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2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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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비밀일기 023 ----------------------------------------------
"편이사……내가 변한걸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그런 생각이 든다….."
마회장이 고개를 푹 숙인채 말을 했다.
"우리 이제 그만할까? 나 이제 너무 지친다…."
마회장이 힘 없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고비 한 두 번 겪어요? 회장님이 직접 칼 맞으셨을때도 그렇게
태연하셨으면서…이번에는 왜 그러세요….."
마회장이 힘 없이 웃으면서 나를 보았다.
"나도 이제 늙었나봐…..그냥 겁부터 난다.
이젠, 그냥 우리 빈이 지켜보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
우리가 이 지랄 하고 다닌다고 해서 불륜을 하는 인간들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도, 점점 더 늘어나잖아…
너 이 일 처음 할때만 해도, 지금보다는 적었던 것 같잖아…
이제는….진짜 개나 소나 전부 바람피는 것 같아…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
막대기 달린 수컷들이 구멍달린 암컷들만 있으면 그냥 미친듯이
쑤시려고 달려드는 것 같아서….
그냥 내가 기분이 좀 그렇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
그냥 쉬고 싶어….
나 정말 많이 지쳤나봐….
이젠 니가 해….
내가 여기 전부 너 줄테니까…..니가 해….."
마회장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했다.
"회장님, 쉬세요…..일단 쉬세요….그만두신다는 말씀 하지마시구요….
저 혼자서는 절대로 안해요….
회장님이나 저나 생계 때문에 이제 이거 하는거 아니잖아요….
저 혼자서는 절대로 안 해요….그리고 못 해요….
제가 이 일 하면서 인간구실 하기 시작한 것 같아서, 저도 애착이 있어서
이 일 포기 못하는거에요….
그거 아세요….
저도 이 일 포기 못하는 이유가, 제가 이 일을 그만두면…..
다시 옛날에 무기력한 밥벌레 편견으로 돌아갈까봐
그게 너무 두려워서 그러는거에요….
저 그거 정말 싫어요….
저 이 일 안하면…..진짜 다시 바보가 될 것만 같다니까요…..
회장님도 교도소 다녀오셔서 이 일 때문에 다시 재기하신거잖아요….
힘내세요….
제발 쓰러지지 마세요….
우리 나중에 문 닫더라도, 이런 지저분한 사고 때문에 문 닫는게 아니라
다른 좋은 계기로 웃으면서 닫도록 해요….
회장님도 아직 팔팔하시고, 저도 이렇게 팔팔한데…
이게 뭐에요…
회장님…우리 쉬어요….
쉬다보면, 다시 일이 하고 싶을꺼에요.
그때….우리 그때 다시 시작해요."
내가 마치 절규하듯이 침을 튀어가면서 마회장에게 말을 했다.
마회장이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내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래…..그러자….
니가 내 생명의 은인인데….
내가 어떻게 니 말을 거역하겠냐…..
그러자…..편이사….
우리 좀 쉬자….
우리 이 겨울동안 겨울잠 좀 자고….
내년 봄에 꽃피면 다시 이야기 하자……"
마회장은 힘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어제 밤에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완전히 다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툭툭 털고 일어날수가 있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강력사건들이 있는데…
의경시절에 그런 일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하루에도 수십명씩 칼부림 나고 찔러 죽이고 치고 받고 목 조르고
그러는게 이 세상이다.
이상한 사람들 진짜 많은 세상이다.
이 정도 일에 상처받고 쓰러지면 세상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마회장과 잠시동안 회사 문을 닫고 휴업상태에 들어가기로 했다.
마회장은 몰골이 말이 아니라서 먼저 들어가게 했다.
나는 사무실에서 지금 현재 의뢰를 받은 건수들의 의뢰인들에게
급하게 마무리를 지을수 있는 한도까지만 마무리를 짓고,
계속 할 수 없는 것들은 양해의 연락을 드렸다.
친자확인 업체와 변호사님에게도 양해의 연락을 드렸다.
변호사님도 이미 소식을 들어서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변호사님도 마회장이 예전과 다르게 상처를 많이 받은것 같다고
걱정을 하셨다.
그렇게 이틀정도 마무리를 한 후에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이곳에 와서 처음 면접을 하던 날이 생각이 났다.
내 인생이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던 사무실인데…..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사무실을 잘 정리하고 문단속을 했다.
지금이 11월이니 내년 봄이 되려면 몇 달이 남아 있었다.
사무실 정리를 마치고 마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회장은 며칠 있다가 간숙씨와 빈이를 데리고 지난번에 휴가를 갔던
지리산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가서 심신을 좀 정리하고 와서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잘 다녀오시라고, 이젠 좀 장기 휴가를 가지실 때도 된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말씀을 드렸다.
마회장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 모습도 그 살인미수를 저지른 남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정도 더 있다가 병원에 둘러서 강무준이 깨어난것을 확인했다.
강무준은 콩팥이 하나가 날라갔고, 창자도 일부를 절제해 내었다고 했다.
완전히 회복을 해도 예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강무준이 결국 다시 살아난 것을 마회장에게 소상히 문자로 보내
주었다.
아연이가 수능을 보는 날이었다.
아연이의 수능 시험장은 집하고 별로 멀지 않았다.
이젠 출근을 하지 않으니 정말 하루종일 할 일이 없었다.
편셔리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옥상에서 빈둥거리는 것 말고는
진짜로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나는 아연이가 수능시험을 보는 시험장 근처를 하루종일 빙글빙글 돌면서
아연이가 실수를 하지 않고 시험 잘 보기를 기도했다.
솔직히 수능보다는 수능 일주일 정도 뒤에 있는 2차 실기시험이
더 중요했다.
2차 실기시험과 3차 필기와 면접 시험이 최종 당락의 열쇠였다.
일유대 음대에 수시로 붙어버리면, 그냥 올 해 안에 모든게 다 결판이
난다.
하지만 일유대 음대에 낙방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해골도
복잡해지고, 뭔가 다 이상하게 꼬일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수는 없었다.
그저 오늘 수능도 잘 보고, 곧이서 있을 2차 실기시험에서 좋은 점수만
받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아연이의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아연이는 밝고 환한 표정이었다.
아내도 아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표정이 밝았다.
나만 표정이 어두웠다.
나는 회사일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아내도 아직 모르고 있고, 아연이한테는 당연히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연이가 괜히 그런일에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아연이의 수능이 끝나고, 병원에 다시 둘러서 상황을 살펴 보았다.
강무준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의식을 완전히 회복해서 이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모양이었다.
세 아이의 아빠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었다고 했다.
다행히 어깨의 상처는 깊지 않은 모양이었다.
바람을 핀 당사자인 세 아이의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는 기분이 정말 이상해졌다.
일을 하지 않는 것도 기분이 이상했지만, 마회장이 항상 함께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꽤 오랜시간동안 마회장을 보지 못한다는 것도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그동안 너무 마회장에게 의지하고 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도 그럴만 한게 마회장은 나에게 멘토 그 이상이었다.
마회장에게서 인생 살아가는 정말 수많은 지혜를 배우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을 배우고 살았었다.
휴가때도 물론 오래 떨어져 있기도 했었지만, 그건 다시 만날 날을 정해놓고
기다리는 거라서 전혀 불안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회장이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나이 때문에….그리고 이 이상한 세상 때문에 말이다.
마회장은 이제 세상과 맞서기가 귀찮은 모양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조금 이른 시간에 혼자 옥상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아내가 옥상으로 등장했다.
"오빠, 차 나왔다고 연락왔어요. 근데 왜 이시간에 여기 있어요?
난 오빠 차가 앞에 있길래 혹시나 하고 올라와 본 건데…정말 여기 있네요…
아직 일 끝날 시간 아니잖아요…"
나는 아직 마회장과의 회사일을 아내에게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었다.
그냥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기가 싫었다.
뭐라고 특별히 설명할 미사여구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 아내와 같이 에스컬레이드를 타고 벤츠 대리점으로 향했다.
아내의 은색 이클래스 세단이 멋들어지게 나와 있었다.
아내는 벤츠를 몰고, 편셔리 앞으로 왔다.
그리고 내 차를 편셔리 앞에 놓고 나를 조수석에 앉게했다.
아내가 운전을 해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아내는 아직 강의시간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먼 시내 외곽까지 차를 몰았다.
강변에 경치가 좋은 한적한 곳이었다.
"차 괜찮네요…힘도 좋고, 정숙하고…."
아내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우리는 차를 세워놓고 강변에 있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오빠 뭐 고민있어요?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요?
아연이 때문에 걱정되서 그래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연이는 분명히 합격할꺼에요.
생각보다 훨씬 더 실전에 강한 아이잖아요."
아내가 슬며시 내 손을 잡더니 말을 했다.
나는 그냥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을 했다.
"그래….그래야지…."
아내의 벤츠에 다시 타서 아내가 내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렇게 한참을 아내와 키스를 했다.
편안했다.
편안하고 따뜻했다.
아내도 세 아이의 엄마는 상대도 못 할 정도로 지독한 바람을 피운 여자인데
난 왜 아내의 상간남들을 칼로 찌르거나, 아니면 아내에게 그 어떤
벌을 내리지 않은 것일까?
내가 너무 병신이라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잃을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일까?
하지만, 정말 솔직히,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하고 솔직히 말해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아내와, 벤츠 안에서 부둥켜 안고 키스를 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누가 내 입 안에 기분좋은 꿀물을 천천히 발라주는 느낌이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아내가 완전 개썅년이라고 해도, 지금 키스를 나누는 이 순간만은
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그렇게 벤츠에 나란히 앉아서 아내와 키스를 정말 오랫동안 나누었다.
키스를 마치고 난 후에 아내가 말을 했다.
"너무….좋다…"
아내가 가볍게 눈을 감고 나에게 말을 했다.
나도 강무준이 칼 맞고 마회장이 저렇게 되어서 심란하고 이상한
기분인데 지금 아내와 키스를 나누는 동안 만큼은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적어도 아내가 내 등에 칼을 꽂는 일은 죽을때까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문제로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을 했지, 칼을 꽂을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같이 다시 벤츠를 타고 편셔리 앞으로 왔다.
인생이 뭐 별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저렇게 칼부림나고, 그러는걸 보다 보니까, 그냥 마음을 비우게
되는 것 같았다.
옛날처럼 아내 손 꼭 잡고 우리 연지, 우리 연지 부르고 싶은 마음도
드는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직은 그런 마음까지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벤츠가 편셔리에 도착을 하자 건물앞에 있던 홍진이와 영식이가 나를 보고
입을 헤 벌렸다.
"형, 저건 또 뭐야? 형수가 벤츠를 타네….슈퍼카는 어디있어?"
홍진이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몰라….엿바꿔 먹었어….."
나는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서 편셔리 옥상으로 올라가고 아내는
학원으로 차를 몰았다.
온천탕에 물을 받아서 몸을 담그었다.
"형, 그 모델 새끼들 소리소문도 없이 공사 끝내놓고 사라져 버렸어
뭐가 그렇게 급한지 말이야, 바꾸어 놓은것도 멋있기는 하지만
먼저꺼나 지금이나 뭐 그놈이 그놈인것 같은데 말이야…."
홍진이가 내 옆에서 탕에 몸을 담그면서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게이 브라더스가 어느새 공사를 끝내고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럴 놈들이 아닌데 좀 의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가 그렇게들 바뻐서 그렇게 급하게 일을 끝내고 사라져 버렸는지
궁금하기도 했으나, 그런것들마저 신경 쓰기도 귀찮았다.
나는 무기력증에 걸린것만 같았다.
나는 편셔리 건물 뒤에서 홍진이가 혼다 NSX의 본넷을 열어놓고
여기 저기 살피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우와, 이 시키들 진짜 대단하네….이건 자동차가 아니구만….
이건 머신이야….진짜 레이싱 머신이라고…."
홍진이가 여기저기 환한 랜턴을 비추어 가면서 살피고 있었다.
"형, 이거 제로백이 얼마야?"
홍진이가 나에게 물었다.
"몰라, 난 백키로 이상 안 밟는거 모르냐….
나한테 그런거 물어보지 마라…."
나는 무기력한 표정으로 홍진이에게 말을 했다.
예전에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나이 육십이 넘어서도 금속가공기술이 있어서 공장에서 계약직이라도
계속 일을 하실수 있으셨던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셨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팍삭 늙어버린다고
말이다.
그말이 정말인 것 같았다.
하루에 오랜 시간을 일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애들 조반 다 먹이고 설거지까지 다 한 후에 슬슬 출근해서 점심 전후로
드론을 띄워서 바짝 일을 하고 친자확인 업체나 변호사 사무실을
왔다갔다하면 하루의 일이 끝났었다.
그리고 오후에 휴식을 취하면 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가기도 했고,
항상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침에 아연이 학교 보내고, 강이마저 아내가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가버리고 나면 난 설거지를 마치고 할 일이 없어진다.
편셔리와 새 건물은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영식이와 홍진이가 아예 상주를 하니까 건물 두 채 굴리는데 내 손이
필요한 곳은 전혀 없었다.
월세 들어오는 것 확인하는것 말고는 내가 할일이 없었다.
세금낼때 되면 세무사 사무실에 돈 내면 알아서 다 해주었고,
뭐가 고장나면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홍진이가 벌써 해결을 다 해 놓았다.
나는 하루 아침에 다시 백수신세가 된 것 같았다.
그나마 긴장을 하고 있는것은 아연이의 입시였다.
1차 실기시험도 끝나고, 수능도 보았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2차 실기시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차 실기시험 발표는 따로 없었다.
3차 필기와 면접까지 다 점수를 합산해서 12월 중순이 넘어서
최종합격자 발표를 하는게 끝이었다.
그나마 아침마다 아연이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게 하루의 낙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럴때 아내가 내 곁에 있는게, 내가 티를 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이
의지가 되었다.
내가 기분이 이 정도인데 마회장은 어느 정도일까?
마회장이 교도소에 있을때 죽음까지 생각했었다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던 형사과장이 하루 아침에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니, 처량한 신세도 신세지만, 분명히 지금 나같은 무기력중에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회장에게 문자가 왔다.
지리산에 잘 도착했다고 말이다.
마회장이 문자를 마치 편지처럼 길게 보냈다.
그날…..강무준이 칼에 찔린날….간숙씨 걱정할까봐 사무실에서
피를 깨끗하게 씻고 옷까지 갈아입고 집에 들어갔는데,
간숙씨가 마회장에게 몸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고
단박에 알아차렸었다고 마회장이 문자로 보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 피냄새가 싫다고 말을 했다.
지리산에서 신선이 되고 싶다는 농담마저 하는걸 보니 마회장도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모양이었다.
나는 건강부터 챙기시라고 답장을 보내드렸다.
그렇게 비누로 깨끗하게 씻었는데 피비린내를 알아차릴 정도라니…
간첩은 진짜 간첩이었던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심했다.
아내가 아침에 강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러 집에 올때,
아내의 옷차림을 다시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내는 너무 야하지도 않지만, 은근히 섹시한 포인트를 주어가면서
옷을 입고 있었다.
화장도 참 이쁘고, 이런 여자를 내가 마음 먹을때면 아무때나 안을수
있다는게 정말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내가 좋다고 맨날 안기고 쪽쪽대려고 한다.
솔직히 그럴때면 오연지의 과거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날때도 있기는 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말이다.
식탁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스타킹을 신은 아내의 다리를 보았다.
저렇게 이쁘게 꾸미고 운동을 갈 필요가 있을까?
그간 밀린 일기를 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다가 말았다.
그것마저 귀찮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기력증이 정말 심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연이 2차 실기시험 전날이었다.
아내가 아침을 먹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오빠, 요새 어디 아파요? 왜 이렇게 힘이 없어보여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아니야….나 괜찮아…."
"그나저나 오빠 요새 왜 일하러 안가요?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아내가 바로 되 받쳐서 나에게 물었다.
역시나 귀신을 속이지…..
아내는 내가 회사에 안 가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점심때 비슷한 시간에도 편셔리에 있거나 체육관에 있으니
아내가 모를리가 없었다.
"아니 그냥 회사 잠깐 휴업했어, 회장님이 건강이 좀 안 좋으셔서….
몇 달 회장님 요양 좀 하시고 다시 하게…."
뭐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다.
아내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연이 내일 정말 잘 해야 할텐데….
내일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2차 실기가 당락에 제일 크게 영향을 미칠꺼에요….."
아내가 말을 했다.
나도 솔직히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다.
"내일은 내가 같이 갈께요….끝날때까지 시험장 앞에 내가 있을테니까
당신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일은 혹시 몰라서 강의 빠질지도 모른다고 학원에 이야기 해 두었어요.."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아내가 저렇게 먼저 주도적으로 말을 할 때는 항상 마음이 든든했다.
남자 문제 말고, 그냥 일생생활같은데 있어서 일 처리 하는걸 보면
아내는 사소한 실수나 헛점도 없이 살았던 여자였다.
그렇게 아연이의 2차 실기시험도 무사히 끝이 나버렸다.
아연이 답지 않게 저녁때 집에 와서는 진짜 아직도 손이 떨린다고 말을 할
정도였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모양이었다.
아연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의 표정도 다 똑같았다고 아내가 나에게
말을 했다.
이제 11월의 중요한 입시일정은 모두 끝이 나 버렸다.
12월 초에 필기와 면접만 끝나면 진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저녁에 아내와 아연이가 연습방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둘이
첼로와 바이얼린 이중주를 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두 사람이 연주하는 파사칼리아였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아연이가 긴장을 푸는 의미에서 편하게 연주하자고 지 엄마한테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옛날 생각이 났다.
이 곡을 아연이와 아내가 같이 연주할때가 차라리 더 행복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듣는 선율이지만 너무 좋았다.
아연이도 하루의 긴장을 푸는 의미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었고,
아내도 정말 차분한 미소짓는 표정으로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에서 정말 좋아서 연주를 한다는 그런 느낌이 묻어 나는것
같았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저런 취미 아니 특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내가 항상 힘들고 고민이 있을때마다 거울을 보면서 주먹을 날리는
것 처럼 말이다.
나도 무언가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으나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내 나이 마흔 일곱이다.
아마 쉬흔 일곱살때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고민을 하겠지….
두 사람의 파사칼리아 연주가 끝났다.
내가 박수를 치자, 내 무릎위에서 엄마와 누나가 연주를 하는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던 강이도 나를 따라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강이에게 참 좋을것 같았다.
강제적으로가 아니라 어릴때부터 이렇게 자연스럽게 항상 생활속에서
클래식을 접하면서 사는게 말이다.
강이도 악기를 전공할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 더 크면 악기를 하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생의 취미로 말이다.
그렇게 아연이의 2차 실기가 끝나고 나니까 긴장이 더 풀어져서 그런지
무기력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편셔리 옥상에서 영식이 홍진이와 같이 소고기를 구워서 먹고 있었다.
영식이가 마트에 가서 소고기를 잔뜩 사왔다.
내가 약먹은 병아리처럼 골골 댄다고, 소고기를 잔뜩 사 가지고 와서
옥상에서 굽기 시작했다.
그저 한국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 말이다.
젠장 내가 고기를 못 먹어서 힘을 못 쓰는건 아닌데 말이다.
무기력증에 걸려도, 입으로 뭐가 들어가는건 전혀 문제가 없는 모양이었다.
죽상을 하고서도 입으로 고기를 넣고 열심히 씹고 있었다.
"견아 너 요즘 진짜 왜 그래? 뭐 걱정있냐, 하루이틀도 아니고…."
영식이가 고기를 먹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그러게…형, 아연이 시험 때문에 그래?
아유 알아서 잘 합격하겠지….형이 시험보는 것도 아닌데 인상 좀 펴…."
홍진이도 한마디를 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나는 입이 간질거려서 도저히 더 참을수가
없었다.
나는 강무준과 세아이의 부모에 관한 이야기와 마회장 피바다 사건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영식이하고 홍진이한테 다 털어 놓았다.
"우와….."
홍진이가 젓가락을 놓고 놀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영식이도 입을 떡 벌리더니 말을 했다.
"세상에나…..그 왕베짱 회장님이 그러실 정도면….이야기 끝났네…..
그 냥반 자기가 칼 맞아도 끄떡 없던 양반이잖아….
그나저나 그 샹놈의 시키는 콩팥이 하나가 날라갔으면 앞으로
발기에 문제가 심하겠네…
아니 발기가 문제가 아니라, 창자까지 떨어져 나갔으면
앞으로 성생활이 제대로 될래나?"
영식이가 놀랍다는 얼굴로 말을 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콩팥 즉 신장이 성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 말이다.
사실 택봉이도 신장 때문에 이식 문제가 걸려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게 아닌가…
그리고 존슨도 신장 때문에 미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고 말이다.
하여간에 콩팥이 문제였다.
그나마 다 털어놓고 나니까 조금이라도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근데 형 뭘 새삼스럽게 형이 무기력증에 걸려….
시팔 돈 졸라 많아, 몸 건강해….차도 슈퍼카도 새로 생겼겠다…
나같으면 저거 타고 드라이브만 다녀도 시간이 모자라겠다.
형이 무슨 언제부터 그렇게 노동 노동 하면서 살았다고…
결혼하고 거의 일생을 백수왕으로 살았던 사람이…
남들이 보면 시팔….완전 열심히 직장생활만 하고 산 사람인줄 알잖아…."
홍진이가 날 보고 말을 했다.
그러자 영식이가 바로 말을 이었다.
"에이 새끼야, 넌 뭔 말을 그렇게 하냐…
견이가 그냥 백수질 하고 논거냐…
살림하고 아연이 키우고 견이가 다 했잖아…
그리고 견이가 슈퍼카가 있으면 뭐하냐?
시속 백키로 이상은 죽어도 안 밟고, 새벽 두시에도 신호등 따박따박
지키는 견이 습성을 모르냐….
견이한테는 F1 머신을 가져다 주어도 티코나 마찬가지야…."
"하긴….그건 그러네….."
형 말 난 김에 나 이따가 저거 한 바퀴만 또 돌고 올께…."
홍진이가 말을 했다.
나는 보험을 홍진이 까지 추가해 두어서 홍진이는 내 차들을 몰수가
있었다.
내가 없을때 내 차를 관리하고 운전하고 날 데리러 오라고,
홍진이는 내 차를 몰수 있도록 보험을 추가해 두었다.
혜지씨가 있었으면 혜지씨를 불렀겠지만, 혜지씨가 없어서 대신 내 담당이
된 젊은 남자가 내 보험일을 처리해 주고 있었다.
갑자기 오혜지 대리 생각이 나서, 기분이 더 이상해 졌다.
젠장…..
우리는 고기를 배터지게 먹고, 걸어서 편셔리 옆의 커피전문점으로 갔다.
커피를 사서 벤치에 앉아서 먹을 생각이었다.
"고기를 먹었으니 달작지근한 카라멜 마키아토나 한잔씩 하자고…"
영식이가 앞정서면서 말을 했다.
예전에 홍진이가 정신적 간음을 했다는 그 여자가 있던 커피전문점이었다.
그 여자는 진작에 그만두고 없지만 말이다.
우리는 셋이 같이 들어가서 카라멜 마키아토를 주문했다.
모자를 쓴 웬 여성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나는 잠깐 순간적으로 놀래서 멍하니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30대 여성이었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은 대학생 알바를 많이 쓰는데 이놈의 곳은
그때 홍진이 사건도 그렇고 매번 30대 유부녀 타입의 여자들만
알바로 쓰는 모양이었다.
키가 작았다.
백육십도 안되어 보이는 아주 작은 키였다.
머리가 긴 편이었다.
얼굴은 살짝 나이가 들어보이는데 머리스타일은 소녀같은 스타일이었다.
그 위에 캡 모자같은것을 쓰고 있다가 손을 움직이면서 그만 캡모자가
벗겨져 버렸다.
여자는 그냥 캡 모자를 벗은채로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주 많이 이쁜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쁘장하게 귀여운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 순간 예전의 임연수 의사선생이 생각나는 그런 얼굴이었다.
작고 아담하고 귀여웠다.
우리는 커피를 받아 나와서 벤치에 앉아서 빨대로 빨고 있었다.
"히히히 견아, 꽂힌거냐? 귀엽지…..
아까 너 티나도록 계속 쳐다보더라…"
영식이가 나에게 말을 했다.
"내…내가 뭘…."
나는 당황해서 영식이를 보았다.
아무도 눈치 못챈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들은 귀신이었다.
"괜찮아, 형….사실 우리도 저 여자 보러 커피 먹으러 가자고 한거야…
요새 우리 동네 핫 이슈야…..
저기 커피 전문점 앞에 봐봐….어이쿠 저기 부동산 사장님도 들어가시네…
일층에 도시락 사장이 커피잔을 손에 들고 돌아다녀서 저 시키가
갑자기 왜 저러나 했는데, 이 동네 놈팽이들이 전부 저 귀여운 여자한테
꽂혔어….시팔….비비안 수 느낌도 살짝 나는것 같고….
이십대는 분명히 아닌데….삼십대 같은데….말이 별로 없어…
영식이 형이 벌써 나이를 물어보았는데….그냥 웃기만 하더래…
미친년인가? 시팔…실실 쳐 웃기만 하는게….."
홍진이가 커피 뚜껑을 열고 카라멜 마키아또 위에 얹은 크림을 할짝할짝
혀로 핥아 먹으면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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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9292뱅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