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은 남편에게서 얻지 못한 2%를 채워주다 2
온새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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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제2회 : 2%의 결핍
남편은 세상의 모진 비바람에 살갗이 찢긴 채 표류하던 내게 기적처럼 다가온 안식처였다. 출근길 만원 전철의 퀴퀴한 공기 속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치던 날부터, 묵묵히 내 걸음걸이에 보폭을 맞추며 등 뒤를 지켜주던 그의 넓적한 등판은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파제와 같았다. 그는 나를 재촉하거나 다그치는 법이 없었고, 내가 깊은 침묵에 빠져 멍하니 창밖을 응시할 때도 그저 묵묵히 따뜻한 캔커피를 쥐여주며 곁을 지켰다. 이전의 남자들에게서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일관된 다정함과 무해한 배려. 그 순박한 온기 덕분에 나는 비로소 낭떠러지 끝에서 발을 멈추고 평범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조신한 며느리로서의 삶을 꿈꿀 수 있었다. 그 착한 사람 하나만 바라보며 평생을 헌신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내 모든 것을 바쳐 보필하겠노라 굳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내 내면 밑바닥에는 남편의 그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만으로는 결코 덮이지 않는 깊고 어두운 생채기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스무 살, 세상 물정 모르던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났던 과 선배에게 순결을 내주었던 첫 경험부터가 내 삶의 궤적을 비틀어 놓은 시발점이었다. 달콤한 눈웃음과 능숙한 화술에 취해 자취방에서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였을 때, 나는 비로소 온전한 여자가 되었다는 벅찬 안도감에 젖어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었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점차 나를 둘만의 은밀한 사랑 속에 가두는 대신, 타인의 시선 앞에 무방비하게 세워두는 기괴한 취향으로 나를 옥죄어 왔다.
반쯤 걷어 올린 커튼 너머로 행인들의 발걸음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옷을 벗겨 세우거나, 늦은 밤 인적 드문 골목길을 걸을 때면 허리를 깊숙이 감싸 쥐며 스커트 자락을 슬그머니 걷어 올려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유도하곤 했다. “너가 너무 예뻐서 그래, 너도 은근히 즐기잖아.” 가볍게 던지는 그 집요한 속삭임 속에서, 나는 그의 눈동자가 온전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난도질당하는 나’를 소비하고 있다는 서늘한 진실을 깨달아야 했다. 어느 가을날, 교정 벤치에서 내가 거부했던 것과 똑같은 짧은 치마를 입고 어색하게 걷는 다른 여학생의 허리를 감싸 쥔 그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목격했을 때,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누군가에게 발가벗겨져 관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의 공포와 수치, 그리고 그 수치심의 틈새로 기묘하게 솟구치던 알 수 없는 전율의 찌꺼기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내 영혼에 새겨졌다.
그보다 더 잔인하게 내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것은 직장에서 만났던 네 번째 남자였다.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파멸의 덫인 줄 뻔히 알면서도, 회식이 끝난 뒤 이끌려 들어간 모텔 침대에서 나는 걷잡을 수 없는 육체적 탐닉과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텅 빈 회의실의 어스름 속에서, 밤늦은 지하 주차장의 차 안에서 그는 나를 거칠게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어린아이처럼 애틋하게 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품어주었다. 몸뿐만 아니라 영혼의 가장 밑바닥까지 송두리째 쏟아부었던 첫 번째 진심이었다. 언젠가는 온전히 내 남자가 될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그의 결혼반지와 지갑 속 아이 사진을 모른 척 외면하던 시간들.
그러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저녁, 그는 퇴근길의 허망한 교통사고로 세상에서 영원히 증발해 버렸다. 그의 아내와 동료들의 눈이 두려워 병원 근처에는 발도 들이지 못한 채, 회사 화장실 구석 칸에 틀어박혀 변기 뚜껑을 붙잡고 소리 없는 피울음을 삼켜야 했던 그 완벽한 단절과 공백.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내 슬픔의 무게를 세상에 털어놓을 수도 없는 그 막막한 상실감은 내 심장 한가운데를 거대한 웅덩이처럼 도려내 버렸다. 진심으로 빠져들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가를 뼈저리게 배운 뒤, 나는 세상의 모든 남자와 손길을 두려워하며 단단한 껍질 속에 숨어들었었다.
그런 지옥 같은 방황의 끝자락에서 구원처럼 건져 올려 준 사람이 바로 지금의 남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불일치를 온몸으로 감내하려 애썼다. 하지만 침실의 어둠이 내리고 남편의 살결이 내 몸 위로 겹쳐질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결핍이 목덜미를 타고 서늘하게 기어올랐다. 딱 2%. 한국 음료로 비유하자면 청량감이 턱없이 미달된 미적지근한 느낌. 분명 불꽃은 일어 살갗이 뜨겁게 달아올랐는데, 내 가장 깊은 바닥의 응어리를 끝끝내 깨뜨려 채워주지 못하는 허전함이었다. 남편의 손길은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서툴렀으며, 호흡의 리듬은 얕았고, 내 좁은 속살을 뚫고 들어오는 깊이는 늘 문턱 언저리에서 맴돌다 흩어졌다.
남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가슴에 이마를 묻고 만족스러운 탄식을 내뱉은 뒤 깊은 잠으로 빠져들 때면, 적막이 내려앉은 방 안은 바다 밑바닥처럼 차갑고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나는 멍하니 천장의 어둠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 남편의 잠든 등 뒤로 돌아누웠다. 그리고 조심스레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남편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동안, 내 손끝은 남편이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남겨둔 아랫배 깊은 곳의 뻐근한 갈증을 홀로 더듬기 시작했다. 남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과거의 날카로운 손길들이 남기고 간 관능의 잔향들이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며 살갗을 바르르 떨게 만들었다.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죽여가며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손길은 결국 비참함만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만지면 만질수록, 속살을 헤집을수록 채워지지 않는 2%의 공백은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후벼 팠다. “여보, 나 무언가 부족해요. 채워지지 않아요.” 차마 세상 밖으로 뱉어낼 수 없는 이 잔인하고 추악한 고백을 목구멍 안으로 짓이기며, 나는 피가 배어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구원해 준 착한 사람에게 이런 파렴치한 욕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죄책감의 족쇄가 되어 목을 죄어왔지만, 타오르는 몸의 갈증은 이성의 통제를 비웃듯 더 깊은 심연으로 나를 끌어내렸다.
더욱 견디기 힘든 고문은 아주버님이 건넌방에 머무르고 계시는 밤이었다. 얇은 미닫이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189cm의 거대한 체구를 지닌 남자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몸의 모공이 곤두서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남편이 술기운에 취해 내 몸을 덮쳐올 때면, 혹여나 신음 한 자락이 벽을 넘어 건넌방으로 새어 나갈까 봐 베개를 두 손으로 쥐어뜯으며 입술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벽 너머에 아주버님이 누워 계신다는 그 금기의 공간감이 억눌려 있던 내 감각을 사정없이 팽창시켰다.
남편의 얕은 움직임 속에서도 내 머릿속은 낮에 마주쳤던 아주버님의 단단한 가슴팍과 묵직한 음성을 떠올리고 있었고, 그 배덕한 상상은 남편이 결코 이끌어내지 못했던 뜨거운 애액을 왈칵 쏟아내게 만들었다. 얕게 흔들리는 남편의 몸 아래서, 나는 아주버님의 거대한 존재감에 짓눌리는 망상에 빠져 파들파들 떨며 절정의 끄트머리를 맛보았다. 그것은 남편을 향한 배신이자, 내 안의 가장 음탕한 속살이 고개를 든 끔찍하고도 황홀한 붕괴였다.
관계가 끝나고 남편이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든 새벽, 나는 유령처럼 침대에서 빠져나와 어두운 화장실로 향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응시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희미한 달빛 아래, 거울 속 여자는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뺨을 하고 있으면서도, 눈동자만큼은 맹수처럼 탐욕스러운 열기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비틀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을 연거푸 얼굴과 목덜미, 가슴골로 끼얹었지만, 속살 깊숙한 옹달샘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2%의 갈증은 결코 식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불만을 넘어, 평온한 일상의 껍질을 찢고 터져 나오려는 위험천만한 본능의 아우성이었다.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젖은 얼굴을 감싸 쥔 채, 건넌방 쪽을 향해 조용히 숨을 죽였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정숙한 며느리로, 얌전한 제수로 웃으며 아침상을 차려내야겠지만, 벽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아주버님의 묵직한 뒤척임 소리가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잔인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채워지지 않는 2%의 빈자리가, 머지않아 거대한 파도가 되어 이 집안의 모든 평온을 집어삼킬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나는 그 은밀한 갈증을 결코 놓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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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무식한레전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