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어스 서연의 노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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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윤서연(여주,25,스튜디어스,독일행 국제선,167cm 단아하고 지적인여성)
강민준(남주,29,무역회사 직원,180cm 근육질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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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초여름, 우연이 인연이 되는 시간
6월 초의 서울은 이미 여름의 초입에 들어서 있었다. 청계천 변을 따라 심어진 이팝나무 꽃들은 어느덧 자취를 감췄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짙푸른 녹음이 물길을 따라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수면 위에 부딪혀 잘게 부서지는 시각, 윤서연은 가벼운 하늘색 린넨 원피스 차림으로 징검다리 근처를 걷고 있었다.
비행 일정이 없는 휴일, 서연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혼자만의 정취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승무원 특유의 단정함이 배어 있었고, 바람에 살짝 흩날리는 긴 생머리와 오뚝한 콧날 위에 얹힌 지적인 분위기는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서연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방에서 작은 시집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우아하게 책장을 넘기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정지된 풍경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때, 반대편에서 서류 가방을 어깨에 메고 바쁘게 걸어오던 강민준이 멈춰 섰다.
무역회사에서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길이었던 그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유독 투명하게 빛나는 서연을 발견했다.
평소 매사에 신중하고 냉철한 성격인 민준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본능이 이성을 앞섰다.
지금 이 여자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민준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잠시만 실례해도 될까요?"
서연이 읽던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맑고 깊은 눈동자가 민준을 향했다.
갑작스러운 접근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대응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민준은 다시 한번 그녀의 지적인 아우라를 느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서연의 목소리는 맑고 단아했다. 민준은 뒷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최대한 진솔하게 입을 뗐다.
"갑자기 말을 걸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청계천을 걷다가 그쪽을 뵙고...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연락처를 여쭤봐도 될까요?"
서연은 잠시 민준을 관찰했다. 깔끔한 셔츠 차림에 정중한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긴장한 듯 보이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눈빛이 나쁘지 않았다. 서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네요. 하지만... 정중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민준의 건장한 체격과 훈남 얼굴은 서연에게도 맘에 들었다)
그녀는 민준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남겨주었다. 민준의 얼굴에 환한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6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썸타는 사이로
가끔 문자와 저녁 커피나 식사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무역회사 직원으로서 세계의 흐름을 읽는 민준의 박학다식함과, 전 세계를 비행하며 넓은 식견을 쌓은 서연의 우아한 대화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퇴근 후 종로의 작은 카페에서, 혹은 비행을 마친 서연을 마중 나간 공항 근처에서 그들은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했다.
민준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지 어느덧 2주. 서연의 일상은 민준과의 설레는 메시지로 생기를 되찾고 있었지만, 직장에서의 숨 막히는 현실은 여전했다.
서연에게는 입사 직후부터 6개월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노처녀 선배' 박 사무장이 있었다.
지독한 완벽주의자에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녀는, 특히 청순하고 지적인 외모로 동료와 승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서연을 유독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이번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장거리 비행은 서연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하필 박 사무장과 같은 팀으로 배정된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기내 서비스가 시작되자, 박 사무장의 은근한 '갈굼'은 고도를 높여갔다.
"윤서연 승무원, 지금 서비스 속도가 왜 이렇게 늦어? 승객들이 기다리는 거 안 보여? 6개월이나 됐으면 이제 눈치껏 움직일 때도 됐잖아."
서연은 정중하게 목례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사무장님. 와인 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하느라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바로 서두르겠습니다."
"지적인 척 혼자 다 하더니, 실무는 영 꽝이네. 그 우아한 표정 관리할 시간에 매뉴얼이나 한 번 더 정독해. 비행기가 네 런웨이인 줄 아니?"
박 사무장은 다른 동료들이 듣는 앞에서도 서연의 자존심을 툭툭 건드리는 말을 내뱉었다. 갤리(Galley) 안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서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스트레스를 삭였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동안 박 사무장의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승객에게 제공할 담요의 각도가 비뚤어졌다는 둥, 기내 방송의 톤이 너무 높다는 둥 억지에 가까운 트집들이 이어졌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명치가 답답해질 무렵, 서연은 잠시 휴게 시간에 민준이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민준] "서연 씨, 지금쯤 구름 위겠네요. 독일은 날씨가 좋대요.
도착하면 문자주세요.
짧은 글귀였지만 민준의 진심 어린 응원은 서연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었다. 박 사무장의 날 선 언어들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혀도, 서연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기내의 불이 꺼진 취침 시간, 박 사무장은 어두운 갤리에서 다시 서연을 불러 세웠다.
"윤 승무원, 너 요즘 핸드폰 자주 보더라? 연애라도 하니? 일이나 똑바로 해. 너 같은 애들이 연애질 시작하면 꼭 비행에서 티가 나거든."
서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며 박 사무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사적인 부분까지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무장님. 하지만 업무에 지장 준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도 완벽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프랑크푸르트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서연의 가슴 속은 박 사무장이 쏟아낸 독설로 인해 시커먼 숯덩이 같았다.
시차 적응도 못한 채 몽롱한 정신으로 도착한 사우나. 오전 7시의 내부는 적막하리만큼 고요했다. 아무도 없는 로비와 텅 빈 복도를 지나며 서연은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아무도 없으니 다행이다. 여기서 모든 걸 잊고 쉬자.’
프랑크푸르트 공항 인근의 이른 아침은 서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비행 내내 이어진 박 사무장의 히스테리와 날 선 공격은 서연의 정신을 갉아먹었고, 그녀의 머릿속은 오로지 '이 독기를 땀으로라도 씻어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지독한 시차와 수면 부족으로 몽롱해진 상태에서 서연은 구글 맵을 켰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평점 좋은 사우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조건 뜨거운 곳으로 가야 해. 안 그러면 미쳐버릴지도 몰라."
서연은 홀린 듯 택시에 몸을 실었다. 도착한 사우나는 현대적이고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오전 7시, 오픈 직후의 고요함이 흐르는 로비에서 서연은 서둘러 입장료를 지불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 무어라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박 사무장의 "너 같은 애들은..."이라는 환청에 시달리던 서연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빨리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을 뿐이었다.
서연은 급하게 탈의실로 향했다.
안내 표지판에 적힌 독일어를 꼼꼼히 읽을 여유조차 없었다. 그녀는 평소의 우아하고 신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허물 벗듯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큰 타월 하나만 어깨에 걸친 채 사우나 구역으로 발을 들였다.
사우나 내부는 은은한 아로마 향과 함께 자욱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서연은 약 사우나로 보이는 사우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아..."
서연은 건식 사우나실(Sauna)의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은 그렇게 너무 뜨겁지 않았다.
안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서연은 가지고 들어온 커다란 타월을 뜨거운 나무 벤치 위에 넓게 폈다.
그리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마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침대에 눕듯 비스듬히 몸을 뉘었다.
따뜻한 열기가 등줄기를 타고 전해지자 비행 내내 긴장했던 근육들이 녹아내렸다.
감긴 눈꺼풀 위로 붉은 빛의 잔상이 스쳤고, 서연은 깊은 함정에 빠지듯 단잠에 빠져들었다. 2주 전 청계천에서 만난 민준의 다정한 미소가 꿈속에서 아른거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몽롱한 꿈결 속에서 낮고 굵직한 저음들과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서연은 ‘여기가 비행기 안인가?’ 하는 착각에 빠져 천천히 실눈을 떴다. 그런데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기내와는 전혀 달랐다.
서연은 소스라치게 놀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텅 비어있던 사우나실은 어느덧 족히 1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자 4~5명과 남자 7~8명이 사우나실 벤치에 빙 둘러앉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사우나실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상단 벤치에 알몸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8시를 넘기며 손님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독일의 사우나 문화는 엄격한 남녀 혼탕(FKK)이었고, 사람들은 타월을 깔고 앉는 것 외에 몸을 가리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한국 정서에서 나고 자란, 그것도 늘 단정한 유니폼으로 몸을 감싸던 승무원 서연에게 이것은 그야말로 '대재앙'이었다.
주변의 남자들은 맥주 이야기를 하거나 날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연은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발끝까지 뻗친 경직된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 일어나면? 아냐, 지금 갑자기 일어나서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가면 그게 더 이상해 보여. 저 사람들은 내가 독일 문화에 익숙해서 당당하게 자고 있는 줄 알 텐데...'
서연은 다시 실눈을 감았다.
'민준 씨가 알면 기절하겠지? 아니, 박 사무장이 알면 "윤 승무원, 독일에서 아주 대범하네?"라며 평생 비웃을 거야.'
바로 옆 벤치에 앉은 건장한 독일 남성이 온도가 낮아졌다며 달궈진 돌 위에 물을 붓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뜨거운 증기가 서연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서연은 필사적으로 자는 척을 하며, 어떻게 하면 가장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이 혼탕의 중심부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계산을 시작했다.
지적이고 차분한 그녀의 뇌가 '알몸 탈출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순간, 6월의 프랑크푸르트 사우나는 서연 인생에서 가장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서연은 아주 천천히, 마치 잠결에 뒤척이는 척하며 타월의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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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