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r내와 편.견 454~45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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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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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연의 몸속에는 편견의 DNA가 하나도 없었다.
그냥 몸에 익은 습관으로 사무실 문을 잠그고 집으로 갔다.
운전도 못하고 차도 사무실에 놓은채 그냥 달려서 집으로 갔다.
편셔리 프라자에 들를 생각도 못했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했다.
샤워기 물줄기를 맞으면서 다시 한 번 오열을 했다.
욕실 바닥에 엎드려서 펑펑 울었다.
소리내어 울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우리 아연이 불쌍해서 어쩌나 하는 생각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샤워를 하고나서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나는 물기를 닦고 나와서 주방의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에 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요리를 시작했다.
우리 아연이….불쌍한 아연이…..
죽을때까지 비밀을 지킬것이다.
지금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 누구도 나에게서 아연이를 빼앗아 갈수는 없었다.
내 딸이다.
임신한것을 아는 순간부터 내가 임신한 연지의 곁을 지켰고….
제왕절개수술을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수술실에 들어가서
탯줄을 자른 아이이다….
내가 업고 안아서 키웠고, 유치원 체육대회부터 시작해서
자라는 모든 과정을 내가 함께 했다.
자전거도 내가 처음 가르쳐 주었고, 스케이트도 내가 처음 가르쳐 주었다.
머리 묶는것도 내가 장모님한테 배워서 아연이 어릴때 머리를 묶어주었고
아연이의 모든일 모든 행동과 모든 성장과정에는 내가 그자리에
함께 있었다.
심지어 첫생리를 할때도 내가 아연이를 챙겨주었다.
내 딸이다.
그까지 DNA가 뭔가?
내 모든 정성이 녹아내려서 오늘의 아연이가 된 것이다.
아연이가 내 딸이 아니라고 하면 나는 지난 십칠년간 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나도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
진짜로 믿을수가 없었다.
검사 결과를 믿을수가 없었다.
그 당시…….연지는 다른 놈과 떡을 칠 기회도 없고 순간도 없었다.
적어도 아연이가 생긴 그 때 즈음에는 진짜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연이가 좋아하는 모듬튀김을 했다.
고구마, 야채, 김말이, 식빵, 오징어 이렇게 다섯가지의 재료를 준비해서
튀겨내었다.
요리에 집중할때는 머리속에 다른 생각이 들 수가 없었다.
나는 몇 가지 요리를 항상 동시에 하기 때문에 요리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타거나 요리를 망치기 때문에 진짜 요리에만 집중할수 있었다.
아연이가 집에 들어오면서 맛있는 튀김냄새가 나니까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 와서 튀김부터 먼저 몇 개 먹고 교복을 갈아입고
샤워를 했다.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연이가 이 사실을 알면……진짜 안된다…그러면 난 못산다.
세상 무엇을 준다고 해도 바꿀수 없는게 우리 아연이였다.
엄마한테도 버림을 받았는데…..
아연이가 충격을 받게 할 수는 없었다.
그건 사십오년동안 살아온 내 모든 인생이 통째로 부정되는 것이었다.
오연지가 밉고 원망스럽고 이런 생각조차 이젠 안들었다.
그냥 나쁘년이고 미친년이다.
그런데 오연지는 나를 생물학적 아빠라고 그때 분명히 박민규와 통화할때
그랬는데…..이년은 혹시 진짜 나인줄 알고 있는건가? 아니면
알면서 구라를 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긴….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나중에….진짜 나중에 십년 이십년 아니 삼십년이 흐른뒤라도
꼭 한 번 만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연이 친부가 누군지 난 알 권리가 있었다.
그날밤에 온 몸에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잠에 들수가 없었다.
너무 추웠다.
발이 시려서 양말까지 신었다.
시계를 보니까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4월인데 겨울 파카까지 꺼내 입었다.
보일러를 너무 올리면 아연이방이 더울까봐 올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안방만 틀고 다른방은 다 잠그기도 그랬다.
그럴 힘도 없었다. 몸이 떨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옷만 껴입고 실내온도는 평상시처럼 유지했다.
온 몸이 덜덜덜 떨렸다.
온도계를 귀에 대고 열을 재니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삼십구도였다.
나는 구급상자에서 해열제를 꺼내어 먹었다.
그리고 안방에 이불을 푹 덮고 가만히 있었다.
예전에 아내가 오한이 들고 체온이 상승했을때….내가 아내를 안아주어서
땀을 빼게 했던 생각이 났다.
나는 그렇게 해 줄 누군가가 없었다.
해열제를 먹어서 그런것일까?
어지러웠다.
눈앞이 캄캄했다.
갑자기 내가 보였다.
저게 몇학년때지? 4학년때 같았다.
애들이 나를 놀리고 있었다.
견이는 개새끼래요…..견이는 개새끼래요….
나는 애들을 상대도 못하고 엉엉 울고 있었다.
다른 애들보다 모가지 하나가 더 컸지만 나는 내 이름을 가지고
나를 놀리는 애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냥 혼자서 엉엉 울고만
있었다.
저때는 복싱을 배우기 전이라서 맨날 놀림을 당하기만 하고 싸움도 하나도
못할때였다.
반에서 덩치가 제일 크기는 했지만 순둥이에 남하고 싸우는걸
워낙 싫어해서 맨날 이름가지고 놀림을 받을 때였다.
갑자기 눈 앞이 바뀌었다.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교복을 윗도리만 대충입고 바지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교실이었다.
맨 뒷자리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딸딸이를 치고 있었다.
교단에는 교생실습을 나온 앳되어 보이는 여대생이 열심히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었다.
내 옆에 있던 다른 애들은 모두 도색잡지를 보거나 딸딸이를 치고 있었다.
그때 복도를 지나가던 학생주임이 우리를 보고 모두 끌어내서
복도에서 엎드려 뻗치게 한 후에 엉덩이를 타작하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아파 죽겠다고 온갖 엄살들을 떨고 있었는데 나는 맞으면서도
웃고 있었다.
저건 언제지….
대학 3학년때 같았다.
연지를 만나기 전이다.
학교 후문에서 츄리닝 차림으로 술에 취해서 다른 학교 운동부로 보이는
애들하고 치고 받고 있었다.
나는 뒤에서 실실 쪼개고 있다가 우리 후배들이 맞으면 다가가서
때리는 다른 학교 애들의 귓방망이를 딱 한대씩만 가볍게 날려주고 있었다.
결국 우리편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나고 상대 애들은 다 도망을 쳤다.
우리는 바로 막걸리집으로 가서 막거리를 사발에 따라서 부침개 안주를
해서 부어라 마셔라 먹고 있었다.
내 얼굴이 너무도 해 맑았다.
나도 저렇게 환하게 웃던 시절이 있었구나….
복학하고 나서는 하루 하루가 저렇게 술이나 퍼먹고 꿀빠는 생활이었던
같았다.
취직준비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던 그런 풍류만 즐기던 세월 말이다….
저절로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눈이 확 떠졌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침대위에 앉았다.
파카와 안에 껴입은 옷들이 흠뻑 젖어 있었다.
열을 재보았다.
정상이었다.
꿈에 나왔던 그 순간들이 너무 생생했다.
국민학교 4학년때 그리고 고등학생때 그리고 대학생때 말이다.
오연지를 전혀 몰랐을때도 나는 잘 살았었다.
때로는 울면서….그리고 강해진 뒤로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그렇게 잘 살았었다.
아연이 아침을 먹여서 학교를 보냈다.
출근을 했다.
마회장과 불륜을 촬영하러 나갔다.
오전일을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마회장이 말을 했다.
"오늘은 그냥 사무실에서 시켜먹을까 귀찮은데?"
나는 전화로 중국집에 잡채밥 두그릇하고 라조육 하나를 배달시켰다.
밥톨 하나 안남기고 식사를 마친후에 차를 마셨다.
"얼굴이 많이 헬쑥하다….괜찮냐?"
"네….왜요?"
"아니 그냥……어제 밤에 사무실 와보니까…..니 책상위가 어지럽길래…..
단 한 번도 니 책상위를 어지럽게 하고 퇴근한적이 없었거든…
심지어 니 와이프 그렇게 나간걸 알고 난 뒤에도 그런적은 없었거든……
진짜 무슨일 없는거지?"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마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엊그제 연락을 받았는데 말이다….
니 와이프 홍콩에서 어디 머무는지 소재를 파악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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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마회장이라면 언젠가는 찾을줄 알고 있었다.
"회장님…..그냥 이제는 다 끝났어요.
그냥….모르고 살래요….
이제는 돌아와도 소용없어요.
전 그냥 아연이랑….둘이 살꺼에요….."
마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편이사 니가 그때 여기 앞에서 혼내주었던 그 변호사들 있잖아…
내가 그 놈들 소재도 파악했거든….어떻게 할까?"
나는 그건 알고 싶었다.
얼른 정리할것은 정리하고 싶었다.
"회장님, 그건 알려주세요….."
마회장은 바로 나에게 문자를 보내주었다.
"편이사 디저트는 내가 만들어줄께 잠깐만 기다려라…."
마회장은 냉장고 앞으로 가더니 뭘 뚝딱뚝딱 해서 컵을 두개를 가지고
왔다.
진한 커피의 향이 느껴졌다.
그런데 커피는 조금밖에 없고 컵 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덩이씩
들어 있었다.
"먹어봐…."
나는 왜 뜨거운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집어넣나 해서 의아한 마음에
한 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진한 커피원액과 아이스크림이 은근히 잘 어울렸다.
아이스크림이 뜨거운 커피에 녹아서 맛이 달콤하면서도 커피향이
기분이 좋았다.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맛있지?"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순영이한테 배운거야…..요새 젊은 사람들한테 인기인
아포가토라는 건데….아이스크림에 진한 에스프레소 원액을 부어서
같이 먹는거야….
기분이 우울할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더라구…
나 이거 요새 맛들려서 맨날 해먹는다.
미정이도 이거 모르길래 내가 가르쳐 주었지….
미정이도 이거 아주 중독자가 되었다.
아….그리고 편이사…..나 순영이한테 미정이 이야기 했다.
그냥 미정이랑 나랑 편하게 친구처럼 대화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그러니까 순영이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
워낙에 수위가 진한 소설을 쓰는 애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순영이가 그러더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운동 좀 더 열심히 하라고……
나 그래서…요새 기분이 좋다…."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도 마회장이 만들어준 아포가토를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서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누구 의뢰한거야?"
마회장이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
나는 잠깐 뭔소리인가 멍하니 마회장을 쳐다보았다.
"어제 밤에 니 책상위에 개봉된 봉투가 있는데…..알맹이가 없더라고….
넌 오전 내내 넋이 나가 있고 말이다.
니 와이프 집 나갔을때, 그 때도 오늘 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었는데 말이야…
하긴 그때는 입맛이 없었지….
그런데 오늘은 먹기는 잘 먹더라….
그건 뭐냐…..
충격을 받기는 받았는데…..건강은 챙겨야 한다는 것이거든……
내가 이런거 추리하는거 진짜 미안한데….
설마…..편이사 너……니꺼 해본거야?"
나는 순간 떠먹고 있던 아포가토의 컵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는것을
느꼈다…..
내 눈물이었다.
마회장이 말없이 나를 등위로 한 번 안아주고 토닥여 주었다.
"내가 달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야…..
나는 사람을 죽일뻔도 했으니까 말이야….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교도소를 다녀왔지만….
넌 그래서는 안돼….
내가 오늘 너한테 니 와이프 소재를 찾았다고 이야기 한것은
니가 다른 루트를 통해서 혹시 뭔 짓을 할까봐….
내가 너를 통제하려고 말 한거야….
그런데….넌 나랑은 다른것 같구나….
편이사…..있잖아….
내가 지난 인생에서 내가 그동안 했던 잘못을 딱 하나만 수정할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말이야…..
난 있잖아….뭘 수정할것 같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울고있는 나에게 마회장이
계속 말을 이어서 했다.
"나는 말이야…..
내 아내를 다리미로 지진걸 후회하는게 아니야….
내가 내 지난 실수를 딱 하나 수정할수 있다면 말이야….
난 내가 교도소에 수감된후에…..
그때 겨우 중학교 2학년이던 우리 순영이가…..
우리 순영이가 날 면회왔을때…..
그 어린것한테 난 니 아빠가 아니라고 대놓고 말을 해서
순영이 가슴에 대못을 박은걸 후회해…..
아니 경멸해…..나 스스로를 말이야….
난 아직도 술을 먹으면 가끔 순영이한테 직접 이야기 한다.
그 때 아빠가 했던 말을 후회한다고…..
그걸 후회한다고 말이야…..
너무 미안하다고…
순영이는 기억도 잘 안난다고 웃으면서 넘기지만 말이야…..
난 내 인생을 단 하나만 수정할수 있다면….
그때 순영이에게 대놓고 말했던 그 순간을 삭제시켜버리고 싶어.
편이사…..넌 절대로 나같은 후회는 하지 말아라….
인간이 절대로 할 짓이 못되더라….
그 죄책감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애가 무슨 죄야….."
내가 고개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 아연이는 누가 뭐래도 내 딸이에요….
그까짓 디엔에이가 뭔 상관이에요…
살면서 내가 내 디엔에이를 아연이한테 다 심어주면서 살았는데…
그까지 핏줄이 뭔 상관이에요….
아연이는 누가 뭐래도 내 딸이에요…."
"알아….알아….내가 우리 편이사 아니 우리 견이 잘 알지….
우리 편견이는……세상 그 누구보다도 선하고 착한 사람인거 내가 잘 알지……
견아……어쩔수 없어….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많이 걸려…..하지만….넌 순둥이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강하잖아…
이겨낼수 있어….
나같은 찐따도 교도소까지 다녀와서 이겨냈잖아…
넌 나같은 실수하지 말고 남자답게 멋지게 이겨내자…..
알았지?
살아보니까 그까짓것 좆도 아니야….
지금 나하고 순영이를 봐……그냥 아버지와 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지금 순영이가 친부가 나타난다고 해도 눈길이나 한 번 주겠냐….
그냥 그게 인생이고 사람사는거야…..나는 한 번 시행착오를 했으니까…
넌 나를 보고 내 실수는 절대로 따라하지 말아라….
그게 진짜 남자야….."
나는 눈물을 닦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뭘 울어….운다고 뭐 바뀌냐? 이거나 얼른 퍼 먹어….."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래 맞다…..바뀌는건 좆도 없다.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었다…
모르고 있었던 사실만 추가로 확인된 것이지 진짜 변한건 없었다.
"니미 어떻게 만나도……끼리끼리 모인다고…..어리숙한 남자 빙신들이…..
이렇게 빙신들끼리 모였냐……"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도 그 말이 너무 웃겼다.
어떻게 진짜 그렇게 너무 바보같은 남자들 둘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할까….
나도 마회장과 같이 크게 웃었다.
그래……이게 끝이다….
진짜 끝이었다.
다시는 아연이의 핏줄 같은거 거론은 안할것이다.
단 그전에…..하나 확인할건 있었다.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 불가능할 것만 같은 시간차 공격을 성공시킨 개새끼가
어떤 새끼인지….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나는 그건 일단 시간을 두고 생각을 좀 하기로 하고….
마회장이 준 로펌으로 전화를 했다.
그때 그 남녀 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싶었다.
남자 변호사의 연락처와 여자 변호사의 연락처가 모두 있었다.
나는 여자 변호사는 껄끄러워서 남자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남자 변호사와 통화를 했다.
통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자 변호사는 쟈니 리와 계약은 모두 끝나고 돈은 중간정산을 해서
받았다고 했다.
그쪽에서는 이혼을 하던 안하던 이젠 별로 신경도 안 쓴다고 했고,
업무 종결로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연락을 안한지 몇 달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연락처도 항상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했기 때문에
알려주기도 힘들다는 대답을 했다.
나는 황당하지만 예전에 일들은 미안했다고 무례를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팔….이젠 이혼도 맘대로 못하게 생긴것 같았다.
이혼을 하려면 마회장이 알고 있는 소재지로 탱크를 몰고 쳐들어가는
수 밖에는 없을것 같았다.
나는 이혼문제는 일단 당분간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미 돈은 내가 다 가지고 있는것이고…..
오연지는 한국에 없다.
이혼을 하던 안하던 뭐 다른건 없었다.
그리고 오연지는 이미 홍콩에서 쟈니와 결혼을 했다.
그냥 잊고 살아버리는게 맘 편할것 같았다.
나중에 무슨 법률적인 문제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머리 아프게
그런걸 신경쓰고 싶지는 않았다.
마회장 앞에서 그렇게 크게 울고 같이 대화를 나누고 나니까 마음이
훨씬 편해진 것 같았다.
마회장은 법률적으로 나에게서 아연이를 빼앗아 갈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아연이가 나중에 친부를 찾아가겠다고 머리 싸매고 드러눕지 않는한….
법률적으로는 무조건 내 딸이라고 했다.
나는 꽤 빠른시간내에 정상화 된 것 같았다.
아연이는 지구가 두쪽이 나도 모를것이다.
나만 중심잡으면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며칠을 그렇게 마음을 추스린후에 마회장의 도움을 받아서
비밀리에 작전을 하나 수행하기로 했다.
시간차 공격을 성공시킨 개새끼를 찾아서였다.
첫번째 용의자는 내 눈으로 삽입을 목격한….박재호였다.
나는 봄햇살이 따사롭던 어느날 오후에 박재호를 만나러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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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의 안과전문병원은 환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의사도 여러명이 있는 진짜 전문병원이었다.
나는 카운터의 직원에게 박재호 원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말을 건네었다.
간호사는 누구시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편견이라는 사람인데 급한 일이라고 전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잠시후 박재호가 직접 로비까지 걸어나왔다.
다행히 수술중은 아닌것 같았다.
박재호는 나를 보고 당황하는듯 했다.
"승준아빠 이렇게 불쑥 미안해요…나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요….."
나이는 나보다 형이다.
하지만 옛날에 개새끼 소새끼 해가면서 졸라 팼던게 박재호였다.
불과 몇년전에도 오연지한테 좆빨리다가 쳐 맞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을이었다.
내가 존댓말 하고 바짝 숙이고 들어갔다.
박재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직원이 차를 내왔다.
향기가 좋은 녹차였다.
"아연아빠 갑자기 무슨일로요? 무슨일 있나요?"
내가 예의를 갖추니까 박재호도 달리 경계하지는 않았다.
하긴 박재호가 무슨 죄인가……
오연지가 씨발년이지….
나는 아연이가 공부를 너무 잘해서 계속 음악을 하느니 공부쪽으로
나가는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있다고 승준이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개구라를 쳤다.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고 진짜 말도 안되는 뜬금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박재호는 착했다.
옛날에도 착했고, 지금도 착하다.
나한테는 나쁜놈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본성은 착한놈일것이다.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와 좋아하는 여자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던 우유부단함이
성격이 모질지 못해서 그런것 아니었겠는가….
박재호는 별 의심없이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아이들 공부와 진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중에 박재호에게 머리에 껌같은게 묻었다면서 머리카락을
뽑으면서 말을 했다.
"아…흰머리가 엉킨거네요…..미안해요…아프죠…."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가면서 마치 머리에 묻은걸 떼어주는척 하면서
머리카락을 뽑았다.
나는 너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박재호는 원래 나를 말도 안되는
놈으로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삼십분 넘게 지겹도록 박재호에게 특목고의 공부방향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하품이 나오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고 박재호의 병원을 나왔다.
바쁜 사람 너무 오래 붙잡아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박재호는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 하려고 하는것 같았다.
이런 방법은 안될것 같았다.
한 명 구해서 검사하고 이런 방법은 너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내 짱구에도 한계가 있었다.
일단 내가 용의자에 올린 놈은 박재호, 임택봉이, 오연지 대기업 다닐때 팀장
그러니까 부장이던 지금은 대기업 전무였다.
택봉이는 요새 일유대에 나온다고 했으니까 마회장과 같이 일유대 캠퍼스로
들어갔다.
다시는 일유대 캠퍼스에 안온다고 다짐했었는데……
캠퍼스 구석으로 가서 마회장과 함께 연습을 해 보았다.
마회장과 소형 드론 삼호기에 집게를 달았다.
그리고 마회장이 조종을 해서 내가 서있고 실험을 해보았다.
드론을 졸라 빨리 순간적으로 날려서 대가리 위에서 정전기를 일으켜서
머리털을 잡아 뽑는 방법이었다.
내가 임택봉이 역할이 되어서 몇번을 시도했는데….
이게 보통 쉬운게 아니었고 머리카락이 잘 뽑히지도 않았다.
결국 드론을 이용한건 안될것 같았다.
마회장이 아이디어를 내었다.
마회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한시간쯤 뒤에
일유대 캠퍼스로 택시가 한 대 들어왔다.
옛날에 마트녀 동거남 혼내주러 갔을때 같이 동행했던 형님들중에
한 명이 택시를 타고 우리에게 부리나케 온 것이었다.
택시에서 내리는 포스가 옛날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때 동행했던 머리를 빡빡 밀은 형님이었다.
다시봐도 섬찟했다.
마회장이 작전을 짜서 형님에게 지시를 했다.
우리는 택봉이가 자주 오는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택봉이 차가 있으니 나올 것이다.
한시간쯤 뒤에 택봉이가 보였다.
빡빡이 형님이 딴딴한 체구를 쿵쾅거리면서 택봉이의 뒤로 뛰어갔다.
택봉이는 다른 교수같은 사람 한 명과 무얼 이야기 하면서 같이 산책하듯
걷는것 같았다.
"어 채무형 아니야? 채무형…."
빡빡이가 임택봉이의 뒷머리를 잡고 확 잡아당기면서 큰소리로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아얏…."
택봉이가 소리를 지르면서 주저 앉았다.
택봉이가 짜증을 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어…채무형 아니네….미안해요….난 내가 아는 형님하고 뒷모습이 너무
닮아서요…."
임택봉이와 옆에 있는 교수처럼 보이는 중년남자는 빡빡이 형님의
액면에 겁을 먹고 항의도 마음대로 못했다.
"미안해요…"
빡빡이 형님은 사과를 하고 유유히 다시 돌아서 차로 걸어왔다.
임택봉이는 항의 한마디 못하고 다시 건물로 들어가는것 같았다.
택봉이의 표정이 진짜 폭파 직전의 똥씹은 표정이었다.
되게 아픈것 같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한두가닥이면 되는데 머리를 한 삼십가닥은 뽑아온 것 같았다.
시간이 없었다.
속전속결이었다.
이런일에 정력 낭비하기 싫었다.
내가 마회장에게 친부를 찾을건지 말건지 의견을 물었더니 마회장이
나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친부가 누군지 그냥 묻어둘수도 있지만
알면 나중에 더 조심할수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돌발상황이 생겨도 대처할수가 있다고 했다.
마회장은 딱 한 마디를 했다.
나중에 아연이가 만약에 성인이 되어 혹시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연이가 먼저 찾아 나설것이라고…..
순영이도 스무살이 넘어서 몰래 자신의 친모를 찾아가서 친부가
누구냐고 닥달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했다.
자신이 누구의 핏줄인지 호기심을 가지는 것 말이다.
마회장의 말이 맞는것 같았다.
내가 먼저 알고 있는것이 속 편할것 같았다.
나중에 아연이가 진짜 혹시라도 알게되면 내 입으로 가르쳐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회장의 전처는 초등학교 선생이던 그래도 비교적 인텔리였는데…
순영이의 친부가 누군지 끝내 못밝혔다고 했다.
하도 벌리고 다닌데가 많아서 자신도 확실히 모르는 케이스였다.
마회장은 전처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열을 내고 있었다.
마회장은 전처 생각만 하면 머리에 번열이 차오른다고 했다.
친부가 누군지 막연하게 끝없이 조사 할 수는 없으니 빠른시간내에 의심가는
놈들만 추려서 털고 결과가 확인되던 아니던간에 빨리 손 떼는게 나을것
같다고 마회장이 충고를 해 주었다.
나도 그게 맞는것 같았다.
누군지 적어도 나는 알고 있는게 앞으로 아연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중요 용의자중에 두명을 확보했고, 한 명이 남은것 같았다.
우리는 아내가 다니던 대기업 본사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일반인도 들어갈수 있는 중앙 로비의 커피숖으로 갔다.
마회장이 전무의 방 내선번호를 미리 조사해서 알아놓은 후에 전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무님….제가 비밀을 전부 알고 있으니 얼른 로비로 내려오시죠…
십오분 시간 드리겠습니다. 대화만 하고 바로 끝내시죠…."
마회장은 썰을 풀어서 전무 비서에게 전무와 통화가 되자마자
바로 말도 안되는 소리로 전무에게 들이 밀고서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회장님…그런 만화같은 작전이 먹힐까요?"
내가 반신반의 하면서 물었다.
마회장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원래 대기업 전무 정도면 퀭기는거 하나쯤 없겠냐….
안 내려오면 다른 작전 쓰지 뭐…."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진짜 오분쯤 뒤에 전무가 로비에
내려와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빡빡이 형님이 또 출동해서 삽시간에 전무 머리카락을 뽑아버리고
채무형님이 아니네….미안합니다를 외쳤다.
전무는 빡빡이 형님의 액면을 보고 얼어붙어서 아무말도 못했다.
빡빡이 형님은 조금만 뽑으라고 해도, 이번에도 역시 이십가닥 이상은
뽑아온것 같았다.
머리를 뽑아온 빡빡이 형님에게 마회장이 귀에 꼽고 있던 도청 이어폰을
빼면서 말을 했다.
"야…도대체 채무형님이 누구냐? 맨날 왜 보는 사람마다 채무래….
누가 빚졌냐?"
"아뇨 방장님…그 채무가 아니라요…..사랑과 진실의 임채무 형님이요…
옛날에 학생때 사랑과 진실을 하도 감동깊게 봐서요….
사랑과 진실에…..간절한 기도로…내 인생은 당신을 향해…...."
빡빡이 형님이 사랑과 진실의 주제가를 한소절 불렀다.
그러더니 마지막 소절로 마무리를 했다.
"타고 있는 촛불입니다…."
이런 시팔….누구는 말도 안되는 친부찾기를 하고 있는데…
빡빡이 형님은 사랑과 진실 주제가를 부르고 앉아 있었다.
마회장도 그 노래를 아는지 입이 들썩들썩 하는데 차마 내 눈치 때문에
따라 부르지는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빡빡이 형님은 지금 내 상황을 모르니까 충분히 그럴수 있었다
그런데…..사랑과 진실 주제가는 진짜 오래간만에 듣는것 같았다.
나도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 말이다.
속상했지만 웃기로 했다.
시팔…웃으면서 즐겁게 살아야지….
마회장 말마따나…혼자 속상해 해봤자 바뀌는건 좆도 없었다.
마회장은 빡빡이 형님에게 수고비를 줘서 보냈다.
빡빡이 형님은 봉투안을 눈으로 세어보면서 환하게 웃고 우리랑 인사를
한 후에 헤어졌다.
아연이의 샘플은 이미 업체에 있다.
업체에서는 그게 누구인지 모른다.
단지 샘플 고유번호로만 알뿐이었다.
거기에 박재호, 임택봉, 그리고 전무 이렇게 세사람의 친자의뢰를 했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도 다시 한 번 뽑아서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니까 나까지 총 네명의 머리카락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업체에서 내가 해달라고 하는건 얼마든지 공짜로 해주고
있었다.
그것말고도 유로검사가 하루에 몇건씩 어느때는 열건넘게 끊이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시팔….우리나라는 진짜 불륜을 더욱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결과가 나왔다.
나는 밀봉된 네통의 봉투를 받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씩 뜯어보기로 했다.
마회장이 외근을 나가면 좋겠는데…마회장도 궁금한지 나한테 딱 붙어서
어디 갈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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