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은미의 수난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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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전
철수의 눈 뒤에는 핏발이 섰습니다. 그는 밤의 형제들과 다름없는 질 나쁜 친구 둘을 불러 모았습니다.
낮에는 음료 기사지만 밤에는 포주인 그에게 사람 하나 미행해서 집 위치를 따내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과 회식을 마치고 약간의 술기운이 오른 은미가 지훈의 배웅을 받으며 집 근처로 걸어갔습니다.
"은미야, 아까 낮에 그 미친놈 때문에 놀란 건 좀 괜찮아? 아직도 손이 찬 것 같아."
지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은미의 손을 꼭 잡으며 물었습니다. 은미는 술기운 때문인지, 지훈의 온기 때문인지 발그레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응, 지훈아. 네가 바로 달려와 줬잖아. 그때 네가 발로 뻥 차버릴 때 솔직히 좀 멋있더라?"
"당연하지! 내가 널 어떻게 지켰는데. 근데 너 너무 예뻐서 불안해. 내일은 수업 끝나고 내가 강의실 앞까지 데리러 갈게."
"치, 나 애기 아니거든? 그래도 오면 좋긴 하겠다. 우리 내일은 점심에 학식 말고 정문 앞에 새로 생긴 돈가스 집 가볼까?"
"좋지! 거기 노래방 기계도 있다던데, 밥 먹고 '신성우' 노래 한 곡 불러줄게. 너 '내일을 향해' 좋아하잖아."
은미가 까르르 웃으며 지훈의 팔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꿈 깨셔! 지훈이 너 음치인 거 온 과 애들이 다 아는데 누굴 망신시키려고. 그냥 조용히 밥만 먹자."
"에이, 너무하네. 아, 맞다! 이번 주말에 개봉하는 영화 '투캅스' 예매해둘까? 안성기랑 박중훈 나온대서 요즘 난리잖아."
"어머, 그거 나 진짜 보고 싶었는데! 지훈아, 그럼 우리 주말에 데이트하는 거다? 삐삐로 시간 남겨줘."
어느덧 은미의 집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두 사람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습니다.
지훈은 아쉬운 듯 은미의 앞머리를 살짝 정리해주며 멈춰 섰습니다.
"이제 다 왔네.
"응, 지훈아. 오늘 고마웠어. 조심히 들어가고, 도착하면 삐삐 쳐! 나 바로 확인할게."
그것이 은미의 마지막 밝은 미소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지훈은 기분 좋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어두운 골목의 공기는 비릿한 욕망과 배신으로 가득 찼습니다. 경찰이라 믿었던 사내가 내민 손수건이 은미의 입을 막는 순간, 약품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코끝을 찔렀습니다.
지훈이 아쉬운 듯 손을 흔들며 골목 어귀로 사라지자, 은미의 집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20미터. 바로 그때, 철수가 설계한. 악마의 트랩. 이 작동했습니다.
은미의 집근처 입구에
가로등 불빛을 받아 번쩍이는 가죽 지갑과 두툼한 만 원권 지폐 몇 장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술기운에 판단력이 흐려진 은미는 무심코 허리를 숙여 그것들을 집어 들었습니다. "누가 흘렸나?" 하는 짧은 생각이 스치는 찰나, 어둠 속에서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니, 내 지갑! 어떤 도둑놈이 가져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네!"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골목 귀퉁이에서 튀어나와 은미의 손목을 으스러지도록 움켜쥐었습니다. 은미가 당황해 "아니, 저기요... 저는 그냥 길에 있길래..."라고 말할 틈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사내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습니다.
"이 아가씨가 사람 잡네! 내 주머니에서 소매치기해놓고 주웠다고? 야, 여기 도둑이다!"
은미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습니다. 억울함과 공포가 뒤섞여 눈물이 맺히려던 순간, 골목 저편에서 하얀색 봉고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차 문이 열리며 내린 사람은 놀랍게도 경찰 제복을 입은 사내였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밤늦게 소란스럽게."
권위적인 목소리에 은미는 구세주를 만난 듯 안도했습니다. 지갑 주인이라는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경찰에게 달라붙었습니다.
"순경님, 이 여자가 제 지갑이랑 현금을 훔쳐 달아나다 딱 걸렸습니다! 증거물도 손에 쥐고 있잖아요. 빨리 잡아가 주세요!"
은미는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니에요, 순경님! 정말 길에 떨어져 있어서 주운 것뿐이에요. 믿어주세요!" 하지만 경찰 복장을 한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은미를 위아래로 훑었습니다.
90년대, 공권력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단 양측 진술이 엇갈리니 경찰서로 가서 정식으로 조사를 받아야겠군요. 학생, 이 차에 타세요."
경찰서에 가면 오해가 풀릴 거라는 막연한 믿음. 은미는 떨리는 몸을 이끌고 봉고차 뒷좌석에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차 문이 '쿵' 하고 닫혔습니다
ㅡㅡㅡㅡㅡ
은미는 짧은 신음조차 내뱉지 못한 채,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2열 시트 위로 맥없이 쓰러졌습니다.
3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철수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짐승 같은 눈빛이 실내등 아래 비친 은미의 하얀 얼굴을 훑었습니다.
그는 은미의 가방을 거칠게 뒤져 지갑을 찾아냈습니다. 90년대 대학생의 상징인 학생증, 그리고 그 뒤편에 소중하게 끼워진 스티커 사진 한 장.
사진 속 은미와 지훈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철수는 그들의 행복한 얼굴을 잠시 응시하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구겨버렸습니다.
그는 정신을 잃은 은미의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밀착시켰습니다. 낮의 캠퍼스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폭력적이고 끈적한 키스가 은미의 무방비한 입술 위에서 완성되었습니다.
하얀 봉고차는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가로 향했습니다. 대로변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차가 멈춰 섰습니다.
바로 그 옆 보도블록 위, 은미를 배웅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건너려던 지훈이 서 있었습니다.
지훈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 차창 너머에서 자신의 연인이 어떤 지옥으로 끌려가고 있는지 상상조차 못한 채였습니다.
철수는 그런 지훈의 옆모습을 확인하자 광기 어린 유희를 시작했습니다.
철수는 은미의 상체를 지훈이 서 있는 창가 쪽으로 돌려 눕혔습니다. 그리고는 은미의 얇은 여름 브라우스 단추를 거칠게 낚아채 아래로 끌어내렸습니다. '옷이 벗겨지는 소리가 좁은 차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단정했던 브라우스가 젖혀지자, 아직 한 번도 타인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여대생의 크고 봉긋하고 하얀 가슴이 차가운 차 안 공기 속으로 드러났습니다.
철수는 지훈을 똑똑히 응시하며, 자신의 손으로 은미의 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거칠게 주물러 터뜨릴 듯 쥐었습니다.
말랑하고 탄력 있는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지자 철수의 호흡은 더욱 가빠졌습니다.
"이게 낮에 나를 때린 죄야...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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