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은미의 수난시대(1)
바람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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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전
1993년의 초여름, 캠퍼스는 눅눅한 습기 대신 싱그러운 풀냄새와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삐삐 소리가 도서관 복도에 울려 퍼지고, 통이 넓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학생들이 낭만을 논하던 시대였습니다.
1. 눈부신 5월의 캠퍼스
대학교 벤치 위, 은미는 쏟아지는 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스무 살, 화장기 없는 얼굴엔 솜털이 보송보송했고 묶음 머리 아래로 드러난 목선은 풋풋한 생기를 머금고 있었죠.
그 옆에는 과 동기이자 연인인 지훈이 앉아 있었습니다.
"은미야, 이번 축제 때 우리 과 주점 메뉴 진짜 웃기지 않냐? 선배들이 벌써부터 소주 박스 쟁여놓느라 난리야."
지훈의 농담에 은미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댔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90년대 특유의 순수한 애정이 공기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지훈은 은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날이 너무 덥다. 저기 매점 가서 아줌마한테 ‘브라보콘’ 두 개만 사 올게.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지훈은 은미의 코끝을 가볍게 툭 치고는 매점 쪽으로 가볍게 뛰어갔습니다.
2. 일상의 경계에서
같은 시각, 캠퍼스 정문으로 낡은 트럭 한 대가 덜덜거리며 들어왔습니다. 운전석에는 서른두 살의 철수가 앉아 있었습니다.
빛바랜 면바지에 땀에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른 그는 낮에는 성실한 음료 배달 기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서늘했습니다.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서 ‘포주’라는 이름으로 밑바닥 인생들을 부리는 그의 진짜 본성이 문득문득 비쳤기 때문입니다.
트럭을 멈춰 세운 철수는 음료 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본관 뒤편 벤치 구역을 가로질렀습니다.
"후, 날씨 한 번 더럽게 덥네..."
짜증 섞인 혼잣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린 순간, 철수의 걸음이 멈췄습니다.
3. 엇갈린 시선
지훈이 떠난 빈 벤치. 그곳엔 은미가 혼자 앉아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보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은미의 모습은, 마치 흑백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정지된 듯 아름다웠습니다.
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짊어진 음료 박스의 무게를 잊은 채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거친 유흥가에서 화장독이 오른 여자들만 상대하던 그에게, 아무런 꾸밈없이 빛나는 스무 살의 은미는 마치 다른 세상의 존재처럼 다가왔습니다.
'저런 애가... 이런 곳에 있었나.'
철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것은 순수한 감탄이라기보다,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본능에 가까운 기괴한 관심이었습니다.
지훈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의 그 짧은 고요 속에서, 철수의 시선은 은미의 하얀 종아리와 맑은 눈동자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철수는 어깨에 짊어진 음료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땀에 젖은 런닝구 사이로 비치는 그의 눈빛은 이미 배달 기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철수의 시선은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은미에게 고정되었습니다. 매일같이 진한 화장과 담배 연기에 절어 있는 창녀들만 보던 그에게,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 은미의 피부는 강렬한 자극이었습니다.
'야... 이거 진짜 물건이네.'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생리적인 반응과 함께 비릿한 욕망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90년대 특유의 허술한 치안과 공권력의 사각지대, 그리고 자신의 완력을 믿는 오만함이 그를 움직였습니다.
철수는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은미를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주변에 학생들이 오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평범한 일상성이 그의 대담함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은미는 처음에 그저 누군가 근처를 지나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내의 그림자가 자신의 발끝을 덮고, 5미터도 안 되는 거리까지 다가오자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습니다. 고개를 들어 철수를 쳐다보는 순간, 은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졌습니다.
말을 걸 틈도 없었습니다. 철수는 짐승처럼 달려들어 은미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습니다.
"읍...!" (철수가 은미의 입술에 키스함)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철수의 거친 입술이 은미의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은미가 질겁하며 얼굴을 빼려 몸부림쳤지만, 철수는 뒷머리를 더 세게 쥐어 누르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거칠게 움켜쥐었습니다. 캠퍼스 한복판에서 벌어진 믿기지 않는 성추행이었습니다.
"야, 이 개자식아!!!"
멀리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던 지훈의 눈이 뒤집혔습니다. 지훈은 손에 든 것을 내팽개치고 쏜살같이 달려와 철수의 어깨를 낚아챘습니다. 은미에게서 철수를 강제로 떼어낸 지훈의 주먹이 공기를 가르며 철수의 안면을 직격했습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수는 바닥으로 나뒹굴었습니다. 입술이 터져 비린 피가 흘러나왔지만, 철수는 정신 나간 놈처럼 낄낄거리며 다시 일어나 은미 쪽으로 발을 떼려 했습니다. 하지만 분노가 극에 달한 지훈은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어디를 감히...!"
지훈의 발이 철수의 복부를 정확히 가격했습니다. 다시 한번 멀리 나가떨어진 철수는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습니다.
"은미야, 괜찮아? 가자, 빨리!"
지훈은 덜덜 떨고 있는 은미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대낮에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사내와 더 엮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캠퍼스 인파 속으로 도망치듯 사라졌습니다. 바닥에 고꾸라진 철수만이 터진 입술을 닦으며, 멀어지는 은미의 뒷모습을 광기 어린 눈으로 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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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