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4] 끝없는 여행 00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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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끝없는 여행 007 ---------------------------------------------------------
나는 이태리 식당으로 들어가서 혹시 윤진경이라는 이름으로 예약된 좌석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약속시간 십오분 전이었다.
나는 웨이터에게 자리를 안내 받았다.
이태리 식당 안에서는 상당히 기분좋은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묘한 냄새였다.
아주 맛있는 마늘빵과 토마토를 듬쁙 갈아넣은 스파게티 소스를 섞어놓은
듯한 냄새와, 묘한 샐러드 소스가 풍기는 냄새까지…여러가지 냄새들이
혼합된 듯한 기분 좋은, 식욕을 당기는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태리 식당 안 쪽으로 따로 칸막이가 되어 있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자리였다.
VIP어쩌구 저쩌구 팻말이 붙어 있는걸 보니 여기 식당 VIP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잠시 앉아서 물을 마시면서 기다리니, 진경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약속한 한 시 정각이었다.
"오빠….일찍 왔네요?"
예전의 진경이 같으면 반갑게 손을 잡고 난리가 났겠지만 옆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미스터 본드 때문인지 절제하는 모습이었다.
예전의 왕변태 레오나르도 본드가 아니었다.
진경이와 결혼을 하고 나서 애들을 낳고 살면서 부터 본드는 살도 빼고
머리도 아주 단정하고, 완전 숀 코너리 왕년에 잘 나가던때처럼
멋지게 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본드와 악수를 했다.
우리는 아이 이야기를 했다.
진경이 뱃속에는 지금 세번째 아이가 있다고 했는데 별로 티가 나지는
않았다.
진경이는 얼굴이 살짝 살이 찐 것 같았으나, 워낙에 미모가 있어서
오히려 약간 살집이 있는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돈 때문에 가면을 쓰고 아래에서 물을 줄줄 흘리면서 기어다니던…
장어집에서 비린장어를 먹는 자리에서 남자들의 좆을 빨던,
그 윤진경이 아니었다.
누가봐도 부잣집 사모님처럼 온 몸을 명품으로 도배하고, 아주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표정에는 여유로움이 넘쳐보였다.
지금 본드만 옆에 없으면 저 세련된 얼굴로 내 좆을 빨겠다고 덤빌것 같은
그런 장난스러운 표정이 얼굴에서 읽혀졌다.
솔직히 까놓고 말 해서, 윤진경이 제일 잘 풀린것 같았다.
미스터 본드의 어마어마한 재산도 솔직히 진경이의 손아귀에 들어간것
아닌가….
좆 빨면서 포르쉐를 몰던 그 시절의 윤진경이 아니었다.
볼때마다 정말 점점 더 세련되어 지는것 같았다.
처음 윤진경의 전 남편이 윤진경의 암캐짓을 조사해 달라고 우리
마대정보진흥으로 찾아왔던 때가 생각이 났다.
본드와 진경이는 밝은 표정으로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세명까지는 생각도 못 했는데, 여행을 자주 다녀서 그런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났다.
본드도 참 많이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저런 이야기는 자기들끼리 집에서 해도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분위기를 차분하게 잡아놓는 그런
시간인 것 같았다.
이태리 요리들이 코스로 깔리기 시작했다.
나야 뭐 어떤 음식들이던지 다 잘 맞는다. 그때 갔던 프랑스 요리식당도
맛있었지만, 이태리 요리도 참 괜찮은 것 같았다.
마늘향이 진하게 나는 요리도 괜찮았고, 구운고기를 베이스로 한 요리도
아주 훌륭했다.
요리사 모자를 멋들어지게 쓴 주방장이 오더니 본드와 악수를 하고 자기들
끼리 뭐라고 막 씨부렁 거렸다.
영어는 아닌 것 같았다.
"견씨, 오늘 요리 어떠세요? 주방장이 손님의 반응을 궁금해 합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저기 본드씨 죄송하지만 이 샐러드 소스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어떤걸 베이스로 한 건지 좀 물어봐 주실래요?"
난 미스터 본드에게 내 앞에 있는 여러가지 샐러드 중의 한가지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다른 샐러드들은 대충 만드는 법이 감이 왔는데 전혀 종을 잡을 수 없는
맛을 가진 샐러드 소스가 있었다.
우리 아연이 해 주면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연이도 이런 맛은 못 먹어 봤을것 같았다.
주방장이 웃으면서 신나게 설명을 했고, 본드가 통역을 하는 것을
나는 스마트 폰으로 녹음을 했다.
이해는 했지만 상당히 복잡했다.
무슨 샐러드 소스 만드는게 웬만한 요리만드는 것 보다 더 복잡한 것 같았다.
내가 이 샐러드 소스를 만들어서 새로운 샐러드를 식탁에 올리면
아연이도 물론 잘 먹겠지만 엄한 년이 또 오물오물 맛있다고 씹어먹겠지….
어떻게 보면 이게 다 그 엄한 년 때문인데 말이다.
오래간만에 정말로 맛있는 요리를 차분히 코스에 맞추어 가면서 식사를
한 것 같았다.
나는 강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강이의 이야기를 본드와 윤진경에게 해 주었다.
두 사람 모두 무척이나 놀라는 눈치였다.
나와 오연지 사이에 태어난 강이의 풀 스토리를 이야기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아들이 잘 자라고 있다는 것만 좋은 이야기만 쏙쏙 뽑아서 말을
해 주었다.
내가 스마트 폰으로 보여준 사진을 보고 본드와 윤진경이 나랑 똑같다면서
아주 활짝 웃었다.
나도 본드의 스마트폰에 있는 최근에 찍은 그들 부부의 아이들 사진을 보았다.
혼혈의 우수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아이들이었다.
크면 정말 대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즐겁게 식사를 어느정도 마치고
여러가지 이태리식 디저트들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프랑스 요리보다는 이태리 요리가 훨씬 더 잘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드와 윤진경은 철저했다.
그 긴 식사시간동안, 존슨의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에 대해서도 일체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강이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거론하지 않고 넘어가는 두 사람이었다.
진경이도 머리가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
환경이 불우했을 뿐이었다.
진경이의 전 남편이던 머리가 좋던 그 선생님이 생각이 났다.
진경이와 참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진경이는 차라리 성에 개방적인
미스터 본드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리끼리 사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나도 일부러 아내와 존슨의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디저트를 먹으면서 식사가 마무리 되가는 중에 윤진경이 입을 열었다.
"오빠, 솔직히 오빠도 오늘 용건이 뭔 줄 아는데, 너무 빙빙 돌리지 않을께요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오이사님은 지금 오빠랑 같이 사시는 거에요?"
윤진경이 드디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이제야 윤진경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애들 때문에,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같이 지내고, 절반은 혼자 지내….
우리 이혼한 상태야,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야."
속일 필요가 없었다.
뭐 사실이었다.
내가 거짓을 이야기하면 저쪽에서도 진실이 나올리가 없었다.
본드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레오나르도 본드와도 벌써 몇 년째인가? 이젠 뭐 속이고 자시고 그런것도
귀찮았다.
나한테 귀싸대기를 맞던 그때의 본드가 아니었다.
이젠 너무 멀쑥해져서 뺨싸대기를 때릴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진경이의 소중한 남편이었다.
이 두 사람이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게 될 것은 솔직히 그때 크게
확신하지 못했었던것 같다.
레오나르도가 진경이를 너무 잘 알고, 내가 진경이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뭐든지 붙여봐야 아는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이 이렇게 잘 맞을줄 누가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진경이 본드를 처다보았다.
본드가 윤진경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입을 열었다.
"존슨은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물론, 견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도, 견씨가 존슨에게 뭐라고 했었는지도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본드는 말을 계속 이었다.
"존슨이 아픕니다.
이런말 견씨는 듣고 싶지 않은거 다 압니다.
그냥, 전 존슨의 오랜 친구로써, 견씨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해 주는것
뿐입니다.
그냥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듣기 힘드신거 잘 알지만, 제가 아니면 견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앞뒤 전후 사정을 다 아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잖아요.
제발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세요. 흥분하지 마시구요."
나는 테이블위에 있는 티라미슈를 떠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야마돌때는 달달한게 최고였다.
존슨 이야기만 들어도 야마가 돌았다.
진경이를 보았다.
시팔…그때 준다고 할때….더 준다고 할때 낼름낼름 주워먹을 것을…
괜히 까불다가…
이제 죽을때까지 다시는 윤진경의 손도 못 잡아보게 되었다.
세상 모든건 참 단순했다.
영식이와 홍진이가 말하는게 세상을 살아가는 일차원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같았다.
줄때 먹으라고….
까불지 말라고…나중에 후회한다고…
레즈비안까지 먹다가 좆될뻔 했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후회는 없다.
물론 다 잘 풀려서 그런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나 편견이 살아가는 방식은 결혼전에 단순 무식하게 살때...
오연지를 만나기 전의 내가 정말 정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옛날 생각을 하자 연애 시절의 오연지가 떠올랐다.
갑자기 아래가 솟아 올랐다.
지금 이런 일을 당하면서도 옛날의 오연지가 그리운 이유는….뭘까…
내가 진짜 사랑한건 지금의 오연지가 아니라, 내 젊은날에 함께 했던
내 첫사랑 오연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지금 오연지 생각을 하고 자빠지는 것일까?
나는 야마돌때는 달작지근한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걸 알고 있었다.
이 티라미슈를 계속해서 먹을 것이다.
본드의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말이다.
본드는 말을 이었다.
"존슨은 지금 많이 아픕니다.
솔직히 말해서 올 해를 넘길수 있을런지도 확신을 못합니다.
신장이식은 불가능 합니다.
신장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미국에서 더 이상 치료도 무의미 해서 한국으로 온 겁니다.
존슨은 자기가 태어난 이 땅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해요….
존슨이 자기 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이 땅을 떠나 외국에서 공부하기 전에
한국에서 다녔던 학교가 있습니다.
갑자기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말봉국민학교….아..아니 말봉초등학교…."
이런 시팔 개 오지랍….
본드가 생각이 안 난다고 하자 나는 내가 절대로 잊어 먹지 않고 있는
존슨의 초등학교 이름을 입 밖으로 툭 내뱉었다.
젠장….내가 왜 지금 맞장구를 치고 자빠지는 것일까….
"아 맞아요, 말봉….
견씨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말봉초등학교의 추억은
존슨의 빠지지 않는 이야기 레파토리죠…."
"존슨은 자신이 다니던 말봉초등학교 근처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합니다.
물론 아직 생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존슨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사람의 몸이라는게, 의지만 있다고 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존슨은 자연스럽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존슨은 자신의 마지막을 위해서 견씨를 꼭 보고 싶어합니다."
아니 내가 무슨 장의사인가? 왜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인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본드는 그 점잖은 말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는 치즈를 이용한 디저트를 조금 먹다가 다시 티라미슈 케이크를
더 먹었다.
달작지근 하지만 은근히 계속 손이 가게 만들었다.
난 일부러 너무 단 것은 잘 안 먹는 스타일이지만 이건 달랐다.
너무 맛이 있었다.
레오나르도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열이 팍 받을수가 있으니까
티라미슈를 입에 물고 있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것 같았다.
그나저나 테이블 위에 깔린 코스의 접시들과 이미 치워진 접시들을
봤을때 오늘 식사 비용은 진짜 어마어마할 것 같았다.
프랑스 식당에서 나온 비용은 아무것도 아닐것 같았다.
보통 코스가 아닌 것 같았다.
이 정도는 얻어 먹어야 정말 어디가서 얻어 먹었다고 자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나르도 본드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냥 이건 제 판단이지만, 견씨가 존슨을 피한다고 해도, 존슨은
계속해서 견씨를 보고 싶어할겁니다."
나는 본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대답을 했다.
"본드씨, 저와 존슨이…
아니요…그냥 솔직히 말해서 존슨이 나에게 한 짓을요, 그냥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요, 저는 완전히 미친놈이 됩니다.
그냥…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만약에 제 아내의 잘못이라고 해도, 그래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냥 이젠 서로의 삶에 간섭을 하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제가 오늘 나온 이유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이런 제 뜻을 말하고 싶어서 이기도 합니다.
전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아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요즘 같기만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얼마전에, 제가 엄청나게 충격받은 일을 하나 겪고나서
이제 겨우 조금씩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냥…..진짜 조용히 살고 싶어요."
내 진심이었다.
내가 진심을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다 눈치챌 것 이었다.
그걸 눈치채지 못 할리가 없었다.
내 말이 끝나자 본드도 바로 이어서 말을 시작했다.
"존슨은 존슨 자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존슨은 자기 회사도 걱정을 합니다.
물론 존슨이 미국에 있을때도 존슨의 회사는 잘 돌아갔습니다.
워낙에 고급 인재들이 많이 포진한 회사라서 존슨이 미국에 있어도
중요사항만 챙기면, 알아서 잘 돌아가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존슨이 죽고나면, 존슨의 회사는 공중분해 됩니다.
상장회사가 아닙니다.
철저한 비상장회사이고, 존슨 자신이 최대주주인 그런 회사입니다.
존슨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는 경우에, 수많은 인재들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수도 있는 일입니다.
존슨 혼자 지금처럼 저 회사를 키운건 아닙니다.
오이사도 지금의 존슨 회사가 저 정도로 커나간데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투자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오이사에게는 미묘한 능력이 있습니다.
때로는 과감하고, 남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을 잡는것을
오이사는 상당히 잘 해요.
오이사는 이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여성이었습니다
그건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에요…
존슨 회사가 발전하는데 오이사가 큰 공을 세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입니다."
니미 공은 개코나….좆빠는게 공이냐….
나는 욕지거리를 해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진경이의 뱃속에는 새생명이 자라고 있으니까 말이다.
세상이 반쪽나는 한이 있어도, 어린이들과, 임산부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또 열 받는 생각이 떠올랐다.
존중받아야 되는 임산부를….그것도 내 맏상주인 강이가 배 안에 있을때
떡을 치던 쟈니와 아내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떡만 치면 말을 안한다, 그걸 영상으로 찍어서 나에게 보낸 쟈니의
그 행태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나쁜 쟈니 새끼 같으니라고…..
아주 쟈니와 존슨 이 망할것들이 나를 돌아가면서 열 받게 하고 있었다.
"본드씨, 저는 똑똑하고 많이 아는건 없지만, 저도 지금 이 나이까지
세상을 살아오다 보니까요, 살아남을 사람들은 다 살아남고, 아무리
세상이 두쪽이 나는 한이 있어도 자기 길 찾을 사람들은 전부 자기 길
찾습니다.
너무 그런거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본드를 보고 말을 했다.
본드는 또 내가 말을 끝나자 마자 바로 이어서 말을 했다.
니미 좀 쉬었다가 말을 하지, 장소팔 고춘자 만담하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 말이 끝나면 바로 이어서 따발총 쏘듯이 말을 이어서 하니까
숨이 다 막혔다.
나는 커다란 글라스에 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멀리서 그걸 보고 있던 웨이터가 바로 글라스에 물을 채워주었다.
본드의 말이 속사포처럼 계속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존슨이 오이사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존슨이 오이사를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존슨은 회사의 처리방향을 오이사와 상의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지막을 오이사가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기도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동안 오이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솔직히 존슨이 저에게 말을 했습니다."
"아니 그러면, 아내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그러세요, 왜 자꾸 나를 못살게
구는 겁니까?"
내가 약간 열이 받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건, 견씨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존슨도, 아니 존슨 뿐만 아니라 저도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존슨은 견씨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견씨의 허락이 없으면 오이사가 자신의 곁으로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을
존슨 스스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오이사가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던, 어디로 갔었던, 어찌되었든간에
지금은 견씨의 곁에 있잖아요.
저는 옛날부터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오이사는 절대로…..그냥….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일 뿐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견씨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참…거…쓰발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내가 내 곁에서 질척대는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우리는 악어와 악어새나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아내가 내 곁에 머무는 건,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내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했다.
첫번째, 강이 때문이다.
강이가 아내와 마트에서 그 생쇼만 안 했어도, 내가 강이를 혼자 잘 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눈물바다 이후에, 애미와 새끼는 내 맘대로 떼어놓을수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강이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솔직히 작년에는 아연이 입시에 아내가 큰 도움이 될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결국 아내의 노력으로 아연이는 합격이 문제가 아니라
수석합격을 했다.
그리고 솔직히 아연이 때문에 필요한 아내의 필요성은 이제 다 없어졌다.
아내는 이제 아연이한테 이용만 당할 것이다.
아내는 아연이한테 꼼짝도 못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나의 성욕 해소이다.
솔직히 밉지만, 밉지가 않다.
이젠 사랑은 아닐 것이다.
정이라면 정이겠지만…
어찌되었든간에 나와 섹스가 제일 잘 맞는 여자는 누가 뭐래도 오연지였고
오연지랑 하고 나면 그냥 속 시원하고 개운했다.
항상 청결했고 피임걱정도 없고, 내 몸을 잘 알기에 나랑은 그냥
쿵짝쿵짝이 잘 맞았다.
솔직히 이 두 가지 이유가 다이다.
나는 그렇다고 쳐도, 본드는 어떤 이유에서 아내가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아내는 이미 제 곁을 떠났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을 하십니까?"
"제가 옛날부터 보아온 오이사는요, 견씨에 대한 본능적인 행동이 있습니다.
견씨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항상 잘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었어요.
그건 아이들 떄문도 아닐 것이고, 그냥 두 분만의 문제일 것입니다.
사랑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왜 인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결국 오이사는 견씨를 택할 것으로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견씨를 자신만의 패티쉬 대상으로 삼은건지도
모르겠지요…그건 오이사 본인만이 알 것입니다.
견씨가 오이사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그런 매개체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오이사의 그냥…여러가지 행각들 중에, 견씨가
은근히 다 포함되어서 모든게 진행되었잖아요. 견씨 몰래 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견씨가 다 개입이 되거나, 아니면 진짜로 견씨를 속이지만
그 속이는 것으로 견씨 앞에서 쾌감을 얻기도 했구요…..
어떤 때는 정말로 견씨를 끌어 들이기도 했구요….
그냥….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존슨도 미국에서 제 의견에 공감을
헀습니다.
쟈니 리요? 쟈니는 그냥 천둥벌거숭이 어린아이 입니다.
오이사가 자신이 꿈꾸던 판타지를 이루어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았을
뿐일겁니다. 쟈니는 오이사가 만들어낸 판타지에 불과한 아이입니다.
쟈니는 견씨처럼 어디로 튈줄 모르는 그런 항상 긴장을 늦출수 없는
상대는 아니에요.
제가 그동안 본 견씨는요, 오이사가 원하는 그런 패티쉬적인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습니다.
일단 오이사를 진심으로 아끼고 돌보려는 성향이 무척이나 강했었구요.
어떤 면에서는 정말로 답답하고, 속터지게도 만들지만, 또 어떤면에서는
사람을 놀래킬 정도로 샤프한 면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일반 사람들은 견씨를 종 잡을수가 없잖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건 오로지 오이사 한 사람만 컨트롤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뭔가 어떤 계기로 인해서 그게 많이 망가져 버린겁니다.
그래서 오이사는 다른 판타지이자 자신의 장난감인 쟈니에게로 잠깐 그냥
모든것을 던져버렸던것 뿐입니다."
"이야기가 길었네요, 제가 하나만 여쭈어 볼께요….
견씨가 생각하기에 오이사가, 견씨 허락없이 존슨을 만날것 같습니까
아니면 안 만날것 같습니까?"
니미 듣는 내가 숨이 다 찼다.
도대체 뭔 개소리인가?
뭐라고 정말 한참을 씨부렸는데 뭐라고 씨부린건지 제대로 캐치가
되지 않았다.
내 허락없이 아내가 존슨을 만날것 같냐고?
시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이 육시랄놈아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임신한 진경이가 우리 대화를 너무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듣고
있어서 내가 그럴수도 없었다.
"……………………."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난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내가 개입하고 싶지 않아요.
아내가 나 몰래 존슨을 만난다고 해도, 내가 뭐라고 할 권리가 없어요.
난 그저, 아내가 우리 강이 엄마의 자리에서 역할만 제대로 해주면
다른건 신경쓰고 싶지 않아요.
존슨이나 아내나 근데 서로 보기 민망한 관계 아닌가요?
죽기 직전이면 그게 다 없던일로 되는건가요?
설마 죽기 직전에 떡 한번 치고 죽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그 지랄 하는건가요?"
내가 조금 격한 음성으로 말을 하자 바로 진경이가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오빠….존슨은 지금…임포턴스에요….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한 몸이에요…..남자노릇을 할 수가 없어요."
역시 윤진경이었다.
이것저것 빙빙 돌리지 않고 그냥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진경이었다.
존슨이 좆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어봐서 잘 안다.
그건….살아도 사는게 아니다.
하지만 존슨은 니미 이제 종치고 막 내리는 인생이었고, 나는 한창이던
40대 중반에 그 지랄을 했다.
갑자기 그 암울했던 시간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내의 체취를 맡자 붕붕붕 다시 힘이 솟던 거짓말 같던 그 시간도
다시 떠올랐다.
나는 진경이와 본드를 한 번씩 쳐다본후에 말을 했다.
"정말 이기적인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제 난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존슨을 만나던 말던 내가 알 바 아닙니다.
만나서 대화 정도 하는걸 아내가 굳이 피할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 입니다.
물론 아내가 결정할 문제이겠지만요…..
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런걸 결정할 위치도 아니구요…
다시 한 번 말을 하지만 우리는 법적으로 남남입니다.
부부가 아니라구요…..
아닌말로 존슨하고 떡을 치더라도, 내가 뭐라고 할 위치가 아니에요…"
내가 말을 하자 본드가 또 바로 입을 열었다.
아 정말 씨발놈아….한 박자 쉬고 대화 좀 하자고 소리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이렇게 성질이 급한가….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다고….
"그럼 견씨는 존슨과 오이사의 만남에 반대하지 않는것으로 그렇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아 씨발 또 그건 아닌데 이 새끼가 해석을 이상하게 하네….
참 복잡한 문제였다.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 진짜 짜증이 날 정도였다.
"난 모르겠습니다. 진짜 난 모르곘어요.
왜 다들 나한테 그러는지 난 진짜 이해가 안 갑니다.
그리고 존슨 말이에요….내 말을 전해주세요….
그냥 죽기 전이면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을텐데….
왜 자기를 가지고 놀았던 여자한테 그렇게 집착을 하냐고
그러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솔직히 존슨은 오연지 손바닥 안에서 놀았던 거잖아요….
빙신같이 그렇게 당하고도, 왜 보려고 하냐구요?
복수하겠다고 그러는거 아니잖아요…..
그냥….보지 말라고 그러세요…
다들 안 좋은데….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보려 하는지…
난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
"견씨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존슨은 결과만을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이사와 함께 진짜 열심히 일을 했던 그 과정을 존슨은 그리워
하는 겁니다.
오이사와 존슨이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존슨이 오이사에게 여자를 느낀건….잘 못 한 겁니다.
하지만…존슨 아니라 세상 그 어떤 남자라도, 오이사가 작정하고
그랬으면, 어쩔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존슨은 오이사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을….그 시간들을 존슨은 아직도 그리워 합니다."
하…그 씹새끼….
난 지금 레오나르도의 대화 내용보다, 바로 이어서 대꾸를 하는 따발총같은
대화에 더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아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존슨은 견씨가 허락해 주지 않는 한, 오이사에게 무턱대고 들이
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이사가 현재 존슨이 이메일로 취하는 모든 연락도 전부 확인을
안 하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존슨이 마음만 먹으면 오이사를 찾지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존슨은 그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모든것을 순리대로 하고 싶어합니다.
견씨의 허락을 받고 공식적으로 오이사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흔히 이럴때 나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한다고 쏘아주고는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개가 진짜로 풀을 뜯어 먹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더 이상 제가 들을 이야기는 없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여기 티라미슈
케이크 따로 포장이 좀 될까요? 애들 좀 가져다 주게요."
내가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게 있고, 할 수 없는게 있었다.
이런 티라미슈 케이크는 아마 원재료를 이태리에서 공수해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맛있는걸 먹을때면 항상 애들 생각이 났다.
체면 차릴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레오나르도 본드와 윤진경에게 내가 뭘 체면을
차릴 필요가 있겠는가, 내가 어떤 인간인지 뻔히 아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물론 입니다."
본드는 웨이터를 불러서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본드는 말을 계속 이었다.
"조만간에 존슨은 견씨를 찾아갈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존슨이 지금 견씨에게 두들겨 맞고 쫒겨나는게 두렵겠습니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존슨은 자신이 죽기 전에 정말 하고 싶은 것에 집착하고 있다고만
생각해 주십시요.
솔직히 말이 길었지만, 견씨가 견씨의 두 눈으로 존슨의 지금 상태를
다시 보게 된다면, 아마 지금 이 자리에서 했던 말과는 다른 행동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제 아내와, 존슨 그리고 저의 생각이 모두 같습니다.
견씨만큼 속마음이 따뜻한 남자도 정말 드물겁니다."
칭찬인데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맘대로 떠들어라, 나는 티라미슈 케이크 포장만 나오면 집에 간다는
생각을 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었다.
복잡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일이었다.
오연지한테 맡겨놓을 생각이다.
가서 존슨 좆을 빨던, 존슨의 회사를 말아먹던, 내가 알바 아니었다.
단지 강이 아침에 어린이집에 따박따박 데려다주고, 일주일에
절반 정도만 강이 목욕시켜주고, 강이 데리고 같이 자기만 한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진경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뭔가 대화는 상당히 많이 한 것 같은데,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느낌이에요…."
맞는 말이었다.
존슨하고 나를 결부시킬 필요는 없었다.
존슨은 존슨이고, 나는 나였다.
아내와 존슨이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두 사람이 풀어야 했다.
아닌말로 뒈지기 직전이라고 하는데, 좆도 안서는 놈이 해봤자
뭘 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두려운 놈은 뒈지기 직전의 존슨이 아니었다.
살벌한 중국의 교도소에서 딸딸이나 치면서 몇 년간 썩었던
아직도 팔팔한 쟈니가 문제였다.
얼마나 여자의 육체가 그립겠는가…..
꼴보기 싫은 쟈니가 솔직히 더 큰 문제지, 존슨은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는 정말 훌륭하고 좋았다.
식사는 백점 만점에 백점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티라미슈도 아주 한 보따리 포장이 되어서 나왔다.
며칠 두고두고 먹어도 될 정도였다.
본드는 다른건 몰라도 돈 쓰는 통은 큰 것 같았다.
로비까지 같이 내려와서 헤어졌다.
윤진경이 본드가 안 보는 사이에 나에게 작별의 가벼운 입맞춤을 하려다가
본드가 째려보는 바람에 하지 못하고 손만 흔들었다.
나쁜 변태 새끼, 지 마누라는 안되고, 남의 마누라는 공용인가?
지 마누라는 왕년에 진짜 공용중의 공용이었는데, 더럽게 챙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남의 마누라는 죽어가는 친구를 위해서 죽기 전에 대화나 실컷
하게 해주라니…
시팔….내가 죽기 직전이면, 윤진경이를 나한테 보내줄 것인가?
역시, 인간은 누구나 자기 논에 물대기 바쁘다는 생각을 했다.
내 기본 철학이 맞는 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존재일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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