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3] 비밀일기 038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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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일기 038 ----------------------------------------------
멀뚱한 표정으로 내 뒤에 서 있는 오연지가 나를 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돈이요? 여보 무슨 돈 말하는거에요?"
"어 이 분은 저기 커피전문점에서 뵌 분이네요?
저 모르겠어요? 저도 거기서 커피 자주 사 먹는데…"
아내는 순덕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순덕이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당황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내가 여기 편견 사장님 와이프에요, 아…그런데, 이혼 당했으니까
전처라고 하는게 맞겠네요.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나도 전처의 자격으로
여기 잠깐 앉을께요."
아내는 너무도 천연덕 스럽게 양봉심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와 아내가 순덕이와 양봉심을 양 사이드에서 싸고 앉은 셈이 되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순덕이와 봉심이도 나 못지 않게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대화를 엿들어서 정말 미안해요, 그런데 세사람, 내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정말 너무 열중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엿듣고 말았네요.
정식으로 사과할께요, 정말 미안해요."
아내가 나와 두 여자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했다.
아내는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나를 보고 말을 했다.
"그런데, 아까 돈을 준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나도 좀 알면 안 될까요?"
그때 양봉심이 나섰다.
"죄송하지만, 사장님과 저희간에 긴히 따로 대화를 했으면 하거든요…
자리를 좀 피해주시면 안될까요?"
양봉심은 바로 자신의 옆에 앉은 아내에게 말을 했다.
순덕이는 아내의 얼굴을 아는 듯 했다.
아내도 그 커피전문점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학원에서 강의하는 날이면 항상 길에 커피잔을 들고 다니던 아내였다.
하지만 양봉심은 아내의 얼굴을 오늘 처음 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봉심이는 아내의 얼굴을 놀랍다는 듯이 자꾸만 흘끔대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아내는 원래 남자던 여자던 좀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는 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로 개의치 않아 하면서 대답을 했다.
"음…안돼요….돈 하고 관련된 문제 인 것 같고, 내가 아까 살짝
이야기를 엿들었는데,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아내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내 남편은요 자기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누가 목에 칼을 들이 밀어도
절대로 안 꺼내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남편이랑 알고 지낸게 이십년이나 되어서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요.
그런데 남편 입으로 돈을 먼저 준다고 했을때, 그리고 돈을 주면
여기 옆에 분들이 뭐 어딘 간다고 다신 안 찾아올꺼냐고 남편이
묻는걸 보면, 음….제 남편의 위크포인트를 뭔가 하나 꽉 문 것 같거든요?
제 말이 맞나요?"
순덕이나 봉심이나 아내의 말에 한 마디 대꾸도 못했다.
"왜 다들 말이 없어요.
여보, 당신이 대답 좀 해봐요….
나도 같이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돈 문제면 내가 전문가잖아요.
이 여자분들이 요구하는게 뭔지 당신이 좀 말해봐요.
내가 도울수 있는건 도울께요…."
나는 아내가 갑작스럽게 끼어든것도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아내에게 이 년들이 일유대 바이얼린 수석한 학생을 찾아가서
니 애비가 레즈비언 부부중 아내를 따먹었다고 꼬질르려 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아니….어떻게 하지….
머리속이 너무 복잡했다.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내 옆의 순덕이와 양봉심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아내가 이렇게 알아버린 이상, 돈이 너무 아까웠다.
오천만원이 뉘집 개 이름인가?
천만원까지는 어떻게 내가 그냥 다른 걸로 퉁치고 넘어간다고 해도
오천만원은 너무 큰 돈이었다.
단지, 아연이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기 싫은 마음이 오천만원보다
더 중요했을 뿐이었다.
아연이가 어떻게 반응 할지 중요한게 아니었다.
아연이에게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고 싶은게 내 마음이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아내에게 뭔가 묘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나보다 항상 머리가 몇 수 앞서가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솔직히 여자를 상대하기가 싫었다.
남자들이 날 협박한거면 영식이 홍진이 까지 동원해서 반 죽여놓았을수도
있었지만, 여자들을 그럴수는 없었다.
순간 내 마음속에서는 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는 오천만원을 지키기 위해서 이미 조금이라도
눈치까버린, 아내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달리 방법도 없었고, 아연이가 알게되느니, 차라리 아내에게 다 불어버리고
아내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내가 오연지한테 쪽 팔릴께 뭐가 있겠는가…
둘이 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사이인데 말이다.
내가 아내를 보고 말을 했다.
"자기야, 사실은, 여기 이 둘이 부부래…..근데, 내가 여기 이 커피집에서
일하는 친구와, 술을 먹고 육체관계를 가졌어. 난 정말 미스라고 해서
믿었거든…..근데 여기 당신 옆에 앉은 친구가, 자기가 파트너라고
둘이 부부라고, 자기들한테 상처를 주었다고 오천만원을 달래.
그래서 내가 못 준다고 하니까, 안 주면 일유대 바이얼린 수석한
학생을 찾아가서 다 이르겠다고 그래서….
내가 오늘 돈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만나는 자리야….."
내가 말을 하자마자 여자 셋이 나를 동시에 다 쳐다보았다.
순덕이와 봉심이는 뭐 이런 찌질한 새끼가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아내는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오 마이 갓…."
시팔…..좆 같은거…속이 다 시원했다.
오연지가 어떻게든 해결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자에게 강하듯이, 아내는 여자한테 강할것만 같았다.
아내는 한참을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가 순덕이를 보고 말을 했다.
"남편이 이야기한게 다 사실인가요?"
순덕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있고,
양봉심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아내가 웃기 시작했다
"당신 정말 오천만원을 주려고 했어요?
아니…아니다….이쪽에서 자식을 걸고 넘어졌으면 당신은 능히 그럴수
있는 사람이기는 하죠….
그나저나 고마워요, 나에게 다 털어 놓아 주어서….진작에 털어 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당신 그래서 어제 그렇게 밤에 힘 없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그런거에요?
와우…….
정말 좀…그러네요….."
아내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아내가 양봉심의 허벅지위에 가볍게 손을 얹더니 말을 했다.
"일러요 까짓꺼….한 번 이른다고, 입에서 말 꺼냈으면 일러야죠…
못 이르는게 바보지…."
아내는 당당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그쪽들이 뭔가 지금 크게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쪽들이 이른다고
하는 상대는 올해 일유대 기악과 수석을 먹은 학생이에요…
스무살이고, 올해 성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내 딸이에요…."
"그쪽들 혹시 일유대 나온분 있어요? 아닐것 같아서 내가 대답 안 듣고
그냥 말 하는데, 나도 일유대 나왔어요.
거기 아무나 들어가는데 아니에요.
보통 머리로는 들어갈수가 없는데라구요.
그쪽들이 제 딸한테 가서 그런 이야기 하면 제 딸이 뭐라고 할까요?
아마 웃을껄요….
자기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이인데….
그쪽들이 그런 이야기 한다고 눈 하나 깜빡할껏 같아요?
그쪽들 바로 공갈협박죄로 쇠고랑 찰껄요?
제가 아는 제 딸은 저보다 더 철두철미해서 아마 그쪽들 저 처럼
웃으면서 가만 두지는 않을꺼에요…"
"가서 일러요…..
돈이 필요하면, 다른 길을 찾던가, 해야지….착하고 순진한 남자 협박하면
안 되죠…
그리고 거기 그쪽 말이에요….."
아내가 순덕이를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순덕이가 아내와 눈이 마주치지 못한채 말을 했다.
"네….."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였다.
"우리 남편하고 관계는 좋았나요?"
아내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도 순덕이도, 그리고 봉심이까지
모두 아내를 쳐다보았다.
나는 뭐 강제로 했냐느니, 아니면 둘이 무슨 사이냐는 뭐 그런 질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내는 뜬금없이 좋았냐고
물어보았다.
"………………"
순덕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내는 그냥 혼자 웃었다.
"대답을 좀 듣고 싶은데, 대답 안 해주겠죠?"
아내는 멋적은듯한 웃음을 짓더니 말을 계속 이었다.
"그냥 좋은 말로 할때, 어서들 가 봐요….
당신들, 한 번만 더 내 남편한테 이런 일로 협박하고 그러면,
내 딸한테 이르던 뭘하던 난 그런거 신경 안쓰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거에요.
아까 남편이 이야기 하는거 들으니 당신들, 남편한테 돈 받으면
일본에 갈 거라고 그랬나보죠?
일본이란 나라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요?
동성연애자들이 가면, 그냥 조용히 정착할수 있는 나라로 보여요?
세상에서 제일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이 일본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의 조용함과, 침묵속에 어떤 마음이 숨어 있는줄 알아요?
당신들 일본 가서 정착못하고 오천만원 다 날려먹으면, 그러면
다른 플랜 비가 있나요?
없잖아요.
그러면 다시 내 남편 찾아와서 협박할꺼에요? 돈 더 달라고?
안주면 딸한테 또 이른다고?
가만히 생각하니까 제일 쉽게 돈 버는건 그 방법 밖에는 없잖아요."
"내가 일본에서 살다가 작년 봄에 여기 왔어요.
난 거기서 직접 살다가 온 사람이라구요….
일본은 우리보다 돈에 대해서 더 엄격한 나라에요….
가서 뭘 할지 알지도 못한채 그렇게 대충 갔다가는, 결국, 불법 업소 취업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을꺼에요…..
돈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돈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이니까
저리대출이나 이런걸 알아봐 줄수는 있어요.
그냥…..인간적으로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들이 한 번만 더 내 남편을……
그저 죄라고는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도 내걸만큼 우직한 내 남편을
딱 한 번만 더 건드는걸 내가 본다면, 난 당신들 가만히 두지 않아요.
경찰에 신고요?
성공하지 못한 공갈 협박 그것도 초범이면, 그거 크게 데미지를 주지는
못할꺼에요.
하지만 그것도 물론 진행을 해요.
여기는 법치국가니까 말이에요."
"내가 당신들한테 진짜 해줄것은 그게 아니에요.
당신들, 보아하니 너무 레즈인것 티내고 다니는거 아니에요?
내가 한 눈에 봐도 딱 알 정도인데…
당신들이 저지른 이 악행을, 당신들 커뮤니티에 다 퍼트릴꺼에요.
당신들 신상이야 뭐 대충 묘사해도 사람들이 다 알겠는데요…
우리나라에 레즈관련 숨은 커뮤니티가 몇 개나 될까요?
내가 몇 다리만 걸치면 다 쑤셔 낼수 있어요.
난 거기에 당신들이 지금 하려고 했던 이 악행을 다 퍼트릴꺼에요.
당신들이 일본 아니라 세계 어디로 잠적한다고 해도,
당신들을 평생 쫒아다닐꺼에요.
당신들이 저지르려고 했던, 이 엄청난 일들이 말이에요.
당신네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한 번 철저히 매장당해봐요.
내가 합법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줄께요.
협박하는거 아니에요.
난 당신들한테 원하는게 없으니까….
당신들이 세상에 걱정 없이 천하태평인 내 낲편 저렇게 불안에
떨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그걸 갚아주는 것 뿐이에요."
아내의 긴 말에, 순덕이와 봉심이가 사색이 되었다.
순덕이가 눈물을 또 흘렸다.
"자…잘못했어요…..정말 잘못했어요….."
봉심이도 아내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지….진짜로 찾아가서 말하려던거 아니었어요….
그냥……그냥 진짜로 즉흥적으로 그렇게 말을 한거에요….
그럴 용기도 없어요….
그냥….정말 돈이 급해서…….그냥……"
봉심이까지 눈에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당신들 나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는 어릴꺼에요.
그러면 안 되는거에요….
돈이 많은 사람도 그 돈에 다 사연이 있는거라구요.
돈이 많은것 같다고, 그걸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가려고 하면 안 되는
거라구요….
어떤 금전적 어려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저리대출이나, 급하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께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거에요….
저기 내가 이름은 모르지만, 내가 커피전문점으로 돈을 융통할수 있는
대출직원을 소개시켜줄께요….
울지말아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하지만 당신들 한 번만 더 내 남편을 찾아가거나, 같이 자거나 하면,
그떄는 진짜 용서하지 않을꺼에요.
합법적으로 내가 매장시켜줄꺼에요.
나도 큰 잘못을 저질러서 강제 이혼을 당하기는 했지만,
이 착하고 순진한 남자는 아직도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 남편이니까
말이에요….."
아내의 말에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다른것보다 오천만원이 안 나갈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돈이 굳은 것이다.
진작에 아내한테 말할것을 그랬나….
그리고 지금 분위기면, 아연이한테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도 흥신소일을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이 보고 겪은 일이지만,
정작 내가 당하니까, 나한테 닥치니까 어쩔수가 없었다.
나는 내 딸에 대한 체면이 돈보다 더 중요했다.
아내가 순덕이와 봉심이를 보냈다.
"미안해…."
아내와 내가 둘이 남았다.
"당신 마음 이해해요…..
당신은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당신과 아연이의 관계를 아는 나만이 이해할수 있는 이야기에요….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대처방법을 이해 못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해해요….
그리고 미안해 하지 말아요.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저 여자들에 대한 일은 절대로 입에 올리지 않기에요.
나도 내가 이걸 해결해 준것을 당신에게 공치사 하지 않을꺼에요.
내가 지은 죄가 더 크니까…..
나도 아까 말을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아연이가 당신의 그런 행동
알게 되는거…..바라지 않아요.
아연이 지금 너무 정신 없잖아요.
이제 시작인 애인데 말이에요…….
여보…..나 조금 뒤에 강의 들어가야 해요….
저 여자들 일은 지금 이 순간부터 다 잊어요….
나도 잊을께요…."
밤에 혼자 누워서 생각을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아내 덕분에 모든게 한 방에 해결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아내의 그런 말에 겁을 먹는 순덕이와 봉심이도, 아주 악인들은
아니었던것 같기도 했다.
내가 세게 나갈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내 말마따나 다 잊기로 했다.
정말 다 잊기로 했다.
정말, 가슴 철렁했던 큰 공부를 한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에 집에 온 아내는 어제 그 일을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평소처럼 나에게 저자세로 살갑게 대하는것 같았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강이에게만 신경을 쓰고 나를 보고는 평소처럼 대햇다.
나도 아내한테 너무 고마웠지만, 너무 티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행동을 했다.
그리고 점심때가 지나서 편셔리에 있는데 갑자기 순덕이가 나를 찾아왔다.
"사장님…..인사 드리려구요….
저 커피전문점 그만 두었어요. 대신 일할 알바도 금방 구했구요.
요새 알바 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삽시간에 구해지네요….
어제, 사모님이 어떤 대출 관련 회사를 소개해 주셔서,
급한 돈은 융통을 할 길이 생겼어요. 그래서 급한 불 몇 개는 껐어요.
저희 떠나요….
그래서 사과 드리고 인사 드리려구요…."
순덕이가 고개를 숙인채 말을 했다.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이 아팠다.
순덕이의 진심이 어땠든 간에, 그래도 그냥 마음이 짠했다.
순덕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사장님,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순덕이의 입에서 부탁이라고 하니까 다시 가슴이 철렁하기는 했다.
뭐 보고 놀란 가슴 뭐 보고 놀란다고….정말 그 꼴인 것 같았다.
"사모님한테는 비밀로 해 주셔야 해요.
그리고, 사장님이 거부하시면, 솔직히 어쩔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와 어거스틴을 위해서. 사장님이 이 정도는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돈 이야기 아니에요….."
일단 돈 이야기가 아니라니까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었다.
"사모님이 소개해주셔서, 대출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사모님과 한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아요.
비밀은 꼭 지켜주세요."
순덕이는 그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나에게 계속 말을 했다.
"저희 일본에 갈지 안 갈지 잘 모르겠어요.
저희 오라고 한 그 일본에 계신 언니도, 사실….지금 형편이 그렇게 좋지는
않으신 모양이에요.
그 언니도 사실은 불법 업소에….유흥관련 업종에 계신 모양이에요….
저희는 그런 일 절대로 못하거든요…."
"그냥 일본 가고 안 가고를 떠나서, 사장님한테 그런 나쁜 짓 한 것은
제가 무조건 사과 드릴게요…
어찌되었든 제 잘못이에요.
하지만, 저는 사장님한테만 잘못을 한게 아니라, 어거스틴한테도
씻을수 없는 상처를 주었어요.
어거스틴은 지금 솔직히 많이 힘들어 해요.
어떻게 보면 제가 배신을 한 거 잖아요.
저도, 그리고 어거스틴도, 이십대때 남자를 사귀어 보았어요.
저는 솔직히 남자에 대한 불신이 아주 큰 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어거스틴은 달라요…..
어거스틴은 남자에 대한 불신이 좀 큰 편이에요…
그리고, 남자를 믿지 않는 대신에 저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구요…
저도, 사장님한테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잘 해주시니까 좋고….
너무 천진난만하게 웃으셔서 좋고….
전 옛날부터 덩치가 큰 사람이 좋았었어요….사장님 같은 사람은 처음이에요…
게다가 돈이 많으시니까….그걸 안 볼 수가 없었어요.
제가 너무 힘이 들어서 사장님한테 금전적으로 기대고 싶었던게 사실이에요….
저한테 차비 주신 돈들도, 적은 금액 아니잖아요.
그것도 정말 요긴하게 썼어요…."
"제가 열흘이상 해야 벌수 있는 돈을 한 번에 차비로 턱턱 주시는
사장님의 재력에….제가 다른 생각을 했었나봐요….
어거스틴은 돈 보다는, 사장님이 미웠을거에요…
아니….사장님보다는 제가 더 미운데, 저에게는 그런 섭섭한 마음을
표현할수가 없었을거에요….
그래서 그런……"
"하지만, 제 생각없는 행동 때문에 제가 너무 사랑하는 아거스틴은
너무도 큰 상처를 받았어요.
저한테 큰 상처를 받았고, 사장님한테도 큰 상처를 받았어요.
그리고, 사모님이 이야기 하신, 커뮤니티 이야기 때문에
어거스틴이 너무 많이 충격을 받았어요.
저희는, 사람들과의 유대가 깊지 못해요.
깊이 친구를 사귈수도 없어요.
하지만, 커뮤니티 내의 언니, 동생들과 친구들은 정말 가족과도
같이 지내요.
그들에게서 배척을 받는다는 것은 어거스틴이나 저에게는 정말
상상할수 없는 큰 상처가 될 꺼에요.
저희는 외딴섬에 혼자 떨어진……고립된 신세가 될 거에요…."
순덕이의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놀랬다.
많이 놀랬다.
아내는 레즈비언도 아닌데, 그들의 생활을 어떻게 그렇게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아내가 레즈비언일리는 없었다.
아내처럼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순덕이가 말을 계속했다.
"어거스틴이 저를 믿지 않아요….아니….말은 하지 않지만…그럴꺼에요….
제가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어거스틴에게 한 것을
어거스틴이 믿지 않아요…..
아무리 진짜라고 말을 해도 믿지 않아요….
그만큼 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지고 있어요.
저는 이제 사장님과 다시 볼 일이 없을꺼에요.
하지만 어거스틴은 저하고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해요….
사장님, 저를 좀 도와주세요.
제가 그런말을 할 염치는 없지만, 사장님이 어거스틴한테
제 오해를 풀어주세요.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장님이 어거스틴에게 설명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제가 사장님하고 한눈을 팔아서 생긴 오해를, 제 스스로 풀고
싶어요.
어거스틴은 지금 정말 살고 싶지 않을꺼에요.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책감에, 저에 대한 배신감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까지….
어거스틴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제발….어거스틴을 살려주세요…
사장님 제발 부탁드려요…..
어거스틴은 오늘 일도 나가지 못했어요.
어린이집 일은 며칠만 못 나가도 바로 짤려요…..
바로 해고된다구요…
어거스틴이 그런걸 모르는게 아닌데, 오늘 일을 나가지
못했어요."
순덕이는 오늘은 울지 않았다.
흥분하지도 않았고,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어보였다.
마치 책을 읽듯이 잔잔하고 고요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어거스틴에게 오해를 풀어준단 말인가?
아니, 어거스틴은 나에게 도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내 머리로는 순덕이의 말이 백프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순덕아, 난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내한테 너희하고 다시 만나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니가 지금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난 잘 모르겠어."
나는 순덕이를 보고 말을 했다.
"그냥…..사장님 시간 괜찮으실때, 저랑, 어거스틴이랑 삼자대면을
좀 해 주세요.
딱 한 번만이면 돼요….
그동안, 셋이 여러 번 보았지만, 돈 이야기만 했지, 저와 어거스틴의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잖아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이제 다시는, 사장님 앞에 나타나지 않을께요.
저희가 일본에 가던 안 가던 말이에요…."
"그…그럼 그냥 오늘 같이 오지 그랬어. 여기서 이야기 하고 끝내게…."
나는 순덕이를 보고 말을 했다.
"어거스틴이 사장님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래요….
하지만, 전 어거스틴과 앞으로를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해요…..
사장님이 저와 어거스틴이 같이 사는, 저희 집에 한 번만 방문해 주세요.
오늘도 괜찮고, 내일도 괜찮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어요.
부탁드려요….
저희도 사모님이 아시는거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한 번만……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제발요….."
순덕이는 아까부터 아내가 아는걸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아내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느낀 모양이었다.
하긴….나도 이십년을 꽉 잡혀 살았는데….
이렇게 아내에 비해서 조금 이프로 부족한 것 같은 애들이
아내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느끼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계속 사정하는 순덕이를 매몰차게 내칠수가 없었다.
나도 솔직히 좀 미안하기도 했다.
실컷 즐겨놓고 오백만원주고 퉁 친 셈인데….
차비야 뭐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준거니까 제껴놓더라도 말이다.
그냥 셋이 만나서 이야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까 만나 주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내가 집에 있을테니까 좀 그랬다.
괜히 여자냄새라도 풍기면……좀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내일 점심때 지나고 방문하기로 했다.
점심때 지나고 셋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뭔지 모를 오해를 풀고
그냥 이 이상한 인연을 끊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난 내 돈을 지켜준 아내한테 고마울 다름이었다.
그리고 아연이에게는 그 어떤 잡음도 안 들리게 하니까 그건 더 좋았고
말이다.
순덕이가 가고 나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홍진이와 영식이가
들어왔다.
"형, 요새 뭐가 그렇게 바뻐….우리한테 이야기도 안 해주고…..
너무 심각해 보여서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말이야…."
홍진이가 나를 보고 물었다.
영식이도 한 마디 했다.
"뭔가 있는데….뭔가 분명히 있는데….숨기고 있는 것 같아…."
홍진이가 바로 이어서 말을 했다.
"형….난 잘 모르겠지만, 그때 오미자차 가져다 주면서 보니까 그 비비안수와
글래머 여자가 아주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통곡을 하던데….
여자 울리면 안돼….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잖아….
여자 한 품게 하지 말어…..
그런데 그 글래머한 여자 진짜 몸매 제대로 던데….
뭐 하는 애야?
형이 설마 둘 다 건드려서 자기들끼리 대가리 잡아 당기고 싸우다가
운 건 아니지?"
나는 홍진이의 말을 듣고 말을 했다.
"그래…..나도 골치 아프다.
생긴대로 살아야 하는데….
내 인생에 여자는 너무 고달프다.
여자 마음에 한 되는 거 없게 만들어 주려고, 나도 생각
많이 한다. 시팔……"
나도 한숨을 크게 쉬면서 말을 했다.
진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비비안수고 지랄이고, 그냥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맘 편히 딸딸이치는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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