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 16

가족 여행이라는 달콤한 단어는 아내 희숙의 입에서 처음 터져 나왔다. 템플스테이에서 돌아온 아들 정훈을 맞이한 희숙은, 딸 민경의 방학을 맞아 장인, 장모님까지 모시고 제주도로 떠나자고 제안했다. 회사 일정은 겹겹이 쌓여 있었고, 대기업 임원으로서의 무게는 하루도 어깨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지만, 나는 흔쾌히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완벽한 가정을 위한 나의 희생은 늘 당연한 것이었으니. 민경이 역시 학업에 지쳤을 법도 한데, 우리 집안의 견고한 질서를 위해 기꺼이 여행에 동참하겠다니 그 모습이 기특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여행 내내 민경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애써 외면했다. 분명 희숙의 잔소리 때문이겠지,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최근 들어 나의 육체는 예전 같지 않았다. 민경에게 마지막 ‘훈육’을 가한 이후부터였다. 솟아오를 줄 모르고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아랫도리’는 마치 오랜 가뭄 끝에 메마른 샘물처럼 기력을 잃어갔다. 수십 년의 금욕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일 아침 치솟던 그 낯선 감각은 이제 희미한 잔상처럼 존재할 뿐이었다. 민경의 팬티도 더는 효력이 없었다. 축축하고 끈적한 그 작은 천 조각은 더 이상 나의 욕망을 불태우지 못했다. ‘기력이 많이 없어졌어….’ 나는 스스로에게 나직이 중얼거렸다. 완벽한 통제 아래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흘러갈 것이라 믿었던 나의 삶에, 또 다른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장인, 장모님과 함께 제주도에 도착했다. 한라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아이들의 들뜬 웃음소리까지.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 내심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민경은 예기치 못한 파장을 일으켰다. 점심 식사를 위해 들른 식당에서, 민경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복장으로 나타났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과감하고 노골적인 복장이었다. 짧은 스커트 자락은 허벅지 위로 아슬아슬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고, 몸에 착 달라붙는 상의는 그녀의 여린 가슴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순수하고 단정했던 내 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유혹이라도 하듯 요염한 실루엣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는 불쾌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섬뜩한 매혹에 사로잡혔다. 마치 사무실 휴게실에서 처음 보았던 그 역겨운 영상 속 여인의 모습이 현실로 튀어나온 듯했다.
민경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오히려 그들의 힐끗거리는 시선을 즐기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나의 심장이 쿵, 하고 지독하게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의식한 행동인가? 나의 ‘훈육’에 대한 뒤틀린 반항인가? 혼란과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민경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희숙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공간을 갈랐다. 그녀의 현명하고 똑똑한 눈빛 속에는 분노와 함께 치욕감이 스쳐 지나갔다. 민경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려 희숙을 마주 보았다. 평소 희숙의 엄격함 앞에서는 늘 순종적이던 아이였는데, 오늘은 달랐다. 그녀의 표정에는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눈빛에는 도전적인 기색이 역력했다.
“엄마가 뭔데? 이 정도 옷은 입을 수 있잖아!”
민경의 목소리는 날카로웠고,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반항심이 깃들어 있었다. 희숙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이게 정말… 너 정말 왜 이래? 혼나볼래? 정말?”
희숙의 목소리에는 격앙된 감정이 실려 있었지만, 민경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나는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희숙이 장인, 장모님의 시선을 피해 민경을 따로 불러내어 퍼부었던 신경질적인 언쟁은 내 속마음을 정확히 꿰뚫는 비수였다. 아아. 내가 민경이를 변하게 만들었구나. 내 욕심이. 내가. 완벽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나의 ‘투쟁’이자 ‘훈육’이라 믿었던 모든 행위들이, 오히려 민경이를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밀어 넣은 것 같았다. 나의 완벽한 삶이라는 환상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희숙이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눈빛은 절박했다. “여보! 민경이 좀 어떻게 좀 해봐… 얘 오늘따라 왜 이래?”
나는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심장은 발아래에 놓인 깨진 유리 조각처럼 위태롭게 고동쳤다. 끓어오르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당신,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마… 사춘기일 수도 있잖아…”
나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이 묻어 있었다. 평소라면 희숙의 육아 방식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을 나였기에,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변명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질문만이 맴돌았다. 민경이 혹시 엄마에게 모든 일을 발설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나의 ‘훈육’은 완벽한 가정을 위한 숭고한 행위였다고 스스로를 기만했지만, 그것이 희숙에게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즉 추악한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인 장모님을 숙소에 모셔다 드리고 난 뒤, 정훈과 희숙이 저녁거리를 사러 시장으로 향한 그 짧은 틈새였다. 집안은 금세 고요함으로 가득 찼고, 그 정적은 내 안의 어둡고 끈적한 욕망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듯했다. 창밖으로 제주의 푸른 해변이 멀리 보였지만, 내 시선은 어느새 딸 민경의 방문에 꽂혀 있었다. 아내와 아들이 없는 지금 이 순간, 어쩌면 이 고요함이야말로 그녀와 단둘이 마주할 완벽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민경이에게서는 아까 점심 식사 자리에서의 일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보인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 그리고 희숙에게 거칠게 내뱉던 그 반항적인 말투까지. 나의 완벽한 가정에 드리워진 그림자, 그 미세한 균열의 시작은 민경이에게서 비롯된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이 나의 ‘훈육’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스스로를 기만했지만, 동시에 내 욕망의 뒤틀린 결과라는 섬뜩한 자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망설임 없이 민경의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심장이 쿵, 쿵, 쿵 하고 불길하리만치 격렬하게 고동쳤다. 마치 오래전부터 예견된 운명처럼, 그녀는 나의 왕국, 나의 '프라이빗한 공간'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똑똑. 방 안에서 흐릿한 기척이 느껴졌다.
“민경아, 아빠다. 잠시 얘기 좀 할까?” 나의 목소리는 최대한 다정하고 온화함을 가장했지만, 그 속에는 이미 냉혹한 지배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방문이 스르륵 열리고, 민경이가 어두운 방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딘가 모를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방으로 들어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차가운 침대 시트의 감촉이 내 허벅지에 닿았다.
“민경아…. 아버지로서 난 정말 걱정이 앞서는구나. 넌 평생 엄마 말을 잘 들어왔었는데,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 나의 질문은 마치 낚싯바늘처럼 그녀의 마음을 꿰뚫으려는 듯했다.
민경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을 회피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훈육의 후유증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민경이에 대한 훈육은 정당했고 확실했다. 그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민경이 역시 더 이상의 훈육은 필요가 없으리라 믿었다.
“그냥… 다 싫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은, 내 귀에는 여과 없이 **‘반말’**로 들렸다. 핏기가 가신 얼굴, 낮게 깔린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향한 그 싸늘한 태도. '반말? 반말을 해?'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불쾌감이 한순간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그래… 뭐가 그리 싫은 거니? 학교생활?” 나는 애써 침착한 척 다시 물었다.
“아니.” 짧고 단호한 대답.
“정훈이랑 싸웠니?”
“아니? 내가 왜 싸워?”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제 짜증까지 섞여 있었다.
“음…”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이 년이 갑자기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나. 아비에게 반말을 찍찍하고. 개 같은… 내 안에서 터져 나오려는 저급한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이성으로 억누르려 했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는 맹렬한 파도처럼 나의 내면을 강타했다.
나는 애써 화를 잠깐 누그러뜨렸다. 가장으로서, 한 집안의 기둥으로서, 나는 언제나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여행지에서 화를 내거나 그러면 안 된단다. 특히 엄마에게는 말이야… 응?” 나는 간신히 이성적인 말을 뱉어냈다. 그녀의 행동이 우리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나의 완벽한 삶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속으로는 미친 듯이 외치고 있었다.
그 순간, 민경이가 갑자기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끈적하고 음습한 빛이 일렁였다. 붉고 작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혀를 이리저리 낼름거리는 동작. 마치 뱀이 먹이를 탐색하듯, 그 요염하고 노골적인 몸짓은 나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나는 그녀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이 아이가 왜 갑자기 이러는 것일까? 이전에 경험했던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위험한 유혹이 느껴졌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니?” 나의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어색할 정도로 갈라져 나왔다.
“아빠…”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끈적하게 내 귓가를 감쌌다.
“…????”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온몸의 신경이 그녀에게로 집중되는 듯했다.
“엄마랑 오빠 한참 뒤에 오지?” 그녀의 질문은 나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고요한 호텔룸에 오직 둘만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질문 속에서 섬뜩하리만치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건 모르지… 장을 본다고…. 흐읍” 내 입에서 저절로 신음 같은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 아랫도리가 묘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필사적으로 이성을 부여잡으려 했지만, 이미 내 안의 굶주린 짐승은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민경이가 내 손가락을 잡고 자신의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마치 어미의 젖꼭지를 찾는 아기처럼,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감쌌다. 따뜻하고 축축한 감촉이 손가락 끝으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미친 걸까. 갑자기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훈육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뇌리에는 혼란과 경악이 뒤섞였다. 나의 '훈육'은 이미 끝났다고, 나의 완벽한 통제 아래 그녀가 완전히 굴복했다고 믿었는데. 이 예상치 못한 행동은 나의 모든 신념을 흔들었다.
“훈육해줘. 나 반말했으니까.”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그 한마디는 나의 모든 사고를 정지시켰다. 충격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섬뜩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야릇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속에는 이전의 순종적인 두려움 대신, 새로운 종류의 유혹과 도발이 담겨 있는 듯했다.
차갑게 식었던 내 손가락이 그녀의 작고 뜨거운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순간, 온몸의 혈액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듯했다. 특급 호텔룸의 푹신한 적막감은 그녀의 끈적한 혀놀림이 만들어내는 질척한 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증폭시켰다. 방안을 채운 은은한 조명은 우리의 모습을 길고 음침한 그림자로 드리웠고, 그 그림자 속에서 그녀의 작고 붉은 입술은 쫀득한 흡입력으로 내 손가락을 빨아들였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혀는 뱀처럼 유연하게 얽혀들며 마디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핥아 올렸다. 축축하고 뜨거운 습기가 손가락을 감싸 안았고, 그 촉각은 내 팔뚝을 타고 전신에 거칠고 야한 전율을 불렀다. 입안 가득 고인 끈적한 침의 기운은 달콤하면서도 묘하게 비릿했고, 그 미끄러운 액체가 손가락을 감쌀 때마다 피부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녀의 목울대가 울렁이며 침을 삼키는 소리, 작게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숨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나를 원초적인 욕망의 심연으로 끌어당겼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먹이를 탐하듯, 그녀는 나의 손가락을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다시 뱉어내기를 반복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호텔룸은 우리의 은밀한 밀회장이 되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고요한 밤 풍경은 이 금지된 유희를 더욱 농밀하게 만들었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노골적이고 치명적인 유혹으로 가득했다.
내 아랫도리는 이미 쿠퍼액으로 넘칠 듯 부풀어 올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솟아오르는 이 낯선 감각은 혼란과 경악을 동시에 안겨주었지만,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맹렬한 욕망으로 변모했다. 야릇한 눈빛, 아까 점심 식사 자리에서 보았던 창녀와도 같은 노골적인 복장, 그리고 지금 아빠의 손가락을 너무나도 맛있다는 표정으로 핥고 있는 이 여자의 모습은 기괴하고도 너무나도 야했다.
허억. 허억. 내 입에서 나도 모르는 신음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이성은 이미 산산조각 난 지 오래였다. 오직 원초적인 감각만이 나의 모든 것을 지배했다. 그녀의 눈빛, 그녀의 입술, 그녀의 혀, 그녀의 숨소리, 그리고 나의 손가락에 전해지는 모든 촉감까지, 이 모든 것이 나를 미지의 쾌락의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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