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미경 시리즈 외전 - 취향 2
김끝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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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처음엔 사진이 재미있었던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 미경이 다시 그 가게를 찾았을 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돌리는 동안 미경은 전날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어요?”
“몇 장은요.”
사진을 넘기던 손이 한 장에서 멈췄다.
“이건 남편한테 보내도 되겠다.”
순간 미경을 돌아볼 뻔했다.
“그걸요?”
“왜요.”
미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사진을 보는 순간 아내가 다른 남자 앞에서 저런 차림으로 서 있었다는 생각부터 들지 않을까.
그런데 미경은 그런 걱정 자체를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마치 남편이 저 사진을 받아도 별문제 없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게 오히려 더 이상했다. 하지만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궁금한 건 미경과 남편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가 아니었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건 하나였다.
저런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 있다는 건, 미경의 기준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느슨하다는 뜻처럼 보였다.한번 넘은 선을 별일 아닌 일로 만들어가면 다음은 더 쉬울 것 같았다.나는 그걸, 내가 미경을 더 깊이 끌고 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가게에 들어가자 진태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또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인사는 그게 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제보다 둘 사이가 가까워 보였다.
미경은 내 옆에 붙어 있지 않고 혼자 가게 안쪽으로 걸어갔다.
진태도 굳이 나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갔다.
미경이 철창 앞에서 멈췄다.
안쪽을 들여다보다 벽에 걸린 가죽 소품과 금속 고리, 검은 안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진태가 옆에 서더니 하나씩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는듯 보였다. 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손끝을 따라갔다.
잠시 뒤 진태가 휴대폰을 꺼냈다.
미경이 자연스럽게 그 옆으로 붙으며 둘의 어깨가 가까워졌다.
진태가 사진을 넘기자 미경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처음엔 당황한 표정으로 보았다
“어우, 이건 좀 세다.”
몇 장 뒤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보았다
“근데 이건 사진으로 보면 괜찮네요.”
마지막엔 관심있는 눈빛으로 보았다
“잠깐, 아까 거 다시 봐봐요.”
나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아니었다.
둘은 그냥 사진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그 모습이 괜히 거슬렸다.
손님이 들어오자 진태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천천히 봐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입어볼 거 있으면 룸 쓰시고요.”
진태는 그대로 카운터 쪽으로 돌아갔다.
미경은 골라둔 검은전신스타킹 위에 성인 코스프레용 간호사 의상을 걸친 채 가게 안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거울 앞에서 몇 번 몸을 돌려보며 어색해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자기가 그런 차림이라는 것도 잊은 듯 자연스럽게 진열대를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 이 가게에 들어왔을 때 몸에 남아 있던 경계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나는 그 변화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매장을 둘러보던 여자손님이 제품을 놓더니 미경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거 어떻게 쓰는 건지 아세요?”
미경이 당황해서 웃었다.
“저 직원 아닌데요.”
손님도 멋쩍게 웃었다.
“아, 죄송해요. 옷 입고 계셔서 직원인 줄 알았어요.”
미경이 제품을 한번 내려다봤다.
조금 전 진태가 설명해준 물건이었다.
“근데 이거 아까 들었는데… 여기 누르면 강도 바뀌고, 이쪽이 전원일 거예요.”
손가락으로 버튼을 짚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진태가 카운터 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손님이 고맙다고 하고 물건을 들고 가자 진태가 웃었다.
“미경 씨 장사 소질 있는데요?”
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냥 여기 알바시켜. 옷도 이미 직원 같은데.”
미경이 나를 흘겨봤다.
“월급 많이 주면 생각해보고요.”
셋이 같이 웃었다.
그 뒤부터는 미경은 자연스럽게 손님이 들어오면 가까이 가서 뭘 보고 있는지 슬쩍 살폈다.
진태에게 들은 설명이 기억나는 물건이면 옆에서 한두 마디씩 보태기도 했다.
이번에는 남자 손님 하나가 이벤트 의상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옷을 하나 들었다가 다시 걸어놓고, 다른 걸 꺼내 앞뒤를 뒤집어보는 모습이 누가 봐도 익숙하지 않았다.
미경이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고 멈췄다.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남자 옆으로 다가가 들고 있던 옷을 한번 보고는 먼저 말을 붙였다.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남자가 머쓱하게 웃으며 옷을 미경에게 건넸다.
미경은 옷을 자기 몸 앞에 한번 대보고는 거울을 보고 길이를 가늠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그대로 피팅룸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커튼이 열렸다.
진태도 계산대에서 손이 멈췄다. 나도 그 허벅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미경은 몸에 붙는 흰 셔츠와 짧은 검정 타이트스커트로 된 오피스룩을 입고 나왔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밑단이 너무 짧아 검정 팬티스타킹 안쪽으로 비치는 베이지색 레이스 팬티가 그대로 눈에 들어왔고,
뒤로 돌아서면 엉덩이 아래선까지 훤히 드러날 정도였다.
얇은 검정 팬티스타킹 때문에 가려졌다기보다 오히려 안쪽의 밝은 레이스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미경이 거울 앞에서 허리를 한번 펴자 짧은 치맛단이 더 위로 올라갔다.
남자 손님은 순간 시선을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다시 거울로 피했다.
미경은 그런 반응을 눈치챘는지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거울 앞에 서서 어깨끈을 한번 정리하고, 허리 쪽 주름을 손으로 펴봤다.
옆선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보여주고, 치맛단을 손끝으로 살짝 내려 길이까지 확인시켜줬다.
남자는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미경이 이번에는 등을 돌려 뒤쪽까지 보여주자 남자의 시선이 잠깐 따라붙었다가, 미경이 다시 돌아보는 순간 급하게 얼굴 쪽으로 올라왔다.
“이 정도면 괜찮죠?”
남자가 조금 늦게 대답했다.
“아… 네. 생각보다 괜찮네요.”
미경은 다시 거울을 보며 치맛단을 한번 만졌다.
“걸려 있을 때보다 직접 보니까 낫죠?”
남자는 이번에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까지 두 벌 사이에서 고민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결정은 빨랐다.
미경이 옷을 벗으러 들어가자 남자는 그대로 그 옷이 걸린 자리 앞에서 기다렸다.
잠시 뒤 미경이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남자는 같은 디자인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다.
남자가 미경을 보는 눈도 보였고, 미경 역시 그 시선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불편해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가 입어 보여준 옷이 팔렸다는 게 재미있는지 진태 쪽을 보며 웃고 있었다.
결국 손님은 그 옷을 그대로 계산대로 가져갔다.
진태가 계산을 끝내고 돌아와 미경을 보며 웃었다.
“진짜 알바해야겠는데요?”
미경도 신이 난 얼굴이었다.
“나 때문에 팔린 거 맞죠?”
“오늘 매출은 인정해드릴게요.”
“그럼 수당 줘요.”
둘의 농담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만 해도 진태 앞에서 옷 하나 입는 걸 망설이던 미경이었다.
오늘은 그 옷을 입은 채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처음 보는 손님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진태와 웃으며 장난까지 치고 있었다.
가게 자체가 더 이상 낯선 장소가 아닌 것 같았다.
진태가 문득 카운터 밑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아, 이거 하나 남는 거 있는데.”
미경이 바로 쳐다봤다.
진태가 상자를 열어 안에 든 신제품을 꺼냈다.
전원을 켜자 끝의 뭉툭한 돌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방향으로 돌지 않았다. 360도로, 가는 각이 제멋대로 바뀌며 랜덤하게 회전했다.
낮은 진동이 그 회전 아래로 깔렸다.
“업체에서 미개봉 샘플로 받은 거예요. 새로 나온 거라고 하나 보내준 건데.”
진태가 제품을 한번 돌려보더니 그대로 미경 쪽으로 내밀었다.
“가져가요.”
미경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걸요?”
“난 쓸 일도 없고, 어차피 샘플이라 돈 받은 것도 아니니까.”
미경이 바로 받지는 않고 나와 진태를 번갈아 봤다.
“오늘 매출도 올려줬잖아요. 알바비라고 생각해요.”
그 말에 미경도 웃었다.
그러고는 결국 상자를 받아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낯선 물건처럼 구경하던 걸, 이제는 자기 물건처럼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이건 움직이는 게 이상한데요?”
“회전 방식이 좀 달라요. 안쪽에서 방향이 계속 바뀌는 제품이에요. 근데 이거 조작법이 조금 까다로워요.
저도 샘플만 먼저 받은면서 말로 설명만 들었어요. 설명서는 아직 안 왔거든요.”
“그럼 어떻게 써요?”
“설명서 받는 대로 제가 친구 편으로 보내드릴게요.”
진태가 제품을 켜서 화면을 보여줬다.
작은 창에 영어 메뉴가 몇 개 떴다.
미경이 옆에서 들여다보다가 제품을 받아 직접 눌러봤다.
“이건 뭐예요?”
“그건 움직임 패턴.”
미경이 하나를 눌렀다가 다시 이전 화면으로 돌아갔다.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모르겠는데.”
진태가 웃었다.
““이 모드는 밖에서는 안 켜져요.”
“왜요?”“사용 상태가 돼야 활성화되는 방식이에요.”
“그럼 밖에서 아무리 눌러봐도 모르는 거네요.”
“그 모드는 그렇죠.”
미경이 잠깐 제품을 내려다봤다.
“복잡하네, 진짜.”
미경이 다시 메뉴를 몇 번 넘겨봤다.
이번에는 제품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럼 직접 해보는 게 제일 빠르겠네.”
미경이 그렇게 말하자 진태는 별다른 반응도 없이 카운터 아래에서 작은 젤 한 통을 꺼내 건넸다.
“이건 같이 써요.”
미경이 받아 들고 병을 한번 내려다봤다.
진태는 제품 화면을 다시 켜 기본 메뉴만 짚어줬다.
“처음엔 이걸로 시작하면 돼요. 기본 작동은 여기.”
미경이 화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은요?”
“그건 직접 해보면 바로 알아요. 아까 말한 모드는 사용 상태에서만 켜지고.”
진태는 거기까지만 설명하고 더 붙잡지 않았다.
미경이 제품과 젤을 챙겨 이벤트룸 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자연스럽게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문 앞에서 미경이 돌아봤다.
“왜 따라와요?”
“같이 보려고.”
미경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봤다.
“싫어요. 혼자 해볼 거예요.”
“뭘 또 혼자 해요.”
“그냥요. 밖에 있어요.”
장난처럼 말했지만 표정은 확실했다.
문앞에 서서 조금 전까지는 미경이 먼저 들어가는 게 괜히 흐뭇했는데, 막상 나를 밖에 세워두니 기분이 묘해졌다.
문이 닫히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경계가 풀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풀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다.
잠시 뒤 이벤트룸 문이 열리고 미경이 얼굴만 내밀었다.
" 이거 좀 봐줘요. 잘안되요 ”
내가 안으로 들어가 제품을 받아 몇 번 눌러봤지만 나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영어 메뉴만 계속 바뀌고, 미경이 말한 기능은 켜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품을 다시 미경에게 넘겼다.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아까 설명 들었잖아요.”
“들은 거랑 직접 하는 건 다르죠.”
미경이 답답한 얼굴로 화면을 다시 눌러봤다.
나는 문밖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야, 진태야. 잠깐 와봐.”
잠시 뒤 진태가 이벤트룸 쪽으로 걸어왔다.
진태가 들어오자 미경은 조금 전보다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진태씨 이거 기본 모드는 되는데요.”
말끝을 흐리던 미경이 제품을 한번 내려다봤다.
“생각보다 괜찮아서… 다른 것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진태가 나를 아주 잠깐 봤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미경에게 물었다.
“어떤 모드 해보고 싶으세요?”
미경이 잠깐 망설였다.
“아까 보여준 것 중에… 끝부분이 막 돌아가던 거 있죠.”
목소리가 아까보다 작아졌다.
“그거요.”
진태는 제품 화면을 한번 확인했다.
“아, 이 모드요.”
말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건 밖에서 켜는 방식이 아니에요. 실제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위치가 잡혀야 메뉴가 활성화돼요. 그다음에 여기 눌러야 회전이 들어가고요.”
미경이 잠깐 말이 없었다.
진태는 더 권하지 않고 제품만 들고 기다렸다.
미경이 나를 한번 봤다가 다시 진태 손에 있는 제품을 봤다.
“그럼… 지금은 못 해보는 거예요?”
“할 수는 있어요.”
진태가 제품을 한번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말로 설명해봐야 잘 몰라요. 직접 작동시켜보는 게 제일 빨라요.”
미경이 진태를 봤다.
진태는 별 의미 없다는 듯 덧붙였다.
“괜찮으시면 제가 작동되는 데까지만 봐드릴까요?.”
몇 초쯤 지나 미경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동되는 데까지만 봐주세요.”
진태도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미경은 잠깐 망설이더니 이벤트룸 안쪽으로 들어갔다.
러브체어에 자리를 잡는 동안 진태도 제품을 들고 뒤따라 들어갔다.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려는데 미경이 뒤를 돌아봤다.
“희수 씨."
처음 들은 내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은 뜻밖이었다.
“부끄러우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나는 문 앞에서 멈췄다.
진태한테는 괜찮고 나는 안 된다는 게 순간 이상하게 들렸지만 따질 수도 없었다.
나는 결국 문 앞에서 멈췄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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