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3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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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비밀일기 036 ----------------------------------------------
다시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었다.
영식이도 나와 같은 마흔 여덟살이 되었고, 홍진이는 마흔 여섯살이
되었다.
철없던 이십대의 청춘들이 어느새 오십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녀석들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는게 없었다.
사회적으로 불경기에 구조조정에 우리 나이때가 가장 힘들고
고민이 많은 나이일텐데, 녀석들은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까
항상 느긋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음담패설 및 뒷담화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았다.
"니미 한 살 더 처먹었으면 좀 시팔…분위기 있는 교훈적인 이야기와
덕담으로 한 해를 시작해야지….시팔…정초부터 야동 이야기나
하고 자빠지냐…."
듣다못한 내가 한 마디 했다.
홍진이와 영식이가 같이 깔깔대면서 말을 했다.
"생긴대로 살아야지….형은 재미보고 다니고…우리는 야동보고 딸딸이나
치는데…..우리한테 뭐라고 그러면 안되지….그때 그 비비안수랑
같이 왔던 그 글래머 누구야? 진짜 새끈하던데…."
나는 차마 레즈비언이라고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하지는 못했다.
나는 일어서서 생각난 김에 은행이나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일어나자 영식이와 홍진이가 나를 따라나섰다.
"아니 니네는 어디가게?"
"우리야 너 따라가지…."
영식이가 말을 했다.
"우리도 지금 심심해서…형 따라가려고…."
홍진이도 머쓱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던졌다.
"어딜 따라와….귀찮게….나 은행 다녀올께…니네들은 여기있어…."
"우리도 심심한데…..형이 강병철이면 우리는 삼태기고,
형이 이치현이면 우리는 벗님들이고, 형이 현진영이면 우리는 와와인데….
쓰벌…뭐 또 좀 없나…."
홍진이가 따발총같이 빠르게 말을 하자 영식이가 옆에서 거들었다.
"견이가 인순이면 우리는 리듬터치지….."
나는 짜증을 내면서 녀석들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서 은행으로 갔다.
가서 오만원짜리 백장을 찾았다.
아주 빳빳한 신권이었다.
그렇게 오백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주머니에 잘 넣었다.
그리고 커피 전문점으로 바로 가서 일을 하고 있는 비비안수 아니
순덕이를 잠깐 밖으로 불러내었다.
순덕이와 가게 옆 골목에 잠깐 마주 섰다.
"여기있다…..그냥…..서로 웃으면서…..헤어지면 좋겠다…"
나는 순덕이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니네가 말 한 다섯장이다….
일본가서 행복하게 잘 살어……피가 그런걸 어쩌겠냐…..
누구 원망할 필요 없어….세상을 원망할 필요도 없고….
다 생긴대로 살아가는 거야…
인생 뭐 있냐?
맛있는거 먹고 행복하게 사는게 장땡이야…."
나는 순덕이에게 말을 하고 돌아서려고 했는데 순덕이가 내 허리를
안았다.
"진심이었어요……정말 진심이었어요…..남자들을 서른살 이후로
괜히…..증오하고, 우습게 알고 그랬었는데…..사장님이 그런 제 편견을
다 깨주셨어요……"
요정처럼 작은 순덕이가 내 허리를 껴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순덕이의 말을 듣고 생각을 했다.
편견은 나인데…..
난 잘 안 깨지는데….
완전 강 맷집인데….
그런 말장난 생각이나 하니까 이런 레즈비언들한테도 우습게 보이고
그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이 좋으니까…..마음이 편했다.
돌아섰다.
그렇게 순덕이에게서 몸을 돌렸다.
이젠 다 끝이다.
그래도 혜지씨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그냥…육체관계부터 시작해서 그런 것인가?
그냥…..그랬다.
신기한게…그때 혜지씨때는 득달같이 달라붙어서 우리 사이를 깨놓은
아내의 훼방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내가 전혀 모른채 이 모든게
끝나버렸다.
하긴….그럴만도 했다.
혜지씨와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몇 번을 같이 걷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아내가 순덕이를 보지도 못한것 같았다.
순덕이를 보았다면 그건 나랑 같이 있을때가 아니라 아내가 커피를
사 먹으러 왔을때였을 것이다.
그냥….당분간….아니…아니다…
앞으로 여자 만나기가 두려웠다.
성욕 해소는 오연지가 있으니까 상관없고….
대화도 오연지가 있으니까 상관없고….
여자가 그리우면….오연지랑 술 마시면 되니까 상관없고…
그냥….젠장….오연지가 있으니까….다른 여자가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나한테 오연지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나…
하여간에 대단한 년이다.
지난 봄 스리슬쩍 다시 내 인생에 끼어들더니…
이젠 내 인생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다시 차지해 버렸다.
티도 안 나게 말이다.
하긴…..아주 오래전에는 말이다.
오연지가 내 인생의 전부였던 때도 있었으니까….
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다음날 오후에 점심을 먹고서 편셔리 옥상에서 빈둥빈둥 대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옥상문이 열리더니 순덕이와 양봉심이가 등장을 했다.
어휴….그냥 가면 되지….
뭘 작별인사를 하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진이와 영식이가 알아서 자리를 피하고 내 눈치를 보면서 체육관으로
내려갔다.
두 여자는 내 앞의 의자에 앉았다.
어제 허리를 껴안고 이야기 하던 순덕이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자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두 번 관계를 가졌고, 세번째는 삽입하자마자 양봉심이 이 썅년이
들이닥쳐서 바로 뺐다.
그래도 넣긴 넣은 거니까, 두 번 플러스 알파로 봐야 할 것 같았다.
남자와 여자의 섹스 기준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음부내 삽입이었다.
음부내 삽입이 아닌 섹스는 섹스가 아니었다.
유사 성행위에 불과했다.
양봉심이도 순덕이와는 완전히 다른 반전매력을 가진 여자 같은데,
봉심이같은 애랑도 한 번 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안수 그러니까 순덕이는 첫눈에 뿅가는 아주 귀여운 요정같은
스타일이었고, 양봉심이는 볼매였다.
볼수록 웬지 모르게 호감이 가고 매력이 느껴지는 스타일이었다.
도대체 뭘 하던 년인지 아주 몸매가 올록볼록한게 끝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항상 치마를 입지 않고 저 꽉 끼는 청바지만
입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궁뎅이가 아주 빵빵해서 빵 소리를 내면서 터질 것만 같았다.
맏며느리같은 그런 골반을 가진 양봉심이였다.
그래도 참 양심적인 애들이었다.
오백이라는 거금을 받으니 자기들도 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어서
이렇게 온 것 같았다.
하긴…..말이 오백이지…..
오백이면 얼마나 큰 돈인가…..
오천원짜리 짜장면을 천그릇을 사먹을수 있는 돈이었다.
젠장….진짜 거액이었다.
대한민국에서 4대보험과 세금 다 탈탈 떼내고 실수령액 오백 이상
받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여기 저기 많이 숨어 있을수도 있겠지만….
내 주위에는 거의 없었다.
마회장님이나 변호사님 그리고 친자확인업체 임원들처럼 나이도 많고
확실한 전문영역이 있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돈이지….보통의 일반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거액이었다.
그런 거액을 받으니까, 아무래도 미안한 마음에, 나에게 인사를 하려고
찾아 온 느낌이었다.
착한 애들인데…..
재민이와 훈태도 그렇고, 동성연애자들이 왜들 이렇게 다들 본심이 순박하고
착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앞에 앉은 순덕이와 봉심이가 무척이나 착하고 순하게 보였다.
나는 짐작을 하고는 있지만, 모르는 척 하고서 입을 열었다.
"그래 왜….무슨 일로….."
무슨 일이긴….무슨 일이겠는가….고맙다고 인사하러 온거지….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거면 박카스라도 한 박스 사오지…맨손체조
하고 오는건 좀 아닌것 같았으나, 형편이 어렵지 않은가….
일본가면, 거기서도 알바나 해야할텐데….
돈 한 푼이 소중할 것 같았다.
내가 웃는 얼굴로 순덕이를 쳐다보고 말을 했다.
순덕이는 내 눈을 한 번 본 후에 우물쭈물 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덕이가 양봉심이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어거스틴……그냥 가자……나가서 이야기 해……"
순덕이가 양봉심의 팔을 잡으면서 아주 작게 속삭였으나 내 귀에도
아주 작게 순덕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워낙 소근대는 걸 좋아하는 여자라서 내가 순덕이의 목소리에 적응이
된 것 같았다.
순덕이가 봉심이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봉심이와 내 눈이 마주쳤다.
봉심이가 입을 여는 것 같았다.
"저기…..아저씨…..아니….사장님…
정말…죄송한 이야기이지만요…"
봉심이가 내 눈을 피하고 헛기침을 다시 한 번 한 후에 말을 이었다.
"저….저희 주시기로 하신 다섯장이요….
그거….계약금 조로 십프로만 먼저 주신거죠….
아저씨…..아…아니 사장님…부동산 사업 하시는 분이라서…
계약금 조로 십프로만 먼저 주신거죠? 그런거죠?"
나는 지금 양봉심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았다.
오백만원이 십프로면…..전체 금액이 얼마인가?
오천만원?
에이….설마…..아무리 철딱서니가 없는 미친년들이라고 해도….
설마…다섯장이 오백만원이 아니라 오천만원이었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양봉심이 이야기를 가만히 곱씹어 보면 그 이야기 아닌가…
"야…야…내…내가 헷갈려서 그런데….."
젠장…당황하니까 말도 막 버벅거리면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아랫배에 힘을 빡 주고서 다시 말을 했다.
"서…설마 니네들이 말하는 다섯장이 오백만원이 아니라
오천만원이었어?"
나는 양봉심이를 쳐다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너무 황당한 표정으로 크게 소리를 지르자 양봉심이도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비비안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양봉심이가 내 눈을 보지 못 한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는 너무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 이런 그지 발싸개 같은 년들이 다 있어…
이런 병신같은 년들이 진짜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호구 좆으로 보이나…
오백도 지금 거액이라서 내가 이렇게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데….
뭐 이 날 도독 같은 년들아…..다섯장이 오천이라고….
니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거액을 요구할수가 있어….
뭐 이딴것들이 다 있어….
시팔….진짜….."
나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계속 질렀다.
"니네 이 병신같은 년들아, 니네 한 달에 오백만원 벌어본 적 있어?
야…순덕이 너 한달에 그거 커피집에서 백이십 받는다며……
어떻게 이것들이….진짜 간뎅이가 부어서….어휴……."
나는 너무 흥분해서 숨을 헐떡거렸다.
"야….양봉심이……너….시팔…요새 한 달에 얼마 벌어?"
내가 눈을 부릅뜨고, 무서운 얼굴로 봉심이를 노려보면서 말을 했다.
양봉심이는 고개를 살짝 숙인채 말을 했다
"배…백오십이요….."
"이런….진짜 개 좆같은 년들…니네 둘이 같이 벌어도 두달을 벌어야 생기는
돈을 그냥 동생같고, 측은해서 그냥 주었더니….뭐……그게 아니라
오천이라고….계약금 십프로가 어쩌고 저째….
이런 진짜 그지같은 년들이 확 진짜 면상을 날려 버릴라……"
나는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기면서 말을 했다.
양봉심이와 순덕이는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분을 가라 앉히면서 말을 했다.
"오백이면 이년들아….여기 이 건물 일층에서 자영업 하시는 사장님들
한 달 내내 쇠빠지게 해서 돈 벌어서 이거 저거 따떼고 순수익 가져가시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돈이야…
요새 자영업 해서 한달 순익을 오백이상 낼 수 있을 것 같아?
한 달에 일이백 버는것도 힘든분들도 쌔고 쌨어…
지금이 얼마나 불경기인줄 알아….
이것들이 나이는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이 썅년들아….
내가 몇 년전에 일년 연봉이 이천오백도 안 되었어….
내 이년 연봉보다도 많은 돈이야…
나도 아직 오천만원 내 마음대로 써본 적도 없는…그런 거액인데….
니까짓 년들이 무슨 권리로 나한테 그런 초 거액을 달래….
야….이 시팔…어순덕이……니BOJI는 금가루 바른 BOJI냐?
이것들이 진짜 사람 어떻고 보고서……
완전 날강도 같은 씨발년들이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주먹으로 가슴을 텅텅 치고 있었다.
남자들이었으면 진짜 싸다구 한 대씩 날려주려고 했다.
너무 화가 나서 깽값을 물어주는 한이 있어도 한 대씩 패주고 싶었다.
그때였다.
내 전화기에 벨이 울렸다.
나는 너무 화가나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화면을 보았다.
웬만하면 그냥 대기를 눌러 버릴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대기를 누를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너무 혈압이 오르고 흥분한 상태였지만,
이 전화는 안 받을수가 없는 전화였다.
어떻게…..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전화를…..
나는 급하게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나는 달려서 옥상 끝으로 전화기를 들고 갔다.
수왕보 앞의 테이블에 있는 봉심이와 순덕이가 안 들릴 정도로 옥상 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화면을 밀어서 전화를 받았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반가운 목소리를 냈다.
"진경아….."
솔직히 너무 반가웠다.
진경이가 너무 보고 싶기는 했지만 레오나르도가 나와 연락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나도 진경이가 이야기를 해 주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연락할 수 없는 사이라는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진경이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을때 몇 번 전화번호가 바뀐 후라고
했었다. 그 마지막 번호를 저장을 해 놓았었는데….
그 번호가 화면에 뜬 것이었다.
전화기 안에서 특유의 그 밝고 유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잘 있었어요?"
나는 눈물을 글썽 거릴 정도였다. 너무 반가워서 말이다.
진경이는 참…..나에게 진심을 다해주었던 고마운 동생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행복하게 잘 살아서 내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었는지…..
레오나르도 본드와 진경이의 그 호화로운 결혼식의 감동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응….난 항상 그렇지 뭐….근데 괜찮아? 본드씨가 알아서, 또 혼나면
어쩌려고….."
진경이가 환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응 괜찮아요, 본드 어제 미국갔는데, 본드한테 허락 받은거에요….
아이 참…오빠가 본드라니까 나도 본드라고 부르네…애들 아빠한테…."
윤진경이 밝게 웃었다.
"아참….오빠 나 세째 가졌어요….지금 또 삼개월 되었어요….
이번엔 딸 이면 좋겠어요….아들만 둘 낳으니까 딸이 그리워요…
둘만 낳으려고 했는데….애들 아빠가 자꾸 밤마다 괴롭혀서……"
윤진경이 크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아…그게 정말이야…..진경아 너무 축하해….정말 잘 되었다.
그때 우리 마지막 통화했을때가 둘째 임신한지 3개월이라고 했었잖아…
그럼 둘째도 아들을 낳은거야? 시간 참 빠르다 정말….."
"네….어쩌다 보니까…하지만 이번엔 꼭 딸이면 좋겠어요…."
"진경아…..너무 잘 되었다.
아들이면 어때….진경이 큰 아들 보니까 진짜 미남자던데…..
축하해….아참…그리고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어….
진경이도, 새해 인사 하려고 전화 했구나….."
윤진경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저 그지 발싸개 같은 년들 때문에 화가 나고
흥분했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고, 기분이 다시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아뇨…오빠…..새해 인사는 첫날 바로 해야죠….다름이 아니라…
애들 아빠가 오빠랑 아직 연락되면 연락 한 번 해도 된다고 어제
미국으로 가기전에 말하고 가서요….
그래서 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본드씨가? 왜 무슨일인데….."
"사실은요, 존슨이 이제 미국에서 치료받는걸 포기하고,
한국으로 완전히 들어올껀가봐요….아마 한 두 달 정도 있다가 겨울 지나면
미국 완전히 정리하고 들어올 모양인가봐요…
미국에 꽤 오래 있었잖아요…
회사경영은 미국에서 챙긴 모양인데….
그냥….많이 안 좋은가봐요.
전 잘 모르겠는데 애들 아빠가 존슨하고 계속 연락하면서 도와주고
있거든요….
이번에 가서 존슨의 귀국일정을 상의하고 올꺼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오빠 연락처 아직 있으면 오빠한테도 말 해주라고
그러더라구요…
존슨이 죽어도, 자기가 태어난 우리나라에서 죽어서 묻히고 싶다고
애들 아빠한테 그랬데요….
미국에서 더 이상 치료하고 그러는게….무의미 한가봐요….
그래서 한국으로 조만간 다시 들어올 모양인가봐요…
근데, 존슨이 애들 아빠한테 오빠 이야기하고 오이사님 이야기 참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보고 싶다고….
그래서, 애들 아빠가 오빠 놀라지 않게 귀띔이라도 해 주라고….
미국 가기전에 저한테 이야기 해서…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허락받은
통화를 하는거에요…."
"………………….."
나는 순간 얼음이 되어 버렸다.
새해 벽두부터 이게 뭔가….
쟈니만 올해 온다는 게 아니었다.
그놈이 온다고 한다.
콩팥이 아파서 뒈져가는…..존슨 피 말이다.
이런 개새끼들……
올 해가 무슨 최후의 결전 같은 그런 해인가….
왜 다들 기어 온다고 하는 것인가….
나는 얼어붙은 채 멍하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경이는 나에게 한참을 더 수다를 떨다가 전화를 끊었지만
나는 존슨이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정신이 멍 해져서
그 뒤로는 넋을 놓은채 듣기만 하고 마지막에 간신히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은 것 같았다.
그렇게 보고 싶고, 목소리를 듣고 싶던 진경이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전화를 한 이유는 존슨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다.
존슨도 보기 싫었고, 쟈니도 보기 싫었다.
존슨의 경호원을 때려준적은 있었지만, 솔직히 다 늙은 존슨을 때려
준 적은 없었다.
정작 맞아야 할 놈은 존슨과 쟈니인데 말이다.
아니…아니다….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을 하자면, 존슨도 피해자이기는
하다.
아내한테 속고 이용당한 피해자이니까 말이다.
홍콩으로 아내를 잡으러 가는건 내가 아니라 존슨이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남편이 있는 여자를 건드린 개새끼였다.
가면을 쓴 아내를 개처럼 다루던 존슨의 그 모습이 어떻게 잊혀지겠는가…
하지만….그 모든게…아내가 원한 거라면….
어휴 머리속이 복잡했다.
그때 내 시야에 나를 물끄러미 저 멀리 수왕보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두 여자가 보였다.
가뜩이나 존슨 때문에 열이 받는데 저 년들 보니까 더 열이 받았다.
오천만원이 아니라 오천대를 패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성큼성큼 걸어서 두 여자에게 다가갔다.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는 두 여자에게 말을 했다.
"꺼져…..꼴도 보기 싫어….
진짜 시팔….별 거지같은 년들…공갈 협박죄로 콩밥을 먹여버릴수도
있는데…진짜 인생들이 불쌍해서 봐준다…
그 오백만원으로 까까 사먹고 꺼져버려….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말어….."
나는 양봉심이와 순덕이에게 힘 빠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것 저것 복잡했다.
레즈비언들에게 욕하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순덕이와 만리장성을 쌓는게 아니라, 쟈니와 존슨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만리장성을 쌓아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소리를 치자 순덕이가 일어나서 양봉심의 팔을 이끌었다.
"가자….어거스틴……어서……."
순덕이는 꼼짝도 하지 않는 양봉심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둘이 키도 십센티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고, 가느다랗고
요정같이 야리야리한 몸매의 순덕이에 비해서, 봉심이는 키도 크고
엉덩이도 크고, 가슴도 크고, 허리는 잘록해 보이고, 청바지를
입은 허벅지가 아주 터질듯이 건강해 보이는 몸이었다.
야리야리한 순덕이에게 끌려갈 리가 없었다.
순덕이가 나를 보고 다시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했다.
"사장님….죄송해요….정말 죄송해요….
오백만원 주신것도…..카드빚 갚느라고 오전에 다 써버렸어요.
독촉을 받는게 몇 개가 있었거든요…..
저희가 옛날에 둘이 같이 작은 가게를 차려서 하다가 망했었어요….
그래서…빚이 아직도 많이 있어요…
죄송합니다.
염치없이 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순덕이가 울면서 말을 했다.
순덕이는 울면서 양봉심이의 팔을 자꾸만 끌어 당겼다.
순덕이가 울면서 양봉심이를 잡아당기니까,
양봉심이의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양봉심이 고개를 들어서 눈물이 고인 그 큰 눈으로 나를 째려 보더니 말을
했다.
"사장님 한테는 오천만원 정도는 돈도 아닐꺼 아니에요….
그 돈이 사장님한테 무슨 이년 연봉이고, 그렇게 큰 돈이에요…
제가 백오십 받는게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래요….저 어린이집에서 밥하고 애들 식사 챙겨주는 알바해요….
이 나이에 그것말고는 술집밖에 나갈때가 없어요….
제니하고 같이 시간을 맞추어서 할 일이 그것밖에 없다구요….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제가 야간 식당을 나갈수는 없잖아요….
나 아주 오래전에 술집 비슷한데서 며칠 일해본 적이 있는데,
여자를 물건처럼 취급하는 그런데서는 죽어도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거짓말 하지 마세요….저도 사장님 타고 다니는 차 다 보았어요.
사장님 돈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 제니한테 다 들어서 알아요.
이 옆에 건물도 사장님꺼라면서요……
따님이 대학교 합격했다고, 온 동네 그 비싼 호텔 떡 같은거 모르는 사람들
한테까지 다 돌리셨잖아요….
나까지 그 떡을 맛 보았을 정도면…얼마나 많이 돌린거에요….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내 파트너를 창녀처럼 그렇게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 놓고서는….
겨우 오천만원도 못줘요? 내가 오억달라고 그랬어요?
사장님한테 오천만원이 돈이에요….
저희한테는 평생 벌어도 못 모을 큰 돈일수도 있겠지만,
사장님은 이런 건물이 몇 개나 있으면, 그런 돈 너무 쉽게 벌수 있을꺼
아니에요…..
금가루 발랐냐구요?
그게 자기한테 마음 준 여자한테 할 이야기에요…
어떻게 그런 심한 말로 상처를 줄 수가 있어요….."
제가 진짜 화가 나는건…
제니는 진심이었다구요.
사장님은 창녀처럼 가지고 노는 섹스 파트너가 생겼던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파트너는 사장님한테 마음을 주고 밤에 잠도 못 자고 뒤척였다구요…
제니 파트너인 제 마음은 생각해 보셨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내 파트너때문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구요.
그래도 제니에게 뭐라고 못 했어요.
먼저 그런 복잡한 심경을 고백해주었고…
제가 아직도 제니를 너무 많이 사랑하니까요…."
"제가 제 파트너의 마음을 빼앗아간 사장님한테 복수할수 있는 방법은
사장님 협박해서 위자료라도 뜯어내자는 것이었어요.
제니가 펄펄 뛰면서 반대했지만, 너무 분하기도 하고, 사장님이 미웠어요.
사장님힌테 이렇게 돈 빼앗으면 제니도 다시는 사장님 못 볼꺼 아니에요..
난 그 돈 못 받으면 죽어도 물러서지 않을꺼에요…
당신이 뭔데 내 제니를 건드리냐고…."
양봉심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악을 쓰듯이 고함을 질렀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제니라고 말하면….아니 니자 들어가는 이름 말하면 맞는걸 알면서도
양봉심은 용감하게 제니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는 때릴수가 없었다.
봉심이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계속 흘러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봉심이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때릴려면 또 때려요…..제 파트너는 순덕이가 아니라구요…
너무도 고귀하고 순수한 제니라구요….
왜 이름도 마음대로 못 부르게 해요…
제니가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데…
맘대로 해요….때려서 차라리 죽여요….
이렇게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게….."
봉심이는 절규를 하듯이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마….하지마 어거스틴….내가 잘못했어…..내가 미안해….
내가 술에 너무 취해서…..미안해….다시는 안 그럴께…..미안해…
울지마 어거스틴…."
제니…이런 시팔…저 년이 하도 제니라고 그러니까 나도 얼떨결에
제니라는 호칭으로 마음속에서 생각을 했다.
하여간에…제니….아..아니 순덕이가 울면서 봉심이를 끌어안았다.
이런 시팔 것들….
진짜 상황이 더럽게 된 것 같았다.
봉심이가 남편이고, 순덕이가 부인인가?
나는 봉심이 부인하고 바람을 핀 더러운 상간남인데, 위자료
안 주겠다고 배째라고 버티는 것이고…….
에이…진짜 기분이 젖 같았다.
그때였다.
홍진이가 쟁반에 유리컵에 든 빨간 오미자 차를 세잔 가지고
문을 열고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홍진이는 테이블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빨간 오미자 차를 놓고
다시 말 없이 문을 열고 내려갔다.
저 상놈의 새끼 내가 감시카메라를 꺼 놓으니까 궁금해서 차를 타가지고
올라온것 같았다.
하필이면 두 여자가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하고 있을때
올라오다니….
나만 이상한 놈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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