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 11

정다미는 지난 일주일 내내 내 자취방을 찾았다. 그녀의 몸은 나의 은밀한 욕구들을 풀어내는 수단이 되었고, 나는 그녀를 통해 온갖 기괴하고 뒤틀린 쾌락의 심연을 탐닉했다. 처음에는 미지의 영역을 침범하는 듯한 짜릿함이 있었지만, 반복되는 탐닉 속에서 그녀의 몸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내 손길 아래 그녀의 육체는 반응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영혼의 저항은 점차 옅어지고, 결국은 공허함만이 남았다. 새벽이슬 같던 목소리는 거친 신음으로 얼룩졌고, 한때 날 흥분시켰던 고혹적인 눈빛은 이제는 피로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의 욕망은 이미 그녀에게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낼 수 없었다. 껍데기만 남은 인형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은 내게 더 이상 어떤 전율도 주지 못했다. 내가 갈망하던 파멸적인 아름다움은 퇴색되었고, 결국은 지루함이라는 눅진한 감정만이 나를 지배했다.
축축하고 무거운 자취방 공기 속에서, 나는 희미하게 코끝을 스치는 정액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맡았다. 일주일간의 광란이 남긴 잔재였다. 그 냄새는 나의 권태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나는 텅 빈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다가, 문득 냉장고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나의 은밀한 수집품들을 떠올렸다. 차가운 금속 문 뒤편, 희미한 불빛 아래에는 박은경 아줌마의 이름이 새겨진 1리터짜리 용기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다미의 이름이 적힌 500밀리리터짜리 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투명한 용기들 속에서 기이하게 굳어가던 나의 끈적한 흔적들. 나의 뒤틀린 욕망이 응축된 결정체들. 정다미의 병은 이제 절반 가까이 채워져 있었지만, 박은경 아줌마의 병은 이미 차고 넘치도록 가득했다는 사실이 내 뇌리를 스쳤다.
박은경 아줌마. 그 이름 석 자를 떠올리는 순간, 내 안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맹수처럼, 잊고 지내던 원초적인 갈망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그녀를 처음 보았던 날의 강렬한 충격, 나의 이성을 산산조각 냈던 그녀의 농염한 자태, 그리고 밤마다 나를 미치게 했던 환상 속 그녀의 모습. 그 모든 기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나의 냉장고 속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가짜 우유'가 여전히 나의 맹목적인 집착의 증거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나의 마비된 감각들을 다시 일깨웠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치명적인 페로몬, 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강렬했던 존재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 아래의 육감적인 곡선, 걸음걸이마다 살랑이던 천 자락 아래로 드러나던 숨 막히는 허벅지 라인, 외꺼풀이지만 크고 깊었던 눈, 고혹적인 눈웃음, 도톰하고 탄력 있어 보였던 입술… 모든 것이 정다미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압도적인 매혹이었다. 나의 아랫도리는 이미 통제 불능의 불길처럼 치솟아 있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색기 어린 아우라와 페로몬은 내 이성을 마비시키고, 본능의 밑바닥을 긁어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딸로 추정되는 여자애. 단발머리의 아름다운 여자. 내가 해킹을 통해 알아냈던 정보들이 뇌리를 스쳤다. 박은경 아줌마의 피를 이어받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쌍둥이들. 그들의 모습은 정다미에게서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욕망의 불씨를 지폈다. 한 명이 압도적인 미모를 가졌다면, 다른 한 명은 어떨까? 혹은 두 명 모두 나를 미치게 할 만큼 매혹적일 수도 있다는 상상에, 나의 육체는 전율했다. 나는 이제 정다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더 깊고 강렬한 쾌락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 그 금단의 과실들을 탐하고 싶다는 추악한 욕망이 온몸을 지배했다.
나는 희미하게 스며드는 햇살 아래, 무심하게 널브러져 있는 정다미를 바라보았다. 찢겨진 란제리가 그녀의 몸을 겨우 가리고 있었고, 땀과 나의 흔적으로 범벅된 피부는 그 모든 광란의 흔적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공허했고, 희미하게 떨리는 입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은 나에게 더 이상 어떤 죄책감도 안겨주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욕망을 위한 도구로만 느껴질 뿐이었다.
나는 지쳐 잠든 그녀의 어깨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일어나, 다미 씨.”
내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미세하게 몸을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한 눈빛이 나를 향했지만, 그 속에는 이미 어떤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네…”
겨우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비릿한 만족감을 느꼈다. 완벽하게 길들여진 짐승처럼, 그녀는 나의 모든 명령에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할 일이 있어.”
나는 그녀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그녀의 젖은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 올렸다. 눈물과 땀으로 범벅된 얼굴이 허공에 드러났다. 그 공포에 질린 눈빛 속에서, 나는 나의 지배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박은경, 아니 주인 아줌마에게 전화해서 벽지상태가 더 안좋아졌다고해.”
내 말에 그녀의 몸이 화들짝 떨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마치 얼음장 같은 내 명령에 그녀의 영혼이 경련하는 듯했다.
“네…? 주… 주인아주머니요…?”
“그래. 네가 지난번에 제대로 벽지 수리를 못 해서 또 곰팡이가 피었다고 말해.”
나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고개를 강제로 들게 했다. 나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그녀를 꿰뚫었다. 그녀의 눈에서 절망과 수치심이 섞인 눈물이 다시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싫어요… 학생… 제발… 그건 안 돼요… 제가 지난번에… 제가 다 고쳤잖아요…”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의 손아귀는 더욱 단단히 그녀를 옥죄었고, 그녀의 몸부림은 무의미했다. 나는 그녀의 귓가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너의 그 예쁜 얼굴, 그리고 지난 밤의 영상들이 세상에 공개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내 말을 들어. 너의 아줌마에게 전화해.”
나의 말에 그녀의 몸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경직되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듯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촬영했던 그녀의 처참한 모습, 그리고 수많은 음란한 사진들과 영상들. 그 모든 것들이 그녀의 목덜미를 조이는 밧줄처럼 느껴졌을 터였다. 나는 그녀의 영혼을 침범하는 이 행위 속에서 전능한 지배감을 맛봤다.
“알… 알겠습니다… 전화할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모든 저항의 의지가 꺾인 듯, 그녀의 몸은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비릿한 만족감에 젖어들었다. 완벽하게 굴복한 그녀의 모습은 나의 뒤틀린 욕망을 더욱 부추겼다. 나는 그녀의 흐느끼는 어깨를 짓밟듯 누르고, 주머니에서 나의 휴대폰을 꺼냈다.
“여기, 전화 걸어.”
나는 그녀에게 박은경 아줌마의 번호가 저장된 화면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이내 망설임 없이 발신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나의 무릎으로 강하게 눌렀다.
“똑바로 말해. 지난번보다 훨씬 더 심하게 곰팡이가 피었다고. 네가 제대로 처리 안 해서 이렇게 됐다고.”
내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녀는 작은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흔들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지시에 따라 그녀는 박은경 아줌마와의 통화를 이어갈 터였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올 거짓말들이 박은경 아줌마를 다시 내 자취방으로 불러들일 것이라는 생각에, 나의 아랫도리는 통제 불능의 불길처럼 치솟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마침내 박은경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좋은벽지 정다미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정다미에게서 들었던 새벽 이슬처럼 여리여리하고 고운 여자의 목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교양미가 넘치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러운 음색, 마치 고급 실크 드레스처럼 유려하게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나의 모든 감각을 자극했다. 정다미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며 말을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주인 아주머니. 좋은벽지 정대표예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불안감과 절망감이 묻어 있었지만, 나의 옆구리를 찌르는 손길에 그녀는 애써 침착한 척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번에 학생분 댁 벽지 수리를 해드렸었는데… 다시 연락드렸습니다.”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더 세게 움켜쥐며 그녀의 등줄기를 나의 무릎으로 압박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지만, 나의 지배 아래 그녀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네? 아… 사장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혹시 벽지에 또 문제가 생겼나요?”
박은경 아줌마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긴장감과 함께 예상치 못한 불쾌감이 섞여 있는 듯했다. 나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래, 바로 이 맛이다. 그녀의 평온한 일상에 균열을 내는 이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달콤한 유희였다. 정다미는 나의 살벌한 시선 아래,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네…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제가 지난번에… 제대로 확인을 못 해서… 곰팡이가 다시 생겼다고 합니다…”
그녀는 나의 시나리오대로 말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죄책감과 함께 공포가 느껴졌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비릿한 만족감을 느꼈다. 박은경 아줌마의 목소리에서는 명백한 당황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네? 또요? 어머, 그 세입자 학생한테 연락 받으신거죠?”
“네, 방 전체적으로 좀 퍼진 것 같아요… 특히 침대 옆 벽이 심하고… 습기가 너무 많아서… 검은색 곰팡이가… 아주 보기가 흉해서요. 공사가 더 필요할것 같아서요..”
정다미는 나의 명령에 따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박은경 아줌마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녀의 불안감이 나의 아랫도리를 더욱 거세게 자극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방문해서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네요. 혹시 언제가 괜찮으실까요?”
“아… 저는 언제든 괜찮습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편하신 시간으로… 제가 맞춰드리겠습니다…”
정다미는 겨우 말을 마쳤다. 통화가 끊기자마자 그녀의 몸은 힘없이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놓아주었고, 그녀는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얼굴을 바닥에 파묻었다. 나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비틀려 올라갔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잘했어, 다미 씨.”
내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차가운 지배욕이 깔려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저 끊임없이 흐느낄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비릿한 만족감에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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