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2] 눈꽃의 후회 01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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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눈꽃의 후회 013 ----------------------------------------------
눈이 계속 내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눈이 하나도
없을까?
빙판길이라는게 아예 없는 훗카이도의 도로였다.
길마저 빙판길이었으면 마회장과 나는 아마도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여기를 찾아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눈이 워낙에 많이 오는 지역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눈에 제설작업은
기가막히게 잘 되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게 락교 공장인것 같다.
저기 한문으로 무슨 식품공장이라고 써 있는데….
저 새끼는 무슨 장인이라고 인터넷에 씨부리더니….공장에서 락교 만드는
새끼였구나….공장표 락교도, 장인이 만드는건가?
우리나라 갈비 장인이 홈쇼핑 나오는거랑 같은건가?"
마회장이 그때 봉옥봉이의 사이트를 찾았던 것이 생각났는지
말을 꺼냈다.
"어떻게 할래? 같이 들어가 줄까?"
"아니요 회장님, 조금만 더 있으면 저녁시간도 지나는데요
지금 부지런히 삿포로로 가세요.
저는 오늘 여기서 하루 잘께요.
괜히 위험한데 삿포로에서 여기 밤에 다시 오지 마시구요…."
"야….그게 되겠냐?
여기서 밤에 잔다고?
그건 안되지….
니가 여기서 맘 편히 잘수 있겠냐?"
마회장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밤에 잠을 자는게 아니라, 아마 밤새 이야기를 나눌지도 몰라요…..
회장님….그냥 삿포로로 가서 오늘 편하게 쉬세요…
오늘 여기 찾느라고 오후 내내 고생하셨는데요…."
"내가 너 여기 내려주고 홀랑 떠났는데, 이곳이 아니면 어쩌냐?
그놈이 엉뚱한 주소를 가르쳐 주었으면 깜깜해 졌는데 어쩌려고 그래….…"
"그럼 회장님 제가 문 앞에서, 아내가 저 안에 있으면 가시라고
손을 흔들께요….없으면 저도 같이 삿포로로 넘어가면 되잖아요…"
마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게 낫겠다. 얼른 그럼 얼른 가보자...."
마회장은 차를 공장 주변으로 가깝게 주차했다.
내가 차에서 내렸다.
도시 같으면 이제 겨우 저녁시간이겠지만 이곳은 도시와 같은 간판의 불빛
같은것이 거의 없었다.
공장의 입구에 보이는 간판의 불빛과 가로등….그리고 하늘에 뜬
달빛만이 어둠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하늘을 보니 참 별이 많았다.
공기가 맑은 곳인것 같았다.
공장을 한 바퀴 돌았다.
공장의 한 켠이 마치 무슨 매장같이 환하게 빛났다.
무언가를 파는 매장 같았다.
적은 규모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편의점 크기의 두세배 정도는 될 법한 제법 큰 매장이
공장 1층에 도로변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안에 조명이 너무 환해서 안이 훤히 다 보였다.
나는 몇 미터 떨어진 곳 에서 안을 보았다.
그였다.
봉옥봉 말이다.
그리고 오연지도 있었다.
분명했다.
머리를 뒤로 하나로 단정하게 묶은 오연지의 하얀 얼굴이었다.
봉옥봉과 아내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봉옥봉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었고, 아내는 머리를 뒤로 단정하게
묶은 상태였다.
둘 다, 그 영상과 사진속의 요리사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설마 아내가 아래를 다 벗고 있는건 아니겠지……
이런 외진곳에 무슨 매장이 있단 말인가?
아 그러고 보니 공장건물의 1층에 있는 매장의 위치가 공장건물의
도로변하고 맞닿아 있었고, 매장의 앞쪽으로는 차를 세울수 있는
주차장이 조금 넓게 있었다.
길을 지나가다가 차를 세우고 구입을 하는 매장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회장 차로 다시 걸어갔다.
"회장님, 먼저 가셔도 되겠어요. 저기 공장 1층에 매장 같은게 있는데
거기 그 놈하고 아내가 같이 있어요…."
나는 마회장에게 말을 했다.
마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근데 말이야…..잠깐만 편이사…."
마회장이 자신의 핸드폰을 열더니 무언가를 한참 뒤져보았다.
"니 와이프가 일본으로 입국한지도 꽤 된 것 같은데…..
저놈은 그때 내가 알아보기로는 일유대를 나온 우리나라 놈이잖아….
지금 국적이야 어딘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니 와이프가 단기간의 체류목적으로 일본에 온 건 아닌게 확실한 것
같기는 하다.
니 와이프 일본 입국일정 그때 받아놓은 정보 지금 따져 보니까 그러네…..
저 공장을 보니까, 딱 떠오르는게……그 봉봉봉인가 그 놈이
니 와이프 일본 취업비자 받아서 정식으로 체류시키고 있는 모양인데,
저 정도 규모의 공장이면, 뭐…..비자 받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것
같기는 하다.
니 와이프는 일유대 출신에다가 직장경력도 빠방하잖아,
가져다 붙이려면 뭘 가져다 못 붙이겠냐….
그냥 내 추측이기는 한데, 아마 그럴것 같은데…."
마회장이 혼자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말을 했다.
"회장님, 그게 이제와서 무슨 상관 있겠어요….
저는 이제와서 뭘 어쩌자고 온 건 아니에요,
제가 아내 데리러 온 건 아니잖아요.
저 변태같은 인간들이, 제가 와야 끝을 내주겠다고 하니까,
그래서 온거에요.
그냥 잊고 살고 싶어서요."
내가 침울한 목소리로 마회장에게 말을 했다.
"그래…..내가 더 묻지는 않을께…니가 온 이유가 있을테니까
이야기 잘 하고…..잠 잘 자라….내일 오전 열시 전에 데리러 오마…..
아니다….편이사 차라리 너도 삿포로 가서 오늘은 그냥 풍속업소에서
즐기고 내일 오전에 여기 올까?
그게 낫지 않을까?
우리 계획보다 도착시간이 너무 연기되었잖아…지금 시간이 말이다.
벌써 저녁시간인데…..
지금 들어가는게 좀 그렇지 않겠냐?"
마회장이 나를 보더니 말을 했다.
"아니요…회장님….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하잖아요.
그냥 오늘 밤으로….밤새 잠 안자고 대화를 나누더라도…..
그냥 끝장 볼래요….
제가 지금 삿포로로 가면……가서 즐기지도 못하고 잠도 못잘것 같아요….
제 눈으로 여기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대화를 나누지 않고서는 잠이 안올것 같아요.
솔직히 제 눈으로 직접 보니까 지금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어요…."
내 강경한 말투에 마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다.
"그래…니 뜻이 그러면, 그렇게 해라….난 그럼 삿포로에 가서 자고 내일 아침
열시까지 여기로 다시 오마…."
"그러세요 회장님……오늘 고생 많이 하셨어요.가서 푹쉬고 내일 뵐께요…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마회장의 차가 출발을 했다.
나는 마회장의 차가 도로에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차가 떠난 자리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옷을 따뜻하게 입고 있어서 괜찮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 추위를 걱정할때가 아니었다.
여기 이렇게 추운 날씨에 벌거벗고 저 넓은 눈밭위에서 나무에 꺼꾸로
매달렸을 아내를 생각하니까, 기가 막히고 또 코가 막혔다.
미친 것들은 어쩔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도 못 먹은 상태였다.
회장님도 배가 많이 고프실텐데….
나는 다시 공장건물을 돌아서 매장 앞으로 갔다.
마회장은 도로로 가면서 매장 안을 자세히 보고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유리창들이 너무 깨끗해서 안이 너무도 자세히 잘 보였기 때문이었다.
매장 앞으로 갔다.
자동문도 아니었다.
옆으로 여닫는 유리문이었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남자가 저쪽 뒤에서 의자에 앉아서 같이 대화를 나누다가
문소리에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랏샤이….."
아내의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끝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쳐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무언가 하려던 말을 끝까지 다 하지 못하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여보……"
내가 아직도 은연중에 오연지를 아내라고 부르듯이 아내도 역시
당황하니까 나에게 여보라는 말 부터 튀어나왔다.
세월이란건….
세월의 흔적이란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봉옥봉이가 그랬던가, 누가 그랬던가….
종이쪼가리로 하는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내가 오연지와 이혼을 한 것도 다 요식행위에 불과했던건가?
당황하지 않기로 했고, 놀라지도 않기로 했다.
어떤…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오연지가 지난 몇 년간 나에게
보여주었던 행동들보다 더 놀랄 일은 없을 것이다.
날 달아나서 다른 놈하고 애까지 밴채로 배가 그렇게 잔뜩 나와서는
그 상태로 섹스까지 하고 그걸 나에게 동영상으로 보냈었다.
물론 오연지가 보냈던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더 놀라운것은 그 애가 내 새끼였다.
나와 너무도 닮은 풀빵아기이자, 날 닮아서 감기도 잘 안걸리는
무적의 식욕….편강이였다.
이젠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는다.
모르지….
아연이 일같은 소식이 또 나온다면, 난 또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건 내 일생에 가장 큰 충격이었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누가 뭐래도 아연이는 내 새끼니까….
그리고 아연이에 버금가는 충격은 이제 다시는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폭력을 쓰지 않을 것이다.
흥분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는 낯에 보아야 정확하겠지만 밤에 보니까 정말 고립된 곳이다.
이런 고립된 곳에서 내가 저 놈을 두들겨 팬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내일 아침 열시에 마회장이 날 데리러 올때까지, 난 이곳에
얌전히 있어야 한다.
오연지한테 부탁을 할 것이다.
날 좀 내버려 달라고 말이다.
저녁은 줄래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 와서 한 끼 한 끼 계속 맛있는 음식들만 배불리 먹다가
저녁을 안 먹으니까 더 허기가 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안했다.
아내가 여보라고 부르는 말에 말이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아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요리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바지도 편해보이는 개량한복 같은 옷이었다.
그가 아내를 쳐다보더니 말을 했다.
"여보, 이 분이 편견씨 맞으신거지?"
아내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근데 저 새끼가 아내한테 여보라고 했다.
결혼을 한 것인가?
그래서 모두의 아내라고 했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일에서는 연지라고 하지 않았었나?
뭐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나를 보더니 아주 약간 움찔 하는 것 같았다.
손도 약간 떠는 것 같았고 말이다.
당황스러울 것이다.
일부 남자들은 나를 볼때 일단 한 번 긴장을 한다.
몸의 배율이 좀 기형적이라서 그런가?
일부 남자들은 육안으로 나를 보고 긴장을 하고,
악수를 하고 나면 백이면 백 다 움찔한다.
내가 왜 그런지 내 오른손하고 왼손을 악수해 본적이 있었다.
난 아버지하고 악수할때의 느낌하고 다른 사람들하고 악수할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봉옥봉이가 두건을 벗었다.
영상에서는 분명히 새치머리가 많은 반백이었는데
머리가 완전 까마귀털처럼 새까만 색이었다.
염색을 한건가?
두건을 벗어서 옆의 선반에 놓은 봉옥봉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영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초대에 응해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나는 손을 내밀어서 봉옥봉이와 악수를 했다.
봉옥봉이의 시선이 내 손으로 내려갔다.
내 손을 보고 놀라는 것 같았다.
놀랍기도 하겠지….
봉옥봉이의 손은 곱고 하얀 손이었다.
진짜로 보니까 아연이가 젊은 남자였다고 말을 할 정도로 진짜 피부가
좋았다.
진짜 고생 한 번 안 한 새끼같은 그런 손이었다.
나는 봉옥봉이와 악수만 하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손을 꽉 쥐어서 손뼈를 모두 부숴버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도 없고….
애들 생각하면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살인이 나면 그 살인범을 바로 잡아 죽여서 복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법도 물론 있겠지만….지켜야 할 것이 있기 떄문일것이다.
그게 가족이던, 재산이던 그 어떤 무엇이든지간에….
따로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규칙과 법을 지키는 것이다.
"여보, 편견씨가 오셨으니까, 오늘은 일찍 문을 닫읍시다."
"네….선생님…"
아내가 그에게 대답을 했다.
"어허…선생님이라니…"
봉옥봉이 아내를 보면서 말을 했다.
"네…여보…."
아내가 봉옥봉의 말을 듣고 황급히 호칭을 여보라고 바꾸었다.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는것 같았다.
봉옥봉이 리모콘을 누르자 마치 특산품 판매점같이 되어 있는 점표의
앞쪽 셔터가 자동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셔터가 내려와도 밖이 훤히 보이는 투명 재질의 셔텨였다.
리모콘으로 저런걸 한 번에 작동하니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응접실 같은 곳이 있었다.
그곳 의자에 앉았다.
"저기 편견씨, 혹시 저녁식사는 하셨는지요? 저희는 조금 있다가
식사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시지요…."
"………………."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내가 나와 봉옥봉에게 차를 대접했다.
평소 이런 일은 전혀 하지 않던 아내가 이렇게 차 대접을 하니까
조금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내는 상의는 봉옥봉과 같은 색깔 같은 디자인의 요리사 옷 같은걸
입고 있었지만, 아래는 무슨 고쟁이 바지 같은 아주 짧은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널럴한 사이즈의 베이지색 팬티를 입고 있는것 처럼 보일 정도였다.
길이가 아주 짧아서 엉덩이만 살짝 가려주는 그런 반바지였다.
게다가 타이트 하게 붙는게 아니라 한복처럼 퍼진 반바지여서
엉덩이의 아래 부분이 슬쩍 슬쩍 다 보였다.
"당신은 가서 저녁 식사 좀 준비하지. 편견씨하고 다 같이 저녁을 하자구...."
"네…"
아내가 다소곳 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봉옥봉에게 대답을 했다.
"당신 저녁준비하는 동안 나는 편견씨에게 공장구경이나 시켜드릴테니까
말이야…."
봉옥봉이 문으로 나가는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내가 나를 흘낏 쳐다보았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아내가 황급히 내 눈을 피했다.
아….
이젠 정말 헷갈려서 감이 안잡혔다.
저 년이 쇼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아닌것 같으면서도,
맞는 것 같으면서요….또 아닌것 같으면서도…
당췌…..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내가 락교새끼의 이야기를 하면서 보였던 눈물은
분명히 가짜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내가 복수를 하러 이 새끼한테 왔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했었다.
그동안 그런 식으로 아내한테 놀아난 놈들이 한두놈이 아니니까 말이다.
아내는 결국 존슨도 가지고 논 것이었고….
택봉이도 처음에야 아니었겠지만…나중에는 결국 가지고 논 셈이 되지
않았던가…
아내의 영원한 팬클럽인 박재호야 뭐 말 할것도 없고 말이다.
아내의 투병 앞에서 박재호가 흘렸던 그 굵은 눈물은 아직도 내 마음을
파고든다….
박재호도 참 징한 새끼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차를 마셨다.
색다른 향이었다.
향이 참 좋았다.
"락교를 만들고 남은 파잎을 이용해서 만든 차입니다.
향이 아주 깊고 좋습니다."
옥봉이가 나에게 설명을 했다.
시팔…그러고 보니 택봉이고, 옥봉이고 이 봉짜 들어가는 새끼들이
내 인생에 자꾸만 태클을 거는 것 같았다.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내가 대꾸를 하면 말이 길어지고, 대화로 연결되면 혈압이 오를것 같아서
최대한 릴렉스 하기로 해다.
일단 죽으나 사나 밥은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먹고 오늘 잘 곳은 확보해 놓은 다음에 씨부리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마 돌아서 여기서 곤조 부리고 밖으로 나가봤자….
허허벌판 눈밭에서 나까야마 미호처럼 오겡끼데스까나 졸라게 외치다가
얼어서 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설경이었으나 졸라게 추웠다.
차를 마신후에 봉옥봉이를 따라갔다.
쟈니는 그래도 운동을 해서 근육질의 몸매였다.
키도 크고 비율도 좋은 몸이 바로 쟈니였는데…..
쟈니와 팔씨름을 하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아내가 그런 씨발년만 아니었으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내 인생에 처음 경험해본 워크샵이 알고보니 개지옥샵이었던 것이었다.
그때 워크샵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가면서 강사의 특강을 듣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내 인생에서 강의나 수업을 그렇게 열심히 들었던 때도 없던것 같았다.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는데…..
난 아내와 쟈니 그리고 존슨에게 짚밟혔던 것이었다.
씨펄…..
반면에 봉옥봉이는 키가 크기는 하지만 진짜 몸매가 여자처럼 호리호리
했다.
이 새끼 혹시 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남자놈 몸매가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목덜미가 아주 새하얀것 같았다.
징그러운 새끼였다.
뒷머리는 안기르고 앞머리만 기르는 이상한 새끼였다.
염색을 해서 새치가 안보이니까 이 새끼 진짜 뒷모습이 30대처럼
보였다.
뭔 약을 처먹나….진짜 외계인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상한 새끼였다.
응접실에서 나가니까 공장의 내부가 보였다.
밖에서 보기에도 건물이 크기는 컸지만 내부에 들어와서 보니
깜짝 놀랄 정도로 크고 시설이 좋아 보였다.
나도 공장이라는 곳에서 일을 해본적이 있다.
불과 다 몇 달하고 때려친 것이지만….
내가 일했던 공장들하고 비교해서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깨끗하고
번쩍번쩍 거렸다.
기계들에서 빛이 날 정도로 먼지 하나 없어보였다.
"락교와, 생강 초절임….그리고 몇가지 초절임 식품들을 더 만드는 공장입니다..
전부 자동화가 되어 있어서 직원은 많이 필요 없습니다.
보통 열시에 출근해서 네시면 전부 퇴근시킵니다.
재고를 많이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필요량만 생산합니다.
저희 공장에서 배송차량 운전하시는 분까지 다 합쳐서 스물 다섯분정도가
근무를 하시는데….전부 이 근처에 거주하시는 분들입니다.
급여가 적지 않은데다가 근무 환경이 쾌적해서 직원들 만족도가 …..
아주 높은 편입니다. 이직률은 거의 없구요…..한번 들어오시면 안 나가십니다.
물론 아시겠지만….
아내처럼…..아…..여기서 아내란 연지를 말하는 겁니다.
연지처럼…..저도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경영학은 아니지만….저도 경영학을 같이 공부했기때문에 이 공장 경영이
훨씬 수월했던건 사실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말입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연지와 결혼을 하셨나요?"
내가 꺼낸 첫 마디였다.
그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물론 입니다.
우린 연지가 스물 한살때 이미 결혼을 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다만…..그 중간에 서로 다른 삶을 살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연지는 결국 제발로 다시 저를 찾았고…..종국에 이르러서는 나에게로
찾아왔습니다.
혼인신고 같은 요식행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연지가 그냥 마음이 중요하다고, 혼인신고같은거 필요하지 않을것
같다고 해서…..저도 그 의견을 존중해서 그런 요식행위는 안하고 있습니다.
연지가 그러더라구요.
편견씨에게 강제 이혼을 당해서…..그런 혼인신고 같은데 얽매이고 싶지
않다구요……
혼인신고 같은데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입니다."
시팔…..트라우마는 개코나 무슨 트라우마인가….
오연지 저 씨팔년…..무슨 꿍꿍이가 있는게 분명했다.
지 구멍에 장어 집어넣으려고 할때도 위기탈출 넘버원을 했고….
혼인신고도 위기탈출 넘버원을 한 것 같았다.
내가 저년을 잘 아는데….
만약에 쟈니가 넣으라고 했으면 넣었을 것이고….
쟈니가 혼인신고 한다고 했으면 동주민센터까지 맨발로 뛰어갔을 년이다.
저년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다.
그런데 그게 뭔지 도무지 감히 잡히지가 않았다.
봉옥봉이가 말을 계속했다.
"어차피 결국은 혼인신고도 하고…..결혼식도 정식으로 올리고….
연지도 일본국적으로 저랑 같이 평생 이곳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연지도 그걸 원하고 있구요…..
지금이야….명함만 저희 회사 부사장으로 취업비자 받아서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중이지만….
제가 예전에 그랬듯이….
연지도, 결국에는 이곳 일본에 뼈를 묻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제가 편견씨를 초대한겁니다.
그것에 관한 중요한 상의를 드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허여멀금한 새끼가 뭐라고 해도 귀에 잘 안들어왔다.
얼른 밥이나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연지 저 년은 내가 아는 년들중에서 요리를 제일 못하는 년인데…
기본적으로 간을 못보는 년인데….
이를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 옥봉이가 나를 공장의 생산라인으로 순서대로
끌고 다니면서 락교 제조공정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 제가 락교 공장에 취업한게 정말 언제인지 까마득하게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제가 부모님처럼 믿고 의지했던 스승에게 버림을 받은 그 상실감은
이루 말 할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어렸던 아들과도 생이별을 했구요…..
아들놈은 이제 성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절 사람 취급하지 않아요.
한국말도 하나도 못합니다.
그냥…..완전히 일본인이에요….
전처가 재가를 해서…..아들도 마음대로 보지 못합니다.
다만….전처가 재가를 한 남자가 사업실패를 하고 그 남자하고도
이혼을 했더라구요….
그 뒤부터 제가 제 아들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다 대었습니다.
이 락교 공장을 제가 인수한 이후로는 경제적으로 많이 좋아졌거든요…."
"아들은 제가 돈을 송금해주면 고맙다는 문자만 보냅니다.
제가 싫은가봐요….
지 에미가 저를 변태성욕자에 미친놈으로 말했던 모양입니다.
아들놈은 지금 공부를 하고 있어요…..컴퓨터를 전공한다고 하더라구요…"
"절 아주 오래전에….이 공장에 취업시켜준게….
바로 임택봉 교수입니다.
제가 진짜 바닥까지 떨어졌을때….
일본 땅에서 살아 남으려면 취업을 해야한다면서….취업을 시키시더라구요…
락교 공장 사장님이…..임교수 지인이셨어요….
재일교포 3세이신가 그럴겁니다."
임교수는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전 솔직히 임교수를 아직도 미워합니다.
절 바닥에서 다시 일어서게 살려준것도 임교수지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 상황에서 임교수는 저를 버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절 용서해주었어야 했어요…..
많이 존경했던 만큼……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섭섭함은 남아 있습니다.
이젠 돌아가셔서…..그러게 다 소용 없겠지만요…."
옥봉이는 회상에 잠긴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씨부리기 시작했다.
"전 솔직히 요리같은거 잘 몰라요….관심도 없구요….
하지만…..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는 잘 압니다.
경제가 어떤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지…..캐쉬플로우는 귀신같이 잡아내는
재간이 있죠…..
스승에게 버림받고….가족에게 버림을 받은후에….
전 이 락교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냥 공장직원이 아니었어요.
제가 처음 락교 공장에서 일을 할때는 모든일을 다 손으로 했습니다.
제는 몇년간 락교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공정을 모두 익히고….
진짜 초절임의 장인이셨던 사장님의 기술을 컴퓨터로 데이터화 했습니다.
락교요? 결국은 제품이에요…..
규격화된 식품입니다.
전 사장님은 뭐든지 장인의 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장님의 그 감을….그 레시피들을 데이터화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제 속내를 마음속으로만 간직을 하고 있었어요….
사장님은…..장인의 고집이 있는 분이셨죠."
"하지만 사장님은….아픔이 있으셨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시면서 부인이 따라가셨어요.
사장님의 락교는 단골장사입니다.
사장님때의 단골들은 아직도 모두 제 단골입니다.
사장님의 돌아가신후 제가 그 맛을 완벽히 재연하자 고객들은 모두
놀랬어요….
장인이요? 웃기는 소리입니다.
정확한 데이터가 맛을 재연한겁니다.
전 손에 식초 닿는것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하여간에…
사장님은 아들과 부인을 미국에 보내서 공부하게 하시고,
이곳에서 초절임 음식 개발에만 몰두하셨어요.
단골이 워낙에 많고 입소문이 퍼져서 훗카이도 지방에서 사장님의
초절임 음식 매출은 정말 탄탄했었습니다.
사장님은 그렇게 번 돈으로 부인과, 아들을 미국에서 호화롭게 살게
해주셨어요.
그런데….십여년전에….제가 사십대 초반에 말입니다.
사모님이 미국에서 흑인청년하고 눈이 맞은 겁니다.
그래서 당시 아들하고 살던 보스턴을 떠나서 루이지애나라는 곳으로
그 흑인청년하고 살림을 차려서 달아났습니다.
아들은 그 충격으로 약에 빠졌구요…..
사장님은 그때 이 공장을 저에게 맡기고 미국을 정말 제 집 드나들듯이
계속 왔다갔다 하셨어요."
"그때 충격으로 사장님은 고환암에 걸리셨습니다.
부인을 미국으로 보낸후 성관계도 거의 안하고 지내시다가….
성기능도 거의 퇴화를 했었나봐요….그것과 극심한 스트레스가
고환암으로 나타났던 모양입니다.
루이지애나로 흑인과 달아났던 부인은 끝내, 사장님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은 그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이 미국에서 혼자 자립할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그 아들에게 상속하고, 이 공장은 저에게 상속을 하셨습니다.
말이 상속이지 매매를 가장해서 상속을 하신거죠…..
그때부터 저에게 제 2의 인생이 시작된겁니다.
사장님은 장인의 기술을 물려주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다고
저에게 유언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맛을 완벽히 재연하기는 힘들것이라는 장인의 똥고집을
다시 한 번 말씀하시면서 말이죠…."
옥봉이는 말을 마친후에 공장 한편의 벽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배고픈데 참 말이 많은 새끼였다.
다른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이 안났지만, 한가지만 머리에 뚜렸하게
남았다.
영식이가 포르노를 보고 난 후에 장난으로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흑형의 좆에 빠진 년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씨부림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저는 준비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장인 기술 전수 따위는 필요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은 사장님의 모든 데이터가
인간의 오감이 아닌 데이터로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사장님의 모든 초절임 음식을 제 감이나 요리솜씨가 아닌
데이터로 완벽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냥 손으로 써갈긴 레시피가 아닌….
오차범위를 세분화하고 또 세분화해서 표준편차를 줄인….
그런 완벽한 레시피를 말입니다."
놈이 버튼을 누르자 한쪽 벽에서 영화관처럼 영상이 나왔다.
공장의 자동화 공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나왔다.
마회장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보여주었던 락교 장인 페이지가 나왔다.
"전 이 지역에서 초절임 음식의 장인으로 통합니다.
물론 진짜 장인은 전 사장님이셨지만…..저는 제 스스로 장인이라고
어디가서 소개를 합니다.
인터넷에도 그렇게 올려놓았구요…..
저는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전….그런거 잘 몰라요…
오직, 맛있게 잘 만들어서 잘 팔리면 최고입니다.
제가 초절임 음식의 장인이라고, 제 스스로를 소개해도,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습니다.
맛이 저를 뒷받침 해주거든요…..
지금 제 공장의 매출은 예전 사장님이 운영하실때의 매출의
이십배가 넘습니다.
직원이 스물다섯명이라고 우습게 보시면 안됩니다.
직원은 스물다섯명 뿐이지만, 직원 백명 넘는 회사보다 매출이
더 크고 영업이익률이 이십프로가 넘는 알짜 회사 입니다.
재작년에 훗카이도 세무당국으로부터 우수납세자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하….이런 뻔뻔한 새끼를 보았나…
자화자찬이 극에 달한 새끼였다.
내가 언제 지한테 장인이 아니라고, 뭐라고 했나….
왜 나한테 지랄인가….
니 혼자 장인, 장모 다 해쳐먹어라 이 흰둥이 새끼야라고 소리치고
싶은걸 꾹 참고 있었다.
얼른 밥이나 좀 주지…..
내가 왜 락교 공장의 탄생의 비밀을 알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세금 잘 내는거야 많이 벌었으면 많이 내야지….그걸 왜 나한테 생색을
내는가….
아주 이상한 새끼였다.
"사장님이 돌아가신후에 정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아는 지인분에게 부탁을 해서 토요타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견학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토요타자동차의 TPS생산방식을 공부하고 카이젠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밤을 세워서 다시 공부했습니다.
결국 그래서 얻은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사장님이 물려주신 공장에 완벽한 지도카를 도입하자는 것이
최종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것이….
이 완벽한 맛을 보증해주는…..공정능력치가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라인과
비교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완벽한 품질관리가 되는 이 공장입니다."
나는 얼떨결에 그만 박수를 치고 말았다.
하도 목소리 높여서 열심히 개거품을 물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박수가 나왔다.
다섯번을 그렇게 박수를 쳤다.
국민학교때 웅변대회 구경하다가 얼떨결에 박수친것이
생각날 정도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저놈이 설명한게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알아먹지 못했다.
토요타는 렉서스를 만드는 그 회사 아닌가?
그거 말고는 알아먹을수 있는 소리가 하나도 없었다.
렉서스가 조용하기는 진짜 조용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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