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눈꽃의 후회 004
네코네코
0
31
0
1시간전
눈꽃의 후회 004 ----------------------------------------------
사람이 죽을 위기를 이겨내면 변한다고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것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내 나이가 사십대 중반이 넘어 버리니까, 어른들이
예전부터 말씀하시던 것들중에 틀린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옛어른들의 말씀은 하나 하나 기가 막히게 잘 맞아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젊었을때는 절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달랐다.
분명히 달랐다.
쟈니와 있을때의 아내의 얼굴은 행복해 보이기는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구석도 보였고, 뭔가 완벽하지 않은 그런 표정이었다.
쟈니와 있을때의 아내 모습이 진짜였던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할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내 생각이나, 아내가 수술전에 나에게 고백했던 말을 보면 말이다.
아내는 그때 그 표정이 진짜였었다.
행복함속의 복잡한 심경이 나타났던 그 표정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봉옥봉인지 여의봉인지 저 병신이 보낸, 사진속의 아내의 웃는 얼굴은
분명히 행복해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너무 평안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였다.
뭔가 사진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가벗겨진채 추운 겨울 눈밭위에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군대에서 십분 넘게 물구나무를 서서 기합을 받은적이 있었다.
쫄따구때 말이다.
피가 대가리에 쏠려서 진짜 대가리가 터질 지경이다.
내 손으로 내 몸으로 받치고 있어서, 진짜 뒈지기 전에는 솔직히
좀 맞더라도 무너지면 된다.
그런 최후의 보루라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손으로 물구나무를 선것도 아니고, 밧줄로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다.
매달고 푸는데만도 십분은 넘게 걸릴것 같았다.
게다가 추운데 발가벗고 있고 대가리는 반쯤 눈에 묻었다.
어떤게 더 고통스러울까?
그런데 그런 고통을 주는 남자에게 저렇게 행복한 모습으로 밥을
떠먹여 준다?
진짜 이상했다.
아닌말로 오연지 전문가가 바로 나다.
왜냐하면 오연지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있을까?
장모님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고….
연지를 만났던 스물 세살부터 연지가 홍콩으로 달아나서 쟈니와 살았던
일년을 빼놓고는 항상 같이 있었다.
쟈니와는 뭔가 달랐다.
애송이 쟈니는 아내가 진짜 좋아하고 사랑을 해서 바람을 피운것이
맞는것 같았지만…..
솔직히 쟈니가 악인은 아니다.
병신이라서 그렇지….
내 아내를 빼앗았던 놈에게 악인이 아니라는 표현도 웃기기는 했지만
솔직히 아내가 더 잘못이 큰 것 아니던가….
평생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란놈 마음을 흔들어 놓고 사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장난을 쳤으니까 말이다.
물론 아내도 진심이었다고 거품을 물기는 하지만 말이다.
반면에 락교남 봉옥봉이는 달랐다.
아내에게 있어서는 첫사랑의 순정을 개같이 짚밟고 성적유희의 도구로
아내를 전락시켜버린….아내의 몸뚱이를 완전히 색정에 미친년으로
만드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 놈이 바로 봉옥봉이다.
오죽하면 택봉이가 쫒아버렸겠는가….
봉옥봉이의 메일에 담긴 내용을 봐도 봉옥봉이도 택봉이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그러고 보니까 택봉이나 봉옥봉이나 이름에 왜 이렇게 봉자들이 많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봉옥봉이를 대하는 아내의 마음은 아무리 봐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
홍콩에서 가족여행이 봉옥봉이를 꼬시는 계기였던가?
아니면 그 이전부터 인가….
봉옥봉이의 메일안에 별의 별 내용들이 다 뜻이 담겨 있는것 같았다.
분명히 오연지가 먼저 연락을 한 것이다.
외국인 회사에 들어가서 자신만만해진후에 연락을 했다면…..
오연지는 지금 봉옥봉이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러다가 봉옥봉이를 또 병신을 만들어 놓겠지….
육체적으로 병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정신적인 병신을 말이다.
그런 다음에 나에게 오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출소를 한 쟈니에게 가겠다는 것인가?
아내는 예전에 홍콩으로 갔을때와는 완전히 뭔가 다르다.
아연이에게는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꼭 문자를 보내고 있고, 나에게는
메일도 보냈고, 또 짦은 감기 내용을 담은 메일도 보냈다.
봉옥봉이는 아내가 나에게 보낸 먼저 메일은 보지 못하고 감기 메일만
본 모양이었다.
뭔가 천천히 그림이 그려졌다.
내가 아무리 병신 칠푼이라고 해도, 이런 일을 하도 많이 겪어서 이젠
달력 뒷장에 안 그려도 대충 와꾸는 잡혔다.
분명히 오연지가 뭔 짓을 꾸미는게 틀림없다.
그렇게 일을 다 본 후에 나에게 돌아오겠다는 것인가?
내 생각이 맞는지 안맞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오연지가 만약에 진짜로 자기가 이 모든 시나리오를 짜서
한다면, 심각한 오류를 하나 범한게 있었다.
바로 나다.
나에게 돌아온다는 최종 시나리오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다.
아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예전처럼 절절하지가 않다.
강이라는 존재가 없을때는, 아연이가 유학가버리고 나면….
아연이를 다 키워버리고 나면……나는 세상에 혼자 남는 존재가 되버리기에…
그리고 처음으로 버려져 본 거라서 고통에 몸부림 쳤지만…
이제는 그런게 아니다.
이미 한 번 버려져 봤다.
그리고 그 버려짐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는 버려지는 것 따위는 개코나 두렵지 않다.
이별은 참을수 있었다. 시팔놈의것….
그래서 내가 순순히 먼저 보내준 것이었다.
그리고 이젠 아연이만 돌보면 끝나는게 아니다.
이제 아장아장 걷는 나의 모든것 강이가 있다.
아연이와는 다르게 외모나 행동이 나와 닮은게 너무도 많은 내 풀빵이다.
내가 나중에 죽으면 내 맏상주가 되어줄 놈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술을 따라주고 슬퍼해줄 자식이다.
물론 아연이도 있지만, 솔직히 아연이가 나하고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많이 서운했었다.
왜 그런지 이유가 밝혀지기는 했지만……그건….평생 가슴에 묻는
아니 이미 다 묻어버린 이야기이다.
아연이도 강이도 둘다 똑같이 사랑스러운 내 새끼들이니까 말이다.
여하튼간에 오연지가 돌아오면 난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때문에, 아니면 내 여린 마음때문에 받아준다고 해도,
강이와 아내가 처음 쟈니에 의해서 한국으로 버려졌을 때처럼
다른집에 살거나 하게 될 것이다.
지가 알아서 말이다.
이젠 돌봐주지 않을 것이다.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봉옥봉이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봉옥봉이에게 성노예를 자처한다?
아내가 밧줄에 묶여서 매달리고 얼굴에 정액을 받는건 예전에 내가
즐겨 보았던 일본 포르노에 다 나왔던 내용들이다.
아내가, 아니 오연지가 만약에 나를 진짜 조금만이라도 사랑했다면
그런짓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십대의 봉옥봉이 입장에서는 아내같은 여자가 와서 변태짓하면서
옆에 있겠다는게 싫어할리가 있겠는가…..
쌍수를 들어서 환영할 것이었다.
나에게 벌써 저런 메일을 보내는 꼬락서니가 딱 와꾸가 나왔다.
한 두 번일때는 나도 그런걸 눈치 못 채고 넘어갔지만, 이런게 학습효과인가
벌써 몇 번째인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무대응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현관문의 도어록 비밀번호를 바꾸어 버렸다.
지문과 비밀번호를 두가지 다 사용할수 있는 타입인데 지문은 귀찮아서
잘 사용하지 않았다.
지문도 초기화를 시켜서 아내가 사용 못 하게 하고, 비밀번호도 바꾸어서
아연이에게만 알려주었다.
아닌말로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거실에서…..여보 미안해요 사랑해요….
이렇게 말하면서 개사발을 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솔직히 충분히 기회를 줬었다.
공항에서 졸라게 못생긴년에게 싸다구를 맞을뻔한 그 상황에서도
난 그 여자가 비행기를 타지 않은 아내이기를 진심으로 원했었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공항 주차장에서 아내에게 안겨서 진짜 소리까지 내어서 엉엉 울었던
내 눈물과 함께…..내 이십년 사랑 오연지는 떠나가 버린 것이었다.
맑은 기분 새로운 각오로 12월 말경의 어느날 아연이와 강이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편셔리에 가서 옥상에서 포개도 데리고 내려왔다.
포개가 아무래도 전 주인의 차인 레인지로버를 더 편해하는것 같아서
이번에 시골에 내려갈때는 에스컬레이드를 타지 않고 레인지로버를
타고 가기로 했다.
포개는 워낙에 눈치도 빠르고 영리한 놈이라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레인지로버의 뒤에 올라탔다.그리고 얌전히 내 눈치를 보았다.
혹시나 또 교접을 붙이러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포개의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것 같았다.
진짜 개치고는 너무 훈련이 잘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영리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았다.
아연이는 학원 다녀오다가 편셔리 앞에서 포개를 두어본 본 적이 있어서
포개가 낯설지 않으나, 강이는 포개를 처음 보는것이었다.
포개가 워낙에 덩치가 커서 강이가 겁을 먹지 않을까 조심스러
웠는데, 강이는 포개를 보자 웃으면서 너무 좋아했다.
다가가서 만지고 싶어하는것을 그러지는 못하게 했다.
아이들이 타는 뒷자리와 포개가 탄 제일 뒤의 삼열 의자를 폴딩시킨곳을
아예 막아버렸다.
짐승은 어찌되었든간에 짐승이다.
사람도 미치는 세상이다.
짐승이 언제 미칠지 어떻게 아는가….
짐승을 믿을수는 없었다.
그렇게 아연이와 강이, 그리고 포개를 레인지로버에 태우고 시골집으로
향했다.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길이 거의 막히지 않았다.
아연이는 이번 겨울방학에는 어디 가지않고 시골집에서 3주 이상을
있겠다고 했다.
아연이가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사실은 할머니가 시킨것이라고 했다.
아연이는 이제 엄마의 문자도 나에게 다 보여주었고, 모든걸 시시콜콜히
나에게 다 수다를 떨었다.
아연이는 정말 나에게 작은 티끌 하나도 비밀을 안 두려고 하는 것 같았다.
엄마 외국가고 아빠가 두 아이를 챙기면서 일을 하니까 아빠 힘들다고
방학동안은 최대한 길게 시골집에 내려와 있으라는 할머니의 엄명이
있었다고 아연이가 나에게 털어놓았다.
아연이는 그렇다고 쳐도, 이제 겨우 걸어다니는 간난쟁이까지 내가
혼자 돌보는게 엄마는 마음이 아프셨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연이와 수다를 떨면서 시골집까지 내려갔다.
강이는 장거리 여행이 신기한지 유아용 시트에 안전벨트로 묶인채
창밖을 보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아연이가 뒷자리에서 강이의 유아시트 옆에 앉아서 강이를 돌보면서도
할머니가 했던 말들에 대해서 조근조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길이 막히지 않으니까 상당히 빨리 도착을 한 것 같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연이와 강이를 보고 좋아하셨다.
아연이는 바로 티브이를 끼고 그 앞에 누웠고, 강이는 할머니 품에서
할머니가 먹여주는 과일을 먹고 있었다.
나는 집 앞 마당에서 아버지와 같이 포개를 보고 있었다.
"니 장갑차가 바뀐것 같다….."
아버지가 레인지로버를 보더니 말씀하셨다.
"아뇨 먼저 차는 그대로 있구요,, 이건 누가 준거에요…."
"딱 보기에도 더럽게 비싸보이는데 이걸 누가 그냥 줬다구?"
아버지는 못 믿겠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네….저 개 원래 주인이 죽으면서 개 잘 키워 달라고 준거에요….
개새끼가 하도 처먹어서 차 팔아서 개사료값 하라고 그런것 같아요."
내가 웃으면서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포개를 데리고 아버지와 집 뒤의 땅에 있는 견사로 갔다.
도사견들이 견사에 잔뜩 있었다.
도사견들은 견사 안에 있으니까 포개와 서로 싸울일은 없었다.
포개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포개가 또 개가오를 잡는 것 같았다.
포개는 위풍도 당당하게 견사 앞으로 지나가면서 견사 안에 갇혀있는
도사견들을 유심히 보는 것 같았다.
"우와…..진짜 은퇴하고 시골로 내려오면서 부터 개를 키웠으니까
내가 벌써 몇 년째 개를 기우는거냐…..
저렇게 큰 개는 진자 내 평생 처음 보는 것 같다.
저게 개냐 소냐?"
아버지가 포개가 고개를 빳빳히 들고, 견사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것을
보면서 말씀하셨다.
"도사견이 완전히 발바리처럼 보이네….아….진짜 크다…."
아버지가 포개를 보고 계속 감탄을 하셨다.
"저놈이요…..천오백만원짜리 개래요…..무슨 순종 종견인가 그렇다는데…..
교배를 시킬때 교배비도 받는 개에요…..도사견들 뒤붙는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어, 그러냐? 잘됐다. 마침 암놈들 발정기인 놈들 몇 마리 있는데…
접이나 붙이자….."
아버지가 화색이 되셔서 좋아하셨다.
"에이 아버지 안돼요…..순종견하고 어디 잡종 도사견들하고 접을 붙여요…."
내가 손사래를 치면서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포개는 완전 개가오를 잡으면서 도사견사를 살피는데 도사견 몇마리가
견사 안에서 미친듯이 날뛰고 있었다.
포개를 보고 짖고 으르렁 거리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포개는 전혀 개의치 않고 가소롭다는 듯이 견사 안의 도사견들을
한마리 한마리 찬찬히 살펴보는 느낌이었다.
그때, 엄마가 집안에서 강이를 업고 나오셨다.
그리고 아버지와 나를 보고 소리치셨다.
"야, 아연애비야, 니 아버지 절대 돈 드리지 말어, 용돈 주다 걸리면
아주 각오해…..
당신도 아연애비한테 용돈 받으면 아주 죽는줄 알어…..
아버지 드릴꺼 다 나한테 가지고 와…."
"왜, 엄마?….아버지 또 다방다니셔….."
"다방만 가는줄 알어? 돈만 생기면 읍내가서 뭔 짓을 하는지….
개 밥도 안주고 아주 읍내가서 산다 살어…..
저 놈의 노인데 주머니에 돈 씨를 말려버려야해….
그때는 나 몰래 개도 한 마리 가져다가 팔았다니까….
내가 개 대가리수 다 세어놓았어….내가 철 맞추어 팔꺼니까 절대로 몰래
개 팔지 말어…이 화상아….."
"아연애비 너 아버지 줄 봉투 어디다 놓았어? 아예 지금 빼앗아야지…
저놈의 화상 또 몰래 일부라도 삥땅칠라….."
"엄마, 아연이가 내 손가방 집안에다가 놓았을꺼야….거기 엄마꺼랑 아버지꺼
봉투 따로 있거든…."
나는 으름짱을 놓는 엄마에게 순순히 설명을 드렸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에게는 으름짱을 놓으시더니
다시 강이를 업고서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강이는 개들을 보면서 혼자 좋아서 팔을 흔들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 노인네들이 이렇게 전세 역전이 되었을까?
엄마는 아버지가 나이 육십이 넘어서도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을 하실때는
진짜 세상에 둘도 없는 현모양처였다.
곰같은 덩치에 목소리도 기차화통을 삶아먹은듯한 그런 아버지앞에서
엄마는 정말 한마리 순한 양이었었다.
아버지는 집안의 모든 결정권을 가진 독재자였고…..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하는 힘센 곰같은 아빠이자, 엄마한테도 항상 권위있던 호랑이
같던 그런 남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는 엄마가 등짝을 후려치면 달아나기 바쁜
그런 힘없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덩치만 큰 종이 호랑이 노인네 말이다.
"다방 좀 그만가세요…."
내가 웃으면서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아버지가 씨익 웃으면서 나에게 대꾸를 하셨다.
"나 요새 다방은 잘 안간다. 니 엄마가 하도 감시를 해서….
읍내에 맥주집이 하나 새로 오픈을 했는데….거기가 참 좋더라…"
"거기 아가씨 있는데에요?"
내가 아버지한테 슬쩍 물었다.
"그럼 너 같으면 아저씨끼고 술 마시려고 쇠빠지게 읍내까지 가겠냐?"
"어휴….아버지 노년에 왜 그러세요…..동네 소문나면…추하다는 소리 들어요…"
내가 손을 휘저으면서 말했다.
"나도 이런 내가 싫은데….
니가 딱 내 풀빵이라서….내 이 모습이 딱 니가 칠십대 되면 겪을 모습이다.
잘 보고 배워라…..
나도 이런 내가 싫다."
아버지가 한숨을 푸욱 쉬면서 말씀을 하셨다.
"니 할아버지가 옛날에 육십살 넘으셔서 그렇게 바람을 피셨어…
넌 물론 모르겠지, 우리가 다 쉬쉬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니 할아버지는 평생을 니 할머니만 위하던 그런 남자였거든….
그런데 내가 니 할아버지 나이가 되니까 알겠더라….
우리 집안의 남자들에게 대대손손 내려오는 이 저주받은 피 때문에
그런거야….."
아버지가 견사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말씀을 하셨다.
내가 웃으면서 대꾸를 했다.
"무슨 읍내 맥주집 가는데 저주받는 피까지 나와요….
핑계 그만 대고 안에 들어가서 막걸리나 한 잔 하세요…
엄마가 고기 삶고 있는것 같던데…."
아버지가 나를 보더니 말씀하셨다…
"불쌍한 놈……쯧쯧쯧….."
"제가 뭘 불쌍해요…..
남들 평생 벌어도 못 탈 작은 아파트 한채값인 저런 차를 타고 다니고
천오백만원짜리 개새끼를 데리고 다니는데요…"
내가 농담조로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견아, 아들놈 데리고 내가 뭔 잡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말
잘 들어라….
너도 내일 모레면 오십살이잖어….
내가 니 나이때는 진짜 피가 끓었다.
너는 그때 내가 온천하면서 보니까 어째 너 그때 재수한다고 집에서
술처먹고 자빠져 잘때보다 거시기가 더 커진것 같더라….
아마 너 지금 니 몸이 주체가 안될것이다.
그게 우리 집안의 저주받은 피야….
내가 칠십대인데….아직도 내 몸이 내가 오십대떄에 비해서
별로 달라진게 없는것 같다.
내 몸이 아직도 끓어….
물론 완전히 오십대 같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동네 노인네들하고
난 달라…..
내가 핑계댄다고 생각하겠지만…..
니 엄마가 모르겠냐? 나를 제일 잘 아는게….니 엄마인데….
엄마는 하지만 그게 싫은거야….
아버지의 몸을 잘 알면서도 아버지가 다른 여자한테 그러는게 싫은거지….
아버지는 니 나이때 한눈판적 단 한 번도 없다.
니가 공부를 못해서 아버지가 더 열심히 일을 해야했어…
니 혼자 앞가림 못할게 뻔했으니까 말이다."
"니가 재수한답시고 맨날 술퍼먹고 집에서 배 긁고 자고 있는데,
그 꼬라지를 보니까 내가 더 열심히 벌어야 너 먹고 살 구석이라도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버지도 피가 끓었는데….아버지는 그거 다 참고 진짜 일만 했다.
방법이 없었어….
그런데 니가 너무 똑똑한 여자애를 며느리라고 데리고 온거야…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회사 다녀서 돈 잘버는데다가 얼굴도
양귀비 뺨치게 생긴애를 말이다.
니가 그렇게 결혼하고 아연이 낳고 사니까 나도 마음이 좀 턱 놓이더라…
다만…..걱정이라고는…..아연이 어릴때 보니까 아연에미가
기생같이 화장하고 가끔은 똥꼬치마 입는걸 보니까….
니가 참 속 많이 썩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니가 죽어도 이혼 안하고 사는걸 참 감사하게 생각했다."
"아연에미 그때 외국가서 오래 있었을때…..내 가슴이 찢어지더라….
아연이한테 다 이야기 들어서 우리가 다 아는데….너한테 내색도 못하고
말이야…..
그러더니 강이 떡하니 낳아주고 또 나가버리다니….
참…..니 엄마가 요새 니 걱정 진짜 많이 한다."
"아연이 이번 겨울 방학동안 여기 와 있게 한 것도 니 엄마가 아연이
닥달해서 그렇게 만든거야….강이랑 아연이 전부 니 엄마가 방학 끝날때
까지 돌본다고……"
"니 엄마 요새 니 걱정 때문에 고민이 많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