텔 1807호. 저녁 8시. 무슨 말인지 알죠? 여기에 맞게 알아서 이쁘게 입고 와요. 아, 그리고 난 검정 스타킹을 좋아해요. 실망시키지 말길.]
유리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수치심일까, 아니면 기대감일까.
거실 창 밖으로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마치 피를 흘리는 것처럼. 유리는 그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천천히 옷장으로 향했다. 손끝이 검은 스타킹을 향해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다른 누군가의 손짓처럼 느껴졌다. 옷장 깊숙한 곳에 감춰두었던 그 드레스도 꺼내들었다.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던, 아니 입을 용기조차 없었던 그 드레스.
거울 앞에 선 유리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거울 속의 여자는 그저 욕망이라는 이름의 그림자를 쫓아가는 또 하나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유리는 거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의식은 마치 깨어진 거울처럼 수천 개의 파편으로 흩어져 있었다. 각각의 파편은 그녀의 다른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순결한 신부의 모습, 완벽한 아내의 가면, 그리고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욕망의 실체.
그녀의 손가락이 스타킹을 감싼 다리를 천천히 쓸어올렸다. 나일론 섬유의 미세한 질감이 그녀의 피부를 자극했다. 그것은 마치 수천 개의 작은 입술이 그녀의 살갗에 키스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리는 자신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감각에 취했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자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기를 깨뜨리는 순간의 전율이었다.
"난 누구지?"
거울 속의 여자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그녀의 것이면서도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오래된 우물 속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깊고 낯설었다.
유리는 자신의 모습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드레스의 검은 실크는 그녀의 피부를 감싸안았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이 달을 껴안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관능적이었다. 가슴 골의 깊은 그림자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의 심연일지도 모른다.
시계의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었다. 띡, 띡, 띡. 그 소리는 마치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유리는 자신의 맥박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긴장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지된 것을 향한 갈망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물었다. 거울 속의 여자도 같은 행동을 했다. 붉은 립스틱이 번졌다. 그것은 마치 피가 번지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그녀의 순결이 녹아내리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유리의 손가락이 자신의 목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부드럽고 위험했다. 그녀는 자신의 피부 아래에서 맥박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또 다른 생명체가 그녀의 안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거야?"
질문은 공허하게 울렸다. 그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그녀의 욕망이, 그녀의 내면의 어둠이 이미 대답하고 있었으니까.
화장대 위의 향수병이 희미하게 빛났다. 유리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향수의 차가운 액체가 그녀의 피부를 적셨다. 재스민과 머스크의 향이 공기 중에 퍼졌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욕망을 구현한 것 같은 향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순수하면서도 관능적인.
거울 속에서 그녀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그것은 마치 검은 구멍과도 같았다. 한번 빠져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런 심연. 유리는 자신이 그 심연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김 부장의 메시지가 아직도 화면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녀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문과도 같았다. 유리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여자는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니었다. 그것은 욕망 그 자체였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유리는 자신의 의식이 마치 가을 하늘의 구름처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순결한 처녀의 모습과 지금 거울 앞에 선 그녀의 모습이 겹쳐졌다 흩어졌다. 마치 물속에 떨어진 잉크처럼.
검은 스타킹은 그녀의 살갗에 두 번째 피부가 되어 스며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나일론 섬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내면의 어둠이 실체화된 것이었다. 유리는 스타킹을 통해 자신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그 감각은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거울 속에서 그녀의 모습이 일렁였다. 방의 은은한 조명 아래서 그녀의 실크 드레스는 마치 달빛에 젖은 밤하늘처럼 빛났다. 가슴 골의 음영은 더욱 깊어졌다. 그곳에는 그녀조차 알지 못했던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이게... 진짜 나일까..."
그녀의 속삭임은 허공에서 맴돌다 사라졌다. 그러나 그 울림은 그녀의 의식 속에서 계속해서 반향했다.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가? 지금 이 순간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탐하고 있는 이 여자가, 아니면 3년간 완벽한 아내의 가면을 쓰고 살아온 그 여자가?
유리는 자신의 목덜미에 향수를 뿌렸다. 재스민의 달콤한 향기와 머스크의 관능적인 향이 공기 중에 퍼졌다. 그 향은 마치 그녀의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욕망의 향기 같았다.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순수하면서도 퇴폐적인.
손가락이 드레스의 실크를 따라 움직였다. 부드러운 감촉이 그녀의 피부를 자극했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길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갈망해온 그 무언가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황혼이 깊어지고 있었다. 하늘은 마치 오래된 멍이 퍼지듯 보라색으로 물들어갔다. 유리는 그 색채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투영하는 것 같았다. 순수의 하얀색에서 욕망의 보라색으로, 그리고 이제 곧 타락의 검은색으로.
휴대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 새로운 메시지였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늦지 말아요.]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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