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gerous - 12
한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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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17:29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한낮인데다가 시간도 인적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토요일
오후인 탓에, 재준과 영길이 나란히 동네 공중 목욕탕에 들어섰을 때에는 결코 적지 않
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재준과 영길은 나란히 자신의 사물함으로 걸어가서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옷을 벗으려니, 어쩐지 재준이 영 불편한 기색을 만들어 보였다.
하지만 혹여라도 영길에게 그런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의식하며, 재준은 영길의
옆에 서서 천천히 옷가지를 벗기 시작했다. 재준과 영길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몸
위에 걸쳐진 거의 마지막 천조각인 팬티를 다리 아래로 내렸을 때였다. 슬금슬금 재준
의 동태를 살피던 영길이 히죽 웃으며 나지막하게 재준에게 소리쳤다.
"어 이거 그러니까 그게 흐흐흐. 우리 처남 좆이. 완전 애기 좆이구만. 흐흐흐흐흐 귀엽
네 그려 흐흐"
-네?
영길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재준이 자신의 사물함 앞에 얼어붙어서는 얼굴이
바짝 붉어진 상태로 영길을 올려다 봤다.
마침 영길과 재준의 곁에 있던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몇 명의 학생들과 영길 나이 또
래의 몇 명의 남자들이, 재준과 영길을 번갈아 보는가 싶더니 이내 씩 웃으며 지나쳐 갔
다. 재준의 얼어버린 표정을 가만히 보고 서 있던 영길은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서둘러
부랴부랴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냈다.
"아. 그러니까 아 영길이. 아니 아니 영길이는 나지 그러니까. 저기 재준이. 냐. 남자들끼리는 친해지면 그 뭐시냐. 좆이나 불알 얘기 많이들 하니까. 나는 그 뭐
나는 또 재준
이랑 그러니까 좀 친해지고 싶어서 한 얘긴데."
-아.. 아 하하. 아니에요 매형. 신.. 신경쓰지 마세요. 큭. 제. 제 물건이 좀.. 작긴하죠?
"어. 어.. 그러니까 솔직히 흐흐 그렇긴 한데. 흐흐"
-......
재준이 얼굴이 바짝 얼어서는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있자니, 아까 그 고등학생 무리가 다
시금 킥킥 거리며 뒤에서 웃고 있었다. 재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겨우겨우 진정시
키며 사물함의 열쇠를 잠가 닫고는 영길보다 몇발자국 앞서서 탕 안으로 걸어 들어갔
다. 재준으로써는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했다. 그 모습
을 지켜보던 영길도 머쓱해 하면서 사물함을 닫고는 부랴부랴 재준의 뒤를 따랐다. 영
길이 고개를 슬며시 돌리자니, 자신들 뒤에서 키득대고 웃고 있던 고등학생 남자애들
중에 한 녀석이 자신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영길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재준의 뒤를 밟았다.
"저기 그러니까 재준이. 그게. 아까 일은 그러니까 말이여."
-아니에요 매형. 신경쓰지 마세요.
온탕에 앉아서 한동안 재준의 눈치만 살피던 영길이, 비굴한 목소리로 재준에게 말을
걸자, 재준은 영길쪽으로 눈을 돌리지도 않은채 지극히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그런 재
준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영길이 다시금 무슨 말인가를 꺼내려다 주위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재준으로썬 기분이 썩 좋을리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페니스 크기'는, 재준의 거의 유일
하다시피한 고민거리였기 때문이다. 남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자신의 성기 때문에, 그동
안 얼마나 기죽어 살아왔던가?
한번은 그런일도 있었다. 재준이 중학생이었을 때, 친구들과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을
무렵, 같은반 친구녀석이 곤히 잠든 재준 몰래 치약으로 짓궂은 장난을 하는 바람에 중
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재준의 '암묵적인' 별명은 '콩알'이라는 얄궂은 녀석이었다. 아직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성될 나이가 아니었던 재준으로썬, 별것 아닌것 같은 그런
놀림들이 남에게 말하지 못할 큰 상처가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때문인지 아내인 은영과 첫날밤을 보낼때도, 그리고 결혼생활 내내 아내와 성관계를 가
지는 동안, 아내인 은영과 '정상적인' 성관계가 지속될 리 만무했다. 아내를 안고나서는
으레 은영의 눈치를 살피는게 버릇처럼 되어 있던 재준이었다.
온탕에서 제법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연신 재준의 눈치를 살피던 영길은 끝내 아무런 말
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온탕에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어딘지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는
재준을 따라 부랴부랴 일어날 뿐이었다. 깜짝놀라 재준의 뒤를 따르자니 영길의 가운데
에 자리잡은 거대한 물건이 덜렁덜렁 거리며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재준은 영길의
물건을 애써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남자고 봐도 너무 크고 훌
륭해 보이는 물건.
목욕탕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은 재준과 영길은 또 한동안 말없이 묵묵히 때를 밀기
시작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머리속에 계속 영길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바람에 재
준은 곁눈질로 사람들을 의식함과 동시에 최대한 가랭이를 좁혀 자신의 물건을 내비치
지 않으려 애썼다. 재준이 고개를 약간 돌려 영길을 보니, 아까부터 자신의 눈치를 살피
던 영길과 거의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어색하게 웃어보이던 영길이 화들짝 놀라며 재
준에게 말을 걸었다.
"어. 그러니까 재준이. 왜. 등. 등 밀어줄까?"
-네? 아니. 괜찮은..
"아니여. 그러니까 그게 등 밀어줄게 흐흐흐흐"
그렇게 말하며 부리나케 일어나는 영길이 재준이 말릴새도 없이 재준의 등뒤로 달려가
때를 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게. 저기 재준이. 아까일은 다시한번 내가 그러니까 사과함세"
-아. 매형. 정말 괜찮다니까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러니까 아니여. 그게. 후우. 아니 난 재준이를 정말 좋아해. 그러니까 알잖나 자네도.
나 어렸을적에 부모님 일찍 돌아가신거. 그러니까 그게. 가족이래봤자 연수랑 자네식구
가 다 아닌가. 그래서 그러니까 아까 그게 나도 모르게 조금 친해졌다는 느낌에. 아니지
그러니까 조금 친해질 생각으로 그 뭐시냐. 요즘말로. 그래 그러니까 '오버'를 했나보이.
미안하네 재준이"
재준은 자신의 등뒤에서 한동안 때를 밀던 영길의 목소리가 차츰 어두워지는 것을 느
꼈다.
잊고있었다. 생각해보니 재준이 영길을 좋아하는 데에는 영길의 순수한 성격 만큼이나
-물론 이건 다분히 재준의 생각. 아니 '착각'일런지도 모르지만- 다른 이유도 존재했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영길이 아내인 은영과 같이, ‘외톨이’라는 사실이다.
"매형. 전 정말 괜찮습니다. 다시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지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자 저는 이제 됐으니까 이제는 매형차례에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재준이 나를 용서해 주는건가? 크흑. 그러니까 몸둘바를 모르겠
구먼. 내가 진짜 그러니까 앞으로는 꼭 입조심 함세. 고맙네 재준이.
재준이 웃으며 바라보자 영길은 그제서야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목욕탕이 떠나가라 우
렁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재준과 영길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
다봤다. 재준이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영길을 진정시켰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쯤, 영길과 재준이 목욕탕을 빠져 나왔다. 걸어서 집까지 올
라가려던 참이었는데, 재준이 은영의 전화를 받고 먼저 영길의 곁을 떠났다. 졸지에 홀
로 남겨진 영길이 담배를 한 개 꺼내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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